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제2차 세계 대전의 마침표를 찍은 핵무기와 당시에는 거의 꿈의 무한동력 수준으로 여겨졌던 원자력의 엄청난 효율성을 보고 1950년대~1960년대까지 세계 각국, 특히 미국과 소련에서 횡행했던 하나의 흐름.핵 만능주의는 "전쟁 나면 앞뒤 잴 것 없이 그냥 적 주요 도시와 군대에 핵무기를 투하해 다 쓸어버리면 장땡이며 기존의 모든 비효율적인 동력원은 전부 다 원자로로 바꾸면 된다!"라는 만능주의적인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보병, 기갑, 포병, 공군, 해군을 비롯한 모든 군종이 쓸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핵무기들과 핵전쟁 상황을 상정한 기괴한 무기들이 개발되었는데, ICBM이나 SLBM, 원자력 잠수함 같은 것은 양반이었다. 오히려 탄도미사일이나 원잠류는 현재까지 남았을 정도로 정상적인 형태였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비대했던 군사력을 축소하면서 원자력이라는 당시에는 무한대에 가까워 보였던 힘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행태이다.
2. 핵 만능주의의 문제점
핵무기는 기존의 재래식 무기와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엄청난 파괴력과 동력으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무기체계를 원자력으로 대체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모든 핵분열 장치는 소형화 및 안정적 운용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다.
핵무기는 뇌관을 작동시키면 폭발하는 단순한 폭발물이 아니다. 임계질량 항목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모든 핵분열 장치는 아무리 작은 핵분열을 일으키려고 해도 핵분열성 물질 자체의 한계 때문에 5kg 이하로 줄일 수가 없다. 그리고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핵분열을 유발시키기 위해선 이 핵분열 장치는 무거워지고 육중해지며, 동력장치로 활용할 경우엔 이 단점을 훨씬 크게 증폭시킨다.
- 모든 핵분열 과정에선 인체에게 중장기적으로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이 발생한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순간 근방의 모든 물체에게 통상 자연환경에선 노출되기 어려운 수준의 엄청난 감마선과 중성자선이 방출된다. 이 방사선 피폭은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론 치료가 불가능하며, 피폭된 물질에 접촉하는 것 만으로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모자라 자연적으로 사라지려면 매우 오랜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핵무기는 사용하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화학무기&생화학무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수준의 즉각적인 환경피해를 광범위하게 유발시키며, 군사적 필요성으로 인해 핵장치의 안전장치나 운용규칙을 간략화 할 경우 이 방사선으로 인해 아군에게 돌이킬 수 없이 큰 피해를 입히거나 임계사고로 인해 차라리 전쟁이 더 나았을 심각한 비전투피해도 입을 수 있게 된다.
- 핵무기를 사용 하더라도 상대의 전쟁수행능력은 즉각 0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핵무기가 파괴적이지만 어찌되었든 폭탄이며 재래식 방법으로 당장은 전멸을 피할 수 있다. 핵무기의 대처 불가능한 파괴력은 어디까지나 기폭지점 중앙의 플라즈마 화구라서 충분히 준비된 방공호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2차 피해인 열복사와 후폭풍도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일 뿐 당장 반격 작전을 못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어쩡쩡하게 핵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화구와 근방의 목표만 즉사하고, 핵공격에 눈이 돌아가서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돌입한 상대의 맹렬한 반격에 직면하게 된다.
- 핵분열 특유의 파급력은 결국 총력전으로 이어지며 이에 따른 상호확증파괴를 유발한다.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은 역으로 아무리 약한 소위 '전술적' 핵무기라도 사용하는 즉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와 환경전반에 중장기적인 피해를 입히며 심지어 핵발전장치의 경우에도 파괴 시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이 일어난다.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선 아무리 사소한 핵반응도 이게 적의 방사선 사고인지 의도적으로 적이 유도한 더러운 폭탄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 때문에 적이 핵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된 순간 자신의 전쟁수행능력이 0으로 떨어지기 전에 신속한 반격을 강요당하게 되며, 결국 아무리 '사소한'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더 강력한 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지는 상호확증파괴를 향한 연쇄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 핵무기 개발 및 유지비용에 의해 재래무기 개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기존 핵보유국가는 아무리 절친한 우방이라 할 지라도 지역 균형을 단방에 뒤흔들 핵무기 관련 기술을 공유하거나 판매할 가능성이 낮기에 모든 핵무장 잠재국가는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하게 핵무기를 보관하기 위해선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지만, 이런 핵무기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딱 폭탄이 할 수 있는 일에 한정된다. 결국 핵무장국들은 핵무기 개발 및 관리에 엄청난 예산을 사용한다. 북한과 같이 경제력이 약한 국가가 핵무기 개발에 과도하게 투자를 하면 다른 재래식 무기개발이 힘들어질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수치가 나온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추정비용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핵무기의 과한 투자에 의해 국가의 국방력이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핵무장국 | 핵무기 수 | 국방비 (2019년 달러) | 핵무기 개발/관리비 (2019년 달러, 국방비중 %) |
중국 | 290 | 2610억 | 104억 (4.0) |
프랑스 | 300 | 510억 | 48억 (9.4) |
인도 | 120 | 711억 | 23억 (3.2) |
이스라엘 | 80 | 205억 | 10억 (4.9) |
북한 | 20 | 16억 | 6억 (37.5) |
파키스탄 | 140 | 103억 | 10억 (9.7) |
러시아 | 6600 | 651억 | 85억 (13.1) |
영국 | 215 | 487억 | 89억 (18.2) |
미국 | 6450 | 7320억 | 354억 (4.8) |
이에 따라 과도한 핵무장은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못한데 우발적 핵전쟁의 트리거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인류 문명의 붕괴를 진지하게 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누가 실수로라도 군사목적의 핵무기를 사용했다간,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지도자와 군사관계자들이 남은 인류역사 동안 전 인류를 몰락시킨 장본인으로 대대손손 낙인찍히는, 아니 어쩌면 인류역사 자체를 소실시킬 수도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적&군사적 리스크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핵 만능주의는 완전히 사장되었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하의 소위 '전술적 핵무기'와 군사목적의 핵동력중장비 대부분이 사장되었고, 전쟁 억지력으로써의 정치적/상징적 무기로써 ICBM이나 SLBM 같은 전략 핵무기와 원자력 잠수함,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같은 극히 일부 체계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이 핵 만능주의를 사실상 폐기했지만, 북한같은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핵 만능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3. 핵 만능주의의 산물들
3.1. 군사 분야
말 그대로 온갖 군종에서 온갖 투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 원자력 추진체계들이 개발되었다.핵의 원래 사용 목적인 전략적 무기로써의 사용은 당연히 기본적인 것이었는데, ICBM이 개발되기 전에는 순항 미사일에 핵탄두를 넣어서 굴렸으며, ICBM이 개발되자 절찬리에 양산해서 비축하였다. ICBM은 발사장소가 예측되기 때문에 사일로 타격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생기자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 SLBM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잡기 위한 요격 미사일조차도 핵탄두로 요격을 했다. 소위 핵 대공미사일. 요즘에서야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하게 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요격이 가능해졌지, 냉전 시대에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공간채로 핵폭발을 일으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영문 위키엔 핵 대공미사일 항목도 있다. 대표적인 미사일이 한국에서도 운영되었던 나이키 미사일.
그나마 이정도는 나름 상식적인 수준이지만, 냉전 시기에는 더욱더 어마어마한 것들이 개발되었다.
핵탄두의 소형화가 아직 덜 진행되었을 때 미국에서는 적 기갑부대를 증발시키기 위한 전술 핵포탄을 투발할 수 있는 전용 견인포를 개발해 운용하였으며, 이후에는 자주포를 비롯한 기존의 포병 장비로도 핵포탄을 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핵포탄을 더 소형화시킨 155mm, 203mm 핵탄두(W33, W48, W74, W75 등)를 개발하여 배치하였다. 소련에서도 M65의 대항마로 406/420mm 괴물 핵자주박격포를 개발했다.
한편 해군에서는 적 수상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잠수함의 핵어뢰, 그리고 그런 잠수함을 귀찮게 대잠라인 형성하고 탐지해서 격침시킬 게 아니라 의심 가는 곳에 일단 떨구고 본다는 마인드의 핵폭뢰와 핵 포탄등이 개발되었다.
공군에서는 요격기나 방공부대가 적 전투기를 어렵게 요격하거나 격추시킬게 아니라 핵무기를 공중에서 '대충 터뜨려 충격파'로 전투기들을 잡는 대공 핵미사일(AIM-26 팰콘), 아예 유도장치도 없는 공대공 핵로켓(AIR-2)[1] 등이 개발되었다.
또한 열핵 램제트 추진으로 지면에 배 붙이고 마하 3으로 순항하면서 메가톤급 핵탄두들을 지나가는 길에 떨어뜨리는, 사실상의 무인 핵폭격기인 플루토 계획 또한 이 시기에 등장했다.
심지어는 보병 부대를 위한 핵배낭[2], 핵지뢰, TNT 20t수준의 화력을 지닌 핵무반동포까지 개발되고 배치되어 운용되었다.
하여간 핵 수류탄과 핵 유탄, 핵 소총/권총탄 빼고는[3] 다 만들어서 제식으로 채용, 배치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은 점점 올라갔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핵폭탄/투발수단의 종류만 무궁무진했던 것이 아니다. 이 사상이 당연하다 여겨지던 냉전 기간 동안의 모든 무기는 핵전쟁 상황을 당연하게 상정한 물건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핵을 직접 무기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오리온 프로젝트처럼 핵폭탄을 추진용으로 쓰는 우주선도 구상되었으며 심지어는 전차(!)와 비행기(!)에 원자로를 탑재하는 원자력 추진 전차(미국의 TV-1 TV-8, 소련의 TES-Z), 원자력 추진 폭격기[4] 라는 해괴한 물건들도 미국과 소련 양쪽에서 모두 구상되기도 하였다. 이 당시 미국에서는 민간에서 원자로를 싣고 달리는 원자력 자동차도 구상되었던 적도 있다.
그나마 1970년대 이후부터는 신규 병기를 개발할 때, 핵폭발 그 자체보다는 방사능 오염(과 화학/생물학 무기)에 대한 승무원 보호와 EMP 공격에 대한 전투력 보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사실 핵의 직격 또는 지근탄 공격으로부터 완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은 지하 깊숙히 건설하고 철근 콘크리트와 강철장갑으로 떡칠한 요새 뿐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뒷 일 생각 안 하면 개발 목적은 차고 넘치게 충족되지만, 효율성과 정치적 문제로 인해 결국 현대까지 살아남은 건 ICBM/SLBM 종류와 전략폭격기를 통해 투발되는 미사일,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정도 뿐이다.
핵무기 외에도, 육군 부대의 편제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당시 미군은 기존의 사단-연대/여단-대대-중대 식으로 구성되는 편제는 핵전쟁 상황에선 너무 비대하고 굼뜬 편제라고 여겼다. 이곳 저곳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상황에선 좀 더 유연하고 가벼운 형태의 편제를 구성해야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여긴 것. 그래서 나온 구상이 ROCID(Reorganization of the Current Infantry Division), 이른바 '펜토믹 사단'(Pentomic division)이었다. 사단 예하의 연대들을 5개의 전투단으로 쪼개서 구성하고, 각 전투단은 5개 소총 중대와 지원 부대로 구성했다. '펜토믹'이라고 불린 것도 이렇게 5개의 전투단으로 구성한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를 구상한 사람은 제임스 가빈(James Maurice Gavin) 장군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82공수사단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당시 미군 최연소 장성(1907년생)이기도 했다. 공수부대에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보병부대보다 더 가벼운 형태의 편제의 필요성을 느낀 것. 그러나 82공수부대와 101공수사단에 시험적으로 편제를 적용하고 연구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기존의 편제에 비해 뚜렷하게 우월한 점도 없는데다, 일부 분야는 오히려 지휘관의 부담이 더 커지는 등의 단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 구상은 1963년 ROAD(Reorganization of Army Divisions)라는 새로운 편제안이 등장하면서 연구가 중단되었다.
3.2. 민간 분야
이 시기에 민간 분야에도 원자력을 보급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원자력 기관차, 원자력 등대는 물론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장난감을 판매하기도 했을 정도.토목 공학쪽에도 시도하려고 했는데 대표적으로 크라 운하등의 대규모의 산이나 강을 뚫는데에 동원하려는 검토를 하기도 했다.
4. 열화우라늄에 대한 오해
열화우라늄 포탄은 핵무기라고 볼 수 없다. 연쇄 핵반응을 통해 폭발하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열화우라늄은 방사능을 띈 중금속일 뿐이며, 그것을 무기에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방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라늄이 지표면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 중 굉장히 밀도가 높은 물질에 속해서 철갑탄의 운동에너지 면에서 유리하고[5] 거기에 특유의 자기단조화 현상[6] 덕택에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용도로는 최적의 소재이기 때문이다.단, 열화우라늄은 아주 미약하기는 해도 약한 방사능을 띄고 있기에 접촉만 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호흡기를 통해 분진을 흡입할 시에는 인체에 더욱 유해하다. 하지만 분진 자체가 폐암의 중요한 유발 인자이고 열화우라늄뿐만이 아니라 텅스텐이든 뭐든 금속 분진을 들이마시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딱히 열화우라늄만의 유해성은 아닌 셈.
5. 핵 만능주의와 대한민국
대한민국에도 "재래식 군사력을 아무리 확충하더라도 핵무기를 이길 수 없다"는 사고방식 하에 핵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간단하게 말해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적용되며, 힘은 곧 군사력이므로 강한 무기(즉,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만사 OK라는 논리다. 대표적으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나 쟁쟁한 주변국들과의 국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주장이 그 예시이다. 게다가 비주류 시민의견 정도이던 과거와는 달리, 2016년 시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부터가 국회연설에서 핵개발을 하자고 주장하고, 정몽준과 이인제같은 당내 유력인사들도 거들고 있는 등 점차 주류 정치권으로 확산되어가는 분위기다.그러나 실제 전술폭격기 등 대다수의 핵무기 투발/운송 수단들은 모두 요격 및 방어가 가능하며[7], 아직까지 MD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ICBM과 SLBM으로 대표되는 탄도탄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나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상대의 반격에 의해 먼저 쏜 쪽 역시 역관광당할 위험이 높다.
다만 한반도의 불안한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전쟁 병기가 아닌 전쟁 억제 도구로서의 핵무기 보유 주장까지 핵 만능주의라고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북한이나 중국의 존재 역시 핵무기 보유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찬반 양 진영의 주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다루는 문서의 본문을 참고하자.
6. 번외편: 핵폭탄의 평화적 사용(?) 시도
핵의 평화적 사용의 일환으로, 그리스에 일렬로 핵폭탄들을 터뜨려서 운하를 건설하자는 과학자가 있었다. 그 이름은 에드워드 텔러.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불린다. 게다가 이 주장은 에드워드 텔러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주도하에서 정식으로 그리스 정부에 해당 주장을 전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실제로 태국은 크라 지협에 크라 운하를 뚫기 위해 검토했다. 정말로. 여기이 외에도, 핵장치[8]에 의한 운하 건설이나 터널 건설 등은 1950년대 후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과시를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져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 "한 번 해볼래?" 하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적이 있다. 게다가 이게 말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은 자국 내에서 실험까지 했는데 효과는 충분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방사능 낙진을 줄일 수 없어서 취소되었다. 지금도 그 실험장소에는 크레이터가 그대로 남아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를 본 소련도 질 수는 없지! 하며 카자흐스탄의 차간이라는 곳에 핵폭발로 진짜 호수를 만들었다. 참고실험 영상 크기는 저수량 10만톤이다. 조그마한 저수지 수준도 안된다. 방사능이 있지만 수영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핵 장치를 이용한 공사를 하잔 말을 진심으로 믿고 핵장치 개발을 도와달라고 해서 실제로 핵장치 개발 직전까지 갔다가 무기화 문제로 커트당한 나라가 바로 인도.
한편으로는, 1950 ~ 1960년대 미국에서는 철도차량기술에 있어 기관차에 원자력 기반 엔진을 장착, 구동하는 기술 수준까지 진척시켜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술을 쓰기엔 미국 철도교통 인프라 시장도 시장이거니와 무엇보다 비용 및 안전 문제가 겹쳐 일단 기술 연구개발이 종료된 이후 지금은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자서전에서, 로스 알라모스에서 핵실험이 성공한 뒤, 참여한 과학자들에게 설문이 돌았다고 회고했다. 원자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제출하면 1달러짜리 특허로 만들어 정부가 가진다는 것이었다고. 원자력 비행기, 기차,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제로 정부가 1달러를 지불하지는 않았는데(그렇게 기록을 남겨야 법률상 정부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1달러를 "지불했다 친 것"), 파인만은 끝까지 우겨서 자기몫을 받아낸 후 사탕을 사 돌렸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우주계획에 핵을 사용하는 게 가장 개념적인 사용일 거라고 핵전쟁, 특히 핵겨울에 대해 경고하면서 비꼬는 조의 말을 한 바 있다. 보통은 비꼼의 대상이긴 하지만, 차세대 우주 탐사선들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이온 엔진의 에너지원은, 태양력을 쓸 수 없는 항성간 항행에는 원자력 이외의 대안이 거의 없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자력으로 만들어낸 에너지를 2차적으로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바꾸는 것이고, 원자력의 폭발력 자체를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오리온 프로젝트는 핵 만능주의의 한 예로 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처럼 소행성이나 혜성 제거 작업에서도 핵무기의 사용은 최대한 지양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지론이 되어가고 있고. 여하간 크고 아름다운 거함거포주의도 그렇고 무기에서도 만능주의 기조는 그냥 막장인 거다. 그래도 딱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소련 정부가 카자흐스탄 천연가스 폭발 사고 당시 핵폭탄을 터뜨려 가스분출구 주위를 진공으로 만들어 화재를 진압한 사례.
이에 질세라 소련 또한 250발의 핵미사일을 이용하여 시베리아의 물줄기들을 중앙아시아로 돌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과거 미국에서 태풍이 오기 전 핵을 폭발시켜 소멸시키려는 계획이 있었으나 태풍의 위력이 너무 강력해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 폐기되었다. 이론적 배경은 태풍의 눈에서 발생하는 하강기류를 끊어내는 것이었을듯.
[1] 사실 이건 미사일 개발 전이라 로켓으로 만든 물건이다.[2] 핵가방 항목에는 소련 이야기만 나오지만, 이 시기 미국도 2명이 운반해서 합체해서 사용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서 실전배치했다.[3] 핵물질 중량이 2kg 미만이라면 아무리 압축해도 임계질량에 도달하기가 어렵고, 이를 위해서 소요되는 폭약의 중량이 최소 수 킬로그램 수준이기 때문에 보병이 투척할 수 있는 수류탄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대신 나온 보병용 핵무기가 상술한 핵무반동포와 핵배낭.[4] 이쪽도 원자로의 열을 직접/열교환기를 거쳐 제트엔진 형태로 추진에 사용한다. 대신 노심이 직접 대기 중에 노출되는 플루토 계획보다는 정상적인 물건이다.[5] 철갑탄 탄자의 운동에너지는 탄자의 질량에 비례한다.[6] 다른 말로는 자기첨예화. 일반적인 텅스텐 탄자가 장갑 관통 시 점점 무뎌지는 것과는 반대로, 열화우라늄 탄자는 장갑 관통으로 열을 받을 시 점점 날카로워진다. 다만, 기술의 발달 덕에 신형 텅스텐 탄자 중에서도 자기단조화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ADD에서 개발해 낸 기술이다.[7] 1950년대 미국은 격추되지 않는 폭격기를 꿈꾸며 XB-70를 만들었으나, 하필이면 XB-70이 완성될 때쯤 ICBM도 역시 발전을 이루었고, 1960년 U-2가 격추당하면서 결국 나가리되었다. 현재 강대국들의 핵투발 수단은 거의 대부분 탄도미사일, 특히 발사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SLBM이다.[8] Nuclear-Device, 핵무기를 포함한 각종 핵분열 폭발장치 전체를 가리킨다. 북한의 핵실험 역시 아직 핵무기보다는 핵장치의 범주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