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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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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예언이나 나비 효과 등으로 인한 역사 개변3. 농업 부문4. 국가 및 정치 부문5. 과학 및 의학 부문6. 일반 경제 부문7. 문화 및 사상 부문8. 무명파의 교리
8.1. 기본 교리8.2. 특징적인 세부 교리8.3. 대략적인 분석

1. 개요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의 개변된 역사를 정리한 문서.

2. 예언이나 나비 효과 등으로 인한 역사 개변

  • 1592년 런던 페스트에 대한 예언과 방역 대책 수립
    네모가 롤리 경이 런던에 도착할 무렵에는 런던에 페스트가 돌 거라 예언하고, 방역복과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제공했다. 원래 샤인머스캣의 꽃이 피면 씨앗이 생기지 않기 위해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지베렐린을 도포하니 이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네모에 따르면 보통은 스트렙토마이신을 함유한 농약인 부라마이신을 쓸 텐데 직판장 정 씨 아저씨가 지베렐린에 섞어 쓰라며 의료용 황산스트렙토마이신을 줬다. 네모도 왜 정 씨가 굳이 의료용을 줬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합법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당연히 팬덤에서는 선배 천사 드립이 흥했다. 그리하여 네모는 전이 이후부터 매일 리필되는 의료용 스트렙토마이신을 따로 모아 왔다.

    한편 런던에서는 일부 귀족들이 페스트를 완치해 내는 롤리 경 일행에게는 원주민 황제가 준 만병통치약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당연히 자기들 거라는 정체불명의 근자감을 토대로 약을 내놓으라고 하다가 퇴짜를 맞는다. 이 귀족들은 건달들을 부려 치료소를 파괴하고 엘리노어를 비롯한 멤버들을 죽여버릴 생각을 하나, 정작 자신들에게 의사를 경유하여 페스트균이 옮은 것을 모른다. 동시에 엘리노어를 비롯한 멤버들은 빈민들을 구제한 선이, 역으로 빈민들이 그녀들을 지켜준다는 선으로 돌아오며 무사할 수 있었으며, 건달들이 무너트린 치료소도 빈민들의 자그마한 도움의 손길이 쌓이고 쌓이며 원래대로 돌아오고, 페스트균이 옮게 된 귀족들은 전부 줄줄이 줄초상을 겪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네모는 이 무렵 농장에서 포도를 바라보다가 런던에 빈민들을 구제하러 간 엘리노어 일행을 두고 "선이 선으로 되갚아질 테니 무사할 거다."라고 발언했는데,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게 포인트.

    이 죽은 귀족들은 주님의 약을 탐내다 천벌 받아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 명예가 실추된 반면, 엘리자베스 1세는 근위병들을 통해 롤리 경 일행의 방역을 도왔기에 성녀 전설에 얹힐 수 있었다. 정말 엘리자베스 1세가 시기를 잘 탄 셈.
  • 1607~08년 대한파 예언
    해당 시기에 대한파가 들이닥쳐 잉글랜드에 기근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던 네모의 지시로 잉글랜드를 지원할 식량을 비축하고 있던 중, 엘리자베스 1세가 개입하여 잉글랜드 곳곳에서 대규모 식량 반출과 성군 퍼포먼스를 선보여 반란귀족군 + 반란군을 지원하는 스페인군을 엿먹이고 버지니아를 향한 대규모 이주가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엘리자베스 1세의 행보와 비교되어 폭군 취급을 당한 제임스 6세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불쌍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사실 제임스 6세도 나름대로는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국가 전체와 미래와 자신의 파벌을 고려해야 해서 자원에 한계가 있었던 것인데 엘리자베스 1세는 뒷일 신경 쓰지 않고 신대륙에서 가져온 물자를 마구 뿌려대니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 현대 의학 지식의 전파에 의한 나비 효과
    원 역사의 17세기에는 소독의 중요성조차 모르던 시대였기에 별의별 해괴한 치료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골로 보냈지만, 여기서는 소독과 식이요법 등 네모가 가르친 극히 일부분의 현대 의학 지식이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원래라면 진작에 죽었을 인물들이 살아남아 역사가 뒤틀리게 되었다. 마티아스 황제도 원래라면 1619년에 사망해 페르디난트 2세에게 황제 직위가 넘어갔지만, 여기서는 대륙 언약에서 퍼져나간 의학 지식을 익힌 의사의 조력으로 수명이 연장되어 1625년에 페르디난트 2세에게 강제로 양위할 때까지 30년 전쟁의 개전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 베드로 윤선도카쿠레키리시탄 규합으로 인한 동아시아 종교사 격변
    윤선도가 사기당해 무명교에 입교하긴 헀으나, 이후 일본에서 박해를 받고 은거하던 카쿠레키리시탄들을 규합해 무명교회의 품에 흡수, 대륙 언약의 중재를 힘입어 일본 막부와 명단 거래를 성사시킨 결과[1] 동아시아권 종교사를 완전히 무명교 중심으로 뒤바꾸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막부에서는 국가 불안 세력이던 기독교인들을 명부를 통해 감시하면서 세금 체계로 계수할 수 있고, 카쿠레키리시탄 측에서는 무명교 신도로 편입되기만 하면 감시를 받는 대신 종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어 윈윈 전략이 되었다.

3. 농업 부문

  • 샤인머스캣 및 개량 작물 도입
    샤인머스캣, 청수, 블랙사파이어 등의 현대 포도 품종들 외에도 감자, 옥수수, 각종 잡곡 등 다양한 현대 개량 작물들을 재배하게 된다. 잡곡들은 재배에 성공했는데 정작 쌀 자체는 발아에 실패하면서 네모는 아시아에 도달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강제로 잡곡 저속노화밥을 먹게 되었다.
  • 도정 기술의 이른 발달
    조선에서 은의 수요를 늘려야 해서, 네모가 조언한 대로 대륙 언약 측에서 도정소를 전국 각지에 세워주는 것으로 수요를 크게 늘렸다. 이후 도정소는 일본에도 퍼지게 된다. 그때까지 먹은 거친 현미와 달리 현대 기준으로 제대로 된 도정을 거친 흰 쌀밥에 조선과 일본이 푹 빠지게 된다. 돈을 돌게 해서 유럽에서 빼낸 은을 세탁하는 것이 목적이라 이윤이 안 나도 상관없기에 도정소 건설비 및 사용료는 조선과 일본에서도 왜 이렇게 싼 건지 의아해할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4. 국가 및 정치 부문

  • 로어노크 식민지의 존속
    작중에서는 로어노크 식민지가 두 그룹으로 갈라져 작은 그룹은 크로아토안 섬으로 가고 큰 그룹은 체서피크 족에게 의탁했다는 거일스 밀턴의 가설을 채택했다. 크로아토안 섬으로 향한 그룹이 먼저 네모를 만나 구조받았고 이후 체서피크 만으로 향한 그룹도 복귀한다. 이후 네모가 가족창고화된 창고에서 공작기계, 양수기 등을 꺼내서 엄청나게 빠르게 간척지를 만들고 건물을 세우는 등 스페인 식민지와의 개발 속도 차이가 넘사벽 수준으로 나게 된다. 아예 스페인 쪽에서 "저쪽에서 설마 이런 게 있을 리도 없는데 당연히 우리와 비슷할 겁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양수기, 공작기계, 포크레인 등등이 튀어나와 발전 속도가 차이 나는 게 개그 포인트일 정도.[2]

    잉글랜드 입장에서도 진귀한 사치재와 치료제 등의 희귀 자원이 공급되고 대형 범선을 제작할 수 있는 삼림자원이 지천에 널린 곳이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잉글랜드 재정이 식민지와의 교역으로 상당한 이득을 거두고 있다고 언급되었다. 게다가 네모가 대장장이를 대거 요청한 탓에 '이곳에 철광산이 있을 거다.'라고 생각한 잉글랜드가 대장장이뿐 아니라 광산 기술자까지 보내는데, 네모는 어디까지나 리필되는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가공을 위해 부른 것뿐이었지만 마침 근처에 노천광산이 있는 것은 또 사실인지라 로어노크 섬에 제철소를 차리게 한다.[3]

    하지만 로어노크 식민지가 발전하면서 이를 따라잡기 위한 스페인의 노예 착취가 더욱 가혹해지는 반작용이 발생했고, 스페인의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확장 속도에 의해 로어노크 식민지의 안전이 점점 위협받게 되었다.
  • 세금 없는 정부의 탄생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는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선물은 힘 있는 자가 주는 호의'이며, '선물을 받으면 그에 합당한 선물로 갚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선물을 받고 꿀꺽하면 호의를 갚지 않으니 적이 되고, 선물을 받지 않으면 호의를 거부한 것이니 적이 되는 애매한 개념. 이것이 세금 개념과 정면충돌하였고, 네모가 '우리 정부에는 세금은 없다'라며 세금 대신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를 설정한다. 그 결과, 버지니아 정부(네모 정부)의 사람이 된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은 '정부가 준 선물(서비스)'에 완전히 네모의 사람이 된다. 영어로는 정부의 복지나 일반 행정뿐만 아니라 군사력 투사까지 광의의 행정력을 'Service'라고 하는 만큼, 작가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네모는 자그마치 몇 년 동안 주변 원주민들에게 감자와 포도를 무상으로 풀었고, 그 탓에 각 원주민 부족마다 네모를 대추장으로 받들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본래 인디언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당시의 문명 수준과 생산력 때문에 다들 가난하면서 시간만은 남아돌았으니 예쁜 깃털로 만든 장식품 같은, 노동력만 많이 쓴 쓸모없는 장신구 정도가 일반적이었는데 정말로 가치가 있는 식량과 도구를 마구 퍼부어주니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인디언 추장과 그 아들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대화하는 장면에 따르면 부족민들이 사냥을 하는 게 아니라 보석이나 금을 찾아 헤메고 모피를 반질반질 윤기 나도록 다듬는 데 더욱 시간을 쓰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대추장에게 감자를 선물 받지 않았으면 지금쯤 추장은 굶어 죽고 아들은 다른 부족을 공격하거나 공격받거나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세금과는 별개로 유럽과의 교역을 위해서라도 화폐가 필요했기에 네모의 집에 있던 오셀로 칩들을 개항장에 한해서 화폐로 유통하게 되었는데, 17세기 초의 기술력으로는 복제 불가능한 플라스틱 재질과 정교하게 가공되어 내장된 자철석 덕분에 1칩당 100리브르(Livre)[4]로 계산되어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군다나 오셀로 칩 역시 소모품으로 간주되어 매일 리필되는 까닭에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화폐 주조권을 자연스럽게 독점한 상황이다.
  • 기사(技士)를 대체하는 기사(騎士) 자격증 제도의 설립
    네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일거리에 진절머리가 나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농기구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농업장비기사(Agricultural Equipment Operator) 제도를 설립하려고 하나, 이 당시 영어에서 Operator는 외과 의사라는 의미밖에 없던지라 고심하던 네모가 '농업장비기사(Knight of Agricultural Equipment)' 제도로 바꿔 설립했다. 이후 '이 기사 제도는 세습되는 게 아니라, 자격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라고 설명했으나, "천상에서 자격 있는 자를 선정한다"라는 의미, 혹은 평민에게 세습 없는 귀족 작위 수여로 받아들여진 모양인지 묘하게 사람들이 흥분돼서 들었다는 듯. 이후 묘사를 보면 안전수칙을 마치 경전 외듯이 중얼거리며 트랙터를 정비하는 모습이 나온다.
  • 잉글랜드의 노예제 조기 폐지
    드레이크가 네모와의 계약으로 노예를 해방하면 알루미늄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의 모든 권역에서 노예를 해방하고 노예제 폐지를 선언한다. 물론 순수한 의도는 아니고 안 그래도 스페인에 비해 노예 무역이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았기에 당장 노예제를 폐지해도 별 손해가 없었던 데다, 알루미늄 외에도 적극적으로 노예 무역을 하고 있는 스페인을 악의 축으로 몰아 약탈하기 위한 명분을 만든다는 목적도 있었다.
  • 라이베리아의 형성
    스페인으로부터 해방된 흑인들 중 아프리카로의 귀환을 희망한 이들을 네모 측에서 데려다 세워줌으로써 200년도 더 넘게 빨리 형성되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모인 이들이라 서로 언어가 다 다른 탓에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으며, 버지니아 측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카르 남동쪽에 있다는 언급으로 보아 실제 라이베리아와 거의 같은 위치에 있는 듯하다.
  • 인조반정 → 계해정난(癸亥靖難)
    조선에 찾아갈 쯤이 딱 인조반정 직전이었던 탓에 네모는 오이토탄에게 미리 인조반정에 대한 사실을 귀띔해주면서 유리해보이는 쪽에 붙으라고 하고 먼저 조선으로 보냈는데, 오이토탄은 양측 중에 언약에 더 크게 이득을 줄, 그리고 배신하지 못할 자들을 가늠해보고는 광해군 이혼을 돕는 게 더 크게 벌 수 있다고 판단이 서자마자 네모에게 보고도 안 하고 멋대로 연속 통수 때리기 작전을 시행해 반정군의 뒤통수를 벌집으로 만들어 인조반정을 으깨버렸고, 반정 연루자는 죄다 죽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명칭은 계해정난(癸亥靖難)이 되었다.
  • 정묘호란 승리
    인조반정과 뒤이은 이괄의 난으로 조선이 약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플린트락 소총 도입과 대륙 언약의 지원으로 넘쳐나게 된 벽돌과 시멘트로 보강된 요새 덕분에 조선군의 방어력이 강해졌기에 정묘호란은 조선의 승리로 끝난다. 후금군은 공물과 인질을 받고 형제국 관계까지 맺고 떠났던 원 역사와 달리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전력만 날리고 퇴각했다.
  • 결사단의 조직
    네모가 30년 전쟁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조직한 비밀결사. 기존 플로리다의 지하조직만으로는 전 유럽의 동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이단자 취급받기 딱 좋은 무명교회의 종교적 성향을 제거하고, '인류를 위하여'라는 모토를 정해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전 세계적인 비밀결사단체로 개편했다. 추가로 '비밀결사는 멋있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암살단템플 기사단의 설정 중 맛있는 부분만 뽑아 이리저리 섞어놓았다. 결사단의 일원이 되면 단검과 반지를 지급하는데, 단검은 암살단의 암살검에서 따왔고 반지는 템플 기사단의 증표이다. 가입 전 주고받는 세 맹세는 템플 기사단의 것을 베꼈고, '우리는 흑암 속에서 서성이며 빛을 좇는다. 우리는 결사단이다.'는 신조는 대놓고 암살단의 것이다. 겉보기는 유치해보여도 효과는 상당히 좋아 신규 단원들의 가입이 폭증해 1만여 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돈 많고 힘없어 증오의 대상이 되기 쉬운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 대상으로 보고 결사단에 끌어들여 조직이 더 커졌으며, 하필 유대인들을 만나던 중 네모의 불사성이 들키는 바람에 유대 공동체는 네모를 메시아 혹은 멜기세덱의 재현쯤으로 여기게 된다. 본디 유대교예수를 메시아로 여기지 않으며[5], 일반적으로 천사보다 더 뛰어난 초월적인 존재가 인간의 모습을 빌려 내려와 각종 기적을 선보이며 '시온의 딸들'을 인도해 초강대국 이스라엘을 직접 재건하고 운영하기를 기다리는데, 그들이 기다리는 메시아의 조건들 대부분을 네모가 충족하고 있다. 설령 메시아가 아니라 해도, 유대인들의 민간 전승 속 멜기세덱 중 천사로 비유되는 버전이 있어 네모가 취하고 있는 스탠스와 딱 맞아떨어진다.[6]

    이후 박해를 피해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대륙 언약으로 이주하였고 유대인 단원들 상당수도 여기에 합류하면서 단원의 규모가 3천여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조직 개편을 통해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정보관과 암살과 사보타주를 전담하는 공작관으로 이원화되었다. 이 중 공작관은 네모의 개입으로 공작관으로 입단 시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5. 과학 및 의학 부문

  • 미터법의 도입
    야드파운드법은 지금도 엉망진창이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 체계화된 현대와 달리 17세기에는 통일된 도량형이 없어 같은 단위계라도 지역마다 수치가 다르다던가 명칭도 제각각이던 혼파망 상태였다. 이것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던 네모가 집에 있던 저울과 물통 등을 이용해서 미터법을 도입했다. 익숙한 야드파운드법을 버리는데 망설이던 이들도 미터법이 천국의 단위계라는 말을 듣고서 바로 미터법으로 전향. 네모가 작중 거의 유일하게 강제적인 공권력으로 정책을 추진한 사례인데, 언약이 이민자 유입이 활발하다 보니 도입 이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야드파운드를 쓰는 사람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럴 때마다 네모가 중간중간에 개입하여 반강제로 뜯어고친다.
  • 알루미늄의 유행
    알루미늄 포일 등 네모의 집에서 매일 리필되는 알루미늄제 소모품을 조금씩 모아 장신구 등을 만들었고, 이것이 잉글랜드로 수출되면서 잉글랜드 내에서는 알루미늄 장신구를 달고 알루미늄 식기를 쓰는 것이 부의 척도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철보다 가볍고 튼튼한 데다 녹이 슬지 않기에 일부에서는 아틀란티스 전설에서 나오는 오리할콘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 상황. 실제로 빙정석을 이용한 알루미늄 정련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알루미늄은 금보다 더 귀한 금속이었다. 나폴레옹 3세도 손님에게는 금/은식기를 제공하고 본인은 알루미늄 식기를 사용했을 정도. 그만큼 희귀한 금속이었기에 현대에 들어서 오리할콘의 정체가 알루미늄일 것이라는 가설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렇게 잉글랜드로 수출된 알루미늄은 프랑스나 스페인으로도 일부 팔려나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프랑수아 일행이 아메리카 원주민인 우사메퀸의 왕관과 왕홀이 알루미늄제임을 알아보며 감탄하고, 앙리 4세는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궁전의 동상들에 알루미늄 도금을 명하였으며, 스페인의 첩자로 침투했던 파울로가 알루미늄 주괴를 받자 즉시 전향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세균 개념의 조기 등장
    네모가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포도가 상하지 않는 원인을 설명하면서 균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된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사망 원인이라 알려진 도시전설 프랜시스 베이컨의 냉동 닭에서 사실인 내용만 보면 '눈은 물건을 썩히지 않고 오래 보관하게 해 준다'는 가설에서 시작된 거라 어떻게 보자면 해당 도시전설의 싹이 사라진 셈이기도 하다.
  • 소수 개념의 조기 도입과 과학적 방법론의 탄생
    정확하게는 비슷한 무렵에 네덜란드의 수학자 시몬 스테빈이 기초적인 소수 표기를 고안해내기는 했으나, 역사에 남을 만한 제대로 된 정리는 대륙 언약 측의 것이다. 대량의 이민자가 몰려오면서 그 관리를 위해 네모가 집에 짱박아 두었던 노트북과 태블릿을 모조리 꺼내와 엑셀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최초. 거주민이 늘어나면서 일거리가 폭증해 피곤한 상황에서 네모가 과거인에게 '이것이 통치라는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살짝 화가 난 것이 컸다. 꺼내든 노트북과 태블릿의 개수가 12개인 데다가 서양권에서 태블릿이라는 단어는 전자기기 아니면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기에 일종의 복선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를 위해 자신과 주로 함께 일하던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 컴퓨터, 태블릿이 뭔지부터 시작해서 엑셀 함수까지 가르쳤고, 카메라를 들고 와 모두의 사진을 찍어 정리하면서 사진에 대한 개념도 대강 이해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토마스 해리엇이 엑셀을 통해 알 수 있는 강력한 계산능력과 함수, 소수의 유용성, 그리고 네모가 '컴퓨터도 숫자로 이루어졌다'라고 한 말을 토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 이르렀고, 이 깨달음을 들은 프랜시스 베이컨과 함께 '세상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수학으로 표기할 수 있다'라는 발상에 이르게 된다.
  • 클리퍼의 조기 등장
    네모가 롤리 경에게 Anno Domini 1800에서 스케치(스크린샷)를 전해줬다. 철근 골조를 만들 수 없어서 그 부분은 무한리필되는 PC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후 PC판과 우레탄폼으로 만들어진 대포 8문 규격의 클리퍼가 탄생한다.[7] 초도함의 이름은 엔터프라이즈. 2호함의 이름은 보이저.
  • 증기기관의 등장
    스페인 식민지의 영향으로 굴러간 스노우볼에 의해, 인근의 원주민 부족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네모에게 위탁하는 바람에, 네모파가 관리하는 농지만으로는 그 모두에 식량을 분배하는 게 어려워지자 네모가 오래된 학습만화를 전부 뒤적이면서 증기기관의 구조를 파악, 그라인더를 이용한 간이 선반 등의 현대식 도구의 사용을 통해 증기기관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여, 증기기관 트랙터를 만들어낸다.

    증기기관 트랙터를 다루는 기사들인 '농업 기사단'에서 공동체의 경작지를 관리해주고 그 대가로 수확물의 일부를 가져가는데, 트랙터의 압도적인 효율 탓에 경작지 소유주인 주민들이 일부 농경작업을 제외하면 딱히 할게 없는데다 기사 및 공동체에 바치고도 남는 몫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낚시나 목공 등 부업에 종사하거나 대성당 건설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생산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후 스페인군과의 전쟁을 앞두고 오이토탄의 아이디어를 채용해 장갑판과 렉산 판넬을 부착해 초기형 전차로 개조되어 스페인군을 갈아버리는데 사용되었다. 1차 전쟁 후 트랙터를 이용한 마상창시합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육중한 기계의 박력과 중세시대 기사의 로망이 결합되어 버지니아와 플로리다 주민들 전부가 기사를 선망하게 되었다.

6. 일반 경제 부문

  • 신용거래 개념 등장
    어느새 네모의 집의 기물 중 하나인 오셀로 칩이 무역용 고액 화폐로 쓰이고 있었다. 작중에서의 설명으로는 "1 리브르 = 20수, '레미제라블'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이 24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1800년대인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200여년은 앞선 현재 기준으로는 칩 하나당 100리브르 환율로 매겨지는 이 오셀로 화폐는 엄청난 고액화폐인 셈. 그 때문에 그 자체로는 일상에서 사용이 불편한 것을 사람들이 '거래소'를 만들어 그곳에 칩을 맡겨두고 물건을 사고 팔 때마다 내역을 기록하여 칩 하나에 해당되는 금액이 누적되면 그때 계산하고 연체되면 약간의 '연체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변제하는 등 '전표 거래'나 또는 그 이후에 생겨난 '신용카드'와 같은 방식의 신용거래를 고안한다. 이를 본 네모는 감탄하면서 소액화폐를 고안하려던 것을 보류한다.
  • 산업 수도회의 등장
    앞서 언급했듯 농업 기사단에서 농사 다 지어주니깐 주민들이 다른 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오히려 너무 먹고 살 만 하다 보니 딱 부업이나 취미 수준으로만 하고 그 이상의 일은 아무리 대우가 좋아도 안 하려 하는, 전형적인 후방굴절 노동공급곡선의 사례가 발생하면서 2차 산업 생산이 늘지 않고 정부 주도 사업도 일손이 없는 역효과가 터지게 된다. 하지만 네모의 존재라는 특수 상황에 더해 아직 신심이 강한 이 시대의 특성으로 인해 분업의 단조로움을 통해 수행을 하려는 산업 수도회가 출연하게 되고, 이들을 통해 2차 산업 생산력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수도생활을 추구하려다 보니 산업 수도회 구성원들이 너무 대우가 좋은 직장은 안 하려 한다는 점. 반대로 고된 직종일수록 수행에 제격이라며 선호하고 그 중에 가장 인기 좋은 직장은 목화 농장... 유럽인들은 목화 농사를 처음 하는 거라 잘 못하다 보니 목화 농사를 지어본 아프리카 출신 해방노예들이 유럽인들을 채찍은 쓰지 않고 감독하며 일을 가르쳐주는 상황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석회석 광산에서 일할 인부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나의 통일된 수도회가 아니라 다양한 수도회들이 있으며 경제 및 시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성 또는 소멸되는 형태고, 전반적으로 유럽 수도회들에 비해 훨씬 규율이 덜 금욕적이고 엄격한 편이다. 아예 후에 조선의 김자점이 사탕수수 수도회의 총무가 될 정도.
  • 캘리포니아 개척과 골드 러시 관련 변경점
    원 역사처럼 골드 러시 열풍으로 대단위 이민이 이뤄졌으나, 아무것도 없어서 처음부터 전부 스스로의 손으로 기반을 만들어야 했다. 금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버지니아로 되돌아 가고 싶어도 계약 때문에 그러지 못하니 마을, 항구까지 직접 지어야 했던 것. 그리고 이렇게 고생한 사람들은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진짜로 금이 넘쳐난다는 소문을 퍼트려 더 많은 이주민이 찾아오고, 그 이주민도 실상을 보고 소문을 재확산시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개척촌을 발견한 스페인이 해적질을 하려다가 역으로 해적질을 당해 배까지 통째로 털려버렸고, 개척민들은 자신들이 캐낸 금을 싸들고 그 배를 타고 동북아시아로 가서 가치 있는 건 죄다 사들이면서 뿌려대다 보니 일본의 경우 캘리포니아에서 상인이 오면 일확천금을 꿈꾸며 팔 수 있는건 뭐든 들고 쫓아다니는 개판이 벌어진다고 한다. 작중 언급을 보면 단 한 번 거래를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금을 대가로 받기도 한 모양.
  • 300년 빠른 폰지사기의 등장
    30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던 네모가 이 전쟁을 어떻게든 일찍 종전시키려고 고민하였고, 그 결과 전쟁에 관여한 왕공귀족들을 일찌감치 파산시켜 강제로 종전시키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작중 시점인 17세기에 폰지사기가 등장하였다. 포섭한 유대인 상인들을 앞세워 그럴듯한 동아시아 무역 사업 아이템을 흥보해 투자금을 유치한 뒤 초반에는 수익금을 배분해주면서 더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았고, 이게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싶은 시점에 전부 다 들고 날랐던 것. 대략 1628년 경에 착수해서 12년 동안 묵혔다가 1640년에 터뜨려버렸다.

    페르디난트 2세 등 투자한 왕공귀족들은 상인들이 유럽에서 살아가는 이상 먹튀하진 않을 거라 낙관했지만, 실행자인 유대인 상인들이 먹튀한 뒤 죄다 대륙 언약으로 도망가면서 파산하는 미래밖에 안 남게 되었다. 작중 언급으로는 10만 군대를 10년 동안 굴리고도 남을 수 억 플로린의 돈이 유럽에서 한꺼번에 증발하여 피해를 본 군주들이 공식 석상에서 울거나 자살 시도를 하는 등 단체로 정줄을 놓는 사태가 터졌다고 한다. 이걸 피해간 건 투자를 거의 안 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와 동아시아에 식민지가 있어 상황파악이 빨라 투자를 많이 안 해 피해가 덜한 스페인 정도. 이 여파로 30년 전쟁이 17년 만에 종전되어 17년 전쟁이라 불리게 되었다.

    유럽에서 털어간 돈은 태평양 한가운데의 무인도에 묻어두고 조선을 통해 조금씩 아시아 무역으로 흘려보내 세탁하고 있는 중인데, 유럽에서는 이 돈의 행방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개중에는 바다 어딘가의 섬에 묻혀있을 거라며 그 섬을 찾아 항해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7. 문화 및 사상 부문

  • 독일 민족주의의 이른 발현
    폰지사기 작전과는 별개로 전쟁이 끝나려면 종전을 원하는 여론이 필요한 것을 아는 네모가 게르숀에게 이에 관한 홍보물을 쓸 것을 요청하였고, 30년 전쟁의 주력군이 용병인 점과[8] 타국의 군주들이 독일 땅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방인은 사라져라, 독일인의 것을 독일인에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반으로 책을 써내었다.

    시대 배경상 마르틴 루터가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지역별로 차이가 많던 독일어가 체계화되어 보급된 직후의 시기였기에 게르숀의 책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일반 시민들은 물론 지식인들도 게르숀의 책에 호응하면서 원래라면 19세기에 등장했을 독일 민족주의가 17세기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네모 본인도 이 사상의 끝이 무엇인지 알기에 위험한 것임을 직감했지만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기에 조심해서 다룰 것을 지시한 상황. 이렇게 독일 민족주의가 퍼진 결과 전쟁이 종결된 후 신성 로마 제국이 해체되고 독일 제국으로 재편되었다. 그렇게 독일 민족주의를 접하고 영향을 받은 사람 중에 오스트리아 출신 히들러(Hiedler)가 틈틈이 언급되고 있다.
  • 대륙 언약식 영어의 발달
    대륙 언약의 공용어로 버지니아식 영어가 퍼져나가면서 영국식 영어와 크게 괴리되기 시작했다. 각지의 원주민들과의 소통이 보다 쉽게 이루어지기 하기 위하여, 영어의 문법에서 굴절이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모조리 소멸해버린 것. 심지어 현대의 영어보다도 소멸된 굴절 범위가 넓어서, 불규칙동사의 변화명사의 복수 불규칙변화 또한 같이 소실되었다. 예를 들어서 작중에 언급된 것만 하더라도 run의 과거형이 ran이 아니라 runned로, fish의 복수형이 fish가 아니라 fishes로 불규칙 변화가 사라졌다.
  • 삼대목의 보존
    유럽에서 폰지사기를 통해 긁어모은 은을 세탁하기 위해 조선에서 골동품 거래를 하는 동안, 어느 가문 창고에 처박혀 있던 삼대목이 골동품이랍시고 팔려나왔다. 정작 그 가문에서는 문법도 안 맞는 가짜 책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삼대목은 한자로 표기된 통일신라시대의 고전 한국어를 담은 책이므로 당연히 한문 문법과 안 맞는 게 맞는 것.

8. 무명파의 교리

8.1. 기본 교리

회의주의를 기반으로 가톨릭과 회중교회적 요소를 섞은 독자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는데, 개인의 양심을 따를 것을 주요 교리로 내세워 종파 내부의 교리 갈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회적 헌신과 지식 추구를 강조하여 내부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느슨하고 무질서해지기 쉽다는 약점은, 네모라는 불변의 구심점이 있기에 보완할 수 있다.

아래의 계명의 근거구절은 토마스 휴엣이 찾아내서 붙인 구절이다.

8.2. 특징적인 세부 교리

  • 림보 존재 인정
    빈센테 곤잘레스가 회개하지 못하고 네모와 싸우다 죽은 100여명의 자기 부하들이 지옥으로 갔냐고 묻자, 아직 자기가 천사라고 인식된다는 것을 모르던 네모는 별 생각 없이 '회개한다면 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좋은 말로 둘러댄다. 이것이 '죽은 후에도 회개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 되어 천사 오피셜로 논란이 많은 림보가 실존한다는 것을 인정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 성서무오설 부정 및 진화론(대진화) 긍정
    월터 롤리가 네모에게 아담과 이브에게는 카인, 아벨, 의 세 아들만 있었는데 인류가 어떻게 번식했냐는 질문을 하자 네모는 "너는 정말로 주님께서 일주일 만에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믿느냐?"라고 말하며 창세기의 창조신화 도입 부분을 전면 부정했다. 첫째 날에 빛과 어둠을 가르고 세상을 만들었지만 해와 달, 별을 만든 것은 넷째 날이라고 창세기 1장에 기록된것을 기반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게 불가능했는데 어떻게 3일을 쟀겠냐?'라는 식. 이렇듯 성경은 거룩하지만 은유가 많으니 구절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덤으로 원숭이의 조상과 사람의 조상이 같다고 말해 진화론을 직접 암시하며 전면 긍정했다. 성서무오설을 전부정하면서 진화론을 전긍정한 결과, 성서를 하나의 시대적 문학 장르로 해석하는 교리를 완성시켰다.[9]
  • 파문 금지, 정교분리
    신의 뜻은 천사일지라도 헤아릴 수 없다는 네모의 말에 따라 누군가를 신의 뜻에 어긋났다고 사적으로 심판하는 일을 금하였다. 동시에 네모가 세운 공동체 역시 신의 뜻에 합치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정교분리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천사(네모)의 계시가 신의 뜻에 선행하지 않는다고 네모가 스스로 선언하면서, 성서무오설을 부정하면서도 성서와 예수의 권위를 필요최소한으로 인정하는, 형식상으로 기독교라고 부를 수는 있는 수준을 확보하게 되었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면 파문을 비롯한 권징과 치리의 영역을 없앤 점이나 내세보다 현세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을 직접 언급한 점 등으로 인해, 근본적인 영역에서는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범주에 아예 안 들어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네모 스스로가 야훼의 종복인 천사를 자처하며 예수를 메시아라고 인정한 점, 기독교의 성경을 성서로 '인정은 하는 차원'인 점 등을 통해 형식상으로 어찌어찌 기독교라고 우겨볼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10]
  • 이교의 관습 존중
    스코틀랜드 출신 선교사 리처드 피터슨이 원주민들의 우상을 때려부수고 예수를 알기 전에 죽은 너희 조상들은 전부 지옥불에서 불타고 있다고 패드립을 쳐서 반감을 산다. 그런데 네모는 주님은 누구 하나 버리지 않으신다고 했고, 인간은 감히 주님이 다른 누군가를 벌할지 말지 알 수 없다고 말했고, 림보의 존재도 한참 전에 인정했다. 리처드 피터슨이 선교사 주제에 무명파 교리를 제대로 공부 안 하고 개종 전에 알던 교리대로 말했거나, 야만인들에게는 이렇게 겁을 줘야 말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교리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그것이 두려워서 믿은 원주민들도 있어서 부족에 분란이 일어나고 사태가 커지자 네모가 직접 리처드 피터슨을 타이른 후 이교의 우상에 절을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신도들이 리처드 피터슨이 너무 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교 우상은 없애는 게 맞지 않냐고 하자 유럽의 기독교도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앙의 대상이 아닌 그저 문화나 예술로 여기며 즐기는 것처럼 수백 년 후에는 저들도 그럴 것이라며 존중을 가르친다. 다만 네모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네모 본인부터 해당 관습을 부정하지 않기에 이후로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무엇보다도 이 논리는 실제 역사에서 남미 가톨릭의 선례로 강력한 물적 증거가 남아 있다. 네모의 논리는 이교의 우상에 직접 절을 했다는 파격적인 행보만 제외하면 남미 가톨릭이 초창기 서민들에게 전파되었던 과정과 거의 동일한 흐름으로 따라가는 것인데, 남미 가톨릭은 실제로 토착 종교를 습합하여 독자적인 교리를 가지게 되면서 일본의 신토와 유사한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11]

8.3. 대략적인 분석

위의 특징들로 인해 네모의 실체가 알려지는 순간 로어노크 식민지 구성원 전원은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즉시 영구파문 혹은 영구출교 처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 그렇게 되면 이단 종교의 구성원으로 블랙리스트에 확정 등재될 것이고, 당시 종교재판 형식으로 대규모 체계화된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찍혀 이단심문관들의 최우선 척살 타깃이 될 것이다.[12]

그렇지 않더라도 교리적 체계상 기존의 기독교와 너무나도 이질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라, 완전히 폭산해버린 네모의 부활 과정이 창세기의 아담 창성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묘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모를 진짜 천사라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를 직접 목격한 스페인 식민지 및 파견 스페인 군인들로부터 소문이 퍼져나가 스페인 전체가 네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지경이 되었지만, 스페인 정부는 '교황 측에서 끼어들까 우려하여' 공식적으로 네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며, 소문을 들은 상당수는 악마의 농간일 거라며 부활의 기적을 신의 은혜와 연관짓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리적인 부분에서 외부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을 가져왔는데, 위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유대인들 사이에서 네모가 '메시아 내지는 멜기세덱' 정도의 존재로 받아들여진 것.


[1] 종교의 자유만 허가해 준다면 무명교 신도로 통합된 카쿠레키리시탄의 명부를 정리해 막부에 제공해 주겠다는 거래.[2] 예를 들어서 풍차를 여럿 세워 간척지의 물을 빼면서 저쪽에서 뭐 알아서 물을 빼는 그런 게 없으면 안 될 거다 > 양수기 등장 / 철은 뭐 알아서 생기고 알아서 굽어지고 알아서 잘리냐 > 주께서 채워주시는(리필되는) 철파이프와 공작기계 등장 / 무슨 알아서 땅을 파주는 괴물이 없으면 안 된다 > 포크레인 등장... 이런 식.[3]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는 광산이 많기로 유명한 주이며, 로어노크 섬에도 노천광산이 있었다.[4]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사용된 프랑스의 화폐단위, 17세기 기준으로 1리브르는 은 8.3그램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5] 하레디 극단주의 파벌 중에는 아예 현대 이스라엘을 '진정한 야훼의 나라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조차 존재한다.[6] 그 중 천사 버전 전승을 활용한 것이 바로 여신전생 시리즈에 나오는 대천사 멜키세덱이다.[7] 처음에는 작가의 실수로 80문으로 나왔다가 8문으로 수정됐다.[8] 당시의 용병들은 고용주에게 보수를 못 받으면 인근의 도시나 마을을 약탈하는 것으로 벌충했고, 보수를 받았어도 더 많은 재물을 원하거나 약탈 자체에 재미들려서 약탈하는 게 일상이었다.[9] 성서비평학 중 신비평 계열로 분류되는 문화사비평(Cultural-historical criticism)의 시각이 네모의 시각과 비슷하다.[10] 아무리 잘 보아줘도 성서무오설을 정면 부정한 데다가 천사에 의한 리더십이라는 근본적인 특징이 너무나도 강력한지라, 아브라함 계통 종교로 친다고 쳐도 완전히 새로운 계통으로 봐야 한다. 종교학 전공자들이 이 소설을 보고 빡치는 가장 큰 이유[11] 이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바로 근육조선에서의 가톨릭 수용 과정 중 헬창화된 유교와 습합하는 묘사이다.[12] 그렇게 될 가능성이 이미 아수에로 하비에르에 의해 제시되어 있고, 이교의 우상에 절하는 행위에 이르러서는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중 시점에서 30년 전쟁이 바로 코 앞이라, 네모 역시 이에 대해 예언하기도 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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