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3-19 22:04:06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군체 빛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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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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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픽맨3. 3034. 크릴5. 유로크6. 핀치 I7. 핀치 II8. 스펙터9. 임마루10. 하모니아11. 징크스

1. 개요

빛의 나방을 모으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2. 픽맨

내가 주저한다고 해서 너무 화를 내지는 마세요. 저와 같은 편견을 가진 이들도 아주 많아요. 진화의 붓은 군체에게서 공포를 유발하는 무시무시한 해부학적 구조를 완성해 놓았어요. 솔직히 보기만 해도 혐오감이 느껴지는 상대잖아요. 이건 미신을 믿으며 어둠이 무섭다는 촌뜨기로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고통의 언어에 조예가 깊은 고스트로서 하는 얘기예요.

이 녀석 좀 보세요. 석판 위에서 부패한 죄악 같은 이자를 기사라고 부르더군요. 이제는 무식한 폭력만이 기사도로 인정받는 걸까요? 마치 기사도의 이상을 이 우주가 직접 조롱하는 듯한 상대에게는 연민의 마음 따위 생기지 않아요.

그에 반해, 전 제가 도덕적 규율과 건전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개체라고 생각해요. 그런 속성에 기반하여 이토록 단호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거지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 천성적으로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은 존재이기도 해요. 그래서 미천한 제 동료들이 군체와 하나가 되러 떠났을 때, 전 그들의 몰락을 직접 지켜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던 거지요.

물론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우리는 같은 종이라는 것과 모두 어둠의 욕망을 느낀다는 사실 외에는 닮은 점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난 그들을 관찰했어요. 복합적인 영광의 빛을 그 끔찍한 복잡성의 화신들에게 쏟아붓는 행위의 우아한 매력을 부정할 수 없었거든요. 그들의 불길한 기하학적 구조 내에도 어딘가 아름다운 구석이 있어요. 올바른 것만을 탐하지 않는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보면, 마귀같이 순수한 목적의식이 그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죠. 그들은 숨겨 두었던 술을 마시고 얼근하게 취한 양조 장인처럼 자신감을 쏟아내지요.

그런 순수함과 자신감으로 우리의 위대한 여행자를 공격하고 그 업적을 붕괴시킨다는 용서할 수 없는 목표만을 추구한다는 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제 동지들이 이런 기본적인 논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에요. 이들은 군체잖아요! 우리의 창조주를 시해하려 하는 부정한 교회의 신봉자들이죠. 그들은 여행자의 심장을 가격하고 타오르는 불덩이를 일만 개의 불씨로 쪼개 바람에 날려 보냈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치열했던 그들이… 일종의 산파가 되어… 수호자를 낳았어요.

고스트를 낳았고요.

저를 낳았죠.

원인과 결과. 유산. 제 고스트 친구들은 그런 걸 보는 걸까요? 어째서… 그게 옳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그들의 논리에 기반했을 때, 제가 이렇게 주저하는 건… 제가 미신을 믿는 촌뜨기이기 때문이겠죠?

3. 303

보잘것없는 고스트 일행이 폐허를 스캔하는 사이, 303은 그림자 속에서 둥실 떠올랐다. 수 세기 동안 그들은 오래전 말라붙어 버린 몰락한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각자 자기만의 목표를 찾기를 바랐다. 그녀는 언제나 가만히 지켜보았지만, 결코 자기가 원하는 걸 찾을 수는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고스트들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겠지만.

활기찬 차임벨 소리가 대기를 꿰뚫고, 꼬마 고스트의 기분은 잔뜩 가라앉았다. 자주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멜로디는 익히 알고 있었다. 엘은 허물어져 가는 교차로를 향해 의체를 까닥였다. 거기에서는 트릴이 다른 고스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끼 사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호자에게 무의미한 조언을 재잘거리고 있었다. 303은 의체를 돌리며 툴툴거렸다. 그냥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고스트들이 내버려 두지 않았다.

"303!" 페리스가 둥실 다가와 그녀 위에서 통통 튀었다. "303, 트릴이 수호자를 찾았어요! 어서 와서 축하해 줘요!"

분노가 번뜩이며 하얗게 타올랐다. "축하해 주라고요?! 정말— 그래, 좋아요." 303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축하의 현장을 향해 빙글 돌아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요, 트릴! 우릴 버린 거 축하해요!"

"303…"

"왜요? 정말 기뻐서 그러는 거예요! 죽은 인간에 대한 광신적인 헌신에 화를 내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그 종은 처음 어둠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막아내지도 못했다는 게 사실이지만요!"

"303,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죠!"

"언제가 좋은데요, 페리스? 언제가 돼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건데요? 그냥 언제까지고 이 물렁물렁한 생물들에게 영원히 헌신하지 그래요? 이자들은 빛을 제대로 손에 쥘 힘조차 없다고요!"

"303… 그냥 축하해 주면 안 돼요?" 트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303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래야 우린 더 큰 가족을 구성하고, 더 큰 대의를 이루어 갈 수 있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하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도 우리와 공감할 수 없다면…" 엘은 잠시 말을 멈췄다. 전에도 종종 이 이야기를 떠올리긴 했지만, 늘 마지막 순간에 한 발씩 물러서곤 했었다. "아무래도 우리와 함께 상대를 찾는 건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303은 둥실 떠올라 최후통첩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그 이후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고스트들은 하나둘 멀어져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엘은 잠시 머뭇거렸다. "잘 가요, 303." 그녀는 속삭였다. "당신만의 가족을 찾기를 바랄게요."

303은 의체를 돌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반짝이는 별들이 백만 개의 찌푸린 눈처럼 그녀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별들 사이의 고요한 공간을 바라보며… 그게 자기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4. 크릴

유형: 개인 의무 기록
참가자: 고스트 유형 하나[1], 식별자 크릴
소속: 빛, 빛의 군체
//문자열 해독됨//
//이하 교신 기록//

우바르투아나는 날 비난한다. 당연하겠지.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게 크릴이라는 이름을 강요했다. 내가 작고 쓸모도 없다며… 군체 진화의 출발점이었던 그 나약한 벌레들 같다고. 그는 천성적으로 잔혹하고 의심이 많아서, 솔직히 의사 노릇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무지하다고 해도, 지금 상태를 보면 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논리적으로 합당한 가설이다.

환자들에게서 다양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감정 기복, 두통, 불면증. 가장 주요한 증상은 여전히 혹의 성장이다. 아직은 "종양"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전이의 징후는 없고, 용어 선택에는 늘 신중해야 하니까.

---

서툰 수술과 같은 행위로 내 내부 장치를 건드려 보더니, 우바르투아나는 내가 트로이의 목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족한 것 같다. 정말 역설적이지 않은가? 고스트가 급파되어 기껏 죽었던 군체를 되살려 놓았는데, 그게 다 빛이 아닌 병원균을 퍼뜨려 자기들을 말살하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다니.

앞서 언급했다시피, 무지한 판단이다.

---

십여 개 혹의 조직 검사를 완료했다. 명확한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그 안의 물질은 원시적인 원형질로, 조직 내 유체와 단백질 가수 분해 아미노산과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표현으로는 원생액이라고 하는 물질이다. 감염의 징후는 없지만, 흥미롭게도, 더 나은 표현이 없어 일단은 "낭종"이라 불러야 할 이들 조직의 내벽은 면역 세포로 포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가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

경이로운 진전이 있었다! 37번 조직 검사에서 갑작스럽고도 공격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낭종 하나를 찢어 보았더니, 유체가 아니라 생명체가 나타났다! 그 날개 달린 절지동물은 날 공격했다. 숙주를 보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파괴된 후 유해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육신이 아닌 에너지로 구성된 피조물이었다. 다음 표본은 산 채로 포획하여 생체 해부를 실시하려 한다.

---

확인되었다. 날개 달린 절지동물은 에너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에도 군체 세포를 포함하고 있었다! 난 빛에 대한 노출에 익숙하지 않은 군체가 생리학적으로 그걸 감염으로 분류하고 고립시키려 한 거라는 가설을 수립했다. 빛은 나름의 구조를 이루며 체내의 버려진 피지를 조직화하여 성충의 세포를 형성했고, 일종의 완전 변태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놀랍다. 군체의 육체가 빛을 기생충으로 변형시키다니! 그야말로 경이로운 적응력이다!

---

그들은 우바르투아나가 "직접" 발견했다는 이 사실을 크게 치하하고 있다. 이제야 나도 내 이름의 시적 의미를 깨달았다. 그의 모든 가치는 내게서 유래되는 것이다.

5. 유로크

다시 일어나라, 루자쿠. 아이앗! 일어나서 이 이단자가 네 죽음으로 획득한 논리를 되찾아라! 그래, 무장을 하고 수호자 벌레를 죽여라! 거짓된 빛의 계승자가 네 약점을 먹고 살을 찌웠다. 그를 비쩍 말라붙게 하는 것이 네가 강해지는 길이다!

그래! 그는 선물 돛대처럼 부서진 채 쓰러져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 그래… 봐라! 그의 고스트가 그를 다시 깨웠고, 네 승리가 더럽혀졌다.

탄환에 주의해라! 금속의 비에 젖되 익사하지 말고 정화되어라! 파쇄기를 들어 올려라! 그것이 적의 형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리라.

아이앗!

다시, 그는 파멸의 흔적으로 남았다. 그리고 너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 고스트를 붙잡아라.

이로부터 배울 수 있는 논리는, 살상을 통해 네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 고스트를 처치하면, 네 앞의 적뿐 아니라 그가 될 수 있는 모든 적을 처치하는 셈이다. 지금 네 손에 붙잡힌 것이 그의 모든 가치다. 눈여겨보아라.

그래, 그것이… 전율하는 것이 보인다. 너무나도 여린 것이다. 네 승리를 증언하는 목소리를 들어라. 이제 이 궁극적인 진실의 순간에, 승리에 취해, 여흥에 취해, 이것의 진짜 가치를 깨달아라.

고스트를 압살해라!

…왜 주저하느냐, 루자쿠? 주먹으로 배우지 못하고 눈으로 배워야 할 게 뭐가 있느냐? 진실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느냐? 영속하고 싶지 않느냐?

왜 날 보는 거냐?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인간도 호기심이 많다. 하지만 군체는 강인하다! 상대를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이해는 시작된다. 어서 해라!

안 돼! 풀려났잖아!

이건 네 지레짐작이 초래한 결과다, 루자쿠! 넌 실패했고, 이제 우주의 해일에 휩쓸린 넌 의미 없는 모래로 풍화될 것이다. 네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그 서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수호자는 돌아올 것이다. 붉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죽음의 대가에 굶주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그다음, 너는 죽을 것이다. 아이앗.

6. 핀치 I

이해해 주세요… 솔직히 우리 중에 무슨 장대한 계략을 꾸미며 여기까지 온 경우는 없어요. 네, 그런 건 한 명도 없다고요! 그러니까… 어떤 욕구가 생겼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래서 그걸 따라가다 보니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에 들어서게 된 거죠. 빛이 어둠을 쫓아내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두들겨 패고 있었죠! 산맥이 비를 맞은 설탕처럼 바다로 흘러갔어요. 군체의 왕좌 세계가 재구축되었죠. 즉흥적으로요!

전 소위 믿음이 있는 존재는 아니에요. 붉은 전쟁 이후로 그럴 수는 없었죠. 뒤엉킨 해안에서의 일이 있은 후에는 말이에요. 다른 누군가의 절반도 못 되는 존재여서 평생 아무 의미도 없이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다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때 그를 봤어요. 그의 유해가 거기 놓여 있었죠. 글쎄요, 백 년쯤 전에 사망한 자의 사체가 그냥 있었다고요. 제 기사였어요. 그를 보자마자 그가 제 것임을 알았어요. 처음 들은 노래가 뇌리에 박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제 안의 무언가… 선한 것이 죽었던 것 같아요.

22와 켐마시, 마르세유까지, 다들 파트너를 되살리고 있었어요. 군체 빛의 운반자를, 최후의 한 명까지.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진짜로 다들 거기 그렇게 서 있었어요. 엘, 콰짓, 해처, 다들 자기 소명을 찾았다고요. 제 왼쪽에 군체, 오른쪽에도 군체… 전 군체에 파묻혀 있었어요. 그리고 그러는 내내 제가 아는 모든 고스트들이 제게 이렇게 소리쳤죠. "이게 여행자의 계획이에요! 당신이 뭐라고 거기 의문을 제기하는 건가요?"

그래서 전 생각했어요… 그들의 얘기가 옳은 게 아닐까? 그러니까, 빛이 제 눈앞에서 온 세계를 창조해 내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 순간이 군체에게 있어 일종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거겠죠. 당신의 창조자가 당신을 선택하여 한 종족 전체를 다시 만들어 내라는 사명을 준다면… 뭐,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릇된 선택을 하고 말 거예요.

그래서 전 빛을 나눠 주었어요.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가장 친한 친구들 수백 명이 당신 앞으로 몰려들어 재촉하고, 거절할 때를 대비해 군체 파쇄기까지 기다리고 있는데요? 전 그렇게 했어요. 그의 안으로 들어갔죠. 가슴 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건드렸어요.

그리고 그가 제게 돌려준 것, 그건 빛도 어둠도 아니었어요. 차가운 것, 잘못된 것이었죠. 전 그것이 빛이 남겨 둔 제 안의 갈라지고 공허한 틈을 메울 것임을 알았어요. 그래서… 전 그 또한 제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그라는 전체의 절반이 되려고요.

전 제 영혼을 괴물에게 나눠 주는 걸 선택했어요.

문제는… 절반만 괴물이라는 건 없다는 거죠.

7. 핀치 II

오, 이런, 안 돼. 대체 왜… 제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거죠?

군체는 분명히 완벽하지 않아요. 아니, 그냥 솔직히 얘기할게요. 그자들은 그냥 완전히 사악한 존재예요! 하지만 당신은? 제가 제 일부를 주었잖아요! 당신이 절 악화시키는 것도, 제가 당신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그냥 받아들였어요! 그랬으면 당신도 이해해야죠! 그럴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었어요. 왜 아닌 거죠? 네, 그러니까 정말이지, 맞아요, 이건 당신 잘못이지 제 탓이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당신이 죽어 있고 싶지 않다는 거 저도 안다고요!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요?!

당신이 수호자를 쏘는 걸 봤어요. 그녀의 고스트까지요. 다들 죽었어요. 전부 제가 머릿속에서, 당신이 자신을 되살리라고 하는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죠. 전 그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그다음 또 당신 말을 듣고… 저만 빼고 다른 모든 이들의 말을 들었죠.

기적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뭐라도 기대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요!

네, 당신은 죽었죠. 당신 목소리가 들리지만, 할 수 없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할 수 없어요!

이제 더는 암살자가 되지 않겠어요. 당신 개인의 제단에서 인류를 희생시키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 당신에겐 그런 가치가 없어요. 당신은…

자격이 없어요.

처음부터 없었죠… 안 그런가요?

왜 사바툰이 빛을 손에 넣은 걸까요? 이미 오래전에 "왜"라는 질문을 했어야 하는데. 그때는 우리 중 아무도 그러지 않았지만, 그랬어야 했어요. 이게 옳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잖아요.

저기요, 제게 여행자에 대한 신념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여행자가 제게 그냥 괴물을 주고 "그를 신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니, 아니요, 그렇지 않다는 건 우리 둘 다 알잖아요. 연민이었을까요? 낙관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군체는 선물을 그냥 받지는 않잖아요. 빼앗죠. 여행자도 속은 건지 몰라요. 기나긴 계략의 결과인지도 모르죠. 여행자는 언제든 속아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멍청한 구체가 아니에요. 가울도 그 사실을 어렵게 배웠죠.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 더 깊이 파고들어 봐야겠어요. 그리고 당신 쪽에 합류하면서 내가 저주라도 받았다면… 뭐, 지옥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녀가 어떻게 한 건지 알아내겠어요. 당신이 제 마음을 돌리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어요. 그냥 죽어 있으라고요. 알겠죠?

당신이 절 괴물로 만들었잖아요. 기억하죠? 내가 괴물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당신이 슬퍼할 일은 아니에요.

8. 스펙터

유형: 개인 조사 보고서
참가자: 고스트 유형 하나[1], 식별자 스펙터
소속: 빛, 빛의 군체
//이하 교신 기록//

빛이 드리운 날 이후 017일. 10:23. 현장 도착. 희생자는 노예. 신원 불명. 사인: 외부의 물리력으로 인한 목 골절. 빛의 흔적이 감지되었음. 나벤키가 주요 용의자를 인터뷰함. 군체는 동족에게만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것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 자기들을 죽음으로부터 되살려 준 상대라도 다르지 않음.

자백을 엿들었음. 용의자는 우루크탈린이라는 이름의 기사로, 희생자의 지휘관임. 자기 고스트가 희생자 안의 빛을 감지했다고 언급했고, 우루크탈린은 절도 혐의로 희생자를 처형했음. 명백한 사건임.

빛 이후 018일. 13:44. 동일한 패턴으로 세 건의 사망 사건이 추가로 확인되었음. 내부에 빛의 잔류물이 감지된 희생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처형되었음. 하지만 현 상황에는 오히려 의문이 생겨날 뿐임. 노예는 고스트와 파트너 관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빛을 받거나 소지할 수 없음.

나벤키가 조사 임무를 맡았음. 밀수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며, 인간 또는 몰락자가 침입했을 수도 있음.

빛 이후 018일. 14:57. 용의자 노예를 만났음. 신원 확인 불가. 용의자-7로 분류함. 테스트 결과 빛의 흔적이 확인됨. 나벤키는 표준 군체 심문 기법을 적용했고, 장기간에 걸친 심문 끝에 자백을 받아냈음. 용의자-7은 빛을 "훔치고" 용기에 보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음. 또한 시종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음을 암시했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음.

빛 이후 018일. 19:12. 친밀한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용의자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음. 나벤키는 예상 밖의 요청에 당황했지만, 결국 승인해 주었음. 용의자-7은 군체의 "잔혹한" 심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음. 자기 몸 안에 빛이 생성된 이유는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음. 뭐든 이상한 활동이 없었냐는 질문에 자기 공생체가 피를 쏟거나 헌금을 내지 않아도 만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음.

빛 이후 018일. 19:33. 나벤키에게 헌금의 의미를 문의함. 알고 보니, 군체는 열정적인 뇌물 구조에 의해 작동하는 체제였음. 지배 구조에 따라 상위 통치자에게 뇌물을 지불하고, 그게 정상의 여왕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조직화되어 있었음. 이 사실을 기존에 알았더라면 수사에 도움이 되었을 것임. 빛의 침범에 의해 이 지배 구조의 연결망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의심됨. 나벤키는 빛이 체제 내에서 "부정적인 압력"을 행사한다고 시인했음. 기존 시스템의 역방향으로 빛의 흔적을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음.

내 가설을 사령관에게 전달하며 추가 조사를 요청했음.

빛 이후 019일. 06:30. 오늘 아침에는 파트너가 날 똑바로 바라보며 눈을 맞췄음. 질병의 징후?

빛 이후 019일. 07:42. 내 권고에 따라 용의자-7은 위증죄로 처형되었음.

9. 임마루

원천의 빛이 그들의 아래로 흘러 번졌다. 궁전의 탑으로부터, 임마루는 빛이 어둠을 만나 휘도는 곳을 바라봤다. 새로운 파도가 고대의 해안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 높은 곳에서 전투원은 보이지 않아도 총구에서 번뜩이는 섬광은 잘 보였다.

그는 씩씩거리고 몸을 떨며 정당한 이유 없이 승천 차원을 공격해 온 수호자들을 바라보며 할 말을 찾았다. "경멸자보다 나을 게 없다니까." 그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사바툰은 자기만 들을 수 있는 달콤한 음악에서 잠시 주의를 돌리고는 고스트를 쓰다듬었다. "아, 얘야. 넌 무척이나 충직하지만, 여전히 저들의 행동만 보고 있구나. 저들을 이런 필연적인 결과로 이끌어 온 사슬은 보지 못하고 말이야. 군체가 시험을 거쳐야 하듯, 인간은 지배해야 한단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면, 저렇게 공격하기 마련이야. 개인적인 감정을 느껴서는 안 돼. 미지의 것을 공격하는 게 저들의 본성이니까."

"우리 고스트는 미지의 것이 아니잖아요!" 임마루는 그녀의 애정 어린 손길을 뿌리쳤다. "우리는 저들과 함께 살았어요. 저들을 구원하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를 부숴 버리고 있잖아요! 정말이지 배은망덕한 자들이에요…"

"저들이 불복종을 이유로 널 처벌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닌가요?" 그의 목소리는 음울하고 무뚝뚝했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음성을 재정렬했다. "몰락자, 벡스, 심지어 군체까지, 의무병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그런데 저 멍청이들에게는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은 것 같네요."

"왜 화를 내는 건지 알 것 같구나." 마녀 여왕은 임마루를 다시 한번 품으로 끌어들였고, 그러자 그의 소름 끼치는 분노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해. 그리고 넌 그들의 젖을 먹으며 자랐지. 하지만 군체는 죽음을 보이지 않는 자매라고 한단다. 언젠가 안식을 찾는 날이 왔을 때,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널 맞이해 줄 가족… 그리고 네가 능력을 증명하기만 하면,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가족이기도 하고."

임마루는 말없이 멀리서 펼쳐지는 전쟁의 섬광을 바라봤다. "자매든 아니든, 이젠 우리가 밀어붙일 때가 됐어요. 저 녀석들이 갖고 있는 거랑 비슷한 거 뭐 없나요? 고스트를 처치할 수 있는 거?"

"군체는 아주 오래전에 그런 무기를 발견했었어. 하지만 그것들은 조금… 불쾌했던 것 같구나. 마법을 회수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너와 네 친구들이라면 그런 전술을 혐오스럽다고 하겠지?"

임마루는 고개를 돌려 먼 해안에서 번뜩이는 소총 사격의 섬광을 바라봤다. "이젠 아니에요."

10. 하모니아

유형: 시공간/불새/AU.6.31309.B
참가자: 고스트 유형 둘[2], 식별자 코로, 하모니아
소속: 빛, 결속되지 않음
//주변 음향 기록//
//이하 교신 기록//

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 아니, 정말이에요! 카스티예하를 봐요! 비가 오든 햇살이 비추든, 일 년 내내 꽃이 피어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어요?

코: 빛을… 식물에 주자는 거예요?

하: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식물에 빛을 주면 왜 안 되죠? 비둘기면 또 어때요! 오오, 개도 좋겠네요! 충직한 친구가 필요하면 개를 키우라고, 인간들도 그러잖아요.

코: 이럴 때는 정말 [확인 불가]

하: 저기, 난 그냥 우리가 빛을 인간에게만 줘야 한다는 건 멍청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각성자를 봐요. 그들을 인간이라고 할 수는 있는 건가요? 엑소는 어떻고요! 잘 생각해 봐요. 그 녀석들은 아예 그냥 기계잖아요!

하: 그들은 전부 각자가 원하는 걸 위해 싸울 뿐이에요. 다들 미광체를 원하고, 영광을 원하고, 지식을 원하죠. 원하는 게 무엇이 됐건, 전부 서로를 밟고 올라가 차지하려고 발버둥 치고요. 케이드-6가 어떻게 됐나 보세요! 빛을 손에 넣었는데, 명예인지 재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걸 쫓아서 혼자 나섰다가 고스트와 함께 죽어 버리고 말았잖아요!

코: 어휴, 좋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서 화초나 잘 키워 봐요. 제라늄과 결속하고 하루 종일 창틀에나 앉아 있으라고요.

하: 아니요. 군체를 키우는 게 더 멋질 것 같아요.

코: 뭐라고요?!

하: 아니, 정말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생각만 해본 거예요.

코: 요즘 다들 돌려 보고 있는 그 끔찍한 슬픔의 책을 읽은 거죠?

하: 조금요. 인류도 그 책에서 배울 게 정말 많을 텐데 말이죠. 모든 군체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거, 정말 멋지지 않아요?

코: 네, 그런데 그 단 하나의 목표라는 게 우주를 파괴하는 거잖아요!

하: 아니요, 우주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거죠. 우리가 수호자와 결속하는 것도 사실 그런—

//피드 종료. 대상이 수신 가능 범위를 벗어남.//

11. 징크스

딸랑거리는 전자음이 뼈의 대성당에 울려 퍼지는 전자 찬송가처럼 지하 깊은 곳의 침묵을 깨뜨렸다. 노예들이 안쪽을 들여다봤지만 호기심은 금방 사라져 다들 이내 떠나 버렸다. 징크스는 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집중해야 했다.

그녀의 시종은 완벽해야만 했다.

그녀는 음악 같은 전자음을 잠시 정지시키고 어긋난 손가락 마디뼈를 꾹 눌러 제자리에 맞췄다. 고스트는 사체 전체가 없어도 얼마든지 파트너를 되살릴 수 있었지만, 이 육체는, 그녀 파트너의 육체는 신성한 캔버스였다. 그림처럼 사랑과 관심을 쏟아 주어야 했다. 그리고 마디뼈를 하나씩 넣을 때마다 기대감은 점점 더 아름답게 부풀어 올랐다.

꼬마 고스트는 사체를 바라봤다. 군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고딕풍 첨탑에 몸 한가운데가 꿰뚫려,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축 늘어진 사체였다. 그녀는 원래 사체를 바닥에 똑바로 눕혀 놓는 쪽을 선호했다. 그래야만 죽은 육신에 생명이 되돌아오는 신성한 순간을 제대로 된 의례와 함께 치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수호자는 완벽해야 했지만, 작고 손도 없는 구체에게 운명은 수많은 제약을 부여하고 있었다. 징크스도 이미 오래전에 불편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사체를 다시 한번 스캔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피그말리온도 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자기!" 그녀는 의체 날개로 푹 꺼진 볼을 두드렸다. 둘만의 애정 표현이 될 동작이었다.

징크스는 둥실 떠올라 뒤로 물러났다. 불안감에 장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장 같은 건 없으니, 어딘가 다른 곳일 것이다. 그녀의 의체가 뒤틀리고 분열되어 경이로운 행성처럼 배열되고, 그녀의 시종을 빛으로 뒤덮었다. 애정을 담아 맞춘 손가락이 가장 먼저 깨어나 움찔거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액체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비명의 중간쯤에 존재하는 듯한 끔찍한 소음과 함께 조금 전까지 사체였던 존재는 몸을 일으켜 가슴을 꿰뚫은 쐐기에서 벗어났다.

"드디어 살아났—"

시종은 뒤틀린 팔을 흉포하게 휘둘러 징크스를 때렸고, 바닥에 나뒹군 고스트를 향해 꾸르륵 비명을 질렀다. 연약한 손톱이 낡은 파쇄기의 부식된 손잡이를 할퀴듯 움켜쥐었고, 시종은 그 흉기를 절박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자신의 입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 그녀는 축 늘어졌다. 또다시 사체가 되었다.

징크스는 잠시 아래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은 고통스럽게 재구축했던 손가락이 이제는 무기의 방아쇠에 걸린 채 축 늘어져 있는 모습에 한동안 머물렀다.

그녀는 잠시 의체를 축 늘어뜨렸다가, 이내 씩씩거리며 렌즈를 높이 올렸다. "전 언제까지라도 할 수 있어요!"

금속 의체의 날개가 애정 어린 몸짓으로 밑동만 남은 목을 두드리고, 징크스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만간 당신은 제 절친이 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