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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反動 / Reactionary사회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항하여, 구체제를 부활시키거나 과거의 질서로 회귀하기 위하여 취하는 정치적 행동이나 움직임, 현상 등을 뜻한다.
2. 역사
반동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프랑스 혁명에서였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대중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였고 1794년 국민공회에 의해 몰락하고 만다. 이듬해인 1795년 국민공회는 이 사건을 사건이 일어났던 혁명력의 달의 이름을 따 테르미도르의 반동[1]으로 명명하였다.19세기 이후부터는 진보세력과 자유주의를 수용한 근대적 보수주의자들이 가톨릭 교권주의자나 전제군주제를 옹호하는 극단적 왕당파(ultra-royalist)를 지칭할 때에도 종종 사용되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공화정 체제가 자리잡았을 경우 경우 왕당파 자체를 반동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20세기 중반 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왕당파는 대개 극우, 반동으로 분류된다.[2] 또한 러시아 혁명에서 볼셰비키가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동이라고 지칭하면서 반동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반동은 구체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3. 특징
반동은 현 체제를 부정하고 구체제로 돌아가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뜻한다.현재 체제를 유지하거나, 현재 체제의 틀 안에서 온건하고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일반적인 '현대 보수주의'와는 다르지만 심리적 보수주의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연관이 있다.[3]
게다가 온건 보수주의자들도 반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극우 보수주의자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Cattolici Conservatori 같은 극우 교권주의 세력들은 Destra storica 같은 자유보수주의자들에게도 "반동주의"라고 비판받았다. 중도우파 호주 자유당 소속인 로버트 멘지스는 1967년에 "우리는 진보적 정당이 되고 싶어 '리버럴'이라는 당명을 선택했다. 결코 반동적 정당이 되고 싶지 않다."[4]라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에서는, 온건한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이나 현상유지를 시도하는 보수세력에게 비난하기 위해서 관용적인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온건 진보나 보수세력에게 반동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다.
반동의 기준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사회과학 용어 치고 주관적이지 않은 것이 어딨겠냐마는, 반동은 그 중에서도 주관성이 매우 심한 용어이다. 서로 반대되는 이념의 두 세력이 서로를 반동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과거'가 어느 시점의 과거냐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년 전도 과거이고, 수십년 전도 과거이며, 수백년 전, 수천년 전도 과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좌우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이념은 과거보다 미래가 더 발전(혹은 진보)한다는 것을 기본적 전제와 지향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인류의 과거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스스로를 반동이라고 칭하려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반동은 멸칭에 가깝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구체제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반동을 지향하는 세력은 언제나 많았고 지금도 많다. 구체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좌파나 극좌성향조차도 반동의 정의에 부합한다.
Reactionism is also neither right nor left. Although the backward gaze of reactionism is often associated with right ideologies (Gervais & Morris, 2018; Harrison & Bruter, 2011), it is worth noting that left ideologies and narratives are not necessarily forward looking. As Tenenhaus (2016) notes, “the left has reactionaries too.”
반동주의는 또한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비록 반동주의의 과거지향적인 면모가 자주 우익 이념과 연관되지만, 좌익 이념과 담론이 반드시 미래지향적이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enenhauus (2016)가 지적했듯이, "좌파에도 반동이 있다."
Reactionary Politics(Tereza Capelos & Alexia Katsanidou, 2018)#1, #2
반동주의는 또한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비록 반동주의의 과거지향적인 면모가 자주 우익 이념과 연관되지만, 좌익 이념과 담론이 반드시 미래지향적이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enenhauus (2016)가 지적했듯이, "좌파에도 반동이 있다."
Reactionary Politics(Tereza Capelos & Alexia Katsanidou, 2018)#1, #2
예를 들어 현실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 이후 몰락해버린[5]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구좌파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주장하는 신좌파에게 반동으로 보일 수 있다.[6]
8월 쿠데타 같은 경우에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에 반대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공산주의 군부 세력도 개혁개방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반동에 속한다. 한편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들에게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이 소련 전으로 되돌아가려는 반동이다.
또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은 극좌 운동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수천년의 전통과 구습을 부정하였기 때문에 반동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만약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을 미화하며 그리워하고 마오주의로 되돌아가려는 것은 반동에 해당한다. 반대로 마오주의, 기타 반수정주의 공산주의 세력은 반대파의 사상적 유연함을 주자파 반동이라고 부른다.
반동에 대체적으로 퇴행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만, 긍정적인 의미의 회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퇴행이냐 회복이냐는 각 이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물론 각 이념 집단별로는 자신들의 판단을 보편적인 판단으로 여기고 강요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현대 이전 시기에는 반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부활을 추구했으며, 유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 속에서 과거 주나라의 종법질서를 이상적으로 보고 회복시키려 했다. 근대 시민혁명기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이념도,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과 고대 로마의 공화정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시도[7]였다.
종교에서도 반동주의가 자주 발견된다. 각 종교의 전통적 가치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 그것인데, 종교에서는 반동주의가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전통적 가치에 대한 평가 자체가 달라져서 누가 정말로 전통적 가치로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일각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강력한 반대가 전통 수호라고 여기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초기 종교에서는 그런 차별이 없었는데 후대에 왜곡된 이념이 들어왔다고 여긴다.
멸망한 나라의 부흥운동이나 식민지의 독립운동도 과거의 나라를 부활시키려는 운동이기에 반동이며, 남북통일처럼 분단된 나라를 통일시키려는 운동도 반동의 정의에 해당한다.
때로는 반동주의와 급진주의가 융합해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르네상스와 민주주의, 공화주의는 반동주의이면서도 그 시대 기준으로 급진주의이기도 했다. 또한 아나키즘은 모든 정부와 국가를 해체하려는 급진주의 이지만, 과거 정부와 국가가 없었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반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8] 포스트 모더니즘도 모더니즘에서 근대의 이성과 기술에 대한 맹신에 대하여 반성하는 성격이 있으며, 급진적 성향과 반동적 성향이 함께 나타난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가 누락된 채 나타난 근대화 - 이를테면 박정희 식의 개발독재 - 를 반동적 근대주의(reactionary modernism) 혹은 대안적 근대주의(alternative modern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사상이 '반동'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만으로 그 사상이 옳은가 그른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평가할 수 없다. 어떤 사상을 반동이라고 규정하는 논지에는 전혀 그 사상 자체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동이라도 좋을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평가를 하려면 그 사상 자체와 사회적 영향, 역사적 맥락을 따져야 한다.
4. 사례
프랑스 혁명 당시 공포정치로 대학살을 벌였던 자코뱅의 로베스피에르가 처형당하고 반대파가 정권을 잡은 사건을 테르미도르의 반동이라고 부른다.[9] 혁명의 급진성에 제동을 걸고 혁명의 결과를 일정 부분 후퇴, 복원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나폴레옹 전쟁 이후 빈 회의로 성립된 메테르니히 체제와 신성동맹 역시, 프랑스 대혁명의 성과를 부정하고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반동주의의 사례로 꼽힌다. 이후 국민국가주의가 득세하는 20세기까지 반동주의는 주로 빈 체제와 그 산물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표현이었다.
1920 ~ 30년대 유럽을 휩쓴 보수혁명이 운동 역시 반동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민주 공화정을 부정하고 구체제를 복원하려는 보수 반동주의자들이 위세를 떨쳤으며, 이들과 반대편에 위치한 공산주의자들 간의 충돌이 야기한 정국 불안은 파시즘의 발호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10]
1979년 이란 혁명은 혁명이자 동시에 반동이다. 기존체제인 왕정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인 공화정을 수립했다는 점은 혁명적 요소지만, 팔레비 왕조가 추구한 진보적 조치인 서구적 세속주의를 폐기하고 전통주의, 종교적 근본주의에 입각한 신정국가를 수립하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장려했다는 점은 반동적 요소다. 이외에도 아랍 세속주의를 비판하며 이슬람교가 태동한 7세기로 돌아가려는 이슬람주의적 사상들은 대체로 반동주의로 평가할 요소가 많다.
복고 가톨릭과 전통 가톨릭은 둘 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동기에 의해 형성되었으나, 역사적 맥락이 달라서 성향은 정반대에 가깝다.
이러한 현대의 반동주의 국가들의 경우 정치적으로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반대하는 등 세계화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1세기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전통적 가치를 통해 일본을 구 일본제국 체제로 복귀시키려는 우익 세력들#이 반동주의에 해당한다.[11]
5. 여담
- 일반인들의 경우 반란, 반항적인 성격, 정부나 권위에 비판적인 성향과 반동을 헷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동이란 말에 反자가 들어가서 그런 어감을 갖는 듯.
- 사회 운동 진영에서 쓰는 백래시라는 단어가 반동과 유사한 의미다. 다만 백래시는 특정 소수자 인권문제에서 역행, 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면[12] 반동은 사회 전반이나 체제의 역행, 과거지향을 의미한다. 여성주의 진영에서 자주 쓰이지만, 예전부터 흑인 인권 운동 등 다른 인권 운동에서도 쓰였던 단어이다.
- 한국에서는 해방정국 당시 빨갱이의 반대개념으로 이 반동분자라는 단어가 사용된 바 있다.[13] 이는 소련에서 사용하던 개념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14] 의외로 1950년대까지는 우익에서도 이승만에 맞서는 행위를 반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15],『서울신문』1960. 2. 17 조1면 당시에는 좀 고상한 욕 정도로 평가되었거나, 좌익이든 우익이든 결국 이승만 밑이고 그에 맞서는 일은 뭣도 안 된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 반동은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특정 인물에게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의도로 악용할 수 있어서 반동주의 분류는 삭제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삼아 애매모호하고 악용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상별 분류[16]로 인물 문서를 포함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6. 관련 이념
7. 같이 보기
8. 외부 링크
- Reactionary (영문 위키)
[1] Réaction thermidorienne(프), Thermidorian Reaction(영)[2] 프랑스 7월 왕정기에 중도우파 오를레앙주의자들은 법통주의들을 반동이라고 칭했고, 카밀로 카보우르 등 세속적 보수주의자들은 가톨릭 보수주의자, 교권주의자들을 반동주의자라고 칭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는 온건 가톨릭 중도우파 세력인 가톨릭 중앙당, 독일 사회민주당, 독일민주당 등 공화정 지지 세력들이 독일 국가인민당 같은 반체제적 극우 왕당파 세력들을 반동주의 세력으로 칭했다.[3] 반동적 보수주의 문서 참조.[4] 출처 : Sir Robert Menzies, Afternoon Light[5] 정확하게는 다수에게 몰락했다고 여겨지는[6] 그러나 신좌파와 포스트 모더니즘은 엄연히 다르다. 자주 얽혀서 생각될 뿐이다.[7] 적어도 서구의 주류 지식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리스-로마 문화가 서구 문명의 뿌리이자 인류 문명의 뿌리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다만 미국의 경우는 원주민들의 민주주의 제도도 참조했다.[8] 물론 아나키즘은 단순히 무정부상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모든 문명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9] 테르미도르는 가장 뜨거운 달이라는 뜻이며, 한자로 열월반동이라고도 한다.[10] 파시즘이 반동주의인지 급진주의인지 대한 논쟁이 많다. 파시즘이라는 것이 좌파인지 우파인지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애매한 사상이라서 그렇다. 대체로 파시즘은 반동주의보다는 근대적 급진주의로 보는 경우가 많으나 부분적으로는 반동주의적 면모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파시즘의 주도세력은 혁명적이고 역동적이었지만, 그들의 뒤를 받쳐 준 관료와 중산층들에게서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에 기반한 사회를 지향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이 두드러졌다는 분석도 있다.[11] 다만 개헌파 모두가 일제 시대를 향수하는 반동은 아니다. 노골적인 역사수정주의를 추구하거나 전통적 가치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북중러 등 권위주의적 독재국가들의 위협 속에서 안보적 문제로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12] 세간의 오해와 달리 백래시는 변화에 대한 다수자, 구성원들의 반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민권 운동은 60년대 극성이였지만 이 시기 백인, 다수자들의 반발을 백래시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권운동이 이전보다 동력이 약해진 70년대에 등장한 신보수주의를 기반으로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시기에 벌어진 일들을 백래시라고 한다. 탈레반 집권기에 아프간에서의 여성인권 '백래시'도 이와 비슷한 의미.[13] 특히나 야인시대에서 공산당 세력(심영, 정진영 등)이 김두한 등 우익 세력에게 반동이라고 칭하는 게 합성물을 통해 많이 퍼지며 인터넷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ㅁ...뭐? 김두한? 반동이다!! 전위대, 전위대!"라는 게 음성지원 될 텐데 그거 맞다.[14] 소련 시절 반공산주의적, 반당(反黨)적 모습을 보이는 인물을 '디시덴트'(диссидент)라고 부르며 탄압했는데, 이 '디시덴트'가 '반동' 혹은 '불순분자'와 의미가 일치한다.[15] 당시 이승만과 그의 친위정당인 자유당은 자신들을 "지주, 자본가 중심의 유산정당"인 전통적 보수주의 성향의 한민당계 정당들과 대치되는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간주하였고 이들 입장에서 농지개혁이나 (반이승만적)지역 토호들의 타파에 반대하는 우익세력들은 반동으로 간주되었다.[16] 대표적으로 보수주의, 진보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