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6-03 09:42:19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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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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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침입자3. 무기
3.1. 화력 공포3.2. 회개의 눈물3.3. 네자렉의 속삭임3.4. 냉혹3.5. 공허한 부정3.6. 밤의 요철
4. 지휘권 확보5. 경이 방어구
5.1. 두 번째 기회5.2. 칼리반의 패5.3. 불의 비
6. 전설 방어구
6.1. 헬멧6.2. 건틀릿6.3. 가슴6.4. 다리6.5. 직업
7. 허깨비 의체8. 환영 의체9. 진동막 밝은 별10. 창백한 군마11. 장송곡12. 악몽 수확기

1. 개요

이 문서는 망령의 시즌 아이템들의 지식을 모은 문서이다.

2. 침입자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솔직히 가슴 아프지만 정말 놀랐다고 해 줄게." 과거로부터 울려 퍼진 메아리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코라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다시 솟아오르는 고통의 숨결을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악몽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뿔이 돋은 친구의 얼굴 그대로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갈기갈기 찢긴 망토 끝자락이 허리춤에 찬 핸드 캐논 옆에서 흔들렸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거짓된 말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 리바이어던의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초대받지 않고 무작정 들어가는 건 원래 내 특기였는데." 그녀의 곁에 떠 있는 그것이 말을 이었다. "혹시… 날 따라 하는 거야?"

"넌 기억일 뿐이야." 아이코라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꾸했다. "그가 아니야."

"그런 논리라면 반박할 수가 없네." 그것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는 죽었잖아."

아이코라가 움찔하는 사이, 어깨 위에 떠오른 악몽이 몸을 빙글 돌렸다. "자발라와 네 덕분이지. 물론… 울드렌 소프가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아이코라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그 녀석이 내 총으로 날 쐈잖아." 악몽도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기억해?"

아이코라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악몽은 계속 따라왔다.

"당연히 기억하겠지?" 그것이 물었다. "네가 뭐라고 약속했더라? 그 자식의 머리를 왕좌 위에 올려놓겠다고 했었나? 정말 화끈한 표현이었어, 아이코라.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그 쓰레기를 탑에 받아들였네. 그것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영했지! 그래서 나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 기억에 살짝 착오가 있거나… 아니면 그 살인자가 내게 한 짓을 잊어버린 것 같아."

"까마귀는 울드렌이 아니야!" 아이코라는 이글이글 타올랐다.

악몽이 이죽거렸다. "그래. 내가 케이드가 아닌 것처럼 말이지."

아이코라는 돌아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공허의 빛이 그녀의 주먹과 두 눈 깊은 곳에서 이글거렸다.

하지만 그녀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한 우주뿐이었다.

"아이코라," 통신 장치에서 지직거리며 에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돌아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코라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양손을 옆구리에 얹었다. 그녀는 리바이어던의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돌아섰다.

3. 무기

3.1. 화력 공포

화력전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 무엇일까요? 전부 다입니다.

지크프리트의 발이 리바이어던 깊은 곳의 금속 쇠살대에 닿았다. 뱀처럼 구불거리는 터널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곳이었다. 방은 커다랗고, 텅 비어 있고, 어두웠다. 그는 투구의 시야를 야시경과 열화상으로 전환하고 화력팀을 올려다봤다.

아른거리는 엘릭스니 위장이 위쪽 갱도에서 탄소강선을 타고 내려오는 팀원 일곱 명의 모습을 왜곡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기 위장을 중단했다. 그의 앞에는 칼루스의 모습을 본뜬 로봇 피조물의 밑동이 있었다. 그의 키 두 배 정도 되는 높이로, 겉으로 드러난 내부 장치가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기갑단 군단병 네 명, 엘릭스니 융합자 두 명, 실천의 태양노래꾼이 지크프리트 뒤쪽으로 내려와 은신을 중단했다. 융합자들이 로봇과의 연결을 수립하기 시작하고, 군단병은 후방에서 경계선을 수립했다. 지크프리트는 군단병과 함께 섰다.

워록은 로봇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융합이… 형성됐다." 엘릭스니 하나가 워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록은 앞으로 나섰고—

"내 리바이어던에 도둑들이 기어들어 왔구나!" 로봇이 우렁찬 칼루스의 목소리로 외치며, 금속 손으로 거칠게 융합자를 쳐냈다. 그들은 옆쪽 벽에 충돌하여 의식을 잃었다. 두 번째 융합자는 벌떡 일어나 군단병 뒤로 몸을 숨겼고, 실천의 워록은 천상의 불길을 피조물의 얼굴에 연속으로 발사했다. 그에 응답하듯, 금속 주먹이 연기를 뚫고 날아들어 워록을 바닥에 처박았다.

지크프리트는 군단병을 향해 돌아서며 외쳤다. "적 접촉!"

기갑단이 납탄 소총의 포문을 열었고, 탄환이 두꺼운 금속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남은 융합자는 피조물의 노출된 기계를 전기 권총으로 조준했다.

지크프리트는 앞으로 돌진하며 슬라이딩하여 로봇의 정면으로 나섰다. 그는 태양 불길을 점화하며 피조물을 어깨로 들이받아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몸을 굴려 반격해 오는 주먹을 피하고는 로봇의 몸통을 붙잡았고, 힘껏 몸을 비틀어 로봇의 등을 화력팀 쪽으로 향하게 했다.

태양노래꾼이 헐떡이며 되살아났다. 그들은 의식을 잃은 엘릭스니를 붙잡고 군단병 사이에 자리를 잡은 후 외쳤다. "집중 사격!"

실천의 워록은 민첩한 움직임과 함께 태양 광채로 찬란하게 타올랐다. 그 모습을 본 기갑단은 사격이 대담해지고, 융합자의 가슴에는 용기가 차올랐다. 가열된 납탄이 로봇을 꿰뚫고, 전기 권총이 목표에 적중하며 로봇의 노출된 무릎 하나가 꺾였다.

납탄 소총이 피조물의 얼굴을 찢고, 지면에 쓰러진 로봇은 미친 듯이 버둥거리며 그들을 향해 기어 왔다. 팔을 휘두를 때마다 바닥의 금속이 떨어져 나왔다.

타이탄이 손을 들고, 솟아오르는 불의 힘으로 파괴자의 망치를 소환했다. 그는 망치로 로봇의 등을 찍었고, 적이 파괴되며 녹아내린 파편이 주위로 흩어졌다.

지크프리트는 태양노래꾼을 바라보고, 다시 나머지 화력팀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적 처리 완료… 계속 가자."

3.2. 회개의 눈물

메시지 전송 성공 // 메시지가 열리지 않고 삭제되었습니다 // 다시 전송할까요?

마라 소프는 이제 까마귀라 불리는 남자의 가슴속에서 쌍둥이 동생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그를 품에 안는 것을 꿈꿨다. 한쪽 귀를 그의 흉골에 대고, 귀를 기울이며…

"미안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걸 상상했다. "모든 게 다 미안해. 내가 틀렸었어."

하지만 마라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오늘 같은 밤, 혼자서 무한한 우주의 공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남동생이 스스로 그녀의 곁에 없는 것을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그녀가 받아 마땅한 대가이기도 했다.

"여왕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뒤쪽에서 살며시 들려왔다. 마라가 고개를 돌리자 페트라의 윤곽이 문간의 빛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어디 있지?" 마라가 물었다.

"리바이어던입니다." 페트라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고, 한 순간 마라는 자기와 함께 있을 때 다른 이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을 언뜻 경험했다. "그가 거기에서 자신을 본다고 에리스에게 들었습니다. 그가 울드렌을 본다고요."

"알고 있다." 마라가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동생의 심장이 뛰는 걸 느끼는 것과 똑같이, 까마귀의 고통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가고 싶으시겠죠." 페트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강철 같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마라는 그게 경고라는 걸 눈치챘다.

"그것도 알고 있다." 마라는 반짝이는 별의 바다를 바라봤지만, 그 너머의 광대한 무에 초점을 맞췄다. "잘 자라, 페트라."

"안녕히 주무십시오, 여왕 폐하." 페트라의 발걸음이 멀어져 가고, 마라는 다시 혼자 남았다.

아니, 그녀는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와 남동생은 떨어져 있을 때도 함께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래야만 했다.

3.3. 네자렉의 속삭임

"일어나라, 신봉자여. 당당히 이 선물을 품어라." —목격자의 신봉자 룰크

영혼불꽃 줄기가 모래투성이 동굴 바닥에서 솟아오른 시공의 기하학적 결정 성장물 사이를 떠돌았다. 수정 안에는 조각난 군체 기사와 노예의 사체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최근 전투의 폐기물이 에리스의 장화 아래에서 바스락거렸다. 앞쪽으로 달의 피라미드의 예리한 모서리가 솟아올랐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형체를 배경으로 아른거리는 붉은 유령이 먼지처럼 허공에 걸려 있었다. 에리스는 아함카라의 뼈를 들어 입술에 대고, 작은 촛불을 끄듯 뼈 표면에 바람을 불었다. 그녀 주위의 세계가 흐릿하게 구부러지고

그녀는 다른 곳에 있었다.

피라미드의 심장. 에리스 위로 거대하게 치솟은, 장막에 덮인 조각상은 어딘가 여성적인 형태였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관념과 아무런 관계없는 그 실루엣의 의미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불꽃으로 감싸인 아함카라의 뼈를 들어 올렸다. 그녀가 처음 그 힘을 이용했던 때처럼, 시공이 그 표면을 뒤덮었다.

에리스는 고개를 돌려 피라미드의 광활한 내부를 살폈다. 그건 조용하고, 죽어 있었다. 사바툰의 왕좌 세계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에 들린 아함카라의 뼈를 움켜쥐자

그녀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동굴처럼 어두운 방이었다. 성층암 광물로 만들어진 조각상들이 기이하게 이등분되어 성당을 연상케 하는 벽에 줄지어 놓여 있었고, 반대쪽 끝에 크게 벌어진 입구는 영원한 무를 향해 이어졌다.

바닥에서, 수 세기 동안 쌓인 먼지로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길쭉한 금속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월도였다. 에리스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표면을 뒤덮은 붉은 줄무늬가 심장 박동처럼 두근거렸다. 월도의 힘은 멀리서 느껴지는 듯 희미했지만, 뭔가 끔찍한 것의 불씨가 여전히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어디 있지?" 에리스는 허공을 향해 속삭였다.

대답은 없었다.

3.4. 냉혹

"후회는 없어요."

어떻게 그의 고스트가 될 수 있었냐고요? 울드렌이 한 짓들을 생각해 보라고요? 그런 질문은 많이 받아 봤어요.

고스트는 대부분 수호자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네, 전 달랐죠. 제 수호자는 꿈의 도시 장막 아래에서 영면에 들어 있었어요. 설령 제가 그의 얼굴을 몰랐다고 해도, 그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겠죠.

솔직히, 가끔은 저도 그가 사바툰과 대화하기 전에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 때도 있어요. 마녀가 보여준 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걸 확인해 줬을 뿐이라고요.

사실, 까마귀에 대한 거라면 사바툰보다 제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을 해내면 싱긋 웃는다거나, 칼을 던지기 전에는 꼭 한 번 살짝 던져서 돌린다거나,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면 늘 시선을 외면하는 것까지요.

그리고 가끔은, 울드렌에게도 그런 성격이, 그런 습관이 똑같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럴지도 모르죠. 저도 확실히 알 순 없어요.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겠죠.

전 제 수호자가 위험의 스릴을 즐기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위험을 감수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는 다른 사람의 패배가 아닌 승리를 기뻐해요.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다른 사람을 위한 거예요. 그는 겸손하고, 상냥해요.

그게 진짜 그의 모습이에요. 이제 제가 다시 한번 일깨워 줘야겠어요. 제 수호자는 까마귀예요.

울드렌이 아니라요.

3.5. 공허한 부정

"빼앗긴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케틱스는 달 궤도를 세 번 돌며 작은 마을을 조사했다. 이곳을 공격한 대장이 그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들은 살육이나 노동력을 위해 찾아왔던 반면, 그와 반달 무리는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빛의 운반자가 마을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을 여럿 살해한 악마였다. 케틱스보다 앞서 대장이었던 자를 산산이 조각낸 악마였다. 복수를 하는 것이, 이 악마를 사냥하여 죽음의 빚을 청산하는 것이 케틱스의 의무였다. 그게 악마의 가문이 케틱스를 보낸 이유였다.

하지만 케틱스에게, 이 악마의 목숨은 복수 이상의 대가를 의미했다. 그 목숨은 영광을 약속했다. 케틱스의 아버지 이크리이스가 단 한 번의 전투에서 빛의 운반자를 쓰러뜨리고, 그 작은 기계를 붙잡아 천상의 에테르를 마셨을 때 차지했던 바로 그런 영광을. 조만간 그 영광이 케틱스 것이 될 것이다. 조만간 그의 지위는 확실히 인정받을 것이다.

반달이 케틱스의 양옆에 엎드려, 높이 자란 풀숲 속을 조용한 기대감으로 기었다. 풀이 죽고 경작한 흙과 통나무 벽이 나타나면, 그들은 잠시 멈춰 서서는 케틱스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는 신호탄을 쏘아 올려 공격을 선포할 생각은 없었다. 빛의 운반자에게 계획할 시간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후방 경비를 맡은 드렉들이 나머지 습격대에 합류하자, 케틱스는 전기 창에 불을 붙여 밤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공격 신호였다!

습격자들은 방어가 시시할 것으로 예상하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건 거친 저항이었다. 대장은 마을 중심부를 향해 돌진하며 방어를 지휘하는 악마를 찾았다. 전투의 한가운데에서 그 악마를 찾을 수 있었다. 케틱스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앞을 가로막은 인간을 아래쪽 팔로 붙잡아 불타는 목조 구조물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악마!" 그는 엘릭스니어로 외치며 전기 창을 꺼냈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기 전, 한 젊은 인간이 용맹하게 그와 악마 사이에 끼어들어 칼을 뽑았다. 케틱스는 그 "전사"를 훑어보고는 아래턱을 달각거리며 웃었고, 청년의 둥글게 굽은 검을 어렵지 않게 옆으로 쳐냈다. 대장은 대충 무기를 찔러 청년을 도발했고, 그 작은 인간은 균형을 잃었다. 장난이 끝났을 때, 케틱스는 창끝으로 그자를 꿰뚫었다.

케틱스는 창에 꿴 청년에게서 눈을 들어 악마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이 악마의 빠직거리는 눈을 마주했다. 대장은 창을 들어 올리고 돌진했다—

3.6. 밤의 요철

"어둠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일단 쏴라." —백인대장 투크린

"다시 하진 않겠어." 고른아크는 느긋하게 서 있는 전쟁 야수에게 피투성이 고기 덩어리를 던지며 말했다. 전쟁 야수는 한입에 먹이를 먹어 치우고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고른아크는 동료 기갑단 두 명과 함께 커다란 금속 탁자에 앉아 있었다. 하나는 베테랑 방패병 우르룩스로, 고른아크가 가장 존경하는 동료였다. 다른 하나는 비쩍 마른 붉은 군단의 탈주자 탈우른으로, 작년 네소스 정찰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물이었다.

"리바이어던에 우리 선조들이 나타났다는 게 사실이야?" 우르룩스가 물었다.

"난 그들이 다양한 형태의 붉은 연기로 나타나는 걸 봤다. 인간, 기갑단 검투사 등등." 고른아크는 말했다. "그들은 배신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기갑단을 유인하여 우리 방어구 사이에 칼을 꽂는다. 그들은 날 함선 더 깊은 곳으로 불렀지만, 난 놈들이 우리 이름을 빼앗으려 한다는 걸 알았어. 우리 기억을 더럽히려 한다는 걸."

"고른이 겁쟁이가 된 건가?" 탈우른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른아크는 비쩍 마른 군단병을 향해 소리쳤다. "한 번만 더 날 겁쟁이라고 불러 봐라, 이 개자식아!"

"탈우른, 기갑단은 그 누구도 겁쟁이가 아니야. 우린 그를 할파스 엘렉투스 아래의 구멍에서 찾았어." 우르룩스는 침을 뱉은 후 고른아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와 함께 서라. 그러면 칼루스의 공포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다."

병영 문이 열렸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탈. 명령이든 뭐든,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고른아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도 가지 않는 게 좋아."

날개 달린 방어구 장식을 붙인 거대한 기갑단, 투크린이 안으로 들어서며 헬멧을 벗었다. "그런 건 여제께서 용납하지 않는다." 투크린이 으르렁거리며 브론토 대포로 고른아크와 다른 이들 사이의 커다란 금속 탁자를 내리쳤다.

"투크린? 누가 죽었길래 네가 백인대장이 된 거야?" 고른아크가 브론토 대포를 밀어내고 전쟁 야수에게 줄 고기를 자르며 물었다.

"마지막 배치다."

투크린은 새로운 부하들에게 쌓여 가는 호기심을 보았다.

"사령관이 우리 부대보다 앞서 나가서 하부를 정찰하려 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지… 원래 모습으로는 말이야." 한순간 투크린의 눈이 그때 보았던 광경을 다시 보는 듯 흐릿해졌다. "그녀는 고귀한 기갑단이었지만, 그날 밤 영혼들이 그녀의 정신을 공격했고, 결국 그녀는 이 대포를 우리에게 돌렸다."

그의 병사들이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투크린이 말을 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치했으니, 이제 부대도 내 것이다. 내가 돌아가면, 너희도 돌아가야 해."

4. 지휘권 확보

의무감으로 속박되었습니다.

자발라는 헬름의 창문 밖을 바라봤다. 멀리, 별들 사이를 더럽히는 역병처럼 리바이어던이 검은 위용을 도사리고 있었다. 사령관이 전쟁 탁자에 기대서자 홀로그램 투영기에서 푸른빛이 깜빡거렸다. 카이아틀과 살라딘의 투영이 나타나 정기 브리핑을 시작했다.

"거센 저항이 계속되고 있네." 자발라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야." 카이아틀이 투덜거렸다. "내 아버지의 병사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쓰러지면, 또 다른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뿐이겠지." 살라딘이 덧붙였다.

자발라는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어 리바이어던을 노려봤다. "그는 병사들을 무의미한 죽음에 내몰고 있네. 그런 자를 무슨 지도자라고—"

말이 목에 걸려, 그는 억지로 삼켰다. 카이아틀과 살라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투영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건 참 무거운 짐이지," 카이아틀이 불쑥 말했다. "그 진정한 값어치를 아는 자에게는 말이야."

"정말 그렇네." 자발라는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홀로그램 투영기를 바라보며 허리를 똑바로 폈다. "리바이어던 위에서 선봉대의 작전은 계속될 걸세. 앞으로의 진행 상황은 계속 알려주겠네."

카이아틀과 살라딘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의 홀로그램 투영이 사라졌다. 함교에 홀로 남은 자발라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온몸을 감싼 갑주의 무게를 실감했다.

5. 경이 방어구

5.1. 두 번째 기회

당신에겐 그럴 자격이 있나요?

귀를 찌르는 쌔액 소리가 깃발 내리기 전장의 벽에 부딪혀 퍼지고, 방패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 방패는 부서진 기둥 하나와 충돌한 후 다시 다른 기둥에 부딪혀 튕겼고, 샤크스가 날아오는 방패를 붙잡았다. 그가 단단히 붙잡은 방패에서 아른거리는 공허의 빛이 그의 방어구를 밝혔다.

"그는 좀 어때?" 시련의 장 담당자가 물었다. 그는 방패를 날아온 곳으로 다시 던졌고, 방패는 나무에 부딪힌 후 다시 상자에 튕기고 세인트-14의 날쌘 손에 붙잡혔다.

"그대로야." 세인트가 그렇게 대답하며 지친 듯 한숨을 쉬었다. 그가 던진 방패는 바닥에 탕탕 튕겨 돌아갔고, 샤크스가 다시 방패를 단단히 받아 쥐었다. "가끔 난…"

세인트의 목소리가 떨리며 잦아들자, 샤크스는 방패를 옆구리 쪽으로 내렸다. "가끔 뭐?"

"가끔 난 이게 다 내가 뿌린 씨앗의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세인트는 말을 이었다. "지금도 내 앞에서 공포에 떨던 엘릭스니가 생각나. 내가 그들의 동족에게 저질렀던 그 끔찍한 만행들도. 내 죗값을 오시리스가 치르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하지?"

샤크스는 천천히 방패를 내려 한쪽 끝을 지면에 놓았다. "전쟁군주 시절," 그는 유난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인간과 엘릭스니 모두에게 가늠할 수 없이 크나큰 고통과 고난을 초래했다. 그런데 이제 난 수호자들에게 전투를 가르치고 있지. 내가 롤 모델이라고 말하는 녀석들도 있더군."

이번에는 샤크스가 한숨을 쉬었다. "다들 잘못 생각하고 있어." 그는 방패를 들어 다시 한번 던졌다.

세인트는 한 손으로 방패를 받은 후 그 빛을 서서히 꺼뜨렸다. "자책하지 말라는 건가?"

샤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삶에서 늘 뿌린 대로 모두 거두는 사람은 없어.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는 빛으로 새로운 방패를 만들어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5.2. 칼리반의 패

언제나 소매 속에 한 장 감춰 두세요.

칼리반-8은 끼지도 않은 카드 게임 때문에 헌터 선봉대의 자리를 "따내는" 불운을 겪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탈룰라 페어윈드가 아함카라와의 내기에서 패하고 그와 함께 생명까지 빼앗겼던 패를 돌린 것뿐이었다.

속임수를 쓸 걸 그랬다고 후회하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적어도 그랬다면 희망의 용이 그도 함께 데려갔을 테니까.

이제 그는 도시 역사상 두 번째 헌터 선봉대가 되어 탑의 책상 앞에 붙잡혀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절대로 교신에 응답하지 않고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은 수호자 무리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탈룰라는 그런 수호자들 사이에서도 동지애를 고취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칼리반은?

그는 그저 잘못된 패를 돌린 사람일 뿐이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는 빛으로 달궈진 칼을 손가락 사이에서 이리저리 돌리다가 천장에 던져 꽂았다. 뜨거운 칼날은 강철을 파고든 후 즉시 식었고, 전에도 그가 몇 번이고 사무실을 훼손하는 데 사용했던 다른 대여섯 개의 칼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무료한 오후였다.

가볍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로브를 입고 하얀색 가면을 쓴 소박한 차림새의 사람이 입구에 서 있었다.

"바쁜 것 같군." 대변자가 말했다.

칼리반은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책상 앞에 앉아서 뭘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헌터들이 어떤지는 잘 아시잖아요."

대변자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천장을 올려다봤다. "소매에 칼을 몇 개나 감추고 있지, 칼리반?"

"대충 저 정도죠." 그는 위쪽을 가리키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면 이제 일어나서 칼을 다시 감춰 두는 게 좋겠어," 대변자는 느긋하게 말했다. "헌터라면 그래야지."

칼리반은 뭔가 대꾸하려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할 말이 없는 기분을 느꼈다. 대변자는 문간에서 고개를 돌려 어깨너머로 말했다.

"천천히 해도 좋아, 칼리반.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을 되니까."

5.3. 불의 비

화끈하게 등장합니다.

"솔직히 내가 그런 얘기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수라야 호손은 웃으며 말했다.

데브림은 서둘러 대답하느라 차를 꿀꺽 삼켰다. "믿을 필요 없네. 늘 그렇듯 과장하는 거니까."

그의 옆에 앉은 마크도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눈으로 직접 봤다고. 데브림이 도약선 화물칸에서 뛰어 내리더니, 낙하산을 펼치고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총을 마구 난사했어. 소각 대포 포탄이 날아오는 것까지 피했다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데브림은 짐짓 화가 난 척하며 대꾸했다. "또 라훌이 준 황금기 이전 소설을 읽고 있는 모양이지."

"오, 당신도 그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 수라야." 마크는 남편의 반박을 단칼에 자르며 말했다. "마치 불타오르는 날개를 활짝 펼친 새벽칼날 같았지."

수라야는 팔짱을 끼고 궁금한 게 많은 눈빛을 데브림에게 던졌다. "진짜야, 영감?"

"…도약선을 타고 거기 갔었던 것 같긴 하네." 데브림은 멋쩍은 듯 인정하면서, 잔을 다시 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질 전송이 고장났던 것도 같고."

수라야의 두 눈은 자기 컵받침처럼 휘둥그레져 있었다. 마크는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활짝 웃었다.

"그래, 난 도저히 수송대를 포기하고 그냥 날아가 버릴 수가 없었네." 데브림이 설명했다. "그래서 자동 조종을 켜고 뛰어내렸던 거야. 분명히 얘기하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새벽칼날처럼 보이진 않았어."

"그래," 마크는 상냥하게 말하며 일어서서 데브림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래도 진짜 영웅처럼 보였지."

6. 전설 방어구

6.1. 헬멧

I - 당신은 보여집니다.

사바툰의 생명을 잃고 뻣뻣하게 굳은 육체가 메스 아래에 놓여 있었다. 에리스는 Y자 절개를 시작했다. 키틴칠 껍질판을 조심스럽게 제거할 때마다, 에리스는 마녀 여왕의 근육이 꿈틀거리고, 두 눈이 번쩍 뜨이고, 기다란 손톱이 보복이라도 하듯 자기 몸을 둘로 가르는 모습을 예상했다.

뻣뻣하게 굳은, 생명을 잃은 육체. 두려울 건 없었다.

두개골 아래, 판금 비늘과 닳아 해진 군체 마법으로 보호된 마녀 여왕의 기호가 보였다. 근육을 뒤집어 벗기고 주위의 세포를 긁어내자, 영혼불꽃의 문자로 사바툰의 뇌수에 각인된, 조금씩 흐려져 가는 표식이 드러났다. 그제야 그 표식을 둘러싼 장식이 눈에 보였다. 슬픔의 왕관에 새겨진 룬 문자 기호가 떠올랐다. 에리스는 장식의 형태 및 슬픔의 왕관과의 유사성을 데이터 패드에 자세히 기록한 후 관찰을 재개했다. 그 표식이 왕관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처음부터 확신할 수 있었다.

왕관과의 연결 고리. 많은 이들이 열어 보고자 했던 자물쇠. 이제 에리스는 사바툰의 정신에 대한 열쇠를 손에 넣었다.

6.2. 건틀릿

II - 당신은 붙잡힙니다.

에리스 몬은 헬름에서, 전에는 엘릭스니 융합자의 서비터가 자리 잡고 있던 구역 바닥에 분필로 표시를 했다. 해방된 무덤 우주선 드론이 그녀 곁에 떠 있었다. 문은 열렸지만 차폐된 상태인 격납고 밖으로, 일그러진 매듭 같은 리바이어던이 보였다. 그 형체가 달의 어두운 윤곽을 배경으로 툭 불거진 듯 두드러졌다.

아이코라는 계단을 내려왔다. 로브 끝단을 뼈와 정교하게 수 놓은 기호로 장식한, 화려한 옷차림의 워록 사자항해사가 뒤를 따랐다.

"이건 화성에서 징발한 건가?" 아이코라가 군체 함선을 바라보고 웃으며 물었다.

에리스가 일어섰다. "금고에서 왕관을 옮길 때 충분한 차폐막을 제공해 줄 거예요."

"그게 지금 여기 있습니까?" 사자항해사가 계단 아래에서 멈추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라. 왕관이 격리될 수 있도록 헬름 자체가 도시에서 이탈할 테니까." 에리스가 답했다.

"왕관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으니 그 무덤 우주선은 여기 정박시켜 두게. 지금 같은 때 신병이 자네 우주선을 격추시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아이코라는 사자항해사 곁을 지나가며 그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얘기해 주게, 에리스."

에리스는 열린 격납고 문을 향해 손짓했다. "리바이어던이 우리 문가에 찾아왔어요. 우리가 칼루스의 계획을 저지한다 해도, 저 함선의 규모 자체가 우리에겐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칼루스는 초인과적 힘 없이도 대멸종 수준의 사건을 초래할 수 있죠."

"칼루스는 오직 피라미드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네." 아이코라가 끼어들었다. "혹시라도 그런 기조가 달라지는 경우라도, 카이아틀의 함대가 보유한 화력이라면 충분히 그를 설득할 수 있다고 자발라 님이 분명히 말씀하셨어."

에리스는 아이코라의 합리적인 말에 보조를 맞추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칼루스가 수립한 연결이 악몽과 유령 모두를 리바이어던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칼루스는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이 연결을 방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사자항해사를 가리켰다. "너,"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분필로 표시한 세 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 여기, 여기. 의식을 속박할 죽음의 닻이 필요하다. 최대한 오랫동안 정신을 변경에 유지하고 있으면, 내가 왕관을 격리할 인장을 제작하겠다. 그다음에는 자원자가 필요한데…"

6.3. 가슴

III - 당신은 공허해집니다.

"이걸 몇 년 동안이나 갖고 있었으면서 귀띔 한 번 안 해준 건가?" 에리스는 방랑자의 버려진 지역에서, 커다란 에그리고어 포자가 담겨 있는, 때로 얼룩진 격리 유리 상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숨기려던 건 아니야." 방랑자는 에리스의 아함카라 뼈를 손가락 위에서 굴렸다. "아무도 안 물어본 거지. 뭐, 너도 전에 여기 온 적이 있었잖아, 칙칙한 달 아가씨."

"이 더미 안에 또 어떤 경이로운 걸 묻어 뒀을까." 에리스는 혼잣말을 했다. 그녀 눈의 에메랄드 빛이 얇은 천 뒤에서 앞뒤로 오갔다.
"내가…" 방랑자가 느긋하게 그녀의 뒤에 다가와 섰다. "간단히 좀 보여줄까?"

"시간이 없다. 얘기해 봐. 에그리고어 표본에서 뭘 알아냈지?"

방랑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억류된 거대 성장물을 올려다봤다. "어…"

에리스는 이마를 문질러 짜증스러운 기색을 덜어냈다. 그의 눈빛에서 장난스러운 내숭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숨긴 정보는 일종의 거래 수단이었다. "적어도 어디서 찾은 건지는 기억하겠지?"

"자매여, 그런 건 모르는 게 나아." 에리스는 방랑자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어색하게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후 어깨를 으쓱했다. "어느 외딴곳 얼음장 같은 황무지였어. 이름도 없고, 혼자 갈 만한 곳은 절대 아니야."

"당신이 데려갈 수는 있겠지?" 에리스는 그의 방어를 시험했다.

방랑자가 어깨보호구의 얼룩덜룩한 털을 툭툭 털고는 대충 고정된 난간에 몸을 기댔다. "네 도약선을 내준다면 생각해 보겠어. 운전은 내가 하지."

에리스는 한숨을 쉬고는 그를 밀치며 지나갔다. "됐어."

방랑자가 종종거리며 그녀 뒤를 쫓았다. "그게 끝이야? 그냥 가려고?"

"자꾸 피하려고만 하는군, 쥐새끼." 에리스는 그의 손에서 아함카라의 뼈를 빼앗아 망토 아래에 넣었다. "솔직히 얘기할 준비가 되면 다시 연락해."

방랑자가 손을 뻗으며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저녁 먹고 갈래?"

에리스가 잠시 멈춰 서서 이곳의 식사는 어떤 쓰레기의 역겨운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을지 생각했다. 그녀는 어깨너머를 돌아봤다. 정보를 알아내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이상하군. 사바툰이 화성을 다시 우리 공간에 끌어다 놓았을 때, 거기 에그리고어는 없었어. 하지만 글라이콘과 리바이어던은 모두 균류 성장물이 가득한 채로 돌아왔지. 이유가 뭘까?" 그녀가 물었다.

그는 포기한 듯했다. "사실… 그걸 적당히 태우면 노래를 해." 방랑자가 엄지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저주파 진동음인데, 피라미드 기술과 묘한 방식으로 공명하지."

"그런가?"

"날 못 믿는 거야?"

6.4. 다리

IV - 당신은 이끌립니다.

엘시는 저편의 야영지에 없었다. 어쩌면 다른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질 전송으로 나타난 에리스는 방랑자가 혼자서 공중에 떠 있는 엘시의 기이한 동반자에게 따져 묻는 모습을 보았다.

"왜? 넌 뭔데?" 방랑자는 불신에 가득한 눈빛으로 그것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내버려 둬. 지구라트가 우리 실험을 기다리고 있다." 에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거의 실체화된 참새에 올라탔고, 눈길을 가르며 얼어붙은 유로파의 평원 반대편을 향해 질주했다.

"…내 물건엔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방랑자가 그것을 향해 소리치고는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진눈깨비가 지구라트 꼭대기에 선 에리스의 얼굴을 할퀴어 붉게 물들였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따끔한 마비에 비하면 오히려 반가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장갑을 낀 한쪽 손에 채취한 에그리고어 균류 줄기를 꼭 쥐었다. 다른 손에서, 뜨거운 섬광이 비취색 연기 줄기를 뿜어냈다.

그녀는 방랑자가 가르쳐 준 대로 줄기의 양쪽 끝에 불을 붙였다. 타들어 가는 포자가 짙은 연기가 되어 그녀의 몸을 감쌌고, 그녀의 시야를 숯처럼 검은 장막으로 뒤덮어 다른 모든 것을 가렸다.

희미한 속삭임.

요동치는 바람 속에서 합창이 점점 커졌다.

그녀의 정신 표면에 어휘를 형성하는 어조.

"들려?" 방랑자는 어느새 속삭임으로 잦아든 목소리로 물었다.

지구라트는 소리굽쇠처럼 공명했다. 진동이 연기 속에서 형체를 취했고, 에리스는 어딘가 머나먼 공허를 향해 이끌렸다. 그녀는 그 끌림을 따라갔다. 연기는 별처럼 빛나는 광점과 함께 소용돌이치고, 검은 광야의 외로운 균열이 연기를 갈랐다. 검은 심연으로부터 중력 파동처럼 우주 전체를 향해 메아리가 방출되었다. 메아리는 별들을 왜곡으로 뒤덮고, 다른 지점 네 개에 부딪쳐 부서졌다. 더 큰 지점 두 개와 약한 지점 두 개. 그리고 그 사이에는 유령 같은 무형의 에그리고어 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유로파와 달, 사바툰의 왕좌 세계에 있는 피라미드를 보았다. 모든 피라미드가 하나의 구조물로 겹쳐 보였다. 연결이 생생한 기억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에리스가 눈을 깜빡이자, 그 감각은 사라졌다. 손안의 줄기는 재가 되어 있었다.

6.5. 직업

V - 당신은 결속됩니다.

"어디로 가고 싶다고?" 방랑자의 도약선이 그의 뒤쪽에서 요란하게 공회전하고 있었다. 엔진은 불완전 연소로 인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요란하게 덜거덕거렸다. 그에 반해 옆에 있는 에리스의 우주선은 매끈하게 갸릉거렸다.

"어둠의 여러 지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신호가 그 너머의 무언가로 오가고 있어." 에리스는 엔진 소음 위로 목소리가 들리게 하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다른 피라미드를 확인해 보면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겠지."

방랑자는 혀를 끌끌 차며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우리 칼루스 영감이 달 위에 함선을 정박해 둔 걸 생각하면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거긴 이제 출입 금지야."

"그래, 하지만 수호자가 이끄는 파티가 사바툰의 왕좌 세계에 있는 룰크의 피라미드를 공략하고 있어. 그쪽에 정신이 팔린 틈을 이용해야지."

그 말과 함께 에리스는 그를 어깨로 밀치고 터덜터덜 자기 우주선으로 향했다. "가자, 쥐새끼."

"…밥부터 먹으면 안 될까?"

***

폭발이 왕좌 세계의 피라미드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에리스와 방랑자는 독기가 피라미드의 진입로와 만나는 가라앉은 습지에 야영지를 차렸다. 안개 속에서 눈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끝없이 퍼져 있는 거대한 함선이 두 사람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방랑자는 에리스도 거의 본 적 없는 잔뜩 굳은 얼굴로 온몸을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신뢰를 쥐고, 다른 손에는 주먹 가득 시공의 힘을 채우고 있었다.

에리스는 악취를 풍기는 늪 위로 튀어나온 피라미드의 조각에 천으로 감싼 에그리고어 줄기를 놓았다. 그리고 천을 풀어 네 귀퉁이를 말끔하게 펼쳤다. 그때 위쪽에서 방랑자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

"뭔가 우릴 지켜보고 있어." 방랑자가 중얼거렸다. 그는 조작된 자기 고스트를 향해 돌아서며 에리스가 자기 말을 듣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듯 조용히 말했다. "저 녀석 좀 지켜봐 줘, 알겠지?" 그리고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우리 멋쟁이 영웅이 괜히 스크립을 밟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이 근처를 좀 둘러볼게."

방랑자의 조작된 고스트가 알았다는 듯 길게 하나의 음계를 울리고 에리스에게 집중했다.

"저메인."

그가 멈춰섰다. 에리스는 방랑자라는 인격을 위해 그가 늘 억제하는 고결한 모습이 지금 이렇게 그녀를 걱정해 주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너저분한 방패로 자신을 가리고 있지만, 에리스는 그런 더러운 모습 아래에 감춰진 진짜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빛을… 좀 비춰 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그는 신뢰로 피라미드 바닥을 향해 태양 탄환을 발사하여 에그리고어 줄기에 불을 붙였다. "금방 돌아올게."

에리스는 그가 늪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에그리고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줄기에 집중했다.

***

에리스는 기진맥진하여 따뜻하고 폭신한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방랑자는 위험해 보이는 커다란 불 위에서, 군체 디자인의 가마솥 같은 용기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묘한 스튜를 끓이는 중이었다. 그가 탁한 회갈색 죽이 담긴 두툼한 그릇을 그녀의 손에 올려놓자, 그녀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뭘 찾았어?" 방랑자가 그릇의 내용물을 후루룩거리며 물었다.

에리스는 그 "음식"을 입술에 살짝 갖다 대며 온도와 맛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탑에 갔을 때 아이코라와 함께 먹었던, 악취를 풍기는 치즈와 맛이 비슷했지만, 그와 더불어 텁텁한 심연의 맛이 느껴졌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화를 택했다. "내 생각이 옳았어. 그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의문이 더 생겼을 뿐이야."

"내 생각엔, 원래 일이 다 그런 거야.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방랑자는 다시 스튜를 후루룩 마시며 말했다.

"에그리고어는 어둠의 지점을 연결하고, 피라미드 구조물과 함께 공명하지만, 나는 아직 그들의 교신을 해독하지는 못했어. 그래도… 달의 피라미드와 유로파의 피라미드, 그리고 글라이콘과 리바이어던은 모두 동일한 원격 지점과 교류하고 있어. 룰크가 말을 건 대상이 칼루스의 이야기 상대와 동일하다는 건… 지극히 우려스러운 일이야."

"끝내주네." 방랑자는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직 가득 차 있는 그녀의 그릇을 바라봤다. "그거 안 먹을 거야?"

"난…" 에리스는 그가 자기 말을 제대로 들은 걸까 궁금했다. 하지만 다시 반복해 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게 뭐지? 정확히 뭘로 만든 거야?"

"진짜 맛있는 거라고. 나도 이렇게 제대로 만든 건 처음이야. 어차피 네겐 누구든 요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잖아. 네 실력은 좀… 형편없으니까."

"쥐새끼, 지금 나한테 뭘 먹이려는 거지?" 그의 앞선 사냥감이 떠올라, 에리스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꼈다. 에리스는 목이 반쯤 막힌 듯 입을 헤벌리고 방랑자를 바라봤다. 그가 지금까지 먹어 봤다고 주장했던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쳤다. "썩은 스크립을 요리한 거군."

"뭐라고?!" 방랑자는 스튜가 목에 걸린 듯 기침을 했다. "그런 쓰레기를 너한테 어떻게 먹이겠어, 칙칙한 달 아가씨." 그는 웃었다. "가재 스튜를 먹어 본 적이 없는 거야?" 그는 그릇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아니면 그와 비슷한 거라도…" 그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작은 늪지 새우라고, 알겠어? 진짜 맛있다니까!"

에리스는 자신의 상상력을 진정시키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방랑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스튜를 마셨다. 그 액체가 일그러진 그녀의 위장에 따뜻한 온기를 채워 주었다.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맛은 냄새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고마워. 맛이… 괜찮군."

7. 허깨비 의체

결속에 의심을 품지 않는 수호자의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OWL COMM-대화4: 공개, 기록, 미다스-003//
//기록 접속 식별자: VG-허가//

OWL-3-RaGo: 캄린, 리바이어던과 달의 피라미드 사이에 수립된 연결 관계에 대한 보고서는 읽어 봤어. 일부 내용은 상당히 우려스럽던데.

OWL-7-CaDu: 나도 분명히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리바이어던에서 발신되는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와 리바이어던으로 밀려드는 피라미드의 정신성 투영 사이에는 거의 직접적인 1:1 상관관계가 존재해.

OWL-3-RaGo: 그게 사실이라면, 리바이어던에서 목격되는 물질적 불안정성은… 아무래도 피마리드에서 초래되는 것 같은데.

OWL-7-CaDu: 헬름에서 리바이어던의 스펙트럼 분석이 언제 끝날지 예상 시간은 나왔어? 그걸 보면 조금이나마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OWL-3-RaGo: 분석할 게 45% 남았어… 놀랄 일은 아니지. 리바이어던은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크니까. 그동안 실험실-C에 연락해서 Eg-999 얘기나 들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피라미드와 연결되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관련이 있는 건지 알아보고 싶은데.

OWL-1-ShLi: 그 문제라면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아무래도 분석을 완료할 수 없을 것 같아.

OWL-3-RaGo: 뭐? 왜?

OWL-1-ShLi: 안전 규정 때문에. 격리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어. 지구 쪽 모든 실험실에 있는 에그리고어 균류 표본은 전부 소각 처리됐어.

OWL-3-RaGo: …

OWL-1-ShLi: 은신자 연락원, 에리스 몬은 그 균류가 신경계의 시냅스와 유사하다고 알려 왔어. 그녀는 그게 시공과 같은 어둠의 물리적인 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하지만 시공과는 달리, 그건 "불순한" 발현으로 보인대. 그 여자 표현을 그대로 옮긴 거야.

OWL-7-CaDu: 거기엔 함축된 의미가 아주 많은 것 같은데.

OWL-1-ShLi: 몬의 이론에는 항상 함축된 의미가 많지. 일단은 거기까지 기록해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어쨌거나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리바이어던에서 방출되는 신호를 스펙트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독하는 거잖아.

8. 환영 의체

"빛은 힘을 준다." –미스락스

미스락스는 헬름으로 들어서며 자신의 주문을 되새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구역에는 빛의 가문의 생명을 유지하고 선봉대를 도와 끝없는 밤을 막아낸 서비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전혀 다른 것이 이 벽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격납고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걸 처음으로 보았다. 커다랗고 흉측한 슬픔의 왕관이 한때 서비터가 놓여 있던 자리에 음산한 자태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목소리들이 들렸다.

"미이이스으으라아악스으으," 그들은 한 목소리로 쉭쉭거렸다.

시야 한쪽 구석에서, 그들의 그림자가 벽과 천장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드렉. 반달.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얼굴들. 거의 기억나지 않거나 처음부터 알지 못했던 이름들.

"빛은 힘을 준다." 그 자신의 정신 속임에도, 그의 목소리는 왠지 작게만 들렸다.

"빛의 켈… 죽음의 대장…"

다른 생에서 그가 남긴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환영의 에테르처럼, 그들은 이제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우리는 기억한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한다. 네가 누구인지 기억한다."

"빛은 힘을 준다," 그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한기를 느끼며 다시 말했다. "빛은 힘을 준다. 빛은—"

"미스라악스?"

그는 빙글 돌아서며 융합자 건틀릿을 들어 올려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 구역 입구에 서 있는 까마귀를 보고 나서야, 그는 건틀릿을 내렸다.

"무슨 일이지?" 헌터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미스락스는 거짓말을 했다.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그들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잊히진 않았다. "실례하겠다."

서둘러 과거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그는 아무 말 없이 까마귀를 밀어내고는 그 구역을 떠났다.

9. 진동막 밝은 별

나는 기억을 찾아 일백 번이나 걸음을 되짚었습니다.

자발라는 한밤중에 자꾸 감기려 하는 눈의 무게를 이겨내려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문은 불투명한 디지털 무늬로 덮여 있었고, 그 무늬가 사령관의 얼굴에 아른거리는 색상을 비췄다. 그는 데이터 패드를 만지작거리며 길고 빽빽한 보고서를 훑어보는 중이었다. 에리스 몬이 보낸 "임박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미 여러 차례 읽어 본 것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그도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했지만, 또 한 번 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고 나니 사안의 시급함도 어느덧 빛이 바랜 것 같았다.

"타르지." 고스트는 갑자기 생기가 도는 듯했다.

"자발라?"

"환경 소리 SH9를 재생해 주겠어?"

"얼마든지요." 타르지가 대답했다. 잠시 후, 고스트는 평온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 별빛이 드리운 황야에서 횃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재생했다. 곧, 매미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자발라는 데이터 패드를 뒤집어 책상에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밤의 무게가 그의 눈꺼풀을 짓눌렀다. 그는 의식의 경계로 흘러갔고, 의식이 물러나자, 생각이 꿈과 뒤섞였다.

야생 꽃의 향기가 느껴졌다. 모닥불에서 타들어가는 나무가 공기를 덥혔다. 완벽하고 영원한 일상. 꿀 차와 사피야의 책에서 풍기는 은은한 바닐라 향. 그녀가 그와 함께, 그의 곁에 있었다. 생생하고 강렬한 모습으로, 책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정신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가장 사랑했다.

그가 멍하니 손을 놀려 뜨개질바늘을 움직이고 털실을 엮어 나갔다. 이른 저녁이 그의 앞으로 뻗어 나갔다. 어린 아들의 윤곽이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도드라졌다. 매미의 노래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하킴은 초원 위를 터벅터벅 걷다가 아이에서 소년으로, 다시 영사기처럼 깜빡이며 청년으로 변해갔고, 마침내 거의 성인이 된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 섰다. 자발라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지만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너털웃음을 웃었다.

하킴이 그를 불렀다. 자발라는 뜨개질바늘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사피야를 향해 돌아서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아들을 따라 초원으로 나아갔고, 걸음을 옮기다 보니 아른거리는 밤 속으로 의식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이곳의 대기는 차분했지만, 매미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다.

10. 창백한 군마

"추격의 스릴 때문이지."

"눈은 도로를 주시하고," 마커스 렌은 혼잣말을 했다. "돌아보지 마."

경주로 안팎에서 그의 삶을 지탱하는 모토였다.

그의 참새가 굉음을 울리며 달의 표면을 가로질렀다. 월진 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여기선 시제품 엔진을 마음껏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스로틀을 활짝 열고 그야말로 폭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의 질주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엔 그다지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참새의 장비를 점검하려고 잠시 멈췄을 때 느껴졌다.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커스는 즉시 액셀을 밟고 참새를 최고 속도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그 느낌은 계속됐다. 이제는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악몽.

선봉대 채널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얼굴을 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유령들. 마커스 렌은 참 많은 이들을 기억했다.

그는 연료 제어 장치를 끄고 참새를 증속 구동 상태로 밀어붙였다. 누가 자기를 쫓아오는진 몰라도,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았다.

"눈은 도로를 주시하고," 그는 소리 내어 다시 말하며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될 때까지 핸들을 움켜쥐었다.

"돌아보지 마."

11. 장송곡

"망자는 말이 별로 없어. 하지만 난 언제나 귀를 기울이지."

벨 탈로위. 사이 모타. 오마르 아가. 에리아나-3.

진홍빛 유령이 에리스 곁에 떠 있었다. 그녀는 영속의 심연 너머, 달의 피라미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악몽과 기억 사이에 멈춰 있는 그녀의 옛 친구들은 영원히 침묵하며 고통도 가르침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듣기만 했다.

때로는, 그걸로 충분했다.

"피라미드의 변화하는 회랑을 마지막으로 거닌 것도 정말 오래전 일이지." 에리스가 혼잣말을 했다. "지금도 날 환영해 줄까? 내가 이렇게 리바이어던과의 결속을 단절하면서 방해하고 있는데?"

그녀의 화력팀은 대답하지 않았다.

"상관없다."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피라미드의 목적이 무엇이든, 칼루스가 승리하는 일은 없어야 해."

리바이어던에서 각자의 악몽을 상대하고 있는 다른 이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슬픔의 왕관을 결속한 이후 여러 차례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단절 의식을 수행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에리스는 한때 자신의 화력팀이었던 형체들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시선이 누그러졌다.

좋든 싫든, 그녀는 슬픔에 익숙해졌다. 짐을 벗는 건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그녀 자신의 짐은 항상 가까운 곳에 소중히 간직하며 그 무게를 느낄 것이다.

그들이 없다면, 그때의 침묵은 귀가 먹을 듯 고통스러울 테니까.

12. 악몽 수확기

안전합니다.

// 하위 선봉대 네트워크 // 은신자-포트-[비공개] // 암호 인증됨 //
// 발신지: [비공개] //
// 수신 단말기: VG-CMDR, VG-REY //
// 식별자: ERI-223 //
// 기록 접근: 권한 부여 //

화성의 성물이 왕관과 사바툰의 물질적 형체에 관해 많은 진실을 드러냈어요. 전 몇 가지 중요한 수수께끼의 진실을 밝혀냈고,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왕관이 매혹적인 인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걸 행하는 기반은 군체의 주문과 의식에 속박된 어둠의 조작이에요. 피라미드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그리고 막대한 상실이 발생한 장소에 유령을 투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죠.

저도 왕관에 직접 접촉하거나 그걸 이용하려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아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우리 모두 봤으니까요. 대신, 신뢰하는 동료의 지원을 받아, 안전하게 악몽의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악몽을 결속하여, 추후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악몽의 정수를 뽑아내는 장치를 제작했어요. 제 동료는 이 장치를 "수확기"라 부르더군요. 적절한 명칭인 것 같아요.

칼루스의 계획을 더 자세히 알아내기 전까진,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리바이어던으로 배치되는 모든 화력팀에 [요구사항:장치-수확기]를 제공해야 해요. 화력팀이 거기에 맞춰 조율되면, 수확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피라미드가 투영하는 유령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흥미롭게도, 에너지가 강하게 집중되면, 수확기는 반사 작용이라도 하듯, 착용자의 의지를 통해 무기를 발현하더군요.

수확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아래에 첨부했어요. 이게 전쟁의 흐름을 바꿔 줄 수 있는 도구가 되길.

절 믿으세요,

에리스 몬

추신.
[제작 요구 사항:]
참고: 유독성 재료는 3레벨 감독 필요.
토대의 오스뮴 – 주괴 6개 //:ThW-S
석화된 에그리고어 - 표본 1개 //:GkV
영혼불꽃 점액 - 고밀도 용기 3개
암흑 에테르 - 고밀도 용기 1개
고서 - 군체 - 삭제된 석판(체험의 외전) //:S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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