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07 09:17:39

대인저지력

1. 개요2. 중요성3. 대인 저지력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
3.1. 총알의 역학적 요인3.2. 피격자의 의학적 요인
4. 대인저지력 극대화 사격술5. 대인저지력을 둘러싼 논란6. 매체에서의 등장7. 참고 문서

1. 개요

Stopping power. 현실의 총기가 맞춘 총알이 목표를 무력화하는 힘의 개념. 한마디로 명중하면 적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못 견디고 무력화하느냐, 아니면 맞고도 여전히 저항을 하느냐의 척도(尺度)를 말한다.

인간인 적에게 총알 한 발을 맞혔을 때 전투불능에 빠뜨리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대인저지력이 가장 본 뜻에 가깝다. 표적이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일 경우에는 타격력, 관통력, 살상력, 파괴력, 위력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해서 쓰기도 한다. 꼭 사람에게만 쏘는 법이 아니므로 다른 표현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차량 따위를 상대할 땐 파괴력이 더 적절하고, 말을 탔던 과거 기병(騎兵)전에 있어서는 인마 살상력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 실제 군사 전문가도 과거의 관습대로 인마 살상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미숙한 번역가가 '제동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빼도 박도 못하는 오역.

2. 중요성

대인 저지력이 약한 것은 실내전이나 CQB와 같이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에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교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대의 급소에 명중시켰음에도 상대가 반격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H&K MP7에 사용되는 4.6×30mm 탄이 있다. 4.6mm 탄은 반동이 적고 관통력도 우수하며 소음기 장착시 매우 조용해서 미 특수부대도 MP7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 탄의 단점은 탄자가 너무 작고 가벼워서 총구에너지가 약 500J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MP7에 대한 전역자의 회고를 살펴보면 탈레반에게 탄창 하나를 다 쐈는데 살아서 덤벼들었다, T존에 꼭 마무리를 했다, 일단 퍼붓고 봤다, 조용할 필요가 없을 때는 사용하지 않았다 등의 저지력 관련 혹평이 상당하다.[1]

대테러부대와 경찰은 특히 저지력에 예민하다. 근거리에서 갑작스럽게 교전할 일이 많은데, 이 때 범죄자가 한 발로 제대로 무력화가 안 되면 본인이나 범죄자가 인질로 잡은 민간인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테러부대는 단순히 총기와 사용탄에 신경 쓰는 것을 넘어서 적을 확실히 저지하기 위해 급소 사격을 철저히 훈련한다. 기관단총을 쓰던 당시의 SWAT 부대는 전투 지속능력보단 순간 화력이 중요하므로 확실한 제압을 위해 적 한 명에 한 탄창을 쏟아 부으라는 교리도 있었다. 상술한 T존은 사람 머리에서도 양 눈썹과 콧잔등을 T자 모양으로 잇는 미간 부위를 말하는데, 이 자리를 총알이 관통하면 척수나 뇌간이 파괴되어 즉사한다. 다시 말해 관통력이 좋지만 대인저지력이 떨어지는 총알은 거의 동물 사냥하듯이 적의 어느 급소를 맞출지 고려하면서 쏴야 한다는 소리다. 현대에는 훈련법도 발달하고 특수부대, 대테러부대, 경찰특수부대가 아예 단축형 돌격소총을 쓰는 경우도 많아져서 여러 발을 급소 주변에 조밀하게 박아넣는 형태로 훈련한다.

대인저지력을 고려하여 총알을 만든 역사는 오래되었다. 최초로 대인저지력을 고려해서 개발된 권총용 총탄은 .45 ACP이다. 20세기 초에 미국필리핀식민지로 접수하면서, 같이 죽을 각오마약을 한 상태에서 칼을 들고 덤비는 현지 주민을 저지하기 위해 개발하였다. 원래 미국의 권총용 총탄은 38 롱 콜트였으나, 원주민이 38 구경탄 3발을 가슴에 맞고도 접근해서 장교를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2] 이 사건 이후 미군은 권총용 총탄을 .45 ACP로 바꿨고, 오랫동안 .45구경 탄을 사용해왔다.[3] 그리고 리볼버 탄약에서도 이 때 대인저지력 부족으로 퇴출된 38 롱 콜트 탄보다 더 강화된 38 스폐셜 탄이 대세를 차지하게 된다.

3. 대인 저지력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

3.1. 총알의 역학적 요인

  • 총탄의 질량, 구경
    질량이 클수록 더 큰 피해를 입힌다. 다만 큰 질량을 빠른 속도로 날리려면 더 많은 화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 .45ACP가 9mm Ruger보다 저지력이 크지 않은 이유가 화약의 양에 비해 탄두 질량이 쓸데없이 커서 속도와 운동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총탄의 형태
    뾰족한 스핏저 탄두가 더 큰 피해를 입힌다.
  • 총구 발사속도
    속도가 빠를수록 운동에너지가 커진다.
  • 총구 운동에너지
    운동에너지가 높을수록 위력도 커진다.(대표적인예로 슬러그탄이 있다.)

3.2. 피격자의 의학적 요인

  • 상처의 물리적 크기
    다른 변수가 동일할 때 구경이 크고 관통이 덜 일어날수록 상처가 커진다. 이것을 극대화한 탄종이 할로 포인트이다. 할로 포인트가 살에 명중하면 관통되지 않게 탄두가 넓게 퍼지며 살을 해집는다.
  • 상처를 입은 부위
    머리, 척추, 허리, 가슴 등 주요 신경계와 혈관, 골격이 있는 급소에 가깝게 명중할수록 피해가 크다.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대 사격술에선 허리나 척추 라인을 따라서 바느질하듯이 사격한다.
  • 심리적 요인
    공포심, 스트레스, 고통. 발포음이 클수록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4. 대인저지력 극대화 사격술

대인 무력화 지점이 표시된 표적지 예시. 미간, 심장, 골반 양쪽이 빨간색 10점으로, 경추, 폐, 골반 전체는 5점으로 표시된 점에 주목하면 된다. 맞히면 사람이 즉시 전원 꺼지듯이 쓰러지는 부위를 기준으로 채점 기준을 낸 것이다.

Shot placement, 즉 총알을 어디에 맞히느냐가 다른 모든 요인보다 중요하다는 이념인데, 맞히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뇌, 심장, 척수에 직통으로 꽂으면 대인저지력이 약하다고 폄하되는 총탄으로도 단 한 방에 사람을 바람인형처럼 쓰러뜨릴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제압하는 걸 목표로 하므로, 무력화 전투사격은 한두 발의 정밀사보다는 최소 5발 정도를 저 급소 인근에 최대한 빨리 쏟아 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발이라도 뇌, 신경에 얻어걸리면 무력화가 즉각 되고, 운동에너지 그 자체로 뼈를 뭉개서 똑바로 서지 못하게 상대를 무너뜨린다. 물론 경찰 저격수처럼 저 부위를 정밀하게 노려서 정밀사를 하는 보직도 있지만, 근거리 대테러 사격술, 홈 디펜스 등에서는 일단 속사를 조금 더 우선시한다.

총싸움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라면 대인저지력이 더 좋은 탄약을 찾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지만, 군인, 경찰 및 여타 총잡이가 탄약을 늘 골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대개는 표준 지급되는 9mm 권총탄이나 5.56mm 소총탄으로 흉악범을 쓰러뜨러야 하며, 총기와 탄약은 규모의 경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인저지력이 특출난 대구경탄, 특수탄보다는 그냥 여러 군, 경 기관이 다 쓰는 5.56mm탄, 9mm탄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화된 전투사격을 배울만한 사람은 대인저지력이 극대화되는 부위를 노리는 식으로 훈련한다.

5. 대인저지력을 둘러싼 논란

파일:Handgun_gel_comparison.jpg
발리스틱 젤 실험 장면. 9mm와 .45간의 차이가 미미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는 관점에 따라 다른데, 관통력이나 영구공동이야 크게 차이가 안 나겠지만 임시공동의 크기는 차이가 크다. 임시공동의 크기는 충격력이 전달되는 내장의 부피와 동일하므로 저지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란은 총기와 관련되어 끝없이 나오는 떡밥 중 하나다. 탄두 재질, 형태, 무게, 탄속, 거리, 피격 부위와 각도, 피격 장기, 신체 관통 여부, 피격자의 건강 및 심리상태, 마약 복용 여부 등 변수가 끝도 없이 많아서 같은 탄이라도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테일러 KO 팩터와 같은 수치화 된 위력 계산법만으론 쉽게 결론이 나지 않으며, 통계나 경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시로, 사람 두개골을 말 그대로 산산조각 터뜨려버릴 수 있는 .50 BMG탄이라도 손이나 발 등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부위에 맞으면 상대방이 살아남아 반격할 수도 있지만, 운동에너지 80J로 공기총 수준의 탄약인 .25 ACP탄이라도 심장이나 뇌 등의 치명적인 급소에 맞으면 즉사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몸통에 맞는 상황을 기준으로 가슴과 복부에 맞았을 때로 나누어 본다.

통계에 의하면, 최강의 대인저지력을 달성한 개인화기용 탄약은 .308(7.62 mm) 소총탄. 제작사를 막론하고 일반 탄환으로 무려 98%. 군용 재고 탄환도 98%. 게다가 대부분은 몸에 박히지도 않고 깨끗이 관통했는데도 이랬다. 무게와 반동 등의 문제로 지금은 개인화기용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 탄약이지만, 노후 물자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데다 악질 갱단과 총격전을 벌여야 하는 남미 경찰 및 특수부대에서는 이 탄을 쓰는 FN FAL 계통을 호평하기도 한다. 낡은 총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애매한 엄폐물은 다 작살내기에, 권총이나 기관단총이 날아와도 겁 안먹는 갱단조차 7.62mm 탄이 날아오면 쫀다고 한다(...).

위력이 약한 소총탄인 .223 레밍턴(5.56 mm)도 레밍턴 사의 JHP 탄환은 97.5%나 나왔다. 모가디슈 전투에서 민병대가 잘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민병대가 마약을 복용한 데다가, 대인 저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통력 향상탄인 그린 팁(Green-tip=SS109=M855=K100) 탄[4]을 썼기에 발생한 현상이다.

전통의 강자였던 125 그레인 JHP .357 매그넘 권총탄은 여전히 96%. 의외로 Federal사의 .45 ACP 권총탄 중 230 그레인 Hydra-Shok 탄도 95.9%로 올라왔다는 점.

이렇게 최대치만 보면 권총탄과 소총탄의 성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357 매그넘은 총탄의 종류에 따라서는 78%밖에 안 되기도 하고, .45 ACP는 57%밖에 안 되는 탄약도 있다. 반면 7.62×51mm NATO는 최저치가 95%. 5.56×45mm는 최저치가 91%. 일단 소총탄은 구형탄이든 철갑탄이든 몸통에 맞으면 십중팔구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권총은 소총보다 명중시키기 어렵다는 점과, 방탄복에 쉽게 막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권총탄을 다 막는 방탄복을 5.56 mm 소총탄이 아작을 내는 실험은 여기를 참고.

유일하게 100% 찍은 물건이 딱 하나 있다. 12 게이지 산탄총슬러그탄. 이건 거의 대물 저격총이나 기관포에 맞먹는, 약 18.5mm 정도 되는 12게이지 탄자의 구경 덕에 탄자 무게가 무지막지한데, 탄자 질량 대비 적은 장약으로 인해[5] 탄속이 느린 '대구경 저속탄'이다. 때문에 신체를 잘 관통하지 못해서 일단 맞으면 과잉 관통될 일 없이 그 무거운 탄자의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표적에 그대로 전달되어 뼈와 근육을 으깨버린다. 위력이 참 어지간히 세서 저등급 방탄복은 엄청난 에너지가 밀고들어가 그냥 관통해버리며, 막히더라도 소프트 스킨 방탄복이라면 그대로 고꾸라진다. 폭발물 처리반용 방폭복이어도 막대한 운동에너지로 인해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당연한 것이 12게이지 슬러그는 멧돼지불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의 대형 야생동물도 잡는 물건이다.


중기관총이나 대물 저격총에 쓰이는 12.7mm, 14.5mm 급의 대구경 탄약은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소총탄이 최소 90% 이상을 찍는 마당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러한 대구경 탄약은 인간뿐만 아니라 '대물' 사격도 가능한 물건이다. 사람이 맞으면 과관통이 나든 말든 피격 부위의 뼈와 근육, 장기가 다 터져나간다.

에번 마셜(Evan Marshall)이 미국 전역에서 경찰에 보고된 총기 사건(살인, 사고, 경찰 발포 등)을 분석하여, 총탄의 종류별로 퍼센트로 나타내었다. 미국 범죄의 특성상, 체중이 100kg이 넘는 거구의 범죄자가 마약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다 총에 맞은 사건도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

다만 이 대인저지력이 여러 모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인 것이, 제한적인 경험과 사례에 의존하며 객관적인 환경에서 검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사람을 묶어놓고 직접 쏴서 죽는가 안 죽는가 테스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실전 사례를 모아 연구해봐야 하는데 전투의 혼란 속에서 한창 싸우던 병사가 실제론 총알이 빗나갔지만 맞췄는데 소용이 없다고 착각할 수 있는 등 신뢰성을 의심할 요소가 많다.

얼치기 밀덕이 대인저지력만을 신봉하며 지어낸 소문 을 인용하고, 대인저지력이 낮은 탄환은 쓸모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군경이 이에 대해 보는 시각이 다르다. 군에서는 잘 무장한 적군이 표적이므로 최소한 방탄모를 뚫을 관통력과 수백m의 거리에서도 교전할 수 있는 탄도 안정성을 중시한다. 그다음으로는 탄약의 무게 등 운반 및 보급 편의성이다. 대인저지력 높이겠다고 관통력 낮춰서 험비 유리창도 못 뚫으면 의미가 없다. 군이 아닌 경찰에서는 대인 저지력이 낮은 탄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특히 미 경찰의 9mm에 대한 불신 및 통계는 .45에 못 미친다고 이미 정석으로 굳혀져 있는 수준.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범죄가 .38 이상의 탄환에서 1~2발에 상황이 종료되는데 그 이상의 탄이 사용되었다 하면 대체로 9mm이다.[6]

현대 군용 권총 탄환의 표준이 된 9mm 파라블럼은 미국에서 대인저지력이 모자란다는 평을 듣지만, 반대로 대인저지력이 더 낫다는 .45 ACP나 .40 S&W는 큰 반동이나 적은 장탄 수 등 운용편의성이 떨어진다. 사실 유럽에서는 파라블럼의 대인저지력에 별 불만을 품지 않으며, 심지어 러시아 쪽은 마카로프처럼 권총의 위력보다는 소형화 쪽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5.56mm의 대인저지력이 낮다는 의견도 있는데, 과도하게 부푼 낭설일 가능성이 높다. 모가디슈 전투에서 마약을 한가득 빤 민병대에게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썰이 대인저지력 이야기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게임에서도 적이 갑자기 떼로 튀어나오면 놀라서 아무데나 갈기고는 내가 먼저 쐈는데 먼저 죽었다고 하는게 인간인데, 실제 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그보다 훨씬 패닉을 유발하기 쉽다. 대충 적 방향으로 갈겼는데 안죽고 계속 달려오니 위력이 부족하다고 착각하는 것. 상대가 피격된 것 같은 행동을 했더라도 단순히 움츠러든 것이거나 팔다리에 맞았을 수도 스쳤을 수도 있다. 애초 실전에서 조준사격의 비율이 1%도 안된다는 것을 상기하자.

대인저지력 이슈에 있어 각국의 군부가 내린 결론은 '한 발로 저지가 안 된다면 그냥 두세 발쯤 더 쏘든지, 아예 죽을 때까지 총알을 박아라'다. 소총탄은 이미 충분한 대인저지력을 발휘하며, 거기서 방탄복 관통력도 아니고 대인저지력을 더 높여보겠다고 탄약 휴대량 감소, 군장 중량 증가, 연사/속사에서의 불리함, 총기 및 보급 인프라를 모조리 갈아치우는 비용을 감수하는 것은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5.56mm 여러 발을 맞아도 일어나는 병사는 도시전설 수준이며, 대부분은 한 발 맞으면 쓰러지고 안 그런 경우도 몇 발 더 쏘면 확실하게 죽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군에서 선호하는 것은 '기본적인 관통 성능과 장거리 명중률을 갖추었으며, 합리적인 반동과 무게를 갖춘 탄약'이다. 최근 NGSW 사업에서 총기 무게와 휴행탄수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6.8×51mm XM1186 탄이 채택되었는데, 이것 역시 나날이 튼튼해지는 방탄복에 대응하기 위해 확실한 방탄복 관통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지 대인저지력과는 무관하다.

3점사 역시 대인저지력과 명중률을 동시에 잡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방법이다. 근거리에서 목표에 정조준한 후 전자동 사격 시 처음 1~3발까지는 합리적인 명중률이 나오는 것에서 착안한 방식. 1~3발의 소총탄이 주요 급소에 박히면 확실한 무력화가 가능하고, 탄약을 절약한다는 장점도 있어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다양한 총기사에서 채택하고 있다. 물론 점사만 가능하고 완전 자동 사격이 안 되는 돌격 소총은 유연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서 사장된지 오래고, 요즘은 그냥 완전 자동 사격과 같이 넣거나, 완전 자동 사격으로 맞추고 사용자가 알아서 점사로 끊어 쏘는 걸 권장한다. 또한 오발에 민감하면서도 유사시에는 3발 이상을 쏘는 게 필요한 실내전에서는 편견과 달리 의외로 조정간 단발이 기본이다. 이유는 당연히 오발과 도탄 위험성 때문. 야외와 달리 실내에서는 한두발만 빗나가도 인질이나 엄한 사람이 다칠 수 있다. 먼 거리에서 촘촘하게 총알을 박아넣어야 맞출 확률이 올라가는 야지와 다르게 단발로도 조준을 잘 하면 맞추기 쉬우며 빗나가더라도 재조준 후 한번 더 쏘면 된다. 물론 코너가 많은 곳이나 숙련되지 않은 사수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자동이 나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상황과 사수의 실력에 맞추는 것이다.

이 '한 발로 안 되면 여러 발 쏘기'를 좀 더 시스템 수준에서 쉽게 지원하려고 했던 시도는 미합중국 육군이 1952년부터의 샐보 계획 연구로부터 오랜 기간 이어진 1990년까지의 발전형 전투용 소총(ACR) 사업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심각한 수준의 비용상승에 비해 실질 전투력은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 결과+냉전 종료로 인한 예산 중단으로 군에서는 기존의 3점사 시스템 정도로 만족하고 지금까지 계속 사용중이다. 의외로 러시아 쪽에서는 그럭저럭 써먹을 만한 결과물이 나왔지만... 전술사격이나 프랙티컬 슈팅 등등에서는 오발 문제, 사수의 유연한 사격 가능성, 총기 규제 여러 이유로 단발 속사를 잘 하는 게 기본이다. 점사 조정간은 많아봤자 3,4점사를 제공하고, 자동 조정간은 끊는 타이밍을 못 잡으면 반동 제어가 힘들지만, 언제 격발될지를 알고 단발 속사를 여러 번 하면 사수가 능동적으로 언제 어디를 몇 발 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러범을 조정간 점사에 놓고 쏘는데 겁에 질린 민간인이 갑자기 끼어든다고 쳐 보자. 단발 상태면 그나마 손가락을 멈추고 총구를 하이 포트로 꺾어서 사격을 중지할 수라도 있지만 점사나 자동 상태로는 그러기가 힘들다. 반대로 방탄복 입은 테러범 골반에 너덧발을 계획적으로 박아넣자면 점사로 두 번 당기느니 그냥 단발로 너덧번 당기는 게 직관적이다.

지금까지 7.62mm를 사용하는 터키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이며[7], 대부분의 국가는 5.56mm를 고수하고 있다. M14 소총이 왜 그리 빨리 퇴출당했는지, 그리고 AR-15 계열과 그 영향을 받은 돌격 소총이 지금껏 주류가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이 뻔한 문제다. 7.62mm는 완전 자동 사격 시 도저히 제어가 안 된다. 7.62mm급을 자동으로 쏘는 기관총은 계획적으로 평사, 수직사를 해서 범위 제압을 하는 데 쓰지, 영화처럼 막 갈기는 게 아니다.

기초적인 의학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대인저지력과 살상력은 별개의 개념이다. 당장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수준이 아닌 상처를 입었더라도 사람은 감염, 출혈 따위로 충분히 죽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경찰의 범죄자 제압, 특수부대의 테러리스트 제압, 산악인의 맹수 제압과 같은 대인(및 맹수)저지력이 요구되는 특수 사례에 대한 고찰을 하는 걸 넘어, 대인저지력이 떨어지는 탄환=약하다와 같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저지르지 말자.

'대인저지력' 자체가 부정확한 용어이며, '살상력' 을 따져야 할 총기에 '통증에 의한 무력화' 를 따지는 것 부터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 또한 있다. 살상력은 운동에너지, 관통력 등을 토대로 객관적인 실험이 가능하지만 '대인저지력' 은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그 실체조차 의심받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탄약 보급이 충분한 현대 군, 경 및 총기소지 가능한 민간인을 위한 홈 디펜스 트렌드는 그 어떤 탄이든, 뇌, 척수, 골반 등 신체 중심선에 대여섯발 골고루 끼얹으면 된다는 쪽이다. 골반이랑 대퇴골이 부러져서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게 하고, 뇌와 신경을 찢어서 비명도 못 지르고 죽게 만들라는 거다. 무고한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총기를 사용해서 위협을 무력화하겠다 판단했다면 급소에 여러 발을 쏴서 확실히 죽이고 저지하라는 것.

6. 매체에서의 등장

대인저지력을 은근히 강조한 게임으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있다. 물론 대상이 급소 개념이 딱히 없어서 사지를 잘라 무력화해야 하는 괴물이라 정확히는 '신체 훼손 능력'에 가깝기는 하지만...

스토커 시리즈에서도 어느 정도 대인저지력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보인다. 사람은 소총탄으로 맞추면 얼마 안 가서 죽는데, 돌연변이는 소총으로 쏴죽이기는 상당히 오래 걸리고 대인저지력이 더 높은 산탄총으로 갈겨야 사람에게 소총탄을 갈긴만큼 빨리 죽는다. 특히 돌연변이 중 블러드 서커나 컨트롤러 같은 몸빵이 센 놈들이 특히 심하다.

7. 참고 문서



[1] 다만 No Easy Day의 저자인 전직 DEVGRU 대원 맷 비소넷(필명 마크 오웰)이 'H&K MP5가 여전히 무기고에 있지만, MP7이 몇 광년 낫기 때문에 MP5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호평도 상당히 존재한다. 저지력 문제 정도는 눈감아주고 계속 사용할만큼 성능이 뛰어난 모양이다.[2] Faust, Karl Irving. CAMPAIGNING IN THE PHILIPPINES. Hicks-Judd Co. Publishers, 1899. 이 사례가 발생한 데에는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소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력이 약한 38구경을 중요 부위에 맞추지 못해 치명상을 입히지 못해 결국 근접을 허용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총을 쏜 주체가 착각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필리핀에서 미군이 전투할 당시에 여타 식민지 전쟁이 그렇듯이 원주민 군대와의 쪽수 차이가 꽤 크고, 다들 복식이 비슷비슷하니 아무리 쏴도 끝없이 몰려오는 원주민 군대를 보며 “쟨 아까 내가 맞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살아서 돌격하고 있지?, 아무래도 내 총이랑 탄약이 약한가 봐..” 하고 착각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3] 2차 세계대전을 거쳐 냉전기까지 M1911과 그 파생형을 사용해 왔으나, JSAAP 이후로 제식 권총으로는 글록, 베레타 92, SIG Pro 등 9mm 권총이 채택되고 있다.[4] M855는 탄심이 강철과 납으로 구성되어 관통력과 저지력을 둘 다 어느 정도 고려한 범용탄이다. 그런데 모가디슈 전투 당시 특수부대원은 탄화텅스텐 탄심이 들어간 철갑탄인 M995를 썼다는 증언도 있어서 정확히 당시 사용된 탄종이 무엇인지는 논란이 있다.[5] 그럼에도 장약량 자체는 5.56×45mm NATO와 거의 비슷하다.[6] 하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게, 리볼버나 .45 ACP를 사용하는 다른 자동권총과 달리 9mm 권총은 기본적으로 십수발이 들어가는 더블스택 탄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장한 용의자와 근거리에서 조우한 실제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치솟아서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관에게 반격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도 일단 확실히 용의자가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경찰관은 사격을 시작하면 탄창을 다 비울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것. 즉 애초에 자신이 몇 발을 쏘는지 신경쓸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7] 다만 현 터키군이 활동중인 주 무대의 평균 교전거리가 긴 편이라 7.62mm가 효율적일 상황이 더 흔할 것이므로, 단순 고집으로 볼 수는 없다. 해당 지역에 주둔중이던 미군 역시 5.56mm의 장거리 교전시 위력부족으로 인하여 7.62mm 계열 총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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