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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권 | 마거리트에 리본 | 32권 | 졸업 전 작은 풍경 | |
33권 | 헬로 굿바이 | 34권 | 리틀 호러즈 | |
35권 | 마이 네스트 | 36권 | 스텝 | |
37권 | 페어웰 부케 (完) | }}}}}}}}}}}} |
부제 | 체리 블로썸 チェリーブロッサム |
발매 | 2005년 6월 20일 2001년 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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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봄.
팔랑팔랑 눈송이처럼 천천히 내리는 벚꽃잎 속.
그곳에 마리아 님이 서 있었다.
어깨에 쌓이는 연분홍 꽃잎을 떨어내지도 않고, 시선을 살짝 들어 고요히 벚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이쪽의 시선을 느끼고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평안하신가요.”
찬찬히 살펴보니, 그곳에 있는 마리아 님은 자기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2학년이 된 후쿠자와 유미, 토도 시마코, 시마즈 요시노 3인방의 이야기와, 로사 기간티아가 된 토도 시마코가 신입생 니죠 노리코를 쁘띠 쇠르(여동생)으로 맞게 되는 에피소드. 팔랑팔랑 눈송이처럼 천천히 내리는 벚꽃잎 속.
그곳에 마리아 님이 서 있었다.
어깨에 쌓이는 연분홍 꽃잎을 떨어내지도 않고, 시선을 살짝 들어 고요히 벚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이쪽의 시선을 느끼고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평안하신가요.”
찬찬히 살펴보니, 그곳에 있는 마리아 님은 자기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기존 산백합회 멤버들과는 사뭇 다른 시니컬한 분위기를 풍기는 니죠 노리코 및 이후 전개에서 주요 인물이 될 마츠다이라 토코도 첫 등장한다. 노리코는 외부 중학교 출신으로, 어쩌다 보니 제1지망이 아니었던 릴리안 여고에 입학하여 당황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토코는 유치원부터 쭉 릴리안 여학원을 다닌 학생이며, 유미의 심기를 거스르는 얄미운 후배로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벚꽃을 매개로 하여, 시마코와 노리코가 쇠르(자매)의 연을 맺게 되는 과정을 두 사람의 관점에서 서술한 전반부와, 이 과정을 배후에서 지켜보고 조정(?) 하는 산백합회 간부들의 모습을 다룬 후반부로 나눠져 있다.
2. 이야기거리
1학년 주요 인물인 니죠 노리코와 마츠다이라 토코의 정반대의 캐릭터 조합의 첫 등장이 흥미를 끄는 부분이며, 토도 시마코에 대한 은근한 독점욕을 드러내는후쿠자와 유미에게는 차후 여동생으로 맞게 되는 마츠다이라 토코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에피소드이자, 토코가 후반 권에서 보여주는 다소 어두운 부분과 달리 등장 초반에는 발랄하고 얄미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이 특이점이라면 특이점. 아마 작가인 콘노 오유키가 캐릭터성을 완전히 완성한 상태가 아닌 시점이었던 듯.[1] 토코가 오가사와라 사치코에게만 친근하게 굴며 유미는 은근히 무시하거나 꼽을 주고, 사치코는 별 생각없이 토코의 응석을 받아주는 것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하는 유미의 모습은, 다음 권의 불길함을 암시한다.
속 깊고 어딘가 비밀스런 구석이 있었던 아가씨 토도 시마코 캐릭터에 대해서도 일부 해설이 된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그녀로서는 유서깊은 절집 주지스님(대처승)의 딸이면서 가톨릭을 믿고 가톨릭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 내적 갈등으로 오랜 기간 자리잡고 있었던 것. 이에 관한 그녀만의 고뇌와 번민이 드러나며, 심지어는 하느님께 대한 죄의식에 가까운 감정까지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자신의 종교와 다른 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매우 많은데, 시마코는 매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더욱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믹스판은 이 에피소드가 마지막인데, 대체적으로 원작을 계승하였다. 한참 전에 8권으로 완결난 것을 실사영화 개봉에 맞춰 신간 재판하면서, 홍보성으로 1권 분량만 추가 연재된 케이스다. 국내 정발판도 그래서 기존 초판권과 달리, 9권만 표지 디자인이 완전히 다르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의 오리진에 해당하는 파일럿판의 내용이기도 하다. 이 에피소드로 좋은 평가를 받고 같은 세계관의 작년으로 돌아가 새 주인공 후쿠자와 유미를 만들어 정식 연재된 것이다. 그래서 마치 시리즈 첫 에피소드인 것처럼 릴리안 여학원 교내 특유의 분위기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니죠 노리코에게는 파일럿판 주인공이라는 묘한 속성이 있어서, 2차 창작에선 원조 주인공임을 주장하며 유미와 라이벌리를 세우기도.
3. 줄거리
3.1. 니죠 노리코의 시점
어느덧 4월이 되고, 릴리안 여학원은 또 신입생들을 맞이했다. 고등부 1학년에 수석으로 입학한 니죠 노리코도, 릴리안 여학원의 수많은 신입생들 중 하나였다.릴리안 여학원은 전통 깊은 명문 여학교라서 많은 여학생들과 딸을 둔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이지만, 노리코는 좀 달랐다. 그녀는 본래 릴리안 여고에 입학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치바현에서 공립 남녀공학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고등학교 또한 마찬가지로 진학할 생각이었고, 성적이 무척 우수했기에 현립고등학교 중 제일 명문인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모할머니 니죠 스미레코(二條菫子) 여사의 권유’와 ‘중학생치고는 다소 독특하고 조숙한 취미’라는 2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노리코는 릴리안 여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스미레코는 릴리안 여학원 졸업생으로, 독신이라 자녀가 없으니 친척 아이라도 자신의 후배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스미레코의 조카들은 다들 남자였기에, 조카의 딸(오빠의 손녀)인 노리코에게 릴리안 여학원 진학을 권했다. 스미레코는 노리코의 릴리안 여고 입학원서까지 직접 접수해 주었으며, 노리코는 별로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고모할머니의 성의를 보아 릴리안 여고 입학시험을 치렀고, 그 결과 수석으로 합격했다.
노리코의 취미는 ‘불상 감상’인데, 불상을 감상하러 여러 사찰들을 순례하느라 용돈의 대부분을 사용한다. 부모님은 여러 고등학교에 지원해보라며 수험료를 넉넉히 주셨지만, 노리코는 1지망 고등학교에만 원서를 내고 나머지 돈은 불상 감상 나들이에 다 써버렸다. 노리코의 성적은 어느 고등학교라도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했고, 담임 선생님도 노리코의 1지망 고등학교 합격을 장담하셨기에, 안심하고 벌인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토의 모 사찰에서 20년 만에 비불[2]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공개일은 하필 1지망 고등학교의 입학시험 전날이었고 다음 공개일은 20년 후였다.
20년 후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던 노리코는 ‘교토에서 치바현까지면 신칸센으로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교토로 떠났으나, 하필 비불을 배견하고 귀가하는 길에 폭설이 내려 철도가 마비되었고, 그래서 결국 고모할머니의 권유로 입시를 치러 합격해둔 릴리안 여고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치바현에서 도쿄의 릴리안 여고까지 매일 등하교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노리코는 도쿄로 상경하여 스미레코 여사의 집에 거처하며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상 감상’이 취미이며, 지금껏 남녀공학 공립학교만 다녔고 사립 여학교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노리코에게, 가톨릭 미션스쿨인 사립 릴리안 여학원에서의 생활은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미사와 종교수업, 교내의 수녀님들,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하는 학생들, 성씨 대신 ‘이름+상(さん)’으로 부르는 릴리안 여학원 특유의 호칭문화[3], 고키겡요라는 고풍스러운 인사말, 앤티크 인형의 드레스처럼 고전적인 디자인의 교복[4], 천사처럼 한없이 착하고 상냥한 학생들 등등…
릴리안 여고 신입생의 대부분은 릴리안 여중 출신이었는데, 그녀들은 살갑고 친근한 태도로 외부 중학교 출신 신입생들에게 접근하여 학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며 도와주곤 했다. 노리코에게도 릴리안 여중 출신인 마츠다이라 토코, 아츠코, 미유키 등이 먼저 친절하게 다가와 주었다. 토코는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선서했던 노리코를 눈여겨보았고, 그때부터 노리코에게 관심이 생겼고 노리코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졌다고 했다. 아츠코는 릴리안 여고의 여러 가지 동아리들에 대해 소개해주며, 노리코에게 “성경공부 동아리에 함께 가입하지 않을래?”라는 권유도 했다. 당황한 노리코는 “미안, 오늘은 좀 바빠서…”라고 임시방편으로 둘러댄 뒤 허겁지겁 책가방을 챙겨들고 1학년 동백꽃반 교실을 빠져나왔다. 노리코는 릴리안 여학원의 문화, 동아리, 행사, 친구 사귀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릴리안 여고생이라면 (어지간히 성적이 나쁘지 않은 한) 쉽게 릴리안 여대로 내부진학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을 ‘입시 실패’로 여기는 노리코는 ‘3년간 공부만 열심히 해서 최고 수준의 대학에 진학해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고등부 뒤뜰로 돌아가서 한참 걷다 보니, 나무들이 우거진 곳이 나왔다. 은행나무들이 우거진 가운데 유독 벚나무가 딱 1그루만 있어서, 묘하게 더욱 인상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벚나무에는 연분홍빛 벚꽃이 피어 있었고, 꽃잎들이 눈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1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또래 여학생들끼리인데도 노리코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순간 마음속으로 ‘헉!’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녀는 노리코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고, 두 소녀는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헤어졌다. 노리코는 그녀와 미처 통성명도 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그녀가 2학년이라는 것만 알게 되었으며, 묘하게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입학한 지 1달이 지나 5월이 되었지만, 토코는 여전히 끈덕지게 노리코에게 달라붙으며 릴리안 여학원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애쓴다. 몇 차례 사양하려고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노리코가 성가셔하는 기색을 조금 보이자 토코는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리기까지 했다. 노리코는 몹시 당황했고, 결국 포기하고 토코의 설명을 성의껏 들어준다. 토코의 말에 의하면 릴리안 여학원에서는 5월에 ‘마리아제(祭)’[5]라는 행사를 하고, 같은 날 고등부 학생회인 산백합회에서는 신입생 환영회도 성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 떠들던 토코는, 저만치 걸어가는 한 무리의 학생들을 보며 신이 나서 노리코에게 설명한다.
“저 언니들이 산백합회의 간부들이야. 앞에서부터 차례로, [ruby(로사 키넨시스,ruby=홍장미님)], [ruby(로사 페티다,ruby=황장미님)], 그리고 [ruby(로사 기간티아,ruby=백장미님)].”
노리코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로사 어쩌고 하는 호칭들은 산백합회 간부들을 가리키는 고유의 호칭이며, 각각 ‘홍장미’, ‘황장미’, ‘백장미’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런데 노리코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맨 뒤에서 걸어오던 로사 기간티아가, 바로 벚나무 아래에서 만났던 2학년 선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는 노리코와 토코를 보지 못하고 다른 간부들과 함께 지나가 버렸고, 노리코도 토코에게 굳이 ‘로사 기간티아와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학교에서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끝났다.일요일, 노리코는 혼자서 ‘불상 감상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노리코가 살고 있는 스미레코 여사의 집에서 제법 떨어진 쇼구지(小寓寺)라는 절로, 노리코의 친구인 시무라 타쿠야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타쿠야는 대학생 남자로, 노리코와 마찬가지로 불상 감상이 취미이다. 그래서 나이 차이는 있지만[6] 노리코와 홈페이지와 메일 등을 통하여 꾸준히 교류해오고 있는 친구 사이이다.[7] 타쿠야는 우연히 쇼구지에 노리코가 좋아하는 작가가 만든 미륵보살상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특별히 노리코를 위해 쇼구지에 미륵보살상 배견을 신청하고 예약(시간 약속)까지 해주었다. 노리코는 타쿠야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쇼구지를 향해 출발했다.
노리코는 전철과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쇼구지가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로 점심을 먹는데, 순간 유리창 너머로 낯익은 여자가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수수한 기모노 차림의 그녀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그녀의 뒷모습은 저만치 사라졌다. 점심을 다 먹은 노리코는 쇼구지에 들어섰다. 처음 와보는 쇼구지는 무척 규모도 크고 오래된 듯한 절이었고, 대웅전에는 크고 아름다운 아미타불 불상이 있었다. 노리코가 감탄하며 아미타불상에 빠져 있을 때, 주지스님이 노리코를 맞이하러 대웅전으로 나오셨다. 무척 인자해 보이는 스님이었다.
주지스님인 토도 스님은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학생인 노리코가 불상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신기해하면서, 반가워하며 친절하게 환영해주셨다. 노리코가 보려는 미륵보살상은 사택에 있다며, 토도 스님은 노리코를 사택으로 안내했다. 사택에는 스님의 아내[8]가 있었고, 스님은 아내에게 “시마코에게 미륵보살상을 이리로 모셔오도록 해요.”라고 부탁한다. 스님 내외는 다른 일이 있어서, 시마코라는 여자에게 노리코의 상대를 맡기려는 것이었다.
조금 후, 문 밖에서 “아버지, 미륵보살상을 모셔왔어요.”라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묶은 소녀가 들어왔다. 시마코는 스님 내외의 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노리코와 시마코는 서로 마주친 순간, 동시에 깜짝 놀랐다. 시마코는 노리코가 릴리안 여고 교정의 벚나무 아래에서 만났던 2학년 선배, 마츠다이라 토코가 호들갑스럽게 로사 기간티아(백장미)라고 소개해준 산백합회 간부, 조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였던 기모노 차림의 소녀였다.
시마코는 노리코에게 미륵보살상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노리코가 작지만 아름다운 미륵보살상을 배견하며 한참 감탄한 후, 시마코는 노리코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쇼구지를 나선다. 나란히 걷는 두 소녀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시마코는 “왜 스님의 딸인 내가 가톨릭 미션스쿨인 릴리안 여학원에 다니는지 궁금하지 않니?”라고 물었다. 물론 그렇긴 했지만, 꽤 모순이긴 했지만, 모순이라면 불상 애호가이면서도 어찌어찌하여 릴리안 여고에 입학하게 된 노리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시마코는 노리코에게 자신의 종교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어려서부터 시마코는 가톨릭에 관심이 있었고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9], 절집의 딸로 태어나 자라고 있는 그녀로서는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꿈이었다. 고민하던 시마코는, 결국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에 아버지 토도 스님께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씀드렸다. 자신은 가톨릭을 믿고 싶고, 장차 수녀원에 입회하고 싶으며, 그렇게 되면 승려 집안인 토도 집안에 폐가 될 테니 그때는 집안과 절연(絶緣)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토도 스님은 “너는 아직 어리고 종교에 대하여 잘 모르니까, 가톨릭계 학교에 다녀보면서 가톨릭에 대해 잘 알아보고 결정해라.”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던 시마코는 사립중학교 입시를 치러 릴리안 여중에 진학했다고 한다. 다만 고등부 2학년인 지금까지도, 집이 절이고 아버지가 승려라는 사실을 학교에서는 일절 비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선배가 딱 1명 있었지만, 그녀는 올해 고등부를 졸업하고 릴리안 여대에 진학했다고.
다음날인 월요일, 시마코와 노리코는 또 벚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노리코는 비로소 시마코와 자신이 이 벚나무에 끌린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치 자신들이 수많은 은행나무들 틈에 홀로 서있는 이 벚나무처럼 느껴졌기에, 벚나무에 자아를 동일시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시마코와 노리코는 점점 자주 만나 대화했고, 종종 점심시간에도 벚나무 아래에서 만나 함께 도시락을 먹곤 했다. 그러면서 노리코는 시마코의 고민을 알게 되었다. 시마코는 릴리안 여학원을 무척 좋아하지만 자신의 종교적ㆍ가정적 배경 때문에 학교와 가정 양쪽 모두에 죄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고, 절집의 딸이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밝혀질 경우 학교를 떠날 각오까지도 하고 있었다. 노리코는 시마코가 학교를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편 노리코가 시마코와 친하게 지내면서, 1학년 학생들은 노리코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가정시간에 재봉실습실에서 치마를 만들던 1학년 동백꽃반 아이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시마코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상냥하고, 우아하고, 기품이 있고, 산백합회의 간부이며, 2학년인데도 로사 기간티아라는 중책을 맡아 3학년 선배들과 함께 장미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등등. 노리코도 ‘그렇구나’라며 수긍하고 듣고 있는데,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노리코에게 “너 설마 시마코 님과 쇠르를 맺은 거냐”, “혹시 시마코 님에게 묵주를 받았느냐”고 묻고, 갑자기 분위기는 묘하게 (마치 노리코를 질투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뀐다.
그러나 외부 중학교 출신이며 릴리안 여학원의 문화에 별 관심도 없던 노리코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게 뭐야?”라고 되물으며 어리둥절해하자, 아이들은 안심하며 노리코에게 쇠르 제도에 대해 한참 설명해준다. 그러더니 노리코의 주위는 금방 화기애애한 공기로 바뀐다. 아이들은 “시마코 님으로부터 아직 묵주를 받지 못했더라도, 기회는 많으니까 실망하지 마”라거나, “너는 수석으로 입학할 만큼 공부도 잘하고, 분위기도 고상하고, 시마코 님과 잘 어울릴 것 같아”라며 노리코를 응원한다. 낯선 문화와 갑작스럽게 바뀌는 분위기에 노리코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아까부터 내내 심기가 불편해 보이던 토코가, 마침내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좀 조용히 해 줄 수 없어? 어째서 모두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하는 거지? 노리코 상이 로사 기간티아의 여동생으로 선택받다니, 그런 일은… 그런 일은 절대 있을 리 없다고!”
토코는 눈물을 흘리며 재봉실습실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릴리안 여중 출신인 아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토코는 중학생 때부터 ‘장차 고등부에 진학하면 꼭 장미님이 되고 싶다’며 산백합회와 산백합회의 간부들을 무척 동경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장미님(로사 기간티아)인 시마코와 친하게 지내는 노리코를 경계하고 불편해하는 것이라고.이후 노리코의 신발장에 들어있던 학생용 구두가 신발장 근처에 내동댕이쳐져 있다거나, 노리코의 신발장 안에 들어있던 실내화 속에 클립이 들어있다거나, 노리코의 책상 위에 분필로 낙서(도라에몽)가 그려져 있다거나 등등, ‘괴롭힘’이라기에는 어설프고 어딘지 귀여운 행동들이 지속되었다. 진짜 ‘괴롭힘’이라면 구두를 쓰레기통 또는 아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감쪽같이 감추어 버리거나, 실내화 속에 압정을 넣어놓거나, 책상 위에 지우기 힘든 펜이나 칼로 욕설을 써놓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었다. 노리코는 토코가 의심되었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시마코는 불상을 좋아하는 노리코를 위해, 학교에 염주를 하나 가지고 온다. 굵은 염주알 속에 아주 작은 불상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집에 가져가서 며칠간 자유롭게 감상하다가 돌려줘”라고 말하며, 점심시간에 아무도 없는 뒤뜰의 벚나무 아래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던 중에 건네주었다. 노리코는 무척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시마코로부터 염주를 받는다.
그리고 ‘마리아제’와 신입생 환영회가 거행되는 당일, 노리코는 시마코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염주를 가지고 등교했다. 이날은 마침 수업도 없었고, 학생들이 온통 행사 때문에 들떠서 아침부터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마침 1학년 동백꽃반 교실에 로사 키넨시스(오가사와라 사치코)와 로사 페티다(하세쿠라 레이)가 노리코를 찾아온다. 노리코가 영문도 모르고 교실 밖으로 나가보니, 그녀들은 노리코에게 별다른 이야기도 건네지 않다가 갑자기 손으로 노리코의 턱을 치켜들고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도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노리코는 무척 화가 났고, 3학년 선배들이지만 “이게 무슨 짓이에요?!”라며 당당히 맞서 따진다. 그녀들은 “그냥 너의 얼굴을 보러 왔을 뿐이야”라더니, 노리코에게 뜬금없이 “너, 토도 시마코를 좋아하니?”라고 묻는다. 노리코가 의아해하면서도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녀들은 “그럼 힘내라”라는 묘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교실로 돌아와 보니, 노리코의 책상 옆에 걸어둔 책가방이 열려 있었다. 노리코는 어쩐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책가방 안을 살펴보았는데, 시마코에게 돌려주려고 가져왔던 염주가 사라지고 없었다. 노리코는 몹시 놀란다. 어느덧 마리아제가 시작된다. 미사에 이어 산백합회 주최의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고, 1학년들은 모두 즐거워하지만, 노리코는 내내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염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시마코에게 찾아가 사실대로 털어놓고 싶었지만, 신입생 환영회 준비를 하느라 계속 교내의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시마코를 만나는 일은 불가능했다.
3.2. 후쿠자와 유미의 시점
어느덧 4월이 되고, 후쿠자와 유미는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2학년 소나무반이 되었다. 작년까지 유미와 함께 1학년 복숭아반이었던 토도 시마코와 카츠라는 2학년 등나무반이 되었다. 반면 사진부의 에이스이자 1학년 복숭아반이었던 타케시마 츠타코, 1학년 국화반이던 시마즈 요시노, 그리고 신문부의 에이스인 야마구치 마미가 유미와 함께 2학년 소나무반이 되었다. 유미는 친한 친구인 요시노와 같은 반이 된 것에 기쁘면서도, 사진부원인 츠타코와 신문부원인 마미가 같은 반이 되자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2학년이 되었다는 것은, 1학년 후배들을 맞이하여 선배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홍장미 봉오리)인 유미는 로사 페티다 앙 부통(황장미 봉오리)인 요시노, 로사 기간티아(백장미)인 시마코와 함께, 1학년들의 우상이 되어 동경과 선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산백합회 2학년 임원 3인방인 유미ㆍ요시노ㆍ시마코는 어깨가 으쓱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도 쁘띠 쇠르(여동생)를 맞이하여 산백합회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빈자리를 메꾸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뿌듯함과 즐거움도 잠시, 이내 유미에게 거슬리는 것이 생겼다. 유미의 그랑 쇠르(언니)인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곁에, 마츠다이라 토코라는 1학년 동백꽃반 학생이 알짱거리는 것이었다. 토코는 사치코의 먼 친척동생으로[10], 양 갈래로 묶어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헤어스타일에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태도가 인상적인 아이였고, 유치원부터 고1인 지금까지 줄곧 릴리안 여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연극을 좋아해서 초등부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연극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토코는 사치코를 만나러 장미관에 드나들었고, 유미와 사치코가 함께 하교할 때 나타나 끼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유미가 잘 모르는 어릴 적 이야기나 친척들 간의 이야기를 사치코에게 늘어놓으며 신나게 떠들곤 했다. 듣자 하니 토코는 사치코네 집에도 자주 왕래하는 것 같았고, 사치코의 어머니인 오가사와라 사야코와도 친한 것 같았다. 유미는 ‘친척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애써 합리화하며 태연한 척 참으려고 했지만,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시노는 토코가 장미관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토코와 티격태격 부딪혔으며, 유미에게도 “마츠다이라 토코를 경계해라”, “그 아이는 오가사와라 사치코 님을 노리고 있다”, “형식적으로 너의 쁘띠 쇠르(여동생)가 되어 실제로는 사치코 님과 쇠르처럼 지내거나, 아니면 너와 사치코 님의 쇠르 관계를 깨고[11] 자신이 사치코 님의 여동생이 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한편 후쿠자와 유미와 시마즈 요시노는 토도 시마코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두 사람의 그랑 쇠르(언니)인 오가사와라 사치코와 하세쿠라 레이가 3학년으로 진급하여 여전히 고등부에 함께 있는 것에 비해, 시마코의 언니인 사토 세이는 올해 3월 졸업하여 고등부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이가 같은 릴리안 여학원 교정 내에 있는 릴리안 여대로 진학했다고는 하지만,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시마코는 고등부 뒤뜰의 벚나무 아래를 거닐곤 했고, 그것을 보고 유미는 ‘저기서 세이 님을 처음 만났다더니, 아마 세이 님을 추억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미는 청소시간에 짬을 내어 일부러 릴리안 여대 캠퍼스까지 가서 세이를 만나 상의하기도 했지만, 세이는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마코를 지켜봐줘”라며 웃기만 했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이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며 충실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유치원~고등부 때까지 이어지는 릴리안 여학원 특유의 호칭문화와 달리, 릴리안 여대에서는 일본의 일반적인 호칭문화대로 이름 대신 성씨로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과연 세이는 대학 친구들로부터 “사토 상(さん)”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대학생이 된 세이의 모습을 보며, 유미는 세이와 시마코의 쇠르 관계도 완전히 해소되고 멀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세이의 말대로 해보겠다고 다짐하며 릴리안 여고 교정으로 돌아간다.
사치코가 나서서 “요즘 시마코가 이상하다”고 운을 떼었다. 처음에는 유미와 요시노가 보았던 얼마 전의 우울한 모습을 말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 노리코와 밀회하며 알콩달콩하고 있는 기분이 업된 지금의 상태가, 사치코와 레이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예상치 못한 변화라서 이상하다는 말이었다.(…) 시마코가 없는 틈을 타서, 나머지 산백합회 임원 4인방은 시마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사치코와 레이는 유미와 요시노에게 시마코의 가정사를 비로소 알려준다. 시마코는 절집의 딸로, 그녀의 아버지는 쇼구지라는 유서 깊고 규모도 큰 사찰의 주지스님이라는 것이다. 특히 레이의 외가인 시로타(代田) 집안이 쇼구지의 단가(檀家)[12]여서, 레이는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듣는 의외의 이야기에 유미와 요시노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것이 문제라거나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사치코와 레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진지한 시마코는, 자신이 불교 승려의 딸이면서 가톨릭을 믿고 가톨릭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다는 처지에 대해 ‘가정과 학교 양쪽 모두에 죄책감을 느낀다’며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쇼구지의 신도들에게도, 자신의 종교적 배경을 비밀로 하며 혼자서 앓고 있었다고 한다. 산백합회 임원 4인방은 장미관 2층 방에 모여서 ‘어떻게 해야 시마코를 자유롭게 해줄까’라는 의논을 하는데…
그 자리에 토코가 나타난다. 토코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 2층까지 왔고, 산백합회 임원들은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어서 아무도 토코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토코는 산백합회 임원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요즘 토코와 같은 1학년 동백꽃반 학생인 노리코가, 시마코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토코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시마코를 제외한 나머지) 산백합회 임원 4인방은, ‘시마코 해방 작전’에 노리코를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미는 아침 일찍 등교하여 1학년 동백꽃반 교실에 가서 노리코를 몰래 살펴보기도 하고, 마침 나타난 토코로부터 노리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토코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던 중, 토코는 장미관에 새로운 소식을 하나 가지고 온다. 점심시간에 시마코와 노리코가 고등부 뒤뜰 벚나무 아래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던 중, 시마코가 노리코에게 무언가를 건넸고, 노리코가 그것을 책가방 안에 넣기에 나중에 남몰래 꺼내어 보았더니, 그것은 불교의 염주였다는 것이다. 산백합회 임원 4인방은 “남의 가방을 몰래 열어 보아서는 안 되지”라고 토코를 꾸짖으면서도, 이 사실을 작전에 활용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작전 개시 시점은 신입생 환영회로 정했다. 다른 행사들과 달리 신입생 환영회에는 선생님들이 일절 참여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에, 이 이상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신입생 환영회 당일, 사치코와 레이가 1학년 동백꽃반에 찾아가 노리코를 교실 밖으로 불러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토코는 노리코의 책가방 속에서 염주를 꺼내어 챙겼다. 그리고 행여 노리코가 시마코를 찾아가 사실을 털어놓고 의논하지 못하도록, 산백합회 임원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마다 시마코를 이리저리 불러내어 온갖 일들을 시켰다. 어느덧 미사와 마리아제가 끝나고, 산백합회가 주최하는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먼저 로사 키넨시스인 사치코가 신입생들에게 간략한 환영인사를 하고, 곧이어 메다이(medaille) 증정식에 들어갔다. 메다이란 메달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예수, 성모 마리아, 성인, 기타 그리스도교적 상징물이 새겨진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3.3. 토도 시마코의 커밍아웃
장미님 3인방이 신입생들의 목에 메다이를 걸어준다. 한 학년은 6학급이기에, 장미님 1명이 2학급씩 감당하면 되었다. 장미님들의 쁘띠 쇠르(여동생)들은 옆에서 메다이가 한가득 담겨있는 바구니를 들고서 보조했고, 시마코는 아직 여동생이 없기에 유미의 같은 반 친구인 신문부장 야마구치 마미가 보조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차례차례 끝나고 마침내 1학년 동백꽃반 니죠 노리코의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잠깐만요! 그 아이는 메다이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
토도 시마코와 그 자리에 참석한 신입생들은 모두 깜짝 놀랐고, 나머지 산백합회 임원들도 놀란 척을 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츠다이라 토코였다. 토코는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하며 양해를 구하고는, 문제의 염주를 번쩍 치켜들고 노리코에게 “이 염주, 노리코 상의 것이지?”라고 추궁한다. 노리코는 몹시 놀랐지만 이내 의연하고 당당하게 “아니야.”라고 답한다. 그러자 오가사와라 사치코와 하세쿠라 레이가 “그래? 너의 것이 아니라면, 그럼 버려도 되겠네?”라고 도발한다. 시마코의 염주를 버리겠다는 말에 노리코는 당황하지만, 역시 그녀는 평소 성격답게 침착하게 대응한다.노리코: 염주가 후미에(踏み絵)[13]란 말씀인가요. …알겠습니다, 인정하죠. 그것은 분명히 제가 가져온 것입니다.
시마코: 노리코! (시마코가 갑작스레 뛰쳐나와, 모두들 놀란다.)
노리코: 시마코 상[14]은 괜한 말 하지 마요.
시마코: 하지만…
노리코: 됐어요, 지금 문제가 된 건 나니까. (시마코를 지키듯이 등을 돌리고 앞에 선다.)
사치코: 훌륭한 마음가짐이구나.
노리코: 마리아 님을 모독할 생각으로 염주를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학업과 무관한 물건을 학교에 가져온 것은 잘못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만화책이나 CD와 마찬가지 아닌가요? 교칙에 ‘불구(佛具)를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된다’는 말은 없으니까요.
이어 노리코는 토코에게 “네가 어떻게 저 염주를 가지고 있는 거야?”라고 되받아친다. 토코는 어설프게 “노리코 상의 책상 옆을 지나다가 가방에서 튀어나온 것을 주웠어.”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이내 3학년 장미님인 사치코ㆍ레이와 함께 ‘염주가 니죠 노리코의 것이 아니라면, 염주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하지만 시마코는 자신의 종교적 배경이 밝혀지면 릴리안 여학원을 떠날 각오까지 하고 있었고, 노리코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노리코는 결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노리코가 입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는데, 시마코가 “다들 그만하세요!”라고 외친다. 그리고 “노리코는 저를 감싸주기 위해 그러는 거예요. 그 염주는 제 것입니다.”라고 나선다. 노리코는 경악하고, 사치코와 레이는 이제 시마코에게 묻는다.시마코: 노리코! (시마코가 갑작스레 뛰쳐나와, 모두들 놀란다.)
노리코: 시마코 상[14]은 괜한 말 하지 마요.
시마코: 하지만…
노리코: 됐어요, 지금 문제가 된 건 나니까. (시마코를 지키듯이 등을 돌리고 앞에 선다.)
사치코: 훌륭한 마음가짐이구나.
노리코: 마리아 님을 모독할 생각으로 염주를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학업과 무관한 물건을 학교에 가져온 것은 잘못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만화책이나 CD와 마찬가지 아닌가요? 교칙에 ‘불구(佛具)를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된다’는 말은 없으니까요.
“누구보다도 독실한 크리스천인 네가 어째서….”
결국 시마코는 자신의 비밀을 수많은 학생들의 앞에서 밝히고 말았다.노리코는 울어버렸고, 시마코는 그런 노리코를 안아주었다. 두 소녀가 말없이 껴안고 있는데, 순간 우레와도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놀란 두 소녀와 달리, 산백합회 임원들과 1학년 신입생들은 두 소녀를 향해 환호와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조금 전 살벌하게 추궁하던 모습과 달리, 사치코와 레이는 다정하게 웃으며 시마코에게 말한다.
“왜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니? 사찰 집 딸은 가톨릭 학교에 다니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정말…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고지식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확실히 손을 쓴 보람은 있었어.”
여전히 어리둥절한 시마코에게, 사치코와 레이는 지금까지의 사정을 설명한다. 사실 시마코가 절집의 딸이고 스님의 딸이라는 사실을 산백합회 임원들은 다들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결코 문제나 잘못이 아니니 릴리안 여학원을 떠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시마코가 혼자서만 끙끙 앓으며 괴로워하고 있기에, 시마코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신입생 환영회 자리를 이용하여 벌인 기획이라고. 게다가 레이가 “사실 단가 신도들도 너의 종교적 배경과 학교에 대해 다들 알고 있어. 네가 언제 밝힐지, 주지스님 내외와 내기까지 했는데?”라고 알려주자, 시마코는 더욱 기막혀한다.[15]이어 토코도 끼어들어 노리코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산백합회 임원 언니들의 ‘연극’에, 연극부원으로서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도 참가했노라고 말이다. 가정시간에 재봉실습실에서 버럭 화를 내며 뛰쳐나갔던 것도, 노리코에게 어설픈 괴롭힘을 가한 것-즉 노리코의 신발장에서 구두를 꺼내어 근처에 팽개쳐놓은 것, 실내화에 클립을 넣어놓은 것, 책상에 분필로 도라에몽을 그려놓은 것도, 모두 사실은 노리코에게 화가 난 척, 노리코를 괴롭히는 척했던 연극이었다고 한다.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던 것이 의외로 허무하게 ‘아무 걱정거리도 아니었다’라고 되어버리자, 시마코는 허탈하고 허무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편 토코의 장난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서 당황했던 노리코는 “토코! 너 거기서!”라고 외치며 쫓아가고, 토코는 그런 노리코를 놀리며 도망간다.
신입생 환영회가 모두 끝난 후에 산백합회 임원들은 강당에서 나와 보니, 그곳에는 사토 세이가 와 있었다. 토도 시마코에 대해 상담하며 걱정스러워하는 후쿠자와 유미에게 태연한 척했던 것과는 달리, 사실은 세이도 시마코를 걱정하며 생각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이는 후배들에게 밥이라도 사주려 하지만, 후배들은 다들 선약이 있다고 했다. 마침 근처에는 세이의 대학 친구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세이는 그녀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려 교문 밖으로 나간다.
대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세이를 보고 후배들은 기뻐했고, 각자의 일정대로 움직인다. 화이트데이와 유미의 생일(4월)에도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지나갔기에, 오가사와라 사치코는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가기’라는 유미의 요청을 수락한다. 다만 ‘롤러코스터는 타지 않겠다’라는 조건을 붙여서.
4. 일러스트
[1] 사실 체리 블로썸의 노리코의 시점인 전반 챕터는 잡지 연재분인 파일럿판 단편을 큰 수정없이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유미의 시점으로 보는 후반부만 새로 쓰여진 내용이다. 그런데 후반을 새로 썼다곤 해도 단편의 내용이 기반이 되다보니 토코의 설정을 새로이 구성했다고 해도 단편의 발랄한 토코를 지울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상당한 갭이 생긴 것.[2]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불상. 밀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불교만의 관습이다.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불상도 있고, 비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불상도 있고,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불상도 있다. 자세한 것은 비불 참조.[3] 일본에서는 대개 이름보다 성씨로 부른다. 일본의 일반적인 호칭문화 참조.[4] 아이보리색 칼라가 달린 진녹색 세일러복 원피스.[5] 가톨릭에서 5월은 성모성월(聖母聖月)로, 특별히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달이다. 따라서 성당, 신학교, 수도원, 가톨릭 미션스쿨 등등 가톨릭 관련 기관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를 한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성모의 밤’이라고 부른다.[6] 13권 한여름의 한 페이지에 등장한다.[7] 이성 친구가 아니라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8] 일본 불교에는 대처승이 많다. 독신인 승려는 비구(남자)/비구니(여자)라고 한다.[9] 그 이유는 31권 마거리트에 리본에 자세히 서술된다.[10]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아버지인 오가사와라 토오루(小笠原融)의 누나의 남편의 여동생의 딸. 즉 사치코의 고모부의 여동생의 딸이 마츠다이라 토코이며, 토코의 외숙모의 남동생의 딸이 사치코이다. 친척이라지만 아주 먼 친척이고, 혈연관계도 아니다.[11] 시마즈 요시노는 실제로 하세쿠라 레이와의 쇠르 관계를 끊었다가 재결합했던 전적이 있고, 요시노와 레이의 사례를 보고 수많은 쇠르들이 깨졌다가 재결합했기에, 쇠르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 (2권 황장미 혁명)[12] 일정한 절에 속하여 시주를 하며 절의 재정을 돕는 집, 또는 그러한 신도. 하세쿠라 레이의 어머니 하세쿠라 카즈키(支倉佳月)가 릴리안 여학원 학생일 때부터, 레이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쇼구지의 신도였다. (36권 스텝 참조)[13] 에도 시대 천주교 박해 때 천주교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사용한,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를 새긴 동판 혹은 목판. 당시 이것을 밟아 신자가 아님을 증명하게 했다.[14] 일본의 호칭문화에서 ‘상(さん)’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존칭이지만, 릴리안 여학원에서는 동급생~후배에게만 사용한다. 동급생~후배는 ‘이름+상’으로, 선배에게는 ‘이름+님(さま)’으로 부른다. 외부 중학교 출신인 니죠 노리코는 이것을 몰라서 선배인 토도 시마코에게도 ‘시마코 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10권 레이니 블루에서 오가사와라 사치코에게 꾸중을 듣게 된다. 국내 정발본 번역에서는 시마코 ‘선배’가 되었다. 사실 선배와는 거리가 멀지만, ‘양’으로 번역할 게 아니면 ‘씨’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이건 국내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터라, 나름대로 타협한 호칭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는 릴리안 여학원의 문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본래 ‘様(さま)’로 불러야 할 선배를 ‘さん’으로 부르는 노리코의 특이성을 살려냈다.[15] 사실 시마코의 종교 이슈에는 이 에피소드보다도 더 깊은 뒷배경이 존재한다(31권 마거리트에 리본 참조). 레이는 모르지만, 단가의 신도들은 이 부분 역시 상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