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7-12 01:49:38

언어순화 운동

1. 개요2. 정의3. 원칙4. 대상5. 국어순화의 종류6. 사례7. 논쟁8. 해외의 언어순화
8.1. 앙글리시8.2. 프랑스어8.3. 아이슬란드어8.4. 독일어8.5. 힌디어8.6. 그리스어8.7. 터키어
9. 관련 문서

1. 개요

언어 내에 있는 외래어 요소들을 고유어로 갈아치우는 일을 말한다.교과서에서 자주 시행한다.

비슷한 언어순화 작업은 그리스어, 터키어 등 여러 언어권에서 시도되었으나 본 문서에서는 한국어의 언어순화 운동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 경우 '국어 순화'나 '우리말 다듬기'라고도 한다. 후자의 경우 '국어 순화'라는 말부터 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상황에서 '우리말 다듬기'라는 말은 그 의미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라는 점에서 국어 순화의 기본 정신에 걸맞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언어계의 순혈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linguistic purism이라는 용어도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2. 정의

언어순화는 국어 속에 있는 잡스러운 것을 없애고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볼 때 언어순화란 한마디로 고운 말, 바른 말, 쉬운 말을 가려 쓰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강제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고(문법 변경, 단어 자체 변경) 바꾸는 것을 추천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경우도 있다.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표준어와 표기법, 발음법 따위를 규정하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무엇이 잡스럽고 무엇이 고우냐, 무엇이 바르냐 하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일단 한국 내에서의 언어순화 운동이란 외래어, 외국어를 가능한 한 고유어로 재정리하는 것과, 비속한 말이나 표준어가 아닌 말을 고운 말, 표준말로 바르게 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고치는 일도 포함한다.

즉, 언어순화는 '순 우리말(토박이말)'이 아니거나 '쉬운 우리말'이 아닌 말을 순우리말이나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쓰는 '순 우리말 쓰기'나 '쉬운 우리말 쓰기'를 두루 아우르며, 넓게는 '고운 우리말 쓰기', '바른 우리말 쓰기'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언어순화 운동은 본질적으로 '규범적'인 것이다. 언어학에선 어떤 표현에 대한 잡스럽다거나 곱다거나 올바르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의미가 변화하며 점차 쓰이는 빈도가 줄다가 결국에 사라진다고 본다. 또한 사회적 약속이기에 개인이나 소수집단 맘대로 음성-의미 조합을 고칠 수 없다고 보고 있다.[1]

이런 점에서 언어순화 운동은 국민정서, 도덕감정, 정부 정책 등 비언어학적인 기준으로 언어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는 행위이며 사회적·정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3. 원칙

언어순화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 언어의 순결성: 이를 '다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 언어의 규범성: 이를 '바로잡기'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의 전통성이나 어법, 문법 등 갖가지 기준에 '어긋나는' 요소들을 바로잡아 우리말의 '전통성'을 회복하고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알맞게' 바로잡는 데 이바지한다.
  • 언어의 합리성: 이를 '가꾸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말을 더욱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가꾸기'는 좀 더 명확한 표현, 좀 더 '아름다운' 표현 등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 언어의 경제성: 다듬은 말이 본래의 뜻을 정확히 보존하지 않거나 그 단어 구성이 복잡해지고 길이가 길어진다면 이는 언어의 경제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4. 대상

  • 우리말 용법과는 다른 번역체나 외래어와 외국어
  • '쉬운' 우리말이 아닌 난해한 한자어
  • '바른' 우리말이 아닌 규범이나 어법에 맞지 않은 말이나 표현
  • '고운' 우리말이 아닌 비속한 말이나 표현 등

역사적으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영어를 비롯한 서양 외래어와 외국어 등은 대표적인 언어순화의 대상이었다. 이 중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영어는 역사적인 이유로 그동안 언어순화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특히 정착된 외래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외래어라고 모두 다듬을 수는 없고 다듬는 것이 오히려 대다수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순우리말 쓰기'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완전히 정착된 외래어나 지금까지 불편 없이 써 왔던 외래어를 대상으로 우리말 다듬기가 이루어진다면 극단적인 우리말 다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써 왔던 외래어를 다듬으면 다듬은 말이 오히려 생소하여 새로 익히는 데 불편해지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용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본격 터키어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단어를 다듬는다고 치면, 뭐라고 다듬을 것인가? 게다가 다듬는 과정에서 원 외래어의 본질적 의미를 모두 옮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언어순화는 불필요한 외래어나 외국어, 즉 아직 정착되지 않은 서양 외래어나 외국어를 주요한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정착되지 않은 서양 외래어는 언어순화를 통해 빨리 대처하면 다듬은 말을 쉽게 퍼뜨릴 수 있다.

사실 자발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운동이 벌어지기도하는데, 여기서 나온 표현들이 작심하고 만드는 국어순화운동 보다는 실효성이 있고 생명력이 긴 사례가 많다. 1970년대말 80년대 초의 대학가에서 벌어진 우리말 순화 열풍으로 등장한 단어가 '클럽을 대신한 동아리', '모임을 대신한 모꼬지', '신입생을 대신한 새내기', '2차 모임을 대신한 뒤풀이' 대학가에서 자생한 표현들이다. 전산용어 한글화 운동 역시 낭만이 넘치던 PC통신 시절 자생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이 때 등장한 표현이 글쇠와 갈무리 등이다.

학술적인 분야에서는 대중화와 이해의 용이성이라는 목적으로 언어 순화라기보다는 용어의 간략화가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많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겸사겸사 우리말로 변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으로 고고학자 손보기에 의한 고고학에서의 언어순화를 들 수 있다. 다음은 그 예들. 2000년대 이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왼쪽의 바뀐 표현이 더 익숙할 것이다.
뗀석기(타제석기), 간석기(마제석기), 잔석기(세석기), 가락바퀴(방추차), 돌무지 덧널무덤(적석목곽분),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 빗살무늬토기(즐문토기), 이른민무늬토기(원시무문토기), 민무늬토기(경질무문토기), 조개더미(패총), 고인돌(지석묘), 반달돌칼(반월형석도), 거친무늬거울(조문경), 잔무늬거울(세문경), 돌괭이(석초), 돌보습(석리), 거푸집(용범), 찌르개(첨두기), 슴베찌르개(박편첨두기), 뒤지개(굴봉), 주먹도끼(양면핵석기), 홈자귀(유구석부)

순우리말/용어 문서 참조.

고고학 이외의 사례로, 과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의 PC통신 시기에는 컴퓨터용어를 순우리말로 바꿔보고자 했던 적도 매우 많았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는 '무른모', 하드웨어는 '굳은모', 캡처는 '갈무리'[2], 버전은 '마당' 따위.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만 혹시 그때 나왔던 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면 볼 수 있다.

물리학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있어 전기장을 '전기 마당' 따위로 바꾼 낱말이 잠깐 쓰였으나, 현재는 전혀 정착하지 않고 있다. '싸개 속 열비김에 있는 전자기 내비침(용기 내부가 열평형 상태일 때의 전자기 복사)', '검정체 내비침(흑체 복사)'같은 말을 들은 학생들은 혼이 빠져 나간다. 생물학에서는 7차 교육과정부터 '책상조직'이라는 낱말을 '울타리조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언어순화 운동은 해당 사회의 사회적, 이념적, 공동체적 지향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가령 그리스는 독립이후 이전의 지배국인 터키의 언어인 터키어에서 비롯된 단어들을 청산하기 위해 이미 1000여 년 전 이전에 사라진 고대 그리스어 단어들까지 부활시켜 가며 언어순화를 이루었으며, 결국 독립 이전의 그리스어와 독립 후 30년 후의 그리스어는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 버리기도 했다.

2000년대에 이쪽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법률용어 같다. 일본식 한자어가 너무 많고, 자기들만 쓰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법률용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진짜 '흰건 종이인데, 검은건 내가 아는 말이 아니구나'하면서 거품물기 일쑤이다. 선의악의처럼 단어를 전혀 다른 의미로 쓰는데다 불필요하게 어려운 한자어[3]를 사용하고, 그걸 또 진짜 한자로 적어버리는게 법전이다. 2000년대 법률은 그나마 봐줄만한 수준이지만. 이 때문에 법제처에서도 2006년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이라는 형태로 꾸준히 법률용어 순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물론 전부 법률개정형태. 이 과정에서 법학계에서는 법률용어 바꾸면 법률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반발을 내놓기도 했지만[4], 큰 방향에서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법제처 외에도 가끔 국회의원도 법률개정안을 내놓기도 한다. 참고로 법제처가 정비대상으로 선정한 법률 용어는 거의 4천개에 달한다.

5. 국어순화의 종류

  • 정화: 외래어를 고유어로 바꿔 써야 함(말의 잡풀을 솎아냄)
    • 예: 아나고 → 붕장어, 기스 → 흠집, 쿠사리 → 핀잔, 홈페이지 → 누리집[5]
  • 미화
    • 틀린 말을 맞는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전세집 → 전셋집, 그을은 → 그은
    •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완장 → 남의 삼촌, 노견 → 갓길, 내자 → 아내
    • 비속한 말을 고운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눈깔 → 눈, 주둥아리,아가리 → 입

6. 사례

해당 문서 참조.

여담으로 언어순화에 성공한 사례는 죄 다 순화 대상 어휘보다 짧거나 같고 동음이의어가 없는 단어들이다. 즉, 언어의 경제성이 존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 물론 짧고 동음이의어가 없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7. 논쟁

해당 문서 참조.

8. 해외의 언어순화

8.1. 앙글리시

영어에도 비슷한 언어순화 운동이 있는데 영어가 본래 게르만어파에 속한 언어인데 프랑스어라틴어를 비롯한 언어에서 차용된 어휘들을 배제하고 게르만 계통 어휘들만을 사용하자는 시도가 있다. 앙글리시 문서를 살펴 볼 것.

8.2. 프랑스어

사실 언어순화의 원조는 프랑스어인데, 프랑스어 순화 운동은 17세기에 시작되어서 21세기에도 가끔 보인다. 프랑스어가 가장 아름답다고 운운하는 표현을 들었다면, 사실 이 쪽의 영향이다. 현대에 오면 프랑스에서 영어 사용이 너무 많다는 것, 소위 프랑글레(Franglais) 문제 때문에 온갖 노력과 삽질이 있었다.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지키고 지방과 새로 획득한 점령지에서 언어가 자연적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보기보다 인위적인 기준을 정해 표준어를 정착시키려 한 경향은 길게 보면 약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경향은 프랑스 본토보다 퀘벡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프랑스어가 아닌 상표명을 전혀 인정치 않아 KFC도 PFK(Poulet Frit Kentucky)로 개명될 정도다.

8.3. 아이슬란드어

프랑스어보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 아이슬란드어가 있다. 이쪽은 화학 원소 명칭 등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그 어떤 외래어도 인정치 않는다.

8.4. 독일어

독일어 역시 19세기에 프랑스어, 라틴어 요소들을 쳐내고 독일 고유어로 대체하려는 운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8.5. 힌디어

힌디어와 우르두어는 산스크리트어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모두 무굴 제국 시절에 델리 지방의 토착 언어인 카리볼리어가 무굴 제국 지배층의 언어인 아랍어, 페르시아어와 섞이면서 만들어진 언어로, 당시에는 우르두어라고 불렸으며 아랍 문자로 표기되었다. 이후 19세기 초 인도 대륙을 지배하기 시작한 영국 식민 당국에 의해 우르두어가 인도 내에서 공용어인 페르시아어의 지위를 대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르두어는 기본적으로 북인도를 지배해온 이슬람화된 투르크-페르시아 왕조들의 영향을 받아 토착 힌두스탄 언어에 페르시아어 어휘와 문법이 대거 유입된 언어였다. 이에 힌두스탄 일대의 힌두교도들을 중심으로 우르두어를 인도의 토착 문자인 데바나가리로 표기하고 어휘들을 산스크리트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우르두어로부터 아랍어, 페르시아어 어휘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산스크리트어 어휘를 집어넣어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힌디어이다. 따라서 힌디어와 우르두어는 표기하는 문자와 일부 어휘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같은 언어이나 인도 아대륙이 인도/파키스탄의 두 개 나라로 분리되자 각각 '힌디어', '우르두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는 이슬람 무굴 제국을 흑역사 취급해서 무굴 제국의 영향인 아랍어, 페르시아어를 순화한 힌디어를 공용어로 채택했으나 무슬림이 다수인 파키스탄은 정작 우르드어를 모어로 쓰는 인구는 얼마 없지만[6] 무굴 제국을 이었다는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우르드어를 공용어로 내세우고 있다. 민족주의에 의한 언어순화 정책의 결과가 원래는 똑같았던 언어를 두 나라간 서로 다른 공용어로 갈라지게 하기까지 한 사례. 어찌보면 외래어와 한자어를 많이 쓰고 있는 표준어와 외래어를 배척하고 언어순화를 시행한 문화어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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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그리스어

19세기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리스 왕국으로 독립할 때 터키어 요소를 모조리 쳐내는 대대적인 언어순화 운동을 단행했다.

8.7. 터키어

터키어 역시 20세기 터키 공화국이 세워진 이후 터키어 내에 있던 페르시아어아랍어 요소를 모조리 쳐내고 터키 고유어로 갈아치웠다.

9. 관련 문서


[1] 각각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이라고 한다.[2] 갈무리라는 낱말은 살아남아 캡처 프로그램 '칼무리' 따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폴더, 웹사이트를 최소화(오른쪽 위의 x 옆 _ 아이콘을 누르는 것)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3] 해태하다 같은 단어는 법률용어아니면 쓸일이 없는 단어이다.[4] 법률신문에 실린 불만글. 2008년 글이다.[5] 다만 후자의 경우는 전자보다 사용률이 매우 낮다.[6] 파키스탄 인구의 8% 정도. 파키스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펀자브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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