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51mm NATO 소총탄용 철갑탄 M9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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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徹甲彈 / AP, Armour Piercing[2] Bullet / Armour Piercer Bullet평범한 탄환으로는 잘 뚫리지 않는 장갑과 방탄복에 대한 '관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탄환이다. 추가로 방탄복 NIJ 인증의 문서를 보면 좋다.
탄자 내부를 고밀도 고질량 소재인 납을 대신하여, 주로 강철이나 텅스텐 등의 더욱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진 탄자를 사용하고 있다.
소구경에 해당하는 개인 화기용 철갑탄의 경우, 구리 재질의 피갑을 탄자에 덧씌워 총열이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래 문단에서 설명할 철갑탄들은 주로 대구경에 해당하는 포탄에 대해서 서술되고 있다.
2. 명칭
철갑탄은 장갑을 관통하는 Armour Piercing ammunition을 의미한다."철로 된 갑옷"을 뜻하는 철갑(鐵甲)과 발음이 같은 데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철갑유탄이 철갑폭탄(鐵甲爆彈)으로 등재되어 있는 마당이니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3], 심지어 관련 업체나 작가들도 자주 오기한다.[4]
표기 구분 방법은 '쇠 철'자가 아닌 '뚫을 철(徹)'자다.[5] 일본에서도 철갑탄(てっこうだん)이라고 표기하는데,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뚫을 천(穿)자[6]를 써서 천갑탄(穿甲彈)[chuānjiǎdà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3. 역사
철갑탄은 대포나 총이 등장함과 동시에 출현했다. 당시는 기술 부족으로 포탄이나 총탄 내부에 탄이 도착하는 곳에서 폭발하는 화약인 작약을 집어넣기도 어려웠고, 폭약이 든 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발사 전 포탄에 달린 도화선에 불을 붙인 다음 날려야 했기 때문에 효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탄은 통짜 쇳덩이나 납덩이, 돌덩이였는데, 공격하는 목표도 적의 성벽이나 전열함의 두꺼운 나무벽, 갑옷을 입은 병사였기에 철갑탄의 역할을 다소 수행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식의 통짜 솔리드 탄은 장갑 관통에 중점을 두고 설계한 물건이 아니라 관통 효율이 낮아서 본질적으로 관통력이 떨어지며, 목표에 충돌하는 충격력으로 목표를 파괴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게 철갑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 언급한 사진도 소총탄용 철갑탄이다. 구식 화포의 솔리드 샷은 산탄총으로 쏘는 슬러그 탄과 그 원리나 운용 방식이 비슷하다. 슬러그 탄도 무지막지한 운동 에너지로 소총탄을 뛰어넘는 관통력을 보여줄 때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철갑탄은 아니다. 곰과 같은 맹수들을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저지력을 극단적으로 집약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적인 관점의 철갑탄 개념은 철갑선의 등장과 비슷하게 19세기에 정립되었고, 이 결과물로 대함 철갑유탄이 나왔다. 기존의 전장식 대포에서 발사되는 구형의 솔리드탄은 주로 목재였던 전열함에는 매우 유용했지만 19세기 이후 대두된 모니터함 같은 강철장갑을 두른 함선을 격침시키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금속 장갑을 관통하는데 특화된 포탄이 구상되기 시작했으며 개발은 해군에서 주도했다.
일단 철갑선의 경우, 내부공간이 넓고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기존의 솔리드탄으로는 장갑을 관통하는게 더 어려웠고, 장갑을 관통하더라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따라서 강력한 장갑을 관통하기 위해 포탄의 구경을 늘려 더 무겁게 만들어서 파괴력을 키우고 탄두를 단단한 재질로 바꾸는 설계가 나왔다. 그리고 포탄이 장갑을 관통한 뒤의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내부에 작약을 넣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렇게 탄생한 철갑유탄은 오랫동안 군함 함포의 대함 포탄으로 사용되었다. 19세기 말에 표면경화장갑이 나온 뒤로는 금속 캡을 추가해 더 뾰족한 형상으로 만들어서 관통력을 키우고 공기저항을 줄여서 탄도를 안정화하기 위한 저저항 캡을 추가하는 설계도 나왔다.
이와 달리 포탄의 운동 에너지만으로 장갑을 관통하는 현대적인 철갑탄 개념은 더 나중인 20세기 초, 장갑차가 개발되고 제1차 세계 대전 무렵에 전차의 출현과 거의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 당시 기갑차량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한 소구경 대전차포와 대전차소총의 철갑탄은 탄두 자체의 폭발력은 전혀 없고, 강한 경도를 가진 금속을 사용해 운동에너지만으로 표적물의 장갑을 관통한다.
철갑탄은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관통력을 올리기 위한 각종 개량을 받으면서 발전했고, 2차 대전 후반에 등장한 분리철갑탄은 냉전기를 거치며 현대의 주력 대전차탄인 날개안정분리철갑탄으로 발전했다.
4. 특징
알루미늄 합금 장갑에 철갑탄을 쏘는 유한요소해석 시뮬레이션 |
고속 회전 철갑탄에 대한 유한요소해석 시뮬레이션 | 치프틴 전차의 포탑 전면 장갑에 프랑스제 OFL-105-G1 APFSDS를 쏘는 유한요소해석 시뮬레이션[7] |
만약 철갑탄이 금속이 아닌 세라믹으로 구성된 장갑을 관통하려 할 경우에는 금속에서 나타나는 소성변형 대신 세라믹 재질 자체의 파괴로 인해 운동 에너지의 흡수가 발생하게 된다.[11] 장갑재가 RHA와 세라믹으로 구성된 복합장갑일 경우에는 위에서 설명한 운동 에너지 흡수 메카니즘이 전부 관여하게 된다.
위와 같은 관통 메카니즘을 바탕으로 분석했을 때, 철갑탄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가져야 한다.
- 강력한 운동 에너지
철갑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발사 속도를 늘리든지 중량을 늘리든지 양자를 다 하든지 해서 강력한 운동 에너지를 가져야 철갑탄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 빠른 탄속
운동 에너지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제아무리 철갑탄이라도 탄속이 느리면 운동 에너지가 적으므로 목표물을 제대로 관통할 수 없다.
- 직선에 가까운 탄도
탄도가 흔들리면 목표를 맞히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피탄 단면에 경사지게 착탄하여 경사장갑의 효과가 생기므로 관통력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탄도가 곧을수록(수직으로 착탄할수록) 좋다.
- 적절한 경도
탄두의 경도는 충분히 적의 장갑을 뚫을 정도로 높아야 한다. 장갑재보다 경도가 높을수록 좋다. 탄두의 경도가 장갑재의 경도보다 충분히 높다면 장갑을 마치 두부마냥 뚫어버릴 수 있다.[12]
- 강인한 내구성
최소한 목표의 장갑을 뚫고 내부로 진입할 때까지 포탄의 형상을 유지할 정도로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너무 튼튼하면 또 문제인게 파편량이 적어져서 장갑을 관통해도 내부에 별 피해를 못 입힐 수 있다. 다만 현대의 날개안정분리철갑탄는 장갑을 뚫고 전차 내부로 들어오면 얇고 긴 탄자가 산산조각나 고속으로 비산하는 대량의 파편을 만들어내서 충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5. 종류
- 철갑소이탄(API)
글자 순서를 바꿔서 '소이철갑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철갑탄과 소이탄을 합친 복합탄으로, 장갑을 관통한 후 내부에 불을 지르는 포탄이다. 미군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AN/M2에 철갑소이탄을 장전하여 공중전에 투입했을만큼 은근히 유서 깊은 탄이다. 다만 저 AN/M2가 현대의 개틀링 기관포나 리볼버 기관포처럼 단독으로 탄막을 펼칠 수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어서, 저걸 6정씩 묶어다 사용하곤 했다.
- 철갑고폭소이탄(APHEI)
글자 순서를 바꿔서 '철갑소이고폭탄'이라 부르기도 하고, '철갑소이유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나의 포탄에 철갑탄, 소이탄, 고폭탄을 합친 복합탄이다. 목표물에 명중 시 장갑을 뚫고 들어가 작약이 터지면서 덤으로 불까지 질러주는 종합선물탄이다. 장갑 관통 후 내부 유폭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철갑유탄(APHE)의 친척뻘 되는 포탄이라고도 볼 수 있다.
6. 관련 문서
7. 여담
- 개인화기용 철갑탄은 당연히 FMJ 탄환보다 훨씬 비싸다. 당연히 총탄 내의 관통자를 매우 비싼 금속인 텅스텐 등으로 만들고 구조도 복잡하기에 제조공정에도 돈이 많이 들어가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메탈슬러그는 전용 포탄으로 철갑탄을 쓸 수 있는데, 일반 포탄과는 달리 황금빛으로 빛나며 일직선으로 나아가며, 경로상에 있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관통한다. 철갑탄으로 적의 병기를 파괴하면 옆구리가 뚫린다거나 장갑이 뜯겨나가는 등 평소와는 다른 강렬한 연출이 동반되기에 당시 플레이어들은 피해량이 더 높다고 착각하곤 했지만, 사실 기본 포탄과 똑같이 20이다.
[1] 탄화텅스텐 탄심, 구리 피갑[2] Armour는 영국식 표기로, 미국식 표기는 Armor이다. 한글 표기는 둘 다 '아머'로 동일하다.[3] 이 경우만이 아니라 '철'이라는 글자를 죄다 쇠 철(鐵)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4] 심지어 아래아 한글에서도 한자변환 시 鐵甲彈이라는 표기만 나온다. 아래아 한글에서 徹甲彈을 추가하면 이미 사전에 등록되어있는지 철갑탄에 대한 정보가 뜬다.[5] 관철(貫徹), 철야(徹夜), 철두철미(徹頭徹尾) 등에 이 철 자를 쓴다.[6] 뚫을 천(穿)자는 한국어에서도 쓰이는 글자로, 천공카드/천공기의 그 '천'자다.[7] 최초 충돌 후 구형 텅스텐 관통자에서 나타나는 머쉬루밍 현상을 볼 수 있다.[8] 이 과정에서 탄두가 장갑재를 관통하는 면적이 커지면 이후 단위 길이당 관통에 필요한 운동 에너지도 늘어나게 된다. 철갑탄의 관통자가 처음부터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유선형이 아니라 뾰족한 원뿔 모양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원뿔 모양에 비해 유선형 탄두는 장갑재와 접촉하는 면적이 지나치게 빨리 커져서 운동 에너지를 더 빨리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다만 관통하려는 대상이 매우 연약한 동물/인체인 일반적인 FMJ/할로 포인트 총알은 형상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시피하므로 공기역학적인 형상으로 만들어진다. 만약 위 동영상에서처럼 장갑재가 알루미늄 합금 장갑과 같이 경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물렁한 재질일 경우 철갑탄은 매우 적은 변형으로 깔끔하게 장갑재를 관통하기 시작한다. 열화우라늄을 사용한 탄두는 관통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탄두가 깎여나가며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자기첨예화(Self-Sharpening) 현상을 보여주므로 경우가 다르다.[9] 관통자의 속도는 일반적으로 매우 빠르므로 소성 변형 역시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매우 빨리 이루어진다. 이때 변형되는 장갑재는 고체가 아니라 점성이 있는 유체처럼 취급된다.[10] 물론 장갑재 밖으로 탄두가 노출될 정도로 관통이 이루어지면 탄두가 막히더라도 장갑재의 파편(스폴, Spall)이 차량 내부에 흩뿌려지면서 승무원과 내부 부품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2세대 전차에서부터 도입된 것이 바로 스폴 라이너(Spall Liner)이다. 비슷한 이유로 보병용 방탄판은 단독으로 쓰는 경우가 없고 반드시 방탄복이나 플레이트 캐리어 안에 삽입하여 착용한다. G. G. Ccorbett, S. R. Reid and W. Johnson, Impact Loading Of Plates and Shells By Free-Flying Projectiles: A Review, Int. J. Impact Engng Vol. 18, No. 2, pp. 141-230, 1996[11] A. L. Florence and T. J. Ahrens, Interaction of Projectiles and Composite Armor, U. S. ARMY MATERIALS RESEARCH AGENCY, AMRA CR 67-05(F), Jan. 31, 1967[12] 이 점이 바로 경도가 낮은 알루미늄 합금 장갑의 대표적인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