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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영어권에서는 1970년대부터 work-and-life balance, 2000년대부터 work-life balance,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앞글자만 딴 신조어로서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이라는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의 여성 노동자 운동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여성들이 직장 일과 가정일을 모두 감당하려면 정부와 기업에서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등 모성 보호 관련 휴식 제도를 강화하고 유연한 근무 시간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이 용어를 사용했으며 점차 성별과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의 근무 시간을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위해서 최적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발전하였다. 세계 각국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일과 삶의 균형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정책화되기 시작하였다(김정운・박정열, 2008). 일과 삶의 균형은 초기에는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였으나 차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윤병훈·송봉규, 2014: 91). 대한민국은 2017년 고용노동부에서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 혁신 10대 제안’으로 정시 퇴근,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업무 집중도 향상, 생산성 위주의 회의, 명확한 업무 지시, 유연한 근무, 효율적 보고, 건전한 회식 문화, 연가 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 등을 발표했다.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일과 삶의 균형 내지 조화는 근로자들의 일과 삶을 조화시키고 균형 있게 만듦으로써 근로자에게는 삶의 만족을 제고하며, 이를 통해 조직에게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Keeton et al., 2007; 김정운 외, 2005: 30). 따라서 이러한 일과 삶의 균형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행정학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5위에 해당할 정도로 근로 시간이 길다. OECD 국가별 연간 평균 근로 시간 차트 OECD 국가들이 모두 선진국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한국인들이 일하는 시간이 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설명
사람이란 본래 여타 동물들에 비하면 한 번에 엄청난 힘을 단시간에 곱해서 발휘하는 것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 엄청난 힘을 장시간에 나눠서 발휘하는 것을 선호한다.[1] 게다가 현대 사회는 일만 해서는 절대로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없는 시대이고 각종 문화의 발달로 인해 일을 열심히 하고 여가 시간에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실제로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연봉과 워라밸 중에서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이 워라밸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 9.5%만이 동의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점차 워라밸 보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에겐 아무 의미 없는 개념이다. 라이프 밸런스에 맞춰서 일해봐야 생존하기도 힘든 수준의 임금만 받기 때문이며 보통 긴 시간 가게를 열어두는 자영업자들에겐 그런거 없다. 그런 사람들은 더 일하더라도 더 받길 원하는 게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이런 걸 안 지켜주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1988~1994년에 태어난 20대 직장인, '워라밸 세대'에 주목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에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축소 제한 하는 것이 성사되었다. 정부는 이를 통해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 불금 놀토 휴식과 소비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19년 8월에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2]은 중소기업에 한해 이를 최대 3년 늦추잔 개정안을 내기도 했으나 정책 후퇴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 현실성은 낮아 보였다.#
2019년 여론 조사 결과 워라밸 중시가 44.2%, 일 우선이 42.1%로 나타났다. 워라밸 중시 개념이 일 우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한다.
흔히 워라밸의 끝판왕으로 알려져 있는 공무원도 9급 한정으로나 워라밸을 누릴 수 있지 7급 이상부터는 워라밸을 좀처럼 찾기 힘들게 된다.[3] 7급부터는 각종 잔업 및 조출에 야근까지 시달려야 되기 때문에 거의 주 6일 근무 제도라고 봐도 무방하고 5급은 아예 주 7일 근무 제도라고 봐도 무방하다.[4] 특히 5급 이상 공무원들은 국가 및 지방의 실무를 직접 자신들이 담당해야 되기 때문에 근로 시간도 매우 길 수밖에 없으므로 그만큼 워라밸을 누릴 수 없다. 검은날에도 공공 기관에 출근해서 하루 16시간 이상 일을 해야 되는 건 당연하고, 파란날과 빨간날에도 공공 기관에 출근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해야 된다. 심지어는 주말과 공휴일, 명절 연휴에 나와서도 근무한다. 9급이라도 재빠르게 승진을 원하는 공무원이라면 워라밸 누릴 생각 접고 조출야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3. 편법
하지만 편법을 이용해 회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1. 칼퇴한 것처럼 체크만 하고 무한 야근.[5]
2. 주말 근무를 올리지 않고 그냥 나와서 강제적으로 일하게 한다.
회사를 위해 온몸을 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기업에서 고과를 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워라밸이 확산되기 쉽지 않다.
공무원은 워라밸 데이라고 월~목 4일을 30분 늦게 퇴근하고 그만큼 금요일에 2시간 빨리 퇴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도 하는데
1. 월~목 출근 자체를 일찍 시켜버린다. 말 그대로 조삼모사. [6]
2. 금요일에 그딴 거 없이 그냥 야근 혹은 당직!
대기업같이 워라밸을 챙겨주는 경우 17:30 땡 울리자마자 PC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7] 강제로 꺼버리면서 모든 잔업, 특근을 기록에 남기면서 이를 부서장 평가에도 반영하는 정책을 적용하는 추세다. 컴퓨터를 켜놓고 일하려면 미리 사유를 설명하고 허가를 받아놔야 한다. 퇴근하려고 상급자의 허락을 받는 게 아니라 야근하려고 상급자에게 허락을 받는 구조다.
3.1. 장외
워라밸을 단순히 노동 강도로만 보면 현시대 직장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힘들다. 라이프 밸런스를 흔드는 워킹에서의 부조리 영역은 특히나 관리자와 직원들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직장 민주화가 갈 길이 먼 것이 이런 숨어있는 작은 일상에서의 부조리 누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근무 시간과 노동 강도를 떠나 일 시간이 아닌데 괴롭히는 쪽이 오히려 워라밸을 더 흔듦에도 시키는 쪽에서 전혀 관심이 없어서 이 문제는 여론만 나쁠 뿐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워라밸을 흔들고 블랙 기업이라고 악평이 쌓이는 기업들의 문제는 알려진 것들만 다음과 같다.- 회식 강요 - 가장 대표적인 비업무 스트레스이며 직원들은 대부분 회식을 애초에 비업무로도 보지 않는다. 이런 직장에서 술 강요나 각종 부조리가 더해지면 악명이 쌓인다. 심지어 강제필참에 직원들에게 회식비를 걷는 막장 기업도 있다.
- 휴가 제한 - 지금 너만 힘든 줄 아냐의 대표적 사례. 월•연차를 쓸 때도 일일이 목적을 보고하게 하고 단순 휴식 목적으로 쉬는 것은 간접적인 압박으로 함부로 못 쓰게 하거나 피치 못할 일이 있어도 반차나 30분 조기퇴근 등으로 최대한 줄이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출산 휴가 같은 제도 역시 못 쓰게 압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식사 문제 - 법적으로는 8시간 근무하면 1시간 식사 보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직장은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빠른 식사 교대를 강요하기도 하고, 몇몇 꼰대 상사는 먹는 것 가지고도 뭐라고 한다.
- 비업무 시간 부재 - '퇴근 후 카톡 방지법'이 법제화되어 국회에 계류될 정도로 심각하다.
- 그 외 알려지지 않은 업무 강요 사례는 수도 없이 많고 드러난 것들도 많다.
4. 한계
워라밸은 기업이 노동 시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다. 즉,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면서 노는 사람이 있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에는 충실하게 일하고 때가 되면 후련하게 퇴근'해서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 워라밸의 진정한 의의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을 아끼고 노동자는 봉급과 개인적 시간을 챙길 수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기업이나 노동자는 이 이상적인 구도를 작동시킬 능력이 없다. 기업은 노동력 관리나 업무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시간과 인건비를 낭비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만들고, 노동자 역시 이렇게 백해무익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장기적으로 버티려고 체력과 능력을 아끼다보니 성장은커녕 주어진 일도 제대로 못 한다.
심지어 게임계처럼 온갖 분야가 총망라된[8] 분야에서는 필요한 노동의 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보니 크런치 모드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여기에 내부자료 유출이나 특정 인원의 불건전한 언행으로 인한 평가 하락 등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카오스가 된다.
한편 상시 교대 근무가 필수적인 서비스는 노동 시간 절감을 시도(ex. 영업시간 단축)하면 오히려 서비스의 존재 가치가 훼손된다. A/S나 기술적 지원 등을 포함한 고객 서비스의 질이 희생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택배/물류 관련 업체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경우 노동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노동력 활용 효율을 높여 더 많은 급여로 보상하는 게 맞다.
나라의 기업 환경이 후진적인 경우 노동 시간 최적화는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생산성이 너무 허약한 경우, 대표적으로 부실 중소기업 같은 경우 수익성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된 노동 시간 배정과 급여 지불조차 하지 못하곤 한다. 자본주의 논리로 따지면 이런 기업은 청산되는 게 옳으나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닌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한편 기업 자체가 비효율의 극치인
노동 시간 최적화 같은 귀찮은 짓을 하느니 그냥 다른 나라로 튀고 마는 기업들이 매우 많은 것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노동 시간 규제가 허술한 중국 같은 나라로 도망가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다국적화된 기업들은 이럴 이유도 능력도 없어 노동 시간 최적화에 집중하게 되긴 하지만 그런 기업도 노동 집약적, 즉 노가다로 시간 처먹는 분야에 대해선 얄짤없이 중국 런을 시전한다.
21세기에는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창궐로 대봉쇄가 발생하면서 직업의 TO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업은 없으며 따라서 본인이 계속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력 개발 및 자기 계발로 본인의 가치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워라밸을 뒤집은 워라하(Work and Life Harmony) 또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따라서 한국은 워라밸보다는 워라하/워라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 워라하나 워라블은 워라밸에 대응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느낌이 강하며 실제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워라하나 워라블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일상에서도 (쉬지 말고) 일해라라는 의미가 팍팍 풍긴다.[9] 2024년 3월 29일 기준으로 구글 검색에서 워라밸(974만 개), 워라블(37,000개), 워라하(33,700개) 순으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니 말 다 했다.
4.1. 반론
사람은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행복 추구는 능력주의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주장 및 반론이 있다. 특히 "한국은 지금까지도 야근 등 일과 개인 생활의 구분이 애매했던 사회였는데, 거기다 조화까지 이루라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심한 과로에 몸이 상하거나 심하면 죽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이며 임금 상승률을 상회하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과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는 청년실업 등 계층의 고착화가 완성되어 가는 2020년대 한국에서는 차라리 사회적인 성공에 대한 큰 욕심을 버리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더라도 자기 시간을 확보하면서 살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의견도 있다.[10] 이들은 직장은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집보다 회사가 편해지게 할 순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무한 경쟁의 부작용으로 세대 갈등, 인권 침해, 학습된 무기력, 환경 파괴 등이 있다.
5. 기타
워라밸에 이어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이란 말도 생겨났다. # 사실 이런 개념 역시 워라밸와 유사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스스로를 워워밸이라고 자조하거나 잉여스러운 삶을 라라밸이라고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 시간은 OECD 4위이며 평균보다 199시간 더 일한다고 한다. # 사실 이마저도 엄청나게 줄여와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6. 관련 문서
[1] 인간이 여타 동물들에 비해 단거리 달리기 속도가 굉장히 느린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다. 하지만 대신 인간이 여타 동물들에 비해 장거리 마라톤은 느리지만 꾸준히 능숙하게 해낸다.[2] 여담으로 의원의 일부는 검찰 개혁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던 인물들이라 윤석열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되었다.[3] 다만 공무원 소속사의 모기업(?)이 국가일 뿐이지 그 직종이나 업무의 종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 업무 환경은 사실상 케바케다. 공무원이라는 단어 하나는 너무 포괄적인 직종이라는 뜻이다.[4] 정확히 말하면 7급 공채, 5급 공채 출신 공무원들. 공무원의 업무량은 직급보다는 어느 기관에서 근무하느냐가 중요한데 높은 직급으로 들어오면 그만큼 업무량이 많은(=진급 속도가 빠른) 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5급이라고 해도 5급 출신 사무관들은 격무,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고 그만큼 업무량도 많으며 진급도 빠르고, 9급 출신 사무관들은 하급 기관이나 본부에서도 한직에 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업무는 편한 대신 진급은 어려운 식이다. 그래서 7급 공채, 5급 공채로 들어온 공무원들은 시보 기간 벗어나고 정식 임용되고 나서도 워라벨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5] 이러면 서류상으로는 퇴근했으니 잔업을 하지 않은 게 되어 잔업 수당을 받을 수 없다.[6] 그리고 금요일에는 야근을 못 올리게 만든다.[7] 종료 전에 안내 방송으로 약 5분의 문서 저장 시간은 준다.[8] 이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당장 개인 단위로 보면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와 기획자 등등 다양한 직군이 있고 관리진은 이 다양한 의견과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게임계가 괜히 야근과 주말출근의 끝판왕인게 아니다.[9] 1차나 2차 산업이 아닌 다음에야 전화를 넘어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일과 삶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며 쉬다가도 급히 처리해야 하는 불상사가 터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예외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일을 요구하는 억지 논리가 횡행한다는 것이다.[10] '경로의존성' 문서의 '경로 변경이 느리다?' 문단에도 서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