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8-18 09:47:07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영웅의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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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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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통
1.1. 불에 그슬린 지점의 표식1.2. 불에 그슬린 지점의 망토1.3. 불에 그슬린 지점의 완장
2. 희귀
2.1. 타이탄
2.1.1. 지점의 투구(재생)2.1.2. 지점의 건틀릿(재생)2.1.3. 지점의 판금(재생)2.1.4. 지점의 각반(재생)2.1.5. 지점의 표식(재생)
2.2. 헌터
2.2.1. 지점의 가면(재생)2.2.2. 지점의 손아귀(재생)2.2.3. 지점의 조끼(재생)2.2.4. 지점의 발걸음(재생)2.2.5. 지점의 망토(재생)
2.3. 워록
2.3.1. 지점의 두건(재생)2.3.2. 지점의 장갑(재생)2.3.3. 지점의 로브(재생)2.3.4. 지점의 장화(재생)2.3.5. 지점의 완장(재생)
3. 전설(2018년)
3.1. 타이탄
3.1.1. 지점의 투구(유광)3.1.2. 지점의 건틀릿(유광)3.1.3. 지점의 판금(유광)3.1.4. 지점의 각반(유광)3.1.5. 지점의 표식(유광)
3.2. 헌터
3.2.1. 지점의 가면(유광)3.2.2. 지점의 손아귀(유광)3.2.3. 지점의 조끼(유광)3.2.4. 지점의 발걸음(유광)3.2.5. 지점의 망토(유광)
3.3. 워록
3.3.1. 지점의 두건(유광)3.3.2. 지점의 장갑(유광)3.3.3. 지점의 로브(유광)3.3.4. 지점의 장화(유광)3.3.5. 지점의 완장(유광)
4. 전설(2020년)
4.1. 타이탄4.2. 헌터4.3. 워록
5. 장엄(2021년)
5.1. 타이탄
5.1.1. 태양정점 투구(장엄)5.1.2. 태양정점 건틀릿(장엄)5.1.3. 태양정점 판금 흉갑(장엄)5.1.4. 태양정점 각반(장엄)5.1.5. 태양정점 표식(장엄)
5.2. 헌터
5.2.1. 일루미너스 가면(장엄)5.2.2. 일루미너스 손아귀(장엄)5.2.3. 일루미너스 조끼(장엄)5.2.4. 일루미너스 발걸음(장엄)5.2.5. 일루미너스 망토(장엄)
5.3. 워록
5.3.1. 천청석 두건(장엄)5.3.2. 천청석 장갑(장엄)5.3.3. 천청석 로브(장엄)5.3.4. 천청석 장화(장엄)5.3.5. 천청석 완장(장엄)
6. 백열(2022년)
6.1. 헬멧6.2. 팔6.3. 가슴6.4. 다리6.5. 직업
7. 무기
7.1. 나침반 장미7.2. 금시초문7.3. 최고의 장면
8. 기타
8.1. 여름 여행8.2. 자외선 면도날8.3. 회색 말벌8.4. 옳은 선택8.5. 동료를 안고8.6. 매운 라면 쿠폰, 만료된 라면 쿠폰8.7. 에이라의 품위8.8. 빛의 세공8.9. 하루살이 불꽃

1. 보통

1.1. 불에 그슬린 지점의 표식

최후의 도시의 굳건한 수호자들을 기리는 표식입니다.
최후의 도시를 둘러싼 벽이 보이나?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게. 벽은 사람들을 지켜주기만 하는 게 아니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시켜 주지.

우리는 타이탄일세. 악의 세력을 막아내는 벽, 어둠에 맞서는 촛불, 여행자의 마지막 선물을 수호하는 자들이지.

이 도시는 우리의 집이고 이곳 사람들은 우리의 피다. 그리고 이곳의 벽은 우리의 방패이자 무기, 사원이네.

이제 자리로 돌아가게, 타이탄. 최후의 도시를 위한 싸움에 패배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네.

– 자발라, 타이탄 선봉대원

1.2. 불에 그슬린 지점의 망토

동전을 던져 봐. 앞면이 나오면 헌터가 이긴 거고, 뒷면이 나오면 상대가 지는 거지.
음, 그러니까 '헌터의 사명'이나 '헌터의 규칙' 같은 거창한 연설을 해야 할 시점이군.

어디 보자. 헌터로서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있지. 지금 나 보여? 어깨를 으쓱했거든? 글로는 전달하기가 힘드네.

아무튼. 으쓱했다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헌터가 되는 길은 정해져 있지 않아. 네가 직접 부딪치면서 알아내는 거야. 할 수 있겠지? 그것도 못 하면 헌터라고 할 수 없지. 알겠어?

그러니까 여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나가 봐. 앗, 잠깐, 미광체 1,000개 되겠습니다. 농담이야! 자, 날 뿌듯하게 해 줘. 아니다. 그냥 네가 뿌듯하면 돼. 알았지?

와. 내가 했지만 너무 멋있는 말이다.

1.3. 불에 그슬린 지점의 완장

"우주는 몸과 마음을 바쳐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자에게 언제나 비밀을 드러내 주지."—아이코라 레이
주위를 둘러보게. 어디에서든 주변을 잘 살펴보는 걸세.
지금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 닥쳤든 눈앞에는 무한한 수수께끼가 숨어 있지. 이 점을 기억하게.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우리는 워록일세. 지혜가 우리의 갑옷이고, 기지와 독창성이 우리의 무기이지. 우리는 상상력과 가능성이 충돌하는 곳에서 더 강력한 힘을 끌어내지.
우주는 아주 복잡한 기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기계처럼 파악하고, 분리하고, 고치고, 개선할 수 있네.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되지.

—아이코라 레이

2. 희귀

2.1. 타이탄

2.1.1. 지점의 투구(재생)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면 화상을 입는다.
"자발라, 해냈어! 보호막이 해제됐다구!"

타이탄 선봉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스트의 말이 옳았다. 기갑단 사령선에 쳐져 있던 보호막의 황색 빛이 깜박이더니 산산이 흩어졌다. 자발라는 웃음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오늘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았다.

"모든 아군은 저 주력함을 집중 사격하라! 탑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자발라는 무기를 어깨에 메고 엄호막 뒤에서 일어났다. 희미한 미소가 입꼬리에 남아 있었다. 기갑단 놈들은 따끔한 맛을 볼 거다.

지옥을 경험할 거야.

가슴에서 용암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충격, 고통, 분노, 공허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숨이 거칠어지고 무기가 땅에 부딪혀 덜컥거린다. 전쟁의 소음이 윙윙거리며 고요해진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도 많았으니까. 그는 맨주먹만으로도 최고의 소총보다 위험한 존재이다. 그는 빛을 이용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멈춰서는 순간 기갑단의 슬러그가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빛은 사라졌다, 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빛은 사라졌어. 그래서 어쨌다고? 넌 그들의 지도자다. 그들에겐 네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일어나라. 일어나!

그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더니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킬 것이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2.1.2. 지점의 건틀릿(재생)

전시에는 분통 터지는 상황이 많다.
아만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발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리기도 전에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사령관님, 운전기사 해 드릴 시간이 없는데요. 도시에 저 같은 사람 수천 명이 갇혀 있습니다."

"도시는 이미 끝났어." 그 말만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린 이제 모두 같은 처지라고, 홀리데이. 빛은 사라졌어. 전열을 재정비해야 해."

"도망쳐야 된다는 거군요." 아까보다 더 화난 목소리다. 듣는 사람까지 화가 나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싸울 수 있도록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지. 이제 구조를 위해 우주선을 띄울 순 없어. 여기 오래 머물수록 위험도 높아진다구."

"그럼 가세요! 뭘 망설이시는 거죠? 우주선 조종하실 줄 알잖아요."

"자네만큼 잘하진 못하지. 자넨 행성계 최고의 조종사잖아, 아만다. 그리고 지구에서 이륙한 후에 우주선을 안정적인 상태로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자네뿐이고."

"젠장, 하지만 저들을 여기 두고 갈 순 없어요."

"난 이미 결정을 내렸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그는 케이드에게 희망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잘 알았다. "이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침묵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몇 초 동안. "알겠습니다." 그녀가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그녀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2.1.3. 지점의 판금(재생)

도시의 기억이 가슴속에 불타오른다.
그는 수치를 확인해 보았다. 엑소더스에서 우주선 73대를 잃었다. 그가 이끌어 주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던 우주선 73대를. 수호자와 민간인들이 타고 있던 우주선을. 자발라가 그들에게 줄 수 있었던 건 숭고한 죽음뿐이었다.

무기가 갖춰져 있던 우주선은 거의 없었다. 운반선과 보급선은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강화된 붉은 군단의 봉쇄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버텨내질 못했다. 흐느적거리며 사자 무리를 지나가는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탑승자들은 몰살당했다.

함대가 달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붉은 군단이 지구를 집중 공격했기 때문일 뿐이었다. 자발라도 그런 기갑단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미련할 정도로 하나에만 집중하는 특성을. 놈들은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하지 못한다. 하지만 도미누스 가울이라는 이놈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자발라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타이탄 선봉대일 때이든 아닐 때이든 자발라에게는 항상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정보였다. 그에게 필요한 건…

"부사령관 슬론 임무 보고합니다."

자발라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2.1.4. 지점의 각반(재생)

방금 눈을 뜬 군마처럼 빠르게 움직이라.
"수호자들이여. 도시는 사라졌다. 행성계에 빛이 남아 있다면, 타이탄에서 집결하자. 용기를 내라."

자발라는 녹음 버튼을 놓고 두 사람을 다시 바라보았다. 슬론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했다. 아만다는 억지로 강한 척하고 있었다. 자발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걸."

아만다는 슬론과 자발라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슬론이 말했다. "사령관님, 새로운 저항군을 격려할 메시지를 주시려는 건가요? 하지만 사령관님의 말씀은…" 슬론은 평소처럼 예의를 갖추고도 싶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버리고 싶기도 했다.

"우리가 이미 진 것처럼 말씀하시잖습니까." 아만다는 삭제 버튼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자발라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아만다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홀리데이의 말이 맞습니다, 사령관님. 연료를 낭비해 가며 토성으로 달아나는 게 아닙니다. 사령관님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집결을 위해 가는 겁니다. 집결지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자발라는 아래의 녹음기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들도 진실을 알아야 해. 내겐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신호기 작동시켜."

2.1.5. 지점의 표식(재생)

전장에서 입은 부상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확인했습니다. 생태도시는 거의 100% 감염됐습니다. 그리고… 두 팀을 모두 잃었습니다."

자발라는 슬론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떠올랐다 가라앉는 메탄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적은 파악됐습니다, 사령관님. 빛은 없지만 이젠 저희가 유리합니다. 명령만 하시면 생태도시를 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모조리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군체 놈들은 전멸시켜야 합니다."

"여기까지 온 내가 멍청했어. 최악의 적이 버티고 있는 곳을 찾아오다니…" 그는 계속 슬론에게 등을 돌리고 토성의 고리에 난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의 굳은 결심과 황금기의 보물이면 저… 악마 같은 놈들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슬론은 자발라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자발라는 이런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사령관님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행성계에서 기갑단이 가지 않을 곳은 거기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반격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죠. 군체를 진압한 후에…"

"놈들을 처치해. 싹 쓸어 버리라구.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오고 우리 쪽 다리에 경비대를 배치해."

"사령관님…"

"그만 가봐."

2.2. 헌터

2.2.1. 지점의 가면(재생)

화상 입기 싫으면 햇볕에 민낯을 드러내지 마.
"지금은 때가 아니야, 케이드." 검이 부딪힌다. 기갑단을 41명째 처치했다.

"아니라니까, 뿔난 내 친구." 칼을 던진다. 36개째. "이 붉은 군단 놈들이 우리 집을 불태우고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핸드 캐논을 던진다. 37개째. "한 놈 처치할 때마다 미광체가 2천 개 나오지."

"아이코라가 '붉은 군단'이라고 했다고, 멍청아. 그게 아니야." 검이 부딪힌다. 42명, 43명.

"5천 개."

"내기를 하게 되면 네게 걸겠어. 우리 집이…"

파괴됐다.

"이… 이건 뭐지? 케이드,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지도 않은 내기에 이기려고 또 속임수를 쓰는 거야?"

"어."

"케이드!"

"안 돼, 이 벽창호 같은 놈아! 난 못 해… 어… 나도 걸려든 거 안 보여? 조심해!" 보조 무기. 38개째.

"빛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내 고스트는 텅 비어 있다구." 검이 부딪힌다. 44명째. "무슨 뜻이냐면 말이야…"

"그들에겐 우리가 필요해. 갈라져야 한다구." 칼을 던진다. 39개째. "내가 길거리를 맡을 테니까 넌…"

"1만 개." 검이 부딪힌다. 45명째. "최고로 위험한 상황이야." 검이 부딪힌다. 46명째. "내기 하고 싶나, 헌터? 그럼 내기를 하자구. 판돈은 우리 목숨이야. 영원히 죽는 거지."

핸드 캐논. 반딧불이다! 40, 41, 42. "네 차례야."

2.2.2. 지점의 손아귀(재생)

뭐든 너무 꼭 붙잡으면 빠져나가 버릴 수도 있다.
"몇 놈이나 됐지? 꽤 오래 전에 수를 세는 걸 관뒀거든."

케이드가 속삭이는 소리는 너무 커서 근처의 모든 붉은 군단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는 지난 2분 동안 칼을 세 번 휘두르는 걸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의 고스트는 응답하지 않는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놈들을 끌어낼 수 있으면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을 텐데 말야. 뭔가 미끼를 써야겠어. 뭔가 작은 걸."그의 고스트는 계속 응답하지 않는다."

그의 고스트는 계속 응답하지 않는다.

"너 같은 건 아니고. 눈이 크게 빛나는 거. 잠깐만. 쉿, 쉿, 쉿…"

그는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골리앗 탱크 옆에 선 군단병 두 명이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지나쳐 걸어간다. 영웅이 될 필요는 없어, 라고 그는 생각한다. 최소한 죽은 영웅이 되어선 안 되니까. 아직은 아니다.

"세 블록만 더 가면 돼. 아직 단말기에 접근할 수 있어?"

응답은 없다.

"그래, 널 의심해선 안 되겠지. 네가 9시간 동안 빛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해서 광선으로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니까. 네가 내 마지막 희망이라구. 자발라가 대규모 우주 함대를 구축하려면 몇 년이 걸릴 거야. 그 동안 아이코라는 땅에 난 여행자 모양 구멍만 쳐다보고 있을 거고.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돼. 도와줄 거지?"

큰 속삭임 소리가 들린다. "언제든지."

2.2.3. 지점의 조끼(재생)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이 가슴속에 불타오른다.
"선봉대 긴급 오버라이드. 인증 샤르트뢰즈 77-6."

[헌터 선봉대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자동 음성 지원 시스템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거대한 우주 코뿔소가 날 보기 전에 처치해야겠는데."

[적 기갑단 말씀이시군요. 정보를 좀 더 제공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날개가 달리고 망토를 입은 4.5m 길이의 뾰족뾰족한 구름 모양이야."

[파일에 저장되어 있는 참조 이미지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특수한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나요?]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거나, 몸이 정말 이상하게 생긴 것 같아. 완전 이상하게 생겼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미안. 미안해. 이 가울 놈을 처치해야겠는데. 아이디어가 필요해. 그 화력팀이 크로타를 어떻게 처치했는지 다시 얘기해 줄래?"

[승천 영역에 침투해서 대영혼 왕국에서 크로타와 대결했습니다.]

"알았어. 여기선 쓸 수 없는 방법이로군. 스콜라스는?"[원하는 항목을 지정해 주세요. 고대의 감옥에서 스콜라스가 처형되었을 때]"아니."

[원하는 항목을 지정해 주세요. 고대의 감옥에서 스콜라스가 처형되었을 때]

"아니."

[벡스의 시간 관문에서 시간을 통과해 늑대의 가문을 데려왔을 때]

"그래 그거! 벡스 그거. 순간이동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2.2.4. 지점의 발걸음(재생)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네 이름이 '안전장치'라고?"

"네! 당신의 이름은 케이드 부대죠!" ("넌 엑소지. 로봇의 몸에 인간의 뇌가 장착된 존재야. 입에선 이상한 빛이 나오고.")

"잠시만, 그게 누구였지?"

"뭐가 누구냐는 거죠? 저는 저예요!"

"상관없어. 내가 이걸 하면 어떻게 될지 넌 모르지. 넌 이곳에 대해 내게 얘기해준 고향의 로봇과 같은 AI니까."

"아니에요!" ("내가 천 배는 더 똑똑해요.")

"네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왜 우주선을 말의 달에 처박았니?"

"정말 무례하군요!"

"저기, 우리 시간 별로 없거든. 이 벡스 순간이동기를 3중 도약 회로에 연결할 거야.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뭐지?"

"저의 벡스 차원문 기술 분석 주기에 따르면, 무시무시하지만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결과 중 하나는 당신의 몸과 의식이 두 가지 개별 반물질 차원으로 분리되는 거랍니다!"

"뻥치지 마. 자, 시작한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케이드 부대님! 엑소더스 블랙의 추락 이후로 7066 네소스에서 다른 사람은 만난 적이 없어요. ("저는 외로운 게 싫어요.") "준우주 가상 공간에 흡수되면…"

"미안하지만 안전장치, 지금은 용감해져야 할 때야."

쯧.

2.2.5. 지점의 망토(재생)

한밤중에도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일단은 그만하면 됐어, 에이스. 여기서 빠져나가진 못할 것 같아. 아빠한테 어울리는 멋진 영웅 같은 방식으론 어렵겠어. 인정. 근데… 이런! 아, 제길. 다시 시작해야겠어. 얼마나 걸렸지, 안전장치?"

"마지막 순간이동 이후 236초 걸렸습니다! 에이스가 아드님이란 얘기는 안 하셨잖아요! 완전 멋지네요!"("그리고 너무 슬퍼요.")

"이론적으론 그래. 고스트가 날 처음 놀릴 때 주머니에 있던 일기에서 이름을 봤어. 그럴싸하더군."

"그럼 아드님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시는 건가요?" ("엄청 슬픈데요.")

"몰라. 근데, 대원들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잖아. 그렇다고 대원들에 대한 감정이 바뀌었어?"

"전혀요!" ("하지만 대원들이 죽은 건 사실이죠.")

"그렇지. 이제 다시 녹음을 시작해 줄래? 사실 잘 모르…"

"케이드 부대, 좋은 소식이 있다! 부대 우주선과 비슷한 우주선이 이 미행성의 중력 반경으로 진입했다!"

"뭐라고?! 좋았어! 이런. 잘 들어, 다음 순간이동이 곧 진행될 거야. 내가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다고는 얘기하지 마, 알았지? 벡스의 함정이나 뭐라고 얘기해. 알았지? 안전장치?"

2.3. 워록

2.3.1. 지점의 두건(재생)

마음속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도시가 불탄다.
그녀는 탑 북부의 잔해에서 빠져나온 후 땅을 밟은 적이 없었다.

아래의 불길을 향해 소용돌이 모양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탄 아이코라 레이는 날개에서 요격기 뒤쪽으로 점멸 이동한 후 요격기의 가속 추진 방사체로 소용돌이 수류탄 3개를 투척했다. 번쩍.

수확기 앞쪽으로. 수확기의 반중력 코어로 산탄총 4발 발사. 번쩍.

다른 스레셔 꼭대기로. 아이코라는 어깨너머로 여행자를 흘낏 보고는 표면에 붙은 음란한 그림에 치를 떨었다. 신성 폭탄을 맞아 우주선의 앞쪽 절반이 파괴되었다. 그녀는 우주선 밖으로 탈출했다. 그녀는 놈들이 도시, 탑, 대변자에게 한 짓에 대한 복수로 놈들을 싹 쓸어버리려 한다. 그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주위가 온통 캄캄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감각해졌다. 시야가 회복되자 그녀는 스레셔로 점멸 이동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빛은… 사라진 건가?

그녀는 쿵쾅대는 가슴을 안고 지상으로 급히 내려갔다. 수류탄이 없다. 생각해라. 신성 폭탄은 없다. 생각해라. 그녀는 발밑 광고판을 쏘아 떨어뜨리자 광고판이 옥상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통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몸이 아직 엉킨 철 무더기에 끼어 있다.

아이코라는 움직이려 애써 보았다. 어깨가 빠진 것 같다. 능력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는 없다. 그녀는 일어나서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다음 표적을 겨냥했다.

2.3.2. 지점의 장갑(재생)

불은 난방용으로도 쓰이지만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비밀 암호 해독됨/
/1인자의 서신 이어짐/
/삭제까지 180초/

내 비밀 서신을 찾아냈군. 이게 우리의 미래였는데.

나의 시대는 끝났고 수호자들은 재처럼 흩어져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 붉은 군단도 기갑단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안주한다면 제아무리 미개한 적일지라도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전을 종료하라. 정복자들을 상대로 은밀한 공격을 시도하지 마라.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정복자들이 우리처럼 안이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놈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놈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말이지.

찰코, 아직 살아 있나? 네 말이 옳았어. 우린 눈앞에 있는 것밖에 보질 못했지. 하지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야.

에리스, 퀘스트에서 살아남았나? 우린 아직 널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다시 봉기하는 그날, 너도 집으로 돌아오리라.

나머지 수호자들은 숨어서 상황을 주시하며 내 연락을 기다리도록. 내가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1인자의 서신 종료/

2.3.3. 지점의 로브(재생)

따스한 빛에도 데일 수 있다.
그녀는 빛 없이도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갈기는 것만으로 약탈자를 처치할 수 있었다.

아이코라는 약탈자를 숲 바닥에 쓰러뜨리고 놈의 에테르가 먼지 속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고스트가 그녀를 처음 되살린 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황무지로 사라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들을 처치해 왔다.

이놈은 그녀가 조각을 발견한 이후 11번째로 처치한 몰락자이고, 이제 그녀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조각 쪽으로 돌아서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녀는 한 시간 전에 상공에서 처치한 드렉 두 놈을 지나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고 그 직후 방심하고 있던 그녀를 공격한 흉물을 넘어 또 한 걸음 나아갔다. 한 걸음 더 다가간 그녀는 손을 뻗어 조각 표면에 대고 눈을 감은 후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아무 반응도 없다.

그녀는 눈을 뜨고 여행자가 떨어뜨린 조각을 바라보았다. 아무 소리도 없다. 의심을 품고 있다. 화를 낸다. 뭔가 애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고요하다.

그녀는 잠시 더 서서 쳐다보다가 재빨리 계산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텅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오.

2.3.4. 지점의 장화(재생)

때로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용기이다.
붉은 군단의 우주선이 원을 그리며 에코 메사 상공에 착륙하자 우주선의 엔진이 꺼졌다. 그러자 캐노피가 접히고 조종사가 밖으로 나왔다.

빛을 가지지 않은 수호자로는 최초로, 아이코라가 이오의 땅을 밟았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때…

땅이 흔들리며 붉은 군단의 수확기 3대가 머리 위에서 날아왔다. 뭐가 잘못됐든, 저놈들보단 낫겠지.

이 성스러운 곳이, 수호자에게는 행성계의 그 어떤 곳보다 신성한 곳이… 이제는 신앙심조차 없는 기갑단이 침략을 일삼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장소가. 아무 생각 없이 더럽히는 장소가. 이 전쟁이 시작된 후 아이코라는 자주 화가 났지만, 이곳에서 붉은 군단을 볼 때처럼 끝없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적은 없었다.

그녀는 식량과 탄약을 확인했다 벡스도 여기에 있었지만 기계에 가까이 가지만 않는다면 벡스는 위협적인 존재는 아님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벡스는 나중에 처리해야겠다. 일단은 처음 착륙할 때 지나쳤던 붉은 군단 기지로 출발해야겠다.

모든 걸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2.3.5. 지점의 완장(재생)

때로는 가장 밝은 빛이 가장 빨리 꺼진다.
아이코라는 내용물을 모두 파낸 텅 빈 로켓 케이스를 깨물었다. 신음 소리는 최대한 죽였기 때문에 누가 듣지 않을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드디어 파편이 어깨에서 빠져나왔다. 파편은 그녀의 손가락에서 흘러 아래의 바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이곳 이오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빛이 없는 새로운 삶에서 사라져 버린 또 한 가지가 있다. 그녀는 붉은 군단을 몇 놈이나 죽였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았다. 상처만 보면 기억할 수 있었으니까.

산탄총도 잃어버리고, 붉은 군단 기지 동쪽 몇 클릭 거리의 보초탑 밖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상태로 누워 있는 처지였다. 산탄총은 소각병을 죽이느라 탄환을 다 써버린 후 사이온을 때려눕히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상공의 우주선은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정찰도 같은 빈도로 계속됐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그녀만 빼고는 아무것도. 그녀가 다치고 지치고 아무런 힘이 없어진 것만 빼면 말이다. 그녀에게 남은 것도 전혀 없다. 용감한 싸움?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이젠 그녀 자신도 그걸 인정할 수 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잠깐만 눈 좀 붙이자.

그녀가 눈을 뜨자 여행자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벼랑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3. 전설(2018년)

3.1. 타이탄

3.1.1. 지점의 투구(유광)

자기 자신을 무기로 써야 할 때도 있다.
"쳇." 붉은 군단 침입자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가만히 누워 신음하며 일어나려 애쓰는 수호자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위쪽 발코니의 횃대에서 그 광경을 본 테우스-7은 침입자가 수호자를 조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혼란의 도가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지는 건물의 아치길에 웅크리고 있었다. 광란한 기갑단이 탁 트인 마당 주변에서 총을 쏴대고 폭탄을 던지며 날뛰고 있었다. 주위에 무사한 사람, 멀쩡한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테우스 근처의 기갑단이 보조 무기를 꺼내 그의 옆에서 계속 끙끙거리는 수호자를 겨냥했다.

핸드 캐논을 꺼내든 테우스는 기갑단이 수호자를 죽이기 전에 대포를 발사하여 놈을 처치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위협하던 또 다른 기갑단 한 놈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그러자 붉은 군단은 즉시 발코니 쪽으로 집중 사격을 했다. 하지만 테우스는 파수병이었으므로 대처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래로 뛰어내려 빛의 동력으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빛은 꺼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공기가 모조리 빠져나갔다. 붉은 군단의 추악한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는 수류탄을 꺼내며 사람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3.1.2. 지점의 건틀릿(유광)

폭탄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된다.
에스타 텔은 죽은 나무 밑에서 케이블 끝의 전선을 폭발기에 서둘러 감으면서 머리 위의 다리를 수색했다. 일단은 괜찮아 보였다. 다리 한쪽 끝에는 헐벗은 도로가, 반대쪽에는 건물이 있지만 아래쪽의 협곡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기갑단은 정확히 3분 후에 도망칠 것이다. 갈 시간이다.

에스타는 위쪽의 건물을 주시하며 무슨 소리가 나지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엔진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차량이 보이자 에스타는 폭발기를 눌렀다. 1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건 기갑단의 차량이 아니었다. 구급차였다. 다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5초 남았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즉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저격총을 둘러멨다. 다리 밑의 전선과 폭발물 결합부를 겨냥했다. 발사. 구급차가 다리를 건너는 순간 전선이 떨어졌다.

멀리서 기갑단이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왔군.

그녀는 폭발물을 향해 총을 쐈다.

탕탕. 탄약이 다 떨어졌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3.1.3. 지점의 판금(유광)

자기가 시작한 일은 최대한 집중해서 적절한 속도로 끝내야 한다.
리리아 그래머는 케이블 지지대 아래의 틈새로 더 깊이 숨어 매톡스-9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리리아가 탑 벽면에 붙여 둔 조임쇠를 붙잡고 올라온 매톡스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8층만 더 올라가면 그를 붙잡았던 짐승 같은 기갑단 놈들과 대변자의 턱밑까지 접근하게 된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멀리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본 리리아는 지상에서 위쪽을 향해 총을 쏴대는 붉은 군단의 부대를 발견했다.

그녀는 매톡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아는 "올라가!"라고 말하고는 소총을 뽑아 들었다. 매톡스는 농담이라도 한마디 하려고 익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 쪽으로 오다가 금속 부딪히는 소리에 멈춰섰다. 매톡스의 머리가 앞으로 푹 숙여졌다가 뒤쪽으로 홱 꺾이더니, 벌겋던 눈이 검게 변했다. 그래머는 매톡스의 몸을 위로 끌어올리다 소총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이 일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총탄이 쉴 새 없이 그녀 주위로 날아들었다. 그래머는 몸 옆쪽에 한 발을 맞고 신음 소리를 냈다. 기갑단은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머는 수류탄을 꺼내 매톡스의 로켓 발사기에 장전했다. 그리고는 오랜 친구의 몸을 움켜쥐고 뛰어내렸다.

두 사람이 기갑단 무리에게 떨어지는 순간 수류탄이 터지며 주위가 온통 검게 변했다.

3.1.4. 지점의 각반(유광)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다이모스-22는 팔을 휘휘 저으며 인간 무리들에게 서두르라고 크게 소리쳤다. 소지품을 한아름 들고 있는 걸 보니 저들은 오랫동안 이 건물 안에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물바다가 되었다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썩고 부서진 나무와 약하디 약한 금속으로 만든 물에 잠기지 않은 하나뿐인 터널은 크기가 작아 서서 걸어가기조차 힘들지만, 이 터널을 빠져나가야 뭍에 도착할 수가 있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타이탄은 "빨리 와!"라고 소리쳤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힘든 거 알아." 타이탄은 소리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빨리 가야 돼."

여자 하나가 커다란 가방을 떨어뜨리자 타이탄은 가방을 옆쪽으로 차버렸다. 그녀는 가방을 잠시 쳐다보다가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건물 전체가 우르릉거렸다. 다이모스는 위를 올려다보고는 터널 위아래를 살폈다. 이런 소리는 좋은 징조가 아닌데.

그의 위쪽에서 지붕이 갈라지고 터널 전체가 찌그러졌다. 지붕을 누르고 있는 다이모스의 팔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잡고 있어야 한다.

다이모스는 계속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계속 그를 지나쳐 달려갔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사람들이 모두 지나간 후에 그는 잡고 있던 지붕을 놓았다.

3.1.5. 지점의 표식(유광)

새들은 길을 잃지 않도록 정보를 교환한다.
"아노카이 타이 보고 드립니다."

타이탄은 나그네 Z를 타고 무너진 건물과 번화가의 잔해 위를 지나가며 응답이 수신되는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움직임이 감지되는지 살펴보았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

"타이, 네가 보인다." 무전기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접촉 지점까지 약 12클릭 남았다."

타이탄은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는 행성계 밖을 비행하던 우주선에 정보를 전달하던 중에 차량이 부서졌다는, 그와 똑같은 수호자 두 명을 태우기로 되어 있었다. 몇 주 전만 해도 그는 참새에 3명이 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밥 먹듯이 다른 사람들을 태운다.

종류는 알 수 없었지만, 큰 군단의 우주선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가 조종간을 뒤로 당겨 난파선 위로 올라가려는데 참새 안에서 털털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불이 났다.

아, 안 돼…

참새가 구멍이 숭숭 뚫린 길에 처박혔다. 플라즈마 화살이 타이 옆을 쌩하니 지나갔다. 매복이다.

나그네 Z에서 뛰어내려 뒤에 숨은 타이는 난파선에서 나타난 붉은 군단 소대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이가 두 놈을 처치하자 참새가 폭발했다.

3.2. 헌터

3.2.1. 지점의 가면(유광)

아는 것이 힘이다. 모든 정보를 확보하라.
닥스 에토노는 최대한 조용히 어두운 붉은 군단 창고 안을 걸어 창고 맨 끝에 있는 제어판까지 갔다. 그는 쌓여 있는 장비와 보관함 뒤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제어판을 켰다.

이런 제어판은 보통 창고 하나에 보관된 물품을 관리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기갑단이 여기의 건물을 점거한 후 수호자들은 붉은 군단이 네트워크 잠금을 광범위하게 해제하여 어떤 제어판이든 접근만 하면 시스템의 거의 모든 위치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아냈다. 닥스는 허리띠의 버클로 위장한 자석 해킹 장치를 당겨서 풀었다. 닥스가 장치를 제어판에 부착하자 정보 복사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그러자 불이 켜졌다. 닥스는 욕을 퍼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쪽 출입문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아직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기를 꺼내고 자석 해킹 장치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금속면의 스위치를 눌렀다. 최소한 선봉대에게 데이터의 일부는 전송되었을 것이다.

기갑단 3명이 모퉁이를 돌아오더니 사격을 시작했다. 닥스는 적을 조준하고 방어 사격을 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해킹한 정보가 은하계를 통과해 전송되기 시작했다.

3.2.2. 지점의 손아귀(유광)

단지 살아남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바꿔야 한다.
"방법만 적절하면 뭐든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할 수 있지."

젬마 닉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붉은 군단이 도시 전역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건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부상을 당해 얼이 빠진 낙오자들을 이끌고 쓰레기가 쌓인 계곡과 분화구투성이인 땅을 지나는 그녀에게 이런 말들은 온전한 현실로 다가올 때까지 계속 확대되고 왜곡되었다.

"재생 능력은 잃어버렸지만 계속 싸울 수는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새로운 감정이 솟아오르진 않는다. 그녀를 지탱해 주던 현실의 압박이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 현실은 지금 느껴지는 모든 감각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따끔거리며 떠올랐다.

"이쪽이에요!" 젬마는 해치를 찾아서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생존자들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들어간 후 그녀가 해치를 닫자, 몇 초 후 사람들이 기어들어간 비밀 이송기의 엔진이 켜지고 잔해 더미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젬마는 그들이 이동하는 걸 지켜보았다.

손을 흔들던 그녀는 400m 정도 떨어진 불탄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3.2.3. 지점의 조끼(유광)

격렬하게 몰아치는 바다에 휩쓸려 영웅들은 추억 속의 존재가 되었다.
그는 통신 위성에서 고작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와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직접 대화를 한 건 아니고, 약 30개의 일기 예보 드론에서 전송되는 카메라 화면과 판독 정보를 확인 중이었다. 그는 공중에 둥둥 떠서 패널을 열고 드릴을 들고 있었다.

그는 수호자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웃긴다. 시련의 장을 10경기 연속으로 이긴 사람이었다. 수호자가 왜 위성을 수리하고 있지?

그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통신 기능은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정규 정비대가 폭풍 속에 궤도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자기가 수리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우와, 수호자들이 그런 것도 직접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쨌든 벽 너머의 센서가 꺼지기 시작한 순간 그는 방해 공작을 의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고. 내가 놀라는 걸 원치 않았던 거다.

그는 침입 중에 우리가 잃어버린 최초의 수호자 중 한 명이었다. 화면에 주황색과 흰색이 가득 찼다. 그리고 수호자들은 사라졌다.

3.2.4. 지점의 발걸음(유광)

불길이 발치까지 덮쳤지만 재빨리 도망쳐서 살아남았다.
정말 무서울 때도 계속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EDZ에서 우리는 무장 방어군 조직을 시작했지. 그때 EDZ는 아직 기갑단의 영토였어. 바퀴가 달린 거대한 기갑단 기차가 탄약 보관소에서 출발해 농장으로 간다더군. 우리가 그걸 폭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지.

계곡 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운반차가 오더군 그녀가 유탄 발사기로 운반차에 폭탄을 발사했어. 그런데 폭탄이 운반차 발판에 떨어지더니 붙어 버리더군. 터지질 않더라구. 난 그녀를 쳐다봤지. 그녀는 이를 악물더군.

내가 놀라서 멍청히 서 있자니 그녀는 벌떡 일어나 참새에 올라타고는 1.6km 정도 날아갔어. 나는 쌍안경으로 그녀를 관찰했어. 그녀는 보조 무기를 꺼내더니 철제 대들보 뒤에서 조준을 하더군 그리고는 운반차 발판에 붙은 폭탄에 사격을 했어. 한 발 더. 세 발. 다섯 발. 그녀의 사격은 좀처럼 빗나가는 일이 없는데 이상했지.

그러다 이유를 알았지. 그녀의 온몸이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더군.

하지만 결국 그녀는 폭탄을 터뜨렸어. 그런 폭발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어. 주황색 폭발 구름이 내가 있는 곳까지 오는 것 같더라니까. 내 고글의 고무가 녹을 정도였어.

제때 잘 움직여서 다행이었어. 그런 폭발이 일어나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거든.

3.2.5. 지점의 망토(유광)

뼛속까지 사무친 공포를 되살려 저항을 해야 한다.
놈들이 여행자를 뺏어 가기 전까지 우린 우리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하지만 고스트가 사라지자 우리는 한동안 매우 약해졌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우린 가울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보스가 떠난 후 몰락자 무리가 오래된 네소스 추락 부지 근처에 작전 기지를 세우려 했다. 트레이크와 나는 붉은 군단에 대항하기 위한 저항군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네소스에 도착하여 몰락자를 공격했다. 놈들이 부대를 만들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공격에서 몰락자의 이송선 하나가 폭발했고, 나는 소총을 잃어버렸다. 들고 있던 소총이 손에서 미끄러져 우리가 숨어 있던 계곡 아래로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멍청하게 총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다니…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트레이크가 멍하니 서 있던 나를 다그쳤고, 그래서 우리는 소총을 찾기 위해 계곡을 건너갔다. 트레이크가 엄호를 하는 가운데 나는 계곡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소총을 가져왔다.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때 계속 총질을 하던 트레이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내 바로 뒤에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니, 그는, 음, 목을 맞아서, 어, 그게 끝이었다.

그 공포란 설명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황은 속속들이 기억난다.

3.3. 워록

3.3.1. 지점의 두건(유광)

인생은 눈 깜박할 사이에 희극에서 비극으로 바뀔 수도 있다.
칸무는 도약선의 조종석에 앉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입을 움직였다. 그녀는 행성을 이동하는 해독가들을 실어 나르며 이번 임무에 배정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해독가들은 늘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했다.

칸무는 얘기를 재미있게 듣는 척하며 그들이 껄껄 웃는 소리를 따라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저 웃음소리는 좀 이상하다. 뒤쪽을 보니 해독가 한 사람이 숨이 막혀 컥컥거리고 있었다. 늘 갖고 다니는 딱딱한 사탕이 목에 걸린 것 같다. 조종석에서 나와 급히 해독가들 쪽으로 돌아간 칸무는 몸을 구부리고 숨을 헐떡이는 해독가를 찾았다.

칸무는 해독가 뒤에 섰다. 1분이 마치 1시간 같았다. 앞에 있는 해독가에게 팔을 감은 칸무는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잡은 후 배를 쓸어 올려 보았다.

갈비뼈가 부러지면 안 되는데. 손을 더 높이 들고. 더 빨리 쓸어 올려야지. 더 세게. 너무 세게는 말고! 갈비뼈가 부러지면 안 된다고! 안 돼~!

그 순간 사탕이 빠져나왔다. 딱딱한 사탕이다. 그럼 그렇지. 칸무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칸무는 안정을 찾아가는 해독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등을 두들겨 준 후 우주선 앞쪽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수평선 너머로 주황색 에너지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그들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훅 들이마시고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바로 출발해야 한다. 아까는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3.3.2. 지점의 장갑(유광)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계속 걸어간다.
고통. 단지… 고통뿐이었다. 고통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쿵쾅대고, 온몸에서 꿈틀대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이제 칼루멧 지프는 고통을 맛보기 전의 시간을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지프는 아이자-3 쪽으로 더 깊이 몸을 기댔고 아이자는 갑작스러운 중심 이동에 벨트를 메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자는 금세 균형을 되찾았고, 그들은 계속 나아갔다.

"위에 도움 필요해?"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맞아 절뚝거리며 뒤따라오는 이볼라의 발소리가 들렸다. 지프는 이볼라가 도와 달라고 해도 도와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아이자도 분명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냐, 그냥 균형 좀 잡느라고." 그들은 도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잔해에서 쉬어 가며 기진맥진해 아무 말없이 추출 지점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기갑단 매복 공격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들은 몇 시간째 이 길을 이동했지만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멀리서 익숙한 차량 소리가 들렸다. 여러 대가 있는 것 같다.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나타난 기갑단의 호송대를 본 지프는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작은 희망까지 잃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없었다.

그들과 함께 머무른다면 앞으로도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이자에게서 떨어져 미끄러지듯 지면을 밟았다. 엑소가 내려와 그의 팔을 잡았다. "지프, 시도는 해 봐야지. 여기서 멈출 순 없어. 지금은 아니야."

지프는 팔을 비틀어 엑소의 손을 뿌리쳤다. "넌 못 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이볼라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프가 가로막았다. "내가 시간을 끌 수 있어."

아이자와 이볼라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호송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프의 말이 맞음을 알았다.

짧은 작별 인사와 포옹을 나눈 후 그들은 잔해 뒤에 숨어 거의 두 배의 속도로 그곳을 떠났다.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지프는 도로 쪽으로 가까이 기어가며 기갑단을 자신 쪽으로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멀리 이동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먼지 속에서 지프는 소총을 메고 사격을 시작했다.

3.3.3. 지점의 로브(유광)

싸움에서는 적절한 균형만 유지한다면 항상 유리하다.
네트 파브는 심호흡을 하며 시간 속의 시간을 찾으려 했다. 그녀는 출구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그녀 앞의 길은 그녀가 일으킨 폭발의 잔해로 막혀 버렸다. 그녀는 몇 분간 쉴 새 없이 총질을 하던 기갑단 3명을 처치했지만 아직 뒤에 한 명이 남아 있다. 뒤에 있는 놈은 그냥 놔둬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뒤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야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뒤로 돌아 총을 쏘았다.

하지만 탄환은 발사되지 않았다. 무기가 고장 났거나 총구가 막혔나?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는 무기를 버리고 기둥 뒤에 쪼그려 총을 쏘는 기갑단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달깍 소리가 났다.

기갑단의 소총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다. 기둥 주위를 유심히 살피던 네트는 칼을 든 채 다가오는 기갑단을 발견했다.

네트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나오며 목을 치려 했다 기갑단도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두 칼날이 맞부딪혔다.

3.3.4. 지점의 장화(유광)

시간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처럼 빨리 지나간다.
헤드셋에서 들리는 케이드-6의 목소리를 들으며 걷던 세라노는 킥킥 웃었다. 엑소가 기갑단의 주의를 돌리는 데… 닭을 이용했다고? 그것도 여러 번? 붉은 군단에는 이상한 약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그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세라노는 다리의 통증도 잊어버렸다. 그의 우주선은 도시 외부로 멀리 날아갔지만 마침내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낮잠이나 한숨 잘까 생각하던 중에 앞쪽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들렸다.

속도를 높여 도로의 커브길을 돈 세라노의 눈앞에 진운이 가득 펼쳐졌다. 그리고 진운이 걷히자 뒤집힌 참새와 그 아래에 깔린 수호자가 나타났다. 세라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들에게 달려갔지만 가까이 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세라노는 수호자의 어깨를 잡고 잠시 묵념을 했다.

그리고는 참새에게로 눈을 돌렸다.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이 수호자에게는 더 이상 참새가 필요치 않다. 세라노는 참새 위로 기어올라갔다.

커브길을 돌아서 날아가자 진지에서 사격을 하며 접근하는 기갑단이 보였다. 겁에 질려 웅크린 민간인들이 쏜 총 몇 발이 침입자들에게 명중하기는 했지만, 기갑단은 금세 그들을 에워쌌다.

야수들 사이에서 소각병이 보였다. 저놈을 없애면 되겠군.

참새의 방향을 돌린 세라노는 기갑단의 커다란 손에 들린 화염 방사기를 향해 똑바로 돌진했다.

놀란 소각병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3.3.5. 지점의 완장(유광)

목적이 분명해지는 순간은 딱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건 정당하지 않았다.

마렝스-3은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녀는 뒤집어진 첨탑 안에서 기갑단의 경비대를 찾고 있었다. 이유는 한 가지뿐이었다. 빛을 되찾았다는 수호자가 이곳으로 와서 여기에 보관된 걸 찾아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빛의 축복을 받지 못한 다른 수호자 몇 명과 함께 그것을 찾는 과정을 돕기 위해 여기에 온 것뿐이었다.

지금 수호자를 도와 준다면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그녀는 계단통에 숨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헤드셋에 "계단통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마렝스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다음 문으로 들어갔다. 왼쪽, 그리고 오른쪽. 양방향으로 뻗은 복도가 있다.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등 뒤의 문을 닫고 왼쪽 복도로 내려가 가장 가까운 문 쪽으로 갔다.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총을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래층 홀에서 문이 열리고 다른 수호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무기는 없다. 부상을 입었다.

그때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은 바로 저 수호자 때문이다. 그녀는 손을 들었다. 거기 있어.

그녀는 계단통으로 급히 돌아가 손잡이를 쏴서 부순 다음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에는 정당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4. 전설(2020년)

모두 직업 방어구에 나오는 지식이다.

4.1. 타이탄

대칭의 교리가 나오기 이전까지 어둠에 대한 논쟁은 주로 도덕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암흑기 학자들은 기존의 도덕률에 초인과적 힘을 직접적으로 대입했다. 즉, 그들은 [빛 = 선]이며 [어둠 = 악]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는 본능적인 결론이었다. 어둠이 알려진 세계를 무너뜨리고 여행자가 인류를 파괴에서 구한 것을 보았을 때 이는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러나, 붕괴의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 도시 시대 학자들은 역사적인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그들은 도덕률이 아닌 전체적인 관점에서 어둠을 연구했다. 이런 초기 대칭론자들은 대부분 "어둠을 밝히다"에서 모니간이 쓴 것처럼 제 주장을 변호했다.

"비록 어둠이 필요악이라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둠이 항상 선의 세력에 굴복한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어둠의 존재를 용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빛이 비치는 곳마다 어둠이 한 발짝 먼저 물러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성의 배경 속에서 울란 탄이 대칭의 교리를 처음 제시한 것이었다. 울란 탄의 가설은 어둠과 빛의 본성이 도덕적이라는 암흑기의 전제를 묵살했다. 대신, 울란 탄은 빛과 어둠에 대한 도덕적인 우리의 견해가 절대적인 힘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추정했다.

빛과 어둠의 개념과 선악의 개념이 완벽하게 대응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빛 = 악], [어둠 = 선]인 경계 공간 또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참이라면 이는 곧 도덕적 상대주의의 궁극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대칭의 교리가 시사하는 바로 이 (아직까지는 묵시적인) 부분을 선봉대는 크나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4.2. 헌터

울란 탄의 대칭 이론은 일파만파의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아마도 울란 탄 본인이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빛과 어둠이 도덕과 상관없는 독립된 힘이라는 주장은 이내 많은 이들에게 매우 불편한 의문을 낳았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빛과 어둠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면, 어둠을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울란 탄은 "빛이 소위 '승리'하기를 나도 바란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수백 년 동안 무력을 앞세워온 수호자들에게 이는 매우 불편한 주제가 되었다. 이들의 무력 체제에는 승리, 혹은 최소한 자기방어가 가능하다는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수호자가 빛을 사용할 때마다 우주 어딘가에 어둠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무력행사는 헛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수호자들은 헛되이 고생하고 애쓰면서 영원히 승부가 나지 않는 교전 상태를 연장하고 있다는 결론이 되니까.

즉, 울란 탄의 가장 큰 죄는 군림하는 전투 계급에게 저들의 투쟁은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 것이었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4.3. 워록

울란 탄이 수호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요주의 인물이 된 계기는 "어둠 속의 빛 찾기"라는 선전물의 간행이었다. 비록 그 저자는 무명이었지만, 그 내용물의 주요 골자는 울란 탄의 주장이라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졌고, 그 여파 또한 울란 탄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선전물의 내용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빛은 어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둘은 서로에게 묶여 있다. 영원한 대칭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낳는다. 둘은 하나인 셈이다!"
[…]
"빛 자매에게서 지식을 획득한다면, 어둠 형제에게서도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여행자는 생명의 절반을 나누어줄 뿐이니, 그 나머지는 어둠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알려면 어둠을 알아야 한다.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는 파멸할 것이다!"

어둠을 포용하다 못해 그 지식을 학습한다는 내용은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선봉대로서는 이를 좌시할 수 없었다. 따라서, 비록 선전물의 진정한 저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런 발상을 내놓은 죄로 울란 탄에게 처단이 내려졌다.

비록 체제의 권위자들이 울란 탄의 평판을 실추 시켜 결국에는 그가 반생을 은둔하게 만들었지만, 대칭의 철학이 지금도 널리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나타낸다.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더러는 "이단적"이라 일컬을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제이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5. 장엄(2021년)

5.1. 타이탄

5.1.1. 태양정점 투구(장엄)

오늘 난 테키언의 기록에서만 언뜻 보았던 인간의 짝짓기 의식을 목격했다. 그 의식에 참여한 두 인간은 섭취 기관을 서로 맞부딪혔다. 그 행위는 대개 짧게 끝났지만, 더 발전된 형태에서는 저작 기관을 동원하여 소화액을 서로 교환하는 행위까지 포함되었다.

나는 두 명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한동안 서로의 섭취 기관을 맞대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상당히 들뜬 것 같은 행위를 몇 분 동안 계속했지만, 내가 뭔가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접촉을 중단했다.

5.1.2. 태양정점 건틀릿(장엄)

오늘, 또 한 번의 오해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 젊은 기술자 클리픽스가 우리 섕크를 수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유로파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기계였는데, 그 고급 진단 기능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클리픽스는 일단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친 후 교체용 부품을 찾아 떠났다.

그는 우리 목적에 맞는 고철 더미를 찾아내 필요한 부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클리픽스가 작업하는 동안 근처 거주지에서 인간 하나가 나타나 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클리픽스는 인간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분노한 어조는 파악할 수 있어서, 필요한 부품을 챙겨 달아났다.

알고 보니, 클리픽스는 그 남자가 복원하려 했던 빈티지 참새의 부품을 빼낸 것이었다. 물론 클리픽스는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범선에서 고철이란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상상 속 목표를 위해 고철을 비축한다는 것은 엘릭스니의 관점으로는 분명 기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물론, 거미는 논외로 하겠다).

다행히 클리픽스는 내게 이 얘기를 했고, 나는 아이코라와 상의하여 그 남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주었다. 덕분에 위기는 피할 수 있었고, 클리픽스도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인간에게는 사물 그 자체보다 해당 사물에 대한 통제력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5.1.3. 태양정점 판금 흉갑(장엄)

오늘 난 미스라악스켈의 견습생이 융합한 피드를 통해 시련의 장 경기를 관람했다. 정말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해당 피드를 기록한 영상은 이 보고서의 첨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이고 열렬히 데이터 교환에 응해 준 해독가들의 기록에서도 시련의 장이 언급된 사례는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시련의 장은 전투에 의한 시험으로, 기갑단 증명의 의식과 유사한 행위이다.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는 중립 지역에서 양측이 폭력 행위에 열중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쳐 이 시험은 전투 경험과 상업 행위, 여가를 위해 수행되는 피의 스포츠로 진화했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연구를 했더라도 실제 사례의 천박함을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들은 서로를 불태우며 뚫리지 않는 방어구 속의 육신을 융해시켰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 검을 꽂아 넣으며 변형의 창조에 기뻐했다. 그들은 공허와 어둠을 방출하여 서로의 육신을 반생명으로 삼켰다.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낭비되는 소중한 탄약은 대부분의 엘릭스니 가문에서는 팔다리를 절단하는 형벌에 처해질 만한 수량이었다.

제멋대로인 승리 조건이 충족된 후에는 거대한 기계의 전령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망자를 부활시킨 후 부루퉁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축복이 운동 경기에서의 패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말도 안 되는 태도였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이 경험으로 인해 나는 우릴 받아준 이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기갑단과 비슷했다. 인간에게는 분명히 평화를 추구할 능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폭력을 선호하는 쪽을 선택한 듯하다. 게다가 거대한 기계가 그들을 축복하는 한, 그들이 폭력에서 벗어날 일은 없어 보인다.

5.1.4. 태양정점 각반(장엄)

오늘 또 한 번의 오해가 기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젊은 기술자 클리픽스는 한 인간이 커다란 기계를 앞에 두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조작하든, 기계에서는 매캐한 매연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호기심이 생긴 클리픽스는 인간이 좌절감에 모든 걸 포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거리가 어둠에 잠긴 후, 클리픽스는 직접 기계를 살펴봤다. 인간의 신뢰를 얻고 싶은 마음에, 클리픽스는 그 기계를 훔쳐 빛의 가문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우리의 고철을 사용해서 선의로 밤새 기계를 수리했다.

아침이 되자, 클리픽스는 기계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멀리서 지켜보면서 여자가 기뻐할 모습을 열렬히 기다렸다. 그녀는 기계를 작동시켰고, 그것이 부드럽게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여전히 희미한 연기가 흘러나왔지만, 적어도 기계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클리픽스에게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그 여자는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렇게 연기를 뿜어내는 것이 그 기계 본연의 용도였다. 동물의 육체를 "훈연"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장치라고도 했다.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나 또한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기계는 이제 적절한 연기를 생산하지 못하지만, 매우 소량의 연료를 사용해서 최대 시속 20킬로미터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얻었다. 덕분에 이 근방 아이들은 하루 종일 그 기계에 탑승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한다. 심지어 그 아이들이 조향 장치를 추가하기 위해 물품을 모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클리픽스와 나는 그가 훌륭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합의했다.

5.1.5. 태양정점 표식(장엄)

오늘 나는 오랫동안 신화 속 이야기라고 여기며 그 문화적 영향력과 관련된 연구가 지나치게 과도하게 진행되었다고만 생각했던 인간의 의식을 목격했다. 바로 희열을 유도하고 의도적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위해 에탄올을 섭취하는 행위였다.

내가 테키언의 데이터 보관소에서 처음 이 행위를 접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지나치게 터무니없어 보였다. 수분이 육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생물이 육체에서 액체를 제거하는 물질을 의도적으로 섭취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대체 그 목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 나는 그 답을 찾아냈다. 바로 "파티"였다.

공동체의 에탄올 분배소 인근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파티라는 건 인간 특유의 여가 행위로 분류될 수 있다. 무리의 응집력을 증진하기 위한 사회적 회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엘릭스니의 여러 축제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버전에는 집단적인 자가 중독 행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엘릭스니 사회에서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파티에 참여하는 데는 평소와는 다른 여러 행위가 수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일상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대화하고, 신체적 접촉을 더 많이 시도하고, 부분적으로 소화된 음식을 사전에 배출하고, 특이한 패턴을 그리며 보행하고,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웃고, 슬픔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이전에 녹음된 음향에 따라 입을 맞춰 소리치는 행위까지 포함되어 있다.

최후의 도시에는 에탄올 섭취 행위가 상상을 초월하게 팽배해 있어서,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이 행위에 대한 연구가 명백히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자가 중독 행위에 대한 인간의 선호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종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나도 에탄올 섭취의 인지된 효과에 대한 호기심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 행위가 보이는 것만큼 끔찍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간의 파티에서 해당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은 아직도 꺼려진다. 그곳에서라면 아무리 엘릭스니라 해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5.2. 헌터

5.2.1. 일루미너스 가면(장엄)

아이도는 여섯 발로 꿈의 도시의 거대한 회랑을 기었다. 무섭고도 흥미로운 희미한 중얼거림을 쫓고 있었다. 일천 개의 목소리가 모두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된 걸까?

그녀는 거대한 아치의 모퉁이 너머를 바라봤다. 그 너머에는 섬세한 인장이 돌바닥에 각인된 둥근 방이 있었다. 각성자 세 명의 형체가 서로 정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각인된 인장을 따라 서 있었다.

방에는 천장이 없었다. 머리 위로는 공허한 공간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은하계가 방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아이도는 자기가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죽은 걸까?

갑자기 아이도는 인장 중앙에 서 있었다. 그녀는 몸을 회전하며 거대한 형체를 살펴보려 했지만, 그들의 얼굴은 머리 위 공허처럼 광대하고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세 형체가 집중시킨 시선의 무게를 느꼈다. 모든 방향으로 한꺼번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공포스럽게도 지면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위로, 진공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세 형체는 멀어지는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발아래로 방이 멀어지고, 중얼거리던 소리는 하나로 합쳐져 공포의 통곡이 되었다.

아이도는 비명을 토해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미스라악스가 그녀의 침상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 "진정하렴, 얘야. 진정해. 너는 아이도다. 이제 진짜 네게로 돌아왔어. 여긴 안전하다."

그는 모자란 자기 에테르 비축물을 아이도가 마시게 하고는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네 여정에 대해 말해다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는 앞서의 경험을 설명했다. 어린 자손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미스라악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테키언. 우릴 받아준 이들의 조언자. 그들은… 각성자의 서기와 같다." 그는 자리에 앉아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겁이 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분명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위대한 것들도 처음엔 모두 괴물로 나타나니까."

"언젠가," 그는 말을 이었다. "네가 괴물로 보여지는 날도 있을지 모른다. 네 축복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때가 오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라." 아이도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손이 어떻게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 역시 가끔은 테키언이 두려울 때가 있다." 미스라악스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공포 너머를 보고 빛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용기다. 너도 용기를 낼 수 있겠느냐?"

아이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미스라악스는 당당히 말했다. "빛은 힘을 준다."

"빛은 힘을 줘요." 아이도는 다시 편안한 잠자리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5.2.2. 일루미너스 손아귀(장엄)

아이도는 융합자 건틀릿의 막대기 같은 갈퀴가 이리저리 날뛰는 것을 보며 몸을 움츠렸다. 아버지가 처음 그 건틀릿을 착용했을 때, 그 갈퀴들은 마치 아버지의 손가락인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팔 끝에 건틀릿이 부착되자, 발톱들이 별개의 생명을 얻기라도 한 듯 제멋대로 움직였다.

미스라악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니, 아이도, 아니야. 융합은 생각하는 게 아니다. 느끼는 거지. 지면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네 다리를 통해 상체로 끌어올리고 팔을 통해 내보내 봐라." 그의 팔이 부드럽게 연기를 위로 올리듯 허공에 원을 그렸다. "건틀릿의 움직임은 이 행성 깊은 곳에서 시작된 움직임의 연속선상에 있다. 행성의 빛이 담긴 곳 말이야."

아이도는 한숨을 쉬었다. 미스라악스는 융합자의 길을 딸에게 물려주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나고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두 사람 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도는 정말 배우고 싶었다. 아버지의 기술을 따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봐도, 건틀릿은 점점 더 격렬하게 그녀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아이도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정신의 눈을 확장하여 지면 아래, 행성 중앙에 있는 빛의 샘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녀는 빛을 따라 창공을 지나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후 다시 건틀릿 안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윙윙 소리와 함께 건틀릿이 깨어났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미스라악스가 칭찬을 했다. "이제 건틀릿에서 뻗어 나가 섕크로 들어가는 빛을 느껴라. 잠들어 있는 코드를 느껴라. 그것은 네가 깨워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아이도는 건틀릿을 뻗었다. 그 갈퀴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가 섕크의 표면 전체에서 빠직거리는 전기의 파문이 일었다. 깜짝 놀란 아이도가 황급히 건틀릿을 치우자 연결은 끊어졌다. 전기 불꽃은 잠시 동안 이어졌지만, 곧 잠잠해졌다. 섕크 안쪽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스라악스가 얘기해 주지 않아도, 아이도는 주 회로가 불타 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스라악스는 잠시 마음을 추스른 후 입을 열었다. "좋은 교훈을 얻었구나. 우리가 금속과 기계의 형체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미스라악스켈. 아버지." 아이도가 그의 말을 잘랐다. "전 이런 건… 원치 않아요…" 그녀는 감정을 다잡고 흔들리려는 목소리를 억눌렀다. 미스라악스는 딸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전 융합자가 아니에요." 마침내 그녀는 말했다. "확실해요. 실망하신 건 알지만 건틀릿이 이야기했어요." 그녀는 끔찍한 기계를 팔에서 빼내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미스라악스는 마지못해 그걸 받아들었다. "네가 나를 따라 융합자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다니 참 아쉽구나. 하지만," 그는 말을 이었다. "네가 누구이고 또 누가 아닌지 아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그는 딸을 향해 네 개의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를 존중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가장 귀한 자질이고, 너처럼 어린아이에게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이도는 그런 교훈을 얻었음에 안도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5.2.3. 일루미너스 조끼(장엄)

수호자는 눈부시게 빛났다. 유로파의 음울한 밤에도 그 방어구에서는 광채가 흘러나왔다. 금속에 빛 그 자체를 주입해 놓은 듯 판금 흉갑의 소용돌이무늬가 형형한 빛을 내뿜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구원의 가문의 상징이 찍힌 죽은 엘릭스니와 죽어가는 자들의 부서진 형체가 전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얼음 위로 흘러나온 피와 에테르가 얼어붙어 짙은 얼룩을 남겼다. 수호자는 사체 사이를 느긋하게 오가며 탄약과 무기를 수색했다.

아이도는 멀리 떨어진 능선 꼭대기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전장을 바라봤다. 이렇게 멀리서도 전장의 잔혹성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옆에 쪼그려 앉은 미스라악스를 바라봤다. 이들이 정말 아버지가 신뢰하는 수호자란 말인가?

그녀의 주저하는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 듯, 미스라악스가 말했다. "수호자도 자비를 베풀 수 있다. 그러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거대한 기계는 어째서 저들을 축복하는 거죠?" 아이도가 물었다. "자비를 베푸는 것이 더 나은 거 아닌가요?"

"어둠이 오고 있다." 미스라악스는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어쩌면 지금 거대한 기계가 필요로 하는 건 저런 무자비함인지도 모르겠다."

5.2.4. 일루미너스 발걸음(장엄)


"그들이 널 거부할지도 모른다." 미스라악스가 경고했다. "테키언은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아."

"알아요." 서기는 답했다. "하지만 그들이 제 지침을 거부한다고 해도, 그들의 데이터 기록에는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것만으로도 평생을 연구할 지식은 얻을 수 있겠죠."

"평생을 연구할 수는 없어." 미스라악스가 경고했다. "조만간 엘릭스니에 다시 합류해야 한다. 그들을 인도해 줘야 해. 아직 도와줄 이들이 남아 있는 동안 그들에게 가야 한다."

"최대한 빨리,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우겠어요." 서기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며 약속했다.

미스라악스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을 연장하고 싶었다.

"예전 생각이 나는구나." 그는 회상했다. "네가 어린 자손이었을 때 말이야. 테키언이 한밤중에 널 찾아왔다. 넌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지."

"저도 기억나요." 서기는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그들이 무서워요. 하지만 우리는 공포 너머를 보고 빛을 찾아야 하잖아요."

그 순간, 미스라악스는 새로운 시선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서기는 그가 처음 보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낙천적인 기쁨과 음울한 결의가 뒤섞인 빛이었다. 그녀가 마침내 빛으로 가는 길을 찾은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토록 용감한 서기를 딸로 둬서 정말 자랑스럽다." 그는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해요." 아이도는 그의 어조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도 이렇게 현명한 켈을 아버지로 둬서 정말 다행이에요."

5.2.5. 일루미너스 망토(장엄)

"그리고 모든 가문이 그들의 결정을 존중했나요?" 아이도는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바릭스는 대답했다. "리이스의 모두가 동의했다." 늙은 서기는 데이터패드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던 기록을 해독했다.

"하지만 다른 가문들은 전부 그들의 결정을 거부하며 싸우지 않았나요?" 아이도는 하나의 가문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그토록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매혹되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심판의 가문에 반대하는 건 엘릭스니의 모든 가문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바릭스가 설명했다. "그것은 엘릭스니의 하나 된 목소리였다."

아이도는 그 점을 곰곰이 생각했다. 중재라는 개념도 그녀에게 낯선 것은 아니었다. 미스라악스도 종종 가문 구성원들 사이의 문제를 폭력 없이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 사회 전체를 조직화한다는 건 확실히 낯선 개념이었다.

"그 가문이 엘릭스니를 지배했군요." 아이도는 결론을 내렸다.

바릭스는 언짢은 듯 아래턱을 달각거렸다. "아니! 심판의 가문은 다른 모든 가문과 동등했다. 켈이자 드렉이었다. 그 가문의 권위는 겸손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아이도는 서기가 정치가라고만 생각했었다. 바릭스처럼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고 믿었다. 서기가 중립 세력이 되어 평화와 지식에 헌신한다는 개념은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옛 서기들이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했던 것이다. 그들은 흔치 않은 출처에서 지식을 구했다." 바릭스는 말을 이었다. "그들의 지식은 압도적이고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판의 가문의 서기가 결정하면 모든 엘릭스니가 그 결정을 존중했다. 고려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도는 바릭스의 말에 열중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평화가 열망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자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그녀 안에서 꽃을 피웠다.

5.3. 워록

5.3.1. 천청석 두건(장엄)


가장 굶주린 노예

아이도는 모여든 자손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기계를 바라봤다. 그 장대한 위용은 정말이지 경이로웠다. 그것이 지나온 길에 수많은 문명들이 잿더미가 되었다. 엘릭스니도, 한때 그러했다.

그녀는 다시 자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군체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거 알고 있니?" 그녀는 물었다. 자손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이야." 그녀는 말을 이었다. "군체에게는 벌레가 있어. 커다랗고, 미끌거리고, 꿈틀꿈틀하는 벌레가 그들 안에 있지."

아이도는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리기를 반복하여 앞줄에 앉은 아이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음산하게 낮췄다. "그 벌레들은 항상 배가 고파. 그래서 군체들에게 더 먹으라고, 계속, 계속 더 먹으라고 강요하지. 벌레들은 군체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만족할 줄을 몰라. 그래서 군체는 뭐든 먹는 거야. 너희처럼 작은 자손들도 먹어 버린다고!"

아이도는 아이들을 입으로 물어뜯는 시늉을 해보였다. 경악한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군체가 은하계를 통째로 삼켜 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거대한 기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군체는 서로를 잡아먹어야 할 거야. 그들은 서로를 먹고 또 먹어서 결국엔 외로운 노예 하나만 남게 될 거야. 그 노예는 어쩔 수 없이 자기를 먹어야 하겠지."

"또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아이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맺었다. "처음처럼 말이지."

자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도는 갑자기 지친 기분이 들었다.

5.3.2. 천청석 장갑(장엄)

여섯 팔의 자손

아이도는 자손들을 주위로 불러모았다. 이미 시간이 늦었고, 자손들이 밤중에 거리를 돌아다니게 하기에는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도는 엘릭스니의 옛 전설을 이야기해 주겠다고 약속하여 아이들을 야영지로 불러들였다.

"예전에 한 자손이 있었어." 자손들이 조용해지자, 아이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팔이 여섯 개로 태어난 자손이었지." 아이도는 위쪽 팔을 사용하여 아래쪽 팔 아래의 자리를 가리켰다. "배가 같은 형제들은 항상 그 팔을 보며 놀려 댔지."

자손들은 알 것 같다는 분위기로 중얼거렸다. 그런 놀림을 경험해 본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손들이 나이가 들자, 그는 에테르와 가문에서의 지위를 두고 형제들과 싸워야 했어. 팔이 두 개 더 있었지만 배가 같은 형제에 비해 똑똑하지도,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가문의 켈은 그를 드렉으로 지정했지."

자손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라악스가 빛의 가문에서는 그런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긴 했지만, 드렉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도는 조금 밝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문의 켈이 그의 가장 아래쪽 팔을 절단하는 때가 오자, 그 자손은 기뻐했어!"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네 팔을 들어 올렸다. "팔 두 개가 더 있었으니까. 그날, 그 자손은 그 가문에서 유일하게 팔이 네 개인 드렉이 되었고, 그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5.3.3. 천청석 로브(장엄)

가장 작은 스크립

아이도가 엘릭스니 자손들을 내려다봤다. 에테르 탱크 제어판의 불빛만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자손들은 두려운 마음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서기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에 스크립이 하나 있었어. 배가 같은 무리에서 가장 작은 스크립이었지. 자기 몫의 암흑 에테르를 얻으려고 열심히 싸웠지만, 언제나 힘이 센 형제들이 그 스크립보다 에테르를 많이 차지했어."

자손들은 애처로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스크립은 언젠가 수호자를 처치하고 형제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했어. 자기는 작지만 강하다고." 아이도는 아래쪽 팔들을 위협적으로 벌렸다.

"어느 날, 한 수호자가 그들의 굴에 나타났어. 귀중한 암흑 에테르를 훔치려는 거였지."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곁에 있는 에테르 탱크를 흘끔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이도는 말을 이었다. "피크룰켈이 스크립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어. 마침내! 가장 작은 스크립은 자기 솜씨를 증명할 기회를 얻게 되었지."

아이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장 작은 스크립이 달려들었어. 사방에서 형제들이 모두 총에 맞아 쓰러졌지만 두렵지 않았어. 그 자손은 수호자를 향해 몸을 날렸고— 콰앙!" 서기는 두 쌍의 손으로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손들은 화들짝 놀라 공포에 떨며 재잘거렸다.

아이도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 "가장 작은 스크립은 수호자의 황금빛으로 빛나는 방어구와 충돌하며 폭발했어. 임무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거지."

"하지만," 아이도는 거짓 슬픔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수호자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했어. 스크립은 너무 작아서 그렇게 폭발해 봤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 정말이지 아무 티도 나지 않았어."

5.3.4. 천청석 장화(장엄)

어머니가 범선인 자손

아이도는 청중을 둘러봤다. 가장 어린 자손들은 배가 같은 형제들의 아래쪽 팔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한 자손이 있었어." 아이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자손의 어머니는 범선이었지!"

자손들 중 몇 명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질러 졸고 있던 꼬마들이 화들짝 깨어났다. 그 아이들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자손의 알이 범선의 환기 통로에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거든. 그러다 자손이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도는 알을 깨고 나가려는 몸짓을 보여주었다. "범선이 전장 한가운데에 착륙했어!"

자손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개중에는 다른 자손을 타고 넘으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각성자와 엘릭스니가 서로 총을 쐈어." 그녀는 네 팔을 흔들어 분위기를 돋우며 말을 이었다. "폭발이 땅을 뒤흔들었지. 위대한 가문들의 깃발이 불탔어. 많은 이들이 죽었지."

자손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빼액 가느다란 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투가 한창일 때 적을 헤치고 나타난 반달이 하나 있었어. 범선의 연락을 받고 거기로 달려간 거지. 그가 범선에 들어섰을 때, 작은 환기 통로를 지배하는 자손을 발견했지."

"반달은 그 자손을 전투에서 먼 곳으로 데려가 자기 자식으로 키웠어. 그는 아이에게 빛의 길을 가르쳐줬고, 때가 되자, 여자아이는 은하계에서 가장 현명한 켈의 서기가 되었지."

나이 많은 자손들은 비밀을 함께 나눈 시선을 서로 교환하고 소리 없이 기뻐했다. 어린아이들과는 달리, 큰아이들은 아이도와 그녀의 이야기의 관련성을 눈치채고 있었다.

"잊지 마." 그녀는 이야기를 맺었다. "네가 어디서 나왔고, 네 부모가 누구든, 빛은 언제나 힘을 준다는 걸."

5.3.5. 천청석 완장(장엄)

악령의 섕크

아이도는 발치에 모은 자손들을 훑어봤다. 넋이 빠진 아이들 얼굴을 살피다 보니, 근처 작업대에 늘어져 있는 고장 난 섕크가 눈에 띄었다. 그러자 이야기 하나가 생각났다.

"예전에 자기 가문에서 가장 똑똑한 기술자가 한 명 있었어." 그녀는 자손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리픽스보다 더 똑똑한 친구였지." 그녀는 덧붙였다.

자손들은 기쁜 듯 재잘거렸다.

"어느 날, 켈이 그녀를 찾아와 명령했어. 그는 섕크를 만들라고 했지." 아이도는 그런 요구가 별다를 것 없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간단한 순찰을 하고 분석 작업을 도울 단순한 섕크였어."

"워낙 똑똑해서 그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지만, 기술자는 기분이 나빴어." 아이도는 화가 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서 그녀는 왜 자기가 그렇게 단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건지 이유를 알려 달라고 했지."

아이도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흉내 냈다. "'나는 곧 전장으로 떠나야 한다.' 켈이 말했어. '그래서 내가 떠나 있는 동안 행성계 최고의 섕크에게 내 거처 경비를 맡기고 싶다!'"

자손들은 서기의 불경한 흉내를 보며 깔깔대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그 기술자는 섕크를 만들기 시작했어. 그녀는 최고의 도구와 가장 좋은 금속, 솜씨 좋은 조수를 받았지. 필요한 건 모두 받을 수 있었어."

아이도의 목소리가 으스스해졌다. "하지만 그 기술자는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어. 그런 사소한 일은 집어치우고 더 멋진 걸 만들고 싶었지."

아이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손들의 반응을 살폈다. 누가 기술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또 누가 그렇지 않은지 살피는 건 늘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작업을 마무리했어. 켈은 전장으로 떠나고, 섕크는 켈의 거처를 순찰하는 임무를 맡았지." 그녀는 말을 이었다. "놀랍게도, 그 생크는 벽에 계속 부딪히고, 잘못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가끔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기도 했어."

자손들은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기술자는 재빨리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냈어." 아이도가 음모를 꾸미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섕크에게 잘못된 영혼을 주었던 거야. 암흑 에테르가 경멸자를 중독시키는 것처럼, 분노와 자만심이 그녀의 마음을 더럽힌 거지."

아이도는 자손 하나가 곁에 있는 다른 자손의 손을 꼭 잡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야기를 거기에서 끝낼 수도 있었지만, 머리 위 지붕 끝자락에서 그들의 모임을 지켜보는 인간 파수병들을 흘긋 보자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어느 날," 그녀는 심각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완전히 돌아 버린 불쌍한 섕크가 켈의 자손들이 침입자라고 오해하고는 그 아이들에게 총을 쏴서 죽여 버렸어."

자손들이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아이도는 인간들 중 한 명의 표정이 연민으로 누그러지는 것이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켈이 돌아와서 일의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 그는 기술자의 팔을 모두 절단하고 섕크를 부숴 버렸어." 아이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문은 최고의 기술자와 가장 강한 자손들, 그리고 가장 값비싼 섕크까지 한꺼번에 잃고 말았지."

"잊지 마." 그녀는 경고했다. "맡은 일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해내야 해."

6. 백열(2022년)

6.1. 헬멧

"이런 건 처음이야." —밴시-44

"일이 싫증 날 때가 있기는 한가?" 에바 레반테가 물었다.

밴시-44가 작업대에서 눈을 떼고 올려다보았다. 에바는 시장에 오가며 그의 가판대를 가로지를 때면 종종 그에게 말을 걸곤 했다. 그는 전에도 둘이 이 대화를 한 적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는 에바라면 자신이 대화를 기억하지 못해 난처해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는 못하겠네요" 밴시는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메모리가 좋지 않아서요. 모든 총이 새롭게 느껴져요."

에바는 손에 든 머그잔의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들이 항상 자네한테 부품을 가져다주고, 자네는 수호자들에게 똑같은 총을 반복해서 조립하는 것 같아서 한 말이야. 수호자들은 자네가 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밴시는 빙그레 웃었다. "어쩌면요." 그는 벤치에 몸을 기대며 상점에 흩어진 다양한 무기 부품을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지점 같은 면이 있네요."

그 말이 에바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았다. "음?" 에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설명을 요구했다.

"수호자들은 자신들이 해체시킨 고물과 총 부품을 저한테 가져오잖아요." 밴시는 설명했다. "저는 그걸 새로운 물건으로 바꿔놓죠. 그게 항상 수호자가 바라는 물건인 건 아니지만 수호자들은 희망을 품고 저에게 부품을 계속 가져오죠."

에바는 미소 지었다. "같은 상호작용에도 결과는 다를 수 있지."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정말 멋지군" 에바는 쾌활하게 말했다. 에바는 밴시를 향해 잔을 들어 올리며 마당으로 걸어 돌아갔다.

"전에도 이 대화를 했던 게 분명해" 밴시가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밴시는 싫증 나는 법이 없었다.

6.2.

2022년 지점 기간에 획득한 불쏘시개와 불씨를 사용하여 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세요.

남라스크는 직조기 근처로 네 개의 손을 가져갔지만 직조기를 만질 엄두는 내지 않았다. 그는 자기처럼 보잘것없는 기술을 가진 자가 직조기의 구조를 훼손시킬까 봐 두려웠다. 그는 직조기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어깨 너머의 디지털 음성이 질문했다. "어떤가요?"

그는 직조기를 보여주려고 자신을 초대한 엑소 에이다-1과 눈을 맞추며 옆으로 움직였다. "인상적인 기계네요. 잘 다루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합성직물은… 꽤 까다롭죠." 에이다가 인정했다. 그녀는 직조기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작은 방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럴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왜…" 남라스크는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 "왜 절 여기에 초대하신 거죠?"

"직조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당신의 종족 덕분이니까요" 에이다가 대답했다. "아이도 말로는 방직공이시라고요."

남라스크는 그 말에 놀랐다. 아이도에게는 남라스크를 피하는 습관이 있었기에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도를 탓하는 건 아니었지만.

"맞아요." 그는 대답한 뒤, 거의 들을 수 없게 덧붙였다. "지금은요."

그는 부끄러워하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에이다는 잠시 잠자코 있더니, 생각에 잠겨 직조기를 바라보았다. "검은 무기고의 대장간이 소실되었을 때,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죠."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 책상의 서랍을 열어 서랍에서 천에 싸인 물건을 꺼냈다.

"받아요." 그녀는 물건을 건네며 말했다. "연습하시라고요."

남라스크는 꾸러미를 열고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합성직물 피륙을 바라보았다.

"한 명의 방직공으로서 다른 방직공에게 드리는 거예요." 에이다가 다정하게 말했다.

6.3.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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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이 주변으로 타닥이는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의 모임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던져 넣은 것을 받고 온기를 돌려주었으며,

더욱 크게 타오르면서 밝은 빛으로 마음을 달래주었다.

모닥불이 주변으로 맹렬히 타올랐다. 친구들은 치솟는 불꽃에 환호했다.

모닥불은 그림자를 태워버리며 밤을 밝혔다.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피난처였다.

모닥불이 주변으로 속삭였다. 이제는 과거가 된 향연으로 묶인 친구들이었다.

지평선 위로 아침이 타오르고, 새벽이 길을 밝혔다.

이제 친구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참새들이 나란히 달렸다. 더 이상 뒤에 그림자는 없었다…

그들은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

6.4.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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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홀리데이의 지점 요약! 최후의 도시 수호자들이 새로운 축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세요!

선봉대 사령관 자발라
"우리 모두 많은 것에 부닥치고 또 극복해냈지. 그게 희생이나 대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건 기억하고 배워야 할 교훈이네. 수호자들이 그걸 기억하고 지점을 기념하길 바라네. 우리가 하는 일은 과거에 한 일 때문에 가능한 거야.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말이지."

선봉대 아이코라 레이
"명상은 빛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부분이지. 우리는 공허에서 일어나 의미를 찾지. 모닥불은 그 과정에 대한 훌륭한 비유라네. 아만다가 전에 없이 지점 일을 잘 도와줬어. 어떻게 이걸 전부 다 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세인트-14
"우리 마음에 있던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는 커다란 장작더미라. 그래, 이제 그럴 수 있어. 축하도 하고 감정도 표현하는 거지. 향연이라… 정말 멋지지 않아? 울 수도 있겠는데."

빛의 가문의 켈 미스락스
"수호자들의 축하는 걷잡을 수 없고 혼란스럽지.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세인트가 '파티'라고 부르는 것을 할 만한 일이야. 빛의 가문이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희생의 불꽃에 많은 가연성 장식을 제공하고 있지."

카이아틀 여제의 발루스 살라딘 경
"카이아틀 기함에서 이 모닥불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군."

기갑단 제국의 카이아틀 여제
"이 모닥불 찬조에 대한 무기 한도가 어느 정도지? 기갑단이 더 큰 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나 브레이
"아만다가 하는 거라면 뭐든 도울 거야. 엄청난 쇼잖아. 난 약간 별난 구석이 있는 고급스러운 걸 좋아하거든."

샤크스 경
"난 점화 중심부가 수류탄이라고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라."

에리스 몬
"…뭐라고?"

6.5. 직업

2022년 지점 기간에 획득한 불쏘시개와 불씨를 사용하여 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세요.

세인트-14은 여러 새로운 빛 사이 수위관의 자리에 서 있었다. 새로운 빛 대부분은 도시 장벽 근처에서 부활되었다. 그는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것과 일이 필요했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다.

그들 사이에 떠도는 전설과 다리 주변으로 팔자를 그리며 걷는 이상한 닭에 대한 속삭임이 오고 갔다.

"여기는 전투 훈련을 받지 못했지만 지점에 참여하고자 하는 빛 제군을 위한 곳이다. 설명해주지." 그는 오래되어 보이는 무기를 집어 들었다. "이게 표준 크보스토브 소총이다. 이미 아는 제군도 있을 거다." 세인트는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제군도 있겠지만 아주 간단해."

그는 빠르게 재장전 방법, 조준경 조절 방법, 잼 현상을 처리하는 방법 등 몇 가지 동작을 신속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일정한 거리의 대상을 두고 사격 사이에 빛을 엮는 방법을 시연했다. 그가 대상을 맞힐 때마다 금속성의 소리가 울렸다. 또 그때마다 꼬꼬댁거리는 반응이 그의 곁에서 메아리쳤다.

"침착함과 의지가 핵심이다. 소총을 흔들리지 않게 지지하면 제어할 수 있다. 방아쇠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면 대상을 빗맞히는 일이 없지. 호흡하고 손가락에 힘을 주고 당겨라."

"꼬꼬."

"그래, 그래. 이제 새로운 빛, 너희 차례다!"

한 무리가 앞으로 나와 대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훈련생 몇몇의 총알이 빗나갔지만, 초록색 옷을 입은 수호자는 모든 대상을 맞히고 환호했다.

"꼬꼬."

새로운 빛은 이제 그들 사이에 서 있는 닭을 바라본 뒤 역시 닭에 집중하고 있는 세인트-14을 쳐다보았다. 세인트는 잠시 주저한 뒤 말했다. "음. 좋군. 다시 해봐."

"완벽하게 했는데요." 새로운 빛이 무기력하게 말했다.

세인트는 앞으로 한 걸음 나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완벽함이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냐. 완벽함은 주관적인 거다, 새로운 빛. 그게 우리가 훈련하는 이유지."

"그래도 전 다 맞혔는데요!"

"꼬… 꼬댁!"

세인트-14은 당당하게 서서 수그러드는 아침 햇살 쪽으로 강력한 깃털을 날카롭게 부풀리고 있는 닭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둘기의 군주인 대령이 다시 하라잖아. 나라면 굳이 언쟁하지 않겠어."

7. 무기

7.1. 나침반 장미

"빛이 네 나침반이 되길." —미스락스

"총은 치우는 게 좋아." 워록은 텅 빈 사무실로 들어서는 동료 헌터를 보며 말했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며 감탄하는 듯한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사령관이 올라오겠지?" 헌터가 여전히 산탄총을 어깨에 얹은 채 말했다. 그때 선반 높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본 그가 물었다. "저거 고양이인가?"

워록은 그를 부드럽게 밀어 방 가운데로 데려다 놓고는, 그의 어깨에 얹어있던 산탄총을 천천히 잡아 내렸다. 그녀의 손길이 총열에 얼음 자국을 남겼다. 그녀는 차분하지만 가늘게 뜬 눈으로 헌터를 바라봤다.

"이 시간에 약속을 잡은 기억은 없는데." 문간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워록과 헌터 모두 돌아서서 자발라 사령관을 바라봤다. 헌터는 산탄총을 등 뒤로 옮겼다. 그리고 그의 고스트가 무기를 소멸시켰다. 그는 사과라도 하듯 자발라를 향해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워록에게 "총? 무슨 총?"이라는 뜻의 손짓을 했다.

"자발라 사령관님." 워록이 잠깐 꾸짖는 시선을 동료에게 던진 후 말했다. "전—"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네." 자발라는 두 사람을 스쳐 지나며 말했다. "10분 뒤에 회의에 연락해야 하네. 8분 내로 얘기해 보게."

"우리 얘기를 들었나 봐!" 헌터가 워록에게 속삭였다. 워록은 눈에 띄지 않게 동료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사령관님. 먼저 유로파에서 구조 활동을 실시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도시의 엘릭스니 거주지와 관련한 장기적인 계획에 관해 여쭙고 싶었습니다."

자발라는 지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아직은 장기적인 계획이랄 게 없네."

"폭발로 날아가 버린 쓰레기장에 그들을 밀어 넣으면서 아무 계획도 세워 두지 않으셨다고요?" 헌터가 끼어들었다. 자발라는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유달리 쾌활했던 웃음이 잦아들자 사령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보이겠지." 자발라는 솔직히 인정했다. "현시점에 회의가 양도할 수 있는 영토는 거기뿐이었네. 이제부터는 그 지역을 엘릭스니와 인류가 생각과 문화, 언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학습의 장으로 바꿀 계획이네."

"그들은 계속 거기에서 사는 겁니까?" 워록이 물었다.

"아니." 자발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그들도 도시 안에서 살게 될 거야.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하지만 그들에게 할애한 봇차 구역을 재건하고, 도시 사람들이 그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걸세. 지금은 혼란과 무지 때문에 폭력 사태가 발발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하네."

워록과 헌터는 시선을 교환한 후 다시 자발라를 바라봤다. "그건… 솔직히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낫군요. 물론 사령관님의 도시 계획에 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전 그저—"

"내 계획이 아니네." 자발라는 그렇게 말하며 문간에서 엿듣고 있는 여자를 향해 손짓했다.

"아이코라 님." 워록은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워록과 헌터 모두 아이코라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아이코라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미스락스의 옛 화력팀이 도시에 온다고는 들었는데, 자네들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군. 아래쪽에서 그와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코라는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인사는 하고 왔나?"

"유로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긴 아직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태이고, 요새 워낙 일이 많아서 제대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워록은 그렇게 대답하며 헌터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던졌다. 아이코라는 그들을 잠시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고 자발라에게 다가갔다.

"가족에 관한 문제는 늘 힘든 법이지." 아이코라가 자발라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으며 수긍했다. "아무리 새로운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자네들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네."

그녀는 몸을 기울이고 선봉대 사령관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자발라는 알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다음 회의를 위해 단말기 창들을 열었다.

"이왕 이렇게 온 김에, 두 사람 혹시 선봉대를 도와줄 생각 있나?" 아이코라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워록과 헌터는 서로 은밀한 시선을 교환하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코라는 그런 대답을 기대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양팔을 벌려 두 사람을 자발라의 사무실 밖으로 데려나갔다.

"좋아. 지금 새롭게 영입한 헌터 하나가 도시 외부에서 원격 정찰을 수행하고 있네. 두 사람이 그를 좀 도와주면 좋겠어." 아이코라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어깨 너머를 흘긋 엿보자, 자발라가 감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구죠?" 워록이 물었다.

"그게… 말하자면 조금 복잡해."

7.2. 금시초문

"이런 건 처음이야." —밴시-44

"일이 싫증 날 때가 있기는 한가?" 에바 레반테가 물었다.

밴시-44가 작업대에서 눈을 떼고 올려다보았다. 에바는 시장에 오가며 그의 가판대를 가로지를 때면 종종 그에게 말을 걸곤 했다. 그는 전에도 둘이 이 대화를 한 적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는 에바라면 자신이 대화를 기억하지 못해 난처해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는 못하겠네요" 밴시는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메모리가 좋지 않아서요. 모든 총이 새롭게 느껴져요."

에바는 손에 든 머그잔의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들이 항상 자네한테 부품을 가져다주고, 자네는 수호자들에게 똑같은 총을 반복해서 조립하는 것 같아서 한 말이야. 수호자들은 자네가 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밴시는 빙그레 웃었다. "어쩌면요." 그는 벤치에 몸을 기대며 상점에 흩어진 다양한 무기 부품을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지점 같은 면이 있네요."

그 말이 에바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았다. "음?" 에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설명을 요구했다.

"수호자들은 자신들이 해체시킨 고물과 총 부품을 저한테 가져오잖아요." 밴시는 설명했다. "저는 그걸 새로운 물건으로 바꿔놓죠. 그게 항상 수호자가 바라는 물건인 건 아니지만 수호자들은 희망을 품고 저에게 부품을 계속 가져오죠."

에바는 미소 지었다. "같은 상호작용에도 결과는 다를 수 있지."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정말 멋지군" 에바는 쾌활하게 말했다. 에바는 밴시를 향해 잔을 들어 올리며 마당으로 걸어 돌아갔다.

"전에도 이 대화를 했던 게 분명해" 밴시가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밴시는 싫증 나는 법이 없었다.

7.3. 최고의 장면

무대는 당신의 것입니다.

샤크스 경이 눈앞의 화면에서 전송되는 녹화 장면을 보며 실시간 시련의 장 경기를 보는 척하는 것을 멈추기까지 꼬박 7분이 걸렸다. 그는 마침내 분개한 한숨을 내쉬며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왔나, 포지."

"잠깐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살라딘 경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 좀 할까."

샤크스가 살라딘의 방향으로 헬멧을 고쳐 썼다.

살라딘은 샤크스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좋아. 사실 시간이 있건 없건, 이야기는 꼭 해야겠네." 살라딘이 스스로를 다잡았다. "황혼의 틈에 대해서 말이야."

샤크스가 팔을 양옆으로 내리며 살라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숨을 들이쉬자, 가슴이 부풀었다.

"자네 결정이 옳았어." 살라딘이 재빨리 말했다.

샤크스의 헬멧 아래에서 약간 억눌린, 힘겨운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항상 알고 있었지." 살라딘의 입술이 불쾌하게 비틀렸다. 그는 도시의 전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외곽 지역 근처, 물에 잠긴 분화구에 관심이 있기라도 한 듯. "난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말이다."

"내가 보지 못했던 희망을 자네는 봤던 거지. 난 자네의 저항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거였다고 생각했어." 살라딘이 유감스럽게 웃었다. "난 포기했지만, 자네와 자네의 화력팀이 시간을 벌어 줬어. 우리 모두가 변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말이지."

샤크스는 꿈쩍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침묵 속에 기다렸다.

결국에는 살라딘이 한숨을 내쉬었다. "긴 세월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나는 자네의 판단을 믿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샤크스의 헬멧이 살짝 기울어졌다. "끝이 오기 전에 말인가?"

"무엇이 오든, 그 전에 알아줬으면 했네."

샤크스가 느리게 끄덕였다.

"이 순간을 위해서 엄청나게 신랄한 말들을 생각해 뒀었지."

살라딘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랬겠지."

8. 기타

8.1. 여름 여행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멀다.

무전기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지만, 침묵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었다. 고스트는 불안해하며 허공에 8자를 그렸다.

"사후 보고라도 할까요? 무전기는 다시 켜질 거예요. 확실해요." 고스트는 목을 가다듬었다.

"알파 6-4 블루 파이 보고. 에스자 산의 외관을 검사하고 수색한 결과, 잔해는 리프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말을 멈췄다.

"우린 아군 각성자들과 교신을 시도했지. 여왕의 분노에 신호를 보내고, 시험의 신호기와도 통신해 봤고, 정보원인 녹색 까마귀에게도 연락해 봤지만 어디서도 응답이 없었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그 후에 도착한 적의 이목을 집중시킨 듯해. 책임은 내가 지겠어. 페트라를 부르려 했던 건 내 생각이었으니까."

"겨울의 가문 생존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어. 우리가 최근에 보았던 여러 몰락자와는 달리 그들은 진짜 엘릭스티 진영 중 하나와 같은 인종이었고 문장도 동일했지. 그들은 굶주리고 절망적인 상태였어. 하지만 누구도 도망치려 하지 않았지."

고스트는 "보고를 위해 탑으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아무런 말없이 오랫동안 비행한 끝에 고스트는 통신을 다시 작동시켰고, 잡음 속에서 정적을 깨며 말했다. "탑 접근 중. 여기는 시티 호크 7-2-3. 응답하라."

8.2. 자외선 면도날

통합형 파동 엔진 2개가 장착되어 있어 맹공격이 가능합니다.
어이, 이봐. 이것 보라구.

메시지 잘 받았어? 자네 말처럼 이중 절단기 성능 죽이던데! 서로 끌어당기면서 참새를 계속 전진시키더라구. 꼭 새총 쏘는 거 같던걸. 진동이 계속 있기는 한데 좀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

며칠 전에 대박 사건이 있었어. 11,000피트 높이의 절벽에서 낙하했는데 이게 말 그대로 구름을 가르면서 주위에 소용돌이 모양의 안개를 만들어 내더라니까! 정말 아름다웠어.

가게 점원들한테 내가 대만족한다고 전해 줘. 그리고 내 동생 좀 잘 부탁한다고. 내 동생이 네게 유용할 만한 다른 아이디어를 알려 줄지도 몰라.

그럼 몸조심해.
라파엘 리즈

8.3. 회색 말벌

비행, 잠수, 공격이 가능한 참새입니다.
"그거 날 수 있는 거야?""왜 그런 걸 묻는데?""무거워 보여서.""

"왜 그런 걸 묻는데?"

"무거워 보여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안 무거워. 삼중 보호막이 있긴 한데, 그건 엔진 파워가 세기 때문이야. 엔진만 충분히 가동하면 바위도 날릴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바위가 아니잖아. 너무 빨리 날아서 적들은 볼 수조차 없을걸. 한번 타 봐. 진짜라니까."

8.4. 옳은 선택

"그리고… 고마워요. 내 수호자가 되어 줘서."
빛은 사라졌다.

그는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발사 기지 창고의 안내선에 매달린 우주선을 보았다. 외계의 수로 가운데에 펼쳐진 꽃밭이 수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내 수호자를… 찾아야 해."

전에도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목소리가 대답해 주었다. 확실하고 자신에 찬 목소리가.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 밖에서는 알 수 없지."

그는 이제 어느 다리 아래에 있었다. 기갑단의 탐조등이 웅덩이 양쪽을 비췄다. 그는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지 않았다.

"안에서는 다 보여. 네가 누군지 늘 알고 있었지. 그는 눈을 깜박였다. 울고 싶었다. "우린 함께 있으면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어."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둥둥 떠다닌다. 가면을 쓴 여인의 얼굴에 검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리가 봤던 모든 것."

둥둥 떠다닌다. 분노한 수집가의 목덜미에 나노 기술로 만든 붉은 수술 목걸이가 걸려 있다.

"우리가 했던 모든 일들."

기갑단은 잔인한 일을 계속하며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안전한 곳마저 짓밟았다.

"난 옳은 선택을 했어."

고스트는 의체를 열어 어둠을 다시 불러냈다. 그는 혼자였다.

이윽고 밤이 오자 비가 내렸다.

8.5. 동료를 안고

그 누구도 혼자 할 수 없어요. 혼자 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요.
그의 머릿속에서 열광적인 해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렌이 불타는 탱크를 비스듬히 몰아 뒷벽을 관통했습니다!"

레이서는 한계 고도로 비행을 했고, 그를 뒤따라오던 우주선이 시위라도 하듯 큰 굉음을 냈다.

"기갑단이 도시를 차지할 뻔했지만 렌이 게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속력으로 페러그린 구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해낼 수 있을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세 블록만 더 가…

하늘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다. 헌터는 멀리서 바이크가 부서지고 디디가 경고라도 하듯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잔해가 비오듯 떨어졌다.

그 후에 그가 기억하는 건 구멍 난 기갑단의 가면과 백인대장의 고함소리뿐이었다. 그는 마커스의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의 시야가 좁아졌다.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 다리는 부러졌다. "레이서는 분발했지만 지금 상황은…"

마커스는 괴물을 어깨로 밀어 넘어뜨린 후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잔인한 근접전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털썩 쓰러지며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그림자가 마커스 위로 넘어졌다.

어떤 말도 없었다. 단지 그의 어깨에 손이 닿았을 뿐이었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헌터는 익숙한 타이탄의 팔이 자신을 안아 올리는 걸 느꼈다.

이노크 바스트는 세상의 종말을 지나 파트너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8.6. 매운 라면 쿠폰, 만료된 라면 쿠폰

매운 라면. 곱빼기. 최고의 맛. 만두 서비스.

탁월한 선택이군요. 세련된 엑소는 역시 주문하시는 음식도 고상하네요. 여러분이 라면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식당은 매운 라면집 뿐인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최고입니다. 신선하고 노릇한 면발과 진한 국물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황금기의 요리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소금과 조미료를 적당히 가미한 맛이 천하일품이죠! 고기만두는 또 어떻고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만두 자랑도 시작하면 끝이 없죠. 일단 만두소의 돼지고기 품질부터 최고거든요.

주위 환경도 끝내주죠. 도시잖아요. 도시는 정말 멋지죠. 번화가니까요. 떠들썩한 게 좋지 않나요?

단점이라면 미광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얘기도 있긴 하죠. 저도 알아요. 미광체가 부족하실 수도 있겠죠. 미광체도 긁어모아야 하신다면 함께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거예요. 따끈따끈한 보물 상자를 찾아야 되는데… 아, 얘기가 다른 쪽으로 빠졌네요. 저기요, 저나 제 닭을 아신다면… 음, 닭은 아니더라도 저를 아시고 믿으신다면, 매운 라면이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제가 보내서 왔다고 말씀하세요. 이 쿠폰을 주시구요. 그러면 제가 잘 대접해 드릴게요.

제가 보냈다고 꼭 말씀하세요. 케이드-6. 키읔으로 시작하는 '케이드'예요. 거기에다 숫자 6. 케-이-드-6(7 아님).

케이드-6.

8.7. 에이라의 품위

"여행자 이전 시대의 춤이라고 했어. 사랑하는 사람과 석양 아래에서만 추던 거라고 했지.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믿고 싶었어." —호손

"파이크 경주는 아주 위험한 시합이지. 특히 무기가 뜨거울수록 말이야. 그리고 나는 무기가 뜨거운 편을 좋아하고. 사상자가 많이 나오지. 판돈도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좋아해." 거미는 제시된 경주의 세부 데이터가 빽빽하게 표시된 것을 살펴보았다. HUD에 계산과정이 빠르게 지나갔다. "상품으로 이런 참새가 내걸렸으니 참가자도 많이 몰릴 거란 말이지. 그나저나, 대체 어디서 이런 물건을 얻은 거야?"

몰락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위 어깨를 으쓱했다. "수호자들은 도박을 좋아한다니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그건 그래." 거미가 데이터 표시를 접은 후 방문객에게 주의를 돌리며 말했다. "물론, 보안, 청소, 매수 등의 경비가 들 거야. 무시할 수 없는 경비가."

몰락자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짜증을 냈다. "말이 너무 많군. 인간처럼 말이야. 얼마를 원하는지나 말해."

거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우선, 모든 내기의 지분을 원해. 5퍼센트씩. 또한, 모든 사고의 잔해와 사체도 내 거야. 내 영토니까 내가 회수한다고. 마지막으로, 경주가 시작하기 전에 누가 우승할지 알아야겠어."

몰락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3퍼센트. 잔해도 가져. 우승자는 나야. 항상 나라고." 그의 수행원들이 낄낄거리며 동의를 표시했다.

거미는 네 개의 손바닥을 보이며 거래의 수락을 표시했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즐거운 사냥 하라고."

8.8. 빛의 세공

"빛은 여리지만 파괴할 수 없다." —아이코라 레이

까마귀는 벽 높은 곳에 앉아 미래 전쟁 교단 파수병 너머 아래쪽에 모여든 엘릭스니 군중을 바라봤다. 그도 지상에서 그들이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걸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미에게 붙잡혀 있었던 시간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기억이었지만, 그가 해안의 삶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엘릭스니에 대해서는 좋은 추억이 남아 있었다. 그 선의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자발라는 그에게 절대 사람들의 눈에 띄지 말라는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 지난주 공격이 있었을 때만 해도 그 명령을 거의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었다. 그래서 단순히 감상적인 이유로 그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글린트는 지금을 즐기고 있어 다행이었다.

세 층 아래, 엘릭스니 아이들이 깔깔대며 글린트를 쫓아 폐허를 누비고 있었다. 까마귀는 주변을 정찰하고 혹시라도 또 다른 폭력적인 대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해 보라며 고스트를 보냈다. 하지만 엘릭스니 아이들이 글린트의 위장을 눈치챈 순간, 고스트는 기꺼이 첩자에서 놀이 상대로 강등되는 쪽을 선택했다.

고스트는 기쁜 듯 삑삑거렸고, 아이들이 여섯 개의 사지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글린트를 붙잡으려 했다. 그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잔해 사이를 누비며 아슬아슬하게 아이들의 손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원래 위치로 돌아가 무리의 작은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게 해주었다.

마음껏 즐기게 두자, 까마귀는 생각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지금은 기쁨을 느낄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만끽할 필요가 있었다.

8.9. 하루살이 불꽃

하늘에서 가장 밝은 것.

"와, 저 동력원 좀 봐. 완전 복고풍이네." 홀로그램 프로젝터의 들쑥날쑥한 연결로 님부스의 얼굴 형상이 일렁이고 있었지만, 생태도시의 벽을 울리는 목소리에서 비치는 흥분은 뚜렷했다. "이게 신 태평양 기술이라고?"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했습니다." 슬론이 대답했다.

"우리도 오래된 음반을 좀 갖고 있거든. 그 노래가 항상 맘에 들었어."

슬론이 미소 지었다. "'다음 개척지는 너' 말인가요?"

"맞아, 그거. 입에 착 붙잖아, 그렇지?" 님부스가 웃음을 띠었다. "있잖아, 당신 뭔가 대단한 걸 걸치고 있는데— 그 외골격 말이지, 내가 배운 초기 구름 질주자 프로토타입이랑 굉장히 비슷하거든. 별이 생기기 전, 나노기술 이전 말이야. 크롬에다 몇몇 신경을 연결했네. 이 바이오인터페이스—"

슬론이 코웃음을 쳤다. "슈트가 와이어 뭉치로 절 찔러댄 부분 말인가요?"

"이 프레임만 해도 무게가 엄청날 텐데. 이걸 입고 전투를 했다고?"

"당연하죠."

님부스의 투영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대단한데." 그는 잠깐 동안 손안의 데이터 패드에 집중했다. "이걸 보면 난리를 칠 기계광을 좀 알아. 퀸이 보면 좋아 죽을걸."

"설계에 결함이 좀 있습니다." 슬론이 말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조작이 불가능하죠. 말 그대로 자신을 찢어가며 나와야 했습니다."

님부스가 웃었다. "하하, 반짝이는 새 모델에도 단점은 있으니까."

슬론은 처음 자발라가 이 만남을 제안했을 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황금기 기술에 대한 정중한 대화 몇 마디를 나누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해독가와 함께 나눌 만한 대화이거나, 어쩌면 문화적 충돌로 인해 원망스러운 비난이 좀 오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인정받게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익숙하고 오래된 아픔과 같은 느낌이었다.

님부스의 미소는 밝았다. "그래도 한바탕 달릴 때는, 알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

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느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