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6-05-24 18:29:01

문어(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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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원인
2.1. 자연적2.2. 인공적
3. 특징4. 문어 목록5. 여담

1. 개요

문어()는 구어가 아닌 로서 의사소통(필담)을 하는 언어이다. 글에서만 존재하여 글말 또는 서면어(書面語)라고도 한다.

2. 원인

문어들이 발생하는 환경은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역사가 다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발생 양상을 대강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2.1. 자연적

문자 사용은 유형적이고 반영구적인 기록물을 남기는 데에 비하여 언어 사용은 무형적이고 발화할 때 순간적으로 나타나므로, 문어 및 문어체는 구어 및 구어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즉, 언어의 역사성에 따른 변화 속도가 서로 다르다. 그 결과 일상어 구사에서 실제 사용하는 음성 및 이를 인식하는 음소체계 등이 크게 변한 것에 비해서 문자의 표기체계 등이 크게 변하지는 않은 상태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어/구어 내에서도 표기 심도의 차이로 나타나지만, 특히 법률이나 예절 등 격식이 요구되는 언어 사용 시에는 이러한 구어체와 문어체 사이 괴리가 더 크고 더 쉽게 야기된다. 오직 그 상황에서만 쓰이는 어휘나 문법도 있고 관례상 그러한 언어 사용에서만큼은 일상어에서의 습관대로 하지 않고 공식어의 것을 따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차이가 축적되면, 글로만 쓰이는 공식적인 언어와 일상에서 흔히 입으로 말하는 비공식적 언어는 결국 시대가 흐르며 빠르게 변하는 구어와 변하지 않는 문어로 서로 갈라지면서 서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아예 다른 언어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차원에서 언어와 문자 생활을 표준화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데다가 교통·통신 기술이나 기록 매체 기술의 한계로 지역이나 세대 별로 서로 다르게 분화되기 쉬웠던 전근대 사회의 인문환경에서 특히 심했다.[1]

하지만 근대 이후로는 국민국가 출현과 함께 일치되고 통일된 언어 사용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언문일치를 정책적으로나 사회운동으로서 추진하였다. 중국의 백화문이나 유럽의 정서법 개혁, 한국의 국립국어원이 제정하는 맞춤법이나 사전처럼, 공식적으로 옛 글말을 없애고 새로운 문어체를 개혁하는 등의 노력은 국민화근대화의 한 부분으로도 여겨져서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인쇄술의 발전으로 일정한 판본이 대중에 널리 읽히게 되고 구어조차 녹음으로써 반영구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는 등 기술의 발전에도 크게 힘입었다.

그 결과 오늘날 구어와는 별개의 언어로서 남아있는 문어는 거의 없다. 공교육과 발전된 매체 사용으로 말미암아, 문어체구어체가 서로 다르다고 인식할 만한 괴리가 발생하는 속도나 정도도 과거보다 줄어든 편이며,[2] 이러한 변화가 설령 기존 규칙을 누르고 주류가 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맞춤법을 개정함으로써 문어와 구어 자체가 분리되지는 않도록 관리한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구어와는 독립된 채 남아있는 문어는 사어로서 역사 연구나 종교 전례, 전통문화 등 특정한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것들이다.

2.2. 인공적

다만 현대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문어도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민족주의가 등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타 지배언어로부터 오염된 자신들의 언어를 다시 순수하게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옛 문헌과 자료를 통해 순수 어휘와 문법을 다시 복구한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인공어를 제작함으로써 민족주의자들은 대중들의 언어문화가 옛 것으로 점진적으로 회귀하길 바랐지만, 대부분은 일상 구어와 괴리가 너무 심해 문어로 전락하거나 운 좋으면 문어 형태의 표준어로 남았다.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문어는 의도적으로 제작된 것보다는 순수한 인공어의 정착이 실패한 결과인 것이 많다.

3. 특징

구두로 쓰이는 언어가 아니다보니 이를 모어로 삼는 원어민이 사실상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문어는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구어와는 다른 어휘, 다른 문법 등을 가졌기에 문어가 쓰였던 당시에도 일반인들로서는 배우기가 까다로웠고 쓸 일도 많지 않았으므로, 주로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서류행정 혹은 외교와 전례 등을 위해 귀족과 식자층 사이에서만 쓰였다. 그렇기에 문어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로 서민들은 구어를, 귀족들은 문어를 지향하며 계층마다 쓰는 언어가 다른 양층언어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문어는 구어에 비해 문헌자료가 많이 남아있어서 과거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문어를 학습하기도 한다.

4. 문어 목록

4.1. 고전 아랍어

쿠란에 적힌 언어[3]로 오늘날 현대 표준 아랍어(푸스하)의 바탕이 되었다. 쿠란은 이슬람의 경전으로 의미의 왜곡을 극단적으로 삼가는데[4], 안 그래도 보수적인 문어에 종교적 이유가 더해져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냉동인간처럼 초기 쿠란과 현대 쿠란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 여러 이슬람 왕국의 행정적, 공적인 장소에서 쓰였다.

4.2. 뉘노르스크

노르웨이덴마크로부터 독립한 뒤, 이바르 아센 등과 같은 민족주의자들이 고대 노르드어와 노르웨이 방언들을 토대로 만든 언어이다.[5] 그러나 노르웨이 방언과의 괴리가 심하기에 현재는 보크몰[6]와 함께 공동 표준어로 남았다. 또한 보크몰과 달리 뉘노르스크는 구어보단 문어로만 쓰이고, 굳이 구어로 쓸 경우엔 보크몰 억양을 사용한다.[7] 그래서 뉘노르스크를 구어로 쓰는 경우는 일부 방송사나 간단한 회화로 지역방언과 섞어쓰는 경우 외엔 사실상 없다.

4.3. 라틴어

고대 로마에서 널리 쓰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각 유럽의 지역에 따라 분화되며 글말로 남았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들은 로망스어라고 한다. 라틴어는 광범위하게 쓰인 만큼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여러 유럽어의 어휘에서도 남아있다.

바티칸은 이 라틴어가 구어로서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긴 하나 현재는 문어와 가톨릭 종교 전례용으로만 사용되고 실생활 구어로는 이탈리아어를 쓴다.

4.4. 산스크리트어

브라만교 사제들의 암송으로 전해져 내려오며 리그베다에 적힌 베다 산스크리트어를 기원전 4세기에 문헌학자 파니니가 문법을 정립하면서 고전 산스크리트어가 탄생하였다. 라틴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도의 여러 언어로 분화했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 각 지방에서 민중들이 쓰는 프라크리트어로 분화했고 프라크리트어는 힌디어 같은 현재 인도 구어들로 변화했다.

현재는 힌두교 종교 전례용으로만 쓰인다.

4.5. 신페르시아어

사산 왕조 멸망 이후 이슬람의 영향으로 페르시아인들은 우위계층의 언어인 아랍어 사용을 강제받았는데, 이에 대항한 민족 부흥으로 사만 왕조 때에 고전 페르시아어를 기반으로 한 신페르시아어가 탄생했다. 신페르시아어는 당시 서민들이 쓰던 구어 페르시아어와 달리 문법적 구조 체계가 견고했다. 그래서 귀족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는데, 이로써 페르시아의 철학, 문학이 크게 발달하였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신페르시아어를 문어체로 바꾸고 어휘들을 따와 오늘날 표준 페르시아어를 완성하였다.

4.6. 아베스타어

페르시아 제국의 국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아베스타에 쓰여진 언어로 고대 페르시아어에 많은 영향을 끼친 언어이다. 아베스타어는 고대 아리아인이란에 정착한 후 사용한 언어로 산스크리트어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조로아스터교 종교 전례용으로만 쓰인다.

4.7. 오스만어

오구즈어를 기반으로 아랍어페르시아어[8]의 문법적, 어휘적 요소를 혼합한 문어이다. 오스만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세 언어를 모두 숙지해야했다. 오스만 제국에서 행정적으로 쓰였다.

오스만어를 없애고 튀르키예어의 언어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무스타파 케말의 휘향찬란한 언어개혁에도 불구하고 현대 튀르키예어에는 여전히 오스만어의 어휘가 많다. 대개는 추상적인 대상 등 튀르키예 어휘만으로는 순화하기 까다로운 것들이다.

4.8. 일본어 문어체

헤이안 시대에 쓰였던 일본어를 바탕으로 정착된 일본의 서면어이다. 메이지 유신 후 언문일치 운동이 일어났으나 여전히 제국 시절까지는 문어체가 꽤 많이 쓰였다가 전후 현대 가나 표기법을 제정하면서 문어체는 사장되었다. 중국인이 특별히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한문을 읽을 수 없는 것처럼 일본인 역시 따로 배우지 않는 이상 문어체를 읽을 수 없다.

일본어/고전 문법 문서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4.9. 카사레부사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그리스가 독립한 이후, 그리스 민족주의가 대두되며 오스만어에 떼 묻지 않은 옛 순수한 그리스어로 복고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렇게 고전 그리스어 어휘를 발굴하며 카사레부사를 탄생시켰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쓰길 지향했으나, 구어(디모티키)와 괴리가 심해서 공식적인 행정언어로만 쓰였다. 이후 디모티키가 표준어의 기준이 되며, 카사레부사는 문어로서의 지위마저 잃었다. 현재는 종교적인 관례에서만 쓰이고 있다.

4.10. 한문

상고한어를 기반으로 하며, 한자가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한자문화권이 형성됨과 동시에 한문은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의 소통의 매개체가 되었다. 외교적 역할 뿐만 아니라 학문적, 문화적 역할도 하였는데 유교, 대승 불교 경전 등이 한문으로 쓰여 동아시아에 보급되었고, 한시 문화 또한 널리 보급되었다. 동아시아에서 의사소통은 한문 필담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중들이 쓰던 구어와 한문은 괴리가 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중국에서 오로지 구어체로 쓰인 백화문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백화문이 현대 중국어의 기반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갑오개혁#으로 공문서의 국문표기를 한문보다 우선시한 시점부터 한문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다가 일제강점기로 넘어오며 완전 폐지되었다. 물론 20세기 초에도 민간의 일부 지식인들은 한문을 사용했으나[9] 곧 지식인들 사이 민족주의 열풍이 불고 국문사용이 강조되며 한문은 소외되어갔다.

4.11. 히브리어

다른 문어와는 조금 결이 다른데, 본래 유대의 구어였으나 아람어와 아랍어에 밀려 구어로서의 지위를 잃고 문헌이나 유대교 종교 전례용에 겨우 사용되는 문어로 전락했다가 현대에 다시 부활한 독특한 사례이다.[10]

5. 여담

언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문어의 존재에 대해 알기 힘들기 때문에 글과 말을 혼동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11] 대표적으로 한문이 그러한데, 많은 사람들이 "한자=한문"으로 혼동하고는 하지만 한자는 문자이고 한문은 그 문자를 사용하는 서면어이다.[12] 중국에서는 종종 그뿐만 아니라 "한문은 중국어이고, 한국에서는 한문을 썼으니 과거 한국인들은 중국어를 입말로도 썼다."라는 식으로 잘못 이해하기까지 한다. 한국에서도 구어는 당연히 고대 한국어중세 한국어를 썼고, 단지 고유의 문자가 없었던 탓에 한자를 빌려와 공문서에는 한문을, 일상 사문서에는 이두 같은 것을 썼을 뿐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도 문어로 쓰이는 한문과 구어로 쓰이는 한국어 간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지 어제까지 중국어를 쓰다가 갑자기 한국어를 쓰게 된 게 절대 아니다.
[1] 근대 이전에는 아예 표준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지방어(방언)가 사용되었다. 오늘날 정립된 여러 국가들의 표준어들도 이렇게 특별한 권위는 부여되지 않은 지방어로서 탄생했다가 근대 이후 표준으로서의 권위를 얻은 것이다.[2] 언어의 변화 자체는 지금도 존재하며, 이는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국어에서 'ㅐ'와 'ㅔ'의 구별이 소멸한 것이나 서울 일대에서는 변별 자질로서 장단음 구분이 사라지고 기식 차이가 없어져 음높이만 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3] 7세기 메카 지방 아랍어(고대 아랍어)[4] 그래서 과거엔 쿠란의 외국어 번역을 금지했고, 지금도 번역본 옆에는 항상 원서를 함께 실어야 한다.[5] "뉘노르스크" 자체가 신(新)노르드어라는 뜻이다.[6] 노르웨이화한 덴마크어.[7] 딱히 정해진 표준 억양이 없기 때문이다.[8] 정확히는 신페르시아어인데 (상술된 것처럼) 이것 또한 문어이다.[9] 잘 알려진 예로 안중근동양평화론이 있다.[10] 구어(자연어) -> 문어(구어는 사어) -> 구어(인공어로 부활)[11] 당장 언어문자 자체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마당에 '글 상에만 존재하는 언어'란 매우 혼란스러운 요소일테다.[12] 특정한 문자와 밀접한 언어는 이러한 오해가 더 쉽게 생겨나고는 한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한글한국어를 혼동하여 이를 잘못 사용하고는 한다. 이렇게 한 언어와 한 문자가 한 국가에서 정확하게 1대 1대 1로 대응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