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0 13:46:39

대형순양함

군함의 함종별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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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취역한 대형순양함인 미국 해군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
1. 개요2. 시초3. 여러가지 함급의 혼합
3.1. 상대할 함종의 발전3.2. 정보의 비대칭성3.3. 해군 열강국 이외의 사정
4. 함종의 모호성5. 특징
5.1. 장점
5.1.1. 평시에도 활용도가 높다5.1.2. 전시에도 여러 방면에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5.1.3. 유연한 배치가 가능하다5.1.4. 적이 아군 대형순양함을 처리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5.1.5. 비상시 주력함 대용이 가능하다
5.2. 단점
5.2.1. 건조가 가능하긴 한가5.2.2. 군축조약 없으면 의미가 사라진다5.2.3. 비용이 많이 든다5.2.4. 전함급 함선인데 유사시 도주만 한다5.2.5. 항공모함의 능력이 증대했다
6. 결론7. 말로8. 대형순양함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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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大型巡洋艦 / 超甲型巡洋艦, Large cruiser

순양함의 종류 중 하나로 전간기부터 제2차 세계 대전까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대형화되며 화력이 우수해지는 중순양함에 대해서 우위를 가지고 사냥할 필요가 있었기에 개발된 함종이며 당시 기준 중순양함전함 사이의 위치에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였다.

명칭인 대형순양함은 중순양함 이하의 함급을 목표로 둔 함급이었고 전함 앞에서는 교전을 피하여야 하는 애매한 함급이었으며, 전함에서 장갑을 덜어낸다는 순양전함의 개념이 아닌 중순양함을 대형화한다는 개념에 가깝게 개발된 함종이다.

2. 시초

제1차 세계 대전유틀란트 해전에서 순양전함의 치명적인 약점인 방어력 부족이 드러나면서 순양전함이 담당해왔던 임무를 넘겨받을 새로운 군함 함종이 필요하였다.

해당 임무중에서 순양전함이 담당한 임무 중 적 주력함을 직접 상대하거나 함대결전에 주요 전력으로 투입되는 임무에는 이미 고속전함이 업무를 담당하기로 결정난지 오래였으며 실제 전함의 발전도 해당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당대에는 워낙 중요한 임무였기에 이미 대체할 수단과 보완할 함종이 이미 준비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순양전함의 다른 임무인 장갑순양함 이하의 함종을 상대하는 임무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당대의 시점으로는 적 주력함 상대 및 함대결전에 비해 그렇게까지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데다가 막상 일이 터질 경우 신규개발된 최신예 고성능 순양함으로 대처하거나 1급 임무에서 물러난 기존의 순양전함을 재투입하며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고속전함들을 잠깐 중요 업무에서 빼내서 해당 업무에 투입시킨 후에 일이 끝나면 복귀시키는 등의 임기응변적 대책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간기에 체결된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런던 해군 군축조약은 이런 식의 임기응변적 대책들이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주력함의 배수량 쿼터 및 1척당 배수량 제한이 정해짐에 따라서 배수량 확보를 위해 순양전함들은 대부분 퇴역 및 해체가 되었으며 남아있던 전함들도 함대결전에 쓰기에도 수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순양함의 경우에도 배수량 쿼터와 주포 구경의 제한 및 1척당 배수량 제한까지 더해져서 결국 비슷한 배수량을 가지게 됨으로서 무장과 장갑 및 속도도 거기서 거기일 수준이 되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상당히 다르지만 무장을 늘리면 장갑이 줄어든다던지 장갑을 늘리면 속도가 줄어든다던지 하는 식으로 어떤 성능을 늘리면 다른 성능이 줄어드는 진퇴양난이 생기므로 총합적으로 본다면 개함성능보다는 숫자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적 순양함을 막을 수단이 매우 제한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아직 항공모함함재기의 발달이 미약하고 전투 교리도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시대였으므로 적군 순양함이 함대나 전대를 구성해서 수송함대나 보급항등을 습격하는 통상파괴전을 걸어 올 경우 순양함으로 대응하면 10명이 지켜도 도둑 1명을 못막는 것처럼 많은 수량의 순양함이 필요한데다가 다수의 거점을 방어해야 하므로 전력을 분산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당장 적 순양함이 습격할 경우가 발생하면 해당 거점을 지키는 순양함의 숫자가 적어서 1대 1의 백중세나 2대 1 이상의 열세로 전투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져서 증원군이 오기도 전에 방어에 실패하고 수비전력만 손해를 크게 입는 일이 터지게 된다.

그렇다고 전함을 투입할 수도 없다. 일단 숫자가 부족하기도 하고 전함 중에서 순양함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고속전함의 숫자는 더 적은데다가 고속전함들은 주력중에 주력인지라 함대결전전력에서 장기간 이탈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라서 대처가 힘들다.

이런 이유를 종합해볼 때 전문적으로 적 순양함을 상대할 함종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대형순양함이라는 함종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3. 여러가지 함급의 혼합

대형순양함의 원래 컨셉은 명확했다. 중순양함 킬러 그 자체로 전함같은 주력함과의 대결은 전혀 상정하지도 않은 함선이었다.

대형순양함이 장비한 12인치급 주포도 구식 드레드노트급 전함에 장착된 구경과 같아서 전함급 함포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하는 함선이 최대한 크게 잡아도 같은 대형순양함급 함선이지 당대의 전함같은 강력한 상대가 아니었다. 애초에 12인치급 주포탄은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시기의 전함들이 쓰던 대구경 주포탄에 비해 크기, 중량, 내부작약의 양이 모두 작아서 기본적으로 전함의 주장갑대 관통이 불가능하고 관통하더라도 내부피해를 제대로 주지 못해서 잘 해봐야 전함에 피해를 살짝 주었다 수준의 화력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래와 같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대형순양함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실상 서로 다른 3종 이상의 함급이 내부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3.1. 상대할 함종의 발전

일단 상대방인 중순양함부터가 군축조약의 한계에 묶인 함선, 군축조약을 우회한 함선, 군축조약을 무시한 함선등으로 다양한 게 문제였고 시대의 발전에 따라서 성능향상이 컸다는 게 첫번째 문제였다. 당장 2차대전 말기에 완성되거나, 2차대전 직전에 설계안으로만 끝난 중순양함들 중 좀 큰 것들의 경우 주포의 구경만 8인치였을 뿐 만재배수량이 2만 2천톤 초반대로 잡혀서 일부는 설계 초기에 초중순양함으로까지 불릴 수준이었다.

그나마 중순양함은 주포의 구경이 8인치급으로 통일되었기라도 했지 군축조약 붕괴시기쯤 가면 주포 구경만으로 중순양함, 대형순양함, 순양전함, 전함을 구분하기에는 주포와 장갑, 배수량이 당시 대세 기준으로 따로 노는 프로젝트 66형 순양함[1]이나 P급 장갑함[2] 같은 예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했다.

3.2. 정보의 비대칭성

여기에 더해서 유틀란트 해전의 교훈도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21세기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던지라 유틀란트 해전의 교훈은 당사자인 영국 해군과 독일 해군 및 해당 해전을 관찰했던 타국의 관전무관 정도만 파악 가능했고 정보가 퍼지는 속도도 매우 느렸으며 해전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깨닫지 못하거나 일부만 파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나마 영국으로부터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던 미국이 전간기때 렉싱턴급 순양전함을 건조하다가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으로 취소 및 렉싱턴급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해군의 기술력이나 전통이 단절되었거나 붕괴된 국가의 경우에는 해군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며 쓸만한 정보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인지라 순양함도 아니고 순양전함도 아닌 뭔가 어쩡쩡한 군함들을 건조하거나 설계하게 된다.

3.3. 해군 열강국 이외의 사정

20세기 초에서 제1차 세계 대전까지 벌어진 건함 경쟁에서 해군 열강이 아닌 국가라도 해군 열강국에게 주문을 넣어서 내부적인 성능이 다운그레이드된 드레드노트급 전함 정도는 취득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런 수요는 전간기에도 있었다.

다만 해군 열강국이 아닌 경우에는 해군 열강, 특히 영국의 눈치를 감안해서 해군 열강국의 주력함과 맞대응이 불가능한 12인치 구경대의 드레드노트급 고속전함을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전함까지는 필요없다고 판단하더라도 식민지 관리등을 위해서 역시 12인치 구경대의 주포를 가진 소형 순양전함을 획득하려는 경우도 많았다.

해군 열강국들도 군축조약을 준수해야 하는 동시에 해군 열강국의 주력함들을 정면에서 상대 못할만한 소수의 저성능 주력함급 군함 정도는 자국 조선소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해당국가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설계도 작성을 도와주며 건조과정에도 참여하는 등의 우회적인 수출을 장려하기도 했다. 군축조약상 해군 열강국들이 직접 주력함을 건조해서 수출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이런 식의 우회적인 수출은 가능했던 것이다.

4. 함종의 모호성

그래서 같은 대형순양함이라는 함종으로 묶이더라도 실제로는 중순양함 이하의 함급을 담당일진 급으로 사냥할 목적으로만 설계된 진정한 대형순양함과 그냥 소형 순양전함 및 12인치급 주포를 가진 드레드노트급 고속전함이 공존하게 되었으며 이게 함종의 모호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또 다른 문제는 대형순양함이 공통적으로 배수량이 최소 3만 톤 근처로, 주포 및 배수량이 드레드노트급 전함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진정한 대형순양함인지 그냥 소형 순양전함인지 드레드노트급 고속전함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선박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런 개념들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실제 선박 설계시 이전 선박 기록들을 참고하는 실적선(實績船) 개념에 따라 "처음 설계할 때 무슨 배를 참고했는지"를 찾아보면 답이 나온다. 요약하면 "그거 만든 놈들이 그걸 어떤 함종으로 분류했는지"인데, 실제로 실존함이든 설계도로 존재하는 함선들이든 전부[3] 이 원칙을 따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의 경우 볼티모어급 중순양함을, B-65 초갑순의 경우 아가노급 경순양함을 베이스로 하는 확대 개량 개념 하에 설계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형순양함이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 설계한 비슷한 배수량의 함선들을 보면 프랑스의 프랑스 계획 1922-1931년형 순양전함의 경우 됭케르크급 전함을, 네덜란드의 프로젝트 1047 순양전함의 경우 됭케르크급 전함샤른호르스트급 전함을 참고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순양전함이다.

그러나 이런 분류에도 예외가 있는 것이 독일에서 사온 아드미랄 히퍼급 중순양함뤼초를 기반으로 확대 개량 설계한 프로젝트 66형 순양함이나 이탈리아에서 받아온 프로젝트 안살도 초중순양함설계 요구서를 기반으로 확대 설계한 크론슈타트급 순양전함 및 그걸 기반으로 다시 개량 설계한 스탈린그라드급 순양전함의 경우 대형순양함으로 분류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보통 전투력 하나만 보고 들어가는 소련 군함 설계 사상 및 통상파괴전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특성 때문에 초기 계획안에 비해 자기 함급을 벗어날 정도로 비대해져서 소련 이외에는 순양전함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본질적으로는 다른 세 종류의 함종이 하나로 합쳐진 것도 모자라서 운용 측면에서도 개념을 혼동하고 이미 실패한 실험인 순양전함의 역할까지 대형순양함에게 다시 부여하려고 재시도한 것도 큰 문제였다.

당장 대형순양함의 본래 개념에 가까운 대형순양함인 알래스카급B-65 초갑순을 살펴보면 둘 다 다 명칭 자체는 대형순양함, 초갑(중)순으로 어디까지나 순양함이였지만, 설계 목적은 일본은 공고급 순양전함을 대체할, 통상파괴 및 상선호위로 써먹을 함급, 미국은 미국대로 순양함을 찍어누르되 빠르기도 한 함급 이였다. 즉, 애초 목적부터가 순양전함 자리에 집어넣을 무언가라는 개념이 섞였다는 것이다.

물론 B-65 초갑순공고급 순양전함을 대체할 목적으로 통상파괴, 상선호위라는 역할이 있었고 미국은 그 통상파괴, 상선호위를 수행하는 일본 중순양함 전대를 상대할 목적으로 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을 만들었으니 설계목적 그대로 흘러간 건 맞다. 목적 자체가 "전함을 보내긴 좀 뭣하지만 아무튼 중순양함은 쉽게 잡는 함급이 필요하다" 였으니까 그걸 달성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작 건조비가 고속전함보다 좀 저렴할 정도인 프로젝트 CA2-D 대형순양함의 경우는 예상 건조비가 아예 아이오와급 전함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막상 제약이 풀리고 전쟁까지 벌어지게 되면 채택될 일이 없을 정도였다는 것을 보면 대형순양함이라는 개념을 그걸 실증한 미국조차도 제대로 정립 못한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대형순양함은 함종 자체의 정의가 매우 모호해지는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사실상 순양전함 하위급 함선으로 전락하는 중대한 문제점을 가져오게 된다.

5. 특징

중순양함보다는 확실히 대구경이나 주력 전함보다는 소구경인 드레드노트급 전함 수준의 주포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14인치 ~ 18인치에 위치한 순양전함들의 주포 구경과 달리 12인치 구경의 주포를 탑재하였다. 또한 주포탑 숫자도 전함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탑재했다.

방어력 면에서는 자신의 주포에 대한 제한적인 대응방어를 달성하여 중순양함의 8인치 주포탄 1발로는 대부분의 구획에서 별 탈 없이 방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속력과 항속거리 면에서는 순양함 추격을 위해 적어도 순양함 추격이 가능한 30노트 이상의 속력을 자랑했으며 항속거리도 길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본다면 드레드노트급 화력을 가진 소형 고속전함으로 설계되었다.

이 함종의 장단점은 이미 가지고 있다면 쓸모가 많지만, 없는 상태에서 새로 만들자니 애매해지는, 한 단어로는 계륵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5.1. 장점

대형순양함을 단어 그대로 해석한 대형이 된 순양함으로만 보고, 일단 이미 존재한다는 가정을 하면 장점이 많다.

5.1.1. 평시에도 활용도가 높다

관함식, 해외순방, 해군홍보, 무력시위등 여러 분야에 주력함 대신 돌려쓰기 편하며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므로 해외 거점을 순회방식으로 돌아다니면서 방어를 하는 사이 주력은 본국이나 최중요 거점에 집결시킬 수 있다.

5.1.2. 전시에도 여러 방면에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단독으로도 중순양함 3척은 무리없이 처리가 가능하며 호위로 중순양함, 경순양함, 구축함을 편성해주고 상공에 함재기를 이용한 전투기 엄호를 펼치기 위해 고속성능이 가능한 경항공모함을 추가해주면 다방면에서 활약이 가능한 함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함대를 편성할 경우 원래 임무인 적 중순양함 함대의 습격차단은 매우 쉽게 달성하며 역으로 이쪽이 고속기동타격부대를 편성해서 적 수송선단을 습격하거나 자잘한 적의 거점을 포격해버리는 일도 가능하며 아군 수송선단을 엄호할 수도 있다. 물론 항공모함과 동행하면서 호위를 해주고 대공방어를 도와주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함대결전에서도 적의 보조함들을 막으면서 아군 주력전함부대를 엄호하고 적 주력전함부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구축함같은 초고속을 자랑하는 함선들로 구성된 어뢰공격부대를 엄호해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

설령 재정상황이 열악해서 대형순양함에게 저 정도의 지원을 못하더라도 전함이나 항공모함의 호위역만 해주어도 중순양함을 대량배치할 필요가 없어져서 함대 전체에 걸리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5.1.3. 유연한 배치가 가능하다

숫자도 부족한 전함을 보내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순양함과 구축함만 보내기에는 중요성이 높은 거점이나 해역에 대형순양함을 보내면 그럭저럭 땜빵이 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여기에 더해서 적의 공격이 다른 방향이나 다른 해역에 가해져도 고속성능을 살려서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임시로 적을 틀어먹으면서 주력부대의 도착까지 시간을 끌어줄 수도 있다.

5.1.4. 적이 아군 대형순양함을 처리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12인치급 주포를 가지며 제한적인 대응방어가 가능하고 고속성능을 지닌다는 것은 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동급의 대형순양함이나 순양전함, 고속전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함선들은 다른 일 하기도 숫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하위함급으로 대응해보려고 하면 생각 외로 많은 숫자의 함선을 동원해야 하며 제대로 먹힐 화력이 어뢰밖에 없어서 대형순양함의 포화를 뒤집어쓰면서 돌격하는 바람에 전투과정에서 심각한 손실을 볼 각오도 해야 한다. 덤으로 코너에 몰아넣었는가 싶었는데 강행돌파해서 도망치는 바람에 성과 없이 피해만 막대해질 가능성이 높다.

잠수함같은 것으로 기습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잠수함은 필요할 때만 잠수가 가능하고 잠수도 오래 못하는 가잠함으로 속도까지 느려터진데다가 잠항시의 속도는 말 그대로 굼벵이 수준이라서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예상항로에 미리 파견되어 매복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형순양함을 잡기는 커녕 포착도 못하고 끝난다.

게다가 이것도 대형순양함이 혼자서 돌아다닌다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대로 기동타격부대 패키지로 돌아다닐 경우 손해를 각오하고 이쪽도 1급 전력을 뽑아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다 비용이다.

5.1.5. 비상시 주력함 대용이 가능하다

진주만 공습같은 대사건으로 일시적으로 전함 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저속전함만 있고 고속전함은 아직 취역하지도 못했을 때 같은 경우에 임시적으로 항공모함부대나 수송선단, 상륙전단을 호위하면서 전함의 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적의 전드레드노트급 전함이나 구식 순양전함을 상대로도 취약한 방어력을 노려 포격전으로 격침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된 태평양 전쟁 초창기 미국의 경우에는 당장 쓸 수 있는 수상함 전력이 중순양함이라서 항공모함으로 주간전을 우세하게 진행하더라도 야간전을 피하기 위해 철수하는 일이 발생했고 야간전에서의 수상함 대응도 미국의 고속전함 전력이 긴급하게 합류할 때까지 늦어지거나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서로 밀고 당기는 상태가 유지된다.

5.2. 단점

대형순양함을 소형화된 고속전함이나 경(經)전함으로 보고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단점이 보인다.

5.2.1. 건조가 가능하긴 한가

드레드노트급 전함이 등장한 때부터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대형순양함을 건조할 시기가 사실상 없다.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이전까지는 그냥 전함을 뽑거나 순양전함을 만들기도 바빴고 이 때 대형순양함을 건조해봤자 그냥 소형 순양전함 취급을 받는데다가 이럴 경우 군축조약에서 주력함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전함이나 고성능 순양전함을 지키기 위해 해체당하거나 항공모함으로 개조당하니 존재할 수 없다.

전간기 시절의 군축조약 지속 시기에는 애초에 존재가 불가능하다. 원래 전함급 함선이기 때문에 건조시설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므로 어디서 숨어서 만들 수 없고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시험항해등에서 강대국에게 들켜서 그냥 해체처리 당하는 수순으로 가게 된다.

군축조약이 붕괴된 후에 2차대전이 터질 때까지의 짧은 기간이 그나마 유일한 기회인데 보통 이런 기회에는 각국은 제대로 된 전함이나 항공모함 생산에 열중하지 대형순양함 따위를 건조할 생각을 잘 안한다.

미국의 경우 순양전함은 항공모함으로 개조되었고 기존 전함들은 매우 느린데다가 제2차 런던 해군 군축조약으로 주력함 건조계획과 경순양함 건조계획이 갑자기 제한을 받아서 대차게 꼬인 여파를 받아서 중순양함 킬러가 매우 필요했던 특이한 예외사례였을 뿐이다.

2차대전 터진 후에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만들던 거대 군함도 취소당하는 때라 대형순양함이 건조되더라도 완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전쟁 끝난 후에는 그냥 시대에 뒤쳐진 군함으로 도크에서 해체처리 당하고 끝난다. 미국도 결국 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을 6척을 계획하였으나 2척만 완공하였고 건조 도중에 항공모함 개장을 검토당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므로 일단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대형순양함에게 매우 힘든 일이므로 위의 장점들을 활용하기 어렵다.

5.2.2. 군축조약 없으면 의미가 사라진다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과 런던 해군 군축조약 때문에 주력함 건조가 어려워지고 보조함들의 성능에 제한이 가해졌기 때문에 나온 일종의 꼼수인 중순양함의 조약위반식 대형화 때문에 대형순양함의 아이디어가 나온 게 크다.

그러므로 조약이 붕괴된 순간 중순양함의 8인치 주포가 그대로 있다고 보는 거 자체가 넌센스다. 이렇게 될 경우 그냥 순양전함이나 고속전함을 더 찍어내서 순양함들을 막아내는 게 정상이다. 그 편이 주력함대 증설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는 주력함 건조가 우선시되었기에 일단 중순양함의 주포는 8인치로 유지되었으나 아트미랄 히퍼급 중순양함처럼 배수량이 2만톤 가깝게 증가한데다가 디모인급 중순양함처럼 8인치가 분당 10발을 쏘는 속사포화하는 등 대형순양함의 입장에서도 가볍게 여기기 힘들 정도로 중순양함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5.2.3. 비용이 많이 든다

사실상 소형 고속전함이나 마찬가지라서 건조비, 유지비, 승조원이 모조리 전함급으로 들어간다. 덤으로 건조기간도 전함급이고 취역 및 훈련해서 전력에 포함시키는 기간도 전함급이다. 건조기간동안 금싸라기 같은 대형 건조도크를 차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럴 시간과 비용과 인력이면 거기서 조금 더 보태서 그걸로 고속전함을 건조하는 게 차라리 더 이득이다.

5.2.4. 전함급 함선인데 유사시 도주만 한다

애초에 대형순양함이라서 적의 주력함인 전함, 순양전함, 고속전함 같은 게 등장하면 일단 튀거나 히트 앤드 런같은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기존의 중순양함보다야 크고 강력한 함종이라 해도, 화력이고 방어력이고 주력함과 정면대결하기에는 무리가 크기 때문이다.

공격력과 방어력 면에서 이미 상대가 안 되는 전함, 거기에 더해 기동성까지 갖춘 고속전함과 싸우게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고, 그나마 방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만만히 보고 순양전함과 교전한다 하더라도 순양전함의 화력은 확실히 전함과 동급이기 때문에 공격력도 방어력도 열세인 대형순양함은 덩치만 큰 과녁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크기 및 형태, 비용에서 이미 전함급 함선이라고 인식되는 순간 그 덩치를 가지고 도망만 치는 함선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허우대만 멀쩡한 함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면승부를 했다가는 전함급 함선이 격침당하거나 대파당하면서 금전적으로나 인명적으로나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니 그렇게 막나가는 식으로 사용하기도 곤란하다.

5.2.5. 항공모함의 능력이 증대했다

제2차 세계대전동안 항공모함의 능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함재기로 대규모 공습을 해서 적 수상함과 기지를 공격하거나 초보적인 야간전 함재기 운용까지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모든 수상함들의 행동에 제약이 걸렸으며 특히 적 순양함들의 기습이 함재기로 공습당할 위험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순양함의 존재가치도 크게 하락한다.

6. 결론

결과적으로 방향성은 다르지만 순양전함 하위급 함선[4]으로 전락해버렸다.

순양전함이 전함급 공격력을 가졌기 때문에 선제타격만 잘 할 경우 적 전함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력이 약해서 결국에는 적 전함의 포탄을 막아내지 못하므로 고속전함으로 가는 발전도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이미 1차대전의 경험으로 충분했다.

따라서 순양전함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함선이 필요하면 그냥 최신예 고속전함을 더 찍어내서 함대결전에도 쓰고 순양함 사냥에도 돌리는 것이 좋다는 게 이미 결론난지 오래였다. 위에 언급했듯이 순양함 사냥하다가 전함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고 이에 대응한다고 주포 구경 올리고 장갑 강화하고 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게 그냥 고속전함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건조비도 승조원도 전함급으로 들어간다면 그냥 돈 더 보태고 승조원 조금 더 늘려서 만능으로 쓰는 고속전함 만드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군축조약 성립과 붕괴 때문에 심하면 만재배수량이 2만 2천톤 초반까지 가는 등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중순양함의 성능 및 세력으로 인해 3만톤대의 배수량을 가지고 이를 진압할 수 있는 대형순양함의 아이디어가 탄생하였으나 실제 나온 결과물은 순양전함보다도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탑재한 12인치급 주포에 대한 공격, 방어, 주행이 균형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전함급 함선에게는 공격력도 안통하고 방어도 약하고 그나마 속력에서 약간 우위일 수준인데 그것도 고속전함 앞에서는 동등해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군축조약에서 살아남은 순양전함을 2차대전에서도 운영하는 국가들은 그냥 순양전함을 사용하고 대형순양함은 계획을 잡았다가 중단해버렸다. 이미 순양함을 상대할 수단이 부족하나마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순양함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크기와 비용 및 인원만 필요하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도이칠란트급 장갑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게 불가능하므로 결국 순양함 잡는다고 작은 전함 수준으로 커져버린 덕택에 답이 없게 된 것이다.

7. 말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주요 강대국은 이러한 구상을 공유하였음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 실제로 건조된 함급은 미국의 알래스카급 대형순양함이 유일하며 다른 대형순양함들은 모두 계획 혹은 설계 단계에서 건조가 취소되거나 건조 도중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완성되지 못했다.

일본 제국 해군은 초갑형순양함(超甲型巡洋艦)[5]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소련 해군은 새로운 함급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 중순양함의 함급으로 간단히 분류했다.[6]

8. 대형순양함 목록



[1] 주포는 220mm로 중순양함급 구경이지만 덩치가 비스마르크급 전함과 비슷할 정도로 크다.[2] 덩치는 중순양함급이지만 주포가 11인치로 전함이다.[3] 소련의 스탈린그라드급 순양전함크론슈타트급 순양전함도 예외는 아닌데, 둘 다 초기에는 각각 220 mm, 254 mm 주포 및 2만 톤을 좀 넘는 배수량을 가진 중순양함이었으나, 계속되는 설계 변경 끝에 배수량 4만톤을뭐? 바라볼 정도로 덩치가 커진 케이스다. 정확히는 스탈린이 두 함선의 주포를 305 mm로 키우라고 시킨 것. 소련에서야 둘 다 중순양함 취급을 했으나 객관적으로 보면 도저히 중순양함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스펙인지라 소련 이외에는 전부 순양전함으로 분류했다.[4] 통상파괴, 상선호위 등 순양전함과 역할이 겹치고, 순양전함과 똑같이 전함 주포 방어가 불가능하며, 결정적으로 순양전함과의 맞상대가 불가능하다. 제한된 비용, 배수량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가능하고 순양전함과는 달리 자기 주포에 대응방어가 된다고는 하지만, 2만톤이 넘는 중순양함들이 설계되고 고속전함들이 찍혀나오는 총력전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점인 것.[5] 직역하면 초중순양함으로 갑형순양함은 중순양함을 뜻한다.[6] 외국에선 순양전함으로 간주하는 크론슈타트급이나 스탈린그라드급도 소련 내부에선 중순양함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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