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0:43

돼지기름

돈지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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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돼지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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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로 염장된 상태

1. 개요2. 특징3. 구매팁4. 활용5. 돼지 기름 추출하는 방법
5.1. 간단하게 추출하는 방법

[clearfix]

1. 개요

Lard. 쇠기름에 대응하여 한자어로 돈지(豚脂), 돈유(豚油)라고도 한다. 원래는 돼지의 콩팥 주변 지방[1]조직에서 추출한 기름만 가리키는 용어였지만, 현재는 돼지에서 추출한 기름을 모두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2. 특징

돼지 기름은 약간 산패되더라도 튀김을 했을 때 그럭저럭 괜찮을 만큼,[2] 의외로 맛이 깔끔한 편에 속하는 기름이다. 발연점도 꽤 높은 편이라[3] 튀기거나 볶는 것에 크게 부담이 가지도 않는 요긴한 기름. 버터에 비해 고소하고 달달한 풍미가 없어 콩라인 느낌도 있다.[4]

1980년대 말 우지 파동으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40년 가까이 영향을 받았다고 오해하지만 라드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우지파동과는 별개의 이유였다. 1980년대 중반, 당시의 비위생적인 라드 쇼트닝 제조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작업용 장갑과 포장용 폐비닐 등 이물질이 원료인 비계에 섞인 채 유통, 제조되는 과정이 밝혀져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보도 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요리점들은 "저희 업소에서는 쇼트닝, 라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국집의 라드 사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위생 문제 이외에도 라드 사용으로 인한 하수구 배관 막힘 등의 문제가 있었기에 일부 노포를 제외하고는 라드는 콩기름 등의 식물성 식용유로 대체되었다.[5] 나쁜 기름 인식을 받으나, 사실은 (특히 저질 팜유)쇼트닝이나 마가린 따위와 비교가 어려운 고급 식재료다.

버터의 비교적 저렴한[6] 대체재로 요긴하게 쓰인다. 버터는 발연점이 낮은 편이라[7] 뭔가를 볶거나 지지는 식의 요리를 할 때는 버터가 타기 십상이다. 단, 상온에서의 질감이 매우 묵직하고 버터에 비해 풍미가 밋밋하여 제빵에 쓰는 건 힘들다.[8] 하지만 제과에는 큰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이에 크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라드를 쓰기도 하고, 중국 과자 월병도 라드를 써서 만든다.[9] 라드의 대체재로 쇼트닝을 쓰기도 하는데, 문제는 쇼트닝은 몸에 나쁜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맛이 떨어진다. 라드는 김치와의 조합이 특히 뛰어나서, 김치 볶을 때 쓰면 다른 기름에 볶는 것보다 맛있어서 인기가 좋다. 고깃집에서 삼겹살 불판에 김치를 올리는 것도 라드와 다름없는 삼겹살 기름과 김치의 조화 때문이다.

돼지고기 조리 시 사용하면 고기을 더욱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의외로 깔끔한 맛이 나기 때문에 풍미로는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식물성 식용유들보다 낫다. 한때는 동물성 지방이 건강에 나쁘다는 속설과, 돼지고기의 부산물이라는 특징상 생산 관리가 복잡한 문제 때문에 다소 기피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돼지고기 유통도 안전하게 되고 있고, 한식 요리에 잘 맞는 기름이기도 해서, 김치를 사용하는 요리나 삶은 고기와 섞어 쓰는 용도로 넣어도 된다.[10]

돼지기름은 사람체온(36.5도) 정도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동물성 지방이기도 하다. 덕분에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실온 상태에서는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돼지기름으로 요리를 한 후 그릇설거지하면 돼지기름이 하수관에 달라붙어 결국 관이 막히는 원인이 된다.

알고 보면 이게 요즘 돼지 기름을 안 쓰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집들이 돼지 기름 대신 콩기름이나 옥수수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쓰는 이유로 가격 문제도 있지만, 사실 대용량은 큰 가격차가 나는 건 아니다.[11] 결국 주 원인은 바로 하수관 막힘 탓이다. 거기다 배달음식에 돼지 기름을 쓰면 배달하면서 식으면 하얗게 굳기 때문에 돼지 기름을 쓰지 못한다. 이렇게 돼지 기름을 쓰지 않게 됨에 따라 중국집 음식 맛이 예전과 꽤 달라졌다. 이를테면 돼지 기름을 쓴 볶음밥과 식물성 기름을 쓴 볶음밥은 풍미가 많이 다르다. 비계를 갈아 넣고 만드는 유니짜장은 물론 기름으로 볶는 짬뽕, 간짜장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맛 차이가 나며, 튀김으로 가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하수구에서 기름 덩어리가 떡지는 것이 워낙 골치 아픈 탓에, 돼지기름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일본 라멘 전문점은 기름을 따로 포집하는 전용 하수 설비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런 걸 모아다 정제하여 공업용 윤활유로 제조하는 업체도 있다. 기름으로 굳은 하수관을 청소하는 건 사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전용 장비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서 그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고층 아파트에서 겨울철에 "돼지기름을 개수대에 버리지 말라"는 공지가 자주 붙는 건 막힌 데 찾아내고 뚫는 기술 용역 비용이 비싸고, 그게 관리비 증가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돼지기름이 식어 굳어버리면 설거지 하기에도 상당히 번거로운데, 돼지기름을 씻어내는 데에는 온수가 효과적이다. 인간의 체온 정도만으로도 돼지기름은 액체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손을 담갔을 때 조금 따뜻하게 여겨질 정도의 온수만으로도 녹아내린다.[12] 온수와 주방세제를 함께 사용하면 쉽게 씻겨 내려간다. 그럼에도 녹은 돼지기름이 하수관에 들러붙을 수 있으니 설거지가 끝난 후에도 온수를 일정량 흘려 보내주면 어느 정도 방지는 할 수 있다. 아예 기름 상태라면 뜨거운 물로 설거지할 때에도 주방세제 원액을 섞어 휘저어 뿌옇게 만든 후에 흘러 보내야지, 그대로 씽크대 하수구에 부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도 물이 식는 어딘가에서 결국 굳어서 막혀버린다.

일반 가정집에선 어차피 자주 돼지기름이 나오진 않기 때문에 어쩌다 삼겹살 등을 굽고 많은 돼지기름이 남아 있을 경우 싱크대 하수구에 버리지 말고 다시 기름을 포집해서 다른 요리를 할 때 사용하거나,[13] 혹은 휴지가 어느 정도 차 있는 휴지통이나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것이 환경 오염도 막고 휴지가 기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하다. 단 뜨거운 상태의 기름을 바로 부을 경우, 비닐 봉투가 녹아 라드가 바닥에 흘러 어지럽히거나 살에 튀어 화상 입을 위험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 식은 액체 상태일 때 버려야 한다. 간단한 방법으로 알루미늄 호일로 간이 그릇을 만든 다음 여기에 삽겹살 기름을 부으면 시간이 흐른 후 기름이 굳는데 이것을 알루미늄 호일째로 그냥 비닐랩에 감싸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법이 있다.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도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설거지 하는 게 좋다.

비계는 보존성이 꽤나 나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냉동을 해서 신선하게 유통할 수밖에 없는데, 삼겹살 등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지, 역설적으로 불포화 지방산의 산패를 방지해서 풍미와 건강 등 기름의 종합적인 질로 치자면 식용유 중에서는 가히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우지, 버터와 동등 또는 그 이상)

시중 가공식품 중에는 우지와 함께 돈지가 들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분말 크림스프, 인스턴트 고형/분말 카레에 들어가며 소시지, 햄버거 패티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에는 50%까지도 들어간다. 육즙이 터진다고들 하는 돈육 가공식품의 육즙의 많은 부분을 돈지가 맡고 있는데, 육즙 터진다는 중국식 찐만두 같으면 그 육즙 절반 이상이 돈지다.

3. 구매팁

국내에서는 대부분 13~14kg짜리 통(한 말 들이 통)으로 유통한다. 중국집이나 치킨집에서 사용하는 사각 깡통식용유와 똑같은 통에 판매하며 보통 원재료명에 돈지라 써있다. 소량의 팜유 또는 우지(소기름)와 혼합된 형태가 대부분. 위와 같은 대용량 깡통라드는 콩기름 대용량과 비교해도 가성비가 나쁘지 않으나, 정작 가정에서 쓰기 좋게 700g짜리 유리병에 담아놓은 것을 파는 곳들은 있긴 하나 적기도 하고, 가격도 비싸다. 14kg 깡통에 비하면 가성비가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라드가 버터보다 비싼 괴현상이 나타난다.[14] 덕용이 더 싸고 소분한 것이 가격이 더 높은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일반 식용유 계열의 덕용 vs 가정용을 비교해도 라드는 너무 차이가 큰 편인데 아무래도 가정용 소용량은 수요가 적어 바가지가 붙는 것.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국에서도 10kg가 넘는 대용량 포장과 250g-500g 정도 되는 가정용 포장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초월적인 단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라드를 요리에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좀 귀찮아도 14kg 깡통라드와 소분 병들을 사는 것이 좋다.

단, 라드는 동물성 기름이다 보니, 개봉 이후엔 식물성 기름과 달리 상온에 오래 두면 맛이 더 쉽게 변하고 상할 수 있다.[15] 단기간에 처리하면 상온도 큰 문제는 없지만 오래오래 상태 좋게 쓰기 위해선 최소한 냉장, 연단위의 초장기로는 냉동보관이 요구되기에 단순히 산다는 것 이외에도 보관공간 확보도 생각해야 한다. 대용량은 1L들이 병이라도 열개가 넘게 소분해야하므로 냉장고에 넣을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빼박 소용량을 살 수 밖에 없다. 소량으로 산다면 하다못해 2개 세트로 사는 게 좋다. 혹은 인터넷에 100g당 45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선에서 가공되지 않은 돼지비계를 판매하고 있으니 찾아 보는 것도 좋다. 또는 친지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공동구매를 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4.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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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아예 비계를 통째로 절여 먹는다. 라르도라고 부른다.[16]
파일:salo.jpg
슬라브 요리에도 살로(Сало)라고 해서 돼지비계소금에 절인 음식이 있다.[17] 절인 뒤 살짝 발효시켜서 먹는데,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한 매우 소중하고 유용한 음식이라고 한다. 보드카에 어울리는 최고의 술안주로 회자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게 러시아군에서는 전투식량에 포함되어 있다. 원조격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살로라고 부르고 러시아, 벨라루스 등에서는 살라[18]라고 부른다.
파일:external/www.casaponsa.com/llard-pastisseria_014-019-505.jpg
스페인 회사 Casaponsa의 라드
파일:external/i.huffpost.com/slide_347017_3668040_free.jpg
에 발라 먹는 라드

유럽에서는 가공하여 버터처럼 포장하여 판매하는데, 버터처럼 발라 먹기도 한다. 보통 생 라드를 발라먹지는 않고, 비계를 녹여서 기름만 뽑아내어 정제한 라드에, 양파마늘같은 향신 채소와 베이컨 조각 따위를 섞어 하얗게 굳힌 가공 라드를 스프레드처럼 발라 먹거나, 녹인 것에 말린 빵조각을 찍어먹는다.

오히려 기름 맛 자체는 버터보다 깔끔하지만, 버터 특유의 고소하면서 달달한 풍미는 없어 버터 이상으로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기름이지만, 부드러운 빵을 주로 소비하는 동양과 달리 매우 딱딱하고 퍽퍽한 빵을 주로 소비하는 서양에서는 오히려 버터보다 나은 점도 많아 꽤나 인기가 많다.[19] 기름맛이 꽤나 깔끔(?)한 덕분에 버터 대신 요리에 쓰기도 한다.

유럽식 원조 빵이 아니라 달달한 한국식 빵에도 맛있다고 잘 발라 먹는 한국인도 있는 것을 봐서 개인의 취향이다.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로 돼지 기름 맛에 익숙하니 버터와는 좀 다른 다소 어색한 느낌만 넘어선다면 크게 불편할 건 없다.

가정에선 삼겹살에서 뽑은 라드를 많이 쓴다. 그게 적당히 많이 나오면서 풍미도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단 삼겹살이 인기 때문에 가장 비싼 부위라서, 가격대 성능 비로는 매우 좋지 않다. 삼겹살을 아주 바싹 굽는 쪽을 좋아하는 경우에 한해 구이를 하면서 부산물로 나오는 기름을 받아서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걸러 쓰는 정도로 하면 된다. 삼겹살 1 킬로그램을 구우면 적어도 그 1/4은 지방, 라드 무게라 바짝 구우면 기름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아예 빵과 베이컨을 함께 먹는 조합도 유명한 만큼, 의외로 딱히 특별할 것은 없는 맛이 난다. 김소희 셰프의 말로는 청양고추 좀 썰어서 넣으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고추를 첨가한 스프레드용 라드도 있다.

유럽에선 기름이 잔뜩 나오면서 맛도 그럴싸한 삼겹살의 비계에서 추출해 가공한다. 유럽에선 삼겹살 부위는 거의 라드 추출용으로나 사용되지 잘 안 먹던 부위였다. 전세계적으로 돼지고기는 국가마다 특정 부위만 소비되고 나머지는 잘 먹지 않던 탓에 국가간 남는 부위 서로 바꿔먹는 일이 가장 많은 종류의 육류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생산된 라드를 최대 소비처인 한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국의 저가의 백반집이나 고깃집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덴마크산 식재료는 삼겹살 밖에 없다.

서양권에서는 돼지껍데기를 라드 혹은 기름에 튀긴 스낵도 있다. 영어로는 포크 라인드(Pork Rind), 혹은 Crackling이라고 불리며 스페인어권에선 치차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몸에 해로운 대표적인 간식거리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으로 인해 지방의 명예가 일부 회복된 이후 오히려 (상대적) 건강 식품으로 그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달리고 있다.

미국영국의 군인 비상 전투식량 중에는 라드덩어리가 통째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적당히 에 발라먹든지 하는 용도. 버터 보다 저렴하면서 보존면에서도 그나마 더 유리하고, 기름 덩어리 답게 고열량이고, 기름이니 나름 먹는 재미도 있어 꽤 쓸만한 군량이다. 물론 기름은 산패되는 만큼, 염장하더라도 그리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괜히 옛날 유럽 군함들에서 조리장의 특권이 요리 후 남은 기름 일부를 차지할 권리였던 게 아니다. 주로 로프 등에 방수용으로 바를 것을 일부 남기고 나머지를 정박하는 항구에 팔아 부수입을 올렸는데, 간혹 수병들이 조리장이 선심 써서 준 것 혹은 몰래 빼돌린 것을 건빵 등을 튀겨 먹는 데 쓰기도 했다.

로마군전투식량으로 돼지기름을 지급받았다. 추울 땐 이 트지 않게 바셀린처럼 몸에도 발랐다. 지금도 바셀린의 좀더 비싼 대용품으로 쓰인다. 바셀린 자체가 라드 같은 천연 기름 덩이를 대체하기 위해 석유로 만든 물건이다.

한국에서도 과거에 바셀린 용도로 쓰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도 "겨울철 튼살에 돼지족발 등을 끓이고, 에 뜬 기름을 식힌 후 기름이 굳으면 그걸 에 바르면 좋다." 정도로 나와 있다. 예전에는 돼지기름이 다른 기름들보다 몸에 안좋다는 편견이 있어서 사용을 꺼리기도 했었다. #

옛날 말갈족들은 한겨울에도 하의만 입고 웃통은 다 벗고 다녔는데, 이 돼지기름을 수 cm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두껍게 발라 추위를 피했다고 한다.

소든 돼지든 버리는 부위 없이 다 뽑아 먹는 한국에서는 희한하게도 라드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고, 간접적으로 돼지기름을 섭취하는 편인데, 전(한국 요리) 빈대떡, 삼겹살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특히 삼겹살을 구울 때 나오는 기름으로 김치마늘을 구워먹으면 상당히 맛이 좋다. 김치찌개를 할 때, 라드를 몇 숟갈 넣거나 라드를 충분히 넣고 김치를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면 좋다. 라드가 없다면 비계만 넣고 끓여도 맛이 훨씬 좋아진다.[20] 녹두전의 경우 돼지기름으로 지져낸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 음식점에서도 일부러 돼지기름으로 녹두전을 부쳤음을 선전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에 적극적으로 돼지기름을 사용해왔다. 특히 라멘의 경우는 당연하게 사용해온 식재료이며 유명한 라멘집으로 알려진 이치란라멘에서 출시한 인스턴드 버전 라면에는 이 기름이 별첨되어 있다. 기호에 맞게 넣지 않으면 너무 느끼해진다.
등심과 가까운 부위의 비계를 주로 이용하며 背脂(せあぶら, 세아부라)라고 부른다.


전서소가의 유저육 영상.

중국에서는 유저육이라 해서 라드에 돼지고기와 비계를 넣어 저장하는 요리가 있다. 비계에 비계를 첨가하는 것이 좀 괴악해 보이나, 막상 요리 후에는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육왕이 이 레시피를 한국식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유럽권에서도 오리 기름에 저온으로 요리한 통 오리를 기름 그대로 저장하는 콩피라는 조리법이 있다. 애초에 주사기 같은 걸로 직접 고기 안에 기름을 주입하지 않는 이상 치밀한 근육질인 살코기 안에 기름이 더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21] 이러한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고기 맛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육즙이 기름에 막혀 빠져나오지 못하므로 요리의 수분 보존에는 이 쪽이 더 유리하다.

5. 돼지 기름 추출하는 방법


재료: 두꺼운 냄비, 약간의 물, 돼지비계

비계에 고기가 붙어 있으면 기름의 산패가 빨라진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때 A지방을 달라고 하면, 고기에 덤으로 얹어주거나, 싼 값에 판매한다. A지방은 돼지의 등쪽에 있는 비계로 라드로 만들기에 적당한 비계만이 있는 부위이며, 다른 부위의 비계에 비해 질이 좋다. 껍질이 붙은 판 통삼겹을 살 경우에 껍질 바로 아래에 붙은 지방이다.

1. 두꺼운 냄비에 약간의 물을 깐다. 그냥 비계만 넣으면 일정량의 기름이 배어나오기 전까지는 삼겹살마냥 타 버린다.
2. 돼지비계를 넣고 약불에서 돼지비계를 녹여낸다. 이 때 비계를 5mm 정도로 얇게 썰어서 넣으면 빨리 추출되고, 남은 찌꺼기도 처리/이용하기 편하다.
3. 추출한 기름을 덜어 놓고 요리에 사용한다.

기름이 일정량 정도 나오면 이걸 덜어낸 다음에 계속 추출한다. 뜨거울 때 병에 7/8까지 넣고 밀봉한 다음 건냉한 곳에 보관한다. 장기간 보관을 위해 병조림 전용 찜기를 사용하거나, 냉동보관하기도 한다. 밀폐 유리병에 담아 냉장실에 넣고 깨끗한 숟가락으로 퍼내며 쓰면 반 년쯤은 문제 없다.

뽑아 낸 기름에 통후추, 로즈마리 같은 향신료를 넣어 가열해 향을 더하면 서양요리에 쓰기 좋은 라드가 되고, 통마늘이나 마른 고추를 넣으면 한국요리에 좋은 라드가 된다. 간단하게 하려면 라드 뽑아낼 때 용기에 향신료를 던져 넣으면 된다. 타면 안 되니 조심해야 한다.

기름을 짜낸 바삭바삭하고 진한 갈색 찌꺼기는 식용이 가능하다. 훈연향이 없고 간이 안 되어 있을 뿐 베이컨 가루와 쓰임은 거의 같다. 절구에 빻거나 기계로 갈아서 샐러드에 뿌려 먹어도 되고 샌드위치 소스 위에 뿌려도 좋다. 크림스프에 넣어 먹어도 그렇듯하다. 김치찌개 끓일 때 넣어도 된다. 이를 이용한 그람멜이란 음식도 있다. 비계를 자체 기름으로 튀겨서 만든 음식. 물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야 먹을만 하므로 귀찮으면 그냥 먹지 않고 버려도 무방하다. 참고로 개한테 주면 잘 먹는데 기름이 많아 많이 먹이면 탈 나니 조금씩 줘야 한다.

비계가 타지 말라고 물을 넣지만, 물이 남아있는 동안은 기름이 잘 나오지 않는다. 라드가 있다면 라드를 약간 까는 게 훨씬 빠르다. 화력에 따라 라드 나오는 속도 차이가 크지만 강불에선 눈을 잠시만 떼면 순식간에 숯이 된다.

5.1. 간단하게 추출하는 방법


1. 내열용기에 돼지비계를 넣고 뚜껑을 닫는다.
2. 전자렌지로 약 10분간 가열시켜 기름에 지방이 뜰 정도로 빠지면 기름을 따라낸다.[22]
3. 남은 비계를 5분 정도씩 더 가열해서 기름을 짜낸다.

에어프라이어로 160도 15분씩 돌려가면서 기름을 빼도 된다.


[1] 우지도 콩팥 주위 지방에서 뽑아낸 것을 최고로 친다. 성경에서도 제사 제물로서 헌물된 지방질 가운데 콩팥 주위의 지방질이 포함됐었다. 돼지도 소와 같은 우제목이라 특성이 많이 비슷하다.[2] 물론 당연하지만 몸에 안 좋은 것 이전에 풍미가 훨씬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3] 이 특성 덕에 라드는 주철로 만든 프라이팬이나 냄비 등 주방 기구의 코팅(시즈닝)에도 쓴다. 시즈닝 전용 라드가 주철제 조리 용기 제조사에서 나와 있다.[4] 풍미가 약하다는 것은 맛이 어울리는 재료에만 구애받지 않고 두루 쓸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5] 1996년 1월 30일 KBS 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라드나 돈지 쇼트닝 자체가 불량 식재료인 것처럼 모는 기사가 존재한다.[6] 국내에서는 병에 들었거나 막대 모양으로 포장한 라드 가격이 버터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싸다는 건 식재료로 대량으로 살 때 얘기이고, 가정용은 원래 버터보다 얼마 싸지도 않다.[7] 이를 보완한 것이 인도 가정에서 많이 쓰는 정제 버터인데, 이건 버터보다 더 비싸다.[8] 식빵 만들 때 버터나 식물성 기름 대신 쓰면 버터처럼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이 된다. 그렇다고 식물성 기름처럼 기름지기만 한 것도 아니고. 라드를 집에서 만든다면 월등히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9] 회족 등 중국의 무슬림 민족들은 하람 푸드에 속하는 라드 대신 탤로(소나 양의 비계를 가공하여 만든 것)를 쓰기도 한다.[10] 예를 들어 백종원은 자기 채널에서 만두, 햄버그 스테이크 같이 갈은 고기를 쓰는 메뉴를 만들 때 비계를 좀 더 넣으라고 추천한다. 50%까지도 넣어보면 맛있을 거라고 한다.[11] 사실 1980~1990년대에 쇼트닝을 만드는데 양말이나 더러워진 헝겊을 써서 걸러내거나 비위생적인 원료를 섞는 실태가 고발됐는데, 이게 언론에선 돼지 기름을 뽑아내는 것이라고 잘못 보도되면서 중국집의 수입이 수개월동안 반토막나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 사태 때문에 대중적으로 돼지 기름은 불결한 것이란 인식이 박히면서 중국집엔 불가피하게 식용유를 사용하는 방식이 자리잡게 된다.[12] 그릇에 돼지기름이 많이 붙었거나 설거지감이 많다면 고무장갑을 끼고 최대한 뜨거운 물을 충분히 뿌려가며 설거지하는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설거지를 할 때는 항상 가장 뜨거운 물로 하는 게 기본값이다. 온도변화로 깨지기 쉬운 고급 식기를 다루지 않는 한, 뜨거운 물을 쓰는 게 더 깨끗하다.[13] 특히 볶음밥이나, 중화풍 요리를 할 때 식용유 대신 사용하면 그 풍미가 확연하게 달라진다.[14] 2021년 온라인 가격으론 총 3kg도 안될 700g 3~4병을 사도 14kg보다 비싸지기도 한다.[15] 라드를 오래전부터 먹어온 서양에선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라드를 만들자마자 소분해서 기름종이로 하나씩 싸고 다시 밀폐용기에 넣어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식으로 최대한 산패를 지연시키려 했다.[16] 라드와 어원이 같다.[17] 타타르인 등 러시아 내 무슬림 소수민족들은 소나 양의 비계로 만든 할랄 살로를 먹기도 한다.[18] 강세가 없는 о는 '아' 비슷하게 발음된다.[19] 버터보다 딱히 더 싸지도 않다.[20] 사족이지만 라드와는 달리 소의 지방인 우지(탈로)는 이상할 정도로 한식에서는 활용이 없다. 기껏해야 소고기 구울때 불판에 바르거나 된장찌개에 맛내기용으로 넣는 정도. 볶음요리에 쓰면 라드 이상으로 뛰어난 풍미를 내는 좋은 기름인데도 말이다.[21] 대표적으로 참치 통조림에 들어가는 액체도 기름(주로 면실유나 카놀라유 등)인데, 수 개월이 지나도 참치가 특별히 더 느끼해진다거나 살이 기름에 녹는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22] 기름을 따라내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 기름의 열 때문에 돼지껍질이 타서 기름에 탄내가 배고 색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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