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5-26 10:52:07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잘 다져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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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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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숲3. 마을4. 협곡5. 최후의 도시

1. 개요

대항 전장을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2.

노라와 브람은 썩어 버섯이 잔뜩 핀 고목 그루터기를 목표로 골랐다. 맑은 날이었다. 햇빛이 울창한 소나무 사이사이를 비추고 있었다. 샤페론의 총구에서 귀가 먹먹한 총성이 몇 발 발사되고 나자, 숲은 너무나 고요해져서 그들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브람은 부디 이번에는 그루터기를 명중시켰기를 바라며 들고 있던 산탄총을 내렸다. 그루터기는 깨끗했다. 노라가 코로 웃는 소리에 숲의 정적이 다시 깨졌다. 브람은 아내에게 총을 돌려주고 불편한 느낌에 움찔거리며 오른쪽 어깻죽지를 몇 번 돌렸다.

"어… 반동이 있네." 브람이 말했다.

"좋은 건 다 그렇지." 노라가 총을 들어 올려 조준하며 말했다. 그녀가 브람을 돌아보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에서야 겨우 처음 총을 만져보게 해주면서, 반동이 있다는 말도 안 해줘?"

노라가 씨익 웃었다.

"보고 눈치 못 챘어?"

"음, 당신이 움찔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가 윙크했다.

"나는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공기가 차가웠다. 그는 자신의 낡은 코트를 벗어 아내의 어깨 위에 둘러 주었다.

그녀는 샤페론을 그에게 돌려주고 코트 소매에 팔을 집어넣었다. 코트는 그녀의 배까지 덮어주지는 못했다. 사실 그들이 주워 온 겨울옷 중 더 이상 불러오는 배에 맞는 옷은 없었다.

"당신도 익숙해질 거야." 그녀가 연민이 담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가 다시 총을 잡았다.

"옆으로 서 봐. 이제 허리께에서 총을 잡고." 그는 그녀가 말하는 대로 총을 골반에 갖다 댔다. 그녀가 총을 옆으로 밀었다. "그렇게 말고."

브람은 눈을 굴리긴 했지만,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언제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그녀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나는 이 총을 먼저 만났지." 그가 대답하며 격발했다.

먼지투성이로 폐허가 된 도로 위였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샤페론의 총부리였다.

브람은 총구 안을 멍하니 들여다보았고, 다음으로 그것을 들고 있는 여자의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가 별 위협이 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자, 여자가 총부리를 내렸다.

"노라 제리코입니다." 그녀는 총을 들이댄 적 없는 양 태연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어디서 오셨죠?"

그가 뒤쪽을 가리켰다.

"이름은 뭐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충격으로 침묵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건 아시죠?"

"그쪽 때문에요?" 그는 무심결에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는 놀라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커다랗게 뜨고 여자를 보았다. 짧은 순간이 지나갔다.

잠시 후 여자가 웃었다. 마치 짖는 듯 짤막한 웃음소리에 그가 움찔했다. 그녀는 한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노라예요." 그녀가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브람입니다." 드디어 그도 화답했다. 둘은 악수를 했다. 브람은 안도의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이번에는 총알이 표적에 맞았다. 충격으로 그루터기가 파열되었다. 노라는 천천히,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남편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총성 한 발이, 그리고 또 한 발이 더 들렸다. 그들 옆의 그루터기가 갑작스레 전기 에너지에 휩싸이더니, 딱딱거리며 불타올랐다. 브람은 얼어붙은 채 서 있었으나, 노라는 재빨리 그의 손에서 총을 뺏어 들어 겨누고 곧게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을 훑어보았다.

시야의 구석에 움직임이 잡혔다. 그녀는 홱 뒤돌며 총을 쏘았다. 나무 끄트머리에 맞은 총탄은 그 뒤에 숨어 있던 몰락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몰락자는 뒤돌아 뛰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땅에 넘어졌다. 전기 권총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다. 몰락자는 재빨리 넘어진 몸을 돌렸지만, 노라가 이미 총을 겨누고 다가가고 있었다. 다른 총성도, 다른 움직임도 들리지 않았다. 녀석은 혼자였다. 그리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녀석의 팔 두 개는 팔꿈치에서 잘려 나간 상태였다. 몰락자는 산탄총의 총구를 올려다보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제 총에 다시 손을 뻗어보려 하지도 않았다.

노라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한참 동안 조용히 서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했다. 이 소리 없는 허락에, 몰락자는 조심스레 일어나, 몸을 돌려 이내 숲속으로 사라졌다.

노라는 녀석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몸을 굽혀 몰락자가 떨어트리고 간 총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그 총을 남편에게 건넸다.

"자. 당신 속도엔 더 맞겠는걸."

그녀는 단단히 총을 그러쥐었다. 혹시 몰락자들이 그들의 사격 연습을 듣고 공격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공포심에 공격을 감행했을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이 팔을 둘러 안아주었다. 그녀의 긴장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날 밤 둘은 브람이 낡고 녹슨 트럭 안에 꾸린 대피소에 함께 누웠다. 그가 거미줄을 걷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담요를 깔아 둔 곳이었다. 노라가 올라오더니 미소를 지었고, "충분히 좋네."라고 말했다. 그녀가 고맙다고 말하는 방식이었다.

"왜 보내줬어?" 브람이 물었다. 노라는 몰락자의 공포에 질린 눈빛을 떠올렸다.

"샤페론은 죽이는 도구가 아니야. 지키는 것이지."

브람이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 뱃속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노라는 놀라지 않았다.

"우리 꼬마 스타, 발차기 좀 하는데." 브람이 예전과 변함없는, 큰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다 잘될 거야."

3. 마을

노라와 브람은 아이 이름을 아만다로 지었다. 그들은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 최후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곧 자신들도 빠져들게 되었다. 휴식과 안도의 이야기. 무기를 내려놓는 이야기. 기나긴 여정과 위험으로 날카로워진 마음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잊게 만드는 이야기. 안위의 이야기였다.

지금 샤페론은 그저 그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했다.

그들은 밤을 보내기 위해 마을로 돌아왔다. 쓰러져 가는 건물과 천막, 가건물 등으로 이뤄진 반쯤 버려진 거주지였다. 그러나 가축과 쓴맛 나는 채소들이 자라는 텃밭이 있었다.

"여기가 그 도시예요?" 아만다가 천진하게 물었다.

"아니." 노라가 대답해주었다. 이렇게 대답할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거주민들과 물물교환을 했다. 식량, 탄약, 따뜻한 옷이나 천. 몰락자들이 그날 밤 습격해 왔을 때, 노라와 브람은 마을 사람들 곁에서 공격에 맞섰다.

아만다는 엄마가 발사한 샤페론에 맞은 몰락자가 에테르 거품을 물고 죽는 것을 은신처에서 보았다. 자신의 부모가 한 번도 본 적 없고,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모습. 아이는 그런 광경에 익숙했다.

감사의 표시로 거주민들은 빈 외양간과 가스램프까지 빌려주며 하룻밤 머물도록 해 주었다. 밤은 차가웠고 가족은 피난처와 온기를 얻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브람이 음식을 나누는 동안 노라는 샤페론을 꺼내 짚단 위에 놓았다. 아만다가 호기심에 차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노라는 딸이 손을 뻗어 총열의 구불구불한 양각 무늬를 손가락 끝으로 따라 쓸어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성한 것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한 몸짓이었다. 노라는 그게 좋은 신호임을 알고 있었다. 아만다도 샤페론을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정성스레 대해 줄 것이다.

"내가 집을 나올 때 어머니가 내게 물려주신 거란다." 노라는 딸에게 말하며, 총의 리시버와 총열을 따라 새겨진 구불구불한 꽃무늬를 향해 턱짓했다. "그건 내가 새겼지만."

조각은 그녀에게 집중할 거리를 주었다. 날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 움직이기 어려운 날 하기 좋은 일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형태를 조심스럽게 조각하면서, 그녀는 엉망이 된 세상이 보여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스스로 배웠다.

"쏴 봐도 돼요?" 아만다는 이런 질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브람은 그 소리에 놀라 쳐다보았지만, 노라는 그저 웃으며 딸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안 돼." 노라의 목소리는 다정하지만 단호했다. 아만다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아이들만이 짓곤 하는 과장되고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며칠 부루퉁하다 곧 다른 것에 관심을 뺏기고 푹 빠지게 될 것이었다.

노라는 아만다가 가능한 오랫동안 총에 관심을 두기를 바랐다.

"총 닦는 건 도와줘도 돼." 노라가 제안했다. "어떻게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지 보여줄게. 네 엔진처럼."

노라의 눈에 들어온 아만다의 표정에는 정말 하고 싶다는 빛이 역력했다.

모녀는 함께 총을 분해하고, 청소하고, 기름칠하고, 재조립했다. 노라는 각 부품의 명칭과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곧, 아만다는 총의 모양과 질감, 부품들이 어떻게 맞물리고, 기능하는지, 어떻게 부품들이 합쳐져 총이 되는지도 전부 익히게 되었다. 아만다는 생각과 움직임 하나하나의 원동력이 되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모든 걸 흡수했다.

"사용할 때마다 이렇게 해 줘야 해." 브람이 딸에게 말했다. 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노라가 계속해서 말했다. "새것처럼 깨끗하게 총을 청소해야 해. 그래야 꼭 필요한 상황에서 총구가 막히지 않지. 잘 보살펴 주면, 샤페론도 오랫동안 사람들을 보호해 줄 거란다."

그리고는 그녀가 딸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아만다는 몸을 비틀며 깔깔 웃었다. 노라는 아만다가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거라는 걸 알았다. 브람이 그걸 보고 웃으며 두 사람 곁으로 와 앉았다. 아만다가 아빠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왔다. 노라는 언젠가 딸에게 사격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만다가 너무 어려 배울 수 없는 동안을 만끽하고 싶었다.

"총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야. 그게 제일 중요하지." 노라가 덧붙였다.

노라는 남편이 딸을 안아 드는 모습을 보았다. 언젠가는 도시가 아만다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샤페론은 필요 없어지게 될까. 그녀는 그러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랐다.

4. 협곡

그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파나마 협곡의 북쪽 끝에 모인 피난민들이었다. 횡단할 때는 머릿수가 많을수록 안전했다. 그들은 다양한 이야기와 물건을 교환했다. 모두들 최후의 도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도시를 찾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횡단은 위험했지만, 그들은 좁고 가파른 길과 비탈진 절벽을 용감히 건너 남쪽 끝에 이르렀고, 그곳에 야영지를 꾸렸다. 아만다는 어느 노파가 끌던 수레를 수리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허름한 수레는 협곡 중간에서 고장 나는 바람에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었다. 아만다는 검은 기름이 묻은, 재주 많고 노련한 손을 제 셔츠에 문질러 닦았다. 노라는 그 긴 얼룩 자국이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다시 총을 닦기 시작했다.

"얼마나 된 거요?" 피난민 하나가 노라에게 물어보았다. 노라는 그가 무엇을 묻는지 알았다.

"26년이요."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일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그가 놀라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 소리에 노라는 살짝 짜증이 났다.

"그 절반이나 되는 애까지 데리고? 미쳤군."

"어딘가에 더 나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끝이라고요?" 노라가 묻자 그가 피식 비웃었다.

"인생을 통째로 낭비하게 될 거요." 낯선 사람이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그런 짓 안 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찾아 평생 좇을 생각은 없다고."

"가족이 있는 곳만큼 안전한 곳은 없어요." 노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머리카락은 늘어지고 뺨에는 흉터가 있는, 앙상한 남자였다. 그녀는 그의 회의론에 놀아나기 싫었다. 그는 노라의 말을 비웃었지만, 어쩐지 긴장되고 떨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안전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아." 그가 내뱉었다. "몰락자들이 가르쳐줬지."

"엄마!" 아만다가 소리치며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아버지는 이미 전기 권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텐트 밖에서 사람들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노라는 곧장 일어나 아만다를 자기 뒤로 끌어당기며 남편을 찾았다. 그녀는 곧장 샤페론에 손을 뻗어 본능적으로 총을 장전하고 브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만다는 천막의 덮개 사이로 빼꼼 내다보았다.

몰락자들. 겨울의 가문. 그들의 창에서 나온 전기 에너지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도망가." 노라가 딸에게 속삭였다.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있었다. "숨어."

아만다는 본능적으로 그 두 마디에 복종해야 함을 깨달았다. 아이는 부모를 뒤에 남겨두고 천막에서 기어나갔다. 그녀는 두 사람이 다른 이들을 지키려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달렸다. 숨을 곳을 찾았다. 전투 소리가 들렸다. 크고 선명하게, 샤페론의 익숙한 총성과 몰락자 대장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러나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엄마의 총성은 희미해지더니, 더 이상 아만다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서서히 소음이 가라앉았다. 아만다는 몸을 숨긴 곳에서 나와 부모님을 부르며 찾았다. 그녀는 이때쯤 이미 신선한 죽음의 냄새를 알고 있었다. 함께 협곡을 건넜던 사람들이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머리와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며칠 전에 도와주었던 노파가 손에 흙을 움켜쥔 채 쓰러져 죽어 있었다.

아만다는 목소리를 높여 부모님을 찾았다. 마침내 아빠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딸을 가슴에 안았다. 아빠가 엄마를 찾는 동안, 아만다는 눈을 꼭 감고 얼굴을 아빠의 어깨에 파묻고 있었다. 노라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왜 우릴 공격했을까요?" 아만다가 물었다. 브람은 딸의 손을 더 꼭 잡았다.

"나도 모르겠구나." 브람이 대답했다.

함께 이동하던 무리가 죽은 자들을 세어보고 묻었다. 아만다는 그다음 며칠간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뒤에도, 아만다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아빠의 손안에 샤페론이 쥐어져 있는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였는지 기억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샤페론을 고작 몇 번 쏘아보았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다시는 그걸 들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놀리곤 했었다. 아만다는 아버지의 팔꿈치를 잡아당겼다.

"이건 가져가면 안 돼요." 아만다가 말했다. 브람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가져가야 해." 그가 대답했다.

"엄마 거잖아요."

"필요할지도 몰라."

"엄마한테도 필요할지 몰라요." 아만다가 침통하게 중얼거렸다. 총을 든 브람의 손이 느슨해지자 아만다가 산탄총을 빼내 받아 들었다. 아만다는 푸석푸석한 땅에 무릎을 꿇고 몸을 뻗은 다음, 엄마의 차가운 팔을 들어 팔뚝과 어깨 사이에 산탄총을 단단히 고정해주었다. 브람은 딸의 얼굴이 조용한 다짐으로 굳어진 것과 함께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아만다가 샤페론을 엄마에게 쥐여주고 난 뒤, 브람은 흙을 한 삽 퍼서 아내 위로 뿌렸다. 아만다도 돕고 싶었다. 제 손으로 엄마를 묻고 싶었다. 그녀는 한 줌 가득 흙을 쥐고 노라의 몸 위에 떨어뜨렸다.

"안녕, 여보." 브람이 속삭였다.

"안녕, 엄마." 아만다도 따라 했다.

노라가 열 살이었을 때, 그녀가 가진 것은 샤페론과 최후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자신의 어머니를 사막 벙커에 내버려 두고 속삭임과 소문을 좇아 수년을 걷고 걸었다.

아만다가 열두 살이 되기 두 달 전, 그녀와 아버지는 부드러운 흙이불로 노라와 총을 덮어주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5. 최후의 도시

아만다에게는 반드시 간직해야 하는 기억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그러나 기억 속 부모님의 목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도중에도, 샤페론은 여전히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아만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 울려 퍼졌던 마지막 총성을 기억했다. 자신이 느꼈던 공포와 상실을. 최후의 도시에 도착한 후에도, 그 소리는 어린 시절 내내 그녀의 기억에 머물렀다. 총성은 그녀를 화들짝 깨우곤 했고, 생각 중에도 머리를 꿰뚫곤 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면 이제는 외롭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완전한 고독을 느꼈다.

그러나 아만다가 마침내 도시의 성벽 안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자, 총성에 대한 기억은 공포에서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샤페론은 그 도시처럼 그녀와 다른 많은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 주었다.

그동안 총은 어머니의 무덤에 함께 묻혀 있었다. 유일하게 그 총을 건드려 본 다른 이는 질병으로 사망해 도시 북쪽으로 도보 반나절 거리에 있는 무덤에 있었다. 여행자가 하던 것처럼 부모님을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 가족을 다시 모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되돌릴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의뢰가 있는데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어머니의 총에 대한 기억을 모두 쏟아놓았다. 텍스 메카니카 총제작자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계획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2주가 지나자 곧 혼란이 찾아왔고, 이는 성가심으로 굳어졌다. 아만다는 제작되는 모든 부품을 검사했고, 자신의 기억과 하나하나 비교했다.

"그렇게 말고요." 그녀의 지적에 약실이 교체되었다.

"비슷하긴 한데." 그녀의 지적에 총열이 개조되었다.

"이게 아니에요." 그녀가 무기를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새겨넣은 구불구불한 디자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불만에 찬 무기 제작자가 끌을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당신이 요청한 대로 전부 따른 거예요." 총제작자는 격분하여 씩씩거리며 작업대에서 총을 밀어버렸다. "이제 어떡하라고요?"

"남은 건 이것뿐이에요." 아만다가 제안했다.

"이럴 거면 알아서 하라고요." 총제작자가 말을 이었다. "이러다간 이 총 하나 만드는 데 평생 걸리겠구만. 이젠 단 하루도 더 투자할 생각 없으니 난 그만두겠소. 직접 만드시든가."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했다.

이것은 어머니의 도구도, 어머니의 총도 아니었다. 아만다는 텅스텐 끌로 총열 안을 두드리며 그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 했다. 점수를 매기고 검사한 뒤 폐기한 고철 더미를 볼 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했다. 솜씨는 점점 안정되었고 기억력은 예리해져 갔다. 천천히, 천천히, 그녀는 끌을 두드리며 외양간에서 보냈던 밤의 기억을 되살렸고, 아름다운 총의 모습을 다시 눈앞에 불러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만다는 허리께에 총을 붙이고 총열을 잡은 뒤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머니가 그것을 사용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직접 쏘아보지는 못했음에도 여차저차 자세와 움직임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녀는 총을 더 단단히 쥐고 방아쇠를 당겼다.

깔끔한 발사였다. 총성은 더 가볍고 날카로웠다. 그렇지만 반동이 충분했고, 빛났다. 아만다는 어머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다. 노라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이 샤페론도 이전 샤페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었다.

총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