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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권 | 페어웰 부케 (完) | }}}}}}}}}}}} |
부제 | 사랑스러운 세월 (후편) いとしき歳月(後編) |
발매 | 2005년 4월 11일 2001년 4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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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졸업식 노래[1]의 도입부가 들려왔다.
세이는 이 가사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몇십 년쯤 흐르면 조금은 교사들이 ‘수고했겠구나’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스승의 은혜’가 존귀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세상에 인정받고 이름을 높이기 위해 애쓰라고 해도 말이지….’
메이지시대[2]에 만든 가사니까 시대착오적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출세 따위 하지 않아도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그만 아니냐고 트집 잡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유미 짱이 깊이 공감해 줬기에, 세이는 자기 마음대로 ‘참으로 빠르다[いと疾, 이토토시]’를 ‘사랑스럽다[愛し, 이토시]’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던 교사나 끔찍한 기억까지 통틀어, 모두 ‘돌이켜 보면 사랑스러운 세월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이 좋은 추억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래 부를 수 있었다.
‘이제는 헤어질 때. 모두여 안녕.’
작별 인사를 입에 담아도 별 감동이 없다. 어제 교실에 작별을 고했다. 교실 창가에서 새싹이 돋아난 나무들을 바라보고, 그 가지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신이 분명히 여기 있었다는 그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별을 고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나를 생각한다면, 약속하지 않아도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피아노 반주자는 '졸업식 노래'가 끝나자 교가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친숙했던 릴리안의 교가는 체육관보다 오히려 성당에 어울리는 선율이었다.
세이는 이 가사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몇십 년쯤 흐르면 조금은 교사들이 ‘수고했겠구나’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스승의 은혜’가 존귀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세상에 인정받고 이름을 높이기 위해 애쓰라고 해도 말이지….’
메이지시대[2]에 만든 가사니까 시대착오적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출세 따위 하지 않아도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그만 아니냐고 트집 잡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유미 짱이 깊이 공감해 줬기에, 세이는 자기 마음대로 ‘참으로 빠르다[いと疾, 이토토시]’를 ‘사랑스럽다[愛し, 이토시]’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던 교사나 끔찍한 기억까지 통틀어, 모두 ‘돌이켜 보면 사랑스러운 세월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이 좋은 추억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래 부를 수 있었다.
‘이제는 헤어질 때. 모두여 안녕.’
작별 인사를 입에 담아도 별 감동이 없다. 어제 교실에 작별을 고했다. 교실 창가에서 새싹이 돋아난 나무들을 바라보고, 그 가지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신이 분명히 여기 있었다는 그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별을 고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나를 생각한다면, 약속하지 않아도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피아노 반주자는 '졸업식 노래'가 끝나자 교가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친숙했던 릴리안의 교가는 체육관보다 오히려 성당에 어울리는 선율이었다.
로사 3인방-미즈노 요코, 토리이 에리코, 사토 세이-의 고등부 졸업 주요 스토리.
<사랑스러운 세월> 전편과 후편에서 언급되는 졸업식 노래 <우러러보니 존귀한>은, 일본에서 졸업식 때 부르는 노래이다.
2. 이야깃거리
전반부 <Will>은 졸업하는 3학년들, 특히 미즈노 요코가 후쿠자와 유미에게 맡기고 가는 ‘뜻(Will)’을 이야기한다. 중반부 <어느새 세월도>는 로사 3인방 및 3학년의 고등부 졸업식을 다루고, 후반부는 사토 세이와 토도 시마코의 첫만남과 쇠르 서약을 다룬 과거 편 <한 손만 잡고서>이다.2.1. Will
2.1.1. 분실물
사실 그간 중점적으로 다뤄진 적 없는 미즈노 요코와 후쿠자와 유미 간의 깊은 이야기가 나온다. 요코는 어울리지 않게 사토 세이처럼 유미에게 갑작스런 백허그를 해서 놀라게 하더니, 밀크 홀[3]에 유미를 데려가 우유를 사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 법학부를 고른 이유라거나, 제1지망 대학이 아닌 대학에 가는 이유[4], 토리이 에리코가 대충 주사위를 굴려 갈 대학을 정했다는 이야기 등.그러던 요코는 갑자기 자기 딸기우유를 유미의 우유에 부어, 딸기오레를 만들어버린다. 이런 요코를 보며 유미는 아까의 백허그도 그렇고, 요코가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일들을 릴리안 여학원을 떠나기 전에 다 해보고 가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다. 이에 요코 역시 “유미는 감이 예리하고 재미있는 아이라 높이 사고 있다”며 마지막 부탁 하나를 남기고 간다.
“사치코의 보호자.”
“네에?”
“유미 짱.”
로사 키넨시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말했다.
“사치코를 잘 부탁해.”
“…네… 에.”
“귀염성은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여동생이야.”
로사 키넨시스는 ‘유언’을 전하기 위해 나를 불렀구나. 유미는 그제야 겨우 깨달았다.
장미관에 가던 길에 요코에게 붙잡혔던 터라, 유미는 뒤늦게 장미관에 가서 오가사와라 사치코에게 늦었다며 타박을 듣는다. 하지만 유미가 “왜 늦었니?”라는 사치코의 질문에 “요코 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늦었어요.”라고 답하자, 사치코 역시 요코의 그랑 쇠르(언니)에게 뭔가 부탁받았던 기억이 있는지 그 이상은 혼내지 않는다.“네에?”
“유미 짱.”
로사 키넨시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말했다.
“사치코를 잘 부탁해.”
“…네… 에.”
“귀염성은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여동생이야.”
로사 키넨시스는 ‘유언’을 전하기 위해 나를 불렀구나. 유미는 그제야 겨우 깨달았다.
유미는 이후 요코의 유언에 대해 시마즈 요시노와 이야기하는데, 요시노도 에리코와 단 둘이서 하세쿠라 레이를 둘러싼 삼각관계의 종결을 기념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5] 요시노는 “그런 것들은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작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이야”라고 설명한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1층 창고 방에 내려가 있던 사치코, 레이, 시마코를 찾아가는데, 이들은 세이가 예전에 잃어버렸다고 찾아다니던 세이의 도시락 통이나 요코의 샤프펜슬, 에리코의 손수건 같은 분실물이 다 여기 있었다고 반가워한다. “졸업식 전에 찾아 다행”이라며 “그때까지 돌려드리자”고 이야기하던 이들은, 유미가 무심코 한 “이름도 안 쓰여 있는데 어떻게 주인을 바로 알아보냐”는 질문에 결국 다들 눈물을 터뜨린다.
“이름도 안 적혀 있는데, 어느 분의 물건인지 참 잘 아시네요.”
유미가 소박한 질문을 입에 담자, 사치코 님은 샤프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뺨에 비볐다.
“당연히 알 수 있어. 우리는 여동생이니까.”
사치코 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 똑같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돌려드리자.”
누군가에게 들려주듯 사치코 님이 작게 말했다.
마음속에 확실히 매듭을 짓기 위해서.
작별을 앞둔 이런저런 퍼포먼스는, 마음을 위해서 필요한 의식인지도 모른다.
유미가 소박한 질문을 입에 담자, 사치코 님은 샤프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뺨에 비볐다.
“당연히 알 수 있어. 우리는 여동생이니까.”
사치코 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 똑같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돌려드리자.”
누군가에게 들려주듯 사치코 님이 작게 말했다.
마음속에 확실히 매듭을 짓기 위해서.
작별을 앞둔 이런저런 퍼포먼스는, 마음을 위해서 필요한 의식인지도 모른다.
2.1.2. 작별 선물
후쿠자와 유미는 상술한 ‘언니들의 유언’에 관해 토도 시마코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시마코는 “그게 뭐야?”라고 되물어오고, 세이에게 아무 말도 못 들었다는 게 드러난다. 사토 세이에게도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는 유미는, ‘세이 님이 학교에 남을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며 시마코에게서 그 힌트를 찾아내려 하지만, 아쉽게도 불발된다. 게다가 시마코는 “언니는 아마 나에게는 아무 말도 않겠지만, 유미 양에게만은 뭔가 말해줄 것 같아.”라고 해서 유미가 엄청 미안해한다. 시마코는 괜찮다면서 “내가 언니에게 여동생이라면, 유미 양은 아마 손녀[6]같은 느낌이라서 응석을 더 받아주는 거야.”라고 이야기한다.쇠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시마코는 이때부터 “나는 여동생을 맞으면 안 될 것만 같아”라며 고개를 숙이는 등 뭔가 있는 듯한 떡밥을 뿌리지만, 이를 보고 유미가 “절대 떠나지 말고, 나와 같이 산백합회를 이끌어가자”는 둥 오글거리는 발언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던 와중, HR을 하러 들어온 담임 야마무라(山村) 선생님이 “아름다운 우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좀 민망하지만, 그만하고 자리에 앉으렴.”이라고 말씀하셔서 개그 신으로 마무리된다. 1학년 복숭아반 학생들은 이 개그를 보고 크게 웃는다. 자리에 돌아온 유미는 부끄러움에 몸을 떨며 시마코에게도 민폐를 끼쳤다고 생각하지만, 시마코가 “고맙다”고 속삭이는 입모양을 보고 겸연쩍음이 씻긴다.
이후 졸업식 전날, 유미는 오랜만에 만난 카츠라 양이 성모 마리아상 앞으로 누군가를 불러내어 눈물을 흘리며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진을 찍어준 타케시마 츠타코의 이야기에 따르면, 카츠라와 함께 사진을 찍은 학생은 평소 카츠라가 동경해왔던 테니스부 선배[7]라고 한다. 유미는 문득 사토 세이를 떠올리고 3학년 등나무반 교실로 찾아간다. 마침 교실에는 세이밖에 없었다. 유미가 세이의 애수어린 분위기에 끌려 얼떨결에 뺨에 키스를 하는 외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때 유미의 심리변화가 백미.
교실 창가에 앉아 릴리안 여학원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던 세이의 애수가 유미에게도 전염되어, 유미는 ‘세이 님에게서 받는 마지막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유미는 세이에게 “혹시 저에게 남길 말씀, 바라는 것이라거나 남길 약속 같은 것은 없으신가요?”라고 묻지만, 세이는 “나는 아무 미련도 없어”라고 대답한다.
유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없을까요?
세이: 유미 짱이? 어떤 일?”
유미: 부탁할 일이라든가, 해 줬으면 하는 일이라든가, 약속이라든가, 맡기고 싶은 일이라든가. 뭐든지 좋아요. 시마코 양이라든가, 런치… 아니, 고론타에 대한 것이라든가. 뭐든지 있을 거 아니에요, 하나 정도는.
세이: 없어.
유미: 네엣?!
세이: 그러니까 없대도. 유미 짱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없어. 고론타는 이제 다 커서 누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괜찮고, 자력으로 살 수 없으면 들고양이 노릇할 자격이 없는 거니까. 게다가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유미 짱은 시마코의 위기를 못 본 척할 수 없잖아. 흉한 꼴을 보이는 한이 있어도, 시마코를 돕기 위해서 문젯거리에 뛰어들리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순수한 우정이 존재하는 곳에 내 의사 따윈 낄 필요 없지. 그리고 설령 유미 짱이 나한테 부탁을 받아야만 시마코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해도, 역시 시마코를 도와주라고 말하진 않겠어.
유미: 그래도 전 로사 기간테아를 위해서 뭔가 하고 싶은데….
세이: 작별 선물이란 뜻에서? 흐음… 그럼, 입에다 뽀뽀라도 해줄래?
유미: ?!
세이: 어라, 피하기야? 뭐든지 좋다고 해 놓고?
유미: 으아아.
세이: 자, 얌전히 눈을 감아 봐.
조각 같은 얼굴의 클로즈업에 순간 ‘영화 같다’며 눈을 빼앗긴 유미는, 이내 그 키스신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깨닫고 기겁한다.세이: 유미 짱이? 어떤 일?”
유미: 부탁할 일이라든가, 해 줬으면 하는 일이라든가, 약속이라든가, 맡기고 싶은 일이라든가. 뭐든지 좋아요. 시마코 양이라든가, 런치… 아니, 고론타에 대한 것이라든가. 뭐든지 있을 거 아니에요, 하나 정도는.
세이: 없어.
유미: 네엣?!
세이: 그러니까 없대도. 유미 짱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없어. 고론타는 이제 다 커서 누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괜찮고, 자력으로 살 수 없으면 들고양이 노릇할 자격이 없는 거니까. 게다가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유미 짱은 시마코의 위기를 못 본 척할 수 없잖아. 흉한 꼴을 보이는 한이 있어도, 시마코를 돕기 위해서 문젯거리에 뛰어들리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순수한 우정이 존재하는 곳에 내 의사 따윈 낄 필요 없지. 그리고 설령 유미 짱이 나한테 부탁을 받아야만 시마코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해도, 역시 시마코를 도와주라고 말하진 않겠어.
유미: 그래도 전 로사 기간테아를 위해서 뭔가 하고 싶은데….
세이: 작별 선물이란 뜻에서? 흐음… 그럼, 입에다 뽀뽀라도 해줄래?
유미: ?!
세이: 어라, 피하기야? 뭐든지 좋다고 해 놓고?
유미: 으아아.
세이: 자, 얌전히 눈을 감아 봐.
유미: 컷―! 아, 안녕히 계세요!
세이: 유미 짱의 뽀뽀에 미련이 남아서 졸업 못 하겠다―!
도망치는 유미를 보며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세이는 정작 쫓아오진 않고 손을 흔들며 유미를 배웅한다. 그런 세이를 보고 유미는 농담인 걸 뒤늦게 깨닫고서, 갑자기 ‘교실에 혼자 남은 세이 님의 어깨가 쓸쓸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말 쓸쓸한 사람은 유일하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 선배인 세이를 잃게 될 유미 자신이란 것도 알고 있다. 교실 문 앞에서 나갈 기색이 없는 유미를 보고 세이는 의아해서 “왜 그러니?”라고 묻고, 유미 역시 자기 가슴에 대고 ‘왜 그래?’라고 묻는다. 유미는 어쩐지 세이를 이대로 두고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미는 “빨리 안 가면 덮친다”고 장난을 치는 세이의 말을 들어도 왠지 도망친 게 후회되고, 입술을 빼앗기는 장면을 상상해도 별로 싫지가 않아 난감하다고 생각한다. 세이: 유미 짱의 뽀뽀에 미련이 남아서 졸업 못 하겠다―!
‘이 마음은 무엇일까. 큰일 났다. 정말 큰일 났다. 로사 기간테아에게는 인사나 마찬가지니까 가벼운 뽀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마음마저 들었다. 위험하다. 이 발상은 너무 위험하다.’
세이가 “무슨 생각해?”라고 묻자, 유미는 번뇌에 가득 차서 마음속으로 대답한다.‘키스 생각하는데요―라고는 절대 말 못 한다. 누가 뭐래도 일단은 첫 키스다. 입술에 하는 건 역시 문제가 있다. 그래 봤자 입술, 고작해야 입술이다. 입술을 만만히 봤다간 입술 때문에 운다.’
이내 유미는 마음을 굳히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유미 양, 그건 바람피우는 거야!’라며 요시노 양의 환영이 바락바락 소리치는 가운데 책상을 헤치고 뛰어 돌아간다. 그리고… 깜짝 놀라는 세이의 입술 바로 옆 볼에 발꿈치를 살짝 들고 뽀뽀를 한다. 그러고서 쑥스러워하며 바로 뛰쳐나가려 하지만, 세이에게 팔이 잡히고 폭 끌어 안긴다.[8] 세이: …유미 짱!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잠자코 있었지만, 나는 유미 짱과 알게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난 같은 또래 ‘보통’ 여자애들과는 별로 잘 어울리지 못했거든. 하지만 유미 짱을 보고 난생처음으로 보통 여자애가 부럽다고 생각했어. 고등부 3학년의 1년 동안, 나는 좋은 의미로 변했어. 좋고 싫은 걸 떠나서, 지금의 나는 훨씬 살기 편해졌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 데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말이야, 유미 짱의 존재가 커. 그러니까 유미 짱이 내게 해준 건 뽀뽀만이 아니야.
유미: 제가 뭘….
세이: 나를 대학생으로 만들어 줬잖아.
유미: 거짓말.
세이: 정말이야. 작년 말에 릴리안 여대 우선선발 입학원서 제출 기간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하는 수 없이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했다고…. 아, 이 얘긴 벌써 했던가?”
세이가 털어놓은 말에 유미는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어요?”라며 당황하지만, 세이는 “어쨌건 나 자신의 선택이기에, 유미 너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말한다.유미: 제가 뭘….
세이: 나를 대학생으로 만들어 줬잖아.
유미: 거짓말.
세이: 정말이야. 작년 말에 릴리안 여대 우선선발 입학원서 제출 기간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하는 수 없이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했다고…. 아, 이 얘긴 벌써 했던가?”
세이: 그러니까 유미 짱, 자신을 가져도 돼. 유미 짱은 나처럼 이렇~게 멋진 녀석이 동경하는 존재니까. 이상, 경례. 사랑해, 유미 짱. 너와 장난치던 시간은 정말 행복했어. 몇 번인가 유미 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유미: 사랑한다고 사방에다 말하고 다니죠?
세이: 응.
당연한 듯이 이런 걸 말하는 세이도, 유미는 밉지 않았다. 사방에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다니든 말든 세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은 것이다. 유미: 사랑한다고 사방에다 말하고 다니죠?
세이: 응.
세이: 뽀뽀, 고마워.
유미: 천만에요. 그냥 ‘작별 선물’에 불과한데요, 뭐.
세이: 그냥 작별 선물이라. 흠흠. 그런데 유미 짱, 내가 다닐 대학이 어딘지 알아?
유미: 네?
세이: 아냐, 됐어. 유미 짱은 틀림없이 대학 이름을 안 들으려고 피해 다니지 않았나 싶었거든. 너무너무 좋아하는 로사 기간테아를 대학에 빼앗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유미: 자아도취에 빠지셨군요.
피식 웃으며 교실 문을 닫은 유미는, 이내 정곡을 찔린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졸업식 당일 아침, 사토 세이가 릴리안 여대 영문과로 진학한다는 것을 시마코에게 들어 뒤늦게 알게 되고, ‘속았다!’고 생각하면서 3학년 등나무반 교실로 추궁하러 간다. 하지만 정작 가서 세이의 얼굴을 보니 화가 풀리고, 세이가 자신과 같은 릴리안 여학원 부지 내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진다. 유미: 천만에요. 그냥 ‘작별 선물’에 불과한데요, 뭐.
세이: 그냥 작별 선물이라. 흠흠. 그런데 유미 짱, 내가 다닐 대학이 어딘지 알아?
유미: 네?
세이: 아냐, 됐어. 유미 짱은 틀림없이 대학 이름을 안 들으려고 피해 다니지 않았나 싶었거든. 너무너무 좋아하는 로사 기간테아를 대학에 빼앗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유미: 자아도취에 빠지셨군요.
2.2. 어느새 세월도
2.2.1. 졸업식 직전
2학년들이 졸업하는 3학년들에게 코사주(꽃)를 달아주기 위해 교실로 찾아간다. 미즈노 요코는 자신에게 코사주를 달아주러 온 (이름 모를) 후배가 눈물을 터뜨리느라 코사주를 제대로 꽂지 못하자, 당황하면서도 위로해준다.한편 사토 세이는 그간 이야기도 잘 해보지 않았던 반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자신을 깨닫고, 자기에게 일어난 변화를 실감한다. 하지만 만사태평한 점은 변하지 않았는지, 졸업식 식장에 들어가자마자 ‘졸리다’고 생각한다.
토리이 에리코는 식장에 들어와서 학부모석을 훑으며 ‘혹시 야마노베(山辺) 씨가 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찾지만, 토리이 가족들만 와있고 야마노베는 보이지 않아 실망한다.
2.2.2. 에리코 · 세이 · 요코
졸업식 장면이 되어서야 3학년 세 사람의 과거 이야기가 풀린다. 토리이 에리코와 사토 세이는 과거 릴리안 여학원 유치원 시절 앙숙으로 만났다. 어린아이답게 천진하게 세이에게 “너 미국인이니?”라고 물은 에리코는, 세이로부터 “시끄러워, 빛나리!!”라는 말이 날아오자 대판 싸운다. 알고 보니 세이의 먼 조상 중에는 서양인[9]이 있었고, 그 때문에 세이의 외모는 어딘지 조금 이국적이며, 에리코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고등부 졸업식 후에야 에리코가 먼저 “세이, 유치원 때 말이야. 그때 우리 왜 싸웠더라?”라고 말을 꺼내고, 둘은 같이 웃어버리고 만다.에리코와 세이는 그 뒤로는 같은 반이 된 적이 없다가, 초등부를 거쳐 중등부 1학년 때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된다. 게다가 외부 공립초등학교에서 입시를 치러 들어온 미즈노 요코까지 말이다. 일본의 일반적인 호칭문화와 달리 릴리안 여학원 유치원~고등부에서는 이름 뒤에 ‘양(さん)’을 붙여 부르는데[10], 외부 초등학교 출신인 요코는 당연히 그것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수첩에도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누군가 일부러 붙잡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교실에서 수없이 범람하는 ‘이름+양’의 호칭을 듣고도 ‘특별히 친한 아이들이거나,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인가 보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코는 세이에게 “사토 양”이라고 불렀고, 이에 세이는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요코 양”이라는 말을 강조해서 대답해 릴리안 여학원에서의 호칭문화를 알려준다.
요코는 그 뒤로 세이에게 흥미를 느껴, 다른 학생들이 두려워 말도 걸지 않던 세이에게 달라붙어 질문을 해댄다. 릴리안 여중에 입학한 지 3일 만에 급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외운 요코와 달리, 주변에 흥미가 없고 냉소적이었던 세이는 급우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런 와중에 의외로 요코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소개 시간에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세이는, 요코의 자기소개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요코는 사람들이 이름을 물으면 “부용(芙蓉)의 蓉을 써서 蓉子라고 합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세이는 이 말을 들으며 “‘부양(扶養)’의 養에 子를 써서[11] ‘요코’라고 합니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芙蓉도 扶養도 둘 다 ‘후요우’라고 발음되기 때문이었다. 이어 세이는 자신의 이름자인 聖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귀(耳) + 입(口) + 왕(王) = 聖’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에리코는 요코에 대해 이렇게 추억한다. 릴리안 여학원 유치원과 초등부 시절 내내 1등이었던 에리코는, 외부 초등학교 출신이면서 수석으로 중등부에 입학한 요코를 처음 보고서 놀라움과 경계심을 느끼고, 이내 ‘공부를 제일 잘 하는 아이’로서의 위치는 포기하기로 한다. 중등부에 입학한 후, 학급마다 학급위원(반장)을 2명씩 뽑게 되었다. 먼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할 ‘딱 부러지는 모범생’인 요코가 자연스레 학급위원으로 지명되었는데, 요코는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외부 초등학교 출신이라 릴리안 여학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에리코를 지명하며, “함께 학급위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한다. 생글생글 웃으며 “잘 부탁해, 토리이 양.”이라고 자신에게 인사하는 요코를 보며, 심술이 난 에리코는 ‘절대 요코 양에게 우리 학교의 독특한 호칭문화를 가르쳐주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작은 질투심도 잠시, 요코는 (세이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금방 릴리안 여학원의 독특한 호칭문화를 배워 익숙해진다. 그리고 어느 날 체육시간이 끝나고 체육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을 때, 요코는 에리코에게 다가와 “에리코 양은 리본[12]을 참 예쁘게 매네.”라고 칭찬하며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요코에게 에리코는 리본 묶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요코는 제법 잘 따라하면서도 “에리코 양보다는 못한 것 같다.”며 머쓱해한다.
요코와 친하게 지내면서 에리코는 ‘요코 양은 노력형 천재구나. 당해내지 못하겠어.’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능가하고 싶다는 꿈은 포기해 버린다. 그래도 요코에게 칭찬까지 받았던 ‘아름다운 리본 매기’만은 지켜나가겠다고 생각하면서. 고등부에 진학하면서 교복의 ‘검은 리본’은 ‘아이보리색 타이’로 바뀌었고, 고등부에서도 에리코는 여전히 타이를 예쁘게 맸으며, 에리코에게 배운 요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고등부 졸업식 날 아침, 에리코는 마지막으로 릴리안 여학원에 등교할 준비를 하며, 거울 앞에서 교복 타이를 매면서 요코와의 학창시절 추억들을 회상한다.
2.2.3. 송사와 답사
졸업식 본식에서는 재학생 송사(送辭)를 맡은 사치코가 첫 문장도 끝마치지 못하고서 눈물을 흘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처음엔 요코가 사치코의 송사를 듣고 눈물이 흘러넘치는 듯한 서술 트릭으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사치코가 흐느끼는 바람에 요코가 ‘큰일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릴리안 여학원 고등부를 떠나시는 언니 여러분.”
그 순간, 요코는 마음속으로 ‘앗’ 하고 외쳤다. 앗, 큰일 났다.
“졸업을 축하드립니―”
‘큰일 났네, 정말 큰일 났어.’
송사의 도입부 ‘축하드립니다’의 ‘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왈칵 흘러넘친 것이다.
무엇이? 바로 눈물이.
‘어, 어, 어….’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온다. 이래서야 유미 짱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어쩌나’ 하고 당황해 봐야 이미 요코에게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흘러넘치는 눈물양이 많으면 눈꺼풀이나 속눈썹으로 막을 수도 없다. 그저 중력에 순응해 뺨을 타고 흘러내릴 뿐이다.
폭포처럼.
홍수처럼.
“흐흑.”
마이크를 통해서 훌쩍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터져 나온 것은 사실 사치코 쪽이었다.
“흐흑.”
사치코의 이런 모습은 요코도 처음 보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필사적으로 눈물과 싸우고 있었다.
당찬 아이인데. 타인에게 약한 모습 보이길 무엇보다 싫어하는 고집쟁이면서.
사치코의 모습을 보고 그 마음이 전염됐는지 훌쩍여 우는 소리가 회장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요코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사치코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송사를 듣는 처지이니 ‘정신 차려’ 하고 꾸짖을 수도, 괜찮다며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도 없다.
게다가 여기서 언니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치코는 학생회를 이끌어 갈 자신감을 잃게 될 것이다. 자존심 강한 사치코에게 ‘언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로사 키넨시스’라는 이미지는 너무 굴욕적이다.
‘제발, 어떻게든 마음을 추슬러 보렴….’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 상황은 순간 튀어나온 레이에 의해 성공적으로 수습되어, 여느 때의 송사보다도 큰 박수로 마무리된다. 송사가 거의 끝날 때쯤에는 사치코도 진정되어, 함께 “재학생 대표 오가사와라 사치코, 하세쿠라 레이.”라고 송사를 마무리한다. 졸업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사치코와 레이의 답사뿐 아니라 그녀들의 우정에도 감탄하며 환호하고, 요코는 ‘내가 흘릴 눈물까지도 사치코가 다 흘려버려서, 나는 눈물도 안 나온다’고 생각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졸업생 답사(答辭)를 해낸다.그 순간, 요코는 마음속으로 ‘앗’ 하고 외쳤다. 앗, 큰일 났다.
“졸업을 축하드립니―”
‘큰일 났네, 정말 큰일 났어.’
송사의 도입부 ‘축하드립니다’의 ‘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왈칵 흘러넘친 것이다.
무엇이? 바로 눈물이.
‘어, 어, 어….’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온다. 이래서야 유미 짱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어쩌나’ 하고 당황해 봐야 이미 요코에게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흘러넘치는 눈물양이 많으면 눈꺼풀이나 속눈썹으로 막을 수도 없다. 그저 중력에 순응해 뺨을 타고 흘러내릴 뿐이다.
폭포처럼.
홍수처럼.
“흐흑.”
마이크를 통해서 훌쩍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터져 나온 것은 사실 사치코 쪽이었다.
“흐흑.”
사치코의 이런 모습은 요코도 처음 보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필사적으로 눈물과 싸우고 있었다.
당찬 아이인데. 타인에게 약한 모습 보이길 무엇보다 싫어하는 고집쟁이면서.
사치코의 모습을 보고 그 마음이 전염됐는지 훌쩍여 우는 소리가 회장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요코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사치코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송사를 듣는 처지이니 ‘정신 차려’ 하고 꾸짖을 수도, 괜찮다며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도 없다.
게다가 여기서 언니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치코는 학생회를 이끌어 갈 자신감을 잃게 될 것이다. 자존심 강한 사치코에게 ‘언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로사 키넨시스’라는 이미지는 너무 굴욕적이다.
‘제발, 어떻게든 마음을 추슬러 보렴….’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머리를 감싸 안았다.
2.2.4. 빛 속으로
그리고 식을 마치고, 산백합회 일원들은 한 순간의 꿈같이 즐거운 기념촬영 시간을 가진다. 사진부의 에이스인 타케시마 츠타코가 실력을 발휘하여, 멋지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하지만 이내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다가온다. 장미들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고, 학교에 남는 이들은 언니들을 배웅한다.“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세 사람은 헤어졌다.
마리아 님이 지켜보고 있는 갈림길에서 요코와 세이는 정문으로, 에리코는 후문으로 향했다.
“그럼, 이만.”
다음에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귀여운 후배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떠나는 세 사람을 배웅했다.
아무도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못다 한 말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할 수는 없다.
‘반딧불의 빛[13]’ 가사에도 쓰여 있듯 그저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행복하기를.
모두, 모두 행복하기를.
이 학교에서, 너희들과 만난 건 행운이었어.
떠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그들은 ‘안녕’이란 말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나누지 않는다. 전하고 싶은 말은 다 못 전해도, 그저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고, 그리고 ‘이 학교에서 너희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고 추억한다.그렇게 말하고 세 사람은 헤어졌다.
마리아 님이 지켜보고 있는 갈림길에서 요코와 세이는 정문으로, 에리코는 후문으로 향했다.
“그럼, 이만.”
다음에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귀여운 후배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떠나는 세 사람을 배웅했다.
아무도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못다 한 말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할 수는 없다.
‘반딧불의 빛[13]’ 가사에도 쓰여 있듯 그저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행복하기를.
모두, 모두 행복하기를.
이 학교에서, 너희들과 만난 건 행운이었어.
2.3. 한 손만 잡고서
<한 손만 잡고서>는 사토 세이가 쿠보 시오리[14]와 그랑 쇠르(언니)[15]를 떠나보낸 뒤 고등부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토도 시마코를 마주하여, 거울처럼 자신과 닮은 시마코에게 끌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서로 한 손만 잡는다’는 것은, 두 사람이 두 손 모두를 상대와 맞잡아 세상과 단절된 탓에 결국 실패했던 시오리와의 관계와 달리, 한 손은 시마코와 잡고, 한 손은 세상[16]을 향해 뻗게 된 성장한 사토 세이의 모습을 상징한다.시마코는 자신이 품은 비밀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세이의 쇠르 제안을 받고서 고민하지만, 이내 세이에겐 그런 것이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꺼이 그 곁에 잠시 머무르기로 한다.
“‘하지만’은 없어. 듣고 싶은 대답은 YES 아니면 NO, 그뿐이야.”
로사 기간테아는 나를 똑바로 보았다. 정말로 그 외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저는…”
말을 꺼내려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나의 근심은 사토 세이라는 인간을 얕본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사람은 내가 입고 있는 것에도, 짊어지고 있는 것에도 흥미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나라는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짊어지고 있는 짐을 일단 내려놓고 단단한 갑옷도 벗은 채 이 사람 앞에 서도 되는 것이다. 긴 여행 도중 우연히 같은 나무그늘을 골라 쉬고 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나그네들처럼, 우리는 아마 각자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헤어져 여행길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곁에 있는 그 사람을 느끼며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은 필요 없다.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저를 여동생으로 삼아 주세요.”
나는 로사 기간테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래.”
“잘 부탁드려요.”
악수의 형태였지만 단순한 악수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의 손가락이 상대의 손을 감싼 듯한 그 감각에 나는 매우 안심할 수 있었다.
로사 기간테아는 나를 똑바로 보았다. 정말로 그 외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저는…”
말을 꺼내려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나의 근심은 사토 세이라는 인간을 얕본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사람은 내가 입고 있는 것에도, 짊어지고 있는 것에도 흥미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나라는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짊어지고 있는 짐을 일단 내려놓고 단단한 갑옷도 벗은 채 이 사람 앞에 서도 되는 것이다. 긴 여행 도중 우연히 같은 나무그늘을 골라 쉬고 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나그네들처럼, 우리는 아마 각자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헤어져 여행길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곁에 있는 그 사람을 느끼며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은 필요 없다.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저를 여동생으로 삼아 주세요.”
나는 로사 기간테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래.”
“잘 부탁드려요.”
악수의 형태였지만 단순한 악수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의 손가락이 상대의 손을 감싼 듯한 그 감각에 나는 매우 안심할 수 있었다.
이후 세이는 자기 언니가 졸업한 뒤 목에서 빼어 손목에 감아두었던 로사리오를 시마코의 손목에 감아준다. 남들처럼 릴리안 여고에서의 쇠르 관계와 로사리오의 무게를 절감하며 서로에게 속박되는 관계를 맺길 원치 않았기 때문. 이는 언제건 자신이 품은 비밀 때문에 릴리안 여학원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며 몸을 가볍게 해 두고 싶었던 시마코에게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해결이었다.[17]
3. 일러스트
[1] <우러러보니 존귀한(仰げば尊し)>[2] 1868~1912년[3] 릴리안 여학원 중ㆍ고등부 매점[4] 6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후편>의 ‘로사 키넨시스, 최고의 날’에서 수험을 마치고 학교에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보물찾기)를 관전하러 왔다가 요코의 오랜 꿈이던 ‘장미관에 학생들이 북적이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 날 시험을 쳤던 2지망 대학이 재수가 좋다는 이유로 거기로 진학하는 것이다.[5] 사실 누가 하세쿠라 레이와 더 친한 관계인지 맞붙는, 유치한 친근감 배틀이었다고 한다.[6] 여동생의 여동생[7] 그랑 쇠르(언니)가 아니다.[8] 애니메이션에서는 유미가 세이의 물음에 뒤돌아 지그시 세이를 쳐다보다 다시 달려들어가 볼에 키스하는 장면이 꽤나 로맨틱하게 표현되었지만, 원작에서는 유미의 개그 섞인 고뇌가 길게 이어진 끝에 에잇! 하는 마음으로 달려든 거다. 마리미테 애니 자체가 꽤나 정적인 이유가 유미의 백면상 및 자학, 독백이 거의 표현되지 않아서이다.[9] 국적은 모른다. 그리고 그 조상 역시 혼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10] 릴리안 여대의 호칭문화는 일본의 일반적인 호칭문화와 같다.[11] 저러면 흔히 말하는 양자가 된다. 다만 읽는 법은 '요우시'이긴 하지만.[12] 릴리안 여학원 중ㆍ고등부 교복은 아이보리색 칼라가 달린 진녹색 세일러복인데, 중등부는 검은 리본, 고등부는 아이보리색 타이라는 것 외에는 똑같다.[13] 석별, Auld Lang Syne[14] 릴리안 여고를 떠나, 먼 곳으로 전학을 갔다.[15] 릴리안 여고를 졸업하고, 릴리안 여대가 아닌 외부 대학으로 진학했다.[16] 장미관의 동료, 사회, 미래.[17] 로사리오의 무게에 대한 고민은, 토도 시마코가 니죠 노리코에게 로사리오를 건네려 할 때에도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문제가 된다. 레이니 블루에서의 백장미 자매의 우울의 이유가 시마코가 노리코에게 로사리오를 건네며 그런 부담을 줘도 되는 것인지 고뇌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