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9:36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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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테셀레이션3. 엑스 디리스4. 시즌 무기
4.1. 브리아의 사랑4.2. 확신의 자세4.3. 은자4.4. 언어의 근원4.5. 기호론자4.6. 엘레아의 원칙
5. 저주의 말6. 경이 방어구
6.1. 파이로게일 건틀릿6.2. 나방사육사 손목보호대6.3. 브라이어바인드
7. 시즌 방어구
7.1. 헬멧7.2. 팔7.3. 가슴7.4. 다리7.5. 직업
8. 파르마코스 의체9. 저주 의체10. 스파라그모스11. 라미노스12. 아크로아마티스13. 시종의 지팡이14. 크로타의 최후
14.1. 괴사의 균열14.2. 크로타의 추방

1. 개요

마녀의 시즌 아이템들의 지식을 모은 것이다.

2. 테셀레이션

거석은 깎이고,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언젠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언가가 되었다.

가능성의 게임이 있었다. 번성하거나 실패, 차오르거나 기울 수 있는 패턴이 나타났다. 그 의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은 부재이며, 언젠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하는 모든 것들로 정의된다. 그것이 존재의 엔트로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언가가 되는 것은 조각이 뒤집히거나, 우연한 돌연변이, 떨어진 잎처럼 단순한 일이다. 한번 존재하게 되면 계속 존재하게 된다. 성이 아예 없을 때보다 무엇으로든 지어졌을 때 덜 부서지는 것처럼.

무언가는 자라난다. 그리고 자라나면 눈에 보인다.

언젠가, 무언가가 다른 무엇이 되었다.

잠재력과 장래성을 지닌, 활기차게 성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도구와 원대한 의도, 무한한 시간과 원자의 우연한 배열은 최고의 조각상으로 탈바꿈할 조각가의 점토와 같았다. 무의미에서 조각해 낸 목적과 의도적으로 아름답도록 빚은 우주의 우연한 생성. 존재 이유가 없던 상태는 끝나고, 조각가의 예술에 의해 무작위성이 탈락하였다.

무언가는 변한다. 그리고 변화한 뒤 계속된다.

언젠가, 무언가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심은 뒤 이것보다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방벽과 요새, 돌조각에도 굴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꽃. 이들의 손에서 가능성은 단편적인 도구다. 해결, 추구, 소멸. 빈 공간에는 어떤 잠재력이 있는가?

죽는 것은 모두 변형되고 이탈하여 황야에 삼켜질 뿐, 무한한 변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풍부한 변형의 토양에서 적출되려면 영락없이 완벽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 비밀은 이렇다. 쟁기와 검은 엄밀히 보면 다르지 않다는 것.

3. 엑스 디리스

"내가 너무 자주 재앙을 예고하는 바람에 이젠 내 존재 자체가 불길한 징조가 되어버렸어. 어쩔 수 없지." — 에리스 몬

카드가 에리스 몬의 손안에서 어슴푸레 빛났다. 각 카드는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기표를 쥐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의 팽팽한 그물망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에리스는 첫 번째 카드를 탁자 위에 놓았다. 칼날. 당연하군, 에리스는 생각했다. 군체의 유치한 논리. 하지만 유치한 것이 으레 그렇듯, 논리는 집요했다. 그들은 모두 그 논지에 뒤얽혀 있었다. 이제 그것은 군체의 목적일 뿐 아니라 그들의 목적이기도 했다.

첫 번째 카드 위로 두 번째 카드를 놓았다. 지지자. 시부 아라스. 제 오라비의 위대한 이론을 가장 헌신적으로 옹호했던 지지자. 시부 아라스는 목숨을 걸고 칼날 카드를 지켰다. 그 카드는 그녀가 스스로 했던 모든 거짓말로 그녀를 지탱했다.

에리스는 두 카드 아래쪽에 세 번째 카드를 놓았다. 자매들. 아우라쉬, 사토나, 시 로. 군체 신들의 첫 이름이자 첫 자아.

네 번째 카드는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에리스가 카드를 응시하자, 카드도 맞서 응시했다. 선각자. 에리스 자신 외에는 누구도 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카드를 왼쪽에 놓았다. 어쩌면 이제 자신도 그 자매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일까. 사바툰, 시부 아라스, 에리스 몬. 자매들 사이의 게임. 날카롭게 벼려진 사랑.

처음 두 장의 오른쪽에 또 다른 카드가 놓였다. 거짓. 에리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 카드는 군체 마법을 통해 나타난 것이니, 군체가 수호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검의 논리에 대한 모든 진실의 면을 부정하는 거짓말. 아니면 그 논리 자체의 거짓이었을까? 심연의 거짓인가? 벌레의 거짓?

나머지 카드 위로, 카드 세 장이 나란히 놓였다. 경계선, 승천, 빈틈. 수호자가 가진 빛의 모든 면이다. 그녀는 몇 세기 동안이나 빛을 쥐지 못했다. 아래의 군체 자매들은 빛보다 더 큰 소리로 손짓하며 에리스를 불렀다.

에리스는 남은 카드를 세로로 죽 늘어놓았다. 맨 아래에는 마녀. 그 위에는 진실. 그리고 애가. 맨 위로 소망.

마녀는 누구였을까? 사바툰? 아니면 그녀 자신? 그 생각에 에리스가 잠시 멈칫했다. 진실은 누구를 통해 흘렀을까? 어느 누군가가 승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진실이 있었다. 그러나 애가 카드는 알 것 같았다. 오릭스의 죽음이자, 시부 아라스의 가장 큰 슬픔.

진실이 또 다른 군체 남매의 죽음으로 이어질까?

에리스는 마지막 카드를 바라보았다. 소망 카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소망은 욕망이자,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에리스는 소망을 빈 적이 있다. 그 힘이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다시 소망을 빌게 되는 걸까? 자신의 욕망은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몸을 돌린 에리스는 탁자 위에 카드를 펼쳐 둔 채, 질문만을 안고 자리를 떴다.

4. 시즌 무기

4.1. 브리아의 사랑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뒤돌아보지 말아요." — 브리아

"브리아는 어떤 고스트였지?"

모여서 재잘거리던 고스트들—타르지, 피치, 오퓨커스—이 수다를 멈췄다. 그들은 반걸음 뒤에서 까딱거리고 있던 글린트를 바라보았다.

"난 만나본 적이 없어." 글린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브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피치의 물음에 글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아는…" 피치는 잠시 생각하며 단어를 찾았다. "쾌활했지."

글린트는 혼란스러움에 의체를 오므렸다. "그건 좀 상상하기 어려운데."

"진짜야!" 피치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상상하기가 더 어려운걸." 글린트가 반박했지만, 타르지와 오퓨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치의 말에 동의했다.

" 뭐, 에리스는 쾌활함과 거리가 멀긴 하지." 피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브리아는 에리스의 다른 면을 끌어낼 수 있었어. 인상적이었지. 내겐 놀라웠어."

"에리스랑 운을 맞춰 말장난하기도 했지." 타르지가 덧붙였다.

"굉장히… 정다운 사이였어." 오퓨커스도 말했다.

"헤에." 글린트가 놀랐다. "꽤 특별했던 고스트 같네."

"정말 그랬지." 타르지가 맞장구쳤다. 잠시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하다가, 피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브리아가 지옥문에서 했던 일은… 헛된 게 아니었어. 에리스가 살아남았잖아."

모여 있던 고스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가 위험에 처한다면 나도 똑같이 할 것 같아." 글린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하지만 까마귀는 정말 슬퍼할 거야. 아주 많이."

"에리스도 '아주 많이 슬퍼' 해. 단순히 빛이나 친구를 잃은 수준이 아니니까." 타르지가 대꾸했다.

"우리는 우리 수호자들을 누구보다 잘 알지." 오퓨커스가 말했다. "가장 밑바닥까지도 다 보게 되니까."

타르지가 흘끗 오퓨커스를 본 뒤 생각에 잠겨 다시 시선을 돌렸다.

피치가 윙윙거렸다. "에리스의 계획을 알게 된다면 브리아는 어떻게 생각할까?"

피치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글린트가 고심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 그러자 다른 고스트들도 글린트의 의견에 동의했다.

4.2. 확신의 자세

"어떤 방법으로든 갈 테니까." — 방랑자

방랑자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그는 버려진 지역의 단상에서 내려오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갬빗 경기에서 승부가 어렵게 가려진 참이었다. 몇 분 후면 다음 경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게 그가 가진 전부였다.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에그리고어 덩어리를 올려다보며 방랑자는 다시 에리스 몬을 떠올렸다. 둘은 서로에게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조금이나마 이해를 공유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에리스의 몸에서 키틴질이 터져 나왔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방랑자는 궁금했다. 수호자들이 전장에서, 시련의 장과 갬빗에서 가져간 공물을 먹어 치우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는 보고서도 읽고, 선봉대 네트워크에 올라온 추론들도 봤지만, 믿지는 않았다. 에리스를 믿으니까.

방랑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에서 수호자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녹색 동전을 손으로 튕기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동전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빛을 받다가 다시 방랑자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군체 눈알 먹어본 적 있는 사람?" 그는 씩 웃으며 손목을 이리저리 비틀어, 동전을 소매에 다시 집어넣었다.

"정말 맛있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고 온몸에 전율이 흘러서 거기까지… 훗.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나? 좀 더 크면 오라고."

방랑자가 윙크했다. 모인 수호자들이 멀뚱멀뚱 그를 쳐다봤다.

"전송 시작!" 방랑자가 외치자, 빛의 폭발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4.3. 은자

마음으로 되돌아가세요.

여왕 폐하,

제 보고서를 읽으셨겠지요. 저는 제가 행한 의식이나, 그 의식의 영향 아래 있는 제 모습에 사과할 생각은 없어요. 당신도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는 일들을 많이 했죠.

수호자들은 통제되지 않은 저의 모습을 봐요. 저는 비밀 감옥에 들어갈 때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변형을 받아들이죠. 아주 오래전에,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렵다고 경고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더는 두렵지 않아요. 경고의 시간은 지나갔어요. 우리는 필요한 지식을 갖췄죠.

예전에, 오릭스의 위협이 우리에게 곧 들이닥칠 거라고 경고한 적이 있었죠. 검의 논리와 그의 왕좌 세계, 탐욕스러운 벌레와 드레드노트의 힘에 대해서도 말했고요.

이 통찰로 당신은 놀라운 일을 해냈어요. 당신의 왕좌 세계, 엘레우시니아는 당신의 의지와 테키언의 기술, 리븐의 기쁨을 증명하는 증거예요. 슬프게도 우리의 지식으로는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되었죠. 한때는 정말 아름다웠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창조의 과정은 군체만이 가능한 예외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강력한 존재를 죽이는 걸로 되는 일이었다면, 지금쯤 수호자들 모두가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신나게 즐기고 있을 테니까요.

정신왜곡자라고 불리길 원했던 경멸자 남작 하이라크스가 케이드-6를 살해하고 왕좌 세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군체 마법 덕분이었다는 걸 잊지 마세요. 크로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왕좌 세계를 만들었고요.

물론 오릭스와 사바툰의 왕좌 세계는 우리도 잘 알고 있어요. 벌레 허물 같은 뼈대, 무성한 빛의 정원. 짧게나마 끔찍한 시부 아라스의 왕좌 세계를 본 자들도 있지요. 그곳은 구렁텅이처럼 벌어져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시부를 따라가요.

그 세계들은 우발적으로 생겨났어요. 처음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몰랐겠죠. 자신들의 힘과 벌레의 힘이 끔찍한 어떤 것을 만들어 냈고, 죽어서도 그곳에 갇힌다는 것을요. 군체 신들이 처음 자기 왕국을 본 순간을 생각해 보세요. 자신의 왕좌 세계로 후퇴하는 것은 자기 정신의 모순 사이로 후퇴하는 거예요. 극명한 대립을 마주하게 되지요.

당신은 맡은 바를 잘 준비하셨죠. 제 경고의 결과 같은 것 말이에요. 지금 제 자신의 감정이 놀랍듯, 저도 제 자신의 변형에 놀라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 상상은 실현되어선 안 됩니다.

에리스 몬

4.4. 언어의 근원

기억하기 위해 말하였으며, 잊기 위해 말하였도다.

"카드로 진정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단지 전망을 제시할 뿐이지." 에리스가 말했다. 그녀는 아이도와 함께 점술 강단에 서서 카드를 목적에 맞게 한 장씩 놓았다. "카드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면 고맙겠군."

아이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 너머로 과학 신전 중앙에 있는 의식진을 돌아보고 있었다. 에리스가 말을 계속했다.

"시부 아라스의 동기에 대한 네 통찰력 덕분에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에리스가 아이도의 주의를 끌려고 하며 말했다. "마라 여왕에게 경고하고, 라스푸틴이 오류를 깨닫도록 설득할 수 있었지."

아이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한쪽 손톱 끝으로 '지지자' 카드의 가장자리와 옆 카드의 가장자리를 반듯하게 맞춰 정렬했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겠지." 한참 침묵하던 에리스가 불쑥 말했다. 아이도는 떠오르는 질문은 주저하지 않고 물어보는 성격이었으므로, 그녀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에리스는 내심 놀랐다.

"맞아요." 아이도가 대답한 뒤 입을 다물었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거의 속삭임만 들렸다. "여기가… 당신이… 변형되는 곳인가요?"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아이도가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래, 룬이 가장 강력해지는 곳이지." 에리스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여기랑, 마녀 여왕의 비밀 감옥 안에서도."

아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감옥은 오래된 인간의 건축물에서 유래한 것이죠." 아이도의 목소리에 조금 더 생기가 돌아오자, 에리스가 기억하던 목소리가 되었다. "그곳에 갇히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죠?"

"그래, 맞다."

"그리고, 아…" 아이도가 다시 말을 멈췄다. 혀 속에서 질문이 꼬여 들었다. "혹시… 잊어버리나요? 당신이 누군지?"

에리스는 심호흡을 했다. 함께 연구하면서, 아이도는 이렇게 무심한 질문들을 하곤 했다.

"아니." 에리스가 대답했다. "난 나야. 언제든."

아이도의 눈이 커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질문도, 호기심도 없었다. 겁먹고 입을 열지 못하는 아이도의 깜박이지 않는 눈이 에리스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심이 될지 모르겠다고 에리스는 생각했다. 아이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렸다.

"물론이죠." 서기가 대답했다. "저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에리스는 다른 이였다면 더 설득력 있는 거짓말을 했을지 궁금했다.

4.5. 기호론자

기호를 해석하도록.

빛의 가문의 아이도, 서기 기록 엡실론-2-12A

에리스 몬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군체 룬의 본질과 군체들이 만들어 내는 의식에 대한 장서 모음집이다.

즉시 그 장서들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메모를 해독하고, 페이지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특별한 목적으로 꽂아 둔 게 아니길 바라는 책갈피들을 제거하고 나자, 책들을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가끔 밑줄이 그어진 구절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는데, 도무지 무슨 기준으로 표시해 둔 건지 알아낼 수 없었다.

연구의 현시점에서는 룬이 마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 통찰력이 생긴 것 같다. 에리스가 설명해 주었듯, 각 룬은 여러 가지 의미, 심지어 때로는 모순되는 의미를 아우르는 기호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그 일부는 수호자가 사용하는 특정 빛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이는 사바툰의 무리가 빛을 획득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룬을 새길 때의 방식도 시전자마다 독특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에리스가 쓰는 룬은 동심원을 그리는 반면, 사바툰의 경우 기다란 탄젠트형 룬을 사용한다. 또 수많은 군체 무기에는 룬이 긴 기둥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기도 하다.

에리스가 많은 군체 룬을 구성하고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의식을 고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행운을 빌어줄 뿐이다.

4.6. 엘레아의 원칙

설명은 모순을 초래한다.

수신자: IKO-006

해독 키: SE7SYZP17A$IKO-006

제목: 이해

사바툰은 첨탑을 빛과 논리만을 위해 건설한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첨탑의 핵심이다.

임바루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대답에 실패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녀 여왕이 죽은 후에도, 그녀가 고안한 교활함의 그물에 빠지지 않고서는 임바루라는 개념을 활용할 수 없다.

우아하면서도, 짜증 나는 일이다.

우리는 검의 논리에 익숙하다. 견디는 것, 우주의 섭리에 따라 인내해야 하는 의무이다. 이는 경쟁이다. 자신 말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면 이긴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보상은 존재이다.

그러나 임바루는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공물이다. 사바툰은 교활함으로 우리를 덫에 걸려들게 해, 벌레에게 먹이를 주었다. 사바툰의 계획을 알아내려 시도했던 모든 잘못된 실수와 단계는 사바툰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을 더 정확하게 제공했다. 누군가 거짓을 믿거나 진실을 의심할 때마다 사바툰은 그만큼 더 강력해졌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여러모로 잘 모르겠다. 에리스의 행동으로 인한 파장이 있을 것이다. 어떤 파장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메시지 종료

5. 저주의 말

힘의 대가입니다.

"차원문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까마귀가 입을 열었다.

"중요 그 이상이다." 오시리스가 끼어들었다. "목격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최후의 형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지. 무엇보다 이전에는 아예 접근할 수 없던 초인과성을 어느 정도 연구해 볼 기회이고."

"그래, 그렇군." 까마귀가 냉큼 말을 끊었다.

헌터는 엘릭스니 구역에 있는 거미의 우주선에서 물건을 내리는 작업을 감독하고 있었다. 빛의 가문 일꾼들은 독창적인 엘릭스니식 트롤리를 타고 상자를 창고로 옮겼다. 평소라면 까마귀가 맡을 일은 아니었지만, 거미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 순순히 믿을 수 없었기에 감독하러 온 것이었다. 오시리스는 뒤로 물러나 무심한 눈빛으로 부산한 작업 현장을 바라보았다.

"이유는 전부 들었다." 까마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 일리 있어. 다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 주제를 섬세하게 언급할 방법을 고민했다.

"사바툰 말이지." 오시리스가 말을 완성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길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까마귀가 당황하여 고개를 흔들었다. "우린 사바툰을 쫓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특히 당신은— 그 모든 일을 겪고. 그렇게 간단하게 다시… 데려오겠다는 건가?"

마스크 아래로 오시리스의 입술이 얄팍해지며 긴장된 기색을 띠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직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갉아먹는 의심을 젊은 헌터에게까지 옮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자들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목숨보다 더 큰 것을 희생하지. 친구들보다, 심지어는 고스트보다도 더 큰 것을."

"바로 마음의 평화다. 여러모로 가장 큰 손실이지." 오시리스는 세인트의 걱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진 지식의 대가이자 휘두르는 힘에 대한 대가다."

"알아." 까마귀는 격납고 속 아만다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안다고."

6. 경이 방어구

6.1. 파이로게일 건틀릿

연소점에 도달하세요.

샤크스 경은 해설자 자리 아래 바닥에 앉아 시련의 장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그의 마음은 딴 데 있었다.

목격자가 여행자를 공격한 후로 그는 평소답지 않게 마음이 불안했다. 새로 다잡은 열의로 시련의 장에 몸을 던져 보려 했지만, 이미 떠오른 불안은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갑작스러운 태양 빛의 섬광이 비쳐와 조바심을 깨트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 한 타이탄에게 집중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비를 걸치고 있는 타이탄이었다. 샤크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종의 건틀릿이었다.

샤크스가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첫 번째 기둥의 타이탄처럼 싸우는군!" 그가 외쳤다. "1분 남았다. 적들은 부활의 기회를 모두 썼어!"

팀원들이 엄폐물 뒤에 숨어 소총 사격에 집중하는 동안, 타이탄은 다가오는 상대를 향해 곧장 돌격했다.

샤크스가 혼자 킬킬 웃었다. "타이탄은… 항상 주먹으로 생각한다니까." 그는 수호자의 책략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려고 간절히 기다렸다.

접근하는 화력팀으로 다가간 타이탄은 태양 불꽃의 후광을 내뿜으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가 착지하자 사나운 불길이 앞으로 밀려와 상대 수호자들이 서 있던 자리를 깡그리 불태워 버렸다.

샤크스가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수호자 한 명이 고스트와 무기, 빛만 가지고 뭘 할 수 있는지 잘 봐라!" 그가 우레처럼 소리쳤다.

그것은 샤크스가 시련의 장을 만들 때 상상했던 승리의 순간에 딱 맞는 우승이었으며, 잠시나마 목격자를 잊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완벽한 전환점이었다.

6.2. 나방사육사 손목보호대

빛을 억누르며 달리세요.

그녀는 악취를 따라 왕좌 세계를 가로지르며 감염된 오우거의 흔적을 추적했다. 이제 오우거는 금이 간 옥기둥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었다. 쌕쌕거리는 형체는 두꺼운 나방 이불에 가려 흐릿했다.

다가가자 오우거 위로 놀랄 만큼 선명한 색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나방들이 선명한 뒷날개를 퍼덕이며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드러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후드를 꾹 끌어당겼다. 서둘러야 했다.

조심스럽게 그 위로 발걸음을 옮기자 바닥에 있던 나방들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녀는 가루로 가득한 공기를 한 숨 들이켜고, 어깨높이에 있던 바스락거리는 덩어리 속으로 손을 뻗었다. 떨리는 날개들이 목을 마구 때렸다. 그녀는 손가락을 맹목적으로 더듬었고, 마침내 쇠약한 오우거의 늘어진 거죽이 닿았다.

그녀의 칼은 빠르고 확실했다. 오우거는 한 번 몸을 부르르 떨고 끝났다. 칼을 거두자 천 개의 산들바람 꽃잎이 날아가듯 나방들도 파드닥 소리와 함께 흩어졌다.

곧 나방들이 망토와 어깨, 머리에 내려앉아 그녀를 뒤덮었다. 나방들은 마녀 여왕의 첨탑에서 훔친 주문을 속삭이는 그 입술에 내려앉아 몸을 문질렀고, 가루가 날리는 날개로 그녀를 덮어버렸다. 그녀는 칼로 공중에 떠 있는 군체 룬의 윤곽을 따라가다가 칼날 끝을 손등에 가져다 대었다.

나방들은 잠잠하게 소리를 낮추고, 빗처럼 생긴 더듬이를 파들파들 떨며 제안을 생각했다.

숙주가 아닌, 보금자리가 생길 수도 있었다.

6.3. 브라이어바인드

옛것에서 새로운 것이 자라납니다.

덩굴이 그녀의 팔을 감고 비틀며, 짙은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장갑 위로 자리를 잡았다. 손가락을 구부리자 손목을 감은 가시가 느껴졌다.

노예들이 발톱을 뻗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에 공허 영혼이 빛나며 형체화되었다. 그녀가 무기를 발사하자, 공허 영혼이 너풀거리며 노예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어두운 빛의 그물망을 뻗어 그들을 약화시키고 생명을 빨아들였다. 노예들이 차례로 쓰러진 후 시종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공허 영혼을 향해 질주했다. 장갑을 뒤덮은 섬세한 덩굴손이 쭉 펼쳐졌다. 희미한 부름과 향기, 시선을 사로잡는 색깔이 느껴졌다. 그녀가 공허 영혼에 가까워지자 공허 영혼이 그녀에게 끌려왔다.

그녀는 다시 무기를 들고 발사하기 시작했다.

7. 시즌 방어구

7.1. 헬멧

심야의 노역이다.

에리스는 군체 기사에게서 빼낸 대퇴골을 깎아내어 오스뮴 못을 깊숙이 박아 넣은 뒤 벨벳 끈으로 감싸고 자신의 인장을 찍었다. 그녀가 그것을 손안에서 돌리자, 치르르 소리가 났다.

"그래, 예쁘게 만들어라." 임마루가 눈을 굴리며 빈정댔다. "퍽이나 도움이 되겠어. 정말 유용하군."

"내 힘으로 지팡이를 감싸는 것뿐이다." 에리스가 재미있다는 듯 대답했다. "너야말로 아무 '도움'도 안 되지 않아?"

"난 네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주잖아!"

"내가 재료를 모으고, 내가 지팡이를 만들고, 내가 지팡이에 빛과 영혼불꽃을 불어넣었지. 이 과정에 네 의견이 꼭 필요했던 부분은 없다."

"네가 군체 마법 전문가라고 생각하나 본데." 임마루가 비웃었다. "그거 알아? 넌 그냥 재주 좀 부리는 거다. 내가 없다면 그 지팡이는 그저 잘 빠진 뼛조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에리스는 지팡이를 쥐고 내밀어 무게를 시험했다.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녀는 지팡이를 다시 작업대로 돌려놓았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임마루는 몸을 움직여 에리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도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임마루가 더 가까이 다가왔지만, 에리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안 참으면 어쩔 건데? 다른 녀석들은 널 무서워할지 몰라도, 난 전혀 아닌데. 계속 날 참을 수밖에 없을 거다."

에리스는 작업대로 돌아가며 손을 들어 임마루를 홱 밀어냈다. 임마루는 씩씩대며 에리스가 다시 지팡이의 밑부분을 날카롭게 다듬는 모습을 보았다.

"이걸로 수호자가 자기만의 의식을 고안할 수도 있을 거다. 이 지팡이가 수호자의 빛을 강화하고 군체의 사악한 힘을 전달할 수 있겠지."

"내가 고맙지?" 임마루가 우쭐거렸다.

에리스는 그를 무시하고 자신이 만든 지팡이를 살폈다. 죽은 군체의 다공성 키틴질층 위로 몇 시간이나 칼날을 갈아내어, 주문을 새기고, 마법을 불어넣은 시간을 담아낸 물건이었다. 지팡이 윗부분에는 영혼불꽃의 영액이 빛의 유리체로 둘러싸여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약 한 번 더."

그녀는 다시 작업대로 돌아갔다. 벌레가 그녀의 칼 아래 몸부림을 치며 끽끽거렸다.

7.2.

손으로 검을 쥐어라.

보아라, 나의 군단이여.

너희들의 적이 전장에서 썩어가는 모습을!

채도 제독 라프리트는 죽음의 파도에 휩쓸리고,

군체의 백만 시체에 의해 다시 대기권으로 끌려갔노라.

하늘의 전사들이

심연으로 떨어지면

아래에서 암모나이트들이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희 신들과 더불어

내전근의 힘줄이 찢어질 때까지

그의 갑옷을 천천히 잡아당겨 벗겨내고,

뿜어져 나오는 피로 우리 신들을 성스럽게 적시리라.

온통 찔려 망가진 살로 울부짖는 모습—

죽어가는 몸속 성전에서

통곡하며 외치는 숭배의 외침!

그렇게 암모나이트의 리바이어던만이 남았노라.

그리하여 나는 내 하수인

이르 우울살에게

리바이어던의 생살을 맛보고,

고통의 향연과 함께 하늘에서 찢어버리라 하였다.

그리고 그리되었다.

리바이어던의 내장은 활짝 열려

아래에 있는 암모나이트에게 쏟아졌고,

암모나이트들은 신의 창자로 몸을 적셨노라.

나의 군단 또한 그의 내장을 맛보고

기뻐했노라!

이 승리를 이룬 순간부터

하늘이 무너지고 심연이 모든 것을 잠식할 때까지,

이르 우울살은

리바이어던 포식자,

암모나이트의 파멸,

시부 아라스의 총애받는 전령으로 알려지리라!

7.3. 가슴

가슴 속 분노를 느껴라.

미스락스는 선물과 질문을 가지고 아이코라의 사무실로 찾아온 참이었다.

선물은 기름지고 반짝이는 거머리 같은 생물체들이 보존되어 있는 커다란 유리병이었다. 아이코라가 지난 20년간 맛본 것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함께 유리병의 음식을 꺼내 음미하는 동안, 미스락스가 어색하게 말을 더듬으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에리스 몬이 변했다." 미스락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아이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변화를 택했고, 그로 인해… '사랑-용기'를 뜻하는 인간 단어가 있던가?"

아이코라가 빙그레 웃었다. "사랑이지."

"그럼 사랑이라고 하겠다." 미스락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에리스가 영원히 변한다면, 다시는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모두에게 기억될 것인가? 그녀의 첫 선택이 사랑이었다고?"

아이코라는 이미 수천 번 생각해서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에리스는 어떤 모습을 하든 항상 에리스일 거야."

미스락스는 만족한 듯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몸을 숙여 또 한 번 거머리 음식을 베어 물었다. "그래. 빛이 있든 없든, 수호자들의 생존력은 늘 감탄스럽다. 세인트가 말하길 타이탄의 슬론이 굴복자를 받아들였는데 잘 지낸다고 하더군."

"그랬지, 그건 정말 다행이야." 아이코라가 말했다. "하지만…항상 돌아오는 건 아니더군. 내 오랜 친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벡스에 오염됐어. 그도 슬론처럼 피라미드가 공격했을 때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 하지만 돌아오진 않을 것 같군."

"당신 친구 일은 유감이다." 미스락스가 침울하게 대꾸했다. "그가 영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아이코라는 눈썹을 치켜올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벡스에 사로잡힌 위대한 정신을 만난 적이 있다." 미스락스가 말을 이어갔다. "수호자와 내가 구하려 했지만, 그는 계속 찾던 접근 권한을 얻자 네트워크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갔지. 진실 추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설령 자신의 자아를 대가로 희생하더라도."

아이코라가 빙그레 웃었다. "애셔가 있었다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을 텐데."

미스락스가 놀라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의 발톱에서 축 처진 거머리 한 마리가 대롱거렸다. "애셔미어를 알고 있나?"

아이코라가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래. 애셔 미르 말이지. 도대체 그대가 애셔를 어떻게 아는 거지?"

"애셔… 미르." 미스락스가 천천히 아이코라의 말을 따라 했다. "그래서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었던 거였군."

"아이코라." 미스락스가 자리에서 허리를 반듯이 폈다. "너에게 우리 친구이자 영웅인 애셔 미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

7.4. 다리

빛의 가장자리에서 춤을 춰라.

임마루는 기계 홍채의 초점을 맞추어 수호자를 확대했다. 새로운 의식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기에,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스크립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임마루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이고! 전부 스크립이네, 어쩌나." 그가 깔깔거렸다. "즐기라고."

암흑 에테르가 퍼붓기 시작하자 그는 의식이 금세 끝나버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호자는 공중으로 솟아올라 연이은 폭발을 능숙하게 피했다. 수호자의 빛은 경멸자들을 산 채로 불태워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가 걷혔다. 수호자는 홀로 서 있었고, 빛은 공물들을 감싸고 있었다. 임마루는 혼자 투덜거렸다.

오랫동안 고스트로 살면서, 그는 수호자들이 빛을 부르는 방식에 분개하곤 했다. "내 고스트의 빛"이라거나 "여행자의 빛"이라고 부르는 수호자는 없었다. 다들 당연하게 "내 빛"이라고만 했다. 마치 자신들이 소유한 것처럼. 자격이 있는 것처럼. 자신들이 쟁취한 것처럼.

그러나 불타는 전장을 내려다보며 임마루는 수호자들의 오만함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고스트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빛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수호자들은 빛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겼다. 빛을 숭배하느라 마음대로 빛을 조종할 수 없었던 빛의 군단에 비해 수호자들은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임마루는 넌더리를 내며 의식진에서 몸을 돌렸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빛의 군단은 빛에 대해 수호자들게 아직 배울 것이 많았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인간들은 건방지게 굴었던 대가를 치르게 될 터였다.

7.5. 직업

심연 위로 떠올라라.

자발라는 사무실 문을 잠갔다. 은밀한 행동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누군가 불쑥 들어오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자신이 보려는 것은 아무래도 오해받기 쉬웠다.

예전처럼 도시는 시민과 수호자 사이에 떠도는 소문으로 들끓었다. 여행자의 지면에 계속 남아 있는 일렁이는 구멍에 모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녀 여왕과의 거래를 이행하기 위해, 선봉대 지도부가 군체 마법을 쓴다는 소식은 확실히 모두의 마음에 공포의 불씨를 키우고 있었다.

자발라는 음울한 표정으로 책상에 기대어 에리스 몬에게 보내는 수호자의 공물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간단했는데, 자발라는 한탄 했다. 군체를 발견할 때마다 박멸하면 되었고, 그저 기뻐하면 그만이었다. 정당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 늘어나고 있었기에 친구와 적을 구분하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수호자의 공물이 에리스 몬에게 흡수되자 그녀의 얼굴이 격렬한 환희로 빛났다. 그녀의 군체 형태에 힘이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자발라는 아직까지는 에리스가 절제하며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얼마나 더 제정신으로 머무를 수 있을지. 아이코라는 모두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엘시 브레이의 경고는 너무나 선명했기에 완전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자발라는 에리스의 먹이에서 눈을 거두고, 창밖으로 여행자를 바라봤다. 여행자의 지면에 뚫린 외상은 그들이 처한 위험을 상기시켰다. 그들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도.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까지 얼마나 더 많은 타협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8. 파르마코스 의체

제물로 바쳐진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짝이 없는 작은 고스트 무리가 빛나는 우리 안에서 함께 떨며 웅성거렸다. 고스트들이 함께 옹송그리자 이들의 키틴질 의체가 서로 덜그럭덜그럭 부딪혔다. 여왕이 우리를 열자, 고스트들이 몸을 움츠렸다.

"이리 오너라." 사바툰이 소름 끼치는 사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빛은 우리 모두에게 속하지. 너희들은 궁금하지 않은가?"

고스트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사바툰과 그녀 뒤에 있는 고스트 의체 더미만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을 바꾸어 설득했다.

"다른 녀석들은 여행자가 안전하길 바라던데. 너희들은 그걸 바라지 않나 보지?"

바랐다. 그게 그들이 원했던 전부였다. 고스트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다른 고스트들도 대열을 좁히며 함께 따랐다. 이들이 점차 앞으로 향했다.

바늘 손가락이 손을 뻗자, 고스트가 기꺼이 손안으로 날아들었다.

9. 저주 의체

당신에게 저주를 건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기사는 쓰러진 마법사의 두개골에서 대검을 뽑아냈다. 상대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잔존 전기 에너지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기사는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려, 위에 드리운 마녀 여왕의 동상에 경의를 표했다.

"존재는 가치 있는 것이다." 기사가 읊조렸다.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면 죽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바로 진실된 형체다. 아이앗."

예상대로 기사의 경례에는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작은 석실이 침묵에 빠졌다. 그곳은 그가 기억하는 한 오랫동안 그런 상태였다.

마법사 위 공중에서 연약한 빛의 전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사는 손을 뻗어 그것을 짓이기고 싶은 충동을 가라앉혔다. 자제력이 여왕의 유일한 명령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식을 되찾게 되자마자, 마법사는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다. 번뜩 뜬 그녀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상대는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그의 검은 여전히 영혼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마법사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자신이 모은 빛으로 날카로운 전기화살을 만들었다. 마법사가 이 화살을 기사에게 날리자 기사는 방벽으로 폭발을 막았다.

방어에 급급하던 기사의 시야에서 마법사가 사라졌다. 방벽을 없앤 기사는 그제야 발아래 전기 에너지 구체가 꿈틀거리며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체가 폭발하며 기사의 키틴질 방어구 아래 살이 검은 재가 되어버렸다.

마법사가 기사 위를 맴돌았다.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침묵의 조각상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 올렸다. "존재는 가치 있는 것이다." 그녀가 읊조렸다.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면 죽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형체다. 아이앗!"

10. 스파라그모스

"마녀 여왕의 수정은 원소의 빛으로 가동된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 에리스 몬

공중에 매달린 전기 수정이 타닥 소리를 내며 에너지를 뿜어냈다. 사바툰은 수정을 살폈다. 균열도 없고, 보이지 않는 틈에서 불안정한 전하가 쏟아져 나오지도 않았다. 그녀가 발톱으로 수정의 표면을 쓸어내리자 팔을 타고 흐르는 정전기가 느껴졌다.

사바툰은 모인 군단을 돌아보았다.

"너." 그녀가 말하자 빛의 군체 기사가 앞으로 나와 여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군체 동료가 예고 없이 그에게 다가가 키틴질을 찢고 생살을 뜯어냈다. 사바툰이 손을 뻗어 그의 고스트를 짓이기자, 기사의 시체에서 수정 결정체의 빛이 분출되며 에너지가 삼사 격자 모양으로 재배열되었다.

이 수정은 공허 빛으로 맥동했다.

"그리고 너도." 눈동자가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로 빛나던 시종 또한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11. 라미노스

"갑각"에 속도를 더합니다.

"그래서 에리스는," 글린트가 말을 이었다. "지옥문 아래 깊은 곳에서 길을 잃고, 군체에게 쫓기고 있었죠."

임마루는 평소답지 않게 이야기에 푹 빠져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근처에 앉아 있던 까마귀는 에테르 피즈를 홀짝이고 있었다. 임마루는 에리스 몬이 세 번째 눈을 어디서 얻었는지 퉁명스럽게 물었을 뿐이었는데, 얼마 안 가 글린트가 풀어주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버렸다.

글린트가 불길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충직한 고스트 브리아가 빛을 빼앗기자, 에리스는 무방비 상태로 남겨졌죠. 에리스의 마지막 희망은 그녀가 이전에 죽음에서 구해준 아함카라가 고맙다며 선물한 뼈뿐이었어요."

까마귀가 불편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했다. "어, 그게." 그가 글린트에게 속삭였다. "에리스가 그 아함카라를 죽였던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잘 되었던 거죠." 글린트가 당황하지도 않고 냉큼 말을 받았다. "에리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아함카라의 영혼이 속삭이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 주었거든요."

"쉽군." 임마루가 참견했다. "시종을 기습해서 머리를 뜯어내고, 거기 붙어 있던 눈을 자기 얼굴에 이식한 거지?"

까마귀가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글린트가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주었다. "아니에요." 글린트가 임마루의 말을 바로잡았다. "어둠에 복종하는 삶에 지친 크로타의 어떤 기사와 친구가 되라고, 아함카라가 말했거든요."

에테르 피즈에 사레들린 까마귀가 정신없이 기침을 해댔다. "그건 좀 아니—"

"에리스는 기사를 찾아냈고, 둘은 금세 우정을 쌓게 되었죠." 글린트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기사는 에리스에게 고대 군체 주문을 가르쳐주었고, 그 주문으로 에리스의 세 번째 눈이 자라났어요! 그 대가로 에리스는 기사가 크로타 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둘은 함께 군체 군단 전체와 싸웠고, 협동하여 탈출했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임마루가 홍채를 좁히며 다시 물었다. "에리스 몬이 우정의 힘으로 크로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 건가?"

껄끄러운 침묵이 흐른 후, 까마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비슷하긴 하지… 아마."

12. 아크로아마티스

숨겨진 진실이 가장 가치 있는 법입니다.

아이코라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대화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상되는 모든 반대 의견과 이에 맞추어 대답할 단계적 축소 전략을 머릿속으로 죽 훑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음을 다잡은 아이코라는 자신의 고스트 오퓨커스에게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작동시키라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아이코라의 사무실에 카이아틀 여제의 상반신이 떠올랐다. 반투명한 디지털 속에서도 여제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안정된 목소리와 흔들림 없는 눈빛의 아이코라가 목격자의 차원문을 뚫는 방법을 얻는 대가로 사바툰을 부활시키려는 선봉대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말을 마친 아이코라는 여제의 분노를 예상했지만, 대신 마주한 것은 깊은 생각에 잠긴 여제의 침묵뿐이었다.

카이아틀이 마침내 입을 열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녀 여왕의 부활이라면… 배신처럼 느껴졌을 테지."

아이코라가 숨을 죽였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에서 에리스와 함께한 후… 그리고 가울과 대화한 후…" 여제가 고개를 숙이고 엄니를 저었다. 불확신의 제스처였다. "빛과 어둠의 길은 내 이해 밖의 일임을 인정해야겠더군."

카이아틀은 다시 엄니를 들어 올리며 결연하게 말했다. "난 내 신화 수호자를 믿듯 에리스 몬을 믿는다. 그것이 목격자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선봉대를 따르겠다. 우리 군단은 그 길을 막지 않겠어."

"고맙군, 여제." 아이코라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게다가." 여제가 말을 맺었다. "이 계획으로 시부 아라스의 두개골을 부수는 날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면 그보다 더 기쁠 일도 없지."

13. 시종의 지팡이

군체 룬이 새져겨 신비로운 매력과 함께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지팡이입니다.

사령관,

"내게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탑에서 주위에 어슬렁대던 열성적인 수호자에게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초월이나 시공의 힘에 대한 지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리의 영혼을 부식시키는 깊고, 오래된 타락을 뜻하는 것이었지. 이 세력은-더 단순히 말하자면 이 악은-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우리는 최대한 몸을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여, 어두운 파도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에리스 몬과 변절 고스트 임마루가 만들어낸 독특한 "시종의 지팡이"를 조사했을 때는 상당히 주저했었다. 에리스는 군체를 좋아하지 않고 임마루는 사바툰을 부활시킨 사악한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동맹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 그러나 그것보다도 지팡의 존재 자체가 더욱 당황스러웠다.

지팡이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고 강력한 룬이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작은 군체 벌레의 조각까지 들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의식과 검의 논리 철학의 형이상학적 허점 덕분에 이 지팡이를 휘두르는 수호자는 처치한 적들의 힘을 피의 공물을 통해 몬 양에게 전달할 수 있지.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몬 양을 직접 찾아갔다. 몬 양은 자신이 헬름에 설치한 차원문 너머에 있더군. 그녀는 과학 신전이라 부르는, 사바툰 왕좌 세계의 잊혀진 구석에세 사바툰의 첨탑에 대한 비밀을 연구하고 있었다. 은둔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매력젹으로 보였으나 몬 양이 "변형"을 시작했을 때는 나도 호기심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그 지팡이 안에는 힘이 있다, 사령관! 끔찍한 힘이지.

내게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게.

-마스터 라훌

14. 크로타의 최후

14.1. 괴사의 균열

군체의 심연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을 가지고 있나요?

희망 포식자, 오릭스의 아들 크로타를 위해 일어나라!

다른 차원을 들여다보는
세레스 상공의 하늘 은신처를 점령한 자는,
이제 세계파괴자의 힘에 종속되노라!

이 열쇠 구멍 안에서,
우리 군단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교감하노라.
우리 노예들의 저주가
심연의 축복을 받는 것이라
속삭이는 자들.

이제 신의 기사의 명예를 위해,
우리는 이 탐욕스러운 속삭임들을 죽음으로 만드노라.
그의 지옥문은 불경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노라.
심연에서 다시 태어난 하늘의 시체들.

— 성스러운 엔카르

14.2. 크로타의 추방

인내심과 어리석음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

불쌍한 나의 조카. 고집불통에, 야망이 넘치지. 그 애가 아는 유일한 무기인 검으로, 모든 문제를 공격하거든.

자신의 불안감, 누이들의 영특함… 심지어는 제 아버지의 왕좌까지도 난도질하지. 위대한 항해사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형체를 세상에 새기고자 필사적이거든.

그 지나친 자만심이 녀석을 어떻게 했을까? 추방당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그거 아나? 내가 예상하기론 그 애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거다.

그 애가 돌아온다면 그건 제 이모처럼 교활하게 자라서도 아니고 제 누나들처럼 영특한 재주가 많아서도 아니며, 제 아비처럼 생각이 깊어서도 아닐 테지.

마침내 더 큰 검을 찾았기 때문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