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3 09:20:03

고유명사가 된 보통명사

1. 개요2. 설명3. 사례
3.1. 한국
4. 관련 문서

1. 개요

의미 변화의 하위 개념 중 하나로, 고유명사가 보통명사가 되는 것과는 정반대로 원래 보통명사였으나 한 가지 사례가 대표성을 띠어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것을 말한다. 상표의 보통명사화의 반대인 보통명사의 상표화도 있다.

2. 설명

주로 워낙 유명한 사례가 생겨 그걸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문맥에 추가로 언급하지 않으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걸 의미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다른 사례의 경우는 보통명사만을 써도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추가로 구분짓기 위해 부가 설명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보통명사 느낌이 잘 와닿지 않는 외국어 보통명사가 자국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고유명사화되는 경우도 많다. 동의어 반복의 사례 중 한 종륜데, 아래의 예시에서 '사하라 사막'도 그렇고, 동남아시아의 국명인 동티모르도 '동쪽의 동쪽(티모르)'라는, 보통명사가 합쳐진 기묘한 형태를 자랑한다. 한국사 문헌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패수'도 '패'가 이렇게 된 것이냐는 설이 있다.

인도유럽어족에서는 보통명사에 관사를 붙여 고유명사로 만드는 용법이 많다.

3. 사례

  • DOS(도스) - 영어로 '디스크 운영 체제(Disk Operating System)'라는 뜻의 보통명사지만 Microsoft가 내놓은 MS-DOS가 워낙 대박을 치는 바람에 그냥 '도스'라고 말하면 저것을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the Bank - 영란은행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일 때도 있다.
  • 그린란드 - 영어로 '녹색(green) 땅(land)'이라는 의미지만, 그린란드섬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 금지(Prohibition) - 미국에서 아무 수식어 없이 Prohibition이라고 쓰면 금주법/미국을 가리킨다.
  • 네덜란드 - 본래 영어로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低地帶)'를 뜻하는 보통명사이다. 때문에 네덜란드와 교류를 오래 전부터 해온 서유럽 국가들은 그들의 언어에서 '저지대'를 뜻하는 단어로 이 나라를 부르곤 한다.[1]
  • 걸프 - 큰 [2]을 일컫는 보통명사이지만, 페르시아만 명칭을 두고 인접국 사이에 대립이 일어나고, 언론이 이를 걸프 전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방에서는 페르시아만을 그냥 만(the Gulf)이라고 칭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the Gulf라고 하면 페르시아만을 일컫는 것으로 굳어져 버렸다.
  • 내전(Civil War) -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을,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내전을, 스페인에서는 스페인 내전을 가리키며, 영화계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가리킨다.
  • (moon) - 특이하게도 보통명사가 된 고유명사고유명사가 된 보통명사를 둘 다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정확한 천체관측이 어려웠던 과거 moon이라는 단어는 위성 중 당시 유일하게 관측이 가능했던 지구의 달 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였다. 이후 17세기에 갈릴레이 위성이 발견되면서 이는 타 행성의 위성 역시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가 두 부류의 구분을 위해 상징성이 있는 'the Moon'은 지구의 달 만을 뜻하는 고유명사[3]로, 'moon'은 모든 위성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정의되었다.
  • 블루레이 - 영어로 '푸른 광선'이라는 의미지만, 디지털 데이터의 저장 매체인 Blu-ray Disc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영미권에서는 보통명사를 상표로 등록할 수 없어 'Blue-ray'가 아닌 'Blu-ray'로 등록된 것이다.
  • 사하라 - 아랍어로 '사막'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따라서 아랍어로는 구별을 위해 '거대한 사막' 또는 '대사막'이라고 구별해서 부른다.
  • 소련, 소비에트 - 소비에트는 평의회라는 뜻의 러시아어 보통명사이지만, 소비에트가 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 국가가 건설되면서 사실상 소련의 의결 기관을 의미하게 되었다. 덧붙여서 소련의 정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인데, 지명이니 민족 등 고유명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4] 매우 보기 드문 국호였지만, 이것도 사실상 고유명사가 되었다.
  • 수권법 - 입법부가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률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지만 1933년 나치 독일이 제정한 사례가 워낙 유명해져 해당 사건을 의미하는 고유명사 격이 되었다.
  • 슈투르모빅 - 러시아어로 '공격기'라는 뜻의 보통명사지만, 통상적으로 소련군의 공격기인 IL-2 슈투르모빅을 가리킨다.
  • 슈투카 - 독일어로 '급강하 폭격기'라는 뜻의 보통명사지만, 통상적으로 독일군의 급강하 폭격기인 Ju 87 슈투카를 가리킨다.
  • 스랄 - 원래 노예라는 뜻의 영어 단어지만, 통상적으로 워크래프트의 등장 캐릭터를 가리킨다.
  • 스푸트니크 - 러시아어로 '동반자', '동행인', '위성'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 (God) - 소문자로 쓰면 신들을 총칭하는 보통명사지만, 대문자로 쓰면 기독교의 신을 의미한다.
  • 심계천하 - 사자성어로 '높으신 분들이 세상을 걱정한다'라는 뜻이었으나 삼성 심계천하 시리즈가 나온 이후 고유명사가 되었다.
  • 안슐루스 - 독일어로 '통합'을 뜻하는 보통명사지만 오스트리아 병합이 워낙 유명하여 해당 사례를 주로 가리킨다.
  • 연합왕국, 합중국 - 각각 영국, 미국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 심지어 멕시코 합중국에서도 Estados Unidos이라고 하면 미국을 의미한다.
  • 옥음방송 - '옥음'은 '임금의 목소리'라는 뜻의 단어이므로 해석하자면 '임금이 친히 목소리를 내어 하는 방송'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지만 일본에서는 태평양 전쟁 당시 쇼와 덴노의 항복 연설 사례가 너무 유명하여 보통 '옥음방송'이라고 하면 이걸 일컫는다.
  • 웨이보 - 중국어로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그래서 넷이즈, 텐센트의 웨이보와 구분하기 위해 '시나 웨이보'라고 부른다.
  • 지중해 - 지중해라는 말 자체가 땅 사이에 있는 바다[5]를 뜻하지만, 보통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둘러싸여 있는 곳의 대지중해를 가리킨다.
  • 차이나타운 - 행정 구역 이름이 차이나타운인 곳도 있다.
  • 출사표 - 출정을 앞에 두고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표문을 의미하지만 제갈량의 사례가 워낙 유명하여 해당 표문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갈량의 출사표는 다시 관용어구가 되었다.
  • 코리아타운 - 일부 도시에서 지명으로 사용한다.
  • 톰(tom): 수고양이톰과 제리 또는 Tomcat
  • 트리폴리 - 그리스어로 트리폴리스(Tripolis)라고 하면 단순히 "3개의 도시"라는 뜻의 보통명사다.[6] 하지만 고대 카르타고 시절 건설된 페니키아의 3개의 식민 도시를 일컫는 명칭으로 쓰이면서 고유명사화되었고, 현재는 리비아의 트리폴리를 의미한다.
  • 패왕, 퓌러, 두체 - 모두 일반적인 의미를 가진 보통명사지만 이를 호칭으로 사용한 인물들(항우,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이 끼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아무도 이 호칭을 계승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그 인물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단어들이다. 후에 이를 별명으로 붙이거나 재사용하더라도 보편적인 호칭이 아니라 그 인물을 닮았다는 뜻에서 부여한다는 점도 닮았다.
  • 팬데믹(Pandemic) - 소문자로 쓰면 그냥 '범유행 전염병(pandemic)'을 뜻하는 보통명사지만 대문자로 쓰면 코로나19를 의미한다.
  • 플레이그(Plague) - 소문자로 쓰면 그냥 '역병(plague)'을 뜻하는 보통명사지만, 대문자로 쓰면 중세 흑사병을 의미한다. 심지어 따로 'The'를 붙이지 않고 그냥 적는 식으로 고유명사 취급을 한다. 그만큼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뜻.
  • 피라미드 - 피라미드는 원래 사각뿔 모양의 건축물을 뜻하지만, 보통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가리킨다.
  • 피에타 - 원래 기독교 미술에서 '십자가에서 사망한 예수 그리스도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를 그리거나 조각한 예술품들을 통칭하는 보통 명사이자 일종의 카테고리명이었지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워낙 유명해지는 바람에 현재는 '피에타'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미켈란젤로의 해당 작품을 의미한다.

비슷한 예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상투적으로 나오는 "철학자에 따르면"(secundum philosophum)(영어로 표현하면, according to the Philosopher)이라는 문구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이라는 뜻이다. 동양 고전에서도 '자(子)'라고 하면 원래 존경하는 성인에게 붙이는 수식어로 보통명사지만, 단독으로 쓰는 경우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쓰여서 공자를 일컫는 것과 유사하다.

3.1. 한국

4. 관련 문서



[1] 대표적으로 불어로는 'Pays-Bas(빼이바)'라고 부른다. Pays(나라), Bas(낮은)의 합친 말.[2] 보통 bay보다 큰 만을 gulf라고 한다.[3] 라틴어에서 유래한 Lunar을 사용하기도 한다.[4] 아래 연합왕국, 합중국 등은 원래 고유명사가 붙어 있음에도 생략되는 것이라면, 이쪽은 처음부터 고유명사가 전혀 붙어있지 않았다.[5] 2개 이상의 대륙에 둘러싸이면 대지중해, 단일 대륙 내의 규모가 큰 함수호를 소지중해라고 부른다.[6] 이 정의대로라면, 우창(武昌), 한양(汉阳), 한커우(汉口)로 구성된 3개의 도시였다가 1926년 통합되어 탄생한 도시인 우한을 '트리폴리'라고 가리켜도 논리적으로는 전혀 모순이 없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어 탄생한 통합 창원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7] 국어사전에서 서울을 찾아보면 이 의미가 1번이고 서울특별시의 의미가 2번이다. 2000년대 초반 무렵까지는 서울특별시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의 수도를 의미하는 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보이곤 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서울은 런던이다." 같은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