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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제31조(교사범)
①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②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제32조(종범)
①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②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제34조(간접정범, 특수한 교사, 방조에 대한 형의 가중)
①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②자기의 지휘, 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전항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인 때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방조인 때에는 정범의 형으로 처벌한다.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제31조(교사범)
①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②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제32조(종범)
①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②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제34조(간접정범, 특수한 교사, 방조에 대한 형의 가중)
①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②자기의 지휘, 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전항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인 때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방조인 때에는 정범의 형으로 처벌한다.
공범(共犯)이란 여러 명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의미한다.[1]
2. 의미
범죄는 한 명만이 저지를 수도 있지만(단독정범), 여러 명이 참여하여 범죄를 행할 수도 있다. 살인죄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다.- 의사 A가 간호사 B에게 독약을 건네주면서 피해자 C에게 투여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간접정범)
- A가 피해자 C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고, B가 이 상황에서 C를 살해하는 경우(공동정범)
- 평소 B는 피해자 C를 싫어했는데, A가 총을 쥐어주며 C를 죽이도록 하는 경우(교사범)
- B가 피해자 C를 살해하는 도중에 A가 곁에서 망을 보는 경우(종범, 방조범)
위의 예시 중에서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행위는 B밖에 하지 않았지만, 범죄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A가 상당부분 기여하였다. 따라서 형법은 범죄실현에 기여한 A를 공범으로 처벌한다.
3. 구분
3.1. 넓은 의미의 공범
위의 간접정범,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즉, 공동적 인식하에 저지르는 범죄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공범의 의미에 해당한다.3.2. 좁은 의미의 공범
그런데 간접정범,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행위의 악행 정도[2]를 무시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피해자를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한 A와 단순히 망을 보는 정도에 그치는 B가 똑같은 형량을 받게 된다면, 비난가능성이 더 낮은 B에게 높은 형량을 부여하는 셈이 된다.따라서 형법은 넓은 의미의 공범 중 교사범[3]과 종범을 좁은 의미의 공범으로 구분하여 이를 정범과 구분하고 있다. 형법학에서 공범이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이 좁은 의미의 공범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은 공범이 아닌 정범으로 보게 된다.
3.3. 임의적 공범
형법 총칙(제30조~제34조)에서 광의의 공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임의적 공범에만 해당한다. 임의적 공범란 원래부터 1인이 범할 수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살인죄, 절도죄, 강간죄, 폭행죄 등이 임의적 공범에 해당한다.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필요적 공범이 있다.
3.4. 필요적 공범
필요적 공범은 원래부터 여러 명이 같이 해야 성립하는 범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소요죄[4]는 여러 명이 모여서 폭행·협박·손괴할 때 처벌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필요적 공범은 위의 총칙의 공범규정(제30조~제34조)을 적용하지 않고, 그냥 다 묶어서 정범으로 처벌한다.(2020도7866판결) 이처럼 총칙상의 공범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범 개념에서 배제된다.필요적 공범은 크게 집단범과 대향범으로 나뉜다.
집단범이란 동일목표를 향한 집단적인 공동행위가 요구하는 범죄형태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소요죄나 다중불해산죄, 내란죄 등이 있다. 이러한 범죄들은 2인 이상이 집단으로 하여 공동의 목표(폭행, 협박, 손괴, 국가기능의 전복)를 향해 공동행위를 하는 경우가 된다. 대다수는 동일한 형을 처벌받으나, 내란죄의 경우에는 집단 내의 지위에 따라 형벌 규정이 다르다.[5]
대향범이란 상호 대립방향의 행위를 통해 동일목표를 지향하는 범죄형태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뇌물 관련 범죄(수뢰죄와 증뢰죄)가 이에 해당한다. 뇌물의 경우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뉘며, 각각 증뢰죄와 수뢰죄로 처벌받는다. 이들도 동일한 목표(부정한 청탁)가 있으나, 그 방향이 상호간에 연결된다는 점이 다르다.
대표적인 대향범에는 도박죄, 인신매매죄, 뇌물 관련 범죄(수뢰죄와 증뢰죄/배임수재죄와 배임증재죄), 도주죄와 도주원조죄 등이 있다. 특이하게 대향범 중 한쪽만을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음화반포죄(관람자는 처벌x), 범인은닉죄와 범인도피죄(범인은 처벌x), 촉탁승낙살인죄(촉탁자는 처벌x)[6], 음행매개죄(음행행위자는 처벌x), 동의낙태죄(부녀는 처벌x)[7] 대향범 중 한쪽만을 처벌하고, 다른 한쪽을 처벌하지 않는 경우 처벌받지 않는 쪽은 공범이 성립되지 않고, 그냥 불가벌이 된다. 예를 들어, 음화반포죄에서 음화를 반포한 사람은 처벌받으나, 이를 관람한 사람은 공범이 되지 않는다. 인과적으로 보면 음란물을 관람한 사람도 반포에 도움을 주었으니 공범으로 볼 수도 있지만, 관람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입법자의 의도를 존중하여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필요적 공범들은 총칙상 공범(제30조~제34조)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받는다.(2007도6712판결) 예를 들어, 공무원 A가 뇌물을 받고, 기업가 B가 뇌물을 준다면 A에게는 단순수뢰죄, B에게는 증뢰죄가 적용되면 끝이다. 여기서 더 붙여 A에게는 '단순수뢰죄 + 증뢰죄의 방조범' 이런 식으로 죄를 붙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단 외부에서 도움을 제공할 경우에는 교사범과 종범이 성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합범인 소요죄를 일으키는 행위자를 위하여 버스와 같은 차량을 제공한다거나, 도박을 벌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장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은 종범으로 처벌된다.[8]
다만, 대향범 중 일방만을 처벌하는 경우에 한해서, 처벌받지 않는 사람을 외부에서 도왔더라도 종범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애초에 정범부터 처벌받지 않는데, 그에 종속되는 종범도 처벌받지는 않기 때문.(공범종속성설) 변호사법은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공무원이 청탁이나 알선의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을 때에만 처벌할뿐, 뇌물을 준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다.[9] 따라서 뇌물을 준 사람을 돕는다고 해서 해당 범죄의 종범으로 처벌받지 않는다.(2013도6969판결)
이 외에 합동범을 필요적 공범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특수절도죄, 특수강도죄 등 2인 이상의 합동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을 합동범이라고 한다. 합동범이 필요적 공범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에는 공동정범의 특수한 경우로 본다.
4. 정범과 공범의 구별
정범과 공범의 구별이야말로 공범론의 기초이자 본질이다. 특히 간접정범과 교사범, 공동정범과 종범은 엄격한 비교를 요한다. 현 학설과 판례는 이에 대하여 Roxin의 행위지배설을 따른다. 행위지배설의 요점은, 누가 행위지배를 가지고 있느냐이고 정범의 형태에 따라 행위지배의 유형이 달라진다.4.1. 행위지배설
4.1.1. 직접정범
구성요건을 직접 실행한 직접정범은 말할 것도 없이 자기 행위에 대한 행위지배를 가진다.4.1.2. 공동정범
공동정범의 각인이 모두 정범으로 처벌받는다. 따라서 각 공동정범 모두가 기능적 '행위지배'를 분담하여 가진다. 범행지배의 형태에 따라서 정범과 공범을 구분한다.그런데 공동정범에서 범행지배를 모두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진정신분범과 의무범의 경우에는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단순수뢰죄를 예시로 들어보자. 수뢰죄의 경우에는 공무원만이 행위주체가 되는 진정신분범이다. 공무원 A가 B로부터 뇌물수수를 받는데, 뇌물수수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닌 C가 뇌물수수의 거의 99%의 행위지배를 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C의 행위지배가 인정되더라도 C는 수뢰죄의 행위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4.1.3. 간접정범
간접정범에서 피이용자는 처벌받지 않는 자 혹은 과실범으로 처벌받는 자이므로 이용자가 행위지배를 가지며 이 때의 행위지배는 '우월적 의사지배'로 나타난다.4.2. 소수설
다수설인 행위지배설 이외의 기타 학설에 대한 내용이다.- 형식적 객관설 :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행한 자만을 정범으로 인정하는 견해이다. 예를 들어, A가 직접 칼을 찔려 사람을 죽였다면 그 A만이 정범이 되고, 피해자를 붙잡은 B(행위지배설의 공동정범), A에게 살인을 명령한 C(행위지배설의 간접정범) 등은 정범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형식적 객관설은 정범의 범위가 크게 축소될뿐더러, 공동정범 자체를 성립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A, B는 폭행을 하고 C는 재물을 갈취했는데(강도죄의 공동정범) 이 형식적 객관설에 따르면 A와 B는 폭행죄, C는 절도죄로만 처벌할 수밖에 없다.
- 주관설 : 행위자의 의사에 따라 구분한다는 것이다.
5. 공범의 정범에의 종속성
공범은 정범에 독립하여 존재하는지, 혹은 정범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판례는 공범종속성설에 따르고 있다.방조죄는 정범의 범죄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것으로서 방조의 대상이 되는 정범의 실행행위의 착수가 없는 이상 방조죄만이 독립하여 성립될 수 없다.
(78도3113판결)
(78도3113판결)
5.1. 공범독립성설
공범의사 역시 독립된 범죄의사이고, 독립된 범죄의사인 이상 독립된 가벌성을 가지는 것이지 정범의 가벌성을 준용할 수는 없다는 견해이다.예를 들어, 방조범 A가 정범 B의 강도 행위를 위해 흉기를 빌려줬다고 해보자. 그런데 정범 B는 강도를 준비하기는 했을뿐 실행의 착수에 나가지는 않았다. 이 경우, 정범 B는 강도의 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 공범독립성설에 의하면 공범 A는 예비음모죄와 독립하여 강도죄의 방조범이 된다.
5.2. 공범종속성설
교사나 방조행위는 범죄의사가 있을지언정 구성요건 실현행위가 아니고, 그 정범의 실행에 관여할 뿐이므로 결국 공범의 범죄성은 정범의 범죄성을 승계할 뿐이라는 견해이다. 공범종속성설은 정범의 범죄성이 어느 정도여야 공범의 범죄성이 그에 종속되는가의 논의에 따라 다시 나뉜다. 판례는 공범종속성설 중 제한적 종속성설의 입장에 있다.(2017도19025판결)- 최소한 종속형식 :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만 해당하면 공범이 성립한다는 견해이다.
- 제한적 종속형식(다수설 및 판례, 2017도19025판결) :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까지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정범의 행위가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 공범도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갑이 을을 살해하려고 하였기에 을이 병의 도움을 받아 갑을 살해하였다면 을의 살해행위는 정당방위가 될 수 있는데(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전제), 이 경우 병 역시 갑에 대한 살인 교사/방조의 죄책을 지지 않는다. 제한적 종속설이 통설이며, 판례도 이에 따른다.
- 극단적 종속형식 :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까지 있어야 공범이 성립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정범이 책임무능력자인 경우와 같이 정범의 행위가 책임이 없을 경우에는 공범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갑이 을을 살해하는데 있어 병이 이를 방조하였는데, 갑이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였다면 병의 행위는 이 견해에 따르면 살인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 확장적 종속형식[10] :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유책하며, 처벌조건까지 갖추어야 공범이 성립한다는 견해이다. 현재 이 설을 취하는 학자는 없다.
면책적 긴급피난 역시 책임조각사유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 다수설인 제한적 종속형식에 따르면 정범이 면책적 긴급피난에 해당하더라도 공범이 성립할 수 있다.
5.2.1. 공범종속성설의 의의
공범종속성설에 따라 공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간접정범에 있어서 이용자인 처벌받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범종속성설에 따라 공범이 성립하지 않는 범위는 곧 간접정범의 성립 범위와 일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제한적 종속성설 문단에서 든 예에서 병은 갑에 대한 살인 교사/방조의 죄책은 지지 않지만(을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므로) 처벌받지 않는 자인 을을 이용한 행위(간접정범에서의 이용행위는 형법총칙의 교사/방조와 일치한다)는 갑에 대한 살인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물론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겠지만)5.3. 공범종속성설과 공범독립성설의 차이
공범종속성설에 따르면 어떤 견해를 따르더라도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조차 해당하지 않으면 공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형법 제252조 제2항에서는 자살을 교사 또는 방조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자살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모순점이 생긴다. 공범독립성설의 입장에서는 공범은 정범과 별개의 범죄성을 띄므로 이 조문은 당연규정이다. 그러나 공범종속성설에서는 이를 특별규정으로 보고 있다.6. 공범과 신분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11]을 적용한다. 단,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에는 중한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특정 신분이 있어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범죄를 진정신분범이라고 하고, 특정 신분에 따라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범죄를 부진정신분범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뇌물을 받는 범죄는 수뢰죄라고 하여 공무원만을 처벌하고 있다.[12] 그런데 일반인이 공무원의 뇌물수수에 도움을 준 경우, 일반인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형법 제33조는 이런 경우, 일반인이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인 경우에는 공범으로서 처벌할 수 있다고 하고, 간접정범의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대통령의 힘을 빌려 뇌물을 수수하도록 개입하였다면 해당 비선실세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6.1. 제33조의 의미
- 본문 :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 단서 : 단,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에는 중한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 본문 진정신분범·단서 부진정신분범설(다수설) : 본문의 경우에는 진정신분범의 성립과 과형을, 단서의 경우에는 부진정신분범의 성립과 과형을 규율한다고 본다. 이 견해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를 진정신분범으로 보고,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를 부진정신분범으로 보아 본문과 단서가 각각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 본문 성립·단서 과형설(판례, 2018도10047판결) : 본문의 경우에는 전체 신분범(진정신분범+부진정신분범)의 성립 문제를, 단서는 부진정신분범의 과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부진정신분범을 단서로만 규정한다면 별도로 부진정신분범의 성립에 대한 규정은 없으므로[13] 부진정신분범의 성립은 본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두 학설은 사실 법정형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어느 죄책으로 결정하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가 공모하여 A의 아버지를 살해하였다고 해보자. 이 경우, A에게는 존속살해죄가 성립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B에게 존속살해죄의 공동정범을 적용할지,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적용할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수설에 따르면 성립 자체는 부진정신분범에 따르므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되고, 판례에 따르면 성립 자체는 본문에 따르므로 존속살해죄의 공동정범을 적용하되, 형의 경중 자체는 살인죄에 의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느 학설에 따르더라도 B의 법정형은 살인죄의 공동정범 수준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B에게 어떤 죄책을 적용할지에 대해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약간의 구별실익이 있는 것이 일반사면이나 공소시효 등에서 죄책마다 기간이나 성립여부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폭행죄에 대해서는 일반사면하면서, 존속폭행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는 경우에 위 학설에 따른 구별이 달라지는 것이다.
6.2. 소극적 신분범의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와 같이, 신분이 없는 일반인이 행하면 범죄가 성립하나, 특정 신분을 갖고 있음으로써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소극적 신분범이라고 한다.소극적 신분범의 경우, 제33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제33조 명문에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 신분범은 명문상으로 제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범의 일반이론인 공범종속성설에 따라 정범에게 구성요건과 위법성이 성립되면 신분과 관계없이 공범에게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의사면허 없는) 일반인 A가 의료행위를 하였고, 의사 B와 일반인 C가 이를 방조하여 기여했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A에게 무면허의료행위의 정범, B와 C는 방조범이 성립되고,
의사 A가 의료행위를 하였고, 일반인 B와 C가 이를 방조하여 기여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는 A에게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A, B, C 모두 불가벌이다.
[1] 한패와도 통한다.[2] 행위반가치라고도 한다.[3] 다만, 교사범은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다.[4] 제115조(소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5] 수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중요임무종사: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 단순가담: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6] 본죄가 기수되었다면 촉탁자는 죽었으니까 처벌을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다.[7] 원래는 부녀 역시 자기낙태죄로 처벌받았으나, 효력이 상실되어 사실상 동의낙태죄만 처벌받게 되었다. 동의낙태죄도 의사에 한해서 효력이 상실되었다.[8] 외부의 조력자에게 공동정범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면적 긍정설도 존재하나, 다수설은 교사범과 종범만 성립한다고 본다.[9] 변호사법 제111조 (벌칙) 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벌금과 징역은 병과할 수 있다.[10] 초극단적 종속성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11] 공동정범(§30), 교사범(§31) 종범(§32). 간접정범은 제외[12] 그렇다면 기업인이 뇌물을 받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뇌물죄가 아닌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다.[13] 정확히 말해 위의 다수설에 따르면 부진정신분범은 '중한 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에 불과할뿐, 어떻게 성립하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