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1 12:36:45

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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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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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colbgcolor=#fff,#1c1d1f>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 · 형법의 적용범위
범죄론 구성요건 (주체 / 객체 / 행위 / 고의(확정적 고의, 미필적 고의) / 목적범 / 과실 / 부작위범 / 인과관계 / 착오 / 결과적 가중범 / 양해) · 위법성 (정당행위 / 정당방위 / 긴급피난 / 자구행위 / 피해자의 승낙) · 책임 (책임능력(형사미성년자, 심신장애,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 책임형식(고의, 책임과실) / 위법성의 인식(착오,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 기대가능성) · 예비·음모 · 미수 (장애미수 / 중지미수 / 불능미수 / 불능범) · 공범 (공동정범 / 간접정범 / 교사범 / 종범) · 동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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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예시4. 인식 있는 과실5. 관련 사건사고
5.1. 살인의 경우5.2. 그 외의 경우
6. 관련 문서

1. 개요

, Recklessness

법률 용어 중 하나로,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그 결과가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심리로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결과가 반드시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그 결과가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심리로 그 행동을 하는 것은 확정적 고의라고 한다.

2. 상세

제13조(고의)[1]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현대 형법범죄행위에 관한 기본적인 '고의' (어떤 행위를 하였을 때 행위자가 그 행위를 의욕하였던 것)를 요하며, 과실범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요구한다.[2] 고의가 부정되고, 과실범 처벌 규정 또한 없는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 또한 고의범에 비해 과실범은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에 고의의 성립 여부는 죄명과 형량의 결정에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 온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가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있다.

특히 결과 발생에 관한 부분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지만,[3] 그 행위자의 '의사'는 정확히 계측하기 어렵고 결국은 평가의 영역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

좁은 의미의 고의가 범죄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면,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4]

미필적 고의를 한자로 쓸 때는 未的故意라고 쓰지만 未的故意라고도 쓴다. 畢(다할 필)은 군필(군역을 다함), 미필(군역을 다하지 않음)에도 사용된다. 미필적 고의의 개념이 고의의 구성요소인 인식과 의욕에서 의욕이 확정적 고의에 이르지 못하지만 없다고 보지 못하는 약한 정도일 때 고의를 인정하는 개념이므로 다할 필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未必的故意로 사용하지만 성낙인 교수를 비롯하여 몇몇 교수의 논문, 수업에서는 未畢的故意라고 쓴다.[5]

3. 예시

예컨대 A가 쏜 총탄에 맞아 B가 죽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밖으로 표현되는 '결과'는 A의 행위로 인한 B의 사망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A의 내심은 다음과 같은 경우로 나뉠 수 있다.
1) A는 B의 심장을 노려 즉사시킬 의도로 B에게 사격하였고, 그 계획대로 B는 사망했다.
2) A는 B의 심장을 노려 즉사시킬 의도로 B에게 총을 쏘았으나, B는 하복부에 총을 맞았다. 다만, 과다출혈로 인해 B는 결국 사망했다.
3) A는 사격 연습 중에 B가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 B를 싫어하던 A는 B가 지금 있는 위치는 총탄이 조금만 빗나가도 죽을 수 있는 위치임을 알았으나 오늘 B가 죽어도 할 수 없겠지 생각하면서 사격 연습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했다. 이후 표적에서 약간 빗나간 총을 맞고 B는 사망했다.
4) A는 멀리서 오는 B를 보며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A는 B가 조금 더 접근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B가 위험한 이곳에 접근할까 생각하며 사격 연습을 계속했으나, B가 부주의하게 접근해 그만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5) A는 B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바람이 갑자기 엉뚱하게 불어 총탄이 B를 향해 날아가버려 지나가던 B가 총을 맞고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1)은 아주 확정적인 살인고의범이라는 점과, 5)는 의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 아주 명백하여 살인의 고의범이 아니라는 점[6]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고의의 개념을 매우 좁게, 진실로 의도한 내용대로 확정적으로 실현되는 경우만으로 좁게 한정한다면 1) 이외의 2)~5) 사안은 모두 고의범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발생의 '인식'만을 중시하여 본다면 5)를 제외한 1)~4) 모두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고의과실의 구별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처벌의 기준이 달라져 버리므로,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현대 형법학은 2) 영역은 일단 고의범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한다. 총알을 쏘는 수단을 통해 사람을 사망시킨다는 계획이 본질적인 고의의 내용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맞추겠다는 고의는 그 고의의 핵심과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3)~4) 영역은 위 설명에서의 모호함에서 드러나듯이, 아직까지 분명한 경계가 나뉘지 않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3) 사례에서의 A는, 꼭 지금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길 원하진 않지만 만일 지금 사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결과 발생의 수용을 하였고, 4) 사례에서의 A는 B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을 전혀 수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 즉, 4)는 죽는 상황 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고찰을 거쳐서, 현대 형법학은 3)은 본 항목에서 설명하는 미필적 고의로 고의의 내용에 포함시키고, 4)는 인식 있는 과실로 보아 고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행위자의 기본적 의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고, 주변상황을 아울러 고려해 판단하고, 그 판단을 해도 애매한 경우에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in dubio pro reo) 원칙에 따라 고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욱해서 사람을 때렸는데 갑자기 죽었다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예견이 가능하지만 죽어도 상관없다는 투로 때렸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므로 대개의 경우 행위자에게 유리한 방향인 미필적 고의를 부인하는 방향으로 상해치사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결과발생의 가능성만 인지한 것만으로는 과실범 내지 과실범과 고의범의 결합인 결과적 가중범만 성립하며,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사가 명백해야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이를 판단하기 위해 여러 요건들을 보는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 · 종류 · 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 등을 고려한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예를 들어 욱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로 명치를 찔러 그가 죽은 상황에서 찌른 사람은 한사코 혼내줄 생각일 뿐이었지 죽일 의사까지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사례를 생각해 보자.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행위자가 상해만 입힐 의사였다 하더라도 급소부위가 밀집한 명치에 칼을 잘못 맞으면 누군가 사망할 수 있으리라는 점은 보통 사람이라면 인식할 수 있고, 또한 행위자가 이를 알면서도 다른 수단이 아니라 굳이 을 들어 찌르는 수단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발생까지 어느 정도 수용하였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고과정을 거쳐, 칼로 급소부위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행위자의 확정적 고의 여부가 불분명하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보아 완전한 고의범으로 처벌하게 된다. 이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 사용한 흉기의 원래 용도, 날 길이 등 형상, 칼을 찌른 횟수나 힘의 정도 등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

4. 인식 있는 과실

어떤 사실에 대한 인식도 없고 의욕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가리켜 "과실"이라 칭한다. 그렇다면 고의와 과실 사이에 있는 중간적 개념들도 존재할 것이다. 인식은 있지만 의욕이 없는 경우, 인식은 없었지만 뭔가 의욕한 적은 있는 경우들이 그런 중간적 개념이다. 미필적 고의는 이 중에서 인식은 하는데 의욕이 확정적이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죽어도 된다'며 폭행을 하는 경우다.

미필적 고의와 비슷하지만 비교되는 개념으로 '인식 있는 과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결과가 발생할지도 몰라, 그런데 아마 안 발생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행위를 하는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아파트 베란다로 쓰레기를 던지는데 던지기 직전 아래쪽에 사람이 걷는 걸 보면서 "맞을 수 있긴 한데 설마 맞겠어? 에이, 안 맞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던졌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진짜로 맞은 경우이다.[7]

실제적인 예를 들자면 미필적 고의는 '그럴 것도 같네. 하지만 하는 수 없지.'에 해당하며 인식있는 과실은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에이, 설마 그렇겠어.'에 해당한다.[8] 예시에 따르면 심정적인 구분이 간단하며, 전공자 혹은 법학을 이론적으로 학습하는 사람으로서야 구분이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독심술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을 구별하기 매우 어려우며, 형사소송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모든 사정을 검사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는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를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형법학에서도 견해의 대립이 심한 부분으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경계가 아리송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을 왜 구별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많을 것인데, 설명하자면 고의라는 것은 사람의 의도를 말하는 것인데, 인식 있는 과실에서의 결과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상황판단일 뿐, 의도가 아니고, 어쨌든 결과 그 자체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이므로 이를 고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유명(?)한 인식있는 과실에 해당하는 사고는 음주운전무면허운전[9]을 들 수 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의 경우, 2015년 11월 12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판결 결과 대형인명사고에 있어 부작위범 좀 더 정확히는 부진정부작위에 의한 살인범의 최초 인정 판례로써 헌정사상 매우 의미있는 판례로 남게 되었다. 즉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작위의무 위반) 살인이 되느냐를 고려하여 판결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는 없었느냐는 이준석 선장에 대한 고려사항이 아니다는 것이다. 고의와 관련없이 죄가 매우 중대하므로 부작위범(정확히는 부진정부작위범)으로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선장 관련 '구조행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실제 중대 판례가 없다시피 하였고, 응당 이에 대하여 학설이 난립하여 '최초구조가능시간'을 초과했을 때 살인의 기수에 이른다는 이론, 혹은 '최후구조가능시간'을 초과하여 기수에 이른다는 이론, 혹은 그 절충설 등이 있었는데 대법원에서도 고법 판결을 사실상 인용하게 되어 최초 판례로 남게 되었다. 실제로 법을 과다하게 적용하면 단순 비겁자들을 살인자로 규정하는 지나친 법적용이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재판 항목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대개의 안전불감증 사고의 경우에는 고의의 입증이 어렵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씁 어쩔 수 없지라고 시공을 할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고, 에이 설마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기야 하겠어 정도의 생각을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어도 미필적 고의 대신 인식있는 과실로 보아 과실범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형량이 적은 것 아니냐라는 분노를 느낄 법도 하지만, 삼풍백화점 사건의 경우에는 이런 이유로 살인은 인정되지 않았고, 법관은 대신 시공변경을 위해 뇌물을 준 혐의까지 붙여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최대한에 해당될 정도로 엄벌한 것이다. 오늘날이라도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비슷한 형량이 적용될 공산이 크며,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이거 저거 예외가 붙고 또 붙어서 살인죄가 적용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 사건에서도 느끼는 바와 같이 인식있는 과실범에 대한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은 일반인의 법감정에는 그리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를 반영해서인지 독일에서는 인식있는 과실을 인식없는 과실보다 중하게 처벌하도록 입법하고 있으나, 한국 형법에서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미필적 고의와 과실 간(정확하게는 인식있는 과실)의 구분에 대한 문제는 형법학뿐만 아니라 민법학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의건 과실이건 간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과실에 대한 사고에 대해서는 통상의 손해만 인정하고 특별손해를 인정하지 않지만 고의에 의한 사고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피해자의 사정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피해를 의도적으로 입혔을 때는 특별손해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형법학에서는 고의를 어떤 사실에 대한 인식과 그러한 사실에 대한 진지한 의욕으로 나누고 있다. 예컨대 내가 칼로 저 사람을 찌르면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사실의 결과를 의욕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우에 판례는 "살인의 고의가 있다"라고 판시한다. 이러한 고의를 확정적 고의라고 칭한다.

5. 관련 사건사고

5.1. 살인의 경우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도1091 판결
형법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양형위원회양형기준에 따라 미필적 고의는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로 작용해 권고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10] 자세한 내용은 양형기준/살인 참조.
  • 주영형 유괴 살인 사건(긍정) - 피해자를 묶어놓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사망했다는 진술을 인정했지만, 아이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방치해 두고 나간 결과 아이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영형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즉, 유괴'치사'가 아닌 유괴'살인'의 유죄를 인정했다(대법원 82도2024 판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지만 죄질이 악독해 사형을 선고했다.[11]
  • 강태민 유괴 살인 사건(긍정) - 8세 남아를 납치해 소나무에 팔다리를 묶어놓고 입에 재갈을 물린 뒤 3일간 한번도 현장을 찾지 않아 아이가 질식해 사망한 사안에서 피해자가 충분히 사망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긍정,징역 40년 / 부정, 징역 12년) - 군대 내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반복하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안이다. 당시 재판마다 판단이 엇갈렸는데, 1심에서는 전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로 처벌했으나, 2심에서는 반대로 전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죄로 처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모두 잘못되었다며 파기했는데, '주범'의 경우 피해자의 치명적인 신체부위(복부, 가슴 등)를 계속 폭행했고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계속하려 든 사실로 미루어 피해자의 죽음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만, '공범'으로 분류된 다른 피고인들은 주범의 지시를 받아 범행에 가담한 사실과 폭행의 정도 및 의식 잃은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죽음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결국 주범은 살인죄, 공범들은 상해치사죄 등의 혐의가 인정되었다.
  •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긍정, 무기징역) - 주범 이준석에 대해 1심에서는 정황상 퇴선 명령을 했다고 봐 살인 대신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이준석이 세월호에서 탈출할 때도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별다른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살인[12]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첫 판례였는데, 대법원은 '승객들이 익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퇴선해 승객들이 자신의 힘으로 탈출하는 것을 불가능케한 결과를 초래한 행위는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도6809).
  • 봉천동 여중생 모텔 살인사건(긍정, 징역 40년) - 모텔에서 조건 만남으로 만난 여중생을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클로로포름으로 기절시킨 뒤, 목을 졸라 사망하게 한 뒤 성매매 대가로 줬던 돈을 들고 달아난 사안이다. 가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도 성매매 여성들의 목을 조르고 마취제로 기절시킨 뒤 금품을 빼앗아가는 범행을 저질렀던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 피해자들은 사망하지 않았다. 그는 여중생을 수면제로 마취시키고 목을 조른 것은 기절시킬 목적이었을 뿐 죽일 생각은 없었으며, 피해자가 마취에서 빨리 깨어나도록 모텔 창문을 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1심은 여중생을 사망하게 할 목적이었다면 목을 조른 것 외에 별도로 수면마취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강도치사 및 강도치상죄를 적용했으나,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강하게 눌렀으며 당시 상대방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 가능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 강도살인 및 강도살인미수죄를 적용했다.
  •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건(부정, 징역 6년) - 생활실에서 50대 경위가 의경들이 자신을 제외하고 간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겁을 주기 위해 실탄이 발사되지 않을 위치에 탄창이 놓였다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던 총기를 20대 상경의 심장에 격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검찰은 총기를 다루면서 실탄 장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방아쇠를 당기기 전 총기 안전장치를 푼 점 등을 종합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살인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려면 일부러 실탄이 발사되도록 탄창을 돌렸거나 실탄이 장전된 사실을 알면서도 격발했어야 하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중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 보복운전 살인미수 사건(긍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 운전 중 시비 끝에 전속력으로 상대방을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힌 사건. 1심과 2심 모두 "중량급 승용차를 빠른 속력으로 달려 정면으로 사람을 들이받을 경우 피해자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보복운전에 살인미수죄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이다.
  • 광진구 클럽 살인사건(긍정, 징역 9년) - 태권도 유단자인 20대 남성 3명이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골목으로 끌고가 10여분 간 집단 폭행한 뒤 현장을 방치하고 떠나 피해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죽이려고 폭행한 것은 아니더라도 피해자를 그 정도로 폭행하면 사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 택시 기사 사설 구급차 환자 이송 방해 사건(부정, 무혐의) - 병원으로 이동하던 사설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난 택시 기사가 약 10여 분간 구급차 앞을 막으며 이동을 방해해 결국 환자가 사망한 사건. 택시기사가 안에 응급환자가 있디는 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비키지 않고 죽으면 책임진다는 말까지 한 점 등으로 인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여부가 논란되었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고의적 이송 지연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되어 사건 내용 전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긍정, 징역 25년) - 9세 남아를 여행용 캐리어에 7시간 넘게 감금해 결국 아동이 질식해 숨진 사안에서 계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긍정, 징역 20년) - 처음보는 20대 여성을 뒤쫓아가 머리를 돌려차기로 1회 가격하고 여성이 이미 쓰러졌음에도 4회 더 가격한 사안에서 가해자가 주장한 상해죄 대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급소인 머리 부분만 노려 공격했으며 1회 공격시 이미 피해자가 쓰러졌는데도 확인사살하듯 다시 네 차례나 더 발로 밟았고, 피해자를 다른 장소로 옮긴 뒤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 인하대학교 재학생 준강간치사 사건(부정, 징역 20년) - 검찰은 가해자가 고의로 피해자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법의학자는 피해자가 창틀에 걸친 상태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다리를 들어올렸을 때[13] 지렛대 원리로 피해자가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고, 가해자가 횡설수설할 정도로 취한 상태여서 피해자가 추락할 위험성을 확실히 인지했다고 볼 수 없으며, 살해 동기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강간치사로 판단하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추락한 것을 보고도 119에 신고도 하지 않고 도망가 죄질이 불량해 살인죄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며 양형기준의 상한을 벗어난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 화성 어린이집 아동학대치사 사건(부정, 징역 18년) -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장이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눕혀 이불로 덮은 뒤 14분간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사안이다. 검찰은 원장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하게 했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 2023년 인천 남동구 11세 아동학대 사망사건 - 계모가 11세 아이를 장기간 학대하다가 아이가 온몸이 멍들고 저체중인 상태에서 사망한 사안이다. 1심과 2심 모두 계모가 아이를 살해할 이유도 보이지 않고, 사망도 예견할 수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4도2940). 현재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5.2. 그 외의 경우

  • 약쿠르트 사생활 폭로 사건(긍정, 1심 집행유예): 가해자가 다름아닌 약사였다는 점에서, 성병 전파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다.
  • 정진웅의 한동훈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 사건(부정, 무죄): 폭행의 고의가 없이 우발적 신체 접촉이라고 판단했다. 단 1심에서는 징역 4개월의 집행유예(1년)을 받았고, 차후 법무부에서 정직 중징계는 물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14] 좌천으로 사실상 처벌을 받은 셈이다.
  • 세종 강간 상황극 사건(긍정, 징역 5년) : 20대 남성 이모 씨가 랜덤채팅에서 '강간 상황극'을 하자며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20대 여성의 원룸 주소를 알려주어 30대 남성 오모 씨를 유인하였다. 오 씨는 강간 상황극이라고 생각하고 이 씨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으며, 실제로 문을 열고 나온 20대 여성을 강간했다. 1심에서는 오 씨가 실제로 강간 상황극이라고 인식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2심에서는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오 씨가 자신이 상황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실제 강간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었다고 보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6. 관련 문서




[1] 2020. 12.9. 개정된 조항으로 종전에는 표제가 '범의'였으나, '고의'로 변경되었다.[2] 자세한 것은 형법 총론 문서의 구성요건 부분을 참조할 것. 심신장애 제도와는 취지가 다르다. 심신장애 제도는 고의를 조각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책임을 조각시키는 제도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도 고의는 있지만 그 고의에 대해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뜻.[3] 예컨대 살인죄의 결과발생인 '사람의 사망'은 대부분 그 결과발생이 있는지 없는지가 시비거리가 되기는 어렵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서 '뇌사'의 경우는 사망으로 볼 것인지, 출산 과정에서 태아가 사망한 경우 '사람'의 죽음으로 볼 것인지 '낙태'로 볼 것인지 등의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견해가 갈릴 수는 있다. 또한 배임이나 횡령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의 발생'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 결과가 발생했는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대표이사가 특정 사업분야를 맞교환하는 결정을 한 경우, 그와 같은 의사결정이 실제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4] 학설에 따라 정의가 다르다. 이하는 다수설인 용인설 내지 감수설을 위주로 작성되었다.[5] 다만 반드시 필 자가 "~~를 의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예가 분명히 있긴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이순신의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다.[6] 다만, 과실치사는 처벌규정이 있으므로 이 규정에 따라 처벌받음.[7]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맞더라도 할 수 없지.' 이 정도 인식이 필요한데 앞의 이 인식이 인식있는 과실과 크게 차이가 없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둘의 구분이 힘들다. 이 때문에 상해죄에 대하여는(결과적 가중범 포함)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8] 예를 들어, 영화에서 좀비를 사살하기 위해서 총을 무작위로 쏘는데 미필적 고의의 경우 '설마 생존자가 있겠어, 근데 죽으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탕탕!'이고, 인식 있는 과실은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생존자가 살아남았을 리는 없어. 다 좀비일 거야! 탕탕!' 하는 경우이다.[9] 관점에 따라서는 미필적 고의로 볼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12대 중과실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참고로 무면허운전의 경우는 본인이 무면허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를 냈을 경우는 인식 있는 과실에 해당하지만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이 아님에도 기존 면허로 운행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운행하다 사고를 냈을 경우는 중과실로 보게 된다.[10] 물론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에 합리적 이유에 따라 감경사유로 고려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11] 유괴치사였다면 사형 판결은 내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도 유괴치사의 형량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었다.[12]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피해자의 사망 등의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증인이 필요한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살인과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가평계곡 살인 사건에서 이은해와 조현수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물에 뛰어들었을 때 즉시 구조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구조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었다.[13] 가해자는 피해자를 준강간하기 위해 다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14] 법무부 전체는 물론 대한민국 공직에서도 대표적인 한직으로 꼽히는 최악의 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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