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떠올릴 벽화지만 이 벽화는 사포가 죽은지 대략 600년 후인 기원후 50년경에 폼페이에서 그려진 벽화다. 즉, 상상화.
1. 개요
δέδυκε μὲν ἀ σελάννα καὶ Πληΐαδες, μέσαι δὲ νύκτες, παρὰ δ' ἔρχετ' ὤρα, ἔγω δὲ μόνα κατεύδω.
달은 사라지고 / 플레이아데스도 떠나, 밤의 한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 그리고 나는 홀로 잠드네.
달은 사라지고 / 플레이아데스도 떠나, 밤의 한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 그리고 나는 홀로 잠드네.
나는 어여쁜 딸을 두었는데, 황금의 꽃들과
견줄 만한 미모를 갖추고 있다. 사랑스러운 클레이스[1]는
뤼디아를 전부 내게 준다 한들 그녀를 보내지 않으리.
사포 132LP[2] (《고대 그리스 서정시》, 김남우 번역, 민음사, 2018, pp.49-50)
견줄 만한 미모를 갖추고 있다. 사랑스러운 클레이스[1]는
뤼디아를 전부 내게 준다 한들 그녀를 보내지 않으리.
사포 132LP[2] (《고대 그리스 서정시》, 김남우 번역, 민음사, 2018, pp.49-50)
(아이올리아 방언)[3] Ψάπφω
[
Psapphō]
(통용 표기) Σαπφώ
[
Sapphō]
기원전 630년경 ~ 기원전 570년경
고대 그리스 레스보스섬 출신으로, 서양사 최초의 여류 시인이다.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으며 그나마 레프카다의 바위에서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는 이야기만 잘 알려져 있다. 페온이라는 어부에게 반했다가 상사병으로 자살했다고도 하고 늙어가는 자신을 슬퍼해서 자살했다고도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2. 생애
현재까지 그 이름이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여성 시인이다. 고대 그리스 시인 전체를 통틀어도 상당히 초기의 인물인데, 최초의 철학자인 탈레스 및 정치가 솔론와 동연배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은 데다가 그나마도 대부분 사실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동성애자였다는 설도 있고, 그 때문에 그녀가 태어난 레스보스섬에서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성애자라고도 하지만 여자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이란 설도 있고, 아예 동성애는 관련 없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그녀에 대한 설들이 죄다 하나같이 문제가 있다.우선 결혼했다는 남자는 안드로스섬[4]의 케르킬라스(Kerkylas)라는데 이건 그리스어로 남자섬의 고추남[5]이란 뜻이다. 이름부터가 이상한데 그의 실존 여부가 의심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딸의 이름은 클레이스(Kleis)로 정상적이다.
선생이란 설도 문제가 되는 게 고대 그리스에서 여자들을 가르치는 학교란 게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고, 또 대체 사포의 시에서 교육적인 부분이 어디 있느냐는 것도 문제가 된다. 사포의 시들은 주로 다른 여자에 대한 갈망을 얘기하는데,[6] 이를 두고 여자들로 하여금 결혼 준비를 하는(예쁘게 보이고 유혹적으로 보이게) 것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여자는 창녀가 아닌 한 굳이 남자에게 유혹적으로 보이려는 성향은 없었다. 그리고 이 설은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기의 영국에서 대두된 설이라 빅토리아 시대 남자들의 환상에 바탕된 설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녀의 삶과 더불어 그녀가 남긴 시도 대부분 소실됐다.[7] 여기에 대해 중세 교회에서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단 설도 있지만, 최초 언급이 16세기에나 나타난 낭설로,[8] 그 범인도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329-390)라는 둥,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1015-1085)라는 둥 서로 맞지 않고 다른 버전의 이야기만 돌아다닌다. 실제론 의도적인 훼손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수요가 없어서 잊혀진 것이다.[9]
그나마 남아 있는 시 상당수도 다른 문헌에 부분적으로 실려 있는 것들이다. 많은 시를 썼지만 온전하게 남은 것은 아프로디테 찬가 1편과 짧은 시 두세 편뿐이다. 기타 다른 문헌에서 부분적으로 인용된 파편이 약 700편 정도 있다. 하지만 간신히 남아 있는 적은 수의 시만 가지고도 그녀의 재능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데, 플라톤이 그녀를 '열 번째 뮤즈'라고 했을 정도로 뛰어난 시인이었다.
한편 사포의 시는 고전 그리스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고전 그리스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번역을 통해 그녀의 시를 접하게 되는데, 문제는 학자들마다 번역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
'달콤씁쓸하다'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다. 당연히 맛이 아니라 감정으로서의 의미.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그녀의 시 파편 중 하나에 'γλυκύ(gluku; 달콤하다)'와 'πικρον(pikron; 씁쓸하다)'을 합친 'γλυκύπικρον(glukupikron)'이란 단어가 나타난다.
3. 대중매체
[1] (번역자 주석) 사포는 모친의 이름을 따서 딸에게도 같은 이름을 붙였다.[2] 'LP'는 E. Lobel & D. Page, Poetarum Lesbiorum Fragmenta. Oxford. 1955의 약어이다.[3] 레스보스섬에서 사용하던 방언이다. 즉 시인 본인의 모어.[4] 남에게주의 섬[5] 안드로스(ἀνδρός)는 '남성'을 뜻하는 ἀνήρ의 소유격이며, 케르코스(κέρκος)는 음경이라는 뜻이 있다. 링크[6] 여자에 대한 갈망만 있는 것은 아니고 남자에 대한 갈망도 있다. 그래서 그녀가 동성애자였다는 설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7]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그녀의 문장이 만 줄 이상 보관되어 있었다.[8] 참고. Reynolds, Margaret, ed. (2001). The Sappho Companion. London: Vintage. p.81[9] 참고. Reynolds, Margaret, ed. (2001). The Sappho Companion. London: Vintage.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