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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니르에게 마지막 일격을 하는 시구르드
-아서 래컴(Arthur Rackham) 작품-
1. 개요
시구르드(Sigurðr, Sigurd, Sigurth)[1]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오딘을 조상으로 하는 볼숭 가문의 전사이며 구드룬의 남편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을 제외한 인간 가운데에서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며 그만큼 위대하고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중세 기사도 전설의 지크프리트와 그 기원을 같이한다.현존하는 시구르드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전승은 고(古) 에다(또는 운문 에다)에 있는 10세기경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문시이다. 고 에다에는 시구르드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9세기에서 13세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전되던 시들을 모은지라 시마다 설정이 다르거나 내용이 모순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관된 이야기를 도출해내기 힘들다. 반면 신(新) 에다(또는 산문 에다, 스노리 에다)는 스노리 스튀르들뤼손 한 사람이 정리한 작품인만큼 나름 일관성이 많이 높아졌다. 시구르드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작품은 바로 13세기 후반에 문헌으로 정착된 볼숭 일족의 사가이다.
운문 에다에서 가장 오래된 시로 추측되는 아틀리의 시(Atlakviða)가 다른 전승과는 달리 시구르드의 영향이나 언급이 전혀 없는 점을 근거로, 사실 시구르드 전설은 부르군트-아틸라 전설과 별개로 존재했으나 나중에 두 전승이 합쳐지면서[2] 구드룬과 결혼해서 니플룽족과 연을 맺고 살해당한 전설이 생긴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스웨덴에는 10세기~11세기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시구르드의 이야기를 담은 룬스톤들이 있으며, 심지어 영국에서도 11세기 경에 만들어진 시구르드의 전설이 묘사된 석재 십자가들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는지 교회의 구조물에 시구르드의 전설을 새겨넣는 일이 빈번했으며, 심지어 삼손같은 성경의 인물들과 나란히 세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독교의 전파 이후에 시구르드가 용=사탄을 무찌르는 대천사 미카엘과 동일시 된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1.1. 기원
시구르드라는 캐릭터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여러 설이 있지만 다들 확실한 근거는 없다.- 시구르드의 원조로 6세기 메로비우스 왕조의 시게베르 1세(Sigebert I, 535-575)가 많이 거론되는데, 이름 Sigebert가 Siegfried와 나름 비슷하고, 상당히 용맹했으며, 인생의 절정기에 자객에게 암살된 것, 그의 부인이었던 브룬힐트(Brunhilda of Austrasia)가 브륀힐드 캐릭터의 원조로 유력하다는 것[3] 등이 시구르드의 원조로 주목받는 이유이다.[4] 다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설로 남아 있다.
- 또한 역사적 모티브와는 아무런 관련 없이 순수하게 신화에서 비롯된 인물이라는 설도 있으며, 여기서 조금 더 살을 붙여서 기존의 인도 유럽 신화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던 드래곤 슬레이어 전설이 후대에 시게베르 1세의 최후와 결합해서 시구르드가 탄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 20세기의 학자들은 시구르드/지크프리트 전설의 일부가 게르만 전통에서 구전돼오던 자연현상의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거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신화는 봄(시구르드)이 검의 형상을 한 태양빛(그람)의 열기로 겨울이 지은 얼음성을 녹여서 무너뜨리고, 그 안에 갇혀있던 대지(브륀힐드)를 해방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버전도 있는데 이건 빛 혹은 낮을 의인화 한 존재(시구르드)가 산 꼭대기에 잠든 태양 처녀(브륀힐드)를 깨우기 위해 산을 둘러싼 안개(드래곤)를 물리치고 그녀를 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빛을 시들게 하고 태양 처녀를 잡아다가 땅 속 깊은 곳의 안개의 영역[5]으로 밀어넣는다는 이야기다.[6]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번역한 운문 에다에도 시구르드와 브륀힐드의 관계를 이런 자연현상에 빗댄 해석이 소개됐다. 시구르드는 햇빛으로 암흑을 몰아내는 태양의 주재자이며, 브륀힐드는 금성의 상징인 "아침처녀"이기 때문에, 둘은 태양이 뜨는 순간과 지는 순간, 즉 시구르드가 영웅으로서 개선을 시작할 때와 죽을 때에만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빛 혹은 풍요의 상징을 기반으로 시구르드의 기원을 발드르, 프레이르 혹은 오딘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었으나 그 이상 별다른 공통점이나 증거를 찾지못해서 21세기 기준으로는 묻힌 학설이다.
1) 시구르드가 파브니르를 쓰러트린 장소인 그니타 평원(Gnita-heith)과 토이토부르크 전투와 관련있는 장소에 세워진 도시인 Knetterheide라는 지명이 유사하다.
2) 아르미니우스는 본명이 아니라 전사 혹은 군인을 의미하는 칭호나 별명이고[7], 그의 아버지와 부족원들 이름이 대부분 Seg 혹은 Sig로 시작하기에 아르미니우스의 본명 역시 Sig로 시작했을 확률이 높고 이는 결국 시구르드와 유사했을 것이다.
2) 아르미니우스는 본명이 아니라 전사 혹은 군인을 의미하는 칭호나 별명이고[7], 그의 아버지와 부족원들 이름이 대부분 Seg 혹은 Sig로 시작하기에 아르미니우스의 본명 역시 Sig로 시작했을 확률이 높고 이는 결국 시구르드와 유사했을 것이다.
라는 게 그 주장이지만 현대의 학계에서는 그닥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모로 그럴싸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학계 밖에서는 나름 인기있는 설이다. 또한 이 설에 따르면 바루스가 이끌고 온 로마 군단의 긴 행렬이, 마찬가지로 긴 몸을 가진 용 파브니르의 원형이라고 한다.
2. 행적
주로 볼숭 일족의 사가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각주로 다른 전승도 언급한다.2.1. 초기
시구르드는 영웅 시그문드와 효르디스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시그문드의 네 번째 아들이다. 시구르드는 시그문드가 훈딩 왕의 아들 링비에게 살해당한 뒤에 태어난 유복자로 어머니 효르디스가 덴마크의 왕 햘프레크의 아들 알프와 재혼하면서 덩달아 그곳에서 자라나게 된다. 시구르드는 태어나면서 부터 매섭게 빛나는 눈동자를[8]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본 햘프레크 왕은 아기가 자라서 비범한 인물이 될 것임을 예감했다고 한다. 햘프레크 왕의 궁전에 있는 대장간에는 솜씨좋은 대장장이 레긴이 있었는데 시구르드는 어린 시절부터 대장간에서 지내는 걸 좋아해 자연스럽게 레긴에게 여러 지식과 꾀를 배우게 된다.시구르드는 성장하고 레긴의 말에 따라 햘프레크 왕에게 말 한 마리를 달라 청했다. 그러자 왕은 숲속의 마굿간에 있는 말 아무거나 가지라고 한다. 시구르드가 마굿간에 가는 도중 한 늙은 애꾸눈 나그네와 만나는 데 나그네는 시구르드를 도와 마굿간의 말들을 시험했다. 말들 중 가장 용감한 잿빛 수말이 남았고 시구르드는 이 말에 잿빛이란 뜻의 그라니(Grani)란 이름을 붙이고 가진다. 나그네는 이 말이 슬레이프니르의 후손이라 말하고 사라진다.
시구르드가 어른이 되자 레긴은 자신과 안드바리의 보물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고 사악한 용 파프니르를 쓰러뜨리고 보물을 차지하자고 꼬신다. 그걸 위해 레긴은 칼 한 자루를 만들어주기로 했지만 레긴이 만든 칼을 시구르드가 모루에 내려치자 칼이 전부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이렇게 되자 시구르드는 어머니 효르디스에게 부탁해 효르디스가 보관하고 있던 부서진 그람의 조각들을 받아 레긴과 힘을 합해 다시금 벼려낸다.
파프니르를 죽이기 전에 시구르드는 아버지의 원수 링비 왕과 그 형제들을 정벌하기로 결심하고 햘프레크 왕에게 청해 군대를 빌려 레긴과 함께 떠난다. 그때 원정길에서 또 다시 인간으로 변해 찾아온 오딘과 만나는데, 오딘은 시구르드에게 '군사들을 똑바로 세우지말고 둥글게 포진하여 포위하며, 지는 해를 등지고 싸우라'고 조언했다. 과연 그 조언이 들어맞아 링비와 형제들의 군대은 포위당한데다 낮은 해에 시야가 가려져 제대로 싸우지 못했고, 시구르드는 훈딩의 아들들을 전부 처단해버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9]
개선한 시구르드는 레긴과의 약속대로 용 파프니르를 처치하러 떠난다. 시구르드는 파프니르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으며 결국 파프니르를 죽이는데 성공한다. 뒤에 숨어있던 레긴은 파프니르가 죽자 그 피를 마시고, 시구르드한테 용의 심장을 구워놓으라 시킨 뒤 옆에서 잠이 든다.
시구르드는 심장을 굽던 중 도중 끓는 기름에 손을 데어 우연히 손가락에 묻어 있는 용의 피를 핥게 된다. 그러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주변에 있던 새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용의 심장은 놀라운 힘을 지니게 해주며, 힘을 얻은 레긴이 시구르드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다는 것. 이어 '차라리 시구르드가 레긴의 목을 자르고 파프니르의 황금을 독차지 하는 게 좋을텐데'라고 말한다.
새들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시구르드는 결국 레긴을 살해하고 자신이 파프니르의 심장을 먹은 뒤 보물을 가지고 떠난다.
2.2. 영웅이 된 후
시구르드는 용을 죽인 용사로 명성을 얻은 후 덴마크의 햘프레크왕에게 돌아가는데, 도중에 새들의 대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키리가 근처에 있는 산인 힌다르피얄[10] 꼭대기에 잠들어 있으며, 다만 불의 장벽이 그녀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깨우려면 엄청난 용기와 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다른 새는 이대로 가면 시구르드가 규키라는 왕이 사는 나라에 도착해 그 딸과 결혼하게 된다는 말을 해준다.시구르드는 첫 번째 새가 말한 것을 토대로 힌다르피얄을 찾아간다. 새의 말대로 엄청난 높이의 불의 장벽이 산의 정상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시구르드는 이 장벽을 뛰어넘은 후 성 안에 잠들어 있는 발키리 브륀힐드를 발견한다. 시구르드는 브륀힐드의 갑옷을 벗겨서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그녀에게 여러가지 룬 마법, 삶의 지혜, 처세술 등을 배우게 된다. 브륀힐드의 지혜에 매료된 시구르드는 그 자리에서 결혼을 맹세했고 브륀힐드는 이를 받아들인다. 이어 두 사람은 브륀힐드가 성장했던 헤이미르(Heimir)왕이 다스리는 흘륌달리르의 왕궁에서 다시 한 번 결혼맹세를 하고 시구르드는 그녀에게 징표로 안드바리의 반지를 선물한다.[11] 이때 예언을 알고 있던 브륀힐드는 "당신은 구드룬 공주와 결혼할 운명이니 우린 함께 할 수 없다." 면서 그의 사랑을 포기하려 하지만, 시구르드는 그 어떤 공주도 자신이 다른 마음을 품게 만들 순 없을 거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볼숭 일족의 사가에서는 둘 사이에 자식인 아슬라우그가 있었다는 설정인데 정황상 헤이미르의 궁전에서 머물면서 관계를 가졌거나, 힌다르피얄에서 관계를 맺고 산을 내려온 브륀힐드가 헤이미르의 궁전에서 출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12]
다만 시구르드는 당장 결혼하는 대신 좀 더 명예를 쌓기 위해 일단 브륀힐드와 헤어진 후 모험을 하다 부르군트로 간다. 부르군트를 다스리는 규키 일족과 친해진 시구르드는 그들에게 자신의 약혼녀인 브륀힐드를 자랑하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곤 했는데, 마침 무력과 재력을 둘 다 갖춘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시구르드를 사위로 탐내던 왕비이자 마녀인 그림힐드는 브륀힐드의 존재가 계획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것인지 시구르드가 마실 술에 기억을 잊는 약을 탄다.[13] 이 술을 받아마신 시구르드가 브륀힐드를 잊어버리자, 그림힐드는 자신의 딸 구드룬 공주를 시켜 시구르드의 술시중을 들게 했고, 그녀의 계획대로 시구르드는 자신을 찾아온 아름다운 구드룬을 보고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다. 시구르드는 결혼 선물로 구드룬에게 자기가 먹고 남겨둔 파프니르의 심장 일부를 선물하는데, 이를 섭취한 구드룬은 현명해졌으나 부작용으로 성격이 이전에 비해 냉혹해졌다고 한다.
시구르드는 부르군트에서 2년 반을 머무르며 규키 왕의 아들인 군나르와 호그니의 의형제의 서약을 맺고 셋이 함께 많은 적들을 토벌했고[14], 구드룬과의 사이에서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딴 아들인 시그문드도 본다.
노르나게스트의 이야기(Nornagests þáttr)에서는 이 시기에 동명이인이자 먼 미래에 사돈이 될 시구르드 링(Sigurðr Hringr)과 간접적인 악연이 있었다고 전한다. 스웨덴의 왕 시구르드 링은 처남인 "간달프의 아들들"을[15] 규키 일족에게 보내서 공물을 바치라고 요구하지만 거절당한다. 이를 트집잡아 스웨덴에서 부르군트를 침공하려하자, 시구르드는 처가를 돕기 위해 군나르와 호그니를 따라 홀슈타인으로 가서 스웨덴 군대와 맞선다. 전투 도중 스웨덴 측에 있던 스타르카드(Starkaðr)[16]라는 거한이 혼자서 수많은 부르군트 병사들과 군마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자, 군나르는 시구르드에게 스타르카드를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스타르카드와 독대한 시구르드는 자신이 바로 그 파브니르를 살해한 용살자라고 밝혔는데, 스타르카드는 시구르드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쳐버렸다. 시구르드는 도망치는 스타르카드를 쫓아가 그람의 손잡이를 휘둘러 스타르카드의 턱을 강타해서 어금니를 두 개나 털어버린다.[17] 시구르드는 쓰러진 스타르카드에게 지금 당장 꺼지라고 명령했고 그 말을 들은 스타르카드가 두말않고 전장에서 이탈하자, 간달프의 아들들은 스웨덴 측의 치트키나 다름 없었던 스타르카드조차 시구르드의 상대가 못되는 걸 보고 사기가 떨어진건지 후퇴한다.
시구르드와 부르군트 전사들은 그렇게 스웨덴의 침공을 막아냈고, 도망가는 적군을 털어서 많은 전리품을 뜯어냈다고 한다. 정작 시구르드 링은 당시 발트해와 핀란드에서 온 약탈자들로부터 스웨덴을 지키느라 바빠서 참전하지 못했기에, 대망의 시구르드VS시구르드는 성사되지 못했다.
2.3. 브륀힐드와의 엇갈린 재회
한편 훌륭한 사위를 들인 그림힐드는 이번에는 브륀힐드를 며느리로 맞을 계획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군나르를 부추겨서 그녀에게 청혼하게 한다.군나르와 일행은 브륀힐드의 아버지 부들리를 찾아가서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왕국에 약탈과 방화를 저지르겠다고 반협박을 동원해서 청혼하는데[18], 문제는 이를 알게 된 브륀힐드가 흘륌달리르로 돌아가 힌다르피얄에서의 그것처럼 자신의 탑 주변에 불의 장벽을 만들어서 이를 넘어오는 남자라면 기꺼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19] 브륀힐드는 이미 자신과 약혼한 시구르드 외에는 이 불의 장벽을 넘을 사람이 없다고 확신했고, 일단 결혼할 의사는 밝혔으니 아버지는 물론이고 부르군트 쪽에서도 시비를 걸 수 없을거라 여긴 듯 하다.
군나르는 일단 자신의 말을 타고 갔지만 뛰어넘을 자신이 없어 포기, 다음에는 시구르드의 명마 그라니를 빌려타고 갔는데도 그라니가 말을 듣지 않아서 실패했다. 두 번이나 실패한 군나르는 이미 이 불의 장벽을 넘은 경험이 있는 시구르드에게 대신 불의 장벽을 넘어달라고 부탁했고, 시구르드는 미리 준비해둔 그림힐드의 마법을 이용해서 군나르의 모습으로 변장한 후 불타는 성을 넘어 브륀힐드에게 간다. 시구르드 외에 불의 장벽을 넘어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브륀힐드는 완전무장을 하고 나타나서 그를 경계한다. 군나르(시구르드)가 호화로운 예식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에도 그녀는 당신이 누구보다 훌륭한 남자가 아니라면, 그리고 여태껏 자신에게 구혼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단호한 성품을 갖추지 않았다면 감히 자신을 아내로 삼겠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전에 가르다리키에서 싸웠으며, 여전히 전투에 목말라 있다며 위협한다.
하지만 결국 군나르(변장한 시구르드)가 그녀의 맹세를 상기시키자 마지못해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둘은 3일간 브륀힐드의 저택에서 생활하며 동침도 하는데, 이때 시구르드는 군나르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브륀힐드와의 사이에 칼을 두고 잔다. 결혼하자더니 자신을 안지도 않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긴 브륀힐드가 이유를 물어보자 시구르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변명한다. 그리고 이전에 자신이(기억은 못하지만) 브륀힐드에게 약혼 선물로 건낸 안드바리의 반지를 가져가고, 대신 다른 반지를 선물한다.[20]
과정이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변장한 시구르드는 먼저 부르군트로 떠났고, 브륀힐드는 헤이미르에게 가서 자신들의 딸인 아슬라우그를 대신 키워주길 부탁한 뒤, 결혼식 준비를 해서 떠난다. 그리고 타이밍 나쁘게도 군나르와 브륀힐드의 호화로운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시구르드의 기억이 돌아오고 만다. 하지만 시구르드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데, 정황상 자신에겐 이미 가정이 있고 브륀힐드도 남편이 생겨버린 복잡한 상황이기에 그런 듯 하다.
2.4. 최후
어느 날 브륀힐드와 구드룬 두 사람이 강에서 함께 목욕하다가 큰 싸움을 벌이는데, 브륀힐드는 구드룬에게 당신의 남편이 내 남편보다 아랫사람이니 나와 같은 물에서 목욕하면 안된다고 주장해서 구드룬을 열받게 한다. 화가 폭발한 구드룬은 시구르드가 기억을 잃게 된 경위와 시구르드가 군나르로 변장해서 불의 장벽을 넘어 그녀에게 구혼한 것을 모조리 폭로하고, 증거로 시구르드에게서 받은 안드바리의 반지를 보여준다.약혼남을 빼앗긴 건 물론이고, 자기 나름대로 명예를 걸었던 서약까지 깨진 것을 알게 된 브륀힐드는 먼저 군나르를 추궁하고 그를 죽이려다 호그니에게 저지당하고, 그 뒤로 자기 궁전에 틀어박혀서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하는 나날을 보낸다. 브륀힐드 때문에 성 안의 모두가 덩달아 우울해지자, 견디다 못한 군나르와 형제들이 한 명씩 그녀를 찾아가 위로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시구르드가 나서게 된다.
시구르드는 브륀힐드를 위로하며 군나르도 훌륭한 왕이며[21], 다시 활기차게 살아가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줄테니 더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현실과 타협하라는 듯 설득하지만, 결국 시구르드에게 있어서 자기 목숨보다 소중했던 사람은 브륀힐드라는 것을 밝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구드룬도 버릴테니 다시 부부의 연을 맺자고 한다. 하지만 브륀힐드는 이미 서로 가족이 생긴 마당에 그럴 수는 없다고 거절하고 시구르드는 비탄에 잠긴 채 그녀를 떠난다. 이때 시구르드의 가슴이 슬픔으로 인해 크게 부풀어 올라서 입고 있던 사슬 갑옷이 뜯어질 정도였다고 한다.[22]
복수심에 불탄 브륀힐드는 군나르에게 시구르드가 자신과 동침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그것 때문에 자긴 수치스럽게도 남편을 동시에 둘이나 모시게 됐으니 시구르드를 죽이던가, 아니면 브륀힐드 자신을 죽이던가, 그것도 싫으면 자결하라며 군나르를 몰아세운다. 의형제이자 든든한 동맹인 시구르드와 사랑하는 브륀힐드 사이에서 고민하던 군나르는 결국 브륀힐드를 택했고, 동생 호그니와 함께 시구르드를 죽일것을 의논한다.[23] 그러나 시구르드와 군나르와 호그니는 의형제의 맹세를 했기 때문에 직접 죽이긴 곤란했고,[24] 꾀를 써서 맹세를 하지 않은 이복형제인 구토름에게 독사와 늑대의 살점을 달여만든 약을 먹여서 흉폭하게 만든 다음[25] 시구르드를 죽이게 했다.
구토름은 처음에는 시구르드가 깨어있을 때 공격하려 했으나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고 쫄아서 몇번이고 물러섰고, 시구르드가 잠들자 그제서야 칼을 들고 공격한다. 자다가 영문도 모르고 칼을 맞은 시구르드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구토름에게 일격을 가해서 반으로 썰어버렸고,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깬 구드룬에게 자신은 결코 군나르를 배신한 적 없고, 이렇게 되리란 것을 이미 예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운명에 맞설 생각이었는지 믿지 않으려 했다고 털어놓은 뒤 숨이 끊어진다. 그리고 아들 시그문드를 살려두면 자라서 복수할테니 미리 처리해두라는 브륀힐드의 주장에 따라 군나르와 호그니는 시구르드의 세 살난 아들 시그문드마저 살해한다. 이로써 브륀힐드의 복수는 완료되었지만, 결국 자신이 사랑을 맹세한 남자는 시구르드 뿐이라고 말하며 자결했고, 죽어가며 군나르에게 부르군트 왕가의 파멸에 대한 예언을 한 뒤 자기를 시구르드 옆에 뉘여서 화장해 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그녀의 시신은 이후 시구드르, 시그문드, 구토름 세 사람의 합동 장례식이 열릴 때 시구르드 옆에 눕혀져서 화장된다.
3. 산문 에다에 나오는 시구르드
스노리 스트를루손의 산문 에다에서는 2부 스칼드[26] 작성법(Skáldskaparmál)에 시구르드 전설이 나오는데, 내용이 볼숭 일족의 사가보다 좀더 원형에 가깝고 훨씬 간략하다. 여기서는 볼숭 일족의 사가와 차이점을 중심으로 간단히 기술한다.시구르드가 새의 말을 알아듣고 레긴을 죽이는 부분까지는 볼숭 일족의 사가와 비슷한데, 다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훈딩왕 일족을 쓸어버린 이야기는 빠져 있다. 용을 죽인 시구르드가 어떤 산에 미녀가 잠들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힌다르피얄에 찾아가서 잠들어 있는 브륀힐드의 갑옷을 벗겨서 그녀를 깨운다. 깨어난 여인은 자신의 이름은 힐드고 발키리이기 때문에 브륀힐드라고 불린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시구르드는 규키 왕국에 가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다 공주 구드룬과 결혼한다. 이후 구드룬의 오빠 군나르는 브륀힐드와 결혼하고 싶어서 그녀의 오빠 아틀리에게 찾아가서 청혼의사를 밝힌다. 아틀리는 브륀힐드가 현재 힌다르피얄의 정상에 바프로기(Vafrlogi)라는 불의 장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지내고 있으며, 그 장벽을 통과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해준다.
군나르는 이 장벽을 뛰어넘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시구르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시구르드는 군나르로 변장하고 장벽을 뛰어넘어 브륀힐드에게 대신 청혼하면서 서로 반지를 교환한다. 그리고 브륀힐드와 시구르드는 하룻밤을 지내는데, 신부의 순결을 지켜줬다는 보증을 하기 위해 칼을 가운데 두고 동침한다. 이후 시구르드는 '진짜 군나르'에게 브륀힐드를 넘겨주고 함께 규키 왕국으로 돌아온다.
어느날 구드룬과 브륀힐드가 누구 남편이 더 훌륭하냐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데, 구드룬이 자기 남편(시구르드)가 용을 죽인 영웅이라고 하자 브륀힐드는 자기 남편(군나르)는 불의 장벽을 뛰어넘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맞선다. 화가 난 구드룬이 실제로 불의 장벽을 넘은건 변장한 자신의 남편 시구르드였다고 폭로하면서 그 증거로 브륀힐드가 당시 변장한 시구르드에게 준 반지를 보여준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브륀힐드는 군나르와 호그니에게 시구르드를 죽이라고 독촉했으나, 둘은 시구르드와 의형제의 맹세를 했기에 대신 동생 구토름을 시켜서 시구르드를 죽인다. 이때 세 살이었던 시구르드의 아들 시그문드도 아버지와 함께 죽었다. 시구르드는 죽어가면서 일격으로 구토름을 두동강으로 베어버린다. 시구르드 부자가 죽은 후 브륀힐드도 자살하고 시구르드와 함께 화장된다.
시구르드는 젊어서 아슬라우그라는 딸을 남겼다고 하며, 이 딸은 흘륌달리르의 헤이미르의 집에서 자랐고 그녀에게서 위대한 가문들이 나왔다고 한다.[27] 또한 형제 신표틀리와 마찬가지로 시구르드는 피부가 매우 단단해서 맨살에 독을 튀겨도 무사했다고 한다.
4. 페로 제도의 민속 발라드 속 시구르드
시구르드는 에다와 볼숭 일족의 사가 외에도 많은 민요와 민담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중에 페로 제도의 'Sjúrðarkvæði'라는 시구르드 이야기 3부작이 있다. 이 시리즈는 시구르드의 기원을 다루는 대장장이 레긴(Regin Smiður), 브륀힐드와의 사랑과 둘의 죽음을 다루는 브륀힐드의 발라드(Brynhildar táttur), 시구르드가 죽은 뒤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극을 다룬 호그니의 발라드(Høgna táttur)로 이루어져 있다.대장장이 레긴(Regin Smiður)
브륀힐드의 발라드(Brynhildar táttur)
호그니의 발라드(Høgna táttur)
통합본
내용은 에다나 볼숭 일족의 사가 같은 북유럽 전승과 거의 유사하지만, 니벨룽의 노래 등 대륙 게르만 전승이 혼합된 흔적[28]이 보이기도 한다.
세 노래 전부 "그라니가 황야에서 금을 가져왔네, 그(시구르드)는 사납게 검을 휘둘렀고, 그곳에서 시구르드는 용을 죽였다네, 그라니는 황야에서 금을 가져왔지."(Grani bar gullið av heiði, brá hann sínum brandi av reiði, Sjúrður vann av orminum, Grani bar gullið av heiði.)라는 후렴구가 노래치고도 매우 자주,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문에 이 민요를 녹음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란에선 "그래서 그라니가 뭘 어쨌다고?", "칼을 휘둘러서 용을 죽인 것도 그라니임", 진주인공=그라니 같은 드립이 보이기도 한다.
5. 자손
브륀힐드와의 사이에서 딸 아슬라우그를, 구드룬과의 사이에서 시그문드와 유복자인 스완힐드를 두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개별 문서를 확인하자.아슬라우그는 일찍이 용살자 시구르드의 딸로 라그나르 로드브로크와 결혼해서 이교도 대군세를 이끈 바이킹들의 어머니이자, 후대 노르드인들에게 볼숭의 혈통을 퍼트린 캐릭터로 알려지고 있었으며, 이후 산문 에다에서 "시구르드가 젊어서 본 자식으로, 흘륌달리르의 헤이미르의 집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아래에서 위대한 가문이 많이 나왔다."고 간략하게 언급된다. 볼숭 일족의 사가에서는 브륀힐드가 헤이미르에게 "나와 시구르드의 자식인 아슬라우그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짧게 언급되며 자세한 이야기는 라그나르 로드브로크 사가에서 이어진다. 여기서 아슬라우그는 신비한 마법과 지혜를 이용해 고난을 해결하거나, 모친 브륀힐드처럼 직접 전장에 나서서 군대를 지휘하는 방패 여전사로서 활약하며 방패의 여신이라는 의미의 "란달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는 등 제목과는 달리 오히려 이쪽이 진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반면 구드룬과의 사이에서 본 자식들은 전부 요절했다. 시그문드는 세 살에 외삼촌들에게 살해당했고, 스완힐드는 무사히 성장해서 구드룬에게선 태양처럼 찬란한 미모를, 시구르드에게선 특유의 매서운 눈동자를 물려받지만, 고트족 왕 요르문레크와 결혼했다가 그의 조언가 빅키의 음모로 인해 요르문레크의 전처가 낳은 아들인 란드베르와 사귀다 걸려서 말발굽에 짓밟히는 형벌로 생을 마감한다. 이에 구드룬이 복수하겠답시고 세번째 남편인 요낙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들을 시켜 요문렉을 죽이게 했지만, 가는 길에 자기들 끼리 내분이 일어서 막내 동생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마저도 실패하고 결국 인간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오딘에게 죽임을 당한다.[29]
결국 시구르드의 자손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두 아슬라우그의 자손으로 덴마크의 초대 왕 고름 가믈리와, 노르웨이의 초대 국왕 하랄 1세, 그리고 일부 아이슬란드 이주민까지 모두 볼숭의 후예인 셈이다. 물론 어떤 명문가나 영웅이 자신들의 선조라고 주장하는 전설이 대부분 그렇듯, 시구르드와 브륀힐드가 당시에 인기가 많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편하다. 일단 부르군트 왕국과 라그나르 로드브로크 간의 시대 차이는 400년이나 차이가 나서 역사적 고증이 성립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스완힐드나 그녀의 형제들도 에르마나리크의 활동 시대를 따지자면 4세기의 인물인지라, 구드룬의 자식은 커녕 100년 혹은 200년 전의 까마득한 옛날 사람이고, 상기한 노르나게스트의 전설에서도 시구르드가 8세기 후반에 활약한 인물들과 엮이는 등, 과거의 특정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웅전설의 시계열은 실제 역사와 완전히 일치하는건 아니라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아무튼 정식으로 맺어지고 실제로 자식도 본 구드룬이 아닌 브륀힐드가 아슬라우그의 어머니로 설정된 이유는 불명이나, 당시 브륀힐드의 인기가 구드룬을 넘어서기 시작하던 상황이라 그렇다거나, 아슬라우그에게 발키리와 여군주라는 속성을 물려줄 수 있는 게 브륀힐드라서 그렇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정리하여 계보를 작성하면 이렇게 된다.
- 시구르드[30]
- 브륀힐드
- 장녀 아슬라우그(남편: 라그나르 로드브로크)
- 1남 뼈 없는 이바르 - 전설에서는 장남이라 계승순위가 가장 높았으나, 앨라 2세에게 받은 요르비크[31]를 다스리며 브리튼 땅에 애착이 생긴 탓에 스칸디나비아 쪽 영토들은 전부 동생들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 2남 굳센 비요른 - 라그나르가 죽은 뒤 스웨덴과 웁살라를 물려받아 통치했다.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로 인해 류리크의 장인이 비요른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비요른과 류리크의 관계를 다룬 전승이 전무함은 물론이고, 요아힘 연대기[32]에서 그의 아내로 나오는 노르웨이의 공주 Efanda[33]가 라그나르의 가문이라는 언급은 없다.[34] 둘을 장인-사위 관계로 엮은 것은 게임상 편의를 위한 패러독스 측의 각색으로 보인다.
- 3남 하얀 셔츠 할프단 - 루스인들을 약탈하다 잡혀 처형당함. 요크와 더블린을 지배한 할프단 라그나르손과 동일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 4남 로근발드[35]
- 5남 뱀눈[36] 시구르드 - 스웨덴 남서부와 덴마크 북동부를 지배[37]
- 구드룬[40]
- 1남 시그문드 - 3살의 나이로 살해당해 사망
- 2녀 스완힐드(남편: 요르문레크) - 요르문레크의 전처의 아들과의 불륜 혐의로 처형당함
6. 평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으나 장모를 잘못 만난 탓에 불운했던 영웅. 그의 장모 그림힐드는 과욕에 눈이 멀어[41], 술수와 계략으로 당대 최고의 사위(시구르드)와 최고의 며느리(브륀힐드)를 얻는 경사를 맞이했으나 뒷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파멸로 치닫고 말았다.[42] 이걸로 끝이 아니다. 시구르드가 죽은 후 구드룬이 오빠들에게 원한을 품자 그림힐드는 분노를 진정시키는 마법약을 먹인 후 아틀리(Atli)왕과 결혼시키는데, 이 아틀리왕이 시구르드의 보물을 차지하려고 자기 아들들을 몰살해 버린다. 자신의 욕심이 결국 가문의 몰락까지 부른 셈. 심지어 아틀리 왕은 그들을 몰살하면서 명목상 '너희가 겁쟁이처럼 배신하고 죽인 시구르드의 복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야말로 완벽한 자승자박.그림힐드 때문에 시구르드가 브륀힐드와 맺어지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인데, 그래서인지 아동용 학습만화에 보면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죽어서야 지키게 된 셈이지' 라는 씁쓸한 설명이 달려 있다. 시구르드가 죽은 후 군나르의 만류에도 시구르드의 뒤를 따라 죽었다는 것으로 보아 사랑이 애증으로 변한 셈.
여튼 볼숭 가문의 일원답게 끝이 좋지 못했다. 시게이르의 음모에 빠져 아들들과 시종을 비롯한 몇 십명만 데리고 군대에 맞서 싸우다 죽은 할아버지 볼숭, 훈딩의 아들 링비와 전쟁에서 싸우다 (오딘의 난입으로)죽은 아버지 시그문드와 달리 암살당했다. 당시 북유럽 사람들에게 있어 최고의 명예가 싸우다 죽는 것임을 생각하면 가문의 일원 중 가장 최악의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시구르드와 브륀힐드가 죽은 뒤 이어지는 서사시가 브륀힐드의 저승(헬)가는 길이다. 그렇다. 그들은 발할라로 가지 못하고 헬에 떨어진 것이다. 발할라의 존재 의미가 라그나로크에 대비해 최강의 인간 전사들을 모으는 것인데 정작 최강 중의 최강의 영웅인 시구르드는 헬로 가 버렸다.[43] 아이러니의 극치.[44]
한편 시구르드와 얽힌 자들은 모두 그와 마찬가지로 안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 시구르드의 볼숭 가문과 마찬가지로 군나르의 니플룽 가문도 나중에는 파멸해 버린다. 니벨룽의 노래에서도 지크프리드를 아는 모든 영웅이 죽는다. 어찌 보면 시구르드를 옴 파탈의 전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 시구르드보다는 안드바리의 보물에 걸린 저주가 근본 원인이다. 그러나 그 보물을 인간세계로 가쳐온 것은 어디까지나 시구르드이니 결국 그의 책임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7.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지크프리트는 본래 시구르드의 독일식 이름으로 동일 인물이다. 북유럽 신화는 게르만 신화이기도 하며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게르만 민족의 일파인 노르드인은 시구르드(Sigurd)라 불렀지만 카롤루스 대제에 의해 복속당한 독일의 게르만 민족들은 프랑크어[45]의 영향을 받아 모음 앞의 s를 z 발음으로, 어말의 d를 t 발음하게 되어 시구르드를 지구르트라 읽었고[46], 시간이 지나며 6세기 메로비우스 왕조의 시게베르트 1세(Sigebert I, 535-575)와 그의 부인 브륀힐다(Brunhilda of Austrasia)의 사적이 이야기에 끼어들며 시게베르트와 발음이 비슷하면서 고유의 의미를 지닌 지크프리트(Siegfried)[47]란 이름이 되었다. 그리스의 제우스와 로마에선 유피테르가 된 것도 비슷하다 볼 수 있다.시구르드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딴 기사도 문학인 니벨룽의 노래의 큰 차이점은 기독교의 영향으로 신화적 요소가 전부 사라지고, 봉건제를 통해 기사도의 영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48] 오딘과 같은 북유럽의 신들이 나오지 않으며, 지크프리트도 신의 혈통이 아닌 네덜란드 크산텐(Xanten)의 왕자로 등장한다. 브륀힐트 또한 지크프리트 전설 속에선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륀힐트로서 뛰어난 여전사지만 엄연히 인간이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시구르드 전설을 기독교 기사도 문학으로 리부트한 니벨룽의 노래에 다시금 본래의 신화적인 요소를 융합시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완성했다.[49]
정리하자면 시구르드는 고대 북유럽 신화에서 운문으로 전해오던 영웅이며 독일식 이름은 지크프리트다. 이는 니벨룽의 노래와 니벨룽의 반지의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사실 학계에서는 볼숭 일족의 사가의 시구르드와 니벨룽의 노래의 지크프리트를 같은 인물로 본다. 엄격하게 구분한다면야 이름도, 가족도, 행적도 다르니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위의 제우스 예시에서 볼 수 있듯 애초에 신화를 포함한 전설에서 신이나 영웅의 이름과 가족과 행적이 전승마다 다른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결국 사람들이 그 신, 영웅을 동일시 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같은 인물을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을 타인으로 구분하는 경우는 없다.
사족으로 영어식으로 읽으면 시거드(Sigurd), 시그프리드(Siegfried)가 된다. 시그프리드는 가끔씩 '시그프라이드'로 읽힐 수도 있다. 어차피 영어권에서 잘 쓰는 이름도 아니니 상관없지만...
8. 대중문화 속의 시구르드
- 가면라이더 가이무의 다크 라이더, 가면라이더 시구르드
- 파이어 엠블렘 성전의 계보의 1부 주인공 시구르드
- 빈란드 사가의 등장인물 시구르드(빈란드 사가)
- 롯테의 장난감!의 등장인물 시구르드
- Fate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 시구르드(Fate 시리즈)
- 에로게 백은의 솔레이유의 주인공은 시구르드의 환생이다. 덤으로 주변 주요인물들도 뵐숭 사가의 당사자거나 환생이다.
- 소드 아트 온라인 알브헤임편에 등장한 악역
- 에빌리오스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브루노 제로의 본명 시구르드 제로
- 톨킨이 에다와 볼숭 일족의 사가를 바탕으로 작곡한 시구르드와 구드룬의 전설(The Legend of Sigurd and Gudrún)의 묘사는 원본과 거의 동일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사후 브륀힐드와 함께 헬이 아닌 발할라로 승천해서 오딘과 먼저 죽은 볼숭 일족에게 환영 받는다. 그리고 라그나로크가 발발하면 브륀힐드의 도움을 받아 무장을 갖추고 참전해서 펜리르와 요르문간드를 포함한 암흑의 군세를 몰아내고 아홉 세계가 발두르의 질서 아래 재창조 되는 것에 큰 공헌을 할 운명이라고 한다.[50] 원전에서도 주역이긴 했지만 여기선 아예 오딘의 선택받은 자이자 최종병기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 윌리엄 모리스의 서사시 아슬라우그의 양육(The Fostering of Aslaug)에서는 결혼 후 첫날밤을 치른 아슬라우그의 꿈에 아내와 함께 등장한다. 힌다르피얄의 그것과 유사한 화염에 둘러싸인 황금 궁전에서 브륀힐드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녀로부터 딸이 자신이 죽은 이후로 가장 훌륭한 남자와 결혼한 사실을 전해듣는다. 또한 라그나르의 꿈에도 아내와 함께 등장해서 그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는 브륀힐드에게서 아슬라우그를 상징하는 백합 한 송이를 받아서 라그나르에게 건내주고 함께 사라진다. 이들은 사후에나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 서로를 "내 사랑" 이라고 부르며[51] 금슬 좋은 모습을 보인다.
- 만화로 보는 북유럽 신화 6권 및 볼숭 일족의 사가의 이야기가 담겨진 반지 전쟁에 등장하며, 니벨룽의 노래의 설정도 들어가있는지 시구르드는 지크프리트처럼 보리수 나뭇잎이 달라붙은 등짝을 제외한 전신에 파프니르의 피를 담궈 불사신의 육체가 되었다는 묘사가 나온다.
9. 관련 문서
[1] 승리를 의미하는 "sigr" 와 보호 혹은 감시를 뜻하는 "vǫrðr"가 합쳐진 이름이다.[2] 여기서 후술할 메로비우스 왕조 이야기가 섞였을 수도 있다.[3] 다만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브륀힐드에게는 브룬힐트 뿐만이 아니라 프레데군트의 특성도 반영돼있다. 이는 구드룬도 마찬가지다.[4] 시게베르 1세의 아내 브룬힐트와 킬페리크 1세(Chilperic I, 539-584)의 아내 프레데군트(Fredegunda)는 유럽사에서도 유명한 불구대천의 원수관계였다. 이 두 왕비 때문에 본인들의 남편들까지 원수지간이 되었는데, 결국 전쟁이 벌어져서 시게베르 1세가 힐페릭 1세를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프레데군트가 보낸 자객들이 시게베르 1세를 암살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5] 의미심장하게도 시구르드의 처가이며 의형제인 동시에 그에게 악영향을 미친 니벨룽족은 안개의 부족이라는 뜻이며 종종 어둠의 부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6] 안개가 아니라 타는 듯한 아침 노을(힌다르퍌의 화염벽)을 저물게 하고 태양을 깨운다고도 한다. 시간이 흘러 저녁 노을이 내리면 태양은 아까처럼 낮이 오길 기다리지만 이번에 그녀를 깨우러 오는건 찬란한 낮이 아닌 음울한 밤이다.[7] 아르미니우스라는 이름은 게르만조어에서 군인을 의미하는 harjamannz에서 파생된 헤르만의 라틴어 버전이기도 하다.[8] 이 눈은 딸 스완힐드에게 유전됐고, 맏딸인 아슬라우그가 낳은 손자 "눈 속의 뱀" 시구르드의 뱀눈도 사실은 시구르드 특유의 매서운 눈동자를 물려받은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9] 고 에다의 레긴의 시Reginsmal(파프니르를 살해한 시구르드의 시라고 불리기도 한다)에도 시그문드의 복수를 한 것은 시구르드라는 것이 적혀있으며 애초에 시그문드는 헬기가 죽인 훈딩이 아니라 아들인 링비와 전쟁을 하다 죽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링비를 한방에 썰어서 깔끔하게 죽여준 볼숭 일족의 사가와는 다르게 고 에다에선 시구르드가 시그문드를 죽인 자의 등에 칼로 피 흘리는 독수리를 새겨넣어 끔살시켰다고 적혀있다.[10] 방해하는(hinder) 산(fjall)이라는 뜻이며 그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아주 직설적인 이름이다.[11] 브륀힐드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헤이미르 왕은 브륀힐드의 언니 벡킬드(Bekkhildr)와 결혼했으니까 브륀힐드의 형부가 된다. 그리고 브륀힐드는 원래 반인반신의 발키리였지만 시구르드에 의해 깨어나는 순간 인간이 된다. 브륀힐드 항목 참조.[12] 몇십 년 뒤에 쓰여진 라그나르 로드브로크의 사가에서는 아슬라우그가 잉태된 장소가 힌다르피얄이었다고 한다.[13] 그림힐드는 시구르드 이야기에서 왕국의 힘을 키우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가 볼숭 가와 자기 가문까지 모조리 파멸로 몰아넣은 사실상 만악의 근원이 된다. 니벨룽의 노래에 나오는 크림힐트와는 이름의 어원은 동일하지만 별개의 인물로 이쪽은 구드룬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이전에 브륀힐드가 시구르드에게 가르쳐준 룬 마법 중에 음료에 걸린 주술을 파훼하는 마법이 있었다.[14] 특히 시구르드의 무력이 많은 도움이 됐는지 그가 죽은 뒤 구드룬도 오빠들을 원망하며 "너흰 전장에 나설 때마다 곁에 시구르드가 없는걸 후회하게 될거야." 라는 말을 했다.[15] 보후슬렌의 군주였던 간달프의 아들들. 시구르드 링의 아내 알브힐드(Alfhildr)의 형제들이다.[16] 북유럽 사가 전반에 등장하는 영웅이자 빌런이며 요툰족의 후예라고 한다.[17] 개당 무게는 7 온스(약 198 그램)이며 둘 중 하나는 노르나게스트가 챙겼는데, 작중 현재 시점에서는 덴마크 룬드 대성당의 종을 울리는 밧줄에 매달려있다고 한다.[18] 이전같으면 부들리의 왕국이 더 막강했기에 부르군트가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처지가 못됐겠지만, 영웅 중의 영웅인 시구르드를 사위로 맞아들인 덕분에 국력이 역전된 듯 하다.[19] 처음에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가서 부르군트인들로 부터 왕국을 지키려 했으나, 그녀를 군나르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한 부들리가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진 것을 전부 뺏고 총애도 거두겠다고 밀어붙이자 마지못해 수긍했다.[20] 이 반지는 이후에 부르군트로 돌아온 뒤에 아내 구드룬에게 선물한다.[21] 불의 벽을 넘지 못한 에피소드 때문에 변변찮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형제들과 함께 데인족의 왕은 물론이고 부들리 왕의 형제였던 강력한 족장도 쓰러트리는 등 군나르 역시 명망있는 전사라고 한다. 당장에 그가 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농경국가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왕이든 족장이든 언제나 사이 나쁜 이웃 부족, 이웃 나라와의 싸움이 있을 수 있었고 '친정' 역시도 많아서 개인적 무력만은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농경국가라고 해도 대혼란기에는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혼란한 시기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집단을 이끄는 대장에서 높으면 왕이나 황제라면 개인적 무력은 제법 있었다. 당장에 무력이 허접해보이는 유비도 승마술은 기본이고 검술 역시도 그가 쓰던 검술은 '고응법'이라 하여 명나라 시절까지 5대 검법 중 하나로 전해졌을 정도였다. 이 5대에 속하는 이들 중 마초의 '출수법'이 있으니 검술만큼은 오호대장군의 일원인 마초 못지않았다는 소리. 당연히 군나르가 싸움 못하는 멍청이일 리가 없다. 비교대상이 하필 그 시구르드인데다, 가문 단위로 거시기한 일을 벌여서 이미지를 깎아먹은 게 흠일 뿐... 이때 브륀힐드는 자신의 칼을 시구르드의 피로 물들일수 없다는 사실이 제일 괴롭다고 쏘아붙이는데, 시구르드는 머지 않아 그날이 올것이라며 마치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예감한 듯한 말을 한다.[22] 이 시구르드와 브륀힐드의 마지막 대화는 고 에다에 있었으나 현대에는 많은 부분이 유실된 "시구르드의 노래"(Sigurðarkviða)라는 시가 원본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 남아있는 부분이 고 에다에 있는 "시구르드의 노래의 조각"(Brot af Sigurðarkviðu)이다.[23] 다만 호그니는 시구르드를 진심으로 의형제로 여겼고, 여기에 더해 동맹으로서의 가치를 우선시 했기에 군나르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었다.[24] 북유럽 신화에서는 살인자, 간통자, 맹세를 어긴 자 등은 나스트론드라는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25] 마지막엔 그림힐드도 거들었다고 한다. 시구르드를 사위로 들이겠다고 그런 짓을 벌인 것에 비하면 모순적으로 보이는데, 군나르처럼 시구르드가 죽은 뒤에 재산만 빼먹으면 그만이라고 여겼거나 호그니처럼 내키지 않지만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26] 스칼드(skáld)는 바이킹 시대에서 중세 시대까지 북유럽 시인들의 많이 창작했던 시 형식이다. 애초에 스칼드라는 단어 자체가 시(詩)를 뜻한다.[27] 볼숭 일족의 사가에서는 브륀힐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지만 여기선 그녀와의 썸씽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구르드의 딸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정실인 구드룬의 딸조차 아닌게 둘 사이의 자식으로는 시그문드와 스반힐드만이 언급됐고, 이후 구드룬이 재혼해서 낳은 삼형제의 죽음으로 규키 가문의 대가 완전히 끊어졌는데 이는 많은 가문의 시조가 됐다는 아슬라우그의 운명과 모순된다.[28] 오딘의 분노를 사서 잠든 발키리가 아니라 구혼자들을 시험하는 귀족 여성인 브륀힐드, 침실이 아닌 숲에서 살해당한 시구르드, 구토름이 아니라 호그니가 시구르드를 살해한 점, 구드룬이 두번째 남편 아르탈라(Artala)의 힘을 빌려 오빠들에게 복수한 점 등[29] 이러한 구드룬의 자손들의 불행은 니플룽 일족의 업보, 혹은 그렇게 파멸해야만 하는 것이 니플룽 일가에게 정해진 운명이었기에 그리 된것이라고도 한다.[30] 그의 현조부가 다름아닌 오딘이다.[31] 이게 런던이라고 기록된 것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요크일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32] 전체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류리크의 아내의 이름과 신상이 언급된 유일한 문헌이다.[33] 잉그리드 혹은 에드위나(Edvina)의 슬라브식 이름[34] 해당 연대기에선 오히려 송어 케틸의 딸로 기록했다.[35] 다섯 형제 중에 유일하게 요절했다. 그래도 용맹하게 전사했기에 아슬라우그는 그가 발할라로 갔을거라 믿고 크게 비통해하지 않는다.[36] 용살자(시구르드의 별명)의 피를 이어서인지 뱀 눈동자를 지녔다고 한다.[37]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그가 막내고 유목민 등 비 농경국가들은 대체로 막내에게 상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구르드가 아버지의 영역을 물려받은건 당연할지도 모른다.[38] 시구르드 오름 이 아우가가 노섬브리아 왕 앨라의 딸 블래야(Blaeja)를 아내로 맞아 낳은 딸.[39] 이전 서술에는 흑왕 할프단의 아내이고 하랄 1세 하르파그리 - 노르웨이의 초대 왕의 어머니라고 나왔는데 할프단의 아내 라근발드는 이름만 같은 다른 인물이다. 시대로 보면 할프단의 아내가 훨씬 이전 시대에 살았다.# 다만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오류가 있는 상태.# 하랄 1세 하르파그리는 850년생이고 이교도 대군세가 860년대에 있었으므로 오히려 시구르드 오름 이 아우가가 하랄 1세 하르파그리와 같은 시대 인물이다.[40] 구드룬 계열은 재혼한 뒤 얻은 자식들까지도 죄다 후사없이 죽었다.[41] 시구르드가 오기 전에도 부르군트는 이미 번성하고 있었고, 미녀로 유명한 구드룬은 물론이고 아들들도 시구르드에 비해서 못할 뿐이지 어느 왕의 자식들과 비교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기에 괜한 과욕을 부린게 맞다.[42] 사실 뒷감당이라고 하면 깨끗하게 브륀힐드에게도 시구르드에게 그랬듯이 술수를 부려버리면 되기는 하는데 이것도 시구르드의 기억이 나중엔 돌아왔다는 묘사도 있는걸 보아 만능은 아닌듯.[43] 그나마 행복한 게 하나 있다면 정말로 죽어서는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 말미에 브륀힐드가 자신과 시구르드는 이제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걸 보면 브륀힐드 옆에 시구르드도 있었음이 확실해보인다. 물론 옆에서 듣고 있는 시구르드는 그 슬픈 기억을 곱씹어야 하니 기분은 좋지 않았겠지만.[44] 흥미로운 사실은 북유럽 신화를 믿는 지역에서는 편안히 죽으면 발할라로 갈 수 없다고 믿었기에 만일 병에 걸려 죽거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살해했다. 다만 이걸로 시구르드가 살해당했음에도 헬에 떨어진 것을 모순이라고 보긴 힘든게, 발할라에 가려면 전장에서 명예롭게 싸우다가 죽거나 발키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렇게 살해당해서 발할라에 가려던 사람들도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정정당당히 싸우거나, 자진해서 죽여주길 원한거지 시구르드처럼 암살당한 게 아니라서 경우가 좀 다르다. 그러나 반대로 또 시구르드도 결국은 자신을 암살한 구토름을 죽였기에 모순이다. 한편 시구르드의 이복형 신표틀리는 독살당했음에도 오딘이 데려갔다.[45] 어두 마찰음의 유성음화와 어말 자음의 무성음화 현상이 가장 먼저 일어난 게르만어이다.[46] 이 현상은 특히 독일 중부로 갈 수록 두드러지고 덴마크나 오스트리아에 가까워질 수록 약해지는데, 현대의 표준 독일어는 중동부 고지 독일어에서 기원했다.[47] 정작 스칸디나비아에선 독일어 Siegfried와 동계어인 Sigfrid/Sigfred라는 이름이 기독교 성인의 이름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48] 반면 북유럽 신화를 보존하는데 구심점이 된 아이슬란드는 봉건제의 영향을 적게받았기에 기독교화 된 뒤에 문서화 된 전승들도 노르드 민족 특유의 윤리관이 반영돼있다.[49] 다만 이쪽의 지크프리트(시구르드)는 이복형 신표틀리의 캐릭터 역시 섞여있다.[50] 어째 최후의 전쟁에서 활약하는 투린을 연상시킨다. 마침 둘 다 드래곤 슬레이어이기도 하다. 또한 부러진 검을 다시 벼리는 영웅이라는 면모는 아라고른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51] 브륀힐드는 여기에 더해 시구르드를 나만의 사랑(Mine own)이라고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한다."내 말뜻 알지? 처신 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