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과거 대한민국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남용 사례와 그 문제점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1960년대에 반공법이 생긴 이래 맨정신으로 북한을 찬양하고 지하 조직을 형성하는 것 외에도 술김에 및 홧김에 한 말에도 잡혀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생겨난 단어다.
반공법에는 북한 관련 찬양 및 고무 조항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보니 생겨난 문제다. 원래 형법과 관련된 원칙 중에 '명확성 원칙'이 있다.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형법 분야에서는 적용되는 법규를 딱 부러지게 규정하지 않은 이상 법관의 지나친 자의적 해석은 금한다는 것.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
즉 정책에 대한 억하심정이 있거나, 술김이나 언쟁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1], 블랙코미디 차원에서 비꼬듯이[2], 과장 조금 보태서 '야 이 북한 빨갱이만도 못한 XX들아!'라고 비난하는 형태 등등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기만 하면 잡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반공법의 문제를 처음에는 '막걸리 반공법'으로 지적했다가 반공법 폐지 및 국가보안법에 통합되면서 막걸리 국가보안법으로 바뀌었고 이를 줄여서 막걸리 보안법으로 부르게 되었다(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2003)).
1990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한해 찬양고무죄가 적용된다고 하여 찬양고무죄의 범위를 좁히기는 했으나 이렇게 바뀌고 나서도 박정근 사건과 같은 유사사례는 계속되었다. 물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이걸 보면 과거에 얼마나 심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주요 사례 문단 참고.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이 국정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 단어를 언급하였다.
그래도 박정근 사건이 일어난 2012년 이후쯤부터는 이런 사례가 딱히 알려지지 않았다. 인터넷 상으로도 농담성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척 비꼬는 글을 써도[3] 그걸 가지고 국정원이 잡아가는 사례는 '거의' 없게 되었다. 물론 진심으로 북한을 찬양하거나 비꼬는건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는 당연히 위험하지만 말이다.
북한에서도 동일한 개념의 단어로 말반동이 있다. 당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등 말이나 행실의 사소한 부분이 트집잡혀 반동분자로 몰리는 것에서 비롯한 은어로, 1990년대 중후반 "말반동은 반동이 아니다"라는 유행어까지 돌았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북한이 군사독재 시절의 남한은 말할 것도 없고 이디 아민 시기 우간다 이상으로 경직되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인 만큼 잡혀갔을 때 개개인 및 소속 집단이 받는 타격은 북한 쪽이 더 크다.[4]
2. 주요 사례
- 1962년 출시된 담배 해바라기는 꽃 자체가 소련의 국화인데다 개비 수가 소련 연방에 속한 공화국에서 러시아를 뺀 수와 똑같은 14개(러시아 포함하면 15개다)라는 이유로 출시 10개월 만에 단종되었다.
- 1964년 영화감독 이만희는 <7인의 여포로>라는 반공영화를 제작하던 중 국군 여군 포로가 조선인민군 군관에게 “당신 참 멋진 남자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반국가단체 활동에 대한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됐다. 사실 이 영화는 동족상잔으로 고뇌하던 '양심적인' 북한 군관이 포로로 붙잡은 여군 간호장교들을 호송하던 중 이들을 겁탈하려는 중공군과 북한군들을 쏴죽이고 국군 진영으로 항복한다는 지극히 반공적인 내용이었다.
-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김두한이 유세 도중 북한을 찬양했다며 반공법 위반으로 수감되었는데 김두한의 행적만 봐도 알겠지만 공산주의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거나 살해한 걸 자랑이랍시고 떠들던 백색 테러리스트가 진짜 북한을 찬양했을 가능성은 낮다. 원래 김두한은 말을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을 막 내뱉는 경향이 있었는데 일설에 의하면 평양이 서울보다 먼저 전기가 제대로 보급되었는데, 우린 왜 그만큼 못하냐는 투로 말을 했다가 걸린 거라고 한다. 그와는 별개로 김두한이 선관위원장을 부정선거를 하려했다며 폭행하는 일도 있는 등 반공법이 아니라도 체포할 핑계거리는 많았다.
- 1968년에 한 요리사는 경찰에 연행되자 "선량한 사람을 왜 괴롭히느냐? 공화당은 공산당보다 못하다."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한다.
- 1969년 한 문구 생산업체 대표는 제품 중 크레파스와 포스터칼라 상품명에 피카소를 넣었다고 입건되기도 했다. 피카소가 사회주의자라는 이유 만으로 이름 자체가 금기가 된 것이다. 심지어 PD가 개그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배역을 '피카소'로 정한 것도, 개그맨이 "피카소같이 그렸다"고 드립을 친 것도 입건 대상이 되었다.
서울지검공안부(최대현 부장검사 김종건 검사)는 9일 상오 불란서 화가 「피카소」를 찬양하거나 그의 이름을 광고 등에 이용하는 행위는 반공법4조1항(국외공산계열의 동조찬양, 고무)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1차로 크레온 제조업자인 삼중화학 대표 박진원씨(45)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동사(同社) 제품「피카소·크레파스」등의 광고를 금지시키고 판매중인 상품의「피카소」이름을 지우도록 지시했다. 검찰에 의하면 삼중화학은 68년 10월부터 크레파스, 포스터 칼러 등을 제조,「피카소」라는 상표를 붙여 팔아왔다.
검찰에 의하면「피카소」는 좌익화가로서 1944년 국제공산당에 입당, 소련에서「레닌」평화상을 받았으며 한국동란때는 「조선의 학살 」「전쟁과 평화」 등 공산당을 선전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검찰은 이밖에도 코메디언 곽규석씨가 사회를 본 모 민간 TV쇼 프로에서 「피카소」라는 별명의 이름을 등장시킨 제작자들을 조사하는 한편 곽씨가 좋은 그림을 보고「피카소」그림같이 훌륭하다고 말한 이면도 캐고 있다.
"피카소 찬양하면 반공법 위반" 1969년 6월 9일 월요일 <경향신문> 보도
- 1970년에 서울의 어떤 달동네 서민은 재개발로 집을 강제 철거당하게 되자 사람들이 운집한 곳에서 철거반원들을 향해 “이 김일성이보다 더 나쁜 놈들아!”라고 내뱉은 것이 화근이 돼 반공법 제4조 1항 위반으로 구속기소되었다. 구속기소된 이유가 꽤나 황당한데 "북한에서는 대한민국보다 나은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게 되고, 그 곳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의사도 내포됐다 할 것이어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당시 상황을 볼 때 피고인은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문제의 발언을 하였으므로 의도적인 북한찬양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1심, 2심, 3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
- 1976년 한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취객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경찰관에게 폭행당한 후 "저기 김일성이 같은 놈이 또 있네"라고 했다가 입건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1978년 한 우표수집가는 어쩌다 북한 우표를 수집했는데, "북한괴뢰집단(조선우편)의 우표판매와 보급활동에 동조하여 그를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 1986년에 친형의 칠순 잔치를 마치고 만취해 버스를 탄 김 아무개는 버스기사와 요금 시비를 벌이다가 무심결에 "나는 공산당이다. 공산당이 뭐가 나쁘냐? 잡아넣어라."라고 말했다가 진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같은해, 서울시 중구 만리동에 거주하던 한 일용직 노동자는 술에 취해 "나는 갈매기다. 이북으로 날아가고 싶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나게 해달라. 전두환이나 노태우도 별것 아니다."라고 명동 한복판에서 술주정을 부렸다 주취소란이 아닌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 같은 해,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는 총알택시를 기다리던 취객이 "김일성 만세, 김정일 만세, 김대중(...) 만세"를 외쳤는데 '반국가단체인 북한 괴뢰집단의 수괴 김일성과 그 후계자 김정일을 찬양 고무하여 그들을 이롭게 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 1993년,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말년병장은 전방 GOP에서 근무하던 중 후임과 초소 너머로 보이는 금강산 경치에 대해 이야기 했다가 "금강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어 기무사에 연행되어 찬양고무 및 탈출예비음모(월북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 2000년에 대구의 모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남북정상회담을 즈음해 행사차량에 인공기를 내걸고 김정일 부킹위원장이라고 쓰인 명함을 건네주다 경찰로부터 '찬양 고무 혐의'를 뒤집어쓰고 입건된 바 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 되었다. 즉 햇볕정책을 위시한 대북 유화책이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이런 사례가 존재했다는 것이고 박정근 사건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북한을 조롱했는데도 찬양 혐의를 뒤집어쓴 것이다. #
- 2004년에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한 40대 일용직 노동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김정일 만세"를 외치다가 경찰에 검거된 바 있었다. 그는 조사 당시 진술에서 "월세를 못내 쫓겨나게 되었는데 북한에 가면 평등하게 살 수 있다고 들었다"며 무심결에 외쳤다고 밝혔지만 사실 김정일 만세만 외쳤다면 모를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고 북에 보내달라고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
3. 관련 문서
[1] 예를 들어 예비군 훈련이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자 동대장에게 "여기가 북한이냐?"라고 따진다던지.[2] 예를 들어 정전이 났을 때 '쟤들은 방방곡곡 전기가 들어오는데, 우리는 이게 뭐냐'고 하는 식.[3] 예를 들어 세로드립을 넣는다거나.[4] 당장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는 것부터가 정치·사회·생물학적 죽음을 의미하니...[5] 원문은 "다이야 공원". 이는 일본어 タイヤ가 한국 외래어로 쓰이며 탁음화한 것이다.[6] 69고46201 반공법 위반사건, 재판 결과는 1심 징역 8월 자격정지 8월, 2심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