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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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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1. 개요2. 제조법
2.1. 전통식 제조법2.2. 속성 제조법
3. 이야깃거리

[clearfix]

1. 개요

참조기를 이용하여 만드는 보존식품.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1]]의 특산품이다.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인기 식품이며, 소위 밥도둑으로 일컬어지는 반찬 중 한 가지이다.

옛날부터 굴비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했을 때 격(格)이 높은 선물에 속하지만, 청년 세대의 입맛이 변하면서 오늘날에는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2] 일단 굴비가 명절 특수가 아닌 이상 가격 때문에라도 잘 안 팔리는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그나마 팔리던 선물용 수요마저 줄어들었다. 그나마 개정안으로 농수산물은 15만 원 이내로는 허용이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흔히들 굴비하면 영광 법성포 굴비를 곧잘 떠올리지만[3], 법성포 인근의 칠산 바다에서는 조기가 더 이상 포획되지 않고, 대신 추자도 인근에 조기 어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법성포 굴비는 추자도산 조기를 많이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그래도 영광에서 조기가 건조되니 '여전히 영광굴비는 영광굴비다'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영광 현지인의 영광 굴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한 편. 비슷한 케이스로 영덕 대게가 있다.

2. 제조법

2.1. 전통식 제조법

굴비는 장기 보존을 위해 조기를 말린 것에서 유래한다. 옛 사람들은 조기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조기를 바짝 말렸는데,[4] 때문에 수분이 적어 퍽퍽하였다. 오늘날에는 다음과 같은 속성 제조법으로 생산된 종류가 대부분이지만,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 가면 옛 방식으로 꾸덕꾸덕하게 말린 굴비[5]가 판매되는데, 이는 매우 비싸 고급으로 여겨진다.

영광의 현지인에 따르면, 마른 굴비를 만들 때는 일정 크기 이상의 큰 조기를 사용해야만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6]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말리는 과정 중에 상하거나 기름이 배어나오면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율 역시 좋지가 않다.[7]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조기와 비슷한 생선인 부세를 말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조기보다 훨씬 싸다. 대략 30% 정도의 가격. 그렇지만 맛은 참조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대체재다.[8] 사실 전통 제조법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조기, 부세 남획으로 인해 수량도 줄고 씨알이 작아져서, 옛날식으로 엮어 매달아 오래 건조시켜 만들면 너무 쪼그라들어 볼품이 없는, 상품가치가 낮은 것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참고로 굴비를 고추장에 저미어서 만드는 고추장 굴비의 경우에는 마른 굴비만 사용해야 제대로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작은 크기의 조기를 말려서 만든 것도 같이 사용한다고 한다. (어차피 찢어서 만드는 것이다.) 고추장굴비는 본래 마른굴비(옛날굴비)의 가공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예 먹기 좋게 굴비의 살만 발라내어 고추장에 버무린 양념굴비도 있다.[9] 보리굴비나 고추장굴비 같은 경우에는 물에 만 밥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녹찻물에 밥을 말아서 내놓는다.

마른 굴비는 냉동 굴비 또는 생물 조기를 그냥 구워먹는 것과 달리 조리 방법이 좀 번거롭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쌀뜨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이를 찜통에 쪄서 먹는 것인데, 굴비는 한 차례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쫀득하면서도 짭짤한 맛에 입맛이 당긴다. 찜통에 찐 후 다시 살짝 굽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맛이 극대화된다. 굴비 한정식집에서 주로 하는 방식. 이 외에도 쌀뜨물에 굴비를 그대로 넣은 뒤 삶아서 먹는 방법도 있는데, 찌는 것보다는 감칠맛이 떨어지지만 짠맛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에서는 찌개로 끓여 먹기도 한다.

마른 생선인 굴비는 특유의 건어물 냄새[10] 때문에 기호가 갈리지만, 이것에 맛을 들이면 특유의 강한 감칠맛에 사로잡히게 된다.

2.2. 속성 제조법

오늘날에는 냉장기술의 발달로 해산물을 장기간 보존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에 맞추어 굴비도 소금을 적게 쓰고 말리는 정도도 대폭 줄었다. 덕분에 일반 생조기와의 차이점이 거의 없어진 상태. 그래서 그런지 노인 세대에서 요즘 굴비는 굴비도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옛날식으로 꽤 오래 말려놓은 조기와 근래에 시판되는 굴비를 비교하면 살결의 쫀쫀한 정도나 생선이 마르면서 단백질이 파괴되어 생기는 건어물의 풍미 등 차이가 크다.[11]

보통 굴비를 염장한 다음 엮어서 냉동 창고에서 하루이틀 말린 뒤 소금을 씻어내서 포장하는 것이 기본이나, 얼린 상태 그대로 염장을 했다가 녹이는 식 등 날림식으로 하는 곳들도 있으니 먹어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속성 공정은 단순하다 보니 그나마 어느 정도 맛의 평준화는 되어 있다. 오히려 영광이 아닌 목포나 진도, 여수 등 근처의 다른 해안 지역에서는 굴비를 엮지만 않을 뿐이지 평상에 직접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 등 영광굴비보다도 더 전통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조한다.

3. 이야깃거리

이자겸이 영광 법성포로 유배왔을 때, 이 소금에 절여 말린 조기를 자신을 유배 보냈던 인종에게 진상으로 올리면서 "진상은 해도 굴한 것은 아니다."[12]라고 적은 것이 굴비屈非의 유래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일화는 한국사 교재에서 이자겸의 난을 다룰 때 토막글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반면 국어학계에서는 조기를 엮어서 말리면 조기의 허리가 굽는다는 것에서 비롯하여 굽는다라는 뜻을 지닌 고어인 '구비仇非'(계곡 굽이굽이, 골목 굽이굽이 할 때의 그 굽이)가 변해서 굴비가 되었다는 어원설을 제시한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조기를 엮어서 말린다고 하여 굴비를 "엮거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엮거리의 경우 영광 말고도 목포, 여수 등 전남 지역 여러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개중에는 평상이나 대나무 발에 그대로 얹어 말린 뒤 나중에 끈으로 엮은 것도 있다.(그래서 영광 지역과 타 지역 굴비는 묶는 위치 차이, 조기가 변형된 형태로 구분할 수가 있다. 묶어 말린 쪽이 더 심하게 구부러진다.)

자린고비 설화에 따르면, 궁핍한 선비들이 밥을 먹을 때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에 간장만 찍어 먹으면서 반찬을 먹는 대신 굴비를 쳐다보며 끼니를 때웠다고 전해지는 식품이다[13]. 그나마도 오랫동안 쳐다보거나 너무 자주 보면 한 대 맞았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따서 임하룡을 캐스팅해 1985년 저축 장려 광고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당시 영상. 일본에서는 사무라이들이 우메보시가지고 비슷한 일을 했다고.

영광군에서는 영광굴비 홍보로 자린고비가 허공의 굴비를 두어 번 쳐다보다가 못 참겠다는 듯이 일어나 천장에 걸린 굴비를 집어다 으적으적 씹는 영상을 만들었다.

우습게도 미국 어느 생선 가공업체가 영광굴비를 영어명으로 상표등록하는 일을 벌인 바가 있는데, 그들은 영광을 보통명사로 생각했는지 Glory로 표기했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굴비? 순창고추장을 영어로 선점 상표등록해서 한국으로부터 저작권비를 뜯으려던 책략과 똑같은 짓인데 영광 측에서 영광은 고유명사 지명이므로 Yeonggwang으로 표기하지, 글로리라고 표기하지 않는다고 맞서 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표권 강탈 소송은 영광굴비와 순창고추장 외에도 여러번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중 몇몇은 결국 외국인에게 상표권을 빼앗긴 경우도 있었다. 보통 이런 억지 상표선점은 완전 외국인이 벌이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한국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소행이다.

만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에 의하면, 누가 와도 굴비 공장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일부 영광굴비 업체들의 원산지 둔갑 및 위생 문제를 고발하였다. 사실 조기를 굴비로 가공해서 팔면 상당한 이익이 남기 때문에 품질은 둘째치고 무조건 많이 만들어 파는 것만 추구하는 불량 업체들이 있어 왔으며, 근절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영광원전에서 근무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광에서 군 복무한 사람들은 영광굴비를 잘 먹지 먹는다고 한다. 법성포를 가보면 알겠지만 법성포 찻길 주변에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거기서 굴비를 직접 말린다. 즉, 매연을 한껏 머금은 굴비라는 것.[14]

그러므로 굴비를 구입할 때는 영광굴비특품사업단에서 인증받은 업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글쎄... 제일 좋은 방법은 지인을 통해 사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굴비를 따로 말리는 업체도 분명 있지만, 법성포에 직접 가서 사서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굴비라는 게 '해풍으로 말린 조기'라고 한다면 유통되는 대부분의 굴비는 엄밀히 말해서 굴비가 아니다. 영광에서 유통되는 굴비는 전부 다 공장식으로 도로가 인접하지 않는 법성포에서 먼 곳에 말리는 공장이 있는 게 대부분이다.[15]

2012, 2013년 KIA 타이거즈, 2014년 넥센 히어로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LG 트윈스, 2019년부터 SK 와이번스의 선발 투수로 뛰고 있는 헨리 소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다. 그는 원래 생선요리를 좋아하지만 굴비는 한국음식 중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한번에 37마리나 먹어치웠으며, 2013 시즌 후 방출되어 마이너에 있을 때 가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굴비가 기억에 남았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2010년대에는 인도에서 수입한 민어 새끼로 만드는 냉동 "민어 굴비"가 시중에서 조기(또는 부세 등 근연종)로 만든 굴비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민어나 조가나 같은 민어과이고 민어도 맛있는 생선이라 맛은 많이 떨어지지 않지만, 어린 고기다 보니 대가리 비율이 높아 살 수율이 떨어져 먹을 게 없고, 조기나 부세보다 비늘이 억세고 커서 조리 전에 벗겨내는 게 고역이다. 어종을 떠나 다른 속성 제조 굴비들처럼 염장하여 냉동했을 뿐 거의 말리지 않은 상태라, 맛의 원천인 건조 과정이 생략된만큼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2020년 1월 9일 5천 톤 규모로 중국산 조기를 영광군에서 말리는 방법으로 사기를 친 일당에게 법원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하였다.#1#2 여기에는 과거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한 대전에서 입상한 '굴비 명인'도 포함되어있다. 피해 규모만 최소 650억원이고 백화점, 홈쇼핑, 대형마트 등에 유통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짜 영광굴비 사건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가해자들은 원조 영광굴비와 어종이 같다면서 무죄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중국산 조기가 한국에 유입되는 유통 거리가 길고, 그 과정을 감독할 수 없어 신선도나 품질, 시장 가격 면에서 국내산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과거에는 원체 많이 소비되던 식품이다보니 한 손(2마리)씩 세는 고등어처럼 '두름'이라는 굴비를 세는 전용 단위까지 존재한다. 굴비로 엮인 조기 스무 마리가 한 두름이고, 어물전에서는 보통 최소 반 두름 단위로 판매를 한다.

홍어송으로 유명한 정희라의 노래 <전라도 여행>에 등장한다.


[1] 석수어(조기)는 군 서쪽의 파시평(법성포)에서 난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때에 어선이 모여 그물로 잡는다. -세종실록지리지 영광군 기사[2] 30대 이하의 청년층 중에는 굳이 굴비를 사서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홍어도 청년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생선이다.[3] 무등산관광이라는 노래에서도 영광 굴비가 언급된다.[4] 해풍(海風)에 말린 뒤에 더 말리기 위해 보리단지에 묻어두기도 했는데, 보리굴비라는 말은 여기에서 기인하였다. 다만 요즘은 부세를 보리굴비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원을 따지면 당연히 틀린 말. 다만 부세를 전통 방식으로 건조하여 말린 것이라면 굴비로 보아도 될 거 같다. 요즘에야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올라서 그렇지 예전에는 조기나 부세나 흔한 생선이었다.[5] 마른굴비, 옛날굴비, 보리굴비 등으로 불린다.[6] 말리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조기를 말리면 모양새가 볼품없다.[7]과메기처럼 배를 가르고 피를 빼서 말리지 않고 생선을 통째로 말리므로 쉽지 않다.[8] 참조기로 사기만 치지 않는다면 괜찮다. 다만 요즘은 부세가 중국에서 수요가 폭증하여 조기와도 가격은 별 차이가 없을 듯 하다.[9] 고추장 굴비의 값은 매우 비싸다. 전통 방식 영광 고추장 굴비는 2019년 기준 300그램에 하급품이 3만 원에서 고급품은 6만원 이상이다.[10]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 속성 제조법으로 만든 건 상대적으로 비린내가 덜할수 있는데, 그건 말리는 과정을 거의 생략했기 때문이라 냄새가 덜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건 냄새가 안 날 수가 없다.[11]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감칠맛이 나며, 건조로 그 맛은 더욱 농축된다. 다만 이 때 지방도 산화 부패(산패)하여 쩐내가 나게 되고 자외선에 의해 지방이 반응을 하여 굳어지는(=플라스틱화한다는) 문제점이 있기도 하므로, 조기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단기간에 말려야 한다. 즉 산화와 숙성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맛의 관건이다.[12] 굽을 굴(屈)에 아닐 비(非)[13] 여담으로 여기에 ‘어허, 짜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14]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도 이 모습을 언급했다.[15] 일단 굴비를 분류하면 엄연히 보존을 위해 말린 것이므로 건어물에 해당하는데, 냉동 또는 냉장으로 보존 유통한다는 건 제대로 건조 가공을 안 했다는 것이므로, 염장 냉동 생선이지 엄밀한 의미로는 굴비라고 보기가 힘들다. 생조기를 사다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