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원래 대한민국의 영어 표기는 Corea였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Japan의 J보다 Corea의 C가 일본 영명의 앞에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여 한국의 영어 표기를 알파벳 나열상 J보다 뒤에 있고 발음이 같은 Korea로 바꿔 버렸다는 썰.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문단 참조.이 조작설은 1990년대부터 굉장히 널리 퍼졌고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이래 Corea라는 표기가 널리 퍼지면서 지나가는 소리로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직도 북한이나 몇몇 혐일 단체에서는 이 주장을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면서 부추기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원인이 '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보다 먼저 입장하기 위해서' 같은 이유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이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한 게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인데 당시 이미 국권을 피탈당해 국제법상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나라보다 먼저 나오려고 조작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2. 진실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제국이 일제로 인해 병합당하면서 로마자 표기가 일제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Korea와는 관련이 없다.관련 사이트
2.1. 지역 언어별 차이
독일어: Seine Majestät der König von Korea
영어: His Majesty the King of Corea
한국어[1]: 대조선국 대군주 폐하
- 1883년 조선과 독일 제국 간에 체결된 조독수호통상조약 조약문 제1관. 조약 체결의 한쪽 당사자인 조선 군주의 지위를 명시하는 부분이다. 이 조약은 한문, 독일어, 영어 세 개 언어로 작성되었다. 독일어로는 19세기 말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Korea'라 표기했으나 영어로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Corea'라고 표기했음을 알 수 있다.
영어: His Majesty the King of Corea
한국어[1]: 대조선국 대군주 폐하
- 1883년 조선과 독일 제국 간에 체결된 조독수호통상조약 조약문 제1관. 조약 체결의 한쪽 당사자인 조선 군주의 지위를 명시하는 부분이다. 이 조약은 한문, 독일어, 영어 세 개 언어로 작성되었다. 독일어로는 19세기 말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Korea'라 표기했으나 영어로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Corea'라고 표기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한국의 알파벳 표기인 Corea, Korea 등은 고려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부분 언어에서는 로마자 C(e, i 앞 제외)와 K가 음이 같은 문자로 쓰이는데 언어마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는 차이가 있다.
대체로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로망스어군으로 속하는 언어들은 철자에서 C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한국은 프랑스어로는 Corée[2], 스페인어와 라틴어로는 Corea이다.
해당 언어들에서는 K가 굉장히 드물게 쓰인다. 영어, 독일어 등에서 온 외래어에서만 보인다고 해도 무방하다. 로망스어군으로 속하는 언어에서 e, i, y(프랑스어) 앞에서 /k/ 발음을 표기할 경우 차라리 qu(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나 ch(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를 쓰지 k를 쓰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런 관행은 대항해 시대 때 스페인, 포르투갈이 유럽 밖에서 쓰이는 언어(나와틀어 등)에서 비롯한 외래어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도 적용됐다.
한편 독일어 등 게르만어군으로 속하는 언어들이나 폴란드어 등 슬라브어파로 속하는 언어들[3]은 대부분 K로 쓰는 걸 선호한다.
사실 이건 언어의 발달사에 영향이 있다. 원래 고전 라틴어에서 C는 무조건 ㅋ 발음만을 나타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개음화 현상으로 ce와 ci의 발음이 변한 것. 이는 C가 유성음화한 G도 마찬가지여서 ge와 gi 또한 구개음화 영향으로 발음이 변했다. 하지만 독일어에서는 로마자 C 대신 쓰는 K와 달리 유성음 같은 경우는 그냥 로마자 G를 사용한다. (대신 구개음화는 무시하고 무조건 ㄱ로 발음)
그리고 로망스어군은 라틴어에서 분화한 언어들이다 보니 라틴어 시절부터 있었던 관습적인 철자법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게르만어파 언어들은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것도 아니었다. 문자만 기존의 룬 문자를 버리고 새로 로마자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슬라브어파, 헝가리어, 알바니아어, 발트어파 같은 경우는 C를 보통 /ts/ 발음[4]을 나타내는 데 쓴다. 따라서 라틴어 철자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이들 언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라틴어로부터 많은 어휘를 차용하기 시작했고 이런 경우로 한해서는 라틴어 철자 영향을 받은 편이긴 한데, 훗날 철자 개정을 거치면서 원래 라틴어 철자를 버리고 고유어와 비슷한 철자로 바꾼 경우도 많다.[5]
다만 영어는 게르만어군이긴 해도 다소 예외적이다. 중세에 잉글랜드를 정복한 노르만인[6]들은 ㅋ~ㄲ 발음을 적을 때 전설모음 앞에서 구개음화되지 않는 북게르만계 단어의 /k/ 표기에는 K를 쓰고 그 외에는 라틴어처럼 C를 쓰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며 이 경향은 중세~현대 영어 철자에 영향을 끼쳤다. 다른 유럽 언어들은 대부분 ㅋ~ㄲ 발음을 표기할 때 C와 K 중 한쪽에 편중되고 다른 한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 반해, 영어는 이런 역사적 이유로 비교적 C와 K 모두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7] 그래서 e, i, y 앞에는 K를 쓰고 그 외에는 C를 쓴다는 경향 때문에 영어에서 과거에는 Corea로 적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경향이 그렇다는 것이고 절대적인 건 아니며, 나중에는 독일어 등의 영향을 받거나 China와 헷갈릴 염려가 있어 Korea로 바뀌었다.
이후 미국 국무성과 영국의 관련 학회(왕립 지리학회) 등지에서 Korea로 통일하기로 합의하였고 이것이 정착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영향 때문에 바뀌었다느니 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셈. 그냥 언어마다 ㅋ 또는 ㄲ 발음에 해당하는 소리를 표기하는 규칙이 달라 C를 쓰는 경우도 있고 K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영어는 예전에 C를 썼다가 나중에 합의하여 K로 바꾼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탓에 Corea라는 표기는 지금도 버젓이 살아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8], 포르투갈 등 라틴계 국가에서는 아직까지도 C로 시작하기 때문에 일제가 C를 K로 바꿨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6차 교육 과정 국사 교과서에서 보이는 해외 만평에서도 KOREA와 COREA를 혼용한다.
오히려 과거 조선 측에서 스스로 코리아를 사용한 사례를 보면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대조선'이라는 국호로 출전한 적이 있는데 Korea와 Corea 어느 쪽도 틀린 건 아니지만 Korea를 더 선호한다고 밝혀놓았다. 또한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여권에서도 프랑스어 표기는 Corée지만 영어 표시는 Korea다.
사실 조선 왕조는 C건 K건 상관없이 '코리아'라는 영문 국호에 부정적이었다. 조선 왕조에게 Korea란 바로 이성계가 무너뜨린 고려 왕조였기 때문. 조선이나 대한이라는 공식 국호를 놔두고 이미 500년이 지난, 그것도 조선 왕실이 통치 명분을 확보하고자 철저하게 짓밟고 부정했던 전 왕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그래서 대한제국은 공식 영문 호칭을 'Empire of Dai Han'으로 정하고 이를 사용해 줄 것을 외국 공사관으로 요청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에는 '코리아' 국호 사용을 묵인하기는 했으나 대내적으로는 끝까지 'Dai Han'이라는 호칭을 고수하였다.
결론적으로 Korea는 영어와 게르만어군에서 쓰는 철자고 영어에서 Corea가 없어진 건 오직 영어에서만 해당하는 문제일 뿐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로마자=영어라고 생각하니 Corea 표기는 없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 계열 언어에서는 지금도 Corea가 버젓이 통용되며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2.1.1. 언어별 표기 목록
결국 주요한 서양 언어별로 '코리아'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참고를 위해 라틴 문자를 쓰는 언어뿐만 아니라 키릴 문자를 쓰는 언어도 포함했다.2.2. 일본이 실제로 사용한 표기법
당시 경술국치로 인해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뒤, 일본이 한반도를 지칭하던 명칭은 코리아가 아니라 조선(朝鮮, Chosen,[9] Tyosen[10])이었다.그리고 일본이 자국명 표기로 바꾸길 원했고 지금도 내심 바라고 있는 영문명은 중국어로 여과된 저팬(Japan), 지팡구[11]가 아닌 자국어 발음 닛폰(Nippon), 니혼(Nihon)이다. 만약 일본이 서방에서 Corea를 Korea로 바꿔놓을 정도의 입김이 있었다면 그 전에 자국 명칭부터 바꿨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경우 알파벳 순서를 따지면 N보다 K가 더 먼저 온다.
사실 자국의 호칭과 달리 외국에서 부르는 사정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일본처럼 어원은 동일하지만 언어마다 발음과 표기가 다른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한국(Korea - 고려에서 유래)처럼 아예 현지어명과 어원이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전자의 경우 스페인(영어명, 현지명: 에스파냐)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후자에 속하는 예로는 중국(영어명: China - 진에서 유래), 그리스(현지명: 엘라다, 고대어 헬라스에서 유래됨), 아르메니아(현지명: 하야스탄), 알바니아(현지어: 슈치퍼리아), 이집트(현지어: 마스르), 인도(힌두어: 바라트), 조지아(현지어: 사카르트벨로), 핀란드(현지어: 수오미, 영어명은 핀족에서 유래됨), 헝가리(현지어: 머저로르사그, 마자르의 나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독일은 우리가 쓰는 한자 표기 '독일(獨逸)'처럼 현지어 Deutschland에서 유래하는 표기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영어 Germany(게르만족에서 유래)나 프랑스어 Allemagne(알레만족에서 유래) 같이 언어에 따라 자국을 가리키는 단어의 어원이 다양한 케이스에 속한다. 스위스의 경우 공용어로 인정된 4개 언어의 자국명 표기는 전부 스위스 탄생을 주도한 슈비츠(Schwyz)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라틴어명은 어원이 다른 Helvetia이다. 인터넷 도메인으로도 사용되는 CH는 바로 라틴어 Confoederatio Helvetica의 약자. 스위스에서는 네 언어 중 대표 표기가 필요할 경우 라틴어로 대신 적는다. 넷 중 하나를 정해 버리면 나머지 세 언어 사용자들이 반발하니까 유럽의 오랜 고전어인 라틴어를 대용하는 것.
Korea 조작설이 음모론이라는 또 다른 정황 근거도 있다. 일본이 정말로 Corea를 Korea로 바꾸려 들었다면 당연히 돈이 엄청나게 들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발간되는 기존의 지도를 바꾸고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를 벌여야 하는 데다 이게 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적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작업을 하면 어딘가에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에나 일제 지배를 받은 한반도에나 이와 관련된 기록은 없다. 이러면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일본이 다 숨겼다고 우길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이 작업을 벌였을 대상인 서방 국가들에게도 이것과 관련된 기록이 전혀 없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국력이 제아무리 강하더라도 전 세계의 모든 기록물들을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숨기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이건 현재 최강국 중 하나인 미국조차도 어렵다. 결국 이것만 봐도 Korea 조작설은 그냥 괴담에 불과하다.
거기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공을 들여서 k로 바꾸는 이유라는 게 고작 'Corea가 Japan보다 앞에 와서'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이가 없다. 만약 진짜 그런 이유로 거금을 들여 노력을 했다면 오히려 일본 내에서도 그걸 비판하는 사람이 나왔을 것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Nihon으로 바꾸면 어차피 도루묵이 될 텐데 말이다.
2.3. 언제부터 이러한 설이 등장했는가?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친 사람으로는 서울대학교 사학과 류홍렬 교수가 있었다. 그는 1948년 8월 1일 평화일보에 "국호 영역(英譯) COREA의 정당성"이란 글을 기고한 바 있으며(#), 1962년 12월 19일 경향신문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12] 내용을 보면 역사학자라서 Corea라는 국호가 쓰인 많은 역사적 사료를 인용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의 정치에 깊이 관여하던 일본인에 의하여 무고(無故)로 선전(宣傳)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그 이유에 대해서는 "K자는 일본을 표기하는 J자의 차석(次席)을 국제회의에서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여 요즘에 언급되는 '올림픽 입장 순서'와 같은 맥락의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류홍렬 교수가 최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조작설의 한 진원지임은 분명하다.이후 1971년 7월 8일자 동아일보 3면에 재미 교포 독자의 의견을 소개하는 짤막한 투고가 게재되기도 했다.# 보면 알겠지만, 기사의 분량 자체도 매우 적어, 해당 언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는 이런 주장을 실은 기사는 발견되지 않는다.
70년대에 나온 다른 기사에는, 반대로 Korea가 올바른 표기인데 Corea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해외 교민도 있었다. 비영어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럽식으로 표기한 것을 영문 철자가 잘못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라고는 하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도 아니고 신문에 기고한 개인적 제안에 불과하고, 이어지는 찬반 논란이라든가 호응이라든가 하는 반향이 없었다는 점으로 보아, 이 주장은 적어도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는 학계나 언론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 민간 어원의 영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제가 이러한 일을 시도했다면, 독립운동가들이나 국문학자,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일반인들 사이에 재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즉 PC 통신이 대중화되고 나서야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작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외면한 이런 주장이 뒤늦게야 재조명된 이유로는 소문이 퍼지기 쉬운 PC 통신과 인터넷의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신문이 주된 정보원이었고, 기사를 싣는 과정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매체의 특성상,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사의 성향을 막론하고 저런 주장이 소개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대중들 사이의 속설이 주류 언론보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은 대한민국에서는 기존의 보수 정부에서 진보 정권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정부와는 성향이 크게 달라졌으며, 미국에는 조지 W. 부시, 일본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총리였던 시기였다. 해당인들의 항목을 읽으면 알겠지만 부시의 패권주의적 외교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사 왜곡을 비롯한 우경화 정책은 주변국에 어그로를 끄는 게 상당했기에 반미/반일 정서가 정점을 찍었을 때였다. 반칙을 저질러 한국이 따야 할 메달을 놓치게 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반칙을 저지른 것뿐일 선수인 아폴로 안톤 오노가 일본계 미국인이었던 것만으로 극단적으로 매도당했던 것이 예시이다. 이후의 올림픽/월드컵 등의 국제 경기에서 오노 이상의 오심과 반칙이 숱하게 등장했음에도 오노처럼 전 국민적인 까임을 당한 예시가 없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당시의 반일/반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반일 감정이 기승을 부리기에는 충분할 텐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이 2002 한일 월드컵으로 인해 국가 감정이 극단적으로 고조된 탓에 이러한 설이 공공연하게 나돌 수 있었던 것이다.
3. 일화
북한에서는 진지하게 이 떡밥을 밀어붙이고 있다. 혹시 남한에서 만들어진 낭설이 북한으로 전해지고 북한 당국자들이 낚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3년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에서 토론 의제로 다뤄진 적이 있는데, 남한에서 차마 딴지는 못 걸겠고 해서 "역사적 정황을 보니까 1900년부터 C보다 K가 많아진 건 알 수 있으니까 일본이 C를 K로 고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문제는 제기할 수 있긴 한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 어쨌건 C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하게 들기는 하는데 지금 바꾸기에는 거시기하니까 남북통일 되면 국명 변경을 검토해 보자" 정도로 엄청 애매하게 결론을 냈다. 즉,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애매한 문제니까 남북통일 후 검토해 보자라는 것.[13]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15년 9월 북한이 관제 사이트 '내나라'에 소개한 박학설의 김일성종합대학 박사 논문을 통해 이 설을 들고 나왔다. 해당 기사. 그 직전인 2015년 8월에 일제 잔재 운운하며 평양시간을 도입하는 등 김정은의 뻘짓이 이어졌기 때문에 영어 국호를 Corea로 바꾸려는 프로파간다의 사전 작업으로 억지 해석을 하면서 7차 당대회나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멋대로 넘겨짚는 보도가 많았지만, 애초에 북한 선전 사이트에서는 남한에서 각종 반일 음모론을 순회하듯이 한 번씩 물고 늘어진다. 당연히 북한의 공식 영어 국호는 변동되지 않았지만 애초에 기존 보도가 뻘짓인 것은 무시하고 북한에서도 무리수로 판단했느니 어쩌니 하는 후속 뻘보도들이 이어졌다.
Corea설이 2002년 월드컵 때 본격적으로 퍼진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의 개최지 표기가 Korea/Japan이 된 이유도 FIFA의 (제1)공용어인 프랑스어로는 Corée가 먼저였다는 명분 덕이었다고 정몽준 당시 FIFA 부회장이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실질적인 이유는 개막식이 한국, 폐막식이 일본에서 열린 데다가 일본이 기념비적인 결승전을 챙겨가는 대가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었지만, 여하간 명분은 섰다.
그리고 이미 CJK는 한중일을 뜻하는 고유 알파벳이 되어 있다. 만일 바뀐다면 케이팝(=K-POP)이 아니라 씨팝(=C-POP. 중국 광동 지역 가요, 유럽은 전통적으로 광둥을 Canton이라 불렀다.)이 되며 국군 소총수들은 K2 소총대신 C-2 자동소총를 들고 다닐 것이며 전차, 자주포 승무원들은 C1A1, C2 전차, C9 자주포를 타고 다니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공군 조종사 후보생들은 CT-100, CT-1으로 훈련받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CF-5, CF-16, F-15C를 타고 다닐 것이다. 앞으로는 CF-21까지 추가된다.
2015년 8월,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 겸 통일 운동가(?) 오인동 씨는 '高麗'는 '고려'가 아닌 '고리'로 읽어야 한다[14]며, 일본이 대한제국을 병탄하면서 중국(C)이 생각나는 C가 아니라 일본(J) 다음의 K로 썼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 통일조국의 이름은 고리.
한겨레는 “고려서 유래한 코레아는 ‘C’로 시작… 일제가 ‘K’로 날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이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애초에 C든 K든 다 예전부터 써왔던 것인 만큼, 일제가 날조했다는 근거 따윈 없다. 그리고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면 김일성종합대학의 박학설 박사가 그렇게 주장했다는 것이며, 한겨레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나온 정치적인 배경을 짚는 데 무게를 두었다. 제목도 자세히 보면 따옴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자의 주장이 아니라 인용한 주장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저런 오해할 만한 낚시성 제목을 단 건 한겨레 잘못이다.
올림픽의 국가 코드는 ISO 3166 alpha-3을 기반으로 하여 남은 KOR, 북은 PRK로 쓰는데,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팀은 KOR을 사용할 경우에 생길 혼동을 피하기 위해 불어 Corée에서 따온 COR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이 하는 대로 따라 쓴다는' 낭설도 퍼져 있다.
김씨네 편의점에서도 이 조작설이 소소하게 언급되었다. 작중에선 김 사장이 이 조작설을 믿고 딸인 재닛이 반박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4. 실제 올림픽 입장 순서는?
- 라틴 문자 기준으로 일본(Japan)이 한국보다 앞서 입장한다. 한국은 Republic of Korea로 상당히 늦게 입장한다. 그런데 북한은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일본보다 먼저 입장한다.
- 가나다순으로 입장한 1988 서울 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한국이 맨 마지막에 입장하였다.
- 오십음도 순서대로 입장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일본이 맨 마지막에 입장하였다. 한국은 한국(かんこく)이 아닌 대한민국(だいかんみんこく)으로 103번째로 입장하였다.
- 한자 획수 순서대로 입장한 2008 베이징 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획수가 적은 대한민국(大韩民国)이 아니라 획수가 많은 한국(韩国)으로 입장하는 바람에 일본(日本)이 한국보다 앞서 입장하였다.
- 키릴 문자 순서대로 입장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Республика Корея로 일본(Япония)보다 앞서 입장하였다.
- 포르투갈어 순서대로 입장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Coreia로 일본(Japão)보다 앞서 입장하였다. 북한은 República Popular Democrática da Coreia로 상당히 늦게 입장하였다.
- 프랑스어 순서대로 입장한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Corèe로 일본(Japon)보다 앞서 입장하였다.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은 상당히 늦게 입장하였다.
5. 관련 문서
[1] 원문은 한문으로 쓰였다.[2] 1998 FIFA 월드컵 프랑스 당시 영어 대신 프랑스어를 썼던 현지 자막에서도 이 표기로 등장했다.[3] 키릴 문자를 쓰는 러시아어, 불가리아어, 우크라이나어 등에서도 라틴 문자와 거의 똑같이 생긴 К를 쓴다.[4] 영어 sports의 ts, 독일어 z, 중국어 한어병음 z, c가 이 발음이다.[5] 물론 ch, sch 등과 같이 다른 자음과 같이 섞어 쓰면서 다른 발음을 나타내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6] 원래는 게르만 계통 민족이지만 당시 영국을 침략한 노르만인들은 스칸디나비아에서 내려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반도 지역에 정착하여 자기들식으로 변형된 프랑스어를 쓰고 있었다.[7] 한편, 영어가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 사용된 고대 영어(앵글로색슨어)의 표기 관행은 이후의 철자법과 차이가 있었는데, C만 쓰고 K는 거의 안 썼다. 거의 C만 사용하던 라틴어식 철자 관행을 켈트족으로부터 수용한 데다, 고대 영어도 전설 모음 앞에서 라틴어처럼 구개음화되므로 구태여 K를 따로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후 노르만의 정복에 따라 어휘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이때 새로운 표기 방식과 함께 K 표기가 도입되었다. 한마디로 영어는 게르만어파에 속함에도 고대 이래 독일어마냥 거의 K만 쓰는 철자법을 가진 적이 없다. 거의 C만 쓰거나(고대) C와 K를 모두 쓰거나(중세 이후)...[8] 스페인에서는 바스크어 지역만 Korea이고 나머지 지역은 Corea로 쓴다. 바스크어는 로망스어군 언어들과 다르게 /k/ 발음을 c가 아닌 k로 표기한다.[9] 영어로 선택하다는 뜻을 지닌 Choose의 과거분사형과는 다르다.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을 더 철저하게 지킬 경우 Chōsen. o 위에 그어진 ¯(macron)은 헵번식 표기에서 일본어의 장음(長音)을 나타내는 부호이다. 여하간 choose의 과거분사형 chosen과 철자가 같아 이를 이용한 말장난이 종종 보인다.[10] 조선총독부의 정확한 영문 표기는 Government-General of Tyosen이다.[11] 日本을 당대 중국어로 '지펀'과 가깝게 읽었던 걸로 보인다. 현대 표준 중국어로는 르번(Rìběn)이라고 한다.[12] 텍스트에는 문자 인식 오류로 인해 Gorea라고 나오는데 원문 이미지를 보면 Corea며 본문을 봐도 그렇다.[13] 역사비평 2003년 여름호에 남한 발표자들의 발표문이 수록되어 있다.[14] 중국의 운서에 따르면 그렇다. 용비어천가에서도 '麗音裏高麗也'라고 나오긴 한다. 다만 이 주장은 언어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는 성질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성종 21년(1491년)에 발간된 삼강행실도 언해본(한글 번역본)에 한글 표기로 '고려'라고 나온다. 해당 링크. 선조 연간에 간행된 <박제상 이야기>에서도 '고려'로 나온다. 이미 15세기부터 '고려'로 정착된 것이니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바꿀 의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