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3-04 15:08:42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잃어버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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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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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애거의 홀3. 로렌츠 구동기4. 승천5. 무기
5.1. 여우자리5.2. 프랙테티스트5.3. 청벌의 노래5.4. 울프톤 인장5.5. 용자리 이오타5.6. 큰개자리
6. 경이 방어구
6.1. 비상 계획 없음6.2. 빛나는 댄스 머신6.3. 무의 족쇠
7. 방어구
7.1. 머리7.2. 팔7.3. 가슴7.4. 다리7.5. 직업
8. 길잡이의 의체9. 센터파이어10. 리프 출신 전쟁새11. 영겁의 되풀이12. 길잡이의 나침반13. 번지 30주년 기념 이벤트
13.1. 선구자13.2. 걀라르호른

1. 개요

잃어버린 자 시즌 장비의 지식을 모은 것이다.

2. 애거의 홀

"사랑하는 동생아, 언젠가 너도 네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거야. 내가 늘 그랬듯이." —마라 소프 여왕

마라 소프는 동생이 급강하하는 새 흉내를 내서 반원을 그리며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을 웃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동생의 이야기가 달콤한 사탕인 것처럼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울드렌은 벌떡 일어섰다. 그의 그림자가 드높은 바리온 나무의 수관을 배경으로 영웅적인 모습을 뽐냈다. 그리고 그는 가느다랗게 뻗은 칼날을 허공을 향해 찔렀다.

"폭풍을 통과해!" 그가 우렁차게 외치자 각성자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래. 황조롱이 두 마리는 칼날처럼 바람을 타고 날았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섬세한 검을 칼집에 넣었다. "둘이 함께하는 한, 어느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지."

마라는 고개를 돌려 공중의 우주공항을 둘러싸고 변방 지역 깊은 곳에 닻을 내린 각성자 소함대를 바라봤다. 조만간 그 함선들은 출항할 것이다. 오늘 밤은 마음껏 즐겨야 하는 시간이었다. 가족들은 혹여 사랑하는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여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야 했다. 아침이 되면, 토성이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머나먼 소행성대에서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져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애거가 또 싸우는 것 같구나." 울드렌은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 올라가 그곳을 바라봤다. 그는 다가오는 폭풍 전선을 바라보듯 이마에 손을 올렸다.

기껏해야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각성자 어린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울드렌은 여자아이의 두 눈에 어린 근심을 보았다.

"걔는 괜찮을까요? 싸우는 게 보이세요?"

"아, 그럼." 울드렌은 답했다. "이리 와 보렴."

아이는 앞으로 나섰다.

"내 생각이 맞다면 네 이름은 에리스지?" 울드렌이 물었다. 소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울드렌은 허리띠에서 망원경을 꺼내 아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내가 가리키는 곳을 봐."

에리스는 대공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망원경을 가져갔고, 하늘 높은 곳에서는 화려한 섬광이 번쩍였다.

"애거가 보여요!" 아이는 당당히 외쳤다. "레가도 보이고요!"

울드렌은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이 함께하는 한, 어느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어. 우리처럼 말이야. 너희도 사촌들과 함께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마라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앞으로 나섰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대공은 아침에 먼 길을 떠나야 하니, 늦기 전에 쉬어야 하거든. 이제 다들 가 보렴."

아이들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마라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며 동생을 바라봤다. "그런 이야기들로…" 그녀는 몸을 기울여 울드렌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의 머리에 헛된 생각을 채우는 건 당장 그만둬."

3. 로렌츠 구동기

"방아쇠를 당길 때 더는 무기 시스템이 폭발하지 않습니다." —프로토타입 7.2.1 수정 기록

"이 소총은 어떻게 하죠?" 스코르소가 화물을 옮기는 브리그 두 기의 소리 위로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감독관인 피이크시라는 세 팔 반달은 그걸 덮은 먼지막이 천을 걷었다. 그는 잠시 비무기 부품들을 조합해서 만든 그 소총을 바라보다가 브리그들이 돌아다니는 곳을 향해 손짓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오래 두면 상하는 법이지." 피이크시가 말했다. "가져가. 이 예비 부품들은 전부 남겨 둬도 돼."

스코르소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즉시 작업을 재개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피이크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녀가 속삭이듯 물었다.

피이크시는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그녀가 옆의 상자 위에 소총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았다. "글쎄. 두 손으로는 인사를 해도 나머지 두 손은 감춰 두라는 말이 있잖아. 이건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고."

스코르소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려는 피이크시에게 도전하듯 네 개의 눈을 가늘게 뜨고 상자를 에둘러 갔다. "거미가 겁먹었죠." 그녀는 다시 속삭였다. "안 그래요?"

피이크시가 재빨리 다가갔다. "조금만 더 큰 소리로 얘기하면, 나도 지켜 줄 수가 없어." 그가 어깨 너머를 돌아보면서 작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요?" 스코르소가 피이크시의 여러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감독관은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났다.

"모르지." 피이크시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어떤 엘릭스니가 그러는 것처럼, '빛은 힘을 주지'."

4. 승천

"때가 되면, 기억에 남을 여정으로 떠나 보라고." —페트라 벤지

페트라 벤지는 작업대 위로 몸을 기울이고 로켓 발사기를 재조립하던 도중에 뭔가 이상한 냄새를 느끼고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윤활유와 고무 냄새 아래에 뭔가 톡 쏘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왠지 초대받지 않은 기억처럼, 익숙하지만 으스스한 냄새였다.

그녀는 냄새를 따라 꿈의 도시의 통로로 들어섰다. 냄새가 조금씩 강해져서 그녀의 발걸음도 조금씩 빨라졌다.

모퉁이를 돌자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던 작업실 문 아래에서 매캐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또 한 번의 재앙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며, 페트라는 문을 벌컥 열었다. 방안 가득 어질러진 골동품 화학 실험 장비들 사이에, 샤리가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새로운 테키언이 고개를 돌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바라봤다. "미안해요." 그녀는 말했다. "너무 시끄러웠나요?"

페트라는 기침을 하고는 얼굴 앞에서 미친 듯이 손을 내저었다. 문을 열어 둔 덕분에 방안의 연기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농담하는 거지?" 페트라가 쏘아붙였다. "이 도시 전체를 연기로 채울 뻔했잖아. 이게 무슨 냄새야?"

"오," 테키언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깜빡했네요. 미안해요."

페트라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샤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새로운 테키언의 홍채는 아른아른 빛나며 잔뜩 팽창해 있었다. 작디작은 성운이 그녀의 안구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페트라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챘다.

"여왕의 풀 물약을 끓이는 건가?" 페트라는 웃었다.

"맞아요." 샤리는 대답했다. "그러다가… 잠깐 딴생각을 했어요."

"내가 제때 와서 다행이지." 페트라가 꾸짖었다. "그걸 너무 많이 마시면 정신을 승천 차원에 놓고 온다고 하잖아."

"지맥을 찾아야 해요." 샤리가 퍼뜩 원래의 목표를 떠올린 듯 말했다. "마라 여왕님을 찾아야죠."

"맞아." 페트라는 갑자기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야지. 여왕의 풀 물약이 필요하긴 해. 계속해."

"그래도 다음엔," 그녀는 콧잔등을 찌푸리며 주의를 덧붙였다. "마당으로 나가서 하는 게 좋겠어."

5. 무기

5.1. 여우자리

여우자리
"탄약은 태양계의 범용 화폐다. 기갑단도 그런 방식이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기갑단의 여제 카이아틀

카이아틀 여제는 홀로그램으로 표현된 꿈의 도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도에는 비상 계획에 따라 군사 보좌관들이 지정한 포격 목표와 착륙 지점, 전진 기지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제 여제가 공격 명령을 내리는 일만 남아 있었다.

데이터패드를 든 타우룬이 조용히 들어왔다. 그녀는 가볍게 발을 굴러 여제의 주의를 끌었다. 카이아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공주일 때," 여제는 말했다. "아버지의 신화 수호자에게 각성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간 저편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 현실을 구부리는 용에 관한 이야기. 소원으로 건설된 도시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언짢은 듯 엄니로 허공을 갈랐다. "그걸 파괴하는 건 아까운 일이겠구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타우룬은 두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데이터패드를 들어 알아낸 내용을 보여주었다. "살라딘 경이 선봉대를 대표해서 찾아왔습니다. 그에게서 저희가 의심하던 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녀 여왕 사바툰이 꿈의 도시에 있다고 합니다."

"포로인가?" 카이아틀이 고개를 들었다. 타우룬은 지배자의 목소리에 희미한 희망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불분명합니다." 타우룬은 얼버무리듯 혀를 찼다. "지상에서 사이온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마녀 여왕이 구속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자는 시부 아라스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꿈의 도시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자발적인 포로라." 카이아틀이 노려보았다. "군체의 속임수 냄새가 나는데."

"그렇습니다, 폐하." 타우룬이 지도자의 기분에 맞춰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마라 소프의 힘은 강력하고, 기만을 눈치채지 못할 자도 아닙니다. 그녀 또한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사바툰 역시 그러하겠지." 카이아틀은 홀로그램 화면을 찰칵 껐다. 어둠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타우룬은 이번 결정이 가져올 결과의 무게가 지배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무게가 걷히고, 여제는 결정을 내렸다.

"살라딘 경을 통해 자발라에게 메시지를 전해라."

5.2. 프랙테티스트

"그게 마지막으로 듣는 소리라고 생각해 봐." —페트라 벤지

아만다 홀리데이는 만족스러운 끙, 소리와 함께 에테르 탱크 아랫부분에 새로운 유체 받침을 용접하는 일을 마쳤다. 꿈틀거리며 탱크 밑에서 빠져나오다가, 그녀는 뒤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덩치 큰 엘릭스니의 다리에 부딪혔다.

"미스락스!" 그녀는 용접 헬멧을 벗으며 투덜거렸다.

"아만다." 미스락스가 대답했다.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지만, 환영한다. 우리 에테르 탱크를 개선해 주는 건가?"

"그래, 여기 유체 받침을 새로 달았어." 아만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장비를 챙겼다. "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마침 지나가는 길에 생각이 나서 말이지."

미스락스는 잠시 봇차 구역 반대쪽을 바라봤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만다는 웃었다. "신경 쓰지 마.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잖아."

미스락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괜한 얘기였네." 그녀는 말했다. "여긴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러니까, 그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인간과 벡스의 공격이 중단된 이후로는 다들 잘 지내고 있다." 미스락스는 똑바로 일어서서 아만다를 일으켜 세워 주며 말했다. "끝없는 밤이 걷히자, 자원도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졌다. 너희 동족과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잘 됐지." 아만다도 동의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실현되고 있어. 며칠 전에는 엘릭스니 한 무리가 시장에서 고스트 의체를 고르고 있는 모습도 봤다니까!"

미스락스는 바위가 구르는 것처럼 우르릉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래, 빈 의체는 아주 아름답지. 네 고스트를 보여주겠나, 아만다?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

"아아, 미안." 아만다는 키들키들 웃었다.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가슴에 가져다 댔다. "아직 맥박이 뛰고 있어서 말이야. 난 고스트가 없어."

미스락스는 멈칫했다. "넌 빛의 운반자가 아닌가?"

"아니야." 그녀는 말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

미스락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빛의 선물 없이 너처럼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니…"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내 백성들이 너에게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아만다는 몸의 중심을 옮기며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난 가르치는 일에는 젬병인데."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스락스는 웃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5.3. 청벌의 노래

"그 소리가 들리거든 헬멧을 벗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해적을 바라봐라. 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거다." —마라 여왕

뛰어난 사기꾼들 사이엔 이런 말이 전해진다. "재미의 절반은 돈을 빼앗기 직전에 공이 숨겨진 컵에 공공연히 드러난 표식을 슬쩍 보여주는 것에 있다."

사바툰은 그 말을 이해했다. 수정 감옥 안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은밀하게 윙크하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모든 일을 떠올려 보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밀어 넓히면서, 그녀는 즐거움을 찾고 벌레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 전에…

오시리스가 비틀거리며 최후의 도시를 걸었다. 로브 아래로 뭔가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몸을 추스르고는 다시 걸었다. 미처 단속하지 못한 검은 체액이 바닥에 점점이 떨어졌다.

그 전에…

오시리스는 시련의 장 경기가 펼쳐지는 걸 지켜봤다. 어느 쪽 상대에게도 환호를 보낼 생각은 없었다. 고스트가 나타나 쓰러진 전사를 부활시키자, 오시리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 모습을 면밀히 살폈다. 세인트가 그의 팔에 손을 얹자, 오시리스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상대가 무슨 행동을 할지 기다렸다.

그 전에…

오시리스는 까마귀와 수호자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모닥불 옆에 앉아 있었다. 오시리스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까마귀는 웃고 있었다. 그가 병을 건네고, 오시리스는 손의 감각이 둔해진 것을 느끼며 멍하니 그 병을 바라봤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입에 걸어 둔 채, 병을 받아 들고 내용물을 들이켜며 뼛속 깊이 스며든 갈증을 달랬다.

그 전에…

오시리스는 떨리는 걸음을 내디뎠다. 고위 집전 사제가 카타콤 안에서 울부짖고, 그는 그 포효에 묻힌 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슴 속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생소한 감각에 도취된 그는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렸다.

그 전에…

뒤틀린 고치와 같은 물리적 형체를 취한 사바툰이 그림자를 벗어나 산산이 조각난 고스트의 잔해에 다가갔다. 그녀는 부서진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전에…

사바툰은 승천 에너지의 석회화된 통로를 빠져나와 공중에 매달린 아함카라의 두개골 안에서 발현되었다.

그물 아래에 서 있던 남자는 그녀가 나타나는 기척을 느꼈다. 그의 빛이 번득이고, 그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무기를 꺼냈다.

그녀에게 주어진 건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그녀는 밧줄 아래로 얼굴을 내밀고 입을 벌려 노래를 불렀다.

우뚝 멈춘 남자는 천천히 무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팔짱을 끼고 잊어버렸다.

그녀는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두개골 안으로 스며들었다. 감초처럼 검은 가느다란 팔꿈치가 눈구멍에서 삐죽 튀어나왔다. 그녀는 구멍 너머의 사냥감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부드럽게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기척을 지웠다.

잠시 후, 아래쪽 남자도 그녀와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웃었다.

5.4. 울프톤 인장

"현을 조금 느슨하게 해. 원래 그런 소리가 나야 하는 거야." —페트라 벤지

스멀스멀 미끄러지는 어둠이 차갑게 얼굴에 와 닿았다.

나는 말할 수 없다. 숨 쉴 수 없다. 사기라를 향해 손을 뻗어 보지만, 그제야 기억이 난다… 주먹을 형성해 보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묶여 있다. 내가 발버둥 치는 사이 희미한 장면들이 내 정신을 찢고 형성된다—

누군가가… 각성자의 대공인가? 그가 나를 일으켜 세워 준다… 하지만 난 여전히 어둠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고, 지금 그녀가 그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내 목소리로, '나의' 목소리로—

그녀가 내 형체를, 내 목소리를 빼앗았다. 하지만 누군가 내가 실패하였음을 간파하고 그녀를 추방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아른거리는 햇빛… 얼마나 지났을까? 자발라가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말을, 지혜로 위장된 독을 되새긴다. 나는 소리친다. 그는 알아야 한다. 자발라, 내 말 들어, 내 말 좀 들어 보라고, 넌 나를 알잖아, 그럴 수는 없다는 걸—

밤에 피는 꽃의 향기… 나는 걷고 있다. 아니, 그녀가 달빛이 비치는 정원을 걷고 있다. 아이코라가 곁에서 말하고,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코라, 날 봐라, 정말 모르겠나—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정신 똑바로 차려, 내가 그렇게 가르쳤더냐—

한 여자 엑소가 공허한 눈빛으로 내 앞에 앉아 흔들린다. 그녀의 내면이 가라앉고 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진짜 목소리가 흥얼거린다. 그 소리의 나선과 함께 엑소는 점점 더 빠르게 흔들린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표면으로 떠올랐다. 세인트. 안 돼 안 돼 안 돼 나는 비명을 지르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세인트, 그건 내가 아니라고, 제발, 제발—

나는 흐느끼고 있지만 흐느낄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열기와 증오, 질병과 수치일 뿐이다.

"날 믿어." 다시 내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침잠한다.

5.5. 용자리 이오타

"별들 사이를 거니는 길은 우리 두뇌의 신경 세포와 운명의 풍파를 비추는 차원분열 거울상이에요." —각성자 테키언 샤리

융합 소총의 투사체가 지글거리며 승천 차원의 대기를 관통하는 소리에 샤리는 퍼뜩 눈을 떴다.

그 테키언은 벌써 2주째 무너져 내리는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진창 같은 회색 안개의 강이 쉬지 않고 곁을 스쳐 흐르고, 눅진한 습기가 끊임없이 피부에 들러붙었다. 굴복자의 악취가 콧구멍으로 흘러들었다. 오존과 총기 윤활유, 그리고 타오르는 영혼불꽃에서 풍기는 느글느글하게 달콤한 내음이었다.

융합 소총 발사음이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운 곳이었다. 굴복자가 집결하면서 해석할 수 없는 쉿쉿 소리와 함께 반격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버려진 후, 샤리는 주기적으로 이 지역을 통과하는 굴복자 정찰병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전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고, 이제는 그녀 은신처의 십여 미터 근방까지 접근해 있었다. 그녀는 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공포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녀는 심박 수를 낮추고 때로는 몇 시간 동안 명상을 통해 깊은 최면 상태에 빠짐으로써 굴복자 사이온의 더듬는 정신을 회피했다. 하지만 육체로 돌아올 때마다, 육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게 점점 더 힘이 들었다. 그녀의 몸은 음식과 물, 그리고 모든 걸 갈망하고 있었다.

오랜 훈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결의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때 부드럽지만 명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음을 잃지 마라, 나의 테키언들아. 너희는 길을 잃었지만 잊혀지지는 않았다. 도와줄 이들이 가고 있다."

마라 여왕의 약속이 마침내 이루어지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5.6. 큰개자리

"별들이 격렬한 파괴의 힘으로 포효합니다. 그 천공의 분노를 집중시키세요." —각성자 테키언 일라이아

페트라 벤지와 일라이아는 꿈의 도시의 황혼이 저물어 가는 마당에 함께 앉아 있었다.

"훈련은 내가 먼저 시작했어." 페트라가 설명했다. "하지만 내겐 너무 어려웠지. 영 자연스럽지가 않았어. 이것과는 달랐던 거야." 그녀는 옆에 놓인 유탄 발사기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이마르 때문에 더 힘들었어. 그는 가장 나이가 많은 테키언 중 하나이자, 내가 만나본 유일한 남자 테키언이었어. 아무래도 그가 내게 제대로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같아." 페트라는 잠시 생각에 잠겨 말을 멈췄다. "어쩌면 그때 벌써 미래를 보고 내가 중간에 그만둘 거라는 사실을 보았던 건지도 모르지."

"우리 언니가 훈련을 시작하게 되면서, 내가 그 일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 알게 됐어." 페트라는 말을 이었다. "그때부터 피나르와 나는 우리 꿈속에서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지. 우리는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아침이 되면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를 모두 기억한 채 잠에서 깨어나곤 했어. 그제야 난 언니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깨달았지."

페트라는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이마르도 피나르를 좋아했어. 그리고 언니가 점점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가 공유하는 꿈도 더 강해져만 갔지.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꿈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건 이야기만이 아니게 되었어."

"언니는 꿈을 조작하기 시작했어. 위치나 자기 형태를 변경하는 것부터. 나는 따라갈 수조차 없었어. 내 머릿속에서 승객이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어느새 언니의 꿈은 내 악몽이 되었지." 페트라는 달갑지 않은 기억을 쫓으려는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난 훈련을 그만뒀고, 더는 꿈을 꾸지 않았어."

"결국 난 해적에서 내 자리를 찾았지." 페트라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테키언 훈련을 제대로 끝마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어. 그랬다면 지금도 어딘가의 꿈속에서 피나르를 찾고 있을 테니까." 그녀는 포석 사이로 돋아난 풀잎을 뜯어 산들바람에 날려 보냈다.

잠시 상념에 잠겼던 페트라는 다시 일라이아에게 시선을 맞췄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다시 훈련을 계속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네가 거기 적응할 수 있는지 차츰 알게 될 거야. 혹시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는 곁에 놓인 유탄 발사기를 토닥였다. "다른 일이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하지 마."

6. 경이 방어구

6.1. 비상 계획 없음

탄약이 없나요? 문제 없습니다.

오스틴은 지맥에서 내동댕이쳐져 만찬용 탁자보다 그리 크지 않은 평평한 돌판 위에 떨어졌다. 사방으로 높다란 벽이 솟아올라 있었다. 승천 에너지의 오류로 생성된 불가능한 공간이었다.

딱 좋았다.

그녀는 돌벽으로 막힌 공간의 모퉁이까지 거리를 측정한 후, 그녀를 거기에 밀어 넣은 에너지 장벽의 파문을 바라봤다. 그녀는 흐르는 마법에 다시 손을 집어넣고, 길잡이의 기술을 사용하여 지맥의 경계를 뒤틀었다. 곧 저류가 자리를 잡았고, 그 행동이 어둠 속을 뒤적이는 존재의 주의를 끌었다.

그녀는 잠시 행동을 멈췄다가 다시 소용돌이치는 마법 안으로 손을 뻗어 거기 속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느껴 보려 했다. 탁한 에너지 속을 맹목적으로 더듬는 군체 노예의 손길을 찾았다.

너무 빨리 그런 손을 찾을 수 있었다. 미지의 차원에 반쯤 결속되어 있어 아직은 가느다랗고 여린 손이었다. 그녀는 그 손을 꽉 붙잡아 뒤틀었고, 손아귀 안에서 으스러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 생물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서 마지막 마법을 불러내 앞쪽 허공에 얇은 수정 벽을 펼쳤다. 그 순간 고통스러운 비명에 이끌린 시부 아라스의 굶주린 군체가 지맥을 찢어 열고 밀려들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함정으로 쏟아져 들어와 구덩이를 채우며 동료들의 압력에 짓눌렸다. 굶주린 군체의 핏덩어리가 계속 쌓여 올라가고, 그들의 손톱이 수정 벽을 마구 긁어 댔다.

오스틴은 방벽에 기대앉아 여왕을 기다렸다.

6.2. 빛나는 댄스 머신

빠른 움직임을 위해 제작되어, 예상치 못한 사회적 혜택을 제공합니다.

명민한 일라이아는 차원에서 맥동하는 에너지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휩쓸렸다.

주위 공간에서 시부 아라스의 군체가 으르렁거리고 달각거리며 겹겹이 쌓인 마법을 물어뜯었다. 다들 그녀가 가까이에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에너지의 흔적을 더듬으며 넓은 파문을 그렸다. 그리고 예전에 발견했던 장소, 맹목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더듬을 때 찾아낸 그곳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거기였다.

그녀는 흐름 속에서 몸을 뒤틀고 기척을 드러냈다. 안도감이 주위를 색채로 물들이며 꿈의 도시를 약속했다. 사바툰은 수십억 년 만에 처음으로 취약한 상태로 돌 안에 붙들려 있었다.

군체는 승리의 고함을 내지르며 그녀의 차원에 아른거리듯 나타났다.

일라이아는 속삭이는 주문으로 온몸을 감싸고 지맥 밖으로 몸을 밀어냈다. 포효하는 군체가 그녀 뒤쪽 균열에서 굶주린 듯 쏟아져 나오고… 공허를 향해 내동댕이쳐졌다.

룬의 리본에 달랑거리며 매달린 일라이아는 군체가 까마득한 높이에서 머나먼 검은 돌바닥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주문이 그녀의 손으로 돌아오고 그녀는 다시 흐름 안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다시 차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머릿속을 비운 후 기다렸다.

6.3. 무의 족쇠

현재까지 상황의 균형: 너는 쇠락하고, 나는 격상되었다. 너는 부서지고, 나는 강해졌다.

샤리는 위를 바라보고 누운 채 자수정 소용돌이를 통과했다.

그녀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래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 장소 사이 마법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머무를 수 있었다. 군체를 유인하지 않을 수 있었다.

주위에서 그들이 느껴졌다. 그 더러운 기척이 지맥을 충전하고, 실체화될 수 있는 잠재적인 우주의 공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여기 붙잡아 둬야 했다. 물론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에너지 분출과 함께 그녀는 지맥에서 내동댕이쳐졌고, 꿈의 도시로부터, 마라로부터 머나먼 곳으로 떠밀려 왔다.

마라가 돌아온다고 생각하자 희망으로 온몸이 떨려 왔다. 연보라색 안개에 감싸인 마라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미묘하지만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부드럽게 지맥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고, 샤리를 그녀의 여왕에게 인도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마라에 대한 생각을 의식으로부터 밀어냈다. 대신 그녀는 고요함을, 황량한 차원의 깜빡거리는 어둠을, 세계 사이에 갇혀 있는 존재의 끔찍한 망각을 생각했다.

그녀는 그걸 갈망하고 애원했다. 그리고 흐름이 그녀의 바람에 따랐다. 차원이 잠잠해지고, 샤리는 또 한 번 목적을 잃고 부유했다.

군체를 고향으로 이끄는 것보다는 이 황폐한 영역에서 죽어 버리는 게 차라리 나았다.

7. 방어구

7.1. 머리

하늘이 무너지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세요.

새로운 마녀 집회 - I

페트라는 디발리의 안개를 뒤덮은 수증기로 감춰진 절벽 끝자락에 서 있었다. 그녀 옆에는 테키언 마녀 집회의 어미, 일린이 함께 서 있었다. 아래쪽 바위 깊은 곳에서 거센 물결이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부드러운 진동이 그들의 몸을 타고 흘렀다. 굴복자라는 악성 종양이 꿈의 도시에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면서, 머리 위 순수했던 하늘도 닳아 해진 옷감처럼 찢어졌다.

"놈들이 곧 나타날 거야. 오릭스의 진격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 페트라는 말했다.

그녀는 토성 전투를 앞두고 일린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아이디어의 불씨를 지피려고 몇 달 동안 신중한 대화를 계속해 왔다. 새로운 자매들을 영입해서 새로운 마녀 집회를 구성하는 일. 이제 여왕의 기함은 만신창이가 됐고, 마녀 집회는 가장 솜씨 좋은 테키언을 여럿 잃은 상태였다. 이럴 때 거절은 사치였다.

"해적만으로 리프를 지킬 순 없어. 망원경과 위축된 함대만으로는 여왕님을 찾을 수 없다고. 테키언이 더 필요해, 일린. 내 말이 맞다는 거 알잖아."

일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여왕의 분노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무기가 아니야…"

혈통의 사슬에 묶일 다음 고리를 벼려내는 것을 마녀 집회는 극도로 꺼렸다. 엘레우시니아가 형성되고 리븐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테키언 장로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기술과 문서 역시 기밀로 보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트라는 일린이라면 언제든 자기 말을 들어 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 또한 선각자가 실패하는 꿈을 꾸었다. 오릭스가 자기 자매들을 거두는 꿈을 꾸었다.

"…우리가 지맥을 닫고 도시를 봉쇄하겠다." 일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는 듯했다.

"안 돼!" 페트라는 펄쩍 뛰었다. "여왕님은 길을 잃으셨지만, 언제든 돌아오실 거야." 그녀는 마녀 집회의 어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 일곱 명 중에서 몇 명이 아직 살아 있지?"

페트라는 일린의 면갑 아래에서 비통의 불길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일린이 말했다. "우리에겐 힘이 없다."

"그러면 내 부탁을 들어줘." 페트라가 손을 흔들어 둘 사이의 안개를 쫓았다. "다른 자매들을 더 훈련시켜 줘."

일린은 마침내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리고 페트라를 쏘아보았다. "시간이 없어. 훈련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

"어떻게든, 해, 내라고." 페트라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일린, 나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 하겠어. 제발, 함께 이 문제를 헤쳐나가 주겠어?"

일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절벽 너머, 쏟아져 내리는 안개 저편에서 무한을 향해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봤다. "후보를 내게 보내라. 너보다는 더 강한 자들이었으면 좋겠구나."

7.2.

관문으로 나아가세요. 그걸 억지로 열고 뒤를 따르는 이들을 위해 열어 두세요.

길 찾기 - II

일라이아는 집중의 수정에 다시 한번 두 손을 얹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별을 본 것도 이미 몇 달 전이었다. 그 이후로 그녀가 매일 본 것은 열두 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쓰는 무미건조한 석실 내벽뿐이었다. 그곳은 훈련장인 동시에 새로운 테키언의 거처였다. 그 퀴퀴한 냄새를 맡고 있으려면, 일라이아는 꿈의 도시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포탑의 쾌청한 공기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녀는 그 포탑이 돛대처럼 하늘을 꿰뚫고 구름을 돛처럼 이끄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 도시 전체가 승천의 대양 위에서 지맥의 해류를 따라 항해하고 있었다. 일라이아는 그곳에 섰다. 그 항해에서 그녀는 포탑의 망루에서 머나먼 땅을 찾고, 승천 닻은 구름의 돛이 그녀의 의지라는 바람에 부풀어 오르는 것을 억제했다.

그녀는 그 장소를 여기로 이끌어 와, 공간을 서로 뒤섞으며 대기를 교환하려 했다.

"현실로 만들어 줘."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생각에 불과했다. 개념 자체는 익숙했지만, 실행은 여전히 낯설었다. 일라이아는 수정의 방향이 중요하기라도 한 듯, 손에 든 수정을 조정했다. 모든 자매들 중에서 오직 그녀만이 아직도 지맥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너도 알겠지만, 조만간 옮겨질 거야." 오스틴이 잔소리를 했다.

"알고 있어." 일라이아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폭발이 방을 뒤흔들고 그들에게 먼지를 비처럼 흩뿌려 집중력을 흩트려 놓았다.

"젠장!" 일라이아가 매끈한 돌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수정 보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체 왜 교전 지역에서 훈련을 하는 거야?"

오스틴은 수정이 방 한쪽 귀퉁이로 굴러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긴 지맥의 교차로 위에 형성되어 있어. 여기서도 그걸 정렬할 수 없다면…"

"거기까지만 하시지." 일라이아가 거칠게 내뱉고는 수정을 주우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해 볼게."

그녀가 다가가자 앞쪽 벽이 환한 빛과 함께 갈라져 문이 되었다. 페트라 벤지가 초췌한 얼굴에 온통 검댕으로 얼룩져 빛을 잃은 방어구를 앞세우고 방으로 들어섰다. 일라이아는 우뚝 멈춰 섰다. 집중의 수정을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페트라가 보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페트라가 발로 수정을 건드렸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수정을 들어 올리고 일라이아의 빈손을 바라봤다. "이건 잃어버려서는 안 돼. 몇 개 남지 않았다니까."

"미안해요. 저… 다시 해볼게요."

페트라는 눈앞의 테키언 후보자 열세 명의 얼굴을 차례대로 살펴봤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다들 눈 밑이 거뭇거뭇해지고 있었다. "나도 똑같이 어려웠어. 내가 잠깐 보여줄게."

7.3. 가슴

쓰러진 해적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대신 짊어지기 위해 그들의 강화된 방어구에서 벼려냈습니다.

압력 - III

샤리는 나무 수술대 위에서 몸을 뒤틀었다. 왜 그녀가 첫 번째여야 하는 걸까?

그녀가 이마에 발린 젤리 같은 물질을 쿡쿡 찔러 보는 사이, 칼리 장로가 방으로 들어섰다.

"그건 건드리지 마라. 소독제하고… 접합제니까." 칼리는 그렇게 말하며 파란색 수정으로 장식된 큼지막한 가면을 수술상의 메스와 갈고리, 침식 스텐실 옆에 내려놓았다. 각각의 도구에는 의식의 도형이 새겨져 있었고, 전부 예리하게 연마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는 우리 숙련자가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왕의 분노가 시간이 없다고 했어. 네가 살아남는다면, 이번 증강으로 훈련 시간을 단축하고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거야."

칼리는 돌아서서 막자사발과 막자를 준비했다. "압력을 받으며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 정신을 이 장소에서 빼내라. 우주로 침잠하여, 너 자신으로부터 투영되어라. 고통도, 육체도, 신경도 없을 거야."

샤리는 수술대 옆면을 꽉 붙잡으며 등을 수술대에 붙였다. 등과 그 표면 사이에 공기조차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자신이 수술대의 일부로 느껴질 때까지. 그녀는 막자의 달그락소리를 무시하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육체를 승천에 이르는 전이의 도관으로 이용하라고 한 페트라의 말을 떠올렸다.

"이걸 마셔라." 칼리가 그렇게 명령하며 샤리에게 작은 여왕의 풀 찻잔을 건넸다.

명상에서 깨어난 샤리는 눈을 뜨고 수술대를 붙잡았던 손을 풀었다. "네, 장로 자매님. 잠깐 집중할 시간을 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황급히 차를 꿀꺽 마셨다.

"내 목소리가 이 칼보다 더 날카롭다고 생각해?" 칼리가 수술상에서 메스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압력. 살아남으려면 그걸 뚫고 통과해야 해. 강해져라. 그러지 못하면 죽고 말 테니까. 이게 네 마지막 시험이야."

샤리는 재빨리 차를 들이켜고 다시 수술대 위에 몸을 붙였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신경을 집중하여 손으로 깎아 만든 목재 탁상을 더듬었다. 나뭇결로 이루어진 작디작은 길을 그녀는 손톱으로 따라갔다. 시야를 손톱만 한 크기로 축소시키자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 안에 숨겨진 자그마한 패턴이 드러났다. 그녀는 아른거리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칼리는 가느다란 금속 칼날을 샤리의 두개골에 똑바로 꽂아 넣었다. 절개선이 한 줄로 열리고 붉은 파도가 쏟아져 나왔다. 층층이 쌓인 구조를 관통하는 뜨거운 열기. 전기로 전달되는 압도적인 감각. 감각은 불협화음을 이루며 빛을 발하는 신경의 차분한 따끔거림으로 바뀌었다. 패턴. 감촉. 존재했던 것과 존재할 것의 분열.

샤리는 정신의 눈으로 지맥이 살아 있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모습을 보았다. 성운처럼 꽃가루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스르르 흘러나갔다. 어느새 육체의 고통은 그녀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7.4. 다리

근육이 뜨겁게 타오르고 길이 끝없이 뻗어 있을 때는, 그냥 지금껏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만 생각하세요.

여정 - IV

오스틴은 두 눈을 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지맥이 파동처럼 그녀를 뒤덮었고, 그녀는 서서히 자신에게 정렬되었다. 뒤엉켰다. 그녀가 승천 차원과의 공생에 뛰어든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녀 집회 내 모든 자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페트라의 꿈을 꿨고, 여왕의 분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 그녀의 비밀을 거두었다. 오스틴은 자기 임무가 마라 소프 여왕을 구출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여왕을 찾아내고 왕좌를 복원해야 했다. 그녀는 훈련을 마친 후 밤마다 여왕에게 가는 길을 찾아 지맥을 샅샅이 수색했다.

마녀 집회의 자매들은 주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광 유리의 계층 사이를 날고 있었다. 유리가 깨어지고, 그녀는 한 계층에서 다음 계층으로 이동하며, 순간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를 엿봤다.

머나먼 앞쪽 우주에서 오스틴은 해독할 수 없는 소음의 어두워진 연무를 보았다. 지맥 어딘가에 둥지를 튼 이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오스틴은 마라 소프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았다. 여왕이 적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모습을 감췄음을 알았다. 오스틴은 그 소음에서 꿈의 도시를 향해 손을 뻗는 존재의 기척을 한 번 이상 느꼈다. 오늘 밤에는 그녀가 반대로 손을 뻗을 것이다.

오스틴은 머나먼 소음으로 향하는 길에 의지를 집중했고, 그러자 길이 존재했다. 길은 열렸지만 아직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육신의 손을 뻗어 앞쪽 허공에 손을 올리고 그 손길로 산소를 분리했다. 그녀는 공기의 분자를 갈라 현실에 틈을 냈고, 길은 그녀의 명령에 따라 목적지에 닻을 내렸다.

소음이 그녀에게 내려앉았고, 그 즉시 그녀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손에 바짝 힘을 주고 마비된 채 얼어붙은 그녀는 무를 향해 열린 관문을 조각내는 은밀한 속삭임에 휩쓸렸다.

그 속삭임이 그녀의 의식을 온 우주에 펼쳐진 먹색 검의 장대한 테라스로 흩뿌렸고, 에메랄드빛 불길이 붉은 항구를 뒤덮었다. 머나먼 공동으로부터 손가락이 칼날처럼 뻗어 왔다. 소음과 소음이 비명을 질렀다. 테라스에는 두 개의 왕좌 옆으로 하나의 형체가 서 있었다. 시험하며, 탐지하며, 맛을 보며, 전쟁의 피를 뿌렸다.

"오스틴!"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녀를 깨어 있는 세계로 끌어냈다. "오스틴, 너 괜찮아?"

그녀는 땀에 흠뻑 젖고 잔뜩 열이 오른 채 잠에서 깨어났다. 페트라 벤지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스틴은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눈이 페트라의 눈과 마주쳤다.

"오스틴?"

방금 뭘 봤는지 그들이 알게 되면, 난 버려질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그냥 악몽이었어요." 오스틴은 여왕의 분노를 안심시켰다. "깨워 줘서 고마워요."

7.5. 직업

두 도시 사이의 연대의 상징입니다.

후보 마녀들 - V

페트라는 세디아가 열세 명의 새로운 마녀 집회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부심과 공포스러운 긴장감이 뒤섞인 듯한 감정이 그녀의 뱃속을 뒤틀었다. 피부 안쪽의 골격이 따뜻한 힘줄에 붙들려 안쪽으로 끌어당겨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눈먼 우물에서의 지위를 박탈당할 때까지 미소를 유지했다. 오스틴과 일라이아, 샤리가 파티의 핵심 구성원이었으며, 다른 이들은 외부 서클과 상호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두근거리는 길잡이의 나침반 주위에 둘러앉았고, 나침반은 대기를 거친 색채의 배설물로 구부렸다. 우물이 깨어났다.

그들은 정신을 준비했다. 명상에 빠져들었다. 탐색하는 교감. 열세 개의 목소리가 하나로 이야기했고, 그러자 침묵이 내려앉으며 우물은 새로운 마녀 집회의 발치에 있는 유리 프리즘에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세 명은 손과 정신을 맞잡은 채 눈먼 우물 안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과 의지, 의도의 강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연결이 이루어진 것은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마라 소프 여왕의 목소리가 그들의 정신을 채웠고, 다들 중력에 따르듯 거기 이끌렸다. 마녀 집회의 자매들은 지맥을 건너뛰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다가 찬란한 천상의 여신에게 들러붙은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게 바로 그들의 여왕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오스틴은 다시 소음을 보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 소음을 바라봤고, 자매들도 한 사람씩 정신을 뻗어 나갔다. 결국엔 마라 소프의 모습이 발현되었고, 그녀의 말이 이해의 근간을 마련했다. 그들은 여왕의 말에 의지를 집중했고, 그러자 그들 앞에서 창백한 안개와 유리의 장막이 태양계 저편의 머나먼 지맥으로 변형되었다.

"잘했다, 나의 테키언이여." 마라는 그렇게 말하며 무를 빠져나와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길잡이의 나침반에 손을 얹었다. "날 데려가다오."

마녀 집회는 정신을 다시 꿈의 도시로, 안전한 페트라 곁으로 돌렸다. 하지만 지맥을 가로질러 승천 차원을 통과하며 복귀하는 여정이 시작되려는 찰나, 그들은 자기들을 감시하는 다른 존재의 기척을 느꼈다. 소용돌이 끝에서, 희미하게 왜곡된 소음이 그들을 추적했다.

마라는 오스틴을 노려보더니 돌아서서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한마디 말과 함께, 지맥은 그들 뒤에서 산산이 조각나며 꿈의 도시를 향해 점점 더 빨리 다가오는 소음의 심장을 에너지의 창으로 꿰뚫었다. "피에 굶주린 잡것들이 날 따라오게 할 수는 없지." 마라가 속삭였다. "계속 집중해라. 적은 돌아올 거다."

오스틴은 소음이 다시 주위를 둘러싸는 것을 느꼈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것이 이 꿈에서 그들을 질식시킬 것이다.

마녀 집회가 지맥을 옮길 때마다 그 소음도 이동했다. 그녀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녀를 통해 자매들 또한 그 사실을 알았다. 소음이 그들을 향해 강하했고, 조금씩 접근하면서 소음은 속삭임으로 발현되었다. 오스틴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시부 아라스.

그녀는 꿈의 도시를 볼 수 있었지만, 그 모습은 명료하지 않았다. 선명했던 연결이 어느새 흐릿해지고 있었다. 자매들 역시 그녀가 우려하는 바를 인지했다. 그들에게는 탈출할 힘이 없었다. 모두의 정신이 하나의 행동으로 정렬되었다. 오스틴은 나침반을 들어 마라 소프의 손에 놓았다. "여왕 폐하를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각각의 자매가 생각을 꿈의 도시로부터 승천 차원 내 자기만의 구역으로 옮겼다. 그리고 의지의 힘을 쏟아, 모두 지맥 구석구석으로 흩어졌다. 소음이 한순간 멈추고, 이내 그들을 쫓아 사방으로 치달았다.

눈먼 우물의 바닥으로, 마라 소프 여왕이 쿵, 선 채로 떨어져 내렸다.

"여왕 폐하!" 페트라는 재빨리 여왕이 떨어진 후 봉인되어 가는 균열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은 어디 있습니까?"

8. 길잡이의 의체

"고스트의 원격 항법 측정 장치를 도약선에 연결해 봤어? 나도 그래 본 적은 없지만, 무슨 일에든 처음이 있는 법이지." —방랑자

요란하게 쩝쩝거리는 소리와 그 사이사이의 발소리가 거미의 은신처 안쪽 기다란 금속 통로에서 메아리쳤다.

"이거 먹어 본 적 있어?" 방랑자가 질기고 너덜너덜한 고기를 이로 뜯으며 물었다. 그 곁에서 어슬렁거리며 걷던 거미가 잠깐 멈춰 서서 그를 바라봤다.

"아니." 거미가 대답했다. 그의 윗입술이 혐오감으로 뒤틀리는 모습을 호흡기가 감춰 주었다. "그게 대체 뭔데?"

"너희 꼬마는 닭고기라고 하던데." 방랑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녀석, 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거미의 한숨은 먹먹하게 들렸다. "내가 여기까지 와 달라고 한 건," 그는 억지로 주제를 바꾸려는 듯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도시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가감 없는 의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석유와 풍선껌 맛이 나잖아." 방랑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깃덩어리를 입에서 꺼냈다.

"방랑자."

방랑자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고 거미를 바라보며 덩치 큰 엘릭스니의 어깨를 토닥였다. "뭘 자꾸 그래. 네가 원하는 게 뭔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그는 자신감 있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사업 구역을 변경하고 싶어서 이 방랑자님의 승인을 받으려는 거잖아."

거미는 아무 말 없이 방랑자의 경쾌한 보조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켈 중의 켈이 조금 빡빡하게 굴고 있긴 해." 방랑자는 씹다 뱉은 "고기"를 바닥에 튕기며 말했다. "미래 전쟁 교단 때문에 벌어진 야단법석을 제외하면, 그쪽 친구들도 이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방랑자는 거미를 흘긋 바라본 후 두 손가락으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물론 '그쪽'만 그렇지."

"드디어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게 된 건가." 거미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들이 넌 거기 살게 해 주잖아. 그런 걸 보면 눈썰미가 썩 좋진 않은 것 같은데."

"'해 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어." 방랑자가 말했다.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닫혀 있었다. 경비병이 없다는 점이 왠지 낯설었다.

"마라 소프가 돌아왔으니, 내가 리프에서 살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거미는 그렇게 말하며 녹슨 패널을 열고 접근 코드를 입력했다. 덜컹, 소리와 함께 되살아난 문이 서서히 열렸다.

"내 작은 새 때문에 악감정이 좀 있는 것 같거든." 그는 어깨 너머로 웃으며 덧붙였다. "솔직히 말해서, 왠지 그 여자는 원한을 잊지 못하는 사람 같아."

열린 문틈으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고, 방랑자는 거미의 그림자에 묻혔다. "그러니까, 아니야." 거미는 방랑자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네게 승인 따위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고…"

거미는 옆으로 비켜서며 격납고에 숨겨져 있는 것을 방랑자에게 보여주었다. 우주선이었다.

"…네가 날 리프 밖으로 밀반출해 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9. 센터파이어

"전 지금도 고철 처리 방식은 엘릭스니의 것을 선호해요. 하지만, 솔직히 수호자의 우주선은 아주… 멋지네요." —엘릭스니 서기 아이도

아이도는 데이터패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백 년에 걸친 공성전을 해독가들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읽어보았다. 그녀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아래턱을 달각거렸다. 그들의 역사에 대한 기록은 엘릭스니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두 종족 사이의 역사 기록학적 격차를 측정하는 첫 번째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한 인간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와 목에서 거칠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아이도는 인간이 상대방의 주의를 끌기 위해 그런 음향을 종종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상당히 불쾌한 행위였다.

"네, 마츠오 해독가님." 아이도가 데이터패드를 아래쪽 팔로 옮겨 들었다. "뭐가 필요하시죠?"

"아이도 양." 자그마한 인간은 고개를 까닥거렸다.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있어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네, 전 꽤 민감한 편이라 괜찮을 것 같네요." 아이도는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해독가는 미소를 지었다. "테키언에 대한 당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한동안 그들과 함께 공부하셨었지요?"

아이도는 데이터패드를 내려놓았다. "맞아요. 하지만 당신의 형제 가문인 리프의 해독단이라면 더 자세히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는 입 주위의 근육을 긴장했다. "유감이지만 탑과 리프의 해독단은 사이가 썩 좋지 않아요. 게다가," 그는 말을 이었다. "엘릭스니로서의 당신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예요."

아이도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테키언은 아주 무서운 존재라는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무섭다고요?" 마츠오가 물었다. "왜 그렇죠?"

"수호자는 외부의 힘을 사용해요. 금속이나 전기 불꽃을 발사하죠.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고요." 아이도는 위쪽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육체를 파괴하죠."

마츠오는 자기 데이터패드에 뭔가 부지런히 적었다.

"하지만 테키언은 내면의 힘을 이용해요." 아이도는 말을 이었다. "그들은 융합자가 데이터를 조작하듯 정신을 조작해요. 환영을 생성하고, 꿈에 침투하고, 청취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죠."

"수호자가 폭력으로 절 해친다면," 그녀는 설명했다. "전 죽을 때까지 아이도일 거예요. 하지만 테키언이 제 목소리를 조종한다면… 그래도 제가 아이도일 수 있을까요?"

10. 리프 출신 전쟁새

"존재의 끝까지 날아가라… 그리고 내게 다시 돌아와라." —마라 소프 여왕

페트라는 높다란 상앗빛 문에 손을 대고 밀었다. 마라 소프가 수호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각성자에게 수호자의 도움이 시급하지 않은 척, 왕국이 찬란하게 번성하고 있는 척, 지맥이 군체와 굴복자의 오염에 더럽혀지지 않은 척, 왕좌를 아직 빼앗기지 않은 척하는 대화였다.

저주의 순환에 맞서 싸우며 첫해를 보낸 후, 페트라는 언젠가 그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답은 있었다. 아직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도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여왕도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의 상실을, 그녀의 상실을 알고 있었다.

페트라가 머릿속에서 가장 적절한 보고의 내용을 선택했을 때, 마라가 통신을 종료했다.

"들어와라, 페트라." 마라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그녀는 문을 밀어 열고 마라의 개인 명상실로 들어섰다. 통제되는 구체 나침함 안에서 여러 차원 사이를 오가는 길잡이의 나침반이 아른거렸다.

"여왕 폐하," 페트라가 말했다.

"보고는 나중에 해도 된다." 마라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우리를 둘러싼 승천 차원에서 시부 아라스의 병력이 진격해 온 과정을 살펴봤다. 네가 여기를 지킨 기록과 함께."

길잡이의 나침반이 잠시 멈추고, 지맥 내의 어긋난 지점에 집중했다. 지맥의 결점.

"네 굳건한 투지가 없었다면, 이 도시는 이미 오래전에 소멸했을 거다."

페트라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라도 싱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네게 이 자리를 맡긴 건 옳은 선택이었다. 지금까지의 네 모든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여왕 폐하." 페트라는 다음 말을 삼켰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쉽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마라가 그녀의 혓바닥에 머무르던 말을 빼앗아 갔다. "너는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주 어려운 길을 걸었다. 그런 길에는 엄청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위대한 승리가 없더라도, 패배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런 경험이 있으십니까, 여왕 폐하?"

순간적으로 마라의 두 눈이 번뜩여 페트라는 온몸의 근육을 긴장했다. 하지만 마라는 희미하게 키들키들 웃었다. 페트라도 긴장을 풀었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나침반이 거세게 회전하는 것을 바라봤다.

"그래. 그런 면에서는 너나 나나 마찬가지야." 마라가 말했다. "네가 잃어버린 이들은 네게 자매와 같았겠지."

"네." 그들 중 몇 명은 페트라 밑에서 해적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들은 페트라의 명령 때문에 피를 흘렸다. 개중에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홀로 여기 남아, 남편을 기다리는 미망인처럼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라가 부드럽게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음을 가라앉혀라, 페트라. 그들이 부르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네게 돌아온 것처럼, 그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

11. 영겁의 되풀이

"더 빨리 가면 갈수록, 더 일찍 돌아올 수 있어." —졸리온 틸

페트라 벤지는 예상했던 대로 산맥에서 졸리온을 찾아냈다. 그는 혼자서 능선에 엎드린 채, 협곡 반대쪽에 희미하게만 보이는 목표를 조준하고 있었다.

"솔직히 감적수는 필요 없잖아?"

"그래." 졸리온이 그녀를 흘긋 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혼자는 심심하니까." 그는 거리계를 건넸다. "같이 하겠어?"

페트라는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음 목표물을 바라봤다.

졸리온은 패권의 거대한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가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잘못 들은 거야." 페트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거리계를 들여다봤다. "수호자가 어떤지는 알잖아. 지금은 '까마귀'라고 불려."

졸리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역설적이군. 불멸성을 그렇게 더럽힐 수 있는 것도 울드렌뿐이겠지."

"바람은 아홉 시 방향에서 시속 16킬로미터. 거리는 4,700미터." 페트라가 대답했다. "쏴."

졸리온이 천천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귀를 먹먹하게 하는 쿵, 소리와 함께 패권이 발사됐다. 굳이 목표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부활한 뒤에 학대를 많이 당했어." 그녀는 침묵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에 입을 열었다. "이유도 모르는 채 말이야. 믿을 수 없겠지만, 그 때문에 꽤… 겸손해졌어."

졸리온은 고개를 들고 시선을 조준경에서 페트라의 애매한 표정으로 옮겼다. 그리고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도 직접 보고 싶은데."

"알아." 페트라는 공감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야. 마라 여왕님께서 그와 다른 사람의 접촉을 제한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거든."

"과잉보호라도 하겠다는 건가? 울드렌은 변했는지 몰라도 마라 여왕은 그대로인 모양이네."

페트라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넌 명령을 받았어. 괜한 참견하지 마."

"걱정하지 마." 졸리온은 웃으며 말했다. 웃음도 그의 눈가에는 미치지 않았다. "난 울드렌이 죽어 있는 쪽이 더 익숙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상태인 게 좋겠지."

12. 길잡이의 나침반

바늘이 실을 목표로 이끌고, 그 길에서 장애물을 제거합니다.

[키메르 수비대]
길잡이의 나침반을 빌렸다. 그것이 자꾸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소로 나를 이끈다. 하지만 빠진 조각이 있다. 글린트가 물어보면 나는 여기에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믿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동굴 꽤 깊은 곳이다. 여왕의 풀 물약으로 얼룩진 유리 조각을 찾았다. 유리 냄새를 맡자 알싸한 박하 향이 입안에 맴돈다. 추억의 냄새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우로보레아]
나침반은 계속 나를 이 주위로 이끌지만… 그것도 한 번에 몇 주 정도만 지속될 뿐이다. 나침반이 나를 여기로 데려오기 전에, 이미 어떤 주가 될 것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내부의 시계가 재깍거리는 것 같다. 굴복자 마법사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왠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 안개로 뒤덮여 있는 듯 흐릿하다. 조금이나마 명료해질지 계속 살펴봐야 하겠다.

[몰수된 제단]
그 묘비에서 깨어나는 건 내 두뇌를 통과하는 경계를 새기는 것과 같았다. 가끔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새 그 경계는 흐릿해지고, 그것이 처음 겪는 일인지 아니면 지금의 나만 처음 겪는 일인지 궁금해진다. 난 여기 서서 소원을 빈 것을 기억한다. 그게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전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내가 처음 빛의 운반자가 되었을 때 시작했던 일… 혹은 계속 해왔던 일이라는 것만 알 것 같다. 나는 벼랑 끝에서 그 너머로 동전을 던지며 작은 소원을 속삭였다. 대단한 바람은 아니고 그저 없어도 될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것들. 아함카라에 대해 알게 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조각난 폐허]
케레스의 스파인 근처에 이 지점이 있다. 케레스는 거대했다. 꿈의 도시 전체가 그의 등 위에 올라가 있었으니까. 아니, 그녀의 등이라고 해야 할까? 매일 나는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깨닫지만, 아무도 그 허전한 공간을 채워 주려 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제… 옳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집에 있는 것처럼. 글린트는 꿈의 도시 아래에 어떤 궁전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그저 안개만 보일 뿐이다. 뛰어내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 봐야 내가 죽기 밖게 더 하겠나. 어쩌면 떨어지는 길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린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마된 칼날의 아성]
여긴 뭔가 잘못됐다. 석조 건축물에 손을 대면 공허함이 느껴진다. 물리적인 공허함이 아니라, 그것이 예전에 거기 있던 것의 모조품인 것만 같은 느낌. 그 느낌이 왠지 익숙해서 영 께름칙하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심판의 심연]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만에 서서 기다린 끝에 깨달았다. 이 모든 장소는 관문이다. 물론 그 외에도 관문은 존재할 것이다. 여왕의 풀 물약이 이걸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고마워, 글린트. 맛은… 음, 여전히 구역질 나고, 여전히 옛 추억이 떠올라. 내가 그걸 좋아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이제는 이런 비밀의 길을 모두 밝혀낼 수 있을 만큼 여왕의 풀 물약을 충분히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사냥을 하러 갈 때다.

13. 번지 30주년 기념 이벤트

13.1. 선구자

옛 전설을 위한 새로운 장입니다.

밴시-44는 작업대에 놓인 성물을 바라봤다. 몇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중 하나가 점점 커져 나머지를 압도했다. '넌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냐?'

무기 형태만 보면 과도하게 큰 보조 무기 같았다. 거인의 손에나 어울릴 법한 보조 무기라고 할까. 기능은 반물질 소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12.7mm 같은데… 아무 개념 없이 무작정 만들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핸드 캐논이 완성된 건가."

밴시는 이런 무기를 손에 들 수 있는 전사가 누구일까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근처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샤크스의 목소리에 정신이 팔렸다. "아, 그래. 아마 타이탄 정도면… 아주 체격이 큰 수호자라면…"

무기에는 불의 삶과 얼음의 잠,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변칙적인 압력으로 인해 초래된 균열이 가득했다. 밴시는 그 유물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앞서 살펴본 결과 그 무기는 이미 마지막 탄환을 발사한 지 오래였다. 아, 그 탄환이 어떤 전투를 장식했을까?

그걸 밴시에게 가져온 수호자는 무기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한번 쏴 보려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밴시는 그 무기가 탄창 한 개의 총알도 모두 발사할 수 없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성물 옆에는 균열의 빛이 분해된 채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보조 무기를 대구경 탄환에 맞게 개조할 생각이었다. 개조된 덮개와 손 보호대를 장착하고, 조준경을 감각중추에 연결하고… 그 외에도 몇 가지 시도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기존 성물의 창조자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 내지는 그들에게 바치는 공물이라고 할까. 아니, 그들의 유산일지도 모른다.

그런 만족스러운 생각을 머리에 담은 채, 총제작자는 작업을 시작했다.

13.2. 걀라르호른

"파괴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면, 그 행위 자체 또한 그렇지 않을까?" —페이즐 크룩스

랜디는 마침내 탑에 도달했다. 발사 기지로부터 참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쇼 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의 우주선은 옛 러시아에서 출발한 후, 단 두 번만 폭발했고, 고스트가 우주선을 두 번째로(다행히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솜씨를 보이며) 수리하는 동안 그 곁을 지키다가 전리품도 몇 가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탑의 전송 패드에서 실체화된 그는 군중 한가운데에 있는 한 명의 사람 곁에 모든 "연령대"의 인간과 수호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랜디는 그에게서 아주 신비한 오라가, 아니, 경이의 오라라고 할 수 있는 느낌이 번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빽빽이 밀집한 사람들을 팔꿈치로 밀어내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려고 했다. 마침내 사람들을 헤치고 통과한 끝에, 그는 소란의 중심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쪽 다리를 탑의 난간에 올리고 선 수호자였다. 랜디의 고스트가 그 사람에 대해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무슨 영웅이라고 했던가.

그게 뭐 대수라고. 랜디도 영웅이었다.

"엄청난데." 한 타이탄이 수호자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보며 말했다. 랜디는 묘한 사슬 면갑을 쓴 타이탄을 바라봤다.

"그냥 로켓 발사기잖아. 나도 옛 러시아에서 저런 걸 하나 얻었는데." 랜디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자기 로켓 발사기를 꺼냈다.

그의 고스트 댄디가 그를 쿡 찔렀다. "잠깐 제 얘기 좀 들어 보세요, 초짜 수호자님. 저 수호자가 들고 있는 건 최첨단 늑대무리 발사기예요. 발사할 때마다 지옥에서 온 유도 마이크로 로켓 무리를 흩뿌리죠. 어떤 언어에서는 까마귀 무리를 지칭하는 말이 '살인'과 똑같다고 하죠? 사실 까마귀보다는 이 로켓 무리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랜디는 불길한 징조를 들어 올렸다. "여기에도 추적 모듈 정도는 설치할 수 있어." 댄디가 키들키들 웃었다. "있겠지?"

랜디는 불길한 징조를 바라봤다. 그 무기의 소박한 모습에 그의 자부심은 어느새 좌절로 바뀌어 버렸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그는 자기 로켓 발사기를 수호자의 머리 너머로, 탑의 난간 밖으로 던져 버렸다.

수호자는 몸을 빙글 돌리고 몸을 곧게 세웠다. 그리고 걀라르호른을 어깨에 얹고 화산 분출 같은 로켓을 발사했다. 불길한 징조는 그야말로 산산이 조각났다. 마이크로 추적 로켓이 떨어지는 잔해 하나하나를 쫓아가 폭죽처럼 터뜨린 후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연료가 타오르는 매캐하고도 달콤한 냄새가 허공에 번졌다.

랜디의 입이 쩍 벌어졌다.

수호자는 앞으로 나서 미소를 지으며 걀라르호른을 랜디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젠 이걸로 전설이 되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