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2-04 21:31:41

좌천

1. 左遷2. 부산광역시의 지명 佐川

1. 左遷

한자의 뜻을 새겨 읽으면 '왼쪽으로 옮기다'이지만, 왼쪽을 오른쪽보다 안 좋다고 본 풍습 때문에[1] 요직에서 한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강등과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강등이 공식적으로 직급을 낮추는 조치라면 좌천은 직급 자체를 건들기보다는 중요도가 낮은 직책으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는 명목상으로는 직급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중요 부서의 대리나 과장급에서 일하다가 한직 부서의 부장이 되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승진이지만, 이런 경우는 해당 사원은 회사의 눈밖에 난 것이며 더 이상의 승진이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좋다.

본인이 새로 배치받은 부서에서 일하면서 예전 부서에서 일했을 때보다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비중이 작아졌고 회사 실세들과의 접점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사표를 낼 의사를 표시할 때 윗선에서 별 말 없이 수리해 준다면[2] 100% 좌천이다.

공직에서의 좌천은 저성과자[3]나 기소유예급 이하의 범죄행위[4], 사내정치[5]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으며, 사실상 권고사직의 신호라 보면 된다. "당신은 우리 기관(조직)과는 잘 안맞는 거 같습니다. 당신 스스로 사표를 내서 명예퇴직으로 서로 기분좋게 잘 끝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게 좋다. 물론 공직에서의 권고사직은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해고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월급이..[6] 예를 들자면, 국가직 공무원이나 전국구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 개인적인 연고가 없고 할 일도 별로 없는 시골 촌구석의 사무소나 출장소로 보내버리는 식의 좌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기업에서는 흔히 대리급 이상의 직책을 가지고 서울 본사[7]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지방[8]으로 보내는 경우를 좌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9] 물론 '지방으로 내려간다=100% 좌천'은 아니며, 중간관리직으로의 승진을 앞둔 직원의 부서 통솔력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적 성격이 있는 경우도 가끔씩 있고, 지방에서 받는 직책이 요직이라면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함과 동시에 (예를 들면 중간관리직 혹은 고급관리직) 지방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지방 갔다가 서울 왔다가 하는 식으로 그냥 순환보직 개념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당신이 지방에서 더 나은 실적을 보여주신다면 발령을 재고할 수는 있겠으나, 만약 당신이 지금 사표를 낸다면 자발적인 퇴직으로 수리해 주겠습니다." 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면 된다.

어느 조직에 속하든, 좌천 발령을 받은 당사자는 '당신은 이제 끝장이야' 식의 암선고를 받은 개같은 기분이 들며, 거의 대부분은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좌천은 계급의 고하와 꼭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조조가 하급 관리를 하고 있던 시절 건석의 숙부를 법대로 처리해 죽게 했을 때에도 십상시들은 조조에 대해 매우 열받았지만 그가 조등의 의붓 손자인지라 환관인 자신들이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기에 고심끝에 조조를 진급시키면서 한직으로 보내버리는 좌천을 단행했다. 일명 '좌천성 영전'이라고 불리는 케이스와 비슷한데 검찰 인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의정부지검장, 춘천지검장. 이 세 사람이 같은날에 고검장으로 승진하다고 가정하자. 의정부지검장은 대검찰청 차장으로, 춘천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승진하는데[10] 만약 중앙지검장이 이들보다도 못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발령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좌천성 영전이다.[11][12]

군대에서도 중령이 대령으로 진급해서 제2경비단의 단장으로 부임하는 것은 명백한 좌천이다.

중국에서는 비슷한 용어로 하방을 쓴다. 상산하향 운동에서 유래된 용어.

2. 부산광역시의 지명 佐川

부산 안에 좌천이라는 지명은 두 군데가 있다.

두 지역은 한자까지 같지만 위치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각각 부산의 남쪽 끝과 동쪽 끝에 있다. 직선 거리만 26km이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면 1시간 이상 걸린다. 좌천리 쪽이 농촌이라 별로 헷갈릴 일이 없었지만 점점 장안읍이 개발되고 있어서(...) 양쪽 모두 좌천역이 있는데[13] 동해선이 개통되면 노선도에 좌천역이 두 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적어도 이 시점에는 어느 한 쪽의 역명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얘네처럼?

두 지역은 한자까지 같지만, 지명의 유래는 다르다고 한다. 먼저, 동구의 좌천은 그 지역을 흐르는 좌자천(佐自川)에서 유래했고, 기장의 좌천은 좌광천(佐光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지역 모두 가운데 글자를 빼고 '佐川'이 되어버린 이유는 다름아닌 일본인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일본에 익숙한 성과 지명인 '사가와'(佐川(さがわ))를 갖다 붙인 것으로 지금까지 지명이 굳어졌다고 한다.


[1] 서구권도 마찬가지다. Dexter and sinister를 보면 자세히 나오는데, Dexter와 Sinister는 라틴어에서 영어로 직수입한 차용어인데 오른쪽, 왼쪽의 뜻만 있었다가 Dexter에는 '민첩하다', '손재주가 좋다'는 좋은 뜻이 붙었고(RPG에서 지겹게 나오는 민첩성이 Dexterity다.) Sinister에는 '불길'하다는 나쁜 뜻이 붙었다. 영어 고유어근인 Right와 Left를 보면, Right에도 본뜻인 오른쪽 외에도 올바르다는 뜻이 붙었는데 비해서 Left에는 '남아버린' '내버린' 등의 좋지 않은 뜻이 붙어있다.[2] 만약 윗선에서 사표를 반려한다면 회사는 해당 사원을 버린 게 아니며, 잠시 동안 반성하라는 의미다. 이런 경우는 좌천되었다 해도 금방 원래의 위치로 복귀한다.[3] 부서내 평판이 좋지 않아 전체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직원, 인사평가에서 연속적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는 직원.[4] 당연하지만 쇠고랑을 찰 정도의 범죄라면 좌천이 아닌 강제파면이다.[5] 흔히 말하는 높으신 분들과의 마찰을 뜻한다. 현 정권의 국정 운영방향과 반대되는 기조를 나타내는 것부터 친정권적인 동료/상사와의 업무적/개인적인 불화까지 스펙트럼이 넓다.[6] 당연하겠지만 한직 발령은 수령하는 월급 액수가 줄어든다. 일도 없으니 초과수당도 없고, 그전 직무에서 받았던 직무수당도 더이상 안나오고, 가끔씩 받던 성과금도 안나오게 된다.[7] 서울사무소 포함. 제조업 관련 회사는 본사가 (생산공장이 있는) 지방으로 등록된 경우가 있지만, 중추적 업무와 요직이 몰려 있는 중심지는 거의 서울이다.[8] 도 단위를 벗어나야 할 정도로 먼 곳을 뜻한다. 더구나 사택까지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면 100% 미움받아서 좌천당했다고 봐야한다.[9] 성과가 좋지 않은 부서를 싸그리 해체하고 부서장 이하 직원들을 모두 지방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존재한다.[10] 이 두 케이스는 2020년 1월 8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11] 좀 더 비중이 있는 부산이나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으로 승진발령하는 경우는 보통 좌천성 영전과는 거리가 멀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는 특정 사건의 수사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할 때에는 지역을 막론하고 좌천성 영전으로 평가된다.[12] 2020년 1월 8일 검사장급 인사는 좌천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다.[13] 사실 좌천동의 좌천역좌천동역이었기에 자연스레 구분이 가능했지만 2010년 2월 25일에 동(洞) 자가 일괄적으로 빠지면서 좌천역이 되어버렸다. 같은 이유로 부전역, 범일역도 동음이역이 되어버렸다(그나마 이 둘은 동음이역이 같은 동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