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3 21:55:49

고려 거란 전쟁/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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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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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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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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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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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동
(붉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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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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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YAGI (이야기)
2024.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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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회차별 명대사
2.1. 1회2.2. 2회2.3. 3회2.4. 4회2.5. 5회2.6. 6회2.7. 7회2.8. 8회2.9. 9회2.10. 10회2.11. 11회2.12. 12회2.13. 13회2.14. 14회2.15. 15회2.16. 16회2.17. 17회2.18. 18회2.19. 19회2.20. 20회2.21. 21회2.22. 22회2.23. 23회2.24. 24회2.25. 25회2.26. 26회2.27. 27회2.28. 28회2.29. 29회2.30. 30회2.31. 31회2.32. 32회

1. 개요

KBS 대하드라마고려 거란 전쟁》의 명대사를 모아 놓은 문서이다.

2. 회차별 명대사

2.1. 1회

(전략)[1]

강감찬: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순간 두려움에 떨었던 병사들이 분개해서 다시 검차를 잡고, 뒤이어 깃발과 함께 고려의 중갑기병이 나타난 걸 강민첨이 본다.)

강민첨: 상원수! 중갑기병입니다!!! 중갑기병!!!

(강민첨이 소리지름과 동시에 병마판관 김종현이 나팔을 불면서 그 주변 언덕에 1만이나 되는 고려의 중갑기병이 포진했다. 강감찬이 명령을 내린다.)

강감찬: 고려 중갑기병 돌격!

(강감찬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중갑기병들이 달리면서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강감찬이 다시 명령한다.)

강감찬: 고려 검차! 돌격!

(순간 고려 검차들이 돌격하고 반대편 전장을 바라보는 강감찬의 눈으로 클로즈업하다가 이내 드라마 로고로 이어진다.)

- 프롤로그 - 고려군의 전의를 일으켜 주는 강감찬과 고려군의 반격

명분이란 건 힘에서 나오는 거요. 힘이 있으면 아무 이유나 갖다 붙여도 다 명분이 되는 것이고, 힘이 없으면 아무리 대의를 부르짖어도 초라한 항변에 불과한 거요.

- 명분에 대해 설명하는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

2.2. 2회

그럼 한테 줄 대는 자들보다 많다는 거냐?

- 목종

귀주로 가 있거라. 귀주에도 같은 미친놈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

- 양규

강감찬: 거란은 분명히 고려를 다시 침범해 올 걸세.

김종현: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강감찬: 그게 말을 타고 떠도는 자들의 본성일세. 터를 잡고 농사 짓는 자들은 지켜야 살지만, 그자들은 침략하고 정복해야만 살 수 있네.

김종현: 그럼 언제 다시 쳐들어 올 거라고 생각하시옵니까?

강감찬: 머지 않았네. 지금은 틀림없이 명분을 찾고 있을 걸세. 솜털만한 구실이라도 생기면 곧장 군사를 일으킬 걸세.

- 거란의 2차 침입을 예견하는 강감찬

김치양: 성상 폐하, 어인 행차시옵니까?

목종: 문득 경이 생각나서 한번 찾아와 봤소. 집이 아주 좋구려. 처마 밑에는 온갖 보물이 넘쳐나고 마당에는 노비와 군사들이 즐비하고...개경에 처음 온 백성이 본다면 짐이 아니라, 그대가 황제인 줄 알겠구려. 하하하.

김치양: (웃으며) 말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소신 같은 자가 어찌 감히 황제 폐하께 견주어지겠사옵니까? 이 모든 것은 그저 태후 폐하의 은총일 뿐이옵니다.

(목종, 김치양에게 다가간다. 여기서 목종의 태도는 일변해 말투와 눈빛이 싸늘해진다.)

목종: 그리 잘 알면서도 왜 자꾸 욕심을 내시는 거요? 왜 만족할 줄을 모르오?

김치양: 무슨 말씀이시온지...

목종: 경이 태후 폐하를 조종하여 그대의 아들을 태자로 삼으려는 짓 말이오.

김치양: 폐하, 그 일은 온전히 태후 폐하의 뜻이옵니다.

목종: 경이 원하고 경이 기뻐할 일이기에 벌이시는 일이지요!

김치양: (의기양양하게) 그조차도 태후 폐하의 뜻이옵니다. 그것이 태후 폐하께도 기쁨이기에 이리 앞장서시는 것이지요.

(김치양의 태도에 진노한 목종은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벽에 처박는다.)

목종: 잘 들으시오. 이 천하가 만들어진 이래로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이 둘이 있소. 그 하나는 어느 어머니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어머니의 사내요. 날 낳아주신 아버지도 아닌 그 사내가 그토록 아름답고 고귀하신 어머니를 밤마다 능욕할 때, 그 아들은 타오르는 분노에 휩싸여 밤새 잠을 못 이루는 것이오.

김치양: 폐하...이 손, 놓으시옵소서....!!

(김치양은 목종의 손을 떼려고 하지만, 오히려 목종은 아예 두 손으로 목을 조르며 바닥에 꿇어앉힌다.)

목종: 더욱이! 그 어머니가, 귀한 황실의 핏줄이자 용의 후손이라면, 그 아들의 분노는 더욱 더 뜨겁게 타오르는 법이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궐 밖의 사내가, 감히!!! 용의 후손이신 어머니를 정복하고 나아가 그분의 마음까지 지배하려 든다면, 그 아들의 분노는 태조 대왕의 분노가 되고 용의 분노가 되어!! 온 천하를 삼킬 듯이 활활 타오르는 법이오!!!....아시겠소?

(목종은 김치양을 풀어주고, 김치양은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목종: 황제의 명이오. 여기서 멈추시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내딛는다면, 내가 경의 목을 베고 어머니의 눈물을 받아 마실 것이오.

- 분노에 휩싸여 김치양을 압도하는 목종

소배압: 고려는 복종을 모르는 나라이옵니다. 그자들은 폐하께 충성을 서약하고서도, 송나라에 사신을 보내 우리 거란을 함께 공격하자고 제안했던 자들이옵니다. 더 늦기 전에 반드시, 정복해야 하옵니다.

거란 대신[2]: 하나, 태후께서 와병 중이시옵니다. 고려를 정벌하시는 일은 잠시 미루어 두시옵소서.

성종: 태후께선 일평생을 오로지 이 거란을 위해 사시었소. 늘 맨앞에서 말을 달리시며, 수많은 영토를 정복하시었소.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내가 대신 짊어질 것이오.[3] 이제는 이 아들이, 고려를 정복하여 어머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이오.

거란 대신: 폐하! 하나, 지금은 전쟁을 벌일만한 명분이 없사옵니다.

성종: 이 찾으시오!

소배압: (성종을 쳐다보며)

성종: 항하의 모래알 속에서 하나를 골라내야 한다 해도, 반드시 찾아내시오.

소배압: (거란어로) 예, 폐하![4]

성종: 어머님께서 서방정토로 떠나시기 전, 반드시, 고려를 정복할 것이오.

- 임종을 앞둔 소태후 앞에서 고려 정벌의 의지를 다짐하는 성종

나는 용손이오.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오.

- 현종

2.3. 3회

김종현: 확실한 건 아닙니다. 그저 뜬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강감찬: 그래도 당장 개경으로 가 봐야겠네. 정말로 성상 폐하가 시해당하셨다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네.

김종현: 공 혼자 가셔서 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소문대로 변란이 있었다면 이미 다 끝난 일일 겁니다.

강감찬: 변란을 진압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네!

김종현: 예? 전쟁이요?

강감찬: (말에 오르며) 그래. 아직도 모르겠는가? 성상 폐하는 거란 황제의 책봉을 받으셨네. 그런 분을 해치면 거란 황제에게도 반역을 한 게 되네. 그럼 거란이 그토록 기다리던 명분을 던져주게 되는 거란 말일세. 성상 폐하는 꼭 무사하셔야 하네. 아무리 못난 군주여도 이 고려를 위해 살아계셔야 하네.

(이후 강감찬은 '이랴'라는 소리와 함께 말을 몰고 황급히 개경을 향한다.)

- 전쟁을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강감찬

양규: 그럼, 결심을 굳히신 겁니까?

강조: 그래. 개경으로 진격해서 김치양을 처단하겠네. 그리고 대량원군을 새 황제로 세우겠네. 오래 전부터 혼탁한 황실을 바로잡고 싶었네. 이제라도 그 일을 해야겠어.

양규: 그래도 이건 엄연한 반역입니다. 명도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것도 반역이고, 신하가 황제를 세우겠다는 말도 반역입니다. 그걸 각오하신 겁니까?

강조: 그래. 각오하고 있네.

양규: 한데, 절 왜 찾아오신 겁니까?

강조: 내가 군사들을 빼내면 국경에 빈틈이 생길 게야. 자네가 그 빈틈을 잘 메워 주게.

양규: 그런 일이라면 전령을 보내도 충분한 일이옵니다. 절 찾아오신 진짜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제가 함께하길 원하시옵니까?

강조: 자네까지 역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네.

양규: 하면 왜 찾아오신 겁니까?

강조: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싶었어. 내가 반역자가 되어도 날 전처럼 대해줄 수 있겠나?

(양규가 침묵한다.)

강조: 역시 그건 힘든가? (양규의 고뇌하는 얼굴을 보고) 그래, 알겠네.

양규: 도순검사. (떠나려던 강조가 멈춰선다) 저는 국경을 지키는 장수입니다. 싸우라는 명이 내려오면 싸우고, 지키라는 명이 내려오면 지킬 뿐입니다.[5]

강조: (양규를 한 번 돌아보고는) 그래, 그거면 됐네.

- 정변을 결심한 강조, 양규와의 대화

(궁궐을 점령한 강조가 무장한 채로 궐에 들어오고, 이현운이 그를 막는 유충정을 처단한 후, 강조만 남고 모두 궁에서 나간다. 강조가 목종, 천추태후에게 다가가 예를 갖춘다)

목종: 도순검사, 대체 왜 이러는 거요?!

강조: 그리 되었사옵니다. 소신도 진정 바라지 않던 일이옵니다. 폐하께서 조금만 더 일찍 결단을 내리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이 고려를 바로잡았다면, 소신도 반역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목종: 도순검사!!!

강조: 개경 밖으로 모시겠사옵니다. 태후 폐하를 모시고 함께 나가주시옵소서.

- 목종을 폐위시키는 강조

어머니...

강조의 군사에게 시해 당한 목종의 유언

현종: 그대는 누구요?

강조: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라 하옵니다.

현종: 아아... 그대가 도순검사시구려. 성상 폐하는 어디 계시오? 어서 뵙게 해주시오. 보위에 오르라는 명을, 속히 거두어달라 말씀드릴 것이오. 성상 폐하께서 아직 살아 계신데, 내가 어찌 황제의 자리에 오른단 말이오. 지금 어디에 계시오? 어서, 날 안내해 주시오.

강조: (긴 침묵)

현종: 왜... 그러시오? 안에 안 계시오?

강조: 예, 안 계시옵니다.

현종: 그럼 어디에 계시오? (강조의 침묵) 도순검사!

강조: 오늘, 승하하셨사옵니다.

현종: 뭐, 뭐라구요?

강조: 소신이 반란을 일으켜서, 그분을 시해하였사옵니다.

-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현종에게 반란을 고하는 강조[6]

2.4. 4회

현종: 경이 날 황제로 옹립한 공은 높이 사오. 하나, 짐의 일까지 대신할 필요는 없소.

강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현종: 이미 경이 다 결정하여 놓고, 나의 윤허를 청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소?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오. 이제부터 모든 걸, 내가 직접 살펴볼까 하오. 그게 황제로서의 책무 아니겠소?

강조: 폐하께서 무슨 능력으로 그리 하실 겁니까?

현종: 뭐, 뭐요?

강조: 폐하께서는 단 하루도 태자로 살아보신 적이 없으시옵니다. 단 한번도,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워보신 적이 없으시옵니다. 한데, 무슨 능력으로 국사를 직접 돌보시겠다는 겁니까? (책을 내리치며) 군사에 관한 것은, 장수들에게 맡기시면 되옵니다. 백성을 돌보는 일은, 재상들에게 맡기시면 되는 것이옵니다. 하니, 괜한 노고를 자청하지 마시옵소서.

현종: (격한 어조로) 괜한 노고라니? 그럼 대체 난 뭘 하란 얘기요? 말씀해 보시오. 황제가 되어 국사를 살피지 못한다면, 대체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오!

강조: 국사를 돌보는 일 말고도 하실 일은 많사옵니다. 연회를 즐기셔도 되고, 사냥을 나가셔도 되옵니다.[7]

현종: (격노하며) 중대사!!! 이러려고 날 황제로 옹립한 거요? 날 꼭두각시로 앉혀 놓고, 경이 황제 노릇을 하기 위해서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거병하였다더니, 실은 황실의 권력을 탐했던 것이오? 차라리 경이 용상에 앉으시오. 더는 날 내세우지 말고, 경이 용상을 차지하란 말이오. 만백성들을 향해 경의 본심을 드러내란 말이오!!

강조: (역시 격노하여 청자를 부수며) 진정 그걸 원하시옵니까?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이미 한 번 황제를 시해한 몸입니다. 한데, 두 번은 못할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현종: 주, 중대사...

강조: 할 일이 필요하시옵니까? 황제가 되셨으니, 권력을 휘두르고 싶으시옵니까!?

(현종은 두려움에 의도치 않게 의자에 앉아버리고, 강조는 그 앞에 있는 탁자를 세게 친다.)

강조: 그 짧은 혜안으로 조정을 들쑤시고, 그 미미한 통찰력으로 군정을 뒤흔들고 싶으시옵니까?! 그러다! 입안의 혀처럼 구는 자들에게 둘러싸여... 이 나라를 망쳐놓고 싶으시옵니까!?

(강조의 말에 현종은 아무 말도 못하고 두려움에 떤다. 현종을 노려보다 천천히 물러나는 강조.)

강조: (붉은 눈시울과 반쯤 울먹이며) 국사를 돌보시는 일은 소신에게 맡기시고 속히 후사나 보시옵소서. 혼인하여 아들을 낳으시고 그 아들에게 순조롭게 아비의 자리를 물려 주시옵소서. 그 쉬운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여 황실이 혼란에 휩싸이고 그 때문에 충직했던 장수가 반역자가 되게 만들지는... 마시옵소서. 그게, 폐하가 할 일이옵니다.

- 대립하는 현종과 강조

(예부시랑 강감찬이 중대사 강조에게 거란에 보낼 사신 표문을 검토받는다.)

강조: 이 표문을 지은 사람이 바로 공이시오?

강감찬: 예, 그렇사옵니다.

강조: 한데 왜 선대 황제께선 병으로 승하하셨다고 적었소? 내 눈치를 보느라 그런 거요?

강감찬: 전쟁을 막기 위함이옵니다. 중대사께서 자행하신 일거란 황제의 책봉을 받은 고려 국왕을 해친 일이옵니다. 거란이 알면 분명히 이걸 구실로 삼아 전쟁을 일으킬 것이옵니다. 아마도 고려 국왕을 해친 역신을 처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겠지요.

강조: 그딴 명분 없어도 전쟁은 예정된 일이오.

강감찬: 기회를 엿보는 것과 기회를 잡는 것은 다른 일이옵니다. 중대사께서는 저들이 원하는 명분을 만들어주셨사옵니다.

강조: (여유롭게 웃으며) 앞뒤 안 가리고 말하는 건 여전하구려. 그럼 전쟁이 벌어지면 온 고려 사람들이 날 탓하겠구려?

강감찬: 누굴 탓할 시간도 없을 것이옵니다. 저 멀리 흙먼지가 일어 바라보면 어느새 우리 목에 창을 겨누고 있는 것이 거란의 군사들 아니옵니까? 속히 사신을 출발시켜 주시옵소서. 시간이 없사옵니다.

강조: (잠시 숨을 고르더니 강감찬에게 표문을 다시 건네주며) 출발시키시오.

(강감찬이 표문을 받고 나가려는데, 문득 벌떡 일어나는 강조.)

강조: 거란군은 내가 섬멸할 것이오! 다가오는 전쟁이 진정 내가 뿌린 씨앗이라면, 내 손으로 모두 거둘 것이오.

강감찬: 한 사람의 능력으로 막을 수 있다면, 전쟁이라 부르지도 않사옵니다. 온 고려총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기에 전쟁이라 부르는 것이옵니다!

(둘이 서로 힘을 주며 응시하고, 강감찬은 잠시 강조를 응시하다가 돌아서 나간다.)

- 강조에게 전쟁의 위험을 경고하는 강감찬

현종: 어서 오시오. 안 그래도 따로 한 번 만나고 싶었소. 지난번엔... 고마웠소. 은대와 중추원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경 덕분에 내가 뭘 윤허하는지는 잘 알게 되었소.

강감찬: 폐하...

현종: 물론... 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지만 말이오.

강감찬: 폐하, 그렇지 않사옵니다.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옵니다. 조정이 어찌 돌아가고, 나라가 어떤 상황인지를 아셔야, 빼앗기신 폐하의 권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옵니다.

현종: 예부시랑...

강감찬: 거란에 사신을 다시 보내기로 했사옵니다. 사신이 가져갈 표문이니, 직접 살펴보시옵소서.[8]

- 현종과 대면하는 강감찬.

현종: 그래... 거란의 동태는 어떠하오?

고려 사신 1: 아무래도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거란 전역에서 말거래를 금하는 칙령이 내려졌사옵니다. 남경의 시장에서는 거란의 관리들이 건포를 모두 사들여 동이 났사옵니다. 이는 필시, 전쟁 물자를 비축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그럼... 저들이 전쟁을 결심했단 말이오? 그런 명분이 없지 않소...? 그자들은 아직, 이 고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않소?

고려 사신 2: 아뢰옵게 황공하오나, 이미 실상을 파악한 듯하옵니다.

현종: ...뭐요?

고려 사신 2: 여진 부족 하나가, 거란의 황제를 찾아가 고려의 사정을 낱낱이 전했다 하옵니다. 지난 황제께서 어떻게 승하하셨는지도, 모두 고했다고 들었사옵니다.

고려 사신 1: 사정을 알아보니, 동북면에 있는 하공진 등의 장수들이 국경을 침탈하는 여진 부족을 토벌하다가 고려에 귀부하던 여진인들마저 몰살했다 하옵니다. 이에 앙심을 품고 벌인 일이라 하옵니다.

현종: 세상에... 귀부하던 자들을 왜 죽인단 말이오? 왜 죄없는 자들을 참살한단 말이오? 이런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소... 우리에게 신의를 맹세한 자들을 무참히 학살한다면, 거란이 고려의 신의를 팽개치고 침략해오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 그자들을 당장 유배토록 하시오![9]

- 거란에서 돌아온 사신들에게서 상황을 전해듣는 현종.

현종: 지금 누구 마음대로 동원령을 내리겠다는 것이오! 이 무슨 권한으로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이오! 경이 무슨 자격으로! 이 고려를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는단 말이오! 경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신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소?! 경이 저지른 반역을 감추려 수없이 압록강을 넘어가는 사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소?! 그걸 날마다 지켜보고서도 감히 전쟁을 입에 올리는 거요...?! 경 때문에 죄 없는 군사들이 죽어가고... 경 때문에 온 백성이 피눈물을 흘려도 상관없다는 거요?! 다시는, 전쟁을 입에 올리지 마시오. 내 아무리 힘 없는 황제라해도... 그것만큼은 묵과할 수 없소! 아시겠소!!! [10]

- 동원령을 내리겠다는 강조에게 일갈하는 현종.

2.5. 5회

유진 : 우리 성상께서 베푸시는 주연이오.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으니, 마음껏 즐기시오.

한기 : 대량원군 전하[11]의 호의는 감사하나, 지금은 양국의 관리들이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일 때가 아닌 것 같소.

유진 : 우리 고려의 관리들이 거란의 황제 폐하를 위해 드릴 말씀도 있소이다.

한기 : 드릴 말씀이 무엇이오?

채충순 : 여진들은 본래 승냥이 같은 습성을 갖고 있는 자들이오. 그런 자들이 거짓으로 고한 사실을 가지고 고려를 정벌하신다면, 거란의 황제께서는 훗날의 역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시게 될 겁니다.

한기 : (비웃으며) 허허허... 우리 폐하께서도 이미 여러 방면으로 사실을 확인하셨소. 말 몇 마디로 진실을 감추려 하지 마십시오.[12] 부끄러운 줄 아시오!

최항 :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일이기에 이리 당당하게 말씀드리는 거요! 우리 고려에서 진짜로 정변이 일어났다면, 어찌하여 대량원군께서 저 용상에 앉아 계시겠습니까? 역사에 기록된 그 어떠한 반역자도, 용상을 탐하지 않고 순순히 물러난 적은 없소이다. 안 그렇소이까?[13]

유진 : 한 공, 이건 분명 (한기에게 술을 따르려 병을 기울이며) 명분 없는 전쟁이...

한기 : (손으로 유진이 술을 따르려는 것을 가로막는다)[14]

유진 : 하... 명분 없는 전쟁이오. 고려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귀국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소. 한데도, 거란의 황제께서 여진인들의 참소만 믿고 고려를 정벌하려 하신다면, 다른 나라들이 이를 어찌 받아들이겠소? 성심을 다해 상국을 예우한 결과가 전쟁이라면, 그 어떤 나라가 귀국을 신뢰하며, 앞으로 관계를 이어 나가려 하겠소?

한기: 크흠... (고개를 돌리며 수염을 쓸어넘긴다)[15]

최사위: 이 고려에도, 용맹한 군사들과 지략이 출중한 장수들이 수없이 많소.

한기: 지금 그게,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오?

최사위: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귀국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오.

한기: (일어나서 탁상을 치며) 최 공!

최사위: 그럴 때! 중원의 송이 공격을 가해 온다면, 어찌 하실 거요?

최항: 지금은 거란과 고려가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오. 오히려 양국이 우의를 돈독히 하며, 송을 견제해야 할 때요! 귀국의 황제 폐하께, 이 점을 잘 설득해 주시오. 진심으로 거란국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오!

- 거란 사신단과 대면하는 고려 재상단[16]

강조 : 어인 부름이시옵니까?

현종 : 중대사.

강조 : 예, 폐하.

현종 : 내가 알기로는 경이 거병을 하였던 이유가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했소.(궁궐 안으로 무장한 내관들이 몰래 잠입한다.) 일말의 사심도 없이, 오로지 고려를 위하는 마음으로 벌인 일이라 들었소.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경에게 요구하고 싶은 일이 있소.

강조 :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현종 : 이 고려를 위해 경의 목숨을 내어놓으시오.(곧 내관들이 들이닥쳐 강조의 목에 칼을 겨눈다) 경 때문에 벌어진 일이오. 하니, 경이 책임지고 이 난국을 타개하시오. 순순히 경의 목숨을 바쳐 경이 진정 이 고려를 위하는 신하라는 걸 증명하시오.

강조 :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리 하겠사옵니다. 하나 이 자리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곧이어 이현운과 휘하 병사들이 들이닥쳐 내관들을 제압한다.)

강조 : 소신이 꼭 죽어야한다면, 고려를 위해 싸우다 죽을 것이옵니다. 폐하의 칼에 죽는다면, 영원히 역적으로 남을 뿐이옵니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겠사옵니다. 황제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벌인 일을 어찌 탓하겠사옵니까? 그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무능한 군주보다는 나은 일이옵니다. 그럼 편히 주무시옵소서.

- 자신을 제거하려는 현종을 역으로 제압한 강조

강조 : (퇴궐하려던 한기를 불러세우며) 멈추시오! 그럼 지금, 내 목을 가져가시오! 내가 그 역신 강조요. 하니 지금 여기서 내 목을 베시오!

한기 :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강조 : 칼을 가져오거라!

(정전 밖을 지키던 군사가 칼을 가져온다)

강조 : (한기에게 칼을 건네며) 자, 뽑으시오. 뽑아서 내 목을 치시오! 어서! (한기가 칼을 받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고) 왜 망설이는 거요? 날 베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게 거란의 황제가 아니오? 내 목 하나를 가져가기 위해 40만 대군을 일으킨 게 그대들의 황제 아니오?[17]황제라고 부른다. 즉 사대관계 같은 거 다 필요없이 적국으로 간주하겠다는 뜻.] 한데 왜 망설이는 거요, 왜?

한기 : 물러나시오.

강조 : 어서 베시오. 어서 내 목을 베서 그토록 염원한 대의를 실현하시오!

한기 : 나는 그저 폐하의 명을 전하는 사신이오. 대의를 실현하시는 일은 황제 폐하께서 직접 하실 것이오!

(강조가 칼을 땅바닥에 내던진다)

강조 : 그럼, 내가 거란으로 가겠소. 날 묶어서 데려가시오!

한기: 뭐, 뭣이오?

강조 : 어서 데려가시오, 순순히 동행하겠소.

한기 :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강조 : 왜 말이 안 된다는 거요? 말해 보시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요? 어서 말하시오! 이 고려의 황제 폐하와 신하들 앞에서 분명하게 말하시오! 거란이 진정 원하는 게 뭐요? 나요? 아니면 전쟁이오?

한기 : 대량원군 전하, 어서 이 자를 물리쳐 주시옵소서! 소신은 대 거란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온 사신이옵니다! 그런 사신을 이리 능멸하고 겁박하는 것은 황제 폐하에 대한 모독이옵니다! 어서 이 자를 물리치시어 황제 폐하에 대한 신의를 보이시옵소서!

현종 : 그 전에 대답부터 하시오.[18] 거란이 진정 원하는 게 뭐요?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대답해 보시오. 대 거란국 황제의 명예를 걸고 분명히 말해 보시오. 이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오?

한기 :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답하지... 않겠사옵니다!

현종 : 뭐요?

한기 : 이곳에서 당한 일을 소상히 아뢸 것이옵니다. 고려의 군주와 신하들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황제 폐하를 모욕하였음을! 낱낱이 고할 것이옵니다!

(한기를 비롯한 거란 사신들이 퇴궐하고 강조가 현종 앞에 나아간다)

강조 : 동원령을 내려 주시옵소서! 전쟁을 준비하겠사옵니다![19]

- 한기를 압박해 거란의 진정한 목적이 강조 한 명이 아니라 전쟁임을 알아낸 강조와 현종

현종 : 흥화진이 그런 곳이구려.[20] 그럼, 도순검사의 임무가 막중하겠구려. 그래, 어서 가보시오.

양규 : 폐하, 떠나기 전에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현종 : 뭐요? 어서 말해보시오.

양규 : ...도통사에게도 잘 싸우라는 격려의 말씀을 한 번 내려주시옵소서. 그럼 도통사에게 큰 힘이 될 것이옵니다. 도통사는 이 전쟁을 폐하와 함께 치루고 싶어하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임명하실 빈 자리를 마련해둔 것이옵니다. 반역에 대한 분노를 잠시 거두시고, 잘 싸우라는 말씀 한 마디만 내려주시옵소서. 그럼 도통사는 목숨을 걸고 승리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양규가 현종에게 인사 올린 뒤 먼저 자릴 뜨려한다)

현종 : 도순검사.

양규 : 예, 폐하.

현종 : 잘 싸워주시오. 부탁하오.

양규 : 폐하, 소장은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부탁하실 것이 아니라 명하시면 되옵니다. 명을 내려주시옵소서!

현종 : 그래, 알겠소. 잘 싸우시오. 흥화진을 꼭 지켜내시오. 절대로 거란 놈들에게 내어주지 마시오.

(양규가 무릎을 꿇고 무장의 예를 갖춘다.)

양규 : 예, 폐하. 반드시 지켜내겠사옵니다.

- 현종과 양규의 대화[21]

김종현 : 동원령이 내려졌습니다. 지금 당장 이 고을에 사는 정용과 보승은 물론이고, 군역이 있는 장정들을 모두 소집해 주십시오.

박진 : 개경의 황제께서, 기어이 전쟁을 벌이시는군!

김종현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성상 폐하께서 전쟁을 벌이시는 게 아니라, 거란 놈들이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 아닙니까!

박진 :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하는 게! 개경의 조정이 해야 할 일 아니던가!

김종현 : 호장 어른!

박진 : 지난 번 거란과 전쟁 때, 큰아들 놈을 잃었네!! 한데 이번엔, 둘째까지 바치란 말인가!!!

김종현 : 황제 폐하의 명입니다. 속히 따르십시오. 병적에 적힌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빠진 자가 있으면, 절도사께 보고하여 엄벌에 처하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어서 움직이십시오.

박진 : (김종현이 나가자마자 절도사의 명령이 적힌 서한을 문에 던져 팽개친다.)

- 토호 박진과 김종현의 대화[22][23]
(강조가 작전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물러나려하자 현종이 이를 멈춰세우고 강조 앞에 선다.)

현종 : 전장에 나서는 장수에게 부월을 하사한다 들었소.(현종이 양 내관이 내온 부월을 집어든다.) 받으시오.

(강조가 무릎을 꿇으며 무장의 예를 갖추고 뒤의 무장한 신하들도 무릎을 꿇는다. 현종은 그런 강조에게 부월을 건네준다.)

현종 : 꼭 승리하시오. 승리하여 고려의 백성들을 구원하시오. 그대가 온 고려의 백성들을 구한다면, 단 한 명의 황제를 시해한 죄는 모두 사라질 것이오.

강조 : ...폐하...!

현종 : 다시는 그 누구도 경을 반역자라 칭하지 않을 것이며, 나 또한 경을 향해 더는 역적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오. 진심으로, 경을 이 고려의 충신으로 생각할 것이며, 경을 이 고려를 구한 영웅으로 생각할 것이오. 그러니 부디.... 잘 싸우시오.

(현종의 격려에 강조는 크게 감격한다.)

강조 : ....예....폐하...!

- 강조에게 자신의 부월을 하사하며 격려하는 현종

2.6. 6회

2.7. 7회

(내관 양협으로부터 조정 관리들이 가족들을 개경 이남으로 피신시키고 있다는 소식에 대노한 현종은 유진의 집에 들이닥쳐 그의 식솔들이 피난하려는 것을 막아세운 다음 조정 신료들을 불러모은다.)

현종: 거란군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불과 몇 시진 전이오. 아직 삼수채에 있는 고려의 본군 앞에 당도하지도 않았소! 그런데도 경들은 벌써부터 식솔들을 피난시키고 재물들을 빼돌리는 거요?! 조정의 관리들조차 이렇듯 고려군을 믿지 못하는데 백성들이 어찌 고려군을 믿고 평점심을 유지하겠소?! 나는 군사에 관한 것에는 아는 바가 없소. 그리고 전쟁도 겪어보지 못하였소. 하나 그렇다 하여도 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소. 싸워보기도 전에 도망칠 궁리부터 하는 쪽은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오!

유진: 폐하, 소신들은 그저 만약에 대비하였을 뿐이옵니다.

현종: 뭐요?

유진: 식솔들을 피난시켰을 뿐이옵니다. 소신들은 도망치지 않았사옵니다. 처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하기보다는 홀가분하게 단신으로나마 폐하의 곁을 지키는 것이 이롭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옵니다.

현종: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유진: (무릎을 꿇고 눈을 부릅뜬 채) 소신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나이다.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얼마전 김치양의 군사가 궁궐을 포위했을 때에도 소신들은 승하하신 황제 폐하의 곁을 떠나지 않았사옵니다. 폐하, 소신들도 사람인지라 핏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사옵니다. 하나, 소신들의 목숨은 언제든 황제 폐하를 위해 바칠 것이옵니다. 그것만큼은 믿어 주시옵소서...

(유진은 자신을 따갑게 쳐다보는 강감찬을 의식하고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강감찬은 여전히 고깝지 않은 표정으로 유진을 쳐다본다.)

- 가족들을 피신시킨 조정 대신들에 분노하는 현종
(조회가 파한 뒤, 강감찬이 밖에도 유진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유진: 그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어디 해보시오. 본래, 하고 싶은 말은 다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아니오?

강감찬: 조정의 관리가 목숨 걸고 수호해야 하는 것은 황제 폐하의 안위만은 아니옵니다. 위로는 황제를 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 조정의 관리이옵니다.

유진: 하면 내가 백성들을 해치기라도 했다는 거요?

강감찬: 관리들의 가족이 개경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백성들이 크게 동요했을 것이옵니다. 늘 적이 오기 전에 한 발 먼저 달려오는 것이 두려움이옵니다. 조정의 관리가 식솔들을 피난시킨 것은 그 두려움의 빗장을 풀어 백성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선의 후방을 어지럽힌 중죄이옵니다!

유진: (발끈하며) 예부시랑!

채충순: 영공, 그만 하시죠. 이러다 일이 더 커지겠습니다.

유진: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정말 독불장군이구려... 독불장군!

(유진은 먼저 떠나고, 최항이 나서서 강감찬의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한다)

최항: 강 공, 왜 그러게 모나게 구시오? 좌복야는 누가 뭐래도 조정의 기둥이오. 여러 변란과 전란을 겪으면서도 조정에 헌신한 분이란 말이오.

강감찬: 저도 아옵니다. 그래서 폐하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옵니다. 하나, 한낱 달변으로 지은 죄를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옵니다.

최항: 허허, 사람이니까 하는 실수요. 핏줄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본성 아니오?

강감찬: 그렇게 에둘러 두둔하지 마십시오. 영공들께서도 가족들을 피신시킨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최항과 채충순의 표정이 굳어진다.)

최항: (한숨을 쉬며) 공은 정말 가까이 힘든 사람이구려. 제발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마시오.

(최항과 채충순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 유진과 재상들에게 날을 세우는 강감찬
양규: 통주로 이어지는 내륙의 봉화로는 이미 거란의 수중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나 철주(鐵州)로 이어지는 해안가의 봉수대들은 아직 건재할 것이다. 이 쏙새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를 탈환하여 봉화를 올릴 것이다.

정성: 그럼 북문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쪽 숲에도 이미 거란군이 매복하고 있사옵니다.

양규: 자네가 동문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적을 그 쪽으로 유인하게. 그럼 내가 그 틈에 이 쏙새산의 봉수대를 탈환하여 봉화를 올리겠네.

정성: 장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옵니까?

양규: 지금 삼수채의 고려군은 절반 이상이 전투 경험이 없는 광군들이네. 그런 군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필요한 걸세. 그럴 때 이 흥화진이 40만의 거란군을 격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군사들의 피가 끓어오를 것일세. 봉화를 올리세. 그럼 그것이 갇혀 있는 우리가 삼수채의 본군에게 전해주는 승리의 횃불이 될 걸세!

휘하 제장들: 예, 알겠습니다!

정성: ...예, 알겠습니다.

- 흥화진의 건재함을 후방에 알리고자 분투하는 양규

2.8. 8회

(백성들에게 승전보를 알렸듯 패전 소식도 알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현종에게 강감찬은 패전 소식은 백성들에게 함구할 것을 권한다. 현종은 이전에는 백성들과 함께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반문하지만, 강감찬은 이 모든 것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현종: 전승을 바라는 마음은 나 역시 절실하오. 그러나 그것을 위해 백성들에 대한 신의를 버린다면 자칫 승전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소.

강감찬: 폐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사옵니다. 황제가 백성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선정은 외적을 격퇴하여 백성들의 터전을 수호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그럼 전쟁이 끝난 다음엔 어찌 해야하는 것이오? 이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우리 고려는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하오. 한데, 이미 황제와 백성 간의 신의가 무너져 있다면 무슨 힘으로 이 나라를 재건하고 지탱해 나갈 수 있단 말이오?

강감찬: 그건 승리한 다음에나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옵니다. 그것까지 챙기시려는 것은 폐하의 욕심이시옵니다.

현종: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뭐요?

강감찬: 지금은 부디 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시옵소서.

현종: 백성에 대한 신의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소. 아니, 오히려 그런 승리가 더 값진 승리일 것이오. 한데 경은 어찌하여 그 중요한 것을 전승의 제물로만 생각하는 것이오?

강감찬: 폐하, 승리하기 위해 치른 대가가 아무리 크다 해도, 패배한 다음에 겪는 고통에는 절대로 미치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패전의 고통이 아무리 극악하다 하여도, 황제와 백성간의 신의만 살아 있다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소!

강감찬: (언성을 높이며) 그건 폐하께서 전쟁을 너무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옵니다! 폐하께서 막연히 생각하시는 것보다 천 배 만 배 더 고통스러운 것이 전쟁이옵니다! 인간이 살아서 겪는 유일한 지옥이 바로 전쟁이란 말이옵니다! 폐하께서 지금 당장 솔직하게 패전의 소식을 전한다면 놀란 개경의 백성들이 서둘러 피난 길에 오를 것이옵니다. 그럼 남도의 백성들까지 두려움에 휩싸여 도망칠 것이옵니다. 그럴 때, 전장에서 군사들을 더 보내달라 청해오면 어찌하시겠사옵니까? 후방이 다 무너져 내렸는데 무슨 수로 전장의 장수들을 지원하실 것이옵니까?

(현종이 더 반박하지 못한다.)

강감찬: 폐하께서 지키려는 백성들과의 신의가 오히려 백성들을 지옥에 빠뜨릴 수도 있사옵니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옵니다. 제 아무리 숭고한 가치도 승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버려야 하는 것이옵니다. 그러고도 이기기 힘든 것이 바로 전쟁이옵니다! 폐하, 부디 승리만을 생각하시옵소서. 소신도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 앞으로 펼쳐나갈 고려의 미래를 보는 현종과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지적하는 강감찬
(강조, 이현운, 노전 등 패장들이 야율융서 앞으로 끌려온다. 야율융서가 진 밖으로 나오고, 예를 표하라는 말에 패장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지만 강조는 꿋꿋이 서 있다가 강제로 숙여진다.)

야율융서: 그대가 강조인가?

강조: ... 그렇다!

야율융서: 듣던 대로군. 네가 아주 잘 싸웠다고 들었다. 짐은 너와 같은 장수가 항상 필요하다. 어떠냐? 이젠 짐을 위해서 싸워보겠느냐?

강조: 난, 고려의 신하다!

(야율융서가 강조의 기개를 보며 웃더니 도끼를 들고 위협적인 표정으로 다른 패장들을 둘러본다.)

야율융서: 다른 자들도 모두 마찬가지인가? 모두 죽음을 바라고 있는가?

이현운: 아아.. 아니옵니다! 따르겠사옵니다!

강조: 도통부사...?!

이현운: (고함치듯) 폐하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이제 고려를 잊고 새 황제 폐하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새 일월(日月)을 본 자가 어찌 옛 산천을 그리워하겠사옵니까? 부디 폐하의 신하로 받아주시옵소서...!!!

강조: 이현운!!!

(강조가 분노하여 이현운에게 발길질하다가 거란 병사들에게 제압당한다.)

야율융서: (다른 패장들을 쳐다보며) 너희들은 어찌할 것이냐? 어서 답하라!

(다른 패장들도 모두 항복을 선언하고, 강조는 믿기지 않는듯 휘하 장수들을 돌아본다. 야율융서가 강조에게 다가간다.)

야율융서: 한 번 더 묻겠다. 너의 용맹함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다. 답해 보거라. 나의 신하가 되겠느냐?

강조: 왜 또 묻는 것이냐? 대거란의 황제가 어찌 이리 구차하게 구는 것이냐? 어서 죽여라! 도끼나 휘두르는 야만인의 신하가 되느니 사지가 찢어발겨도 고려의 신하로 남을 것이다. 이 반역자를 믿고 대군을 맡겨주신 고려의 황제 폐하를 위하여 죽어도 영원히 충성을 다할 것이다!

야율융서: 야만...야만...?

(야율융서가 분노하여 강조를 도끼로 내려 찍고 사정없이 난도질한다.)

- 강조의 최후
(어전에서 다른 신하들과 마찬가지로 친조를 주청한 강감찬에게 충격을 받은 현종. 결국 그를 따로 불러 독대한 뒤 추궁한다.)

강감찬: 친조를 청하시옵소서. 그래야 이길 수 있사옵니다.

현종 : ...뭐요?

강감찬: 곽주와 영주가 너무 빨리 무너졌사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서경이옵니다. 하나, 서경을 지키려면 동북면의 군사들이 필요하옵니다.

현종: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강감찬: 적을 기만하자는 것이옵니다. 적을 속여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반격을 준비하자는 말이옵니다. 거란의 황제에게 친조를 청하시옵소서. 그러면 거란의 황제는 고려가 굴복했다고 생각하여 진군을 멈출 것이옵니다. 그 사이에 동북면의 군사들을 서경으로 이동시켜 서경을 지키게 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친조를 청하는 순간 우리 고려는 항복하는 것이오. 한데 친조를 청하여놓고 군사를 이동시킨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오?

강감찬: 고려는 단지 친조를 청했을 뿐이옵니다. 말 그대로, 고려의 군주가 거란의 군주를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을 뿐이옵니다. 친조를 청하는 표문 어디에도 항복이라는 글자는 들어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현종: 그게 무슨...그럼, 친조하겠다는 약속은 어찌 하는 거요?

강감찬: 날짜를 못박지 않은 약속이옵니다. 구속받으실 필요 없사옵니다.

현종: 예부시랑.

강감찬: 친조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거란주의 발 아래 엎드리시면 그 순간부터 폐하는 거란주의 일개 신하가 되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우리 고려는 자주적인 황제의 나라가 아니라 거란의 속국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옵니다.

현종: 그럼, 거짓 약속을 하란 말이오?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오? 아무리 적국과의 관계라 해도 외교에는 최소한의 신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오?

강감찬: 신의를 먼저 저버린 것은 거란이옵니다. 어린아이도 비웃을 거짓 명분을 내세워 이 고려를 침략해 온 것이 바로 저들이옵니다. 그런 자들에게까지 공명정대한 외교를 펼칠 이유는 없사옵니다.

- 기만책을 제시하는 강감찬
현종: 대체 경은 어떤 사람이오? 처음에는 아버지처럼 자상한 늙은 신하였소. 그 다음에는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고집쟁이 신하였소. 한데, 이제 보니 승리에만 미쳐 있는 광인 같소.

강감찬: 예, 폐하. 맞사옵니다. 소신은 미치도록 승리하고 싶사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사옵니다.

- 강감찬에 대한 현종의 감상

2.9. 9회

(야율융서를 기만하고, 소배압과 단둘이 술자리를 갖는 강감찬.)

소배압: 한데 고려에도 신하가 많을 텐데, 어찌하여 경 같이 늙은 신하가 사신으로 왔소?

강감찬: 거란에도 장수가 많을 텐데, 어찌하여 도통 같은 노장께서 고려 땅에 오셨습니까?

소배압: (대소하며) 역시 말로는 못 당하겠구려. 내 아우 소손녕십여 년 전에 이 고려에 왔었소. 그리고 서희라는 자와 담판을 지었었소.

강감찬: 예, 알고 있습니다.

소배압: 그때 아우가 내게 해준 말이 있지. 고려의 관리들은 하나같이 교활한 자들이니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절대 믿지 말라. 내일 거란의 사신들과 함께 서경으로 가시오. 가서 서경의 항복을 받아오시오.

강감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배압: 친조를 청한다는 건 이미 항복을 결심했다는 것 아니오? 그럼 서경도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지 않소. 군주가 이미 항복을 결심했는데 뭣 때문에 계속 버티겠는가. 당연히 항복해야 할 것이오.

강감찬: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지만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입니다.

소배압: 절차 따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요. 고려의 항복이 진심이라면.

(소배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배압: 내일 밤 안으로 서경을 항복시키고 성문을 활짝 열어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거란군이 무조건 서경으로 진격할 것이오.

(크게 웃으며 막사 밖으로 나가는 소배압)

- 고려의 친조 요청을 의심하며 강감찬을 시험하는 소배압
(거란 사신들과 함께 서경으로 온 강감찬. 하지만 서경을 지키는 원종석은 강감찬을 배신하고 고려의 항복이 기만임을 전부 폭로해버린다.)

강감찬: 상공,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원종석: 보면 모르시오? 거란 황제 폐하께 우리 서경 관리들의 충심을 보여드리는 거요! 우리는 개경처럼 거란의 황제 폐하를 기만하지 않는다는 거를 증명하는 거요!

강감찬: 상공!

원종석: 스스로 판 무덤이오. 얄팍한 술수로 거란의 황제 폐하를 기만하려 했던 것부터가 잘못이오!

한기: 지금 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거요!?

원종석: 고려 국왕의 친조는, 거짓입니다!

한기: (책상을 내리치며) 뭐요!?

원종석: 바로 이 자가 거란의 황제 폐하를 속인 겁니다! 어제 이곳에 들러서 분명히 그리 말했습니다!

강감찬: 상공!!!

(강감찬,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들지만 군사들에게 제지당한다.)

원종석: 뭣들 하느냐! 당장 이 자를 끌어내거라!

강감찬: 상공!!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상공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 상공이 어떻게 이 서경을 버린단 말이오!!

원종석: 버리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이오! 왜 개경이 저지른 죄악 때문에 죄 없는 우리가 불타 죽어야 한다는 말이오!?

강감찬: 상공!!!

(발악하는 강감찬, 하지만 조자기에게 뒷목을 맞아 기절하고 결국 끌려나간다.)

- 강감찬을 배신하는 서경의 관리들

2.10. 10회

전령: 서경의 고려군이 연승하고 있사옵니다. 지채문 중랑장과 대도수 장군이 번갈아 출격하여 거란군을 연달아 격파하고 있사옵니다. 승려 법언도 서북면의 승병들을 이끌고 합세하여 수 차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사옵니다.

현종: 그게 다 사실인가?

전령: 예 폐하. 동북면 도순검사가 이르기를 머지 않아 거란군을 청수 이북으로 몰아낼 것이라 하옵니다.

현종: 보시오. 고려군이 해내지 않소? 싸울 기회를 마련해 주었더니 이렇게 승전보를 전하지 않소? 동북면의 용장이 거란의 기병을 쓸어버리고 발해국의 후손이 고국의 원한을 씻어내고 있소. 사찰의 승려들까지도 죄 없이 죽어가는 고려의 백성들을 위해 창칼을 들었소. 우리가 항복했다면 이들 모두가 가슴을 치며 통곡했을 것이오. 다시는 항복을 입에 올리지 마시오. 거란은 절대로, 이 고려를 정복할 수 없소. 고려는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오.

- 서경의 연이은 승전보에 고무된 고려 조정
(고려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던 야율융서, 도중에 불공을 관장하던 승려가 야율융서를 암살하려 시도하지만 야율융서에게 일거에 제압당한다.)

야율융서: 고려 놈들은 하나같이 교활하구나. 너희들은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될 족속들이다! 이 고려를 모두 불태울 것이다! 짐을 분노케 한 자들이 어찌 되는지, 온 천하에 보여줄 것이다!!

(야율융서, 승려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 야율융서의 분노

2.11. 11회

야율융서: 장수들이 모두 사라졌는데 저자들은 대체 누구의 명으로 싸우는 것이냐?

대도수: 누가 명하지 않아도 싸울 것이다. 국경을 침범한 야만족을 어찌 그냥 두겠느냐!

야율융서: (비웃으며) 너도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살아서 고려가 멸망하는 꼴을 보게 할 것이다. 네놈의 고국인 발해국처럼 말이다.

- 발해 유민 출신인 대도수를 비웃는 야율융서
(서경이 함락되지 않았는데 개경으로 진격하라는 명을 내린 야율융서. 소배압은 놀란다.)

소배압: 폐하.

야율융서: 짐의 명대로 하시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소. 내일 당장 개경으로 진격하시오.

소배압: 서경을 함락시키지 않고 개경으로 진격할 수는 없사옵니다. 거점도 마련하지 않고 적진 깊숙히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옵니다. 폐하의 안위를 위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야율융서: 거점은 곽주로 충분하오. 진격하시오.

소배압: 폐하.

야율융서: (강한 어조로) 짐의 말대로 따르시오. 날이 밝는 대로 개경으로 진격하여 속히 고려 국왕을 잡아들이시오. 그러면 이 전쟁은 끝나는 거요.

(자리를 뜨는 야율융서)

소배압: 선봉도통. 네가 개경으로 진격하자고 고한 것이냐?

야율분노: 왕을 잡으면 전쟁은 끝나는 겁니다. 저는 폐하께 그걸 일깨워드렸을 뿐입니다.

소배압: 그게 그렇게 쉬울 것 같으냐? 너는 고려가 아직도 그리 만만한 나라로 보이느냐? 네 놈이 또 이 전쟁을 망치는구나. 또!

- 무리한 진격을 명하는 야율융서
(거란이 개경으로 진격해 오자 현종은 백성들을 피신시키고 자신은 마지막 칙서를 내린 뒤 자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양협에게 듣고 경악한 강감찬이 어전의 바깥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는 와중에 현종은 단검을 뽑는다.)

현종: 짐이 마지막 명을 전하니 모든 신하들은 충심으로 따르라. 짐이 남쪽으로 피신하면 적이 짐을 따라 남하하여 남녘의 백성들을 해칠 것이다. 짐이 적의 포로가 되면 저들은 짐을 인질로 삼아 이 고려를 굴복시킬 것이다. 짐은 이제 고려를 위해 죽을 것이다. 백성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날 것이다. 그러니 슬퍼 말고 어서 피하라. 그리고 항전을 이어가라. 시간은 고려의 편이니 고려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적이 물러간 후에는 용의 후손에게 황제의 자리를 잇게 하라.[24]

강감찬: (울부짖으며) 폐하!! 폐하, 어리석은 생각 마시옵소서. 폐하를 잃고는 승리할 수 없사옵니다. 황제를 잃은 백성은 싸울 수가 없사옵니다! 그것조차 헤아리지 못하시옵니까!! 폐하...폐하, 무엇이 두려워서 이러시옵니까? 백성들의 원망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재앙을 몰고 온 황제라는 손가락질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그것까지 이겨내야 하는 것이 바로 황제이옵니다. 한데 어디로 도망치려 하시옵니까? 전란에 빠진 백성들을 버려두고 어디에 홀로 숨으시려는 것이옵니까!! 폐하! 폐하!! 폐하...!!

(절규하다가 무릎을 꿇으며 오열하는 강감찬.)

강감찬: 폐하...폐하는 살아계셔야 하옵니다. 이 고려에는 폐하가 필요하옵니다...백성을 위해 죽음을 각오할 줄 아는 황제가 필요하옵니다. 폐하...소신에게도 폐하가 필요하옵니다. 이 늙고 고집 센 신하조차 품어주시는 황제가 필요하옵니다...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군주가 필요하옵니다...!! 폐하!!

- 자결하려는 현종과 강감찬의 절규
(위의 대사 이후 도끼를 들고 달려온 황보유의가 어전 문을 부수고, 강감찬은 황급히 어전 안으로 뛰쳐 들어간다.)

현종: 하지 못했소...죽지를 못했소.

(강감찬, 맥이 풀려 무릎을 꿇고는 현종을 끌어안는다. 현종은 강감찬의 품에서 오열을 터뜨린다.)

현종: 나도 어리석다 생각했소. 하나 방법이 없었소...이것 말고는, 선택할 수가 없었소.

강감찬: 폐하...

현종: 도망치고도 싶었소. 이 황제의 자리가 너무 버거웠소. 더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누가 되더라도 나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했소.

강감찬: 아니옵니다. 폐하는 잘해왔사옵니다. 저는 폐하가 늘 자랑스러웠사옵니다...

현종: 예부시랑...

강감찬: (눈물을 흘리며) 오늘의 실수를 가슴에 새기시옵소서. 그리고 더 단단해지시옵소서. 폐하는 황제시옵니다. 소신의 마지막 군주시옵니다.

- 황제의 무게

2.12. 12회

(양규와 고려 장수들, 서경 백성들에게 현종이 죽었으니 항복하라며 거짓 정보를 전하는 거란 사신. 하지만 때마침 강감찬이 나타나 이를 반박하며 분위기를 수습한다.)

양규: ...어찌 된 일이오?

거란 사신: 이 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오. 고려 국왕은 틀림없이 훙서하셨소!

양규: 그럼, 지금 즉시 돌아가서 성상 폐하의 시신을 서경으로 보내시오. 그럼 믿겠소.

(머뭇거리는 거란 사신)

양규: 아니면, 거란의 황제께 내 말을 전하시오. 거란군은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 거란의 거짓말에 분노한 양규의 선전포고

2.13. 13회

야율융서: 추격대는 어찌 되고 있소?

소배압: 아직 아무 소식이 없사옵니다. 앞만 보고 도망치는 자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게다가 우리 거란군은 고려의 남쪽 지리를 전혀 모르옵니다.

(침묵하는 야율융서)

소배압: 폐하, 냉정하셔야 하옵니다. 이제 그만 철군을 준비하시옵소서.

야율융서: 경이 나라면 그럴 수 있겠소? 모든 제후국의 비웃음을 사면서 그럴 수 있겠소?! 군사들을 잘 먹이시오. 수일 안에 고려 국왕이 잡히지 않으면 남쪽으로 진격하겠소.

소배압: 폐하...!

- 잡히지 않는 현종에게 답답해하는 야율융서
대도수: 제발 그만 하거라!! 너도, 고려 사람이 아니더냐!!

이현운: 닥치시오!! 내가 왜 고려 사람이오? 난 황제 폐하의 신하요. 대 거란국의 신하란 말이오!!

대도수: 이현운!!!

이현운: 장군이나 고려 사람으로 죽으시오. 난! 거란의 신하로 살겠소.

(칼을 들고 대도수를 조롱하며 자리를 뜨려는 이현운, 그러나 격분한 대도수가 손이 묶인 채로 달려들어 이현운을 들이받아 쓰러트린다. 이후 떨어진 칼을 대도수가 집어들고 겨눈다.)

이현운: (당황하며) 장군...! 그...그 칼 내려 놓으시오...!

(대도수, 아랑곳 않고 이현운을 찌른다.)

대도수: 그만 가라. 가서, 도통사께 용서를 빌거라!!

(대도수, 그대로 칼을 뽑아 한번 더 베어 이현운을 완전히 끝장낸다.)

- 매국노 이현운을 처단하는 대도수
(강감찬과 소배압, 몇몇 호위병만 이끌고 절령에서 밀담을 나눈다.)

소배압: 철군을 돕겠다?

강감찬: 그렇소. 철군을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이오? 어떤 명분이면 공이 귀국의 황제 폐하를 설득할 수 있겠소?

소배압: 네놈들이 그걸 걱정하는 이유가 뭐냐. 우리를 철군시켜놓고 뭘 할 작정이냐?

강감찬: 압록강을 넘기 전에 모두 섬멸할 것이오. 만약 거란군이 개경에 계속 머문다면 거란군은 결국 자멸할 것이오. 섣불리 남쪽으로 진격한다면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오.

소배압: (발끈하며) 닥치지 못하겠는가!!

강감찬: 거란군이 살 길은 지금 철군하는 것이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거란군이 철군하는 것이오. 자, 이제 말씀해 보시오. 무엇이 필요하오? 공이 황제 폐하의 마음을 돌리려면 무슨 명분이 있어야 하오?

소배압: ...고려의 항복이다.

강감찬: (헛웃음을 지으며) 그럼, 돌아가겠소.

(돌아가려는 강감찬, 그러나 소배압은 계속 말을 잇는다.)

소배압: 아니면, 그만한 명분이다. 폐하께서 여러 제후국들에게 위신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명분!

강감찬: ...그게 무엇이오?

소배압: 친조다.

강감찬: 친조는 항복보다 더한 굴욕이오. 받아들일 수 없소.

소배압: 행하고 안 하고는 나중 문제다.[25] 다시 한번 친조를 청해라. 이번에는 고려 국왕이 거란 땅까지 찾아가겠다 해라. 고려의 군주가 직접 국경을 넘어와 폐하의 발 아래 엎드리겠다는 서약이라면, 내가 폐하를 설득해 볼 수 있다.

강감찬: 좋소. 성상 폐하의 윤허를 받은 표문을 전하겠소.

소배압: 시간이 없다. 사흘 안으로 가져와라.

(이번에야말로 돌아가려는 강감찬)

소배압: 네놈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고려군 따위에 섬멸될 거란군이 아니다! 내가 너희 고려군의 목을 모두 베고, 압록강을 유유히 넘어갈 것이다!

- 강감찬과 소배압의 밀담
(소배압이 강감찬과 내통했다는 보고를 들은 야율융서, 소배압을 따로 불러 추궁한다.)

소배압: 모함이옵니다. 소신은 그자를 만나러 나간 것이 아니라 군영 밖으로 정찰을 나간 것이옵니다.

야율융서: 한데 왜! 그자를 보고도 잡아오지 않았소?

소배압: 소신은 발견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야율융서: (분노하며) 도통과 함께 나갔던 군사들을 모두 데려오시오! 직접 그들에게 묻겠소. 어서!!

소배압: 폐하, 소신은 어떤 경우에도 폐하께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사옵니다. 소신을 믿어주시옵소서. 소신을 믿고, 이번 일은 불문에 부쳐 주시옵소서.

야율융서: ...뭐요?

소배압: 소신은 이제껏 폐하만을 위해 살아왔사옵니다. 소신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오로지 폐하를 위한 일이옵니다.

야율융서: 도통!

소배압: 부탁이옵니다. 진심으로, 폐하를 위해서이옵니다.

- 소배압의 충심

2.14. 14회

현종: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하거라!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지금 누구와 싸우는 것이냐, 누구를 죽이는 것이냐! 너희들의 눈에는 우리가 거란군으로 보이느냐? 이 황제가 적으로 보이느냐?!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벌이는 것이냐. 호장 놈들이냐? 그놈들을 위해서 너희들의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냐? 쌀 한 말에 딸자식을 빼앗아 가고, 늙은 부부에게까지 매질을 하여도, 너희는 그저 그놈들이 시키기만 하면 따르는 것이냐? 그놈들이 그리 두려운 것이냐? 정녕! 이 황제보다 그놈들이 더 두려운 것이냐?!

...그래. 어찌 그러지 않겠느냐. 그자들이 왕이거늘 어찌 거역하겠느냐. 저 먼 곳에 있는 황제가 뭘 어쩌겠느냐.

(현종, 백성들에게 다가간다.)

자, 어서 원하는 대로 하거라. 거란군에게 넘기고 싶으면 넘기거라, 베고 싶으면 베거라! 어서!!

(백성들은 우물쭈물할 뿐 어떻게 하지 못한다.)

나는, 너희에게 아무 쓸모도 없는 황제다. 나는 너희가 이렇게 살아가는 줄도 몰랐다. 얼마나 억울한지,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부디, 용서하거라...

(백성들은 무기를 떨어뜨리고 땅에 엎드려 대성통곡한다.)

- 황제와 백성들의 교감
하공진: (개경으로 출발하기 전) 군사들을 남겨놓고 가겠사옵니다. 불온한 자들을 방비하시옵소서.

현종: 그래, 고맙소.

하공진: 일이 잘 성사되면 소신이 폐하를 모시러 다시 오겠사옵니다. 만약 이틀이 지나도 소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때 속히 피하시옵소서.

현종: 조심하시오. 거란의 황제가 경을 인질로 잡을 수도 있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오.

하공진: 언젠가는... 죽을 목숨이옵니다. 고려를 위해 죽을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 개경에 사신으로 출발하는 하공진과 그를 배웅하는 현종 일행
(귀주 협곡에서 퇴각하는 거란군을 기습할 계획을 짜는 양규군.)

김숙흥: (흡족하게) 이 바람소리가 거란 놈들의 비명소리로 바뀔 겁니다. 그리고 놈들이 흘린 피가 홍수처럼 흐를 겁니다. 신나지 않으십니까? 저는 벌써 몸이 달아오릅니다.

양규: 넌 정녕 살육을 위해 싸우는 것이냐?

김숙흥: 당연하죠. 적을 죽이는 게 전쟁 아니옵니까? 놈들의 폐부를 찢어놓고 머리통을 부숴놓는 것만큼 통쾌한 일이 어딨습니까. 도순검사는 아니십니까? 그럼 왜 그렇게 열심히 싸우시는 겁니까.

양규: 전쟁을 또 겪고 싶지 않아서다. 지난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이번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적을 섬멸하지 못한다면 놈들이 또다시 이 고려를 침범해 올 거다.

(양규, 갑옷의 붉은 천을 풀고 활을 든다.)

양규: 그래서 싸우는 거다. 여기서, 끝내려고. (활에 효시를 장전한다.)

김숙흥: 그래서 싸우나 이래서 싸우나, 답은 하납니다. 놈들의 숨통을 전부 끊어놓으면 되는 겁니다. 그럼 다 해결되는 겁니다.

- 양규와 김숙흥의 각오
(개경. 하공진은 야율융서에게 현종이 다시 친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표문을 전달한다.)

야율융서: 너희 왕은 지금 어디 있느냐?

하공진: 먼 남쪽에 계시옵니다.

야율융서: 짐을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면서도 왜 거기에 있는 것이냐? 왜 거란까지 찾아올 결심을 하면서도 개경까지 찾아올 생각은 못하는 것이냐?!

(대답하지 못하는 하공진)

야율융서: 너희가 끝까지 짐을 조롱하는구나. (옆의 소배압을 노려보며) 보란듯이 거짓으로 점철된 표문을 올려, 날 모욕하는구나...!!

소배압: (당황하며) 폐하!

야율융서: 이자를 당장 가두거라. 그리고!! 출정을 준비하라. 남쪽으로 진격하라!!

- 계속되는 고려의 기만질에 격노하는 야율융서

2.15. 15회

살아남을 것이옵니다. 살아남아 개경으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이 고난을 가슴에 새기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옵니다.

- 험난한 몽진길에서 다지는 현종의 각오
야율융서: 진군하시오.

소배압: 따를 수 없사옵니다.

야율융서: 뭐요?

소배압: 거란군을 전멸의 길로 내몰 수는 없사옵니다.

(분노한 야율융서, 칼을 뽑아 소배압의 목에 겨눈다.)

소배압: 폐하. 철군하셔야 하옵니다. 고려의 사신이 친조를 약속하는 표문을 가져왔사옵니다. 그것을 명분으로 삼아 돌아가시옵소서.

야율융서: 닥치시오!! 그건 누가 봐도 짐에 대한 조롱이오. 헌데, 그걸 가지고 돌아가란 말이오?! 짐은 경을 믿었소. 하여 과 내통한 것조차 눈감았소. 헌데, 가져온 것이 고작...고작 저것이란 말이오?

소배압: 그 표문조차 없다면 폐하께서는 영영 돌아가시지 못하옵니다. 저 표문조차 외면하신다면! 더 이상 돌아가실 명분을 구할 길이 없사옵니다. 그건 폐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26]

(대답하지 못하는 야율융서. 결국 칼을 내린다.)

소배압: 폐하. (무릎을 꿇으며) 그만 돌아가시옵소서. 거란의 황제는 일생 동안 전쟁을 치러야 하는 분이옵니다. 절대로 한 번의 전쟁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고려를 굴복시킬 것이옵니다. 하니 이번에는 돌아가시옵소서. 폐하, 소신이 간청하는 바입니다. 제발 철군하시옵소서.

- 목숨을 걸고 철군을 진언하는 소배압
(맏딸 김씨가 김은부의 처가 서로 독대하여 테이블에 앉아 자신을 성상 폐하의 침소에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김은부의 처: 그게 무슨 말이냐? 폐하의 침소에 들여달라니?

맏딸 김씨: 예부터 집안의 귀한 손님이 오시면 딸을 내어준다 했지 않사옵니까? 귀인이 그 딸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집주인과는 끈끈한 정치적 결연을 맺는 것이옵니다.

김은부의 처 : 그래, 안다. 한데 어찌하여 니가 그런 말을 꺼내느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치를 떨던 게 너 아니더냐? 딸을 팔아 권력자의 환심을 사려는 추한 행태라고 했다!

맏딸 김씨: 이젠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들여보내 주십시오.

김은부의 처: 얘야!

맏딸 김씨: 허락해 주십시오. 아버지는 고지식하시어 이런 짓을 생각조차 못 하실겁니다. 어머니. 전 아버지에게 힘을 실어 드리고 싶습니다. 폐하의 등용을 받아 뜻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김은부의 처: 정말... 그리 결심이 선 것이냐?

맏딸 김씨: 어머니께서 내관에게 넌지시 고해주십시오. 오랜 관례이니, 절대로 만류하지 않을겁니다.

- 아버지의 영전을 위해 어머니를 설득하는 맏딸 김씨.

(자신의 맏딸 김씨(훗날의 원성황후)가 자신 몰래 현종의 침소에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김은부. 분노하여 딸을 질책한다.)

김은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 게야!! 똑똑했던 아이가 왜 그리 어리석어진 것이야?

맏딸 김씨: 송구하옵니다. 딴에는 그것이 아버지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여...

김은부: 아비의 앞길은 이 아비가 열 것이다. 네 눈에는 이 아비가 그리 못나 보이더냐? 이제 어찌할 것이야? 네가 침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노비들이 보고 군사들이 보았다. 이제 너는 폐하의 여인이 되었단 말이다!

맏딸 김씨: 알고 있습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옷을, 마저 짓겠습니다.

김은부: ... 뭐?

맏딸 김씨: 약속한 일이니 해 드리고 싶습니다.

- 뜻을 굽히지 않는 맏딸 김씨
(퇴각하는 중 양규의 고려군에게 몇 번이고 요격당하는 거란군. 양규의 미칠듯한 유격전에 거란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막사에서 야율융서는 피해 상황을 보고받는다.)

야율융서: 오늘은 몇 번이나 당했소?

소배압: 좌익에 있던 세 부대가 번갈아 공격을 당했사옵니다. 고려군이 우리 군사 1천을 베고 포로들을 탈취해 갔사옵니다.

야율융서: 또 그 자요?

소배압: 예. 그 도순검사라는 자이옵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아군을 습격하고 있사옵니다. 추격하면 사라지고 진군하면 다시 등 뒤에서 공격을 가하고 있사옵니다.

야율융서: ...지금까지 잃은 군사가 얼마나 되오? 말해 보시오. 얼마나 잃었소?

소배압: 수 일 동안 15,000이 넘게 잃었사옵니다. 그리고 포로는 3만 가까이 탈취당했사옵니다.

(격분한 야율융서. 마시던 술잔을 상째로 집어던진다.)

야율융서: 그자를 잡으시오. 덫을 놓으시오. 그자의 목을 베고 압록강을 건너겠소. 그놈만큼은 베고 떠날 것이오...!!

- 명장 양규의 활약

2.16. 16회

지금까지 모두 잘 싸웠다. 너희들의 용맹한 모습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만백성이 기억할 것이며! 온 산천이 기억할 것이다. 이 고려가!! 우릴 영원토록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 양규 최후의 연설
(전략)[27]

열 보 부족해...열 보!

(허리에 궁대에서 명적화살을 한 발 꺼낸 뒤 시위에 다시 매기려 하지만 떨어지고 만다. 간신히 몸을 숙여 화살 잡아 활에 건 뒤 만신창이가 된 몸이 잘 안 움직여지자. 한번 포효하고 한 발 씩 억지로 내딛으며)

열...

(중간에 김숙흥이 거란군 여럿과 개싸움을 하다가 거란군 하나의 귀를 물어뜯어 밷어냈고 그에 두려움을 느낀 거란군이 일제히 한걸음씩 물러나 둘러쌌고 그사이 양규는 한걸음 더 거란주가 닿는 유효 사거리 지점으로 향한다.)

(거친 숨소리) 아홉....(한 걸음 더 걷고) 여덟.....!

소배압: 폐하!
야율융서: ....궁수!
소배압: 궁수!

(거란군의 일제 사격. 최전방의 양규는 피하지 못하고 모두 직격당한다.)

.....일곱!!!!

소배압: 궁수!

(동요하는 거란 궁수들. 하지만 이내 재차 사격한다. 양규는 다시 한번 직격당하지만 그럼에도 활과 화살을 놓지 않는다.)

김숙흥: 도순검사!!!

(이후 거란군의 창에 또 찔리는 김숙흥. 양규는 김숙흥을 곁눈질하다 다시 걷는다.)

여섯...!![28]

야율융서: 저 지독한 놈...!!

다섯....!!![29]

...넷....!!!


......셋....

(그동안 누적된 고통이 치밀었는지 잠시 정신을 가다듬듯 눈을 감았다가, 결국 뜨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김숙흥: 형님!!!! 으아아아!!!![30].... 고려 만세...[31]

(이후 양규의 얼굴에서 흐른 피가 마치 피눈물처럼 떨어지고 양규의 피가 그가 든 활에 매겨진 명적을 타고 흐르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효시소리...)

- 양규와 김숙흥의 죽음 - 다 쏘지 못한 화살[32]
(전락)[33]

정성: 멈춰라.

(양규의 시신을 옮기던 병사들이 멈추고, 정성과 김훈을 비롯한 장수들이 목례를 올린다.)

정성: 결국...저놈과 같이 가셨군요.[34] 이제...좀 주무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양규의 시신을 잡고 오열하며) 이제 좀 주무십시오...장군! ...형님!!

- 양규와 김숙흥의 시신을 보고 통곡하는 정성과 장수들
(전후 불타버린 만월대 대신 임시로 수창궁에서 전후 처리를 하는 현종과 신료들. 조정 신료들은 탁사정과 박섬을 비롯한 죄인들을 벌하자고 청하나 현종은 모두 용서하겠다고 고집부린다.)

김훈: 폐하! 성을 버린 자들이옵니다! 백성들을 버린 자들이옵니다!!

현종: 나도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쳤소! 그런 내가 누구를 벌한단 말이오?

김훈: 폐하!!

현종: 죄를 지은 사람들은 스스로 뼛속 깊이 참회하도록 하시오. 날마다 자신의 죄를 곱씹으며 살아가시오! 명심하시오, 무작정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오. 딱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오. 무엇을 어떻게 해서든지 죽기 전에 그대들이 지은 죄를 씻어내시오. 나 또한...그리 할 것이오.

- 죄인들을 용서하려는 현종[35]
현종: 여기 기억나시오? 내가 개경으로 돌아와 황후를 처음으로 만났던 곳이오.

원정황후: 예, 기억하옵니다.

현종: 그때 난, 황제를 시해한 신하의 추대를 받아 용상에 오른 꼭두각시 군주였지요.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궁궐에 갇혀 온통 두려움에 싸여 있던 때였소. 그때 황후가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였지요. 아마 황후가 없었으면 나는 버티지 못했을 거요. 나에게는 그런 황후가 가장 소중하오. 황후마저 잃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나 감사하오.

원정황후: ...폐하.

현종: 실은, 나도 혼자서 많이 울었소. 나 역시도 그 아이와의 만남을 고대했소. 어서 보고 싶고...어서 만지고도 싶었소.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도 여러 번 그려보았소. (감정이 복받치며) 그런데 이렇게, 한 번도 안아보지도 못한 채 떠나버린 것이...너무나 원통하오.

원정황후: (울먹이며) 폐하.

현종: 그래도 나는 견딜 것이오. 황후만 곁에 있으면 나는 버틸 수 있소. 그러니 황후도 날 보며 견뎌주시오. (원정황후가 오열한다.) 울지 마시오. 그 아이는...더 좋은 곳에서 환생할 거요. 더 평온한 땅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거요.

- 유산한 원정황후를 위로하는 현종

2.17. 17회

강감찬: 폐하, 이만 뜻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폐하. 도망친 자들을 용서하는 것은 용맹하게 싸운 자들을 모욕하는 것이옵니다. 더 늦기 전에 고려에 반역한 장수들을 모두 단죄하시옵소서. 그래야만 오늘처럼 고려군이 분열하는 일을 막을 수 있사옵니다.

현종: 학사승지.

강감찬: 예, 폐하.

현종: 경이 일전에 말한 것처럼 이 전쟁은 지옥이었소. 우리 모두 그 지옥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렸소. 헌데, 이제 와서 똑바로 헤엄치지 못한다고 또 누군가를 베어야 하는 것이오? 그리하여 돌이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오? 난 그들을 용서하고 다시 기회를 줄 것이오. 그리하여...스스로 죄를 씻게 할 것이오. 그것이 진정한 형벌이오.

강감찬: 폐하. 그것은 공허한 이상이옵니다. 폐하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옵니다.

현종: 아니오! 능히 이뤄낼 수 있는 현실이오.

강감찬: 폐하!

현종: 나 역시도 그런 용서를 갈구하오. 그 용서를, 나도 백성들로부터 받고 싶소. 나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길 바라오. 그럼 난 꼭 해낼 것이오. 죽음으로는 갚지 못할 그 죄를 살아서 반드시 갚을 거요. 제발, 나를 좀 도와주시오.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시오.

강감찬: 폐하.

현종: 난, 이 고려를 바꿀 것이오. 그리하여 다시는 그 어떤 나라도 우리를 침략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오.

강감찬: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현종: 이 땅의 호족들을 모두 제압하겠소. 아래로는 백성들을 핍박하고 위로는 황제를 거역하는 자들을 모두 무릎 꿇리겠소. 그들의 권력을 모두 빼앗고 그들이 지배하는 영토를 모두 되찾을 것이오! 그것으로 백성들에게 지은 죄를 씻어낼 것이오.

강감찬: 폐하. 지금 폐하께서 하셔야 할 일은...!

현종: 경도 날 따라주시오.

강감찬: 폐하!

현종: 그간 내가 경을 따라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경이 날 따라주시오. 난 경이 필요하오. 부탁하오.

- 호족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현종
(어전에서 호족들을 제압하겠다 선포한 현종. 당연하지만 신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다. 이에 현종은 지금까지처럼 강감찬을 찾지만 이번에는 강감찬마저도 끝까지 강한 반대를 표명한다.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인 현종은 다시 강감찬과 독대한다.)

현종: 말해 보시오. 어찌하여 따르지 못하겠다는 거요? 이 고려를 강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일이오. 다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라로 만들고자 함이요. 헌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이 어찌하여 따르지 못하겠다는 거요?

강감찬: 폐하의 뜻에는 찬동하옵니다. 하루빨리 강성한 고려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에도 찬동하고, 호족들의 권력을 혁파하여 그것을 이루시겠다는 방법에도 찬동하옵니다. 허나, 지금은 때가 아니옵니다.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옵니다. 그 분열과 혼란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그것을 간과하지 마시옵소서.

(말문이 막힌 현종)

강감찬: 폐하. 고려는 아직 전쟁 중이옵니다. 거란은 머지않아 이 고려를 다시 침략할 것이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이옵니다. 지금은 부디 그들의 재침을 대비하는 일에만 집중하시옵소서.

현종: 언제까지 그렇게 막아내기만 할 것이오?

강감찬: 폐하.

현종: 거란은 정예병의 수만 해도 20만에 육박하오. 허나 우린 고작 5만도 채 되질 않소. 그 힘의 차이를 근본부터 따라잡지 아니하고 허겁지겁 창칼을 들어 항전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소? 또다시 나라의 절반이 짓밟히고 수많은 백성들이 참살당하고 나서야 겨우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오. 그런데도 이대로 싸우자는 것이오? 이제는 제발 이 참극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 아니오?!

강감찬: 폐하. 홍수가 났을 때는 물부터 막아야 하는 것이옵니다. 강물이 범람하여 온 마을을 삼키려고 달려드는데도 백년 앞을 내다보며 수로를 정비할 수는 없사옵니다. 그런 일은 비가 그친 다음에야 시작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그럼 이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요. 막아내기만 해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소!

강감찬: 아니옵니다. 우리가 그들을 막아낸 만큼 거란의 국력도 소모되는 것이옵니다. 사력을 다해 그들을 격퇴하다 보면 거란도 분명 약해질 날이 올 것이옵니다. 나라를 개혁하여 국력을 키울 기회는 바로 그때이옵니다. 그때까지만 이 일을 잠시만 미루어 주시옵소서. 그럼 그때는 소신이 누구보다도 앞장서 폐하의 뜻을 받들겠사옵니다.

현종: ...그럼 그날이 올 때까지 죽어가야 하는 백성들은 어찌할 것이오? 이 일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소. 경의 말대로 저들이 다시 침략해 온다면 적과 싸우면서라도 행해야 하오!

강감찬: 그럼 고려는 패할 것이옵니다!

현종: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할 것이오!! 오늘의 위기만을 생각하며 나라의 장래를 포기할 수는 없소!

강감찬: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는 것이옵니다!

- 갈라지는 구국의 길
김은부: 참 너무하시는군요. 한림학사 승지는 폐하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신하입니다. 그래서 모든 황제께서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신하를 그 자리에 임명하시지요. 폐하께서도 그래서 공을 이 자리에 앉히신 겁니다. 헌데 공은 벌써 두 번이나 폐하의 뜻을 거역하시는군요. 그것도 모든 신하들 앞에서 말입니다. 상공. 왜 이렇게 폐하의 믿음을 짓밟으시는 겁니까?

강감찬: 이미 말하지 않았소? 지금은 호족들과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오. 그들이 폐하께 반기를 든 상태에서 거란군이 침략해 온다면 우린 군사들을 징발하지도 못하고 패할 거요.

김은부: 그러니 공이 힘을 보태달라는 것 아닙니까. 공께서 힘을 보태시면 거란이 재침을 해오기 전에 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강감찬: (고개를 저으며) 나라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오. 내가 아니라 그 어떤 신하가 힘을 보탠다 해도 그리 단숨에 이룰 수는 없소. 이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7~8년의 시간은 필요한 일이오.

김은부: ...공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이만 사직해 주십시오. 공 때문에 폐하께서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따르지 못하시겠다면 차라리 물러나 주십시오. 그게 신하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 따르지 않는 강감찬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김은부
(법회에서 돌아오는 길, 현종은 잠시 공주에 홀로 돌아갔다가 올라오는 김은부의 맏딸 김씨와 만난다.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눈다.)

맏딸 김씨: 폐하께서는 왜 이리 기운이 없으시옵니까? 온 고려를 바꿔나가야 하시는 분이 어찌 이리 어깨가 처져 계시옵니까?

현종: 그러게 말이오.

맏딸 김씨: 일이 잘 안 풀리시옵니까? 형부시랑이 큰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이옵니까?

현종: 아니오. 잘 해주고 있소. 다만...모두가 만류하는 길을 가다 보니 문득 두려움이 스치는구려. 내가 정말 옳은 것인지, 혹 저들이 맞는 것은 아닌지 말이오.

맏딸 김씨: 그럴수록 끝까지 가 보셔야지요. 혼자서 낯선 길을 갈 때는 누구나 두렵사옵니다. 그래도 끝까지 달려가보지 않으면 내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가 없지요. 언제나 끝까지 가서야 답을 보여주는 게 길이니까요.

현종: (미소지으며) 어딜 그리 돌아다녔길래 그런 깨달음까지 얻었소?

맏딸 김씨: 워낙에 천방지축으로 자라 그렇사옵니다. 온종일 말을 타고 쏘다니는 게 일상이었지요. 기운 내시옵소서. 옳은 일을 할 때는 언제나 힘겨운 법이지 않사옵니까? 폐하께서 지금 이리 힘겨우시니 옳은 길을 가고 계신 것이옵니다.

- 현종을 북돋아주는 맏딸 김씨
(현종의 정책에 반발하는 대신들이 모두 사직하면서 조정은 거의 텅 빈 상태가 된다. 무너지는 조정에 현종은 다급해지고 강감찬은 계속해서 현종을 만류한다. 하지만 현종은 뜻을 꺾지 않는다.)

현종: 부탁이오. 날 도와주시오. 경이 돕는다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거요. (강감찬의 손을 잡으며) 부탁이오...제발, 날 좀 도와주시오. 학사승지...!

강감찬: ....도울 수 없사옵니다.

(현종, 강감찬의 손을 놓는다.)

현종: 정말, 안 되는 거요?

강감찬: 예...지금은 그러실 때가 아니옵니다.

현종: 정녕, 그 이유 때문이오? 아니면 경도 역시 호족인 것이오?

강감찬: 폐하.

현종: 수많은 노비들을 거느리고 수백 결의 토지를 차지한 의 대호족! 경도 역시 그 호족 가문의 일원이었던 것이오?! 그럼 떠나시오.

강감찬: 폐하...!

현종: 떠나시오! 나는 이제....경이 필요 없소.

(직후 어전회의로 화면이 전환된다.)

현종: 한림학사 승지.

강감찬: 예, 폐하.

현종: 경을, 파직하오.

- 강감찬을 파직하는 현종

2.18. 18회

(김은부는 조정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현종이 전쟁에서 죄를 지은 자들을 용서한 것을 빌미로 그들을 조정에 반강제로 복귀하게 해서 조정을 원상복귀 시키자는 방안을 진언한다.)

현종: 그럼 지금 나한테 그들을 겁박하라는 거요? 용서를 해 주었으니 이제는 그 대가를 지불하라 말하라는 거요?

김은부: 예. 그렇사옵니다.

현종: (자리를 박차며) 형부시랑!!

김은부: 폐하,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사옵니다.

현종: 그만 두시오! 우리는 지금 옳은 일을 하려는 거요. 옳은 일을 하려는데 어찌 옳지 못한 방법을 쓰자는 거요?

김은부: 나라를 위하는 일에 동참시키는 것이 어찌 옳지 못한 일이옵니까. 아니, 설령 그게 옳지 못한 방법이라 해도 가릴 이유는 없사옵니다. 정도만을 걷다가 실패하는 것보다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공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 아니옵니까?

현종: 그렇지 않소. 그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에만 도달하려는 자들이 내세우려는 핑계요! 옳고 그름이란 언제나 자명한 것이오. 처음부터 옳아야만 끝도 옳은 것이고 방법까지 옳아야만이, 결과도 옳은 것이오!

김은부: ....그럼 폐하께서는 왜 거란주를 기만하셨사옵니까? 어찌하여 정도를 버리시고 거짓 약속으로 그들을 철군시키셨사옵니까? (대답하지 못하는 현종) 이 또한 전쟁이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일이옵니다.

(말문이 막힌 현종 앞에서 김은부가 무릎을 꿇는다.)

김은부: 폐하. 지금 백성들이 원하는 황제는 정도만을 걷다가 좌초하는 군주가 아니옵니다.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진흙탕 속에라도 뛰어들어 적을 제압하는 군주이옵니다. 폐하!

- 바른 길에만 집착하는 현종을 다잡는 김은부
강감찬: 그럼 죄인들의 손을 잡고 이 나라를 개혁하겠단 말이오? 죽어 마땅한 반역자들을 앞세워서 폐하의 뜻을 이루겠다는 말이오?!

김은부: 예, 그렇습니다. 누굴 앞세우든 무슨 상관입니까.

강감찬: 무슨 상관이냐니!! 공은 정녕 그자들에 대한 백성들의 원성을 모르시오?! 고려의 군사들이 그자들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모르시오?!

김은부: 잠시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죽어 마땅한 자들이니 거센 물살에 던져넣어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것 뿐입니다.

강감찬: 형부시랑!!

김은부: 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도 승리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분 아닙니까? 저도 이 싸움에서 승리하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강감찬: ...뭐요?

-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은부
(김은부가 전쟁 기간에 호장들의 자식들을 징집에서 빼돌렸다는 소문이 퍼지고, 강감찬 앞에서 김은부는 이를 인정하며 어쩔 수 없는 타협이었다고 해명한다. 이에 강감찬은 현종을 찾아가 김은부를 엄벌에 처하라고 호소한다.)

강감찬: 폐하께서는 알고 계셨사옵니까?

현종: 그렇소.

강감찬: 그럼 형부시랑을 당장 파직하시옵소서.

현종: (퉁명스럽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만 돌아가시오. 경은 이제 조정의 관리가 아니오.

강감찬: 폐하. 폐하께서는 이미 성을 버리고 도망친 자들의 죄까지 불문에 부치셨사옵니다. 그로 인해 모든 장수들이 분개하고 있사옵니다. 근데 또 한번 군기를 무너뜨린 자를 불문에 부치신다면 고려군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동요할 것이옵니다.

현종: (자리를 박차며) 글쎄 돌아가라 하지 않소!!

강감찬: 폐하!

현종: 난 형부시랑을 지킬 것이오. 난 그의 본심을 믿소. 그가 타협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는 것도 믿소! 아니, 내가 직접 겪었소! 호족들 사이에서 버텨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말이오. 형부시랑은 최선을 다했을 뿐이오. 그리고 그 참담한 현실을 이제 바꾸려는 것이오.

강감찬: 그걸로는 군사들을 설득할 수 없사옵니다. 군사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사옵니다. 그저 싸우라면 싸우고 지키라면 지킬 뿐이옵니다. 그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사옵니다. 다만 단 하나, 그들의 명예를 지켜주기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헌데 폐하께서 그것조차 외면하신다면...고려군은 이제 무너질 것이옵니다.

현종: ...그만 가시오.

강감찬: 폐하.

현종: 어서!! (울먹이며) 경을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드오. 경을 설득할 수 없어서 힘들고, 경을 미워할 수 없어서 더 힘드오. ...어서 가시오. 이 일은 불문에 부칠 것이오. 그리 알고 경도 더는 입에 담고 다니지 마시오. 돕진 않더라도, 제발 가로막지는 마시오.[36]

- 정적이 된 총신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현종

2.19. 19회

(현종이 아직 의식불명 상태인 것을 틈타 현종의 뜻을 따르는 재상들을 무력화하고 김은부를 몰아내려는 원정황후와 유진. 그러기 위해서 원정황후가 직접 정전에 들어 김은부를 심문하려 한다. 하지만 국문과 판결은 황제의 권한이기에 유진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상들을 설득하려 나선다.)

최항: 그럴 수는 없습니다! 폐하께서 엄연히 살아계시고 3성과 6부가 모두 건재합니다. 헌데 어찌하여 황후 전하께서 직접 정전에 드신다는 말입니까?

유진: 그래서 이렇게 재상들의 동의를 구하고 계신 것 아니오.

최항: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유진: 영공...

최항: 내사시랑도 이제 그만하십시오. 재상들의 권리를 수호하시겠다던 분이 어찌 황후 전하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시는 겁니까!

유진: 힘을 합쳐 정사를 돌보는 것뿐입니다.

최항: 영공, 왜 이렇게 중심을 잃으셨습니까? 영공은 한 번도 정도를 벗어난 적이 없던 분입니다. 찬동이든 반대든 늘 폐하의 면전에서 당당하게 고하던 분이었습니다!

유진: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습니까? 남색에 빠져 지내시는 혼군을 일깨웠습니까? 전란을 키우기만 하시는 어린 군주를 꺾었습니까? 정직하기만 한 신하가 군주에게는 가장 쉬운 신하입니다. 폐하께서도 이제는 신하들의 무서움을 아셔야 합니다. 신하들과 타협하는 법을 터득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래야 성군의 길로 가실 겁니다.

- 최항을 설득하는 유진
강감찬 처: 뭘 그리 생각하시오?

강감찬: 어머니 생각이 나는구려. 어린 시절 어머님이 내게 해 주신 이야기가 있소. 내가 태어난 날 밤에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커다란 불덩이가 무섭게 곤두박질치더니 한순간에 뜨거운 온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어머님은 늘 내게 말씀하셨소. 넌 장차 큰 사람이 될 거다. 나라를 구하는 큰 인물이 될 거다. 헌데 난 뭐 하나 특출난 게 없었소. 과거 시험도 서른이 넘어서 겨우 합격했지요. 그리고는 줄곧 외방으로만 떠돌았소.

강감찬 처: 그래서 그렇게 모가 났던 거요? 가슴에 품은 꿈은 이만한데 현실은 요만해서요?

강감찬: 부끄럽지만 아마 그랬던 것 같소. 그러다 폐하를 만난 거요. 이 못난 신하에게도 기꺼이 큰일을 맡겨주시는 분을 말이오. 헌데 그런 분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말았소. 그리고 폐하께서는, 그 때문에 지금 사경을 헤매고 계시오. 폐하께서 이대로 승하하신다면...그건 다 내 탓이오. (눈물을 흘리며) 이 못난 신하가 폐하를 죽음으로 내몬 거요....

강감찬 처: (강감찬의 손을 잡으며) 그리 되지 않을 거요. 살아나실 겁니다. 틀림없이 털고 일어나실 거요.

- 강감찬을 위로하는 아내

2.20. 20회

현종: 내가 왜 경을 따로 불렀는지 아시오?

유진: 예...짐작하옵니다.

현종: 그래, 그럼 어디 설명해 보시오. 경은 황후의 손을 잡고 조정을 더럽혔소. 온갖 잔인하고 비열한 방법까지 모두 동원하였소.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이오? 내가 아는 경은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었소. 어서 말해 보시오!

유진: (한숨을 쉬며) 황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옵니다. 황제도 사람이옵니다. 그 완벽하지 못한 존재가 너무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옵니다. 호족의 견제가 사라지면 황제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사옵니다. 그럼 그때부터 백성들은 자신들의 황제가 그저 성군이시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걸 막으려 했던 것이옵니다. 그 목표가 너무도 절실하여 온갖 비열한 수단마저 모두 동원하였사옵니다. 허나, 그마저도 실패하였사옵니다.

(무릎을 꿇는 유진)

유진: 폐하...죽이시옵소서. 살려두신다면 저는 앞으로도 폐하의 앞길을 막을 것이옵니다.

현종: 그만 나가 보시오.

유진: 폐하!

현종: 경을, 계속 내 곁에 두겠소. 허니 앞으로도 나를 끝없이 질책하고 견제하시오. 그리하여 꼭 날 성군으로 만들어 주시오. 단, 이제부터는 정도만을 걸으시오. 그게 경에게 어울리는 길이오.

- 유진의 마음을 알고 그를 용서하는 현종
(원정황후는 현종이 김씨를 궐에 들인 것에 거세게 항의하며 그저 황제의 여인이라는 위세를 원했을 뿐이라 지적한다. 하지만 현종은 김씨를 두둔하며 뜻을 꺾지 않는다.)

원정황후: (간곡하게) 폐하, 이리 하시면 신하들의 반감이 더 커질 것이옵니다. 호족들의 반발도 더 거세어질 것이옵니다! 제가 형부시랑을 몰아내려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옵니다. 더는 폐하께서 외톨이가 되지 않게 하려던 것이옵니다.

현종: 돌아가시라 했소.

원정황후: ...정 그 아이를 거두고 싶으시다면 거두십시오. 첩을 들이시는 건 폐하의 권한이옵니다. 허나 황비로 책봉할 수는 없습니다! 황후나 황비가 될 수 있는 건 황실의 용손 뿐입니다. 그것이 황실의 법도이옵니다.

현종: 나는 황제요. 황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용손이 아니라 나라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오.

원정황후: 폐하!

현종: 황후도 마찬가지였소. 황후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부터는 황후도 이제 황실이 아니라 이 고려를 위하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소! 황후와 나는 이제 가는 길이 달라졌소. 지금 황후가 지키려는 것들은 모두, 내가 깨려는 것들이오.

원정황후: 폐하...

현종: 제발 가시오. 황후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힘겹소. 황후를 더 미워하게 될까봐 너무나 두렵소.

- 황실과 나라의 차이
(김은부는 강민첨에게서 강감찬이 자신을 구제할 방법을 현종에게 진언했음을 알게 된다. 이후 현종 역시 김은부를 따로 불러 이 사실을 밝힌다.)

김은부: 강공이...왜 그리 한 것이옵니까?

현종: 공과 같은 사람이라 그런 거요. 공처럼 이 고려를 위하는 사람이라서요. (강감찬의 서한을 주며) 읽어보시오. 경이 읽어보아야 할 부분도 있소.

김은부: (서한을 읽는다) 폐하, 이건...! 타협이옵니다. 반쪽짜리 개혁이옵니다!

현종: 그래도 한번 고민해 보시오. 학사승지도 한 발 물러나 경과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니, 우리도 한 발 물러나 학사승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하오. 경도, 학사승지도, 내가 보기에는 모두 이 고려를 위하는 사람들이오. 나는 이제 두 사람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소.

- 새로운 개혁안을 제시하는 현종과 강감찬
(어전회의. 주위의 날카로운 시선을 견디다 못한 탁사정은 맏딸 김씨를 쫓아내려는 원정황후를 돕는 조건으로 구제를 청하고, 이에 어전회의에서 맏딸 김씨를 쫓아내자는 상소를 올리지만 예상과 달리 모든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혀 궁지에 몰린다.)

현종: 우간의대부.

탁사정: 예, 폐하.

현종: 이런 소를 올린 이유가 무엇이오? 누구에게 무엇을 약속받았소? 그리 큰 죄를 지어놓고도 경은 왜 속죄하며 살지를 못하시오? 우간의대부, 이제 그만 조정을 떠나시오.

탁사정: (당황하며) 떠나라니요? 소를 올렸다고 신하를 내칠 수는 없사옵니다! 무슨 명분으로 저를 내쫓는단 말이시옵니까?!

현종: 명분?

탁사정: 그렇사옵니다! 저는 죄가 없사옵니다! 지난 전란 동안 지은 죄는 폐하께서 이미 용서해주셨지 않사옵니까!

현종: ...그래. 명분이 필요하면, 내가 드리겠소.

(현종, 옥좌에서 일어선다.)

현종: 우간의대부 탁사정은, 강조가 정변을 일으켜 황제를 시해하는 일에 적극 동조하였소.

탁사정: 폐하! 그건 오래 전에...!

현종: 이건 명백한 반역이니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오!

탁사정: 폐하...!

현종: 하나, 목숨을 끊어 벌하는 것은 죄를 뉘우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니 참형을 내리지는 않겠소. 대신! 죄인 탁사정을 유배에 처하겠소!

탁사정: 폐하!!

(이후 현종은 지채문을 시켜 탁사정을 끌어내라 명하고, 기다렸다는 듯 무자비하게 끌어내는 지채문에게 탁사정은 울부짖으며 퇴장한다.)

- 간신 탁사정을 숙청하는 현종
(금주[37]의 강씨 문중의 종가에서 유력 호족들의 회의가 다시 열린다. 강감찬은 집안 어른의 압력에 회의에는 참가했으나, 점차 회의 내용이 선을 넘는 것에 더는 참지 못하고 반기를 든다.)

강감찬: 그건 반역이옵니다! 고려는 황제국이옵니다. 호족들의 나라가 아니라 황제의 나라이옵니다.

진주 강씨 수장[38]: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잠자코 있지 못하겠나!

강감찬: 제발 어리석은 말씀들 하지 마십시오! 지난 전란에 거란군이 어디까지 남하했는지 아시옵니까? 창화현[39]까지 내려왔사옵니다. 그들이 단 며칠만 더 말을 달렸더라면 여기 계신 분들의 고을까지 모두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옵니다!

강씨 수장: 네 이놈!! 닥치지 못하겠느냐?!

강감찬: 도적은 한 가문의 힘으로 물리칠 수 있어도, 외적은 나라가 없이는 막아낼 수 없는 것이옵니다! 나라가 있어야 가문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 자명한 이치조차 헤아리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제발 이 불충한 논의를 당장 멈추십시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사옵니다. 지금은 온 고려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옵니다!

강씨 수장: 이놈이!!!

강감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어서 멈추십시오!! 이건 반역입니다!!

(장면이 바뀌고, 강감찬은 결국 모든 호족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나와 집안 어른에게 공개 처형당할 위기에 놓인다. 강감찬의 처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수장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안쪽으로 가두라고 지시한다.)

강씨 수장: 네 이놈!! 네놈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느니라! 지금이라도 엎드려 사죄하고 용서를 빌거라. 그럼 네 목숨만은 살려주마. 어서!! 넌 폐하의 신하가 아니라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이니라! 개경의 황제가 아니라, 우리 호족의 일원이란 말이다!!

강감찬: ....전,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강씨 수장: 네 이놈!!!

강감찬: 베십시오!! 허나, 반역에는 동참하지 마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이 삼한벽상공신 가문을 모욕하는 일이옵니다!

(강씨 수장이 칼을 들어 처단하려는 찰나 현종과 친중장군 지채문이 호위 군사들을 이끌고 급습하고 현종이 이 광경을 보면서 회차가 마무리된다.)

- 가문의 역모에 항거하는 충신(忠臣)

2.21. 21회

(강감찬을 죽이려는 호족들을 저지한 현종은 이후 호족들의 수장격 인물인 여호족과 언쟁을 벌인다. 여호족은 더 이상 자신들의 영역과 권리를 침범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현종은 호족들이 백성에게 부리는 횡포를 지적하며 이 땅의 백성들은 모두 고려의 백성이자 황제의 백성이라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한다.)

현종: 더는 긴 말하지 않겠소. 그대들이 아무리 쫓아내도 나는 안무사를 다시 파견할 것이오. 그대들이 보살펴야 하는 백성은 없소. 이 고려의 백성들은 모두 황제의 백성들이오! 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내 손으로 직접 보살필 것이오. 그래도 날 막고 싶다면... (지채문의 칼을 뽑아 여수장의 발아래 던지며) 날 베시오.

강감찬: 폐하!

현종: 날 꺾을 방법은, 날 베는 것 뿐이오.

여수장: (비웃으며) 용기가 가상하시군요. 그럼 저희가 못 할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겨우 기병 몇 기 데려온 황제에게 겁이라도 먹을 거라고 생각하시옵니까?

현종: 아니면 베시오!! 죄 없는 백성들을 동원하여 반역을 꾀할 생각 말고 직접 이 자리에서 날 베시오. (여수장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 어서 하시오. 어서!!

(여수장은 말없이 칼을 집어들고, 이에 호위군과 호족들의 군사들이 전투 태세를 갖추며 분위기가 흉흉해진다. 현종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강감찬과 지채문에게 물러나라고 강하게 명령한 뒤, 직접 여수장의 앞까지 다가가 경고한다.)

현종: 하시오. 어서 베시오. 그리고 그대들이 이 고려를 다스리시오. 천자가 되어 하늘의 뜻을 받들고, 군주가 되어 조정을 이끄시오. 만백성을 어버이처럼 보살피고 국경을 침범하는 외적들을 격퇴하시오! 그대들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면!! 내 기꺼이 내 목숨을 내어줄 것이오.

(현종은 여수장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여수장이 든 칼을 자신의 목에 댄다.)

현종: 어서 하시오. 어서!!!

(여수장은 끝내 칼을 치켜들지만, 현종의 기세에 겁먹은 호족들이 무언으로 만류하자 결국 칼을 던진다.)

- 황제의 권위를 내보이며 호족들을 제압하는 현종
(본격적으로 현종의 친조를 독촉하기 시작한 거란. 당연히 고려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계속 친조를 미룬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번 사신을 파견해서 거란을 달래고 전쟁을 늦춰보려 시도하지만 이미 거란은 고려가 친조를 할 생각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야율융서: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보니 친조를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게로구나. 너희는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고려 사신: 그건 결코 아니옵니다. 저희 성상께서는 반드시 친조를 이행할 것이옵니다. 그 의지가 확고하심을 보이기 위하여 이렇게 다시 사신을 보내신 것이옵니다.

야율융서: 돌아가거라. 가서 너희 왕에게 전하거라. 이제 더는 사신을 보내지 말라 이르거라. 너희는 짐을 기만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 고려에게 최후통첩을 날리는 거란
(원정황후는 유진과의 대화에서, 다음에 보낼 거란의 사신으로 형부시랑 김은부를 천거하라고 요구한다. 이미 거란이 최후 통첩을 날리며 사신을 보내지 말라 한 상황에서 김은부를 보내라는 것은 당연히 의도가 뻔하기 때문에 유진은 곤혹스러워한다.)

유진: 전하, 외적이 침범해오면 안에서의 싸움은 잠시 멈춰야 하는 것이옵니다.

원정황후: 나는 그럴 생각이 없소. 경도 멈춰서는 안 되오. 경도 잘 알겠지만 유력한 호족들이 모두 한발 물러섰소. 안무사를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웠지요. 이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경과 나뿐이오.

(자리에서 일어나는 황후.)

원정황후: 국난조차 정쟁에 이용한다고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소. 우리 고려는 강한 나라요. 이번에도 틀림없이 거란을 물리칠 것이오. 우린 다만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승리를 쟁취하는 것 뿐이오.

유진: 전하...

원정황후: 명심하시오. 외적을 물리친 황제만큼 강한 군주는 없소. 폐하께서 또 한번 전란을 극복하신다면 폐하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소. 그럼 경이 지키고자 하는 재상들의 정치도, 내가 지키고자 하는 황실의 법통도!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오.

- 외적의 침공이 임박해도 정쟁을 끝내지 않으려는 원정황후
김은부: 소신이 가겠사옵니다. 보내주시옵소서. 안무사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사옵니다. 소신은 뜻한 바를 마음껏 펼쳐 보았사옵니다. 이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사옵니다.

현종: 보내지 않겠소.

김은부: 폐하.

현종: 나는 이미 수많은 죄인들을 용서했소.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그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소. 헌데 이제 와서 아무 죄도 없는 충신을 사지로 내몰란 말이오? 그럴 수는 없소.

김은부: 폐하, 이 고려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옵니다. 폐하의 개혁이 빛을 발하고 그것으로 국력의 신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이럴 때 한 사람의 희생으로 전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 하는 것이옵니다.

현종: 경이 간다 하여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소!

김은부: 그래도 시도는 해 보아야 하옵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신하들이 목숨을 내걸고 거란과의 외교에 임해 왔사옵니다. 학사승지도 수없이 사지를 드나들었사옵니다. 고려는 그런 나라이옵니다. 소신도 그 고려의 신하이옵니다. 하니 소신에게도 기회를 주시옵소서.

(현종, 말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가슴을 치며 오열한다.)

현종: 참으로 비통하구려...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오? 왜 고려의 신하들은 이렇게 작은 희망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오...?

김은부: 폐하,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갚아줄 날이 올 것이옵니다. 그러니 그날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소신을 보내주시옵소서. 부탁드리옵니다.

- 스스로 거란에게 보낼 마지막 사신이 되기를 청하는 김은부

2.22. 22회

거란 사신: 우리 황제 폐하께서도 고려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계시옵니다. 상국의 군주로서 제후국의 군주와 백성들을 자애롭게 보살피지 못한 점,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시옵니다. 하나, 전하께서 약속하신 친조가 끝내 이행되지 않았으니 이제 다시 한번 거란의 군사들이 고려를 향해 진격해 올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 전쟁은 거란과의 약조를 어긴 고려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옵니다.

현종: 우리 고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소. 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뿐이오. 그리고 이제 곧 친조를 이행할 것이오.

거란 사신: 이미 늦었사옵니다. 지금 거란의 대군이 압록강을 향해 달려오고 있사옵니다.

현종: 그럼 어서 돌아가서 진격을 멈추라 전하시오. 내 곧 개경을 떠나 거란의 땅으로 향할 것이오.

거란 사신: 고려의 백성들이 저리 길을 막고 있는데 무슨 수로 압록강을 넘으시겠사옵니까? 백성들의 말처럼 그들을 모두 베고 지나가실 작정이시옵니까? 전하, 우리 황제 폐하께서도 제후국과의 잦은 전쟁을 원치 않으시옵니다. 허나! 대국의 황제로서 지켜나가야 할 체통과 대의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옵니다.

현종: 그게 무슨 말이오?

거란 사신: 정 친조를 행하실 상황이 못 되신다면, 다른 것으로라도 우리 거란국의 노여움을 가라앉히시란 말씀이옵니다.

현종: 다른 것이라?

거란 사신: 강동 6주를 내어 놓으십시오.

현종: 뭐요?

거란 사신: 그럼 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황제 폐하께서 이 고려를 위해 제안하시는 것이옵니다. 순순히 강동 6주를 내어주십시오. 그럼 거란의 군사들이 즉시 말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 강동 6주를 요구하는 거란
(위의 거란 사신의 강동 6주 할양 요구 후, 현종은 접대를 겸해 거란의 의중을 떠볼 심산으로 재상들로 하여금 주연을 베풀게 한다. 이후 고려 재상들과 거란 사신단은 주연 자리에서 팽팽한 언쟁을 벌인다.)

거란 사신: 잘 마시겠습니다. 대량원군 전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십시오.

유진: 그래, 알겠소.

채충순: 헌데, 언제까지 우리 고려의 군주를 대량원군 전하라 칭하실 거요? 보위에 오르신 지도 이미 이태(2년)가 지났소. 허니 이제 거란의 황제께서도 마땅히 책봉을 해주셔야 할 것이오.

거란 사신: (웃으면서) 또, 또, 또. 이렇게들 나오시는구만. 고려는 늘 이런 식이오. 거란이 달을 가리키면 고려는 늘 손가락이 잘못되었다고 꼬투리를 잡지요. 책봉을 거론하면서 시간을 끌려는 모양인데 그만들 두시오. 우리는 오로지 강동 6주에 관한 얘기에만 응할 것이오.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무조건 강동 6주를 내어놓으시오.

최사위: (발끈하며) 거란이 무슨 권리로 그 땅을 내어놓으라는 거요!

유진: 최 공.

최사위: 강동 6주는 엄연히 우리 고려의 땅이오. 우리 힘으로 여진을 몰아내고 획득한 땅이란 말이오!

유진: (재차 만류하며) 최 공.

거란 사신: (웃으면서) 허나 정벌의 명분은 분명 거란을 상국으로 예우하는 것이었소. 안 그렇소?

강감찬: 거란이 그렇게 영토의 근원을 따진다면 우리도 하나만 묻겠소. 지금 거란이 차지한 영토 중에 본래 거란의 땅이었던 곳이 얼마나 되오?

거란 사신: 뭐요?

강감찬: 우리가 그 땅의 연원을 하나하나 살피며 모두 내어놓으라고 한다면 거란은 그리 할 것이오?[40]

(당황하는 거란 사신)

유진: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은 이만 합시다.

거란 사신: 그만 하다니요? 그럼 이대로 협상을 접자는 말이오?

유진: 협상은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걸 요구할 때 이루어지는 거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온다면 마주앉아있을 필요가 무엇이 있겠소? 그럼, 마저 드시오.

(유진을 포함한 고려 재상들이 모두 자리를 뜬다.)

- 거란의 요구에 반발하는 고려
(야율융서와 소배압에게 죽을 뻔했다가 송나라 사신과 당항(서하) 사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김은부. 이어 셋이서 자리를 가진다.)

당항 사신: 아무튼,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줄곧 이 고려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소.

김은부: 무슨 얘기를 그리 나누셨습니까?

당항 사신: 그야 물론 지난 전쟁에 대한 얘기지요. 이 고려가 거란의 40만 대군을 물리친 것 말입니다.

송나라 사신: 고려의 분전에 모든 나라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김은부: 그저 사력을 다했을 뿐입니다. 국경을 침범당했으니 맞서 싸우는 수밖에요. 허나 그 덕에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송나라 사신: 거란도 피해가 막심합니다. 군사들도 많이 죽었지만 특히 거란주를 따라갔던 관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죽었지요. 오죽하면 글을 아는 사람은 무조건 관리로 임명한다는 칙령을 내렸겠소?

김은부: 그렇군요...그런데도 거란 사신은 올 때마다 전쟁을 입에 올리고 있소이다.

송나라 사신: 그래 봤자 10만도 되지 않는 병력일 거요. 그리고 공격한다 해도 이번 해는 아니오.

김은부: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송나라 사신: (속삭이듯이) 상경으로 오는 길에 거란군이 이동하는 걸 봤소. 헌데 고려 국경이 아니라 서북 방면으로 진군했소.

김은부: 서북 방면이요?

송나라 사신: 그렇소. 거란의 서북쪽 국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소.

김은부: 그럼 거란은 지금 고려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겁니까?

송나라 사신: 그래, 내가 보기엔 분명히 그렇소.

- 송나라와 당항의 사신에게 거란의 현재 상황을 전해듣는 김은부
(김은부는 자신을 쫓는 거란군에서 도망치지만 결국 붙잡힌다. 이후 소배압과 대면한다.)

소배압: 왜 도망치려 했소?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나 보구려. 하하하.

(김은부는 싸늘한 시선으로 소배압을 노려본다.)

소배압: 왜 그렇게 쳐다보시오? 이게 곧 고려가 해온 일 아니오? 그대로 돌려주는 것 뿐이오.

김은부: 모든 일에는 근원이 있는 법이오. 거란의 침략이 없었다면 우리가 거란을 속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오. 만악의 근원은 거란임을 잊지 마시오.

소배압: 악이라? (크게 웃으며) 범이 토끼를 잡아먹는다고 하여 범을 악이라 칭할 수 있는 겐가?

김은부: ...뭐요?

소배압: 태생에는 선악이 없소. 우린 정복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오. 우린 그 숙명을 따를 뿐이오.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번 협상의 진짜 목표는, 흥화진이오. 고려가 흥화진을 내어준다면 공은 살아서 돌아갈 거요. 그렇지 않으면 공은 이 거란 땅에서 숨을 거둘 거요. 그때까지 편히 쉬시오.

- 거란의 진짜 목표가 흥화진임을 밝히는 소배압
(강동 6주가 아니면 흥화진을 내어놓으라고 요구한 거란 사신단. 이에 고려 조정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진 가운데 현종의 고심은 깊어진다. 이후 어전에서 거란 사신은 현종의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현종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거란의 표문을 바라보기만 한다.)

거란 사신: 전하, 뭘 그리 망설이시옵니까? 지금 거란의 대군이 압록강을 향해 달려오고 있사옵니다. 속히 결단을 내어 주시옵소서! 전하, 어서 그 표문에 옥새를 찍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고려의 백성들에게 평화를 안겨 주시옵소서. 전하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백성을 아끼는 군주가 아니시옵니까? 전하!

(현종은 결국 옥새를 집어들고, 고려의 신하들은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거란 사신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강감찬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폐하..."라고 중얼거린다.)

현종: 양 내관.

양협: 예, 폐하.

현종: (옥새를 치우며) 갖다 놓게. (표문을 집어들며) 그리고 이건...태워버리게.

양협: 예, 폐하!

(거란 사신은 당황하고, 고려 신하들의 반응도 엇갈리는 가운데 현종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종: 거란의 사신은 들으시오. 흥화진은 절대로 내어줄 수 없소. 흥화진은 단지 하나의 성이 아니오. 우리 고려에게 흥화진은 거란의 40만 대군을 물리친 항전의 표상이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우리 고려인의 기상이오!

거란 사신: 전하!!

현종: 흥화진을 내어달란 말은 이 고려를 내어달라는 말이오. 허니 돌아가서 귀국의 황제께 분명히 전하시오. 고려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흥화진은 절대로, 거란의 땅이 되지 않을 거요.

거란 사신: 전하! 지금 거란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그들이 곧 압록강을 넘어 진격해 올 것이옵니다. 정녕 그것이 두렵지 않으시옵니까?!

현종: 두렵소. 이 고려의 군사들이 죽어가고 백성들이 죽어가야 하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소?! 군주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건 군주의 자격이 없는 거요. 허나, 그 두려움에 짓눌려 싸우기도 전에 굴복하진 않을 것이오.허니 어서 가서 전하시오.

흥화진을 갖고 싶으면, 이 고려를 굴복시키라 하시오!

- 거란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현종

2.23. 23회

강감찬: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사옵니다. 폐하께선 옳은 결단을 내리신 것이옵니다.

현종: 그래...허나 마음이 너무나 무겁구려. 이제 나의 결정으로 수많은 고려인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오. 전쟁을 결정하는 건 군주지만, 전장에서 죽어가는 건 백성들이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어야 하는 건 늘 백성들의 몫이오. 난 그들에게 할 말이 없소.

강감찬: 폐하. 언젠가는 이 모든 걸 갚아줄 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옵니다. 적을 완전히 전멸시켜 다시는 이 고려를 침범하지 못하게 할 날이 찾아올 것이옵니다. 그럼 폐하께서는 이 고려의 백성들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주실 겁니다. 백성들에게 진 빚은 그걸로 갚으시옵소서.

현종: 정녕 그런 날이 오겠소?

강감찬: 예 폐하. 틀림없이 올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도 그날을 위해 이 고려를 개혁하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그 개혁의 결실이 지금 고려가 흘리는 피눈물을 모두 닦아낼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 고려를 강성한 제국으로 우뚝 서게 만들 것이옵니다. 허니 그때까진 절대 흔들리지 마시옵소서.

- 훗날을 도모하며 현종을 다독이는 강감찬
(하공진은 거란에 남아있는 발해 유민들의 도움을 받아 김은부를 탈출시키고자 한다. 무사히 김은부를 빼돌린 하공진은 자신의 옷과 마패를 건네주며 김은부를 독려한다.)

하공진: 이걸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이 말들도 가져가십시오. 말이 지치면 바꿔 타십시오.

김은부: 공은, 어쩌려고 그러시오?

하공진: 여기서 추격을 막아보겠습니다.

김은부: 하 공!

하공진: (마패를 쥐어주며) 어서 가시지요. 가서 고려 조정에 모든 걸 알리십시오. 어서요...어서요!

김은부: 그래, 알았소....고맙소!

하공진: 성상 폐하께 인사 전해올려 주십시오. 단 한 순간도 고려의 신하임을 잊은 적이 없다고, 고해 주십시오.

(이후 김은부가 떠나고, 거란의 추격대가 몰려온다. 하공진과 발해 유민들은 칼을 뽑아들고 전투 태세를 갖춘다.)

하공진: 고려를 위해서!!! 가자!!!

- 김은부를 위해 희생하는 하공진
(밤중에 강감찬은 혼자서 그간 거란과의 전쟁 내용을 담은 문서들을 훑어보며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강감찬에게 현종이 찾아와 정말 한결같다며 웃고, 이어 둘이 전쟁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현종: 그래, 경의 생각에는 이번에는 어찌 싸워야 하오?

강감찬: 아무리 생각해도 수성전만으로는 적을 섬멸할 수 없사옵니다. 거란군을 전멸시킬 방법은 대회전 뿐이옵니다. 적이 압록강을 넘자마자 대회전을 치뤄야 하옵니다. 흥화진 벌판이나 귀주 벌판에서 말이옵니다.

현종: 허나 검차가 모두 불에 탔지 않소?

강감찬: 검차는 다시 만들면 되옵니다. 다만 거란 기병의 속도를 제압하려면 우리 고려도 그만한 기병들을 갖추어야 하옵니다. 검차로 앞을 막고 기병들이 뒤를 친다면 적을 완전히 섬멸할 수 있사옵니다.

현종: 그 막강한 거란의 기병들을 우리 고려의 기병으로 섬멸하잔 말이오?

강감찬: 예, 그렇사옵니다. 지금은 아직 이것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작전을 펼쳐봐야 하옵니다. 그래야 적을 전멸시킬 수 있사옵니다.

- 앞으로의 전쟁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현종과 강감찬[41]
(결국 하공진은 중과부적으로 소배압의 군사에게 사로잡혀 야율융서의 앞까지 끌려온다. 그러나 야율융서는 하공진을 높이 사며 그에게 아량을 베풀려 한다.)

야율융서: 일어나거라. 남경으로 돌아가거라. 그곳에서 여생을 편히 지내거라. 난 너의 그 용맹함이 마음에 든다. 죽음을 무릅쓰고 표문을 가져왔던 그 담대함도, 고려 사신을 탈출시킨 그 용기도, 모두 마음에 든다.

하공진: 폐하...

야율융서: 네가 고려를 잊지 못하는 것도 탓할 생각은 없다. 허나, 이제부턴 진심으로 짐의 신하로 살거라. 알겠느냐? (하공진이 침묵하자) ....알겠느냐?

하공진: 폐하, 전 고려의 신하이옵니다. 폐하의 은혜는 제 가슴 한켠에 따로 새기겠사옵니다. 허나 제 마음 속엔 오직 고려 뿐이옵니다.

야율융서: ....너희들은 왜 이리 굴복을 할 줄 모르느냐? 왜 자비를 베풀어도 받아들일 줄을 모르느냐?! 말해 보거라,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냐?! 어서!!!

(하공진은 껄껄 웃으면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 이에 호위병들이 모두 칼을 겨누지만 하공진은 개의치 않고 말을 잇는다.)

하공진: 폐하. 정복자의 자비는 위선일 뿐이옵니다. 침략이란 악행을 덮으려는 기만술이옵니다!

야율융서: (자리를 박차며) 뭐?!

하공진: 돈 안 되는 늙은이들은 때려 죽이고 갓난아기는 우물에 던지는 게 거란이옵니다. 그런 악행이, 어찌 저 같은 사람 하나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감춰지겠사옵니까? 전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짐승의 신하가 될 수 없사옵니다!

(결국 분노가 폭발한 야율융서. 이에 하공진은 바깥에 끌려나와 형틀에 사지가 묶인다.)

거란 신하: 저놈의 배를 갈라라! 간을 꺼내서 폐하께 올릴 것이다!

하공진: 나는...고려인이다...! 고, 려인...이다아아아아!!

- 하공진의 최후
유방: 이 흥화진을 볼 때마다 염윤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항복하자는 말들이 많았지요. 헌데 염윤이 홀로 반대하며 적진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담판을 짓고 돌아왔지요. 거란을 상국으로 섬기는 대신 이 강동 6주를 고려가 정복하겠다고 말입니다.

강감찬: 예, 정말 훌륭한 담판이었습니다. 이 땅이 없었으면 고려를 지켜내는 게 더 힘들었을 겁니다.

유방: 내가 볼 땐 공도 염윤 못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지난 전란 동안 많은 걸 해내셨지 않습니까?

강감찬: 잠시 적을 교란했던 것뿐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이룬 건 없습니다. 전쟁은 협상만으로는 종결시킬 수가 없습니다. 결국은 전투에서 승리해야 끝나는 겁니다.

- 서희를 칭송하며 대화를 나누는 유방과 강감찬

2.24. 24회

2.25. 25회

2.26. 26회

2.27. 27회

2.28. 28회

현종: 경들도 알겠지만 태후께서 날 낳으시다 숨을 거두셨소. 나는 태어나면서 한 생명을 빼앗았소. 그것이 나에게는 일생을 짊어져야 할 명에였소.

그래서 난 보위에 오르면서 다짐했소. 그 어떤 죄인에게도 참형을 내리지 않고 이 나라를 다스려가겠다고 말이오. 허나 이제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소. 세상에는 절대로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되는 죄인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내 안의 연민에만 갇혀 있어서는 황제의 책무를 완성할 수 없소. 나는 이제 이 고려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칼을 드는 강인한 군주가 될 것이오.

(현종의 갑작스런 말에 최질을 비롯한 반란군은 모두 이상을 감지한다. 이후 현종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술잔을 바닥에 내리쳐 깨뜨린다.)

현종: 황제의 군사들은 들으라! 저 역도들을 모두 처단하라!!!

- 역도들을 모두 처단하는 현종

2.29. 29회

(연회장의 최질 일당이 모두 주살된 후, 뒤늦게 박진이 활을 들고 나타나 난동을 피운다.)

현종: 활을 내려라! 이제 다 끝났다!

박진: 난 아직 안 끝났소!! (오열하며) 폐하가 내 아들을 죽였소...하나 남은 놈까지 폐하 때문에 죽었소...!! 내가 이제, 폐하를 지옥으로 보낼 것이오. 내 아들놈이 그곳에서...폐하를 반겨줄 것이오...!!

(결국 활을 쏘지만 빗나가고, 이어 박진은 지채문의 칼에 맞아 사망한다.)

- 타락한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
거란 사신[42]: 전하, 왜 이리 지체하고 계시옵니까? 어서 압록강으로 향하시지요. 친조를 이행하기로 하셨지 않사옵니까.

현종: 난 그런 적 없다.[43]

거란 사신: 그런 적이 없다니요? 고려의 신하들이 분명 그리 약속했사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대체 그 신하들은 다 어디 갔사옵니까?

현종: 그 역적들은, 나의 명으로 모두 척살되었다.

거란 사신: (적잖이 놀라며) 척살이라니요? 그들은 양국간의 전쟁을 막으려던 충신들이옵니다! 전하께서 이렇게 충신과 간신조차 구분하지 못하시니 이 고려 땅에! 정변이 끊이질 않는 것이옵니다.

(강감찬을 비롯한 대신들이 사신을 노려보고, 현종 또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신을 싸늘하게 노려본다.)

현종: 너희 거란에서는 군주를 팔아먹는 신하를 충신이라 부르느냐?

거란 사신: 전하...!!

현종: 지금 누굴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너는 타국의 군주 앞에서 지켜야 할 예조차 모르느냐? 거란에는 너 같이 예법조차 모르는 자들만 있는 것이냐? 그래서 너 같은 자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이냐?!

거란 사신: (당황하며) 전하...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현종: 듣기 싫다!! 이제 너희 거란하고는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을 것이다.

거란 사신: 전하!!

현종: 너흰 고려의 군주를 제쳐놓고 역적과의 밀약에만 매달렸다. 너희가 이런 식으로 고려를 상대한다면, 이제 너희와의 외교는...필요 없다.

거란 사신: 전하...!!

현종: 이 자를 개경으로 압송하시오. 거란의 사신을 억류하겠소! (순간 강감찬과 신료들이 현종을 바라보면서 놀라는 장면이 지나간다.) 너는 이제 이 고려 땅에 남아 그간 거란의 사신들이 범한 수많은 무례에 대하여 책임지게 될 것이다.

거란 사신: (경악하며) 전하!!!

현종: 어서 압송하시오!!

(이후 지채문과 친위군들이 거란의 사신 일행을 모두 끌고 나간다.)

- 거란 사신의 무례한 태도에 분노하며 단교를 선언하는 현종
(야율융서, 도통으로 출정하는 소배압에게 친히 어검을 하사한다.)

야율융서: 경이, 이 전쟁을 끝내시오. 경이! 고려를 정복하시오.

소배압: 예, 폐하!

야율융서: 우피실군[44]을 모두 데려가시오. 나머지도 최정예 군사들로만 모두 채우시오. 그들을 데리고 이 전쟁을, 끝내시오.

소배압: 예, 폐하. 고려를 반드시 정복하겠사옵니다!

- 제3차 여요전쟁의 서막 - 거란의 결의
(현종, 상원수로 출정하는 강감찬에게 친히 부월을 하사한다.)

현종: 이 부월이, 내가 출정하는 장수에게 전하는 마지막 부월이 되게 하시오. 부디 승리의 소식을 전해주시오. 경이 전하는 승전보로 만백성의 원한을 풀어줄 것이오. 경이 내려주는 승리의 핏줄기로 온 강토의 피눈물을 씻어낼 것이오.[45] 허니, 부디 승리하시오. 경이 이 전쟁을 끝내시오.

강감찬: 예, 폐하...!!

- 제3차 여요전쟁의 서막 - 고려의 결의
전장은 지옥이다! 아비규환이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명에 파묻혀 장수들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너희가 믿을 것은 오로지 너희들 옆사람이다. 그들과 손을 맞추고 발을 맞추어라!!

(군사들이 다 함께 발을 구른다)

숨소리도 맞추어서 한몸이 되어야 한다!!

(군사들이 다 함께 방패를 내리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알겠는가!!

("예, 상원수!!"라는 군사들의 힘찬 외침)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낼 것이다!!

- 군사들을 다독이는 상원수 강감찬
소배압: 모두들 각오해라! 상대는 고려다. 우리 거란이 다섯 번을 공격하고도 정복하지 못한 나라다! 절대로 얕보지 마라, 그들은 우리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제압하기 힘든 상대다. 알겠느냐!! (장수들이 "예!" 라고 외치며 대답한다) 그래, 그럼 나가서 군사들을 집결시켜라. 이제 출정한다!!

(이후 장수들이 떠나고, 소배압이 따로 보낸 장수 한 명이 들어온다.)

소배압: 그래, 알아보았는가?

거란 장수: 예 도통. 고려군의 수장은 강감찬이라 하옵니다!

소배압: 뭐? 강감찬...?

거란 장수: 예 도통. 그자가 지금 고려군의 상원수라 하옵니다.

소배압: 하하하하...!! 인연이구나, 인연.

(중략)

거란 장수: 그자가 20만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있다 하옵니다. 우리 거란보다 두 배는 많은 숫자이옵니다.

소배압: 많을수록 좋다. 군사가 많으면 움직임만 둔해질 뿐이다.

거란 장수: 허나 결국은 그들을 격파해야 전쟁이 끝날 수 있는 것 아니옵니까?

소배압: (고개를 저으며) 격파할 필요 없다. 난 고려군을 격파하러 온 게 아니라 오로지 단 한 사람을 잡으러 온 것이다.

거란 장수: 그럼...?

소배압: 그래. 바로 고려 국왕이다.

- 강감찬과의 악연을 상기하는 소배압과 거란군의 대전략

2.30. 30회

고려는 늪이다. 한 번이라도 말을 멈추면 그 순간부터 우리를 끝없는 진창 속으로 끌어당긴다. 절대로 말을 멈추지 마라. 불을 지피지도 밥을 지어먹지도 않을 것이다. 건포를 씹어먹으며 계속 달려갈 것이다.

- 고려에 대해 평가하는 소배압
유진: 영공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우리가 이길 것 같소?

최항: 저는 솔직히 불안합니다. 거란군을 상대로 대회전을 치르다니요. 지금이라도 작전을 바꿔야 합니다.

유진: 폐하께서 이미 윤허하신 걸 어쩌겠소. 어찌 됐든 이게 우리의 마지막 전쟁이 되겠구려. 승리하든 패하든 말이오.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뒤로는 줄곧 전쟁이었소. 이제는 끝을 낼 때가 됐습니다.

최항: 승리로 끝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패배로 끝난다면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치욕이 시작되는 겁니다.

유진: 상원수를 믿어봅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겁니다.

- 대신들의 걱정과 믿음
(삼교천에서 거란의 허를 찔러 한번 격파한 고려군. 그러나 소배압은 추가적인 회전을 피하고 현종을 노려 미친듯이 남진하기 시작한다. 당황한 강감찬은 급히 거란을 추격하며 개경에 이 사실을 알리고 대피할 것을 청한다. 이에 신하들도 모두 동의하여 현종을 설득하려 한다.)

현종: 그럼 이 전쟁은 어찌 되는 것이오? 나와 백성들이 개경을 비우고 달아나면 개경은 이제 거란군의 차지가 될 것이오.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개경의 나성은 이제 적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 것이오. 고려 영토 한복판에 이렇듯 든든한 요새를 얻었으니 거란군은 이제 두려울 게 없소. 필요하면 언제든지 성문을 열고 나가 경기 땅을 약탈하여 배를 채울 것이오! 그렇게 다시 한번 이 강토를 짓밟다가 홀연히 철군하면 되는 것이오.

유진: 폐하, 상원수가 반드시 적의 퇴로를 막고 그들을 섬멸할 것이옵니다.

현종: 어떻게 말이오? 싸움을 피하고 달아나기만 하는 적을 어찌 붙잡는단 말이오. 지금도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 않소? (침묵하는 대신들) 여기서 전쟁을 끝내야 하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요. 고려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아니 되오. 난 개경을 지킬 것이오.

유진: 폐하...!

현종: 상원수가 고려의 본군을 이끌고 개경으로 오고 있소. 그가 당도할 때까지만 개경을 지켜낼 수 있다면 적은 숨을 곳 하나 없는 벌판에서 고려의 본군을 상대해야 하오. 지친 말과 군사들을 이끌고 자신들보다 두 배나 많은 고려군을 상대해야 하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이오. 상원수에게 적을 전멸시킬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오.

유방: 폐하. 폐하의 말씀이 백번 옳사옵니다. 허나 개경에는 군사들이 없사옵니다.

현종: 대신 수많은 백성들이 있소. 공성전은 언제나 공격하는 쪽이 불리한 법이오. 백성들이 날 도와준다면 틀림없이 이 개경을 지킬 수 있소. 그리고 단 며칠만 이 개경을 지켜낼 수 있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소.

최사위: 폐하, 백성들에게 기대시면 아니 되옵니다. 백성들은 지금 오랜 전란에 지쳐 있사옵니다. 그리고 거란군에 대한 두려움 속에 갇혀 있사옵니다.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옵니다.

채충순: 그렇사옵니다 폐하. 거란군이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앞을 다투어 개경을 떠날 것이옵니다.

현종: 아니오. 그들이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내가 친조를 한다는 소식에 그렇게 울부짖지도 않았을 것이오. 전쟁을 멈출 기회인 줄 알면서도 내 앞을 가로막았던 것은 백성들도 단지 살아남기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오. 백성들도 분명히 승리를 갈망하오. 두려움의 반대편은 분노가 도사리고 있소. 도망치고 싶은 마음 한쪽에는 싸워서 물리치고 싶은 기백이 있소!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가슴을 옥죄고 있는 이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는 단 하루라도 평화의 광명 속에 살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 있소!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오. 그들 손으로 적을 전멸시키고 평화를 쟁취할 기회를 반드시 줄 것이오. 전투를 준비하시오. 난 백성들과 함께 싸우겠소.

-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는 현종
개경의 백성들은 들으라. 적이 고려군에게 쫓겨 개경으로 몰려오고 있다. 허나 우리가 힘을 합쳐 개경을 지켜낸다면 용맹한 고려군은 반드시 적을 전멸시킬 것이다.

짐이 간절한 마음으로 명하노니, 나와 함께 싸워 승리를 쟁취하라. 성 밖의 백성들도 청야에 따르라. 식솔들을 이끌고 성 안으로 들어와 힘을 보태도록 하라. 그대들의 힘이 없으면 개경을 사수할 수 없노라. 그대들의 용기가 없으면 이 전쟁을 끝낼 수가 없노라. 허니, 나의 손을 잡고 함께 싸워다오. 이 황제가 엎드려 청하노라.

- 백성들에 대한 군주의 호소[46]
현종: 어찌 될 것 같소?

원성황후: 저도 모르겠사옵니다. 분노가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런지, 승리를 갈망하는 마음이 살고 싶은 욕망을 누를 수 있을런지, 확신이 서지 않사옵니다.

(원성황후, 현종의 손을 잡는다.)

원성황후: 그래도 백성들이 폐하를 따른다면, 그건 아마 폐하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이제껏 걸어오신 길이 백성들에게도 전란의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 현종을 다독이는 원성황후
소배압: 그럼 오늘 밤은 모두 푹 쉬어라. 내일 낮의 정찰이 끝나면 밤에 공격을 개시한다.

거란 장수들: 예, 도통!!

(장수들이 모두 자리를 뜬다.)

소배압: 강감찬, 이번엔 네가 졌다.

강감찬: 폐하!!!

- 거란과 고려의 희비 교차

2.31. 31회

(소배압이 보낸 척후병 삼백을 무사히 격파한 고려 조정. 하지만 여전히 시간을 벌었을 뿐 소배압의 공격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에 현종은 거란군이 공격하지 못하게끔 대군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자신의 계책을 말한다.)

최항: 폐하, 그건 아니옵니다! 지금 거란군을 이끄는 자는 백전노장입니다. 그렇게 쉽게 속지 않을 것이옵니다.

채충순: 소신도 이건 위험한 도박인 것 같사옵니다. 잘못하면 폐하의 목숨이 위험하옵니다.

현종: 위험한 건 나도 아오. 허나 이대로 있으면 백성들의 죽음을 피할 길이 없소. 한번 해봅시다. 우리의 목숨을 내걸고 적군을 속여봅시다.

(침묵하는 신하들)

유진: ...예, 한번 해 보시지요. 이 일의 성패는 소배압 그자의 마음에 달려 있사옵니다. 그자가 이 고려를 어찌 생각하느냐가 관건이옵니다. 그자의 마음 속에 이 고려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하면 성공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실패할 것이옵니다.

현종: 틀림없이 두려워할 것이오.

유진: 정말 그리 확신하시옵니까?

현종: 그자는 우리 고려를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오.

- 현종의 계책
(개경에서 철수하며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거란군. 이에 강감찬은 소배압에게 서신을 한 통 전한다.)

강감찬: 이제 끝냅시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지옥이오. 죽음의 공포와 마주서는 것은 거란의 군사들에게나 고려의 군사들에게나 똑같이 고통스러운 일이오. 우리가 여기서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이 지옥이 끝없이 이어질 거요. 공과 나, 우리 두 늙은이가 이 전쟁을 마무리합시다. 거란이 승리할지 고려가 승리할지는 하늘이 정하실 거요. 고려군의 상원수 강감찬이 거란군의 도통 소배압 공에게 전하오.

소배압: (서신을 다 읽고) 밖에 있는가?

거란 장수: 예, 도통.

소배압: 고려의 중갑기병은 어디에 있느냐?

거란 장수: 전혀 보이지 않사옵니다.

소배압: 전투를 준비해라. 날이 밝는 대로 공격을 개시한다.

거란 장수: 도통!

소배압: 적의 중갑기병이 없을 때 고려군을 섬멸한다. 강감찬의 목을 베어 폐하께 바칠 것이다.

- 귀주 벌판에서 결전을 각오하는 강감찬과 소배압

2.32. 32회

(개경 궁궐 정전에 갑주 차림의 급사중 황보유의와 전령이 급하게 뛰어온다. 모든 대신들의 시선이 황보유의를 향하고 전투 소식을 기다리다가 그를 바라본 현종이 옥좌에서 일어서 급하게 내려오면서 황보유의에게 말한다.)

황보유의: 폐하...

현종: 그래. 어찌 되었는가...?

황보유의: 이겼사옵니다. 대승이옵니다!! (현종과 신료들 모두 놀란다.) 적군 10만 중에 불과 수천만 살아서 도망쳤고 나머지는 모두 전멸시켰사옵니다!

(모두가 놀라지만 이내 조정은 일제히 환호의 도가니를 이룬다. 현종 역시 유진부터 최사위까지 신하들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자 모든 대신들이 현종을 둘러싸고 무릎을 꿇고 엎드리면서 현종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귀주 대첩의 승전보를 전해듣는 현종과 고려 조정
(궁궐 내 장인들이 금을 녹여 꽃과 가지를 만들고 있다. 이어 개경 외곽에서 당당히 개선해서 돌아오는 강감찬과 고려 장수들을 현종과 황실 식구들, 대신들과 백성들이 맞이했고, 현종은 친히 만든 '금화(金花)'를 강감찬에게 꽂아주며 말한다.)

현종: 받으시오. (강감찬과 장수들이 모두 무릎을 꿇자) 아니오, 일어나시오. (강감찬과 장수들이 다시 일어난다) 이 꽃이 아무리 반짝인다 해도 경이 이룩한 승리보다는 아름답지 못할 거요. 천년이 지나도 경이 전한 승전보가 이 고려 땅에 계속해서 울려퍼질 것이오. 받으시오.

(강감찬이 허리를 숙이자 현종은 그의 머리에 직접 '금화'를 꽂아주고 강감찬의 왼손을 잡는다.)

현종: 고맙소. 경이 이 고려를 구했소.

강감찬: (감격하며) 폐하....

(이후 현종이 강감찬을 잡은 채 돌려서 그의 손을 들어 치하하고, 백성들과 장수들이 모두 만세를 외친다. 현종과 함께 강감찬을 맞이했던 대신들도 환하게 웃고 연경궁주 김씨(후에 원성황후)는 미소를 짓는다. 이후 들었던 손을 내려놓으며 현종은 말한다.)

현종: 개경의 백성들이 기다리고 있소. 군사들과 함께 개경으로 들어가시오. 난 조금 뒤에 들어가겠소.

강감찬: 아니옵니다. 폐하께서 앞장스셔야 하옵니다. 이건 폐하의 승리이옵니다.

현종: 아니오. 어서 들어가시오. 명령이오.

강감찬: 폐하...

(이후 개경에 입성한 강감찬과 장수들은 개경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 개선한다.)

- 현종의 감사와 강감찬의 개선식
(비참하게 퇴각해 상경까지 돌아온 소배압. 어전에 홀로 꿇어앉아 야율융서의 처분을 기다린다. 이윽고 야율융서가 분기탱천한 채 들어와 옆의 도끼를 잡아채고 앞까지 온다.)

야율융서: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야율융서, 눈을 질끈 감고 거친 호흡을 반복하다 이내 도끼를 떨어뜨린다.)

야율융서: ....고생했소.

소배압: 폐하...!

야율융서: 가서 쉬시오.

(야율융서는 허탈하게 자리를 뜨고, 소배압은 그 자리에서 통곡한다.)

- 야율융서의 분노와 소배압의 통곡
(현종은 강감찬에게 협공을 제안하는 송 황제의 친서를 보여주고 의논을 시작한다.)

강감찬: 거란의 황제가 성상 폐하를 고려의 군주로 책봉하면 거란은 이제 고려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옵니다. 다시는 고려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지요.

현종: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자는 것이오?

강감찬: 그렇사옵니다.

현종: 허나 거란 같은 강대국은 언제든지 그 약속을 깰 위험이 있소. 전쟁의 명분이라는 건 어떻게든 구하면 되는 것이오.

강감찬: 물론이옵니다. 허나 그 상대가 침략을 격퇴할 힘을 가졌다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우리 고려는 그 힘을 충분히 보여주었사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이제 거란에게도 위협이 되옵니다.

(이후 고려는 억류했던 거란 사신을 돌려보내고 화의와 책봉을 요청한다. 야율융서와 소배압[47]은 부글부글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야율융서: ...고려 국왕의 책봉을 약속하노라. 그리고 고려 국왕이 짐에게 범한 모든 죄를...용서하노라.

고려 사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야율융서: 그리고 거란의 사신을 돌려보낸 것도 높이 치하하노라.

고려 사신: 감사하옵니다.

야율융서: 어서 가거라.

고려 사신: 예 폐하. 그럼 물러가겠사옵니다. 강녕하시옵소서.

- 기나긴 전쟁을 마무리짓는 고려와 거란
(위의 화친이 맺어진 이후 현종은 대신들 앞에서 연설한다.)

현종: 전쟁이 일어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오. 그러나 승전보다 더 값진 일은 전쟁을 미리 막아내는 일이오. 송이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혹은 거란이 손을 내밀어도 우리는 절대로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오. 그렇다고 해서 송과 거란을 모두 끊어내고 고립되지도 않을 것이오. 모두와 교류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을 것이오. 힘을 바탕으로 한 엄정한 중립! 그것이 우리 고려가 두 대국 사이에서 평화를 지켜나가는 길이오.

우리 고려는 마침내 거란의 10만 대군을 전멸시켰소. 온 천하에 우리 고려의 저력을 보여주었소. 우리는 이제 그것을 발판으로 하여 주변국과의 외교를 주도해 나갈 것이오. 우리가 먼저 판을 짜고 우리가 먼저 제안하여 우리의 의도대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오. 그리하여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마련한 평화의 기틀을 반드시 수호해 나갈 것이오.

평화는 승리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소. 그리고 그 평화는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지켜야만 유지될 수 있소. 부디 그걸 잊지 마시오.

- 고려가 나아가야 할 길
(시간이 흐르고[48], 아무도 없는 빈 정전에서 강감찬은 현종에게 재차 사직을 청하지만 현종은 여전히 머뭇거린다.)

현종: 나는 아직 경이 필요하오. 우리 고려는 이제 겨우 전쟁을 벗어났을 뿐이오. 이제부터는 번영을 이룩해 나가야 하오.

강감찬: 소신이 없어도 그리 될 것이옵니다. 우리 고려는 거란을 물리쳤사옵니다. 그 승리의 기억이 온 고려인의 가슴에 새겨졌사옵니다. 그 항전의 기상이 온 고려 강토에 스며 있사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것이옵니다... 이제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부탁이옵니다.

(안타깝게 강감찬을 바라보던 현종이 고뇌하다 힘든 표정으로 말한다.)

현종: ....그래, 윤허하오.

(강감찬이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숙였고, 현종은 옥좌에서 내려와 강감찬과 마주보면서 그의 손을 잡는다.)

현종: 따뜻하구려...어린 시절 잡았었던 아버님의 손 같소. 경을 잊지 않겠소.

강감찬: 저도...폐하를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현종: 살펴 가시오.

강감찬: 예, 폐하...

(서로 울먹거린 채 대화하던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놓고 강감찬은 현종에게 인사를 한 이후 고개를 속이면서 정전을 나서고 현종은 강감찬이 나간 쪽을 보면서 목례를 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정전에서 현종이 주위 내관들이 연 문 쪽으로 걸어가 바깥을 잠시 보다가 돌아서면서 여러 환영들[49]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옥좌에 오르면서 다시 빈 정전을 돌아보는 장면으로 회차가 마무리된다.)

- 성군과 명신의 이별
(방금 전 위의 마지막 장면 이후 엔딩 때의 배경과 함게 아래 문구들이 나오면서 드라마가 막을 내린다.)

황실의 사통으로 태어난 사생아.
정변의 소용돌이 속에 즉위한 열여덟의 어린 황제.

하지만 왕순은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고
당대 최고의 군사 대국 거란의 침입을 격퇴하며
고려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했다.

고려의 중립적이고 실리적인 외교는
이후 150년간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지렛대의 역할을 했다.[50]

그렇게 평화의 반석을 마련한 왕순은,
서기 1031년 5월, 4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해 6월, 거란의 황제 야율융서가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해 8월,
강감찬이 8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 에필로그

[1] 이 드라마의 프롤로그로 1019년 귀주 벌판에서 소배압의 10만 대군에 맞서 상원수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이 싸우고 있다. 검차로 방어진을 구축한 고려군이었지만, 물밀듯이 오는 거란군의 보병으로 인해 1차 방어진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이고 본진이 있던 2차 방어진도 두려움에 떤 병사들이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에 원수 겸 대장군은 강민첨은 탈영하려는 병사들을 참해야 한다고 간언하지만, 오히려 강감찬은 말에서 내려 두려움으로 인해 당황한 병사들 사이를 지나 검차를 잡으면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2] 이전에는 소태후의 내연남으로 유명한 '한덕양'이라고 적혔지만, 자막에 언급이 없어서 '대신'으로 추정한다. 여담으로 한덕양은 똑같은 내연남이지만 오만방자하게 태후를 핍박하는 김치양과 달리, 평범한 관복 차림으로, 진심으로 노년의 태후를 걱정하는 늙은 남편처럼 묘사된다. 실제로 성종은 한덕양에게 야율씨 성을 하사하고, 왕위를 내리며, 황자에게 그의 제사를 잇도록 하는 등 계부 이상의 파격적인 은전을 베풀었다.[3] 요성종 치세에서 소태후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친정'에서 政과 征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장면 바로 뒤에서 고려 재상들의 회의에서도 거란 태후가 병이 들어 섭정을 거둘 것이고, 이제는 거란 황제의 시대라는 발언이 나온다.[4] 한족 신하가 명분을 강조하며 전쟁을 반대하자, 거란족 신하에게 임무를 맡기는 모습이다. 군주의 의지를 보다 잘 이해한 이는 거란족인 것. 물론 한덕양은 관료제적인 평화만을 선호하는 유약한 신하가 아니라, 송과의 전쟁에서 용감하게 나선 명장이었다. 그리고 소배압 역시 재상과 행정가로서도 능력을 보인 유능한 관리였다.[5] 이건 실제로 양규가 통주전투 패배 직후 항복을 권하는 거란측 사신에게 '나는 왕명을 받고 왔지, 강조의 명을 받은 적 없다.'고 거절한 일화에서 따온 대사로 보인다.[6] 이 직후 현종이 정전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면서 도망치려는 듯 뒷걸음질 하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1화부터 극의 대부분을 도망다니느라 바쁠 현종의 순탄치 못한 앞날이 암시된다.[7] 이것이야말로 강조가 목종을 폐위하고 반란을 일으켰던 이유였다. 강조라는 인물 자체의 모순성을 드러내는 부분.[8] 군주가 직접 국사를 살피도록 격려하는 강감찬과 초보 군주인 현종의 무지를 무시하는 강조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 이 대사를 하고 나서 강조에게 협박당한 직후 첫번째 표문을 살펴보지도 않았던 현종은 직접 표문을 읽는다. 화면 연출의 측면에서도 같은 장소임에도 강조와 대면할 때는 한밤중에 어둡고 긴장되게 그려지는 반면, 강감찬과의 만남은 날이 밝을 때 온화하게 묘사된다.[9] 훗날 윤관이 여진 정벌에서 범한 실책과 유사하다. 현종의 외교적인 통찰력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살생을 미워하는 승려 시절의 모습이 미숙하게 남아있다 할 수 있다. 이전부터 고려-여진 관계가 서로 배신을 반복하는 긴장의 연속이었고, 하공진 등의 동북면 장수들이 전쟁에서 세우는 공로를 생각하면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10] 원인을 제공한 강조에게 당당히 일침을 하여 애민정신을 보이는 한편으로, 아직 미성숙한 외교적 통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거란이 사실을 알게 되어 전쟁의 명분을 갖춘 이상 강조에 대한 분노와는 별개로 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었기 때문에, 동원령을 내리고 침략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 5화 예고에서 강조를 죽이면 거란이 침공해오지 않을것이라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 시점의 현종이 아직 국가간의 외교관계나 군사부문에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11] 시작부터 현종을 고려 국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12] 거란의 명분 역시 진실을 감추는 것이다.[13] 그동안 강감찬과 함께 강조를 면전에서 비난한 인물이 최항이었다. 그러한 그가 전쟁을 막기 위해 외교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14] 이 시점에서 고려 재상단은 명분론을 제기하는 대신, 전쟁을 벌이면 거란도 입게 될 실질적인 피해를 거론하며 설득하기로 전략을 바꾼다.[15] 비웃는 모습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한기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원 체제이자 연합 국가인 거란에게 신의를 잃는 건 분명히 치명적인 일이기 때문.[16] 한국 사극에서 몇 안 되는 외교 회담 장면이다. 전쟁을 이미 벌이기로 결심한 강국과 그를 알면서도 어떻게든 끝까지 대응하려는 소국의 모습이 드러난다.[17] 상국인 거란의 황제 야율융서를 폐하도 아니고 그냥[18] 현종이 처음으로 한기, 더 나아가 거란에게 위축되지 않고 위엄을 보이는 장면이다.[19] 4화에서 "동원령을 내리겠사옵니다!"라고 하면서 현종의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동원령을 내리려는 의사를 내보였던 것과는 달리, 현종의 앞에서 직접 거란의 본심을 드러내 보인 다음 현종에게 직접 동원령을 내려줄 것을 간청한다.[20] 아직 주요한 국경 요새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 군주의 면모가 나타난다.[21] 그리고 양규의 최후를 생각하면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일 것이다.[22] 여전히 중앙의 조정을 대놓고 경멸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유력하지만, 힘을 점점 잃어가는 호족의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요전쟁 당시 조정은 호족들이 동원하는 병력에 의존해야 했지만, 반대로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 손실은 호족들이 힘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이들에게 개경의 승전은 오늘날 사람들이 보듯이 영광스러운 게 아니라, 그 뒷장면에서 징병으로 눈물을 흘리는 민초의 모습에서 나오듯, 슬프고 가증스러운 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감찬의 조력자로 선역에 해당하는 김종현도, 이 장면에서는 고압적으로 중앙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다.[23] 다만 김종현이 박진에게 한결 고압적이고 뚱하게 나온 이유가 있는데 박진이 이전 김치양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고 또 그 장면을 그가 직접 봤기 때문[24] 이는 직접 발언하지 않고 현종의 나레이션 형식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대사가 지나갈 무렵, 슬로우 모션으로 어전을 향해 가는 강감찬의 절규 어린 표정을 연출했다.[25] 소배압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 이대로 전쟁을 지속한다면 거란도 승산이 없으니 어떻게든 철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소배압의 입장에서는 철군을 위해 상대의 블러핑도 허용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어차피 고려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실제로 지키지도 않았고) 이는 후일 재침공을 위한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26] 작중 소배압이 처음으로 야율융서와의 대화에서 언성을 높인 장면이다. 물론 그의 충심은 변함이 없지만, 이전에도 강감찬과의 밀담이나 고문받는 강감찬을 숨기는 등 조금씩 개인행동을 하는 것에서도 보이듯이, 계속되는 상관과 부하의 근시안적인 행동과 강압에 소배압의 인내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준다.[27] 이 직전의 상황은 양규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거란주에게 화살을 쏘았으나(깍지도 보호 부분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고리만 간신히 남아 거의 맨손인 상태에 직전에 오른팔을 찔려 관통상을 입어서 힘이 달려 손을 물어당겨서 간신히 쏜 상황이다) 힘이 부족해 앞쪽에 떨어졌고 대략 열 보 정도는 더 가야 약간의 피해라도 줄 수 있는 상황이다.[28] 배우 지승현이 밝힌 바로는 여기서 김숙흥을 곁눈질하는 것이 "숙흥아, 형이 여섯 걸음만 더 가면 거란 놈들을 죽일 수 있어"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출처[29] 여기서부터는 화살에 맞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대신 화살 소리와 양규의 신음소리, 클로즈업된 양규의 얼굴만을 비추며 간접 연출한다.[30] 김숙흥의 죽음 장면은 직접 묘사되지는 않고, 대신 어느새 양규의 곁까지 갔다가 똑같이 고슴도치가 된 채로 서서 죽은 모습이 비춰진다.[31] 이 부분은 후일 김숙흥 무편집본에 올라 온 대사로 죽기 직전 마지막에 읊조린 것으로 보인다.무편집본[32] 배역명 없이 써 있는 대사는 전부 양규의 대사다[33] 이 직전의 상황을 정리하면, 흥화진에서 거란군이 물러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일부 백성들과 탈출했던 포로들이 환호하는 것을 흥화진사 정성이 성루에서 보고 나서 시선을 돌리자 시신이 수습되는 광경이 보인다. 후방에 있던 김훈, 최질, 보량, 조원, 최충 등의 장수들이 와서 시신으로 온 결사대를 보면서 침울했고, 이후 김숙흥의 시신이 군사들에 의해 흥화진으로 실려 오자 이들이 시선을 돌려 다가갔고, 시신을 덮고 있던 거적을 들춘 김훈이 꽉 움켜진 김숙흥의 손을 힘을 다해 펼치려다 실패하고 오열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양규의 시신이 군사들에 의해 흥화진으로 들어온다.[34] 이후 거적을 들추는데, 양규의 손에는 여전히 활과 효시가 쥐어져 있었다.[35]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이 개경을 비워 거란이 짓밟게 했다는 것이 컸는지 마땅히 처벌해야 할 사람들의 처벌도 주저하고 있다.[36] 이 말로 보았을때 솔직히 현종 본인도 어느정도 자신이 무리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원하는 일이고 실행했기에 독불장군처럼 밀고 나가는 듯 하다.[37] 현재의 서울특별시 금천구관악구, 경기도 광명시 일대의 지역.[38] 이하 강씨 수장[39] 현재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및 주변 지역과 경기도 의정부시, 양주시 일대의 지역. 제2차 여요전쟁 당시 몽진 중이던 현종이 창화현의 호장에게 막혀 오도가도 못했었다.[40] 과거 제1차 여요전쟁 당시 서희가 펼쳤던 논리와 비슷한 발언이다. 공교롭게도 강감찬의 배우인 최수종도 언젠가는 서희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가 있다.[41] 대화 내용은 단지 전략 회의지만, 앞으로 있을 3차 여요전쟁의 대표 전투들의 전개에 대한 복선이 깔리는 대화로서 극중 상당히 중요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42] 실제 기록상 '야율행평' 또는 '야율자충'으로 추정한다.[43] 지금까지는 사신에게도 하오체를 사용하며 존중을 해줬던 현종이지만, 이 시점부터 말투가 바뀐다. 현종의 최종 각성과 거란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 부분.[44] 거란 황제의 친위대이자 최정예군[45] 23회 초반에 강감찬이 현종을 다독이며 했던 말과 오버랩된다.[46] 11화에서 현종이 자결하려 했을 때 내린 칙서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2차 전쟁 때는 혼자서만 개경을 사수하려다 절망에 빠져 백성들을 두고 자결하려 한 도피성 행동이었다면, 3차 전쟁 때는 백성들과 함께 개경을 사수하고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47] 소배압은 따로 강감찬이 서신을 보내 협조와 협박으로 요청했다.[48] 정확히는 위의 현종 발언 이후의 시점이다.[49] 목종과 천추태후, 강조와 김훈, 최질, 김은부, 장연우, 원정황후.[50] 이건 역사왜곡이다. 왜냐면 100년도 안되어 여진이 발흥하여, 고려가 이를 막고자 여진 정벌을 행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금나라가 건국되어 거란과 송나라(북송)가 멸망하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150년간 고려를 부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적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