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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의
민법 제185조(물권의 종류)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
물권의 종류와 내용을 법률(또는 관습법)로 정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을 '물권법정주의'라고 한다.
물권은 민법, 기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해서만 성립한다. 물권관계의 법원은 법률과 관습법에 한정된다.
2. 내용
'물권을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는 말은 종류강제와 내용강제이다.2.1. 종류강제
종류강제란 법률 또는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물권의 종류를 약정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우리 민법은 소유권, 점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유치권, 질권, 저당권 이렇게 8가지 종류의 물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담보지상권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만든다면, 이는 물권법정주의의 종류 강제에 반한다.
별도의 물권을 주장한 판례로는 타인의 토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용수권(지역권)[1](66다1382판결), 배타적 공원이용권(94마2218판결), 사도통행권(私道通行權)[2](2001다64165판결)
민법 이외의 기타 법률상 물권과 관습법에 의한 물권도 인정된다. 기타 법률상 물권이는 광업법의 조광권[3], 어업법상의 어업권 등이 있고, 판례로부터 명시된 관습법에 의한 물권으로는 분묘기지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농작물 경작권, 동산양도담보권, 소유권유보부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 있다.
2.2. 내용강제
다른 하나는 내용강제다. 법률 또는 관습법이 인정하는 물권도, 그 물권의 내용을 법이 정한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소유권의 경우에는 사용·수익 권능이 부여되어 있고, 이를 채권관계인 임대차나 사용대차 등으로 해당 권능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대세적,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는 법으로 정한 소유권의 내용과 달라지기 때문이다.(2010다81049판결, 2009다228,235판결) 소유권은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사용권능, 수익권능, 처분권능에 대한 영구적인 권능을 부여한다. 만약 영구적인 사용수익권능을 배제해버리면 민법의 내용과 달라지므로 이러한 사용수익권 배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토지를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로를 무상제공하는 경우에 이 소유권의 내용강제가 논란이 된다. 예를 들어, 토지 소유자 A가 다른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게 자신의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거나, 수도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해보자.[4]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토지 소유자 A씨의 아들 B 씨는 이 토지를 자기마음대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아들 B씨는 자신만의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만약 해당 토지의 객관적인 사정이 크게 변화한 경우(예컨대, 30년 전에는 도로였지만, 지금은 개발토지로 바뀌는 경우)에는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2012다54133판결) A씨가 주장한 사용수익권의 배제는 영구적인 소유권의 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토지가 여전히 일반 대중들을 위한 도로로 쓰이는 등 사정이 변화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수익권의 제한도 상속인 B에게 그대로 이전된다.(2016다264556전원합의체 판결) 가장 큰 이유는 공공의 이익. 수십년간 대중들이 이용해왔던 도로인데 이를 갑자기 원 소유자가 회수해버려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일반 대중들에게는 큰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김재형 대법관 반대의견) 결국 도로 등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면 사실상 영구적인 사용수익권 제한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5]들을 위하여 도로를 계속해서 이용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다수의견은 여전히 사용수익권의 제한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3. 물권법정주의의 효과
물권법정주의는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물권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채권적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계약은 무효가 된다. 종류강제의 일종인 용수권(지역권)을 예시로 들어보자. A는 B의 소유의 하천으로부터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용수권을 갖는 대신에, B는 A에게 월 이용료 100만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용수권이라는 물권은 없으므로 해당 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 그리고 양 당사자에게 별도로 계약위반의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6]다만, 내용강제의 경우에는 조문에서 벗어난 내용에 한해서만 일부 무효(민법 제137조)[7]가 되고, 법정 내용에 한해서만 효력이 인정되는 일부무효의 법리에 해당한다.
[1] 공용하천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민법 제231조에 의해 허용된다. 일반적인 지역권에서 물을 갖다 쓰는 것 또한 공용하천에서 수로를 틀 때 쓰는 말이다. 이 사례의 문제는 타인의 사유지에 있는 하천의 물을 사용했다는 것. 민법 제231조(공유하천용수권) ①공유하천의 연안에서 농, 공업을 경영하는 자는 이에 이용하기 위하여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필요한 인수를 할 수 있다.[2] 지역권을 취득시효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사례에서는 취득시효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통행지역권은 인정되지 않았다.[3] 타인 소유의 채굴구역에서 광물을 캐낼 수 있는 권리[4] 왜 멀쩡한 자기의 수익권을 포기하냐고 할 수 있지만, 마을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양보해줄 가능성이 크다[5] 당연하지만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이므로 특정한 건물소유자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별도로 제한되지 않는다.(2015다211685판결) 이들은 지상권 같은 용익물권이 없다면 얄짤없이 나가야 한다.[6] 소수설로는 계약위반으로 별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7] 민법 제137조(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