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對戰車火器 / Anti-Tank Weapon적군의 전차를 격파하기 위해 만든 화기. 넓은 범주에서는 대전차포 같은 무기도 대전차화기의 하위분류로 볼 수 있지만, 주로 대전차화기라고 하면 보병휴대용 대전차화기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대전차 화기를 사용하는 보병 병과는 대전차 화기조 혹은 대전차병이라고 부른다.
주로 적의 전차와 장갑차를 효과적으로 파괴하기 위하여 개발된 무기이며, 전차가 등장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공격이란 적 대전차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이며 방어란 적 전차를 저지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차가 중시되기 때문에, 역으로 전차, 무반동포, 대전차 로켓,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 모든 무기체계가 결국은 전차를 방어하거나, 전차를 방어하려는 적으로부터 전차를 호위하는 목적을 지니게 되었다. 심지어는 전차조차 '전차의 적은 전차'라고 불릴 정도로 대전차전 능력을 중시한다.
초기의 대전차포, 무반동총이나 대전차 미사일은 보병이 휴대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전차의 강화에 따라 점차 무거워져서 현재는 대부분 차량화해야 하는 판국. 사실상 보병용 대전차화기는 대전차로켓과 소수의 경량형 미사일로 통합되었다.
2. 탄생 배경
역탄두 탄환과 K 탄환에 대한 영상
제1차 세계 대전 중반에 출몰한 전차는 당시 참호전 양상이었던 전장에 위치한 병사(주로 보병)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독일군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K탄이라는 철갑탄을 각 보병에게 5발, 기관총 사수에게 200발 지급하여 대응하려 하였으나 극초기 전차의
결국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일은 Tankgewehr(탕크게베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전차 목적의 대구경 소총을 개발했다. 무게가 무게여서 운용엔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속설처럼 반동 때문에 솔때마다 어깨탈골 같은 신체손상은 없었다.
대전차 소총은 상기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보병용 대전차화기로 각광받아 각국에서 전차와 함께 대전차소총이 개발되었고, 1차대전 패전 후 대구경 소총의 개발이 금지된 독일에서는 탕크게베어급의 탄피에 소구경 소총탄급 탄두를 박아넣은 변종까지 만들어냈다. 총 자체는 무지막지하게 크지만 어쨌건 구경은 일반 소총 급이라는 논리. 게다가 뜻하지 않게 가벼운 탄체를 대량의 작약으로 가속하였기에 관통력이 꽤 높았다고도 하나, 전차의 발전은 보병용 소총으로 장갑을 관통할 수준을 지나버렸다. 20mm 핀란드제 대전차 소총같은 경우는 아예 중기관총이나 야포같은 중화기에 가까운 운용방법을 통해서 운용했다.
결국 스페인 내전 때에 들어서야 적 전차를 격파할 목적으로 평사포가 개발되었으며, 이 평사포는 당시 개발되었던 경장갑 수준의 전차를 쉽게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장갑을 보강하고, 속도를 높이는 등 신형 전차 개발에 매진하였다. 이때 등장한 무기가 바로 대전차지뢰 인데, 매설할 뿐 아니라 보병이 직접 적 전차 코앞에 던지거나 아예 지연신관을 달아 전차포탑 틈새에 밀어넣고 폭발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50구경 브라우닝 기관총이 '대전차소총'의 탄환을 참고삼아 1차 대전 직후에 완성되었다. 1차 대전 중에 실전배치되었으면 대전차 킬러로 악명을 떨쳤겠지만 등장 시기가 늦어버렸고 2차대전의 전차에는
전간기의 기술 발달에 따라 소련이 수준급의 전차를 개발하자 독일 역시 대응할 전차를 개발하면서 제2차 세계 대전의 독소전은 전차전 양상으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점점 전차의 장갑이 두꺼워지자 기존에 사용하던 40~55mm포로는 장갑을 관통하기 힘들었고, 이에 독일은 PAK 대전차포 시리즈를, 소련은 76.2mm의 ZiS-3 대전차포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러나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대전차포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가고 보다 효율적인 이동, 배치, 조준, 생존을 위해 기동성과 장갑을 부여하다보니 결국 전차가 되어, 전차의 최대중요임무가 적 전차의 격파가 되어버렸다.
아울러 보병이 끌고 다닐 만한 경량포나 1차대전까지 대전차화기로 사용했던 대전차소총은 상술한 바와 같이 전차에 대한 가치를 상실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존재했던 독일의 PzB 39(Panzerbüchse 39) 대전차 소총이나 동구권의 시모노프와 덱탸료프의 대전차 소총은 오늘날의 XM-109나 RT-20으로 만나볼 수도 있으나, 구경이 너무 크고 길이도 길어서 운반하기 힘들며, 현대 전차의 방호력이 엄청나게 증대됨에 따라 해당 대전차 소총으로는 전차의 전면장갑을 뚫기란 불가능해 아예 이름부터 대전차소총이 아닌 대물 저격총으로 부르고 있다.
한편, 전장의 신은 신들끼리 뿔싸움하고 전차는 전차끼리 싸움에 따라 버림받은 보병들은 우연히 전차를 만나기라도 하면 살기 위해 도어노커나 다름없는 보병포에 의존하거나 수류탄을 여러 개 묶어 내던지거나 대전차지뢰를 들고 육박전을 벌이는 등 등 1차 대전 당시와 거의 다름없는 방법을 동원해 저항해야 했는데, 그러다가 먼로 효과를 이용한 성형작약탄이 도입되었다. 성형작약탄은 강선포에서 회전하며 발사되면 원심력에 의해 관통력이 줄어들기에 대전차포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웠는데, 이것을 로켓이나 무반동포로 발사하면 회전이 없으니 관통력도 준수하고 보병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대전차화기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독일군이 사용하던 판처파우스트가 대표적인 예.
보병이 전차를 값싸게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국가를 흥분시켜서 대전차 권총, 대전차 총류탄, 대전차 수류탄, 흡착지뢰, 등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방식의 경량 대전차화기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기동하는 전차에 보병이 접근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말처럼 되는 것이 아닌지라 결국 판처슈렉과 PIAT, M1 바주카 같은 휴대용 대전차 로켓이 대량으로 보급되었다. 물론 이런 개인용 대전차화기는 '제대로 된 대전차포'에 비하면 한계가 있다.
M20 스카웃 카의 모습 |
비단 미군 뿐만 아니라 독일군도 하노마그에 추가로 대전차포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아무튼 대충 이런 사상속에서 나온 것이 "대전차화기를 무장한 경장갑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3. 전차 무용론의 시대와 그 이후
9K11 말륫카 대전차 미사일 |
그러나 어쨌건 지상군이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방어력, 기동력, 공격력을 지닌 지상병기가 필요하다. 현대의 기술력으로 그러한 무기체계는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넣고 강력한 직사포를 장비하고 캐터필러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즉, 전차)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현대군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전차를 대전차화기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려 하였다.
전술적으로는 모든 무기체계를 동원해 전차를 호위하고 적 대전차보병을 먼저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하고, 기술적으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강화하여 얻어낸 여유중량으로 기동성을 높여 대전차화기를 회피하고, 대전차화기에 특화된 소모성 장갑을 설치하여 견뎌내고, 철저하게 위장하여 발사를 못하게 만들고, 날아오는 미사일과 로켓을 교란하거나 자동으로 요격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심지어는 전차 자체를 투명화시키거나 외부장갑에 플라즈마를 걸어 명중된 포탄을 증발시키는(...) SF 내지는 판타지스러운 기술이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보병용 대전차화기는 보병이 휴대한다는 특성상 중량과 화력, 생존성에 한계가 있어 전차의 강화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대전차화기만으로 전차를 저지하기는 어렵다.
여담으로 전차의 저지력을 높이고 보병휴대의 한계를 넘기 위해 대전차화기를 대형화시키고 고속으로 전개하기 위해 기동력을 부여하고 적 전차의 반격이나 혹은 선제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어력을 부여하여 완벽한 대전차화기를 만들려하다 보면 결국엔 전차가 된다.(...) 대놓고 이런 용도로 개발된 게 구축전차였으나, 그 시대착오성으로 인해 전부 퇴역하고 현재는 주력전차로 주력전차를 잡는 상황이 펼쳐졌다.
4. 현대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차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면서 항공폭격, 포병사격, 공격헬리콥터, 대전차 미사일, 철조망과 대전차장애물까지 사실상 모든 무기체계가 적 전차를 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에 따라 보병의 대전차전 능력도 강화되고 있긴 한데, 작전이 제대로 돌아가면 보병이 적 전차와 만날 일이 없어야 정상인 만큼 대전차화기는 (대전차전 능력은 보험 정도로 생각하고) 장갑차나 화집점을 격파하는 '보병용 대포'로 중시되는 판국이다.
그러나 보병 대전차화력의 강화에 따라 전차에 요구되는 방어력과 방어기술 수준은 계속 높아졌으며, 전차 자체의 가격이 비싸져 대량 배치가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측 보병의 대전차화기 대량 배치는 전략적으로 적 전차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최신형 전차를 격파할 수 없다고 대전차화기를 포기했다가는 한 급 아래의 구형 전차나 장갑차가 날뛰는 것을 저지할 수 없으므로, 필요성은 결코 낮지 않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대전차 로켓은 냉전당시 '혁명 수출'로 인해 중동에 널리 퍼져 있는 RPG-7이며, PG-7VM HEAT / PG-7VR 탠덤 탄두같은 다목적 탄두를 갖춰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적 전차나 장갑차를 격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OG-7V 대인파편유탄을 이용해 시설, 토치카, 적 보병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는 그 미군마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구르다가 높은 화력, 고명중율, 경량, 재사용 가능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싼 지원화기를 내놓으라고 날뛴 끝에 다른 것도 아닌 RPG-7을 도입해 사용한 판국이다.
물론 무유도 로켓은 전차에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전장상황이나 사용자의 긴장 등 많은 요소로 명중율이 크게 낮아지므로 안전거리에서 정확하게 적 전차를 격파하기 위해 한 발에 1~2억 원씩 하는 FGM-148 재블린 같은 능동유도식 보병휴대 대전차 미사일까지 개발되었다. 대한민국 국군도 독일에서 개발된 판처파우스트 3을 보병용 대전차화기로 운용하며, 기존 TOW나 구식 무반동포를 대체하기 위해 현궁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였다.
그런데 재블린이나 현궁 계열은 가격이 워낙 비싸고 무게도 무거워 대량으로 배치할 수가 없으며, 전차 이외의 표적에 사용하기도 뭔가 아쉽다. 따라서 보병용으로는 정밀한 유도장치를 장착한 계열도 많이 개발되었다. 몇 초 정도 적 전차를 조준하면 속도를 측정해 포탄 도달 시 맞추기 위한 예상 조준점을 표시하고 공중에서 전 전차의 자기장을 감지해 상면을 타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피기동하는 표적은 맞히기 힘들지만 정지표적이나 기습 정도에는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 이쯤되면 '유도'가 안 돼도 미사일로 취급하는 듯.
한국이 연구하던 K.LAW(한국형 경량 대전차화기)은 개발 포기되었으나, 현궁 개발 이후 재블린급의 값비싼 3세대 자동유도 미사일을 아무데나 쏴대는 것은 역시 부담이므로 2018년 현재 신형 대전차로켓의 개발이 타진되고 있다. 특히 한국군은 냉전형 중후장대 무기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안보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전차로켓의 대전차 교전능력을 중시하는 것이 현황. 여담으로 보병분대 단위에서 최대화력이 유탄인 한국군이 RPG-7을 분대단위로 보유하는 북한군보다 열세라는 분석이 있기 때문에 대전차화기에 대한 관심이 포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5. 종류
소련의 ZiS-2 57mm 대전차포.
소련의 PTRS-41 대전차 소총.
미국의 보병 휴대용 66mm M72 LAW 대전차 로켓포.
한국의 현궁 대전차 미사일
소련의 73mm SPG-9 무반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