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표기 심도(表記深度, orthographic depth)는 언어의 표기와 음소 사이의 거리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표기 심도가 얕다/깊다'는 것을 '표음성이 높다/낮다'로도 말한다. 가령 한국어 맞춤법은 표기 심도가 깊은 편이며, 표음성이 낮다.2. 기준
표기와 음소가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경우 "표기 심도가 얕다/표층 표기(shallow orthography)"라고 표현하고, 반대로 표기와 발음의 대응이 멀 경우 "표기 심도가 깊다/심층 표기"라고 표현한다. 깊은 표기의 경우 "불투명하다"(opaque)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얕은 표기는 '투명하다'고도 한다.문자 언어(표기)와 음성 언어(음소)의 관계는 '말한 것을 쓰기'에서도, '쓴 것을 말하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후자를 기준으로 한다. 대개는 표기가 불규칙하면 둘 다 어려워지는 식으로 관련이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1]
일반적으로 '발음'이라고 두리뭉실하게 지칭했지만 엄밀한 기준은 음소이다. 음성의 경우 아무리 표음적인 표기라 하더라도 모든 음성을 다 적는 언어는 드물다. 대개는 상보적(相補的) 분포를 보이는 변이음들 중 하나를 음소로 채택해 그것을 표기로 적기 마련이다.
3. 양상
일반적인 경우, 오래된 철자법을 쓰는 언어일수록 표기 심도가 깊어진다.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자연히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철자법은 점점 실제의 발음과 달라지게 된다. 이로 인해 문어는 바뀌지 않지만, 구어는 계속 바뀌면서 문어에서 멀어지게 되고 표기 심도가 깊어진다.표기 심도가 깊은 철자법을 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오래전에 정해진 철자법이 어원 및 형태소 보존에 있어 상당히 편한 표기이기 때문이다. 깊은 표기에서 표기와 발음이 갖는 연관성의 양상은 다양하다. 티베트어, 프랑스어, 태국어에서처럼 어원 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고, 프랑스어나 한국어처럼 형태 음소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영어는 어원 정보를 담고 있는 표기도 있으며, 적은 문자로 많은 모음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한 표기법의 경우도 있는 등 한 언어 내에서도 표기와 발음의 연관성이 다양하다.
표기 심도가 얕은 언어들은 대부분 근대에 철자법 개혁을 했거나 문자가 비교적 최근에 형성/제작된 언어들이다. 또는 에스페란토 같은 인공어다. 표기가 너무 깊어지면 해당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도 표기를 보고 발음을 잘 읽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표기법 개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깊은 표기의 장점이 사라지며 강세나 발음 등의 법칙에 불규칙성이 발생하기도 한다.[2]
표기 심도가 높은 언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사람들은 단어의 표기와 발음의 차이를 주의하는 것이 좋다.
3.1. 가독성
표기 심도가 얕다고 항상 읽기 좋은 것은 아니다. 언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초기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읽기 쉬운 표층 표기 언어의 진입 장벽이 더 낮을 수 있으나, 언어에 어느 정도 숙달된 사람은 문자를 하나하나 떼어서 보지 않고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 표층 표기로 된 언어의 화자는 음성학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단어를 인지하는 반면, 심층 표기로 된 언어의 화자는 문자라는 시각 정보와 형태론적 정보를 바탕으로 단어를 인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night'와 'knight'의 경우, 두 단어의 발음은 같지만 철자가 다르다. 따라서 문자라는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단어를 인지하는 영어 화자는 글을 읽을 때 두 단어가 다른 단어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두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겠다고 똑같이 적을 경우 발음하긴 편할지 몰라도 두 단어의 시각적 구분은 아예 사라지게 된다. 구어에서도 'knight'를 얘기할 때 현행 표기 하에서는 "(k)night with a K"[3]라고만 해도 되는 반면 똑같이 적는 표기에서는 'knight'의 뜻을 설명해야 하며, 그렇기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knight'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4]한국어의 경우 음성적 조건에 따라 각 형태소의 발음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기[5] 때문에 음성적 정보만으로는 형태소를 파악하기 어려운 편이다.[6] 예를 들어, '닭과 소 에 닭만 잡았다'라는 문장을 소리 나는 대로 '닥꽈 소 중 당만 자받따'라고 썼다고 가정해 보자. 앞의 '닭'과 마지막의 '닭'은 같은 닭인데 소리 나는 대로 적으니 순서대로 '닥', '당'이 되었다. 이런 식이면 표기 심도는 얕아지지만 표기만 보고서는 같은 형태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영어의 경우는 강세 여부에 따라 형태소의 발음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데, 한국어가 주로 자음이 변한다면 영어는 그에 비해 모음이 더 많이 변한다. 예를 들어 'preserve'와 'preservation'의 형태소 'pre'와 'serv'는 'preserve'에서 /prɪ/와 /zɜːrv/로, 'preservation'에서 /pre/와 /zərv/로 다르게 발음된다. 이 때문에 영어 역시 음성적 정보만으로는 형태소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한국어든 영어든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는 없다.
3.2. 문자 체계
표기 심도라는 개념은 대개 표음 문자 중에서도 음소 문자를 기준으로 한다. 한 언어의 음소 정보를 다 적을래야 그럴 수 없는 표기에 대해서는 음소 문자에서의 논의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예컨대 자음만 표기하는 아브자드의 경우 '이론상' 같은 자음 표기에 대해 서로 다른 모음이 결합한 여러 단어에 대응될 수 있으므로 모든 종류의 음소 문자보다 표기 심도가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당 언어에 모음이 별로 없어서 자음만 적는다 해도 대응되는 발음을 찾을 수 있다면[7] '언어 사용상' 표기 심도는 그렇게까지 깊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소 문자에서의 표기 심도가 "표기 연쇄('ABCD')의 발음이 각 표기의 대응 음소의 연속체(/A/+/B/+/C/+/D/)와 얼마나 다른가"로 계산될 수 있는 데에 비해 이 논의는 개별 언어의 음소 분포(그 언어에 모음이 적냐 많냐 등)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좀 다른 논의가 되어버린다.
아예 문자와 음성 사이의 관련이 없는 표어문자의 경우[8] 해당 문자와 음성 사이의 대응 관계부터 따져봐야 하므로 논의의 층위가 더욱 다르다. 로마자 사용 언어의 경우 'a'가 대체로 /a/에 대응되고, /a/는 대체로 'a'에 대응된다"라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시작하는 반면, 한자 사용 언어의 경우 "'阿'가 /a/이지만, /a/라고 '阿'라고는 볼 수 없다" 식으로 이미 기초적인 전제부터가 다르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의 경우 대부분의 한자가 하나의 음을 가지기 때문에 모든 한자를 외우기만 한다면[9] 해당 문자열의 음을 알 수 있으니 '읽어서 말하기' 측면에서는 영어보다 표기 심도가 얕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음소 배열을 통해 한자 표기를 추측하는 것은 (자주 나오는 한자 배열 등 음성 이외의 지식을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듣고 쓰기' 측면에서는 표기 심도가 깊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자 체계를 사용하는 언어 사이에 표기 심도를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자 체계상의 측면에서는 음절 문자[10]/알파벳[11]/아부기다[12], 아브자드, 표어문자로 갈수록 문자에 드러나는 음소 정보가 적어지므로 표기 심도가 더 깊어진다고 볼 수 있다.
3.3. 동철 이음 이의어 문제
같은 철자인데 발음이 다른 것을 동철 이음 이의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깊은 표기 심도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단어는 문맥에 따라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모른다면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윽고 오역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4. 각 언어에서
4.1. 한국어
자세한 내용은 한국어/음운 변동 문서 참고하십시오.자세한 내용은 ㅢ 문서 참고하십시오.
한국어 한글 표기의 표기 심도는 깊은 편이다. 가령 "벚꽃과 국화 향 그윽한 깻잎 넣은 국수 국물이 좋다"라는 문장은 "벋꼳꽈 구콰 향 그으칸 깬닙 너은 국쑤 궁무리 조타"를 맞춤법에 맞게 적은 것이다. 굵게 표시한 부분은 표기와 실제 발음이 다른 예이다.
전근대 시기에는 연철(이어적기), 중철(거듭적기) 표기법을 썼기 때문에 현대에 비하면 표기 심도가 얕았다.[13] 그러나 20세기에 한글 맞춤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형태론적 구분을 많이 반영함(즉, 형태소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에 따라 분철 표기 방식(끊어적기)을 채택하여 표기 심도를 일부러 깊게 만든 것이다.
한국어 모어 화자는 이러한 맞춤법 규칙이 내재화되어 있어 '한국어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14] 생각보다 규칙이 많기 때문에 맞춤법에 어려움을 겪는 화자들이 많은 것도 납득이 가능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기존에 사용되던 한자와 극명히 대조되는게 큰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자는 표의 문자이기에 애당초부터 표기와 음이 전혀 관련이 없어 표기 심도가 무한히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의 이웃국인 중국, 일본은 한자를 표기에 활용하는 국가이기에 한중일을 함께 비교하는 외국인들 역시 한국의 한글 표기가 표기 심도가 낮다고 느끼게 된다.
4.2. 영어
자세한 내용은 영어/발음 문서 참고하십시오.현대 영어는 표기 심도가 매우 깊은 언어이다. 영어의 구어는 수백 년간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대모음 추이(GVS)가 대표적이다. 반면 철자법의 변화는 그만큼 크지 않았기에, 오래전의 문서라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신에 표음성이 떨어져서 철자만 보고는 뭐라고 발음하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단어가 매우 많다는 악명을 얻게 됐다.[15]
영어의 철자와 발음 간 대응에도 규칙성은 있다. 실제로는 85% 이상의 영어 단어가 발음 규칙에 의해 발음된다. # 그러나 그 규칙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영어의 철자와 발음 간 관계는 비체계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16]
이러한 인식은 영어 화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라서, 이를 희화화한 코미디도 많은 형편이다.#
영어 발음법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ghoti라는 단어가 있다. enough의 gh /f/, women의 o /ɪ/, nation의 ti /ʃ/ 철자를 따면 fish의 발음 /fɪʃ/과 같게 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세세한 영어 발음 규칙을 무시하고 만들어져서 억까라는 비판이 있다.
4.3. 프랑스어
영어보다는 덜하지만 표기 심도가 깊은 편이다. 어원적으로 묵음이 된 's'가 후행했음을 보여주는 표기로 circumflex[17] (◌̂)를 사용한다. forêt ← forest(숲) 등. 이는 음운론 외의 영역에 의한 표기이기에 심층 표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묵음도 많아 발음만 듣고서는 철자를 유추하기가 어렵다.묵음 표기는 형태 음소적인 관점에서는 뛰어난 가독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accent'은 발음대로 쓰자면 'accen'이지만,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올 경우 십중팔구 't'가 연음(liaison, 리에종)이 되어 발음된다. 따라서 'accent grave'는 'accen grav'가 되지만 'accent aigu'는 'accen'과 'aigu'의 나열임에도 'accen aigu'가 아닌 'accen taigu'가 된다. 'accent'이라는 표기는 'aigu'와 같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단어에 't' 소리가 첨가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프랑스어는 표기대로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적는다면 가독성이 낮아진다.
4.4. 일본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표기 심도가 달라진다. 현대 일본어는 표어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가나를 병용하고, 한자 독음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표기 심도가 불투명하다. 훈독을 제하더라도 음독이 여러 개인 한자도 적지 않다. 가령 明만 해도 'ミョウ', 'メイ', 'ミン'이라는 세 개나 되는 음독[18]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기 심도를 낮추기 위하여 오로지 독음만을 밝히기 위한 표기 수단인 후리가나라는 체계가 존재할 정도이다.이에 서양을 모방하고 배우던 개국 직후 일본에는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처럼 '표의 문자인 한자의 존재가 비효율적이라 문명 개화를 저해한다'고 주장하는 학파도 있었다. 더 나아가 가나나 로마자로만 일본어를 표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학파와의 정치적 대립,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가 더해져 결국 채용되지 못했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비교해 음운의 수가 단조로운 편이며[19] 한자를 포기했을 때 표기 심도는 얕아지지만 동음이의어의 처리 곤란 등 가독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 일본어의 경우, 가나 문자만 놓고 보면 표기 심도가 얕은 편이다. 오십음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문자와 음이 정확히 1대1로 대응하는데, 문부성이 현대 가나 표기법 및 표준 발음법을 제정할 당시 표음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 표준 발음법에서는 기존의 'を'를 [wo]가 아닌 [o]로 발음되도록 통일하는 등 부단한 개혁이 가해졌다. 다만, 오늘날에도 'は', 'へ'가 조사로 쓰일 경우 각각 [ha], [he]가 아닌 [wa], [e]로 발음되거나, オ단의 장음 표기에서 'おう'와 'おお'가 같은 음을 나타내는 데에도 불구하고 비음성적인 이유로 표기를 달리하는 등 표기 심도가 깊은 예가 일부 존재한다.
한편, 1946년 이전까지 쓰였던 역사적 가나 표기법은 족히 1000년 전인 헤이안 시대의 발음을 기준으로 굳어진 표기이기 때문에 표기 심도가 깊은 편이다. 규칙적인 음운 변화를 겪었기에 특정 규칙을 적용하면 현대식 발음을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けふ'라고 되어있으면 'ふ'는 탈락해 'う'로 가고, 'けう'와 같은 '-えう'는 '-ょう'가 되어 오늘날의 'きょう'가 되는 식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발음을 듣고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쓰는 것은 어원을 알아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어렵다.
5. 예
한국어 표기를 한글 자모순으로 배열함.5.1. 표층 표기
- 국제 음성 기호: 목적 자체가 언어의 음을 문자로 최대한 그대로 표기하는 데에 있으므로 표기 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론상으로는 표기 심도란 게 아예 없어야 한다. 단, 실제로 언어를 배울 적에는 해당 언어의 표준 문제, 또는 표준이 있더라도 어학 교육과 현지인들의 실제 발음이 다른 문제, 같은 기호로 표기되더라도 구체적인 소리는 조금씩 다를 수 있는 문제, 같은 소리를 학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여 제시하는 문제 등등으로 약간은 '표기 심도'가 있을 수 있다.
- 그리스어
- 네팔어
- 독일어: 기본적으로 쓰인 대로 읽히지만 단어의 원형을 모르면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모음이더라도 접미사인지 접두사인지 어근인지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기 때문. 또한 합성어의 어근과 어근의 경계에 위치한 자음도 그 경계를 알아야 올바로 발음할 수 있다. 그 외의 경우에는 외래어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다.
- 라트비아어
- 라틴어: 라틴어가 실제로 대중의 입말로 쓰이던 시절, 고전 라틴어의 황금기인 기원전 1세기의 로마市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입말의 실제 발음이 글말과 달랐다. 로마인들의 입말에선 단어가 인접한 단어, 또는 형태소가 인접한 형태소와 연결되느라 형태가 조금씩 깨지거나 합쳐지고 (따로 글자가 없는) 변이음들이 발생했지만, 글말에서는 가급적 단어의 원형을 밝혀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전 라틴어 정도면 표기 심도가 깊다고 할 순 없다. 현대의 고전 라틴어 교육에선 대부분 입말의 변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20]
- 루마니아어: 다만 같은 발음을 여러 문자로 표기하기도 한다.[21]
- 리투아니아어
- 마인어: 쓰인 대로 읽으면 되지만, e는 [ㅡ], [ㅔ] 두 가지 소리가 있다.
- 마케도니아어
- 벨라루스어 : 같은 동슬라브어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 언어인 러시아어와는 다르게 표기 심도가 우크라이나어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매우 낮다. 구개음화나 각종 음운에 의한 발음 변화도 발음 그대로 적어버리기 때문에 벨라루스 키릴 문자만 배운다면 바로 읽을 수 있다.
- 불가리아어
- 산스크리트어: 입말에서 일어나는 소리의 변화를 철저하게 글말에 반영하여 적었다. 특히 베다 산스크리트어의 전범인 리그베다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소한 발음의 변화도 용납하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문자 없이 사람의 머리와 입으로 암기/암송하는 방법으로 리그베다를 전수했기 때문에 단어 본래의 발음과 다른 단어들과 연결될 때의 소리 변화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베다를 공부하는 브라만들은 베다 텍스트 속 문장의 단어의 순서를 거꾸로 하거나 순서를 다르게 바꾸어가며 온갖 방법으로 암기하였다. 이런 전통 덕분에 인도에서는 고대부터 언어학이 발달하였고, 고전 산스크리트어 문법을 정립한 위대한 언어학자 파니니(Panini) 또한 나올 수 있었다. 오죽하면 현대의 언어학자들도 인도의 브라만 계층이 암송하는 리그베다의 찬가는 기원전 1500년 무렵의 발음이 거의 원형 그대로 전수되었다고 여길 정도이다. 글말에서도 입말의 변화를 철저히 반영하여 적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는 후대인들도 어쩔 수 없이 입말의 사소한 변화까지도 문법 수준에서 익혀야 하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산스크리트어 학습의 난이도를 대폭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 세르보크로아트어
- 스와힐리어: 일부 단어의 강세 위치가 불규칙한 점을 제외하면 글자 그대로 발음되고 강세 위치도 거의 규칙적이다.
- 스페인어: 주요 언어 중에서 표기 심도가 가장 낮다. 외래어를 제외하고는 정말로 쓰인 대로 읽히고 읽는 대로 쓰인다. 공교육으로 영어와 로마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10분만 들여 배워도 읽는 법을 대강은 익힐 수 있다. 다만 암흑시대 시절에 유성 파열음 대신 쓰였던 유성 접근 마찰음을 익혀야 하는 문제로 정확한 발음을 익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 슬로바키아어
- 슬로베니아어
- 아제르바이잔어
- 에스토니아어
- 에스페란토: 19세기 말에 탄생한 인공어이다.
- 우즈베크어
- 우크라이나어: 같은 동슬라브어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 언어인 러시아어와는 다르게 표기 심도가 벨라루스어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매우 낮다. 모음에 강세가 없어도 발음 그대로 읽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키릴 문자만 배운다면 바로 읽을 수 있다.
- 이탈리아어: 표기 심도의 성격이 스페인어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단자음과 복자음의 발음이 겹치며, s와 z의 발음과 강세의 위치가 다소 불규칙적이다.
- 조지아어: 조지아 문자를 꼼꼼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완벽히 읽을 수 있다.
- 체코어
- 카자흐어
- 키르기스어
- 튀르키예어: 20세기 초에 표기 문자 자체를 아랍 문자에서 로마자로 전환하는 전면적인 문자 개혁을 시행하였다. 문자만이 아니라 언어 체계 전체를 아우르는 개혁을 실시하였기에 표기 심도가 극도로 얕다. 그러나 변이음이 다소 존재한다.
- 투르크멘어
- 폴란드어: 다만 같은 발음을 내는 다중 문자와 복자음이 여럿 있다.
- 프리울리어
- 핀란드어: 장단음까지 정직하게 표기할 정도로 글자 그대로 읽지만, 그만큼 장단음 발음에 신경 써야 한다. 이 장단음 정도에 따라 비슷해 보이는 단어라도 뜻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 하와이어
- 헝가리어: 이 언어도 표기 심도가 얕지만 폴란드어처럼 복자음이 있는 편이다.
- 힌디어
5.2. 심층 표기
- 네덜란드어: 네덜란드어는 기본적으로 쓰인 대로 읽는다. 하지만 심층 표기로 분류되는 이유는 쓰인 대로 읽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접사 '-en"에서 n 발음은 일반적으로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명사 pannenkoek는 일반적으로 pannekoek처럼 발음되고 praten는 prate처럼 발음된다. 그 외에도 부정관사 een이 /ən/으로 발음되고("하나"를 뜻할 때는 één이라고 쓴다.), bijzonder가 /biˈzɔn.dər/로 발음되고, 접미사 "-isch"가 /is/로 발음되는 등 일반적인 발음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들이 있다.
- 노르웨이어: 스웨덴어와 철자가 유사하다.
- 덴마크어: 글말과 입말의 발음이 다르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막상 배워보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랑스어보다는 조금 더 심하고 영어보다는 훨씬 덜하다.
- 디베히어
-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같이 강세에 따라 모음의 소리가 다르고, 뒷 자음이 무성음이나 유성음이냐에 따라 발음이 다르다.
- 맨어: 이 언어를 포함한 켈트어파 언어들은 웨일스어와 콘월어를 제외하면 대체로 표기 심도가 깊은 편이다. 웨일스어도 'y', 'w'의 발음이 규칙적이지만 'y'가 무조건 단모음이고 'dd'는 /ð/로 발음하는 식으로 여러 유럽의 언어와 차이가 있는 편이라 표기가 독특하다는 평이 있다.
- 몽골어: 키릴 문자로 표기할 땐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몽골 문자로 표기할 때 표기 심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 미얀마어
- 스웨덴어: 모음자 하나가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단, 덴마크어와는 달리 스웨덴어나 노르웨이어는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읽는 게 어렵진 않다. 두 언어가 표기 심도가 얕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
- 스코틀랜드 게일어
- 싱할라어
- 아일랜드어: 부드러운 소리 되기, h 혹은 t 첨가 등의 관사에 의한 발음 변화는 그대로 적지만(어두운 소리 되기는 bhFiann처럼 원음을 밝혀 적으니 예외), 옛날 맞춤법에서 일부만 변경하고 그대로 쓰는 것도 있고 아일랜드어 자체가 거의 사어가 되기 직전에 노인들 불러 놓고 겨우 복원한 언어이기 때문에 단어의 어원과 지역, 쓰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표준으로 취급되는 코노트식 발음법에서 이탈하는 일이 많다. 아예 엉뚱한 발음이 나는 다중 문자(mh, ao 등)도 많고 부드러운 소리 된 자음이 모음 사이에 들어가면 모음으로 발음하는 규칙, 강세 없는 모음 중 일부는 /ə/로 발음하는 규칙 등 세세한 규칙이 많다.
- 아이슬란드어
- 영어
- 태국어: 태국 문자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은 데다가 외래어 어원 보존 문제로 비일관적인 표기가 나타난다.
- 티베트어: 표음 문자 사용 언어이면서 가장 표기 심도가 깊은 언어 중 하나다. 문자가 창제된 7세기 때의 맞춤법을 아직도 쓰고 있다. 티베트 문자 참고.
- 페로어
- 포르투갈어: 강세 유무에 따라 모음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 프랑스어: 기본 규칙에 따라붙는 자잘한 규칙이 많을 뿐, 그 규칙들 내에서는 거의 쓰인 대로 읽힌다. 규칙의 갯수도 영어보다 적고 독법도 알고 나면 일관적인 편. 그러나 묵음이 많아 동음이의어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 학습자가 듣고 쓰기는 매우 어려운 편이다. 모음에 붙으면서 발음상의 차이가 없는 강세 기호들도 있다. 주로 어원을 밝히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한국어
6. 관련 문서
[1] 가령 아래 일본어의 예에서처럼 けふ를 보고 きょう로 읽는 것은 규칙에 따르면 되기에 쉽지만 きょう를 보고 けふ라는 표기를 추측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현대 표기에서 きょう로 합류한 역사적 표기가 けふ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2] 러시아어의 Ъ나 일본어의 十(열 십) 문제 등.[3] 한국어에서 발음 차이가 모호해져 가는 ㅐ와 ㅔ를 구어에서 분명히 구별하기 위해 '아이', '어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4] 앞 각주의 ㅐ와 ㅔ의 구분으로 설명하자면, 의미는 서로 다르지만 발음 차이는 모호한 '재적'과 '제적'이라는 단어를 똑같이 적어 버리면 '명부에 등록', '명부에서 제외' 식으로 뜻을 설명해서 구별해야 하는 불편이 생기게 된다.[5] 특히 자음이 자주 변동한다.[6] 형태소 위주의 현 표기에 적응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긴 하다.[7] 아브자드를 사용하는 언어들은 실제로 모음이 별로 없는 편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브자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모음만 해도 10개인 한국어처럼 모음이 다양한 언어라면 초성 퀴즈처럼 되어버려 아브자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역사상으로도 그리스인들이 처음 받아들인 페니키아 문자는 아브자드였으나 그리스 문자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알파벳이 되었는데, 이렇게 된 것은 그리스어에 모음이 많아 아브자드를 쓰기에는 불편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8] 한자는 형성자가 음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는 하나, 모든 글자가 그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자라는 문자 체계는 표기와 음성 사이의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다.[9] 한자의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많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것은 2,000~3,000자가량이며 일본어/중국어/한국어의 상용한자는 대체로 이 정도 수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10] 한 글자에 몇 개의 음소를 담는가가 다르지만 대개 온전한 음소 정보를 담고 있다.[11] '알파벳'이라 하면 흔히들 '로마자'를 떠올리는데, 여기서의 알파벳은 로마자뿐만 아니라 한글을 포함하는, 자음 낱자와 모음 낱자가 존재하는 음소 문자를 포괄해 지칭하는 말이다. 표음 문자인데 음절 문자보다 표음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중 문자라는 변칙이 있기 때문이다.[12] 부호를 붙여 공통점을 지닌(주로 같은 자음) 음절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표기가 겹치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특정 모음만을 위한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 등의 현상(주로 '알리프'라고 칭하는 듯하다)이 벌어지기도 한다.[13] 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소리 나는 대로 적었던 것은 아니다. 아래아가 16, 18세기에 2차례에 걸쳐 사라졌음에도 표기로는 19세기까지 나타났고, 된소리에 ㅅ계 합용병서를 쓰는 것 역시 표기 심도가 깊은 예라고 할 수 있다.[14] 한글 맞춤법 제 1항에서는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허나 이는 흔히 생각하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법에 맞도록 함'이라고 명시함으로써 분철 표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은 그저 맞춤법 규정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일 뿐이다. 쉽게 말해서 '사과'라고 써놓고 '포도'라고 읽지 말라는 것이다.[15] 정부와 민간단체의 주도 아래 꾸준히 맞춤법 개정이 이루어져 급격하게 변한 한국어와는 대조된다. 한국어의 경우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서만 해도 국문학 독서량이 적은 이들에겐 읽기는 커녕 음성으로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며, 그로부터 불과 20년 전인 갑오개혁을 기점으로는 쓰여진 글들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아예 독해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닫는다. 그러나 한국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 또는 공신력 있는 단체 주도의 개정이 거의 없었던 미국식 영어의 경우,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이나 1781년의 미국 헌법 문장은 현대의 미국식 영어로 읽어도 사실상 차이가 없다.[16] 예를 들어 '기흉'을 의미하는 pneumothorax의 경우, 라틴어식으로 읽는다면 /pneʊmotʰoraks/라 읽혀야 하겠지만 영어 발음은 /njuˈməʊθɔːɹæks/인데, 이는 어두 'pn'은 /n/으로, 'eu'는 /ju/로, 그리스어 어원의 'th'는 /θ/으로, 어말 자음이 따라붙는 'a'는 /æ/로 읽는다는 영어 발음 규칙으로 설명된다.[17] 프랑스어에서는 'accent circonflexe'라고 한다.[18] 명란젓의 경우 明太子라고 쓰고 멘타이코(めんたいこ)라고 읽는다. 다만 明을 멘(めん)이라고 읽는 것은 정석적인 일본 한자음이 아니며, 사실은 한국 한자음인 '명'을 흉내 낸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외국어라는 인식은 없는지 굳이 가타카나로 쓰지는 않는다. 물론 明太子(멘타이코) 외에는 明을 멘(めん)이라고 읽는 경우는 없다.[19] 전반적인 한자음의 수를 확인하면 한국 교육용 한자의 음 수는 407개인 반면 일본 한자음의 음 수는 277개로 70%에 불과하다.[20] 한 가지 대표적인 예로, 많은 라틴어 학습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고전 라틴어의 입말에서는 단모음끼리 만날 시 앞의 모음이 생략되었다. 여기에 단어의 끝음절이 모음+m 형태인 경우, m은 앞의 모음을 비음화하고 자신은 발음되지 않았으므로, 'multum ille et'는 '물툼 일레 엣'이 아니라 '물틸렛'으로 발음되었을 것이다.[21] (예: /ɨ/ 발음을 나타내는 Ââ와 Îî, /s/ 발음을 나타내는 Ss와 Ț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