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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사주명리연구》(김만태 著, 민속원) 〈그림 4〉 점복의 유형 |
주역 관련 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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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주역(周易)은 서주 시대의 점(占)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원제는 단순히 역(易).[1] 후에 경전을 의미하는 경(經)을 붙여 역경(易經)으로 부르기도 한다.[2] 영어로는 I Ching(이칭)이라고 하는데, 역경(易經)의 보통화 발음인 '이징(Yìjīng)'에서 나온 말이다.[3] 또는 의역하여 The Book of Changes라고도 한다.주역 이전에도 하나라의 연산역(蓮山易), 상나라의 귀장역(歸葬易)이 있었다고 하나 모두 실전되고 주나라 문왕이 괘사를 짓고 그 아들 주공이 완성시켜 이름을 붙인 주역만이 남아서 전해지고 있다. 공자는 주역의 중요함을 알고 죽간을 엮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낡아 끊어지도록 봤다고 한다.[4] 공자 사후에는 점술책으로 여겨져서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피했고 한(漢)나라 이후 점술책이 아니라 유교 경전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 오경 중 으뜸이 되었다는 말도 있으나, 실제로는 분서갱유 당시 주역 역시 유교 경전으로 취급받아 같이 불탔기에 한나라 시절에 복원하였다.
이 주역은 우주의 질서를 체계화, 도식화, 수량화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상수역학이자 음양론으로 우주만물과 그 운행원리(道)를 설명 및 그 이치(우주만물의 이치)를 담은 철학서이자 우주만물의 변화를 음양의 변화원리로 풀이한 서책이며[5], 변화의 원리로 미래를 예측하는 점서(占書)[6]이자 그 점으로 마음을 닦는 수양서이며, 우주의 순행원리와 대자연의 질서, 인간세계의 도를 규명하는 학문이며, 달리 만학의 제왕으로 불린다.
2. 상세
주역 육십사괘 | |||||||||
외괘 | |||||||||
건(☰) 乾(天) | 태(☱) 兌(澤) | 이(☲) 離(火) | 진(☳) 震(雷) | 손(☴) 巽(風) | 감(☵) 坎(水) | 간(☶) 艮(山) | 곤(☷) 坤(地) | ||
내괘 | 건(☰) 乾(天) | 건* 乾 | 쾌 夬 | 대유 大有 | 대장 大壯 | 소축 小畜 | 수 需 | 대축 大畜 | 태 泰 |
태(☱) 兌(澤) | 이 履 | 태* 兌 | 규 睽 | 귀매 歸妹 | 중부 中孚 | 절 節 | 손 損 | 임 臨 | |
이(☲) 離(火) | 동인 同人 | 혁 革 | 이* 離 | 풍 豊 | 가인 家人 | 기제 旣濟 | 비 賁 | 명이 明夷 | |
진(☳) 震(雷) | 무망 无妄 | 수 隨 | 서합 噬嗑 | 진* 震 | 익 益 | 둔 屯 | 이 頤 | 복 復 | |
손(☴) 巽(風) | 구 姤 | 대과 大過 | 정 鼎 | 항 恒 | 손* 巽 | 정 井 | 고 蠱 | 승 升 | |
감(☵) 坎(水) | 송 訟 | 곤 困 | 미제 未濟 | 해 解 | 환 渙 | 감* 坎 | 몽 蒙 | 사 師 | |
간(☶) 艮(山) | 둔 遯 | 함 咸 | 여 旅 | 소과 小過 | 점 漸 | 건 蹇 | 간* 艮 | 겸 謙 | |
곤(☷) 坤(地) | 비 否 | 췌 萃 | 진 晉 | 예 豫 | 관 觀 | 비 比 | 박 剝 | 곤* 坤 |
64괘의 각 괘를 이루는 단 여섯 개 각각을 효(爻)라 일컫는다. 한 괘는 사상(四象)(태양/소음/소양/태음) 중 하나이다. 점 칠 때 태효란 고정된 효를, 음효란 반대 효로 점차 바뀔 수 있는 효를 의미한다.
각각의 괘에는 괘사[7]가 달렸는데, 각 대성괘의 효마다 효사가 붙는다.
각 괘별 점괘인 괘사가 64종, 효별 점괘인 효사가 64×6=384종이고, 건 둘이 합쳐 이룬 큰 건괘와 곤 둘이 합쳐 이룬 큰 곤괘는 또 용구(用九), 용육(用六)이라는 효사 2개가 더 붙는다. 이 효사를 정립한 사람은 주공 단이라는 전설이 내려오지만, 실제 효사를 가지고 점을 친 내용들 가운데에는 주공 사후의 일들도 있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님이 분명하다.
중국 팔괘의 구성을 접한 17세기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츠가 팔괘를 이진법으로 분석하기도 하였다. 라이프니츠가 이진법을 발표할 때 중국에 선교사로 간 친구 부베(Joachim Bouvet) 신부가 역경에서 발췌한 64괘 도해를 보내주었는데, 라이프니츠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지속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았다. 라이프니츠는 음양이 이진법이라 판단, 이집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베가 보내준 도해에 덧붙여 답변을 보냈다. 답장을 받고 부베는 64괘와 이진법이 매우 닮았다고 판단[8], 라이프니츠가 보내준 설명에 따라 분석한 내용을 라이프니츠에게 보내고, 무려 18개월이 걸리긴 했지만 답변을 받은 라이프니츠는 64괘가 이진법에 기반한 것임을 확신하였고, 굉장히 흥분한 모양인지 11장에 달하는 답장을 쓰고는, 즉시 이 발견을 학회에 보고하였다.
라이프니츠는 이진법이 세상의 근본 원리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고[9], 공교롭게도 아시아의 문화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64괘가 이진법적 구조를 가진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부베도 마찬가지로, 64괘가 이진법에 기반한 것이라면, 사실 지중해 세계와 아시아 세계는 서로 공통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되므로, 아시아 문화의 뿌리에 기독교 원리가 내재되어있다는 결론을 내렸다.[10] 부베와 라이프니츠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라이프니츠는 64괘가 기독교 원리를 이진법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라 여겼고, 부베는 아예 64괘를 노아의 증조부인 에녹이 만들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부베 쪽에서 일이 있었는지, 부베로부터의 서신이 끊겨 그 이상의 분석은 진행되지 못하였고, 64괘의 이진법에 근거한 완전도해는 성사되지 못하였다.[11]
사실 부베가 속한 예수회는 중국 선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국 신화상의 요소들을 성경 내용에 무리하게 대입하곤 했다. 이를테면 한자 배 선(船) 자를 파자하면 배 주(舟)에 여덟(八) 식구(口)가 되니 이것은 노아의 방주에 노아의 여덟 식구가 탑승한 것을 의미한다든가, 64괘가 여섯 효로 구성된 것은 천지 창조 6일을 나타내며 일곱 번째 효가 없는 것은 제7일이 안식일임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라든가... #
- 태극(太極): ☯
- 양의(兩儀)
- ⚊ 양효
- ⚋ 음효
- 사상(四象)
- ⚌ 태양
- ⚍ 소음
- ⚎ 소양
- ⚏ 태음
- 16괘: 𝌆 𝌡 𝌏 𝌪 𝌉 𝌤 𝌒 𝌭 𝌇 𝌢 𝌐 𝌫 𝌊 𝌥 𝌓 𝌮
- 32괘: 5줄로 이루어진 괘형.
- 64괘(대성괘)
- 상경 30괘: 건䷀ 곤䷁ 둔䷂ 몽䷃ 수䷄ 송䷅ 사䷆ 비䷇ 소축䷈ 리䷉ 태䷊ 비䷋ 동인䷌ 대유䷍ 겸䷎ 예䷏ 수䷐ 고䷑ 림䷒ 관䷓ 서합䷔ 비䷕ 박䷖ 복䷗ 무망䷘ 대축䷙ 이䷚ 대과䷛ 감䷜ 리䷝
- 하경 34괘: 함䷞ 항䷟ 둔䷠ 대장䷡ 진䷢ 명이䷣ 가인䷤ 규䷥ 건䷦ 해䷧ 손䷨ 익䷩ 쾌䷪ 구䷫ 췌䷬ 승䷭ 곤䷮ 정䷯ 혁䷰ 정䷱ 진䷲ 간䷳ 점䷴ 귀매䷵ 풍䷶ 여䷷ 손䷸ 태䷹ 환䷺ 절䷻ 중부䷼ 소과䷽ 기재䷾ 미제䷿
- 나라별로 여덟 괘(건/곤/태/리/진/손/감/간)의 별칭이 다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건위천(乾爲天)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중천건(重天乾)이라고 불러왔다. '건위천'이라고 하면 괘의 상징을 가지고 말한 것이고, '중천건'이라고 하면 괘의 형상을 가지고 말한 것이다.[12] 그 외에 곤위지(坤爲地)는 중지곤(重地坤), 태위택(兌爲澤)은 중택태(重澤兌), 이위화(離爲火)는 중화리(重火離), 진위뢰(震爲雷)는 중뢰진(重雷震), 손위풍(巽爲風)은 중풍손(重風巽), 감위수(坎爲水)는 중수감(重水坎), 간위산(艮爲山)은 중산간(重山艮)이라고 불린다.
- 위에서 설명한 여덟 괘를 제외한 나머지 대성괘 56개를 부르는 고전적인 명칭은 외괘 상징+내괘 상징+괘명이란 형식을 따른다. 천지비(天地否)나 지천태(地天泰), 화천대유(火天大有) 따위 명칭이 이런 형식을 따랐다. 다만 그 앞에 내괘하+외괘상까지 붙여서 읽는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을 따르면 태괘(泰卦)는 '건하곤상 지천태(乾下坤上地天泰)'로 읽는다.
- 여섯 개의 효를 천지인(삼재)과 음양(이극)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아래의 효부터 지양, 지음, 인양, 인음, 천양, 천음이라고 한다. 관련 괘형 ⚌ ⚎ ⚍ ⚏ 𝌁 𝌄 ⚍ ⚎ 𝌂 𝌃
3. 경과 전
3.1. 경(經)
주역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역경은 총 64괘로 되어 있으며, 분량에 따라 양분되어 있다. 1괘부터 30괘까지가 상경, 31괘부터 64괘까지가 하경이다. 기본적인 점치기나, 기타 역의 이치는 당연히 이 역경의 내용을 따른다. 내용으로는 64괘와 괘사, 효사로 나뉜다. 그리고 전설적으로는 이걸 만들었다는 사람이 다 다르다. 팔괘를 복희, 괘사를 주문왕이 잡았다는 것에는 일치하지만, 효사를 사마천은 문왕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마융은 주공단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죄다 전설취급으로 실제로 만든 인물은 완전히 불명이다. 그러나 내용이 너무 난해한데다 분량도 너무 짧아서 실제로 주역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 경을 풀이하는 책인 '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3.1.1. 역경
역경(易經)은 유학 오경(五經)의 하나로 알려져있으나 사실 더 오랜 점술서 주역(周易)을 공자가 십익(十翼)등 주석을 덧붙여 정리한 책이다. 우주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이치를 음양 이원론으로써 설명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그 핵심을 태극(太極)으로 하고 있다. 점술서 주역은 음(--)과 양(ㅡ)의 효(爻)를 삼재(三才)로 해서 단괘(單卦)로 하고 이를 다시 겹쳐서 한 쌍으로 해서 겹괘인 64개의 괘(卦)들을 만들어 해설해 놓은 계사(繫辭)로 되어있는데 공자가 이를 주되게 철학적 윤리학적으로 재해석하여 놓은것이 역경이다. 즉 주역+십익(十翼)인 셈이다.한편 일각에서는 꺼꾸로 이러한 주역부분을 역경으로 보고 공자가 십익(十翼)등 주석을 달아 역경에 덧붙여 정리한것을 주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3.2. 전(傳)
역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읽어야 하는 부교재다. 날개와도 같이 경을 지지하는 것이라 하여 '십익(十翼)'이라고도 불리는데, 총 10권의 전이 있어 역경을 풀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정립한 것은 기록에 따르면 공자이나, 혼자 다 서술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13] 후세 사람들이 차츰 정립해 온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3.2.1. 단전(彖傳)
괘사를 해설하여 알아듣기 쉽게 해 놓은 부교재. 상, 하편으로 되어 있어, 단전만으로도 전 2종이 되었다고 친다.3.2.2. 상전(象傳)
이 역시 상, 하편으로 되어있어, 상전만으로도 전 2종이 되었다고 치는데, 상편은 '대상大象'이라고도 하며 괘사를 유학사관에 맞게 풀이해 놓은 것이다. 이는, 진이 망한 이후 한漢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고대국가의 사상체계를 담당하던 신비주의적 학문에 유가儒家가 세력을 넓혀 스스로를 국가통치이념의 반열에 올리고자 했던 흔적으로 사료된다. 한편 상전의 하편은 '소상小象'이라고도 하며, 효사를 풀이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점을 칠 때에는 그래서 상전을 많이 참고한다.3.2.3. 계사전(繫辭傳)
점을 치는 법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주역의 기원에 대한 설도 제시하고 있다. '자연의 숨은 뜻을 알고자 세상을 관찰, 그 결과에서 추론해낸 자연의 섭리를 도식화한 것이 주역이라'고 한 앙관부찰설과, '하도'와 '낙서'의 신비한 마방진에서 영감을 얻어 역이 정립된 것이라고 보는 하도낙서설이 소개된다. 또한 '역易'이라는 말 자체도 이 계사전에서야 비로소 나온다(이전의 경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없다!). 이것도 상, 하편으로 되어 있어 전 2종으로 친다.3.2.4. 문언전(文言傳)
건괘와 곤괘만을 유가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다.3.2.5. 설괘전(說卦傳)
소성괘에 해당하는 기본 8괘만을 상세히 설명한 책이다.3.2.6. 잡괘전(雜卦傳)
괘의 순서를 무시하고, 잘 어울리는 괘끼리 짝을 지어서 설명을 한 책이다.3.2.7. 서괘전(序卦傳)
괘들의 순서를 밝힌 책이다. 이를테면, 일의 초기를 상징하는 둔괘 → 교육을 상징하는 몽괘 → 생명활동의 기본인 식생활을 해결하는 수괘 → 그러다 보니 욕심이 늘어서 생기는 분쟁시의 융통성 요수를 상징하는 송괘 → … 의 방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주역을 다루는 전적들 중 가장 인지도가 있는 공영달의 《주역정의(周易正義)》와 주희의 《주역전의(周易傳義)》에서는 서괘전의 내용을 준용하여 대성괘의 배열 순서를 정하였다.
4. 주역의 사상
4.1. 기본 원리
- 불역(不易)
만물은 모두 시시각각 변하지만 그 중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14]
- 간이(簡易)[15]
만물을 음양 즉 태극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흔히 착각하지만 주역에는 태극 개념의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16] 다만 음(--)과 양(ㅡ)의 이진법적인 효(爻)라는 기호가 등장한다.
- 변역(變易)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 과정은 순환적이라는 것. '역'의 원래 의미에는 이쪽이 가장 가깝다.
4.2. 제(帝)와 천(天)
상나라의 최고신은 '제(帝)'였다. 이 당시 '제'는 각 부족별로 기리는 조상신에 해당하였다. 상은 자신들이 여타 중원 국가들을 주름잡는 패권국가가 된 까닭을, 자신들의 조상신 '제'가 다른 부족들의 조상신들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즉, '제'를 믿던 상나라 신앙은 선민사상(選民思想)이 묻어나는 기복신앙(祈福信仰)에 가까웠다.그러나 주나라 무왕 세력이 목야대전에서 여드레 만에 상나라 마지막 왕 제신을 없애면서 종교관에 일대 변혁이 생겼다. 주나라 건국 세력은 자신들이 승리한 이유가 주나라의 신이 상나라의 제보다 강해서라거나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여겼다.
주가 믿었던 신은 천(天)이었다.[17] 사람의 위에 무언가 도도한 추상적 존재 하나가 있음을 상징하는 글자가 '천(天)'이었다. 이때 '천'의 성격이 '제'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천'은 타 부족에게 배타적인 조상신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본래 주나라의 신이었던 천이 훗날 '하늘'로 의미가 달라졌다.) '제'를 섬긴 상나라가 주에게 무너짐은 '제'가 '천'보다 약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천'은 하늘의 이치를 잘 따르는 좋은 지도자에게 힘을 빌려줄 뿐인데, 주나라는 그 이치를 따랐기 때문에 승리하였고 상나라는 거슬렀기 때문에 멸망하였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제' 신앙 시대까지 신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공양과 기복적 제사는 거의 절대적일만큼 중요한 의례였지만, 이후엔 그저 하늘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의 형식적 제례 정도로 바뀌었다.
여기서 '천'은 어떻게 자기의 의사를 땅의 사람들에게 보였을까? 여기에 유가 가르침의 기원이 있다. '천'의 뜻은 백성들의 생활에 반영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폭군은 천벌을 받고 성군은 추앙을 받는' 이념적 구도가 성립되었고, 지도자의 덕목에 이제 애민정신(愛民情神)이 명확히 추가되었다. 결국 하늘은 변덕스러워 인간이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인간 세상의 의무를 잘 수행하면 하늘은 알아서 돕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천'의 지지가 그 뜻을 잘 따르는 지도자에게로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주 왕조가 은에 맞서 승리한 것부터가 그 때문이었고, 반대로 말하면 한때 '천'의 총애를 받았던 부족이나 국가라도 폭정을 거듭하며 '천'의 뜻을 거스른다면 타 세력에게 '천'의 총애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천'의 뜻은 후세에 이르러, '천도(天道)'라고 불렸고, 다시 '천명(天命)', '자연(自然)'이라는 이름으로도 지칭되었다. 자연만물에 하늘의 뜻이 반영한다는 시각은 여기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논증이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스레 인정받았다. 예를 들면,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하면서 했던 말, "물이 흐름에 방향성이 있듯 사람도 그 타고난 선한 본성이 있다"는 논지가 인정받았다. 물이 어디로 흐르거나 말거나 사실 사람의 본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물 또한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자연물이기에 사람의 당위를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되는 비약적 논리가 맹자의 시대에는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5. 도표
복희육십사괘방위도 |
복희육십사괘차서도 |
6. 점술
주역은 유교 철학의 한 갈래이며, 넓은 의미의 철학(종교, 사상) 안에는 점술과 같은 신비주의도 포함된다. 그리고 주역을 점술로 볼 것인가, 형이상학적으로 볼 것인가, 윤리학적으로 볼 것인가는 오랜 세월 동안 학파마다 다르게 보았던 주제이기도 하다.[18] 하지만 현대 대학 등 제도권 학술 기관에서는 점술과 같은 신비주의 계열로는 주역을 해석하지 않는다.[19] 즉 철학과의 주역 강의에서는 점술을 전혀 배울 수 없거니와 강단의 동아시아 철학과 점술은 관계가 없다.[20][21]따라서 주역을 점술로 배우려면 주역을 깊게 연구하는 점술가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점술가들조차도 주역 자체로 점을 보는 일은 드문데, 주역은 점술로 쓰기에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역에서 일부를 따 온 육효를 하거나, 주역의 괘에 음양오행을 적용한 방식으로 해석 연구하고 접목할 뿐이다.
6.1. 주역을 응용한 점술
주역만으로는 점술로 쓰기에 다소 부족하여 주역을 활용한 점술이 다수 개발되었다.- 초씨역림(焦氏易林)
초씨역림은 서한의 초연수(焦延壽)가 지은 주역 확장판으로 4096괘(=64*64)의 괘사가 실려 있다.
- 육효(六爻)
육효는 동한시대에 초연수의 제자 경방(京房)이 창안한 점술로 주역 응용점술 중 가장 널리 쓰인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앞두고 육효점을 친 사실이 <난중일기>에 기록되었다.
- 대정수(大定數)
대정수는 오대십국시대의 역학가 진단(陳摶, 진희이[陳希夷])이 창안한 명학으로, 사주의 간지에 배당된 수를 이용해 괘를 구하여 길흉을 예측하는 점술이다. 천간에 선천수를 쓰고 지지에 후천수를 쓴다.
- 하락이수(河洛理數)
하락이수 또한 진단이 창안한 명학으로, 사주의 간지에 배당된 수를 이용해 괘를 구하여 길흉을 예측하는 점술이다. 천간에 낙서수를 쓰고 지지에 하도수를 사용한다. 특이하게 협자(운이 맞는 자)와 비협자(운이 맞지 않는 자)로 나눠진 점괘가 나온다.
- 매화역수(梅花易數)
매화역수는 북송의 성리학자 소강절(邵康節)이 창안한 점술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조짐에 주역의 팔괘를 대입하여 해석하는 점술이다. 소강절은 매화나무에서 새들이 싸우다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젊은 여자가 다리를 다치리라 예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기타 점술이 있다.
7. 조선본과 정약용
조선시대의 주역해설본으로는 규장각에서 사용한 정이천의 이천역전(伊川易傳)과 주자의 주역본의(周易本義)를 합친 주역전의 및 주역전의구결과 정약용이 해설한 주역사전(周易四箋) 등이 전한다. 특히 주역사전은 정약용만의 독보적인 업적인 주역해설 방법이다. 14벽괘설이라는 독특한 괘변설(卦變說)을 전개하였고, 조선의 독자적인 효변법(爻變法)을 개발함으로써 주역에서 효변을 일종의 마스터키(master key)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여 학계에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22][23]8. 현대
이후 송성엽이 3차원으로 표현하였고 64괘 뿐만 아니라 2^n괘(1효부터 무한 효까지)에 모두 적용되는 일반 법칙으로 확장 증명했다.
쉽게 보는 주역점
주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역점을 쉽게 볼 수 있는 '소울주역카드'도 나왔다.
9. 여담
- 철학관 필수도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국내 철학관에서는 잘 안 쓴다. 한국의 철학관은 연해자평, 적천수, 궁통보감 등 이른바 사주를 주로 보며, 주역을 보는 곳은 따로 주역으로 점을 친다고 광고한다. '산통 깨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까지는 주역점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명맥이 끊겼는지 전보다 미미하다. 여기서 산통이란 주역점을 볼 때 사용하던 도구이다.[24]
- 24절기 중 해가 가장 긴 시기인 하지(夏至)와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가 조선조 문인들의 글에서는 각각 구일(姤日)과 복일(復日)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역시 주역에 근거를 둔 말이다. 구괘(姤卦)는 가장 아래의 초효만이 음효이고 그 위의 나머지 다섯 효는 모두 양효인데, 이를 양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음기가 새로이 싹터오르는 형세로 해석한다. 이것이 앞으로 해가 짧아질 일밖에 없는 하지와 닮은 점이 있으므로 하지를 구일이라 일컫게 된 것. 동지와 복일의 관계 또한 효의 음양만이 정반대일 뿐 마찬가지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
- 티베트의 문화에 은근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탱화, 부적, 의술, 티베트식 풍수 등에서 주역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광범위하게 교육하지는 않았으며, 일부 티베트 승려들 사이에서나 전수되는 정도였고, 밀교 교육의 일부로 취급되었다. 명~청 시대의 티베트 승려들은 석가모니의 명을 받고 중국에 파견된 문수보살이 공자에게 주역을 가르쳐주었다는 뵌교의 전승을 진지하게 믿었다.
- 일본 연호들 중에는 주역에서 유래한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게 메이지.
- 4분 33초를 비롯한 실험 음악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가 주역을 기반으로 피아노 독주곡을 작곡했다. 우연성에 기반한 전위적 악곡으로 오로지 주역의 점괘에 따라 음의 높낮이, 길이 혹은 휴지(休止)를 결정하였다. # 그의 강연록인 사일런스[25] 에 이와 같은 우연성 음악의 구체적인 작곡 메커니즘과 그의 철학을 설명한 바 있다.
-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는 조지 해리슨이 어머니 집에 머물 때 주역책을 무작위로 펼치다가 어떤 페이지에 있던 문구를 제목으로 정하고 작곡한 노래이다.
- 주역은 2수 분화로 세상을 읽는 것인데 3수 분화로 세상을 읽는 것으로 풀이하는 서적이 태현경이다.
- 중국의 기자 출신 역사학자 리숴(李碩)는 2022년 광시사범대학출판사(广西师范大学出版社)에서 발간한 저서 <翦商: 殷周之变与华夏新生>에서 주역을 주문왕이 상나라의 점술을 바탕으로 만든 독자적인 점술에 따라 개인사를 점쳤던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리숴의 주장은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긴 하지만, 중국의 다른 학자들에게 논리 비약이라고 비판도 받으므로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이 책은 2024년 한국에서 홍상훈 번역으로 글항아리에서 <상나라 정벌>이라는 제목으로도 출판되었다.
10. 관련 문서
11. 외부 링크
[1] 주역에서 역(易)은 바뀌는 것, 즉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천지만물은 언제나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뜻한다.[2] 「주역이란 어떤 책인가?」, 『동양학연구회(eastology.org)』[3] 발음은 같은 '이징'이건만 표기가 다르다. Yìjīng은 지금의 표준인 한어병음에 의한 것이고, I Ching은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 의한 것(참고로 더 정확한 웨이드-자일스 표기는 I⁴-ching¹이다). 영어권에서도 본래의 중국 음과 비슷하게 [ˌi ˈdʒɪŋ\] 또는 [iː ˈtʃɪŋ\]이라고 읽지만, 일부는 I Ching이라는 표기를 오독하여 '아이칭'으로 읽기도 한다.[4] 이를 성어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한다. 다만 공자는 평소 점치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말년에 역경을 판 건 고문헌을 정리하는 학자였던 공자가 역경에 내포된 역사적 기록을 발견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추론도 존재한다.[5] 주역에게 있어 '만물은 변화한다'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기초가 되는 부분으로, 주역에서 만물의 변화는 곧 일정한 원리를 따르며, 그렇기에 달리 순환의 원리로 표현할 수가 있고, 만물은 생성→성장→노쇠→죽음이라는 이 4가지 과정을 반복한다. 즉, 어떻게 보면 주역은 '만물은 변화하고 무한히 순환하는 것'과 우주만물의 변화를 주제로 삼고 설명한다 할 수 있고, 우주만물을 생성 및 변화하는 과정, 즉 우주본질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을 기본요지로 삼는다 할 수 있다.[6] 그러면서 천지자연, 우주만물이 운행하는 이치를 살피고, 이를 토대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을 위한 책이며, 세계가 돌아가게 하는 핵심원리인 '변화'에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며, 이러한 법칙에 의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 및 판단, 행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7] 그 괘가 상징하는 바와 그것에 어울리는 점괘. 옛사람들의 설에 따르면, 주의 서백이 주왕에게 억류되어 있었을 당시 지었다고 한다.[8] 부베는 음을 0으로, 양을 1로 보아, 팔괘가 숫자 0부터 7까지라고 분석하였다.[9] 라이프니츠는 그리스도교 원리, 즉 세상의 진리를 이진법을 통하여 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에 따른 신학과 수학을 넘나드는 연구를 정말 오랫동안 했다.[10] 이것은 리 = 천주(하느님)라는 추론으로, 사실 중국도 기독교 교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된다. 다만, 라이프니츠와 부베는 "리"가 등장한 것이 (그들이 짐작한 것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을 몰랐기에 논리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다만, "리"가 기독교의 "신"과 비슷하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판단은 아시아권에서도 나왔다.[11] 결국, 64괘가 정말 라이프니츠가 연구하던 이진법과 동일한 것인지는 끝내 결론이 나지 못하였다.[12] 기본적으로 주역의 괘는 변화의 순환이라는 개념을 전제하므로 비단 이 괘에서만 중심된 성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13] 문체나 이야기에 일관성이 부족하며, 괘사나 효사의 풀이도 체계적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갖다 붙인 티가 난다.[14] 만물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로 해석한다. 군자가 ‘시중時中의 도道’에 따라 만변萬變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이유는 불변하는 한 가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 참조. 「주역과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동양학연구회』[15] 여기서 '易'은 '바꿀 역'이 아닌 '쉬울 이' 이다.[16] 중국에서 태극의 개념도는 10세기 주돈이의 태극도설에서 처음 등장하며 그 문양 역시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태극과는 전혀 다른 문양이다. 태극기의 태극문양은 한국의 전통문양으로 중국 도교의 태극이론 이전 부터 사용되어왔다.[17] 다만 이건 좀 복잡한 문제긴 하다. 중국 역사학자 리숴에 따르면, 문왕도 상제를 받들었다. 즉, 갑골의식을 통해 상나라 왕만 접촉이 가능하다는 상제를 직접 접촉하는 종교의식을 주나라 자기 저택에서 몰래 행했던 것으로 보이고, 상족 혹은 상왕만 독점하던 상제의 천명을 자기도 받았다는 혹은 다른 사람들도 하늘의 이치에만 따르면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새로운 확장된 종교 교리를 창시했다고 보기도 한다. 주나라판 예수? 여기서 더 나아가 주공단은 부친의 그것보다도 좀 더 세속적인 이른바 '덕' 개념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18] 점술로서의 주역을 '상수역', 철학으로서의 주역을 '의리역'이라고 한다.[19] 조선시대 때만 해도 주역을 단순히 점술 책으로 여기는 것을 사문난적, 즉 이단으로 취급했다.[20]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과의 주역 관련 심화 전공수업에서는 한 번은 짚고 넘어가기는 한다. 애들 졸릴 때.[21] 점술은 배울 수 없으나 역의 의리적 해석, 그러니까 학술적 해석은 점술로서 주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해석의 대표주자가 송나라 주희이다. 강단에서는 점술의 방법 그 자체는 배우지 못하지만 어떻게 역이 점술로 사용됐는가 하는 원리, 그리고 왜 주역이 의리적, 학술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배운다.[22]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085,역주 주역사전 8 ,정약용 저 / 방인, 장정욱 공역 | 소명출판 | 2007년 08월 20일 ISBN(10) 8956262691 #[23] (재)다산문화재단 , 정약용의 역학 관련 중심 저술로서, ≪주역(周易)≫을 ➊ 추이(推移), ➋ 물상(物象), ➌ 호체(互體), ➍ 효변(爻變)이라는 네 가지 해석 방법(= 역리사법)을 통해 주석한 책. #[24] 주역을 활용해 점을 치는 것은 일본과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당장 유튜브에 주역점을 치는 방법인 '서법(筮法)'을 치면 일본인이 올린 영상이 반을 넘는다(...).[25] <원제> Silence: Lectures and Wri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