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13 20:57:28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크라켄 바다에서 보낸 마지막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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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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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여섯 번째 봉인, 제1부3. 여섯 번째 봉인, 제2부4. 열 번째 화신5. 방패 같은 얼굴6. 칼키의 불는 검, 제1부7. 칼키의 불타는 검, 제2부8. 일몰 조난 신호9. 물의 태양, 제1부10. 물의 태양, 제2부

1. 개요

이 지식은 벡스 공격 작전 현상금을 완료하여 얻을 수 있다.

2. 여섯 번째 봉인, 제1부

"사실이야." 미아 반 더 벤은 결정했다. "대피한다. 시민들 먼저, 그 다음은 연로한 경비병.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누구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회의용 탁자 아래에서는 양식 연어와 배양 소고기, 버터 바른 당근, 청경채가 든 주머니가 수비드 냄비 속에서 천천히 휘돌았다. 미아는 신 태평양 행성계 및 시설 관리자로서 취임한 100주년을 기념하여 인맥을 (거의) 모두 끌어 모아 지휘 본부의 탁자 아래에 간이 조리 도구를 설치했다. 그녀는 그렇게 음식으로 표현된 비유를 좋아했다. 하루 종일 서서히 익힌 음식을 식사 시간에 맛보는 건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낸 미래를 음미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한 그녀의 생각이 옳다면 이제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할 필요도, 인내심을 발휘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미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

그녀는 시아나가 화를 내기를 기다렸다. 시아나는 해수 전문가였고 잃을 게 가장 많았다.

새처럼 자그마한 시아나 맥케이그는 유인원에게서 이식한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 근력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힘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지금이요? 정말인가요? 지금 떠날 순 없어요. 시굴공이 이제야 완성됐다고요. 타이탄의 가장 큰 비밀을 향해 유인 탐사를 떠날 날이 단 하루 남았다고요! 그런데 지금 그걸 다 버리자는 건가요?"

"그래." 미아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임 잠수부인 마우리 야마시타가 그녀의 말에 숨은 의미를 알아챘다. 그가 알아 주기를 기대하며 미아가 했던 말이었다. "대장, 지금 시굴공과 수문을 버리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장비가 액화 메탄과 황화 수소, 카르본산에 노출될 겁니다... 너무 오래 놔 두면 모두 버려야 할 테고요."

"이 생태 도시와 시추 설비에는 거의 삼백만 명의 인원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연결 감독관 이스마일 바랏의 참선 슈라 훈련을 거친 덕분에 상대방의 대화에서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두뇌는 백여 가지 서로 다른 데이터 피드를 떠돌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미아와 함께 있었다. "정말 진지하게 대피를 생각하고 있다면 사람들을 '행성간 장기 탐사용 활동 정지' 장치에 넣어 대량 화물로 운송해야 합니다. 그 인원을 제때 빼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물론 죽는 사람들도 나올 겁니다. 혹시 이게 허위 경보라면—"

"허위 경보는 아닙니다." 선한 남자가 말했다.

미아도 예상치 못한 목소리였지만, 그건 그 사람이 이 모임에 새로 나온 손님이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 미겔 코로섹. 말 그대로 파리 한 마리도 해쳐 본 적 없는 사람. 혹시라도 신성한 엔트로피 생성원을 파괴할까봐 식물도 먹지 않는 사람. 불쌍한 데이비드. 그는 새로운 삶과 접촉하려고 여기로 왔다. 미아의 바다, 즉 타이탄의 표면을 뒤덮은 메탄의 바다가 아니라 50킬로미터 두께의 얼음 껍질 아래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물의 세계에서 번성하는 경이를 그는 찾고 있었다. 그는 윤리학자였다. 그들이 옳은 일을 하도록 돕고 싶었다.

시아나는 팔짱을 끼었다. 뼈 이상의 뼈가 이식된 어깻죽지에서 그녀의 재조합 근육은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당신이 어떻게 알죠?"

코로섹은 그 질문을 존중하며 그녀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그는 키가 크고 우아한 검은 눈의 남자였으며, 속눈썹이 워낙 짙어 영구 아이라이너를 칠한 듯한 모습이었다. 미아는 그의 책에서 읽은 인지적 공감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상대의 생각에 관한 모델을 형성했음을 보여주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당신보다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지도 않은데, 저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요." 시아나가 초조한 듯 말했다. "그걸 물어본 거예요."

그는 그녀의 눈을 마주 바라봤다. 미아는 그가 그녀의 성질을 돋구긴 했지만 자기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피 명령을 내린 인공 지능은 인간의 도덕성을 기반으로 관한 닳고 닳은 추론법을 사용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비현실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수조 가지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자신의 결정이 도덕적으로 인간의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율한 거죠. 그들은 단순히 합리적 결정만 내리는 게 아닙니다. 정말 세심하게 걱정합니다. 모든 사물에 무한한 연민을 느끼는 완벽한 인간 존재가 걱정하는 것과 동일한 사고의 과정을 거칩니다. 대피 명령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았다면 그런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이건 허위 경보가 아닙니다."

3. 여섯 번째 봉인, 제2부

다들 할 말이 많았다. 미아는 차가운 탁자 위에 손을 얹었다. "대피한다. 시아나, 바바툰드에게 연락해서 두이커를 시굴공에서 끌어올리라고 하자. 3시간 내에 잠수함 우리에 정박시켜야 한다. 돔에서 시민들이 정지 장치에 들어가는 대로 청해 운송선을 사용해서 전부 궤도 선적장으로 옮겨야 하니까." 타이탄의 바다는 푸른색도 아니고 물도 이루어지지도 않았지만 미아는 해상 선박을 늘 푸른 바다를 뜻하는 "청해" 선박이라 불렀다. 그걸 보면 그녀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에 선박 승무원들을 대피시키고, 그러고 나서 우리가 떠난다."

이스마일 바랏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나중이 되어서야 그 일이 일어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말끔하게 정돈한 수염의 섬세한 털 한 올 한 올이 서로 수근대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의 감각중추에서 경보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스마일을 제외하고 탁자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을 때, 미아는 지금 역사의 폭탄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폭발을 일으켰음을 깨달았다.

"서바날라." 이스마일이 말했다. 그의 세 번째 언어인 아랍어로 "우와"를 의미하는 표현이었다.

"허위 경보는 아닌 것 같군요." 마우리 야마시타가 중얼거렸다.

미아의 머릿속, 일반적인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환각처럼 눈앞에 떠올라 있는 화면에서 경보가 쉴 새 없이 흘러갔다. "여행자가 이오를 떠납니다. 테라포밍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지구를 향해 가속합니다. 전례 없는 행동입니다."

가끔씩 미아는 신 태평양 생태도시가 자신의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 태평양을 타이탄의 얼음 표면에 고정해 두는 플라강철과 회전금속으로 이루어진 160미터짜리 하부 구조도 사실은 유연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어쩌면 시아나처럼 이 행성의 뼈에도 뼈 이상의 무언가가 이식된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을 때면, 하늘에서 휘발유가 쏟아지고 바깥 기온은 섭씨 영하 180도에 이르지만, 늘 편안하기만 한 이곳에서의 삶이 지루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인간의 삶은 그러했다.

그 모든 게 이제 끝나려 했다.

그녀는 시장에게 할 이야기를 대원들에게 들려줬다. "모든 사람을 이 도시에서 대피시켜야 해. 여행자가 어디로 가든, 거기가 바로 안전한 곳이라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데이비드 코로섹을 바라봤다. 그가 선한 남자라는 별명을 얻은 건 여행자의 도덕성에 관해 인류 역사상 최선이자 가장 엄격한 이론을 정립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여행자는 우릴 보호할 거야. 그렇지?"

데이비드는 어린아이처럼 가슴 아픈 솔직한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 바라봤다.

"네." 그가 대답했다. "다른 건 할 수 없습니다."

4. 열 번째 화신

군용 수송선이 탄환처럼 질소 구름을 꿰뚫고, 타이탄 위로 벌떼처럼 떠가는 대피 함대 사이에서 플라스마처럼 뜨거운 곡예 비행을 펼쳤다. 이시타 바타차리아 가르시아가 항공 관제소의 혼돈을 가라앉혔을 때, 미아에게 남은 할 일은 잔뜩 화가 난 채 사무실을 서성거리며 침입자들을 향해 민간 공역에 침투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상대는 간결한 부호로 응답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군용 메시지를 직접 그녀의 감각중추에 복사해 넣었다. "신 태평양, 여기는 크라운 식스. 귀선의 상부 에어록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 다른 함선의 현재 운항 경로를 변경하지 마라. 그리고 에어록으로 민간 연락 담당자를 보내라. 오버."

"못된 군대가 자기네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 하는군." 미아는 투덜거렸다. 증손주가 태어난 이후로 그녀는 생리학적으로 욕설을 할 수 없었다. 저명한 윤리학자가 곁에 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맞습니다." 코로섹은 그녀의 회전 반경 내에서 안전하게 세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함께 거닐었다. 그는 어떤 거리에서라도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함선과 같은 이동 경로에 합류했다면 다급하게 만날 필요는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겠죠. 그래서... 이렇게 행동한 것일 테고요."

"당신도 참 대단한 미국인이네." 미아가 그를 놀렸다. 데이비드는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인 자발적 복고 독립주의자 공화국으로, 화려한 군대 행사와 항공우주 업계의 영향력을 뽐내기를 좋아하는 북미 제국 출신이었다.

그는 예의 그 커다랗고 천진하지만 스산한 눈으로 웃었다. "아시다시피 저도 늘 선한 남자였던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그렇게 부르면 싫어?"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싫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한 남자를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싫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을 신뢰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것도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에는 그의 부드럽고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눈 외에 다른 곳으로까지 번졌다. 그가 당신이 생각하는 옳음이 무엇인지, 또 그걸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군인들을 만나러 가실 때 함께 가고 싶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당신이 군부와의 연락 담당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기분 나빠하지는 마, 데이비드. 하지만 당신은 그런 일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누가?"

"무전을 보낸 여자요. 크라운 식스." 이백 년 간의 경험으로 미아는 그 차분한 목소리 이면에 가슴 아픈 경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물론 업로드되기 전의 이야기지만요."

"업로드됐다고?"

"그녀는 지금 엑소입니다. 솔세켄트의 분쟁 해결사죠."

"그래." 미아가 말했다. "좀 불편한 상봉이 되겠는데."

수송선들이 어찌나 빠르게 강하하는지 미아는 우주선들이 추락하고 있는 거라고, 메탄 바다로 떨어져 우라늄 벽돌처럼 가라앉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두뇌에 투영되는 영상으로 그 우주선들이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타오르다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방향을 바꾸고, 이후 30G에 이르는 감속 충격을 견뎌내며 오만하게 생태 도시의 반구 위 5미터 지점에 멈춰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검은 금속 형체가 수송선들에서 뛰어내렸다. 타이탄의 얼어붙을 듯한 추위와 1.6배의 기압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눈치였다. 흩뿌리는 휘발유 비에 그들의 합금 피부가 번들거렸다. 그들은 비인간적일 만큼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믿을 수가 없군!" 미아는 우주의 부조리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 초인간 보병까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녀가 문과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시아나 맥케이그, 이스마일 바랏, 마우리 야마시타가 앞길을 막아섰다. "나도 알아." 미아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다들 떠나기 싫다는 거잖아. 나와 함께 여기 남겠다고, 어떻게든 최대한 살려 보겠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몰래 그녀를 놀라게 해 주고 싶었던 시아나는 풀이 죽었다. 마우리는 그녀가 자신을 믿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잠수부로서의 본능(친구를 버리지 말 것, 숨을 멈추지 말 것)에 따라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슴 깊이 자부심을 채웠다. 이스마일은 자신의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는 듯 희미하게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아마 시아나와의 내기에서 이긴 모양이었다.

"이리 와." 미아는 고집 센 아이들을 껴안았다. "다들 이리 오라고, 이 못된 녀석들아. 너희가 떠나지 않을 줄 알았어. 나도 떠나지 않을 거니까. 너희 모두 비상 지휘본부로 가서 인원을 구성하는 게 좋겠다. 이스마일, 위성을 모두 잃게 될 거라고 가정하자고. 타이탄 표면과 토성 주변의 공역까지 포함해서 일기 예보를 최대한 오랜 기간까지 확보해 줘. 마우리, 정확히 무엇이 닥쳐올지 알아내 주고. 시아나, 두이커에 다시 한 번 연락하고 이스마일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전부 지역 관리 체제로 전환해 줘."

상단 에어록으로 이동하는 동안 미아는 카메라 피드와 통계, 원격 측정 결과를 빠르게 살펴보며 대피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겁에 질린 사람 몇백만 명을 운송해야 한다는 건 관리자에게 있어 최악의 악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타이탄의 시민들은 게임 이론과 응용 공동체 윤리학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남들보다 먼저 대피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건 지상 전차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시추 설비 노동자와 대규모 운송 회사 사주의 가족들은 나란히 앉아 자기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렸다. ' 활동 정지' 장치에서 냉동 처리되어 여리고 무력해진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모두 같이 침묵하며 화물 수송선에 실리기만을 잠자코 기다렸다.

미아는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이토록 차분하게 선한 마음으로 집단적 품위를 유지하면서까지 모든 것이 끝났다고 확신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사실만은 분명했다.

"두려운가요?" 데이비드가 조용히 물었다.

"나 때문에 두려운 건 아니야. 그냥... 우리가 지금까지 건설해 온 모든 것 때문에 그렇지."

"우린 아주 잘 해냈습니다." 데이비드가 그녀를 위로했다. "지금이 우리 최고의 순간이지요."

5. 방패 같은 얼굴

미아 반 더 벤은 2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요즘 들어 변화는 점점 더 빠르게 나타났고,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점점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스마일은 이제 메카의 방향을 향해서가 아니라 메카가 지구에서 타이탄으로 옮겨졌다고 가정할 경우 존재했을 위치를 향해 기도할 수 있었다. 브레이 개인 숭배가 흥망을 거쳐 다시금 대두되는 것과 같은 변화, 그리고 물론 여행자가 인류를 향해 힘을 개방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것 같은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크라운 식스라 부르는 여성도 그와 같은 변화의 산물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어머니 같은 작고 둥그스름한 체격이었다.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체형이었지만, 빛나는 두 눈과 푹 꺼진 볼, 두텁게 강화된 턱, 머리카락이 없는 정수리에 솟아난 바늘 등으로 인해 실상은 전혀 달라 보였다. 타이탄의 대기에서 풍기는 석유 냄새와 함께 에어록에서 분사되는 수렴성 스프레이의 톡 쏘는 냄새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모든 엑소가 그렇듯 그녀도 한때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보잘것없는 불멸성을 위해 자신의 육신까지 포기한 존재였다. 올바르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미아는 상대가 잔뜩 화난 마네킹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신 태평양 생태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미아는 말했다. 그들 아래로 멀리 떨어진 거주지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수송선 정거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깜빡거리는 불빛만 남아 있었다. 안내 키오스크는 희미한 파란색 불빛으로 반짝이며 길 잃은 사람을 안내했다. 진공 청소 로봇이 그들 뒤쪽 통로를 바삐 오갔다.

"반 더 벤 관리자님," 상대 여성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잠시 돌아서 장비를 챙겼다. 에티켓 정보가 그녀 옆 허공에서 깜빡였지만, 맞춤 정보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단순히 기질적 우월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경고만 표시되어 있었다.

"안녕, 모건." 데이비드 코로섹이 말했다. 미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그녀의 귀에는 할애되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제 더 행복해?"

그건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온 질문 같았다.

크라운 식스는 매우 인간다운 놀란 표정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데이비드," 그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그런 건 아니지? 아직까지—"

"아직까지 윤리학자인 건 아니지 않냐고? 미안해, 모건. 아직도 그래."

"그러면 당신과는 이야기하지 않겠어." 엑소는 그렇게 말하고 미아를 향해 돌아섰다. "반 더 벤 관리자님, 전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솔세켄트의 특별 경비 프로토콜에 따라 여기로 파견되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귀하의 동의와 모든 측면에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녀 뒤쪽으로 두 명의 말 없는 엑소를 따라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상자가 에어록에서 걸어 나왔다. 그 화물 운반용 로봇에는 방어구와 화기가 실려 있었다. 단순 위협용 소총이나 구속 거미가 아니라 살상용으로 진짜 총탄을 발사하는 총이었다.

"안 됩니다." 미아는 생각보다 더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소 실제 기분이 모두 드러난 건 아니었다. "치명적인 무기를 돔 안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 여기는 법적 자치 거주지로 인가를 받은—"

모건은 칼날이 튀어나온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폭력을 가할 의도를 그렇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미아는 깜짝 놀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반 더 벤 관리자님, 카르하이 화이트 비상사태가 발효되었습니다. 인공 지능 지휘부의 요원으로서 제게는 적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가야 할 곳으로 안내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걸 돕지 않으면, 제 임무의 요구 조건에 따라 당신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정말 인간적이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절 쏘겠다고 위협하는 겁니까?" 미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엑소 여성을 바라봤다. 거의 50년째 본 적이 없던 총이 지금 그녀의 거주지 안으로, 그것도 그녀 자신에게 겨눠진 채 들어오고 있었다.

"당신을 쏘진 않을 겁니다." 모건의 정수리에 있는 바늘이 반짝였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그럴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이건 말도 안 돼!" 데이비드가 외쳤다. "난 당신을 알고 있어, 모건. 당신은 인간의 의지가 신성불가침이라는 사실과 개별 주체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영향력 있는 행위에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내가 알았던 사람이라면 절대로—"

"당신이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모건은 잔혹하리만큼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널뛰는 말 속에는 미아가 물을 수도 없고 신경 쓸 수도 없는 개인적인 역사가 담겨 있었다. "난 그럴 시간이 없어. 관리자님, 저희 팀이 이제 샤니스 펠의 실험실로 가서 우리 목표를 확보할 겁니다. 저와 함께 가신다면 일이 빨리 끝나겠죠. 그러지 않으시겠다면 일이 조금 더럽게 끝날 겁니다. 당신이 선택하십시오."

그래, 당연히 샤니스 펠 때문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이유가 뭐겠어?

뱀이 그녀의 손목을 감싸며 똬리를 트는 것처럼, 미아의 감각중추에서 무음 경보가 울렸다. 거주 구역에서 시민 중 한 명이 너무 많은 상자를 한꺼번에 들어올리려다가 심장 마비의 전증상이 나타났다. 응급구조팀이 현장으로 향하고 있으니 오늘의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아닐 것이다. 생명은 너무 쉽게 불탄다.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맞서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실험실로 안내해 드리죠." 그녀는 말했다. "펠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회수하려 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우리 영공도 폐쇄해야 합니까? 보시다시피 지금—"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모건은 단호하지만 부정확하게 말했다. "제가 문자와 기본적인 비행 정보를 제외한 모든 위성 업링크를 차단할 겁니다."

"누가 이런 명령을 한 거죠?" 미아가 물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솔섹이 독단적인 프로토콜을 우리 생태도시에 적용하는 겁니까?"

모건은 명령을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했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6. 칼키의 불는 검, 제1부

광선은 떠오르는 셔틀과 접촉했다. 그리고 우주선과 그 안의 모든 사람을 탄화수소 진눈깨비처럼, 철선이 버터 덩어리를 자르듯 그대로 반으로 갈랐다. 우중충한 니트로메탄 대기 사이로 지구의 것보다 훨씬 큰 천둥이 울려 퍼졌다.

미아는 잔해가 부드러운 검은색 바다에 떨어져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봤다.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뽕나무 가지 덩어리 같은 것이 목을 콱 틀어막고 있었다.

"이게 당신 잘못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모건-2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게 실제로 미아 반 더 벤의 잘못인지 논쟁하자는 것이 아니라(물론 복잡하게 따져 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거냐고 묻는 투였다.

보여, 미아? 당신이 저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보이냐고?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샤니스 펠을 대피 선박에 실어 밀반출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았다. 그것이 샤니스 펠의 개인적 자율성을 애매한 비상 프로토콜의 요구 사항보다 우선시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샤니스가 자신의 데이터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모건과 엑소들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데이비드 코로섹이 희미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건, 당신은 이 사람들을 모두 살해했어... 이유가 뭐야?!"

효과가 있었어야 했다. 미아는 단 한 번도 꼬리를 잡힐 수 있는 신호를 엑소의 전자전에 노출한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불빛이나 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처럼, 주시하고 있는 인공 지능이 알아챌 수 있을 조잡한 기계 신호로 펠에게 경고하지는 않았다. 대신 생태도시의 대피 조치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혼돈 속에 경고를 숨겼다. 단순히 대기 명령을 갱신하지 않음으로써 그녀는 경비 프레임 중 하나가 2번 돔의 클로비스 브레이 중역을 억류하게 만들었다. 클로비스 사 대사관에서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 팀을 급파했고, 예상치 못한 클로비스의 출동이 샤니스 펠의 파수 프로그램을 발동시켜 즉시 적색 경보 대피 프로토콜을 실시하게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미 대피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누군가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파악한 태였다.

샤니스와 실험실은 모건의 엑소가 도착하기 전에 달아났다. 모건이 침묵시키기 위해 찾아온 데이터를 갖고 달아났다.

탐사 장치. 분명히 펠의 심우주 탐사 장치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유능함을 입증"한 것이 이토록 잔혹하고 조용한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대체 뭘 발견한 것일까?

모건-2의 네트워크 감각이 펠이 달아났다는 사실을 경고했을 때, 미아는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급진적으로 유능한 과학자를 못된 전쟁지능과 편집증적인 깡패들에게서 지켜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건-2는 그저 빛나는 두 눈을 가렸다. "관리자님. 제가 더 인도적인 선택지라는 사실을 모르셨습니까? 정말 몰랐습니까?"

그리고 하늘에서 X레이 레이저가 쏟아져 내렸다. 광선은 그걸 발사한 전쟁위성처럼 빠르고 은밀하게 눈에 띄지 않고 셔틀의 추진체를 등불처럼 불태웠다. 광선이 지나간 경로는 녹은 은을 쏟은 것처럼 뜨겁게 하얀 빛을 내뿜다가 붕괴되었다. 타 버린 공기가 내부로 함몰되면서 순음의 천둥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셔틀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모습 그대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끔찍한 꽃으로 피어났다.

"아, 안 돼." 미아는 처음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숨을 헐떡였다. 사고일까? 유령의 재난이 마침내 타이탄에 나타나 첫 번째 강타를 날린 것일까? 지금은 생명의 시대였고 정부는 절대로 인간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늘 대안이 있었다. 모든 영혼은 신성했다. 모든 악은 치유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전쟁지능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7. 칼키의 불타는 검, 제2부

이제 그녀는 펠의 버려진 실험실 밖 카펫에 무릎을 꿇고 덜덜 떨리는 몸을 다잡으며 모건-2의 비통과 분노에 가득한 외침을 듣고 있었다. "이런 걸 원하진 않았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난 그녀가 죽지 않게 하려고 여기 왔던 겁니다!"

"그러면 나한테 얘기했어야죠!" 미아는 비명을 질렀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뽕나무 가지가 심장을 꿰뚫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랬으면 믿었겠습니까?" 이제 모건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단조로웠다. "난 당신에게 무기를 보여줬습니다. 살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셔틀 전체를... 그 불쌍하디 불쌍한 사람들을 모두...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데이비드 코로섹이 말했다. 그는 미아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지만 손을 내밀진 않았다. 그녀의 동의 없이 몸에 손을 대진 않을 생각이었다. "전쟁지능이 그 무기를 발사했습니다. 전쟁지능이 인간의 목숨을 취하는 건... 도덕적 범주가 황혼급 위기 상황에 속해 있는 경우뿐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미아는 물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의 합리적 의미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건," 모건-2가 잔인하게 대답했다. "모든 인간에 대한 별도의 보호 조치 없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전쟁지능은 이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최대화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저렴하고, 어차피 정원이 불타는 상황이니 뭐든 구할 수 있는 것만 구하려는 겁니다."

그건 합리적이지 않았다. 미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틀렸으면 어떻게 하지?" 데이비드는 일어섰다. "모건, 그들은 방금 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우주선을 그대로 파괴했어. 그 비밀에 이런 가치가 있는 거야? 그들이 틀렸다면 어떻게 하냐고?!"

"틀릴 순 없어. 너무 똑똑하니까."

"아니, 그러지 마. 다 잊은 건 아니겠지!" 그는 모건을 향해 다가갔다. 육체적으로는 무력했지만 권위를 앞세우는 무모한 태도였다. "인공 지능은 도덕성과 직교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 전쟁지능이 인간의 제한을 따르는 건 우리가 그들을 비좁은 도덕적 지평 안에서 살아가게 제작했기 때문이야. 선함은 필연적인 절대성이 아니라고. 그들은 옳지 않게 영리해질 수 있어!"

모건-2는 타이탄의 불빛처럼 차갑고 조용히 어깨를 으쓱했다. 햇빛은 대부분 여기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데이비드?"

그는 그녀에 비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키가 컸다. "난 데이터를 보고 싶어. 여기에 아직 사본이 있을 거 아냐? 펠 실험실 안에 말이야. 보호할 필요가 있는 데이터라는 걸 확실히 알고 싶다고."

"너무 위험해. 그건 그 내부에서—" 모건은 매우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너무 위험하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이제 그는 그녀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잖아, 모건. 인간의 도덕성을 연구하고, 우아하고 명확하고 완전하게 다듬어서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삶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한다고. 날 믿을 수 있다는 건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모건, 부탁할게.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

미아는 그 대화의 나머지 부분을 듣지 못했다. 그녀의 감각중추에 너무나도 다급한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들어와 손가락 감각이 마비될 정도였다.

"대장!" 이스마일 바랏이 소리쳤다. "가속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미아는 타이탄의 고고도 위성에서 촬영한 관측 데이터를 불러냈다. 뭐가 가속하고 있다는 거지?

그녀는 타이탄의 지표면 지도가 포함된 레이더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때 보았다.

그녀의 달이 찌부러지고 있었다.

타이탄이 타원체에서 계란 형태로 변형되고 있었다. 외부의 무언가가 타이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토성 전체의 질량보다 더 큰 힘이었다. 그리고 달은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 바깥쪽으로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방식으로 거기에 화답했다. 이미 15미터가 돌출했고, 그 부위는 지금도 계속해서 커지는 중이었다.

인력은 행성을 압박하고 지진과 해일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 인력이 사라지는 순간, 지우수드라와 아트라하시스, 노아와 마누, 데우칼리온마저 공포에 떨게 할 파도가 밀어닥칠 것이다. 베르겔미르는 피의 대홍수 위를 항해했지만, 그런 그조차 액화 메탄 위를 누빌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지표면으로부터 50킬로미터 아래에 묻혀 있는, 지구의 모든 바다를 합친 것보다 열네 배나 큰 두 번째 바다에서 밀어닥칠 종말론적 해일의 힘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8. 일몰 조난 신호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토성 인근에서 가드 코드를 감시 중인 모든 기지에 알립니다. 신 태평양 생태도시에서 거주 가능성의 일몰을 선포합니다. 현재 290만 명이 행성에 잔류하고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타이탄은 이제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현재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해일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물리 센서 클러스터에는 대규모 소음과 파에톤의 강타, 멸균 중성미자의 분산이 감지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소형 암흑 물질 개체나 람다 장의 영향력, 극성 중력 장치 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 라이더에서는 40미터 규모의 해일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일반 해일의 400퍼센트 규모입니다. 반복합니다. 이는 일반 해일의 400퍼센트 규모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수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해일의 위력이 감소하면 대규모 빙하 지진 활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체적인 지각 반응으로 인해 진원지의 연쇄 빙진이 발동할 것이며, 지표면에는 대재앙에 가까운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현재 밀물닻을 분리하여 생태 도시의 하부 구조 체결을 해제할 예정입니다. 청해 선박은 현재 냉동한 시민을 승강선까지 운송하고 있습니다. 행성 간 항해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우주선은 피난민을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접근 시 신 태평양 교통 관제소에 연락해 주십시오.

현재 토성 주변의 우주선 및 기지와 아무런 연락도 취할 수 없으며, 일단 맹목적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메시지가 반복됩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토성 인근에서 가드 코드를 감시 중인 모든 기지에 알립니다. 신 태평양 생태도시에서 거주 가능성의 일몰을 선포합니다. 현재 290만 명이 행성에 잔류하고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타이탄은 이제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9. 물의 태양, 제1부

마우리 야마시타는 나쁜 물 속으로 잠수했다.

사실 그건 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고래들이 거기에 '나쁜 바다'라는 별명을 붙였다. 헤엄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섭씨 영하 200도에 이르는 메탄은 포악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차가워서 순수한 추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진공이 오히려 마우리를 따뜻하게 지켜 주었다. 그는 미세한 진공 층으로 뒤덮이고, 그 틈새로 빛조차 새어 나올 수 없도록 결정화된 나노구조물로 속을 채운 연화복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냉기는 들어오지 못하고 그의 체열은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단테의 지옥 9층처럼 차가운 대양 속에서 죽을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물론 잠수복에는 열기를 배출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열기가 퍼지면 메탄과 에탄의 혼합물로 이루어진 바다에서 질소가 분리되고, 그 결과 발생하는 거품 때문에 이동 속도가 느려질 것이었다. 이는 꽤 여러 가지 이유로 용납할 수 없는 요인이었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속도가 이미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다. 액화 메탄은 밀도가 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거대한 물갈퀴와 용을 쓰는 추진기로도 적절한 추진력을 얻기가 힘들었다.

제때 안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죽고 말 것이라는 점도 그런 이유 중 하나였다.

"마우리," 그의 감각중추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가 음량을 아주 작게 낮춰 놓았기 때문이었다. "돌아와. 당신 목숨을 걸 가치는 없어."

미안해요, 미아. 그는 생각했다. 둘 중 하나겠지. 목숨을 걸 가치가 있거나, 아니면 내 목숨이 그것들보다는 더 가치가 있거나. 하지만 내 목숨에 그런 가치가 없다는 건 알아. 내가 그들을 거기에 데려다 놨으니 풀어 주는 것도 내 일이라고.

그는 늘 그 멍청한 꼬마 무리충들을 좋아했다.

주위에서 초경량 버팀보와 이리저리 꼬인 케이블 뭉치로 이루어진 2번 돔의 하부 구조가 주저앉았다. 거대한 대형 항공모함이 머리 위 희미한 햇빛을 가로막았다. 그 함선의 추진기가 울부짖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 배는 2번 돔의 계류장에서 빠져나가 얼어붙은 사람들을 한 번 더 대피용 승강선으로 실어 나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마우리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 그의 조명등은 뿌연 원시 메탄 생명체인 아조토소믹 플랑크톤 무리를 비출 것이다. 1번 돔을 돌아보면 생태 도시 하부에 정박한 해양 연구용 잠수함인 두이커의 매끈하면서도 통통한 선체가 희미하게 보일 것이다. E. F. 바바툰드도 지금쯤은 거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설명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애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래로 내려갔다. 돌고래들은 이미 안전하게 공해로 나가 있었다. 그는 연구용 우리에서 무리충들을 꺼내 줘야 했다.

"밀물닻을 분리했습니다." 시아나 맥케이그가 보고했다. "1번 돔의 하부 구조는 최대한 느슨해졌습니다. 2번 돔은 기온 때문에 일부 문제가 생겼지만 지금 드론을 보냈습니다. 마우리, 부탁이에요. 지진이 닥쳐왔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요. 어서 돌아와요!"

"곧 돌아가죠." 그는 약속했다. "그냥 연구용 우리를 열어서 무리충들을 풀어 주려는 거—"

"오, 알라여." 이스마일 바랏이 속삭였다. "사라졌잖아."

"뭐가 사라졌어?" 미아가 물었다.

"조수의 인력이 사라졌어요. 유령 질량이 그냥... 떠났습니다. 달이 다시 타원체 형태로 돌아갑니다. 지표 아래의 바다에서 제1차파가 감지됐습니다. 지진입니다. 지진이에요! 마우리, 하부 구조물에서 떨어져요! 피해요!"

마우리는 60미터 이상 부풀어 오른 달을 상상했다. 타이탄의 질량이 하늘 위 눈물 모양 꼭짓점에 집중되었다가 갑자기 풀려났다. 거세게 충돌하고 할퀴고 압박하며 다시 평형 상태를 이루려고 움직였다. 얼음이 갈라지며 물과 암모니아의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빙산처럼 대륙 크기의 지층이 충돌하고 되튀며 붕괴되었다. 거대한 내해 전체가 철벅거리며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갔다.

"무리충들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부력 탱크를 버렸다.

부력이 사라지자 그는 주위의 나쁜 물에 비해 밀도가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무리충 우리가 묶여 있는 아래쪽 가로대를 향해 마치 스카이다이버처럼 곤두박질쳤다. 타이탄의 중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미약한 가속력이 계속해서 중첩되었다. 그는 회전금속 표면에 강하게 충돌했고 폐에서 공기가 밀려 나갔다. 그는 헐떡이며 힘겹게 호흡을 이어갔다. 미끄러져 심연을 향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버둥거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아니, 안 돼! 절대 넘어갈 수 없었다! 떨어질 수 없었다!

10. 물의 태양, 제2부

그의 팔뚝에 부착된 도마뱀 발 형태의 점착 장치가 가로대에 들러붙어 버텨냈다.

"휘유." 그렇게 무의미한 말을 그렇게 절실하게 내뱉은 건 처음이었다.

무리충은 구멍 뚫린 플라스틱 주머니 속에서 활기차게 움직였다. 타이탄에서 가장 고등한 생물도, 가장 열등한 생물도 아니었지만, 이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해저에서 무리를 이루며 밧줄을 꼬아서 만든 듯한 거대한 패턴을 그려냈다. 마우리는 그들에게 지능이 있다고 확신했다. 각각의 개체나 무리 수준의 지능이 아니라, 어쩌면 얼음 껍질 아래의 거수가 지휘하는 광대한 연주회와 같은 자기장의 속삭임을 무리충이 방벽 너머에서 유기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를 통해 수신하여 소통하는 그런 지능일 것이다. 메탄 생명체와 암모니아수를 포괄하는 생태계.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마우리는 정말 절실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호기심이 무리충을 여기에 옮겨 놓았고, 결국에는 지진에 휘말려 생태 도시의 버팀보에 이리저리 부딪히는 신세가 되게 했다. 그는 절대로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진작 원격 배출 장치를 설치했어야 하지만, 그가 너무 안일했다. 그는 우리의 지능형 플라스틱 표면을 한 움큼 쥐고 장갑을 통해 "분해" 신호를 전송했다. 고분자 조각들과 함께 무리충이 흩어졌다. 그 생물체의 작은 육체가 액화 메탄을 흡수하며 조금씩 아래로, 점점 더 안전한 곳으로 멀어져갔다. "해냈어!" 그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지금 올라갑니다!"

지진이 덮쳐왔다.

150미터 아래, 얼어붙은 해저의 크라켄 바다가 액체처럼 뒤틀렸다. 낮은 지질학적 통곡에 생태 도시들이 신음과 비명, 관절이 삐걱거리고 고정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뒤틀린 불협화음으로 화답했다. 하부 구조물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기계적 에너지를 흡수하며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붕괴를 막을 순 없었다.

2번 돔의 하부 구조에서 뭔가 단단히 얼어붙어 있던 모양이었다. 뭔가 약해졌던 모양이었다. 마치 척추가 부러지는 것 같았다. 박살 난 드론의 선체가 마우리 옆을 스쳐 떨어져 내렸다. 그는 밀도가 너무나도 낮은 메탄을 뚫고 마치 단두대처럼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고밀도 플라강철 기둥을 피해 물러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250미터 아래 해저에 있었다. 누군가 그의 귀에 고함을 치고 있었다. 미아였다. 비상사태에는 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팀원들을 위해 거기 있었다. "마우리! 마우리, 깨어났구나! 할 수 있으면 어서 응답해!"

감각중추를 확인해 보니 그가 의학적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에 세포기계들이 그의 목숨을 구하려고 사투를 벌인 모양이었다. 심각한 두부 둔상, 뇌진탕이었다. 잠수복은 늘 그렇듯이 그 안의 인간보다 튼튼했다. 2번 돔이 일부 붕괴되어 손상된 하부 구조로 바다를 향해 기울어지고 있었다. 도와주러 가야 했다...

"마우리," 미아가 말했다. 낯설 만큼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그녀의 겁에 질린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 얘기 좀 들어 봐. 지진은 끝났어. 하지만 얼음 지층이 크라켄 바다로 떨어져 내렸어. 지금 파도가 들어오고 있어서 해저에선 안전하지 않을 거야. 어서 해수면 위쪽에서 파면 위로 올라와야 해. 최소 50미터 이상."

해수면? 파도? 50미터? 마우리는 머리를 맑게 하려고 누트로픽을 주입했고, 충격을 받아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알 것 같았다. 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달아나야 했다. "알겠습니다. 부력 탱크가 없습니다. 추진기로 올라갑니다."

그는 해수면 위로 올라갔다. 시간 여유는 충분했다. 주변 골조는 상당 부분 파괴되었지만 1번 돔은 아직 무사한 모습도 보였다. 으스스한 엑소 병사 중 하나가 그 밖에 서서 레이저 조명으로 그를 유도했다.

마우리는 막으로 이루어진 잠수복 날개를 최대 폭까지 펼쳤다. 초근육으로 공기를 그러쥐며 크게 한 번 펄럭이자 그는 바다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공중에 떠 있었다! 타이탄은 대기의 밀도가 높고 중력은 낮기 때문에 그는 거대한 박쥐처럼 쉽게 날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고도를 높이며 자신을 부르는 엑소를 향해 날았다.

엑소의 레이저가 깜빡이며 코드를 전송했다. '당신의 가련한 영혼에 신의 가호가—'

마우리는 뒤를 돌아봤다.

처음에는 거대 항공모함이 보였다. 원래 1미터 높이의 부드러운 파도가 치는 바다를 항해하도록 그 함선은 지금 타이탄 사상 가장 거대한 파도 위에 비극적으로 가볍게 두둥실 떠올라 2번 돔의 손상된 하부 구조에 정면 충돌했다. 152킬로파스칼 기압에서 아수라장이라 할 수 있는 그 충돌음은 로켓 발사기처럼 뱃속을 쥐어짜는 충격을 안겼다.

생태 도시 전체가 항공모함을 향해, 바다를 향해 무너져 내렸다.

눈을 깜빡이며 그는 그 파괴의 현장 너머를 보자, 상상할 수도 없이 거대한 메탄의 파도가 절대적인 규모와 불가해한 속도, 압도적인 압박감으로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아, 제기랄."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