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組暴 Comedy조직폭력배를 주역으로 다루는 코미디 영화의 한 장르.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의 주된 트렌드이기도 했다.
2. 역사
국내 조폭 코미디의 시초로 간주되는 영화는 1997년 개봉한 한석규 주연의 넘버 3이다. 이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서 조폭을 주된 소재로 차용한 코미디 장르 영화가 마구잡이로 양산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정작 넘버 3는 여타 저질 조폭 코미디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띈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조폭은 그저 지엽적인 장치일 뿐이고, 조폭 세계에 몸담은 주인공의 시선으로 하여금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한 부조리 코미디가 중점이다. 그런데 그런 주제의식은 온데간데 없이 이 영화가 상영 종료 후에도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의 컬트적인 인기를 끌자, 돈에 눈이 먼 영화 제작자들이 "어라? 조폭이라는 소재로 코미디를 만들면 바로 먹히네?"라고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허무맹랑한 생각을 품은 것이 문제였다. 즉, 넘버 3는 천민자본주의자들을 비웃는 내용의 영화였는데, 그 비웃음의 대상들이 오히려 넘버 3 아류작을 꿈꾸게 되었다는 참 기괴한 아이러니가 성립된 것이다.
조폭 코미디가 영화 애호가들에게 먹히는 이유는 창작물의 삼대장인 싸움, 코미디, 멜로 중 싸움과 코미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2001년에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달마야 놀자가 흥행 3연타를 날리면서 장르 양산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언급이 덜 되긴 하지만 같은 해 개봉한 신라의 달밤 역시 조폭을 소재로 한 코미디라는 점에서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게다가 같은 해 장르의 성격은 다르지만 영화 친구까지 흥행하면서 영화계에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TV 드라마에서까지도 조폭 미화물인 야인시대[1]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웃찾사나 개그콘서트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조차 얼빵한 조폭을 소재로 하거나 깡패나 양아치나 일진이 등장하는 코미디 꼭지가 회차의 절반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2000년대 초반은 극장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문화 컨텐츠의 소재가 조폭 투성이였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조폭물의 인기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시 작품들에 대한 객관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초창기에 나왔던 작품들은 이후에 쏟아지는 양산형 조폭 미화물보다는 영화적인 완성도가 그럭저럭 좋은 편이었다.
일부 작품들의 경우 외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는데, 일본에서는 "일본의 야쿠자는 잔혹하지만, 한국의 조폭은 웃기다."고 평하기도 하였다.[2][3] 영화계 조폭 코미디의 흥행 탓인지 TV에서도 드라마고 코미디고 영화 속의 조폭과 비슷한 이미지의 조폭[4]이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조폭 코미디 가운데 진정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은 2001년에 개봉한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달마야 놀자 단 세 작품 뿐이며, 실제로도 시리즈화되어 수명을 이어간 작품도 이들과 가문의 영광 정도이다.
조폭이라는 직종(?) 특성상 속된 말로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지라 본인들이 이런 식으로 희화화되는 것을 싫어할 만도 하지만, 의외로 조폭 사회에서도 은근히 이런 문화계의 기조를 반기는 편이었다고 한다. 조폭 코미디의 인기에 영합해 친근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작품들은 장르상 조폭 미화 또한 반드시 동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알고 보면 조폭들 입장에서도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조폭 코미디 붐의 부작용으로 한때나마 조폭들의 이미지가 많이 세탁되었다. 조폭 코미디 영화가 한창 흥행하던 당시 학생들이 '장래희망은 조폭' 같은 기가 막힌 진로를 꿈꾸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2008년 개봉작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는 청소년들의 비뚤어진 조폭 동경 의식을 여러 방식들로 풍자해 내기도 했다(...).
한편으로 한국 영화계가 이렇게 무분별하게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쏟아낸 데는 역설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가 풍자와 희화화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고 경직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로는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 보니 비교적 덜한 편이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창작물에서 특정 직업군을 희화화시키는 것은 상당한 반발을 각오해야 했다. 딱히 상대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이 단순한 양념으로 코믹한 조연을 등장시킨 경우라고 해도 그 배역의 직업에 따라 해당 직업군 종사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폭은 아무리 희화화를 시켜도 본인들이 이런 태클을 걸 가능성이 없는 손쉬운 존재였다. 만에 하나 이들이 협박을 가하더라도 근본이 범죄 조직인지라 떳떳할 것이 없기 때문에 공권력의 힘만 빌리면 장땡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관계자들은 참과 거짓을 구분할 필요 없이 본인들 입맛대로 조폭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였다. 뿐만 아니라 폭행과 성범죄, 마약, 도박, 사기 등의 말초적이면서도 상업성 있는 소재를 자유롭게 다뤄볼 수 있으면서도 개연성에 특별한 무리가 없는 직업은 조폭 외에는 찾기 어렵다 보니 머리 쓰기 귀찮아진 제작자들은 일단 조폭을 주인공으로 박아넣고 이들을 마치 의적인 양 묘사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한창 대세였을 때는 개봉하는 거의 모든 영화들이 조폭 관련이었고, 다른 장르의 영화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명절시즌이 되면 가족 관객을 노리고 적은 투자금을 들여 운 좋게 대박을 건져보려는 조폭 코미디도 상당히 많았다. 멀티플렉스관의 안정적 확장 및 거대 배급사의 3강 체계가 갖춰진 이후에는 조폭 코미디는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 방식으로 남용되기도 하였다. 즉,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면서 배급도 담당하는 거대 배급사가 인지도도 있고 당대 잘 나가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일단 저질 조폭 코미디를 찍고, 명절 등 대목을 노려 스크린을 싹 독점한 이후에, 출연 배우들을 당시 대세 예능들이었던 해피투게더, 공감토크쇼 놀러와, 무한도전 등의 당시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에 게스트 출연이라는 명목으로 쭉 순회를 돌려서 노골적으로 영화 홍보를 하고[5], 이에 낚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 1~2달만에 투자비를 다 회수하는 방식. 극장가가 조폭 코미디로 도배된 당시 영향중 하나로 (당시 황혼기였던) PC통신 유머게시판에서도 하다못해 삼행시지을때 화자가 조폭인 유머 시리즈까지 난립했다.[6]
트위터 등의 SNS가 활성화된 것이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경 부터였으니 당시에는 이와 같은 저질 3류 영화가 나와도 부정적 입소문이 상대적으로 늦게 퍼지는 편이였고, 그 덕분에 이와 같이 속이 빤히 보이는 장사가 가능했다.
이런 류의 영화에 항상 들어가는 조폭 미화나 억지 웃음[7] 등의 요소들 때문에 이때를 계기로 한국 영화판 자체를 싫어하게 된 사람들도 매우 많다. 이 때 선입견이 생겨서 한국 영화 자체를 안 보려 드는 사람들도 많다. 차라리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볼거리라도 많았지 조폭 코미디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별로 볼거리도 많지가 않았으니... 한국형 불록버스터 열풍은 그나마 우리나라의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8] 충무로를 중심으로 한 조폭 영화 열풍은 뻔한 스토리와 폭력에 대한 미화, 저속한 코미디로 점철된 영화들만 줄창 양산하였다.
거기다 대부분의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래파토리도 거의 비슷비슷해서 아직 미성년자인 15세 이상이라도 흡연[9]이나 음주 장면을 비롯해 섹드립, 폭력을 이용한 개그로 관객들을 웃기려고 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면 진지해진다고 주인공들이 위기에 빠져 폭행당하는 장면을 찍으며 코미디라면서 정작 엔딩은 억지스럽게 감동적이거나 열린 결말을 맞는다. 이런 패턴들을 질리도록 우려먹지만, 관객들은 그걸 또 좋아해서 막장 드라마가 끝나면 새로운 막장 드라마가 또 방송되는 것처럼 반복되어 가히 한국 영화 암흑기라 할 수 있었다.
국산 영화 까들과 디빠들이 기존 국산 영화를 디스할 때 자주 들먹이던 떡밥이었다. 그런데 디빠들의 경우 기존 기성 충무로업계를 깐다고는 하지만, 정작 디 워 이후 2010년에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도 넓게 보면 조폭 코미디이다. 심형래가 디 워를 만들 당시인 2007년만 해도 조폭 코미디 유행은 정점을 찍고 약간 내리막이긴 했으나, 여전히 조폭 코미디 시리즈물의 원조격인 두사부일체 시리즈나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계속 유지되고 있던 시절로, 당시만 해도 조폭 코미디의 영광은 결코 옛날의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심형래의 조폭 코미디 비판은 그 발언의 본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통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2002년 극장가에서 국산 영화 흥행 1위가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리고 각론적으로는 한국 영화시장에서의 스크린쿼터 논의가 활발하던 때와 조폭코미디의 전성기가 겹쳐서 조폭코미디의 범람을 보고 "충무로가 이러려고 스크린쿼터 존치를 원했나"는 여론이 있던건 사실이다. #, #, #
앞서 언급했듯이 열풍이 지나가고부턴 관객들의 눈도 높아져서 조폭 영화의 제작 편수도 대폭 줄었고, 전과는 달리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린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산발적으로 2011년 경까지 조폭 코미디물을 어떻게든 이어가보려고 했다. 정트리오라고 칭해지는 두사부일체 시리즈 출연 3인방도 결국에는 정통 조폭 코미디가 아닌 유감스러운 도시로 컴백했다.
조폭 코미디가 지리멸렬하는 사이에 나홍진 감독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추격자를 흥행시키고, 이어 황해로 2연타석으로 주목받았으며, 아저씨, 신세계와 같은 웃음기 싹 뺀 느와르 액션물들이 상당한 완성도로 호평을 받음에 따라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 영화계의 대세는 코미디 요소가 싹 빠지고 반대로 사실적인 폭력 묘사와 어두운 배경을 가진 인물을 그린 스릴러 및 느와르 장르로 옮겨가게 된다. 그 결과 2010년대에는 조폭 코미디물 유행은 끝난지 한참 지났다. 이 시기에도 조폭 코미디 따위는 나와봐야 욕만 오지게 먹고 철저하게 흥행 실패하지만, 대신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같이 조폭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려내는 작품들은 호평을 받으며 흥행한다. 관객들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와르물이나 스릴러물이 마찬가지로 또 과하게 범람하여 후까시만 잡는 작품들에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2010년대 후반 ~ 2020년대에 들어서는 느와르와 블랙 코미디를 결합한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조폭 코미디를 살짝 뒤집어서 그 조폭을 족치는 검사나 경찰 개인이 그 조폭 또는 사실상 조폭에 가까운 기업가를 때려잡는 이야기를 주 소재로 삼는 류의 영화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폭 코미디가 범람하던 시절처럼 대놓고 조폭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지는 못하지만, 조폭이 하는 폭력이나 성범죄, 마약 등의 범죄는 영화에서 한가득 묘사해놓고 마지막에 단지 그걸 때려잡는다는 식으로 '이건 조폭 미화물 아니에요'라고 면피하는 식. 몇몇은 이를 이용해 흥행을 누렸으나, 한편으로는 이에 따라 질낮은 양산형 작품들도 우후죽순 쏟아져나오고 있어 2000년대의 조폭 코미디물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3. 관련 작품
3.1. 영화
- 넘버 3 - 1997년 영화. 송강호의 헝그리 정신과 무대뽀정신은 성대모사의 단골이 되었을 정도로 당대를 풍미했다. 조폭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영화지만, 컬트적인 인기를 끌자 여러 영화들의 아이디어 제공작이 되었다.
- 라이터를 켜라
- 신라의 달밤
- 조폭 마누라
- 달마야 시리즈
- 두사부일체 시리즈
- 가문의 영광 시리즈
- 네발가락
- 목포는 항구다
- 라스트 갓파더 - 영구와 땡칠이를 조폭 방식으로 재해석 했다.
- 박수건달
- 컴백홈
3.2. 드라마
3.3. 만화
3.4. 애니메이션
- 아키바 메이드 전쟁 - 메이드 카페가 조폭의 자금줄이자 조직원인 세계관을 다뤘다.
4. 관련 문서
[1] 특히 안재모가 김두한으로 연기했던 전반부, 김영철이 김두한으로 연기했던 후반부는 조폭미화물이라기보다는 조폭이 주요 소재가 되는 정치극에 가까워진다.[2]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는 야쿠자를 멋지거나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미화는 자주 시켰어도 코미디를 접목시킨 전례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야쿠자와 한국 조폭은 조직적으로도 유사한 양상을 띄었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겉돌지 않고 참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3] 사회적인 요인도 강하게 작용했는데,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조폭의 활동이 매우 위축된 대한민국과 달리 아직까지 야쿠자의 입김이 강한 일본에서는 이 정도로까지 야쿠자 전체를 희화화하기가 어려웠던 탓도 있다. 일본 야쿠자물에서도 코미디 역할을 맡는 개인은 간혹 나오지만 단체로서 전부 망가지는 사례는 없다시피 하다.[4] 흔들리지마, 2009 외인구단, 씁쓸한 인생 등의 작품들.[5] 비단 조폭물이 아니어도 영화배우의 예능 게스트는 영화 홍보목적이 끼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무한도전만 해도 김수현이 특별출연한 편에 당시 김수현이 주역이었다는 괴작 리얼(영화)의 홍보가 바늘꽂이에 바늘 감추듯 끼워져 있었다.[6] 예를 들어서 삼행시를 할때 뜬금없이 조폭들이 나오고 조폭대장이 "아그들아 ○○○로 삼행시를 지어보그라" 하는 식으로.[7] 화장실 개그, 불필요한 욕설과 폭력,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 특히 이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해악을 끼친 것은 불필요한 욕설과 폭력이다. 조폭 코미디로 한탕 해먹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중견 투자자들이 아직까지도 영화 제작 관련 중간보고회 때 "욕이 너무 안 들어가면 재미가 없으니까 욕을 최대한 더 많이 집어넣어라!" 따위의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8] 블록버스터 촬영 노하우, 제작의 질이 중요하다는 교훈, 특수 효과의 발전, 그 외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우리나라도 이런 수준 높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자긍심, 전체 영화 산업 규모의 확장 등.[9] 흡연씬을 쓸데없이 멋지게 잡아놔 청소년들의 흡연 욕구를 불러일으키게끔 하여 2000년대 당시 일부 미성년자들 중 담배를 손에 쥐게 된 계기가 이런 조폭 코미디 등장인물의 흡연씬을 보고 거기서 영향을 받아 시삭하게 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건 뭐 골초 양성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