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2 15:57:29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군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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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학문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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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어떻게 무관이 될 것인가?3. 군사학
3.1. 제식훈련3.2. 참모제도3.3. 정의로운 전쟁 이론, 외교3.4. 보급3.5. 심리전3.6. 정보전
4. 무기 개량
4.1. 총검4.2. 탄약포4.3. 격발장치 개량4.4. 탄두개량4.5. 지연신관4.6. 컴파운드 보우
5. 클리셰 부수기
5.1. 한 번에 여러 놈 씩5.2. 가죽 갑옷 말고5.3. 갑옷을 입어라5.4. 제식 도검의 채용5.5. 항공 전역

1. 개요

인류 문명 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가 손꼽을 정도로, 군사학은 사회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군사학은 역사, 기술, 관습, 이념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단편적으로 다룰 수 없는 분야이다. 그런 만큼 그 사회의 군사 전문가는 문외자가 함부로 개혁을 주장하는 것을 달갑잖게 볼 것이다. 실제 역사 상에서도 니콜로 마키아벨리처럼 백면서생이 뇌내망상으로 짜낸 군사개혁이나 신기술을 주장했다가 창피당했던 일이 흔했다. 설령 군권을 쥐어도 실제 전쟁은 일반인이 통솔할 영역이 아니다. 전쟁 자체가 일종의 도박이고 팽팽한 전장에서 한순간에 판단이 전황을 가르기에 전쟁터에서 몇 년씩 구른 장군이나 무패행진을 해온 명장 소리 듣던 인물도 한순간 실수로 훅 가버린다. 역사상 난다 긴다하는 장군 중에서도 실수나 패전을 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모가지 간수하기도 힘들 것이다.

때문에 일개인이 군사적 변화를 주장하려면, 당대에는 미처 발상이 미치지 못했지만, 간단하게 적용 가능하고, 즉각적인 효험이 드러나는 부분을 파악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술은 다른 세력에서 손쉽게 흉내낼 수 있다. 사실 현대에도 적용되는 말이지만, 군사학에는 표절이 없다. [1] 고로 군사학으로 돈 벌어 먹고 살기는 일반 기술에 비해 매우 어렵다. 대부분 고작해야 군사적 선견지명을 높이 사는 군주나 군사 전문가의 조언자 정도의 역할이 한계일 것이다.

일단 지구상에서 있었던 고대에서 근세까지의 군사적 기술 조류를 대강 살피면 이하와 같다.
  • 탈것
    전차(바퀴와 차체 구조 개량), 기마병의 등장(승마 가능한 전투마 품종 개량. 전투용 등자와 안장[2], 마구의 도입)
  • 계략
    망치와 모루, 기습과 매복, 병력의 집중을 통한 지역적 우세, 방패진/장창진 등 집단병진 도입, 스웜 전술, 중기병+랜스 돌격, 궁수 집단운용, 테르시오[3], 카운터마치[4], 저격병 운용술.
  • 군사편제
    봉건제, 용병, 각종 징병제, 상비군, 예비군/둔전병
  • 무기와 방어구 개량
    방패의 개량(라운드 실드→카이트 실드→히터 실드), 사슬갑옷→판금갑옷, 방어구의 중후장대화에 따른 한손무기에서 양손무기로의 변화, 각종 투사무기(투척도끼, 다트, 장궁과 각궁, 쇠뇌, 총기).
  • 공성병기
    투석기, 공성타워, 토산 무너트리기, 터널 파기, 화공, 생화학전(시체 던져넣기)
  • 수성 구조물
    화살 방어 장애물, 토성(모트 앤 베일리), 산성, 석성, 해자, 포격 대비 요새, 참호 등.
  • 화약 도입
    대포, 화승총/머스킷, 탄피(페이퍼 카트리지→금속탄피), 후장총, 연발총(다총신 총기, 리볼버, 자동화기), 폭탄
  • 통신체계
    파발/메신저, 봉화, 전서구, 감시탑, 망원경, 수기신호, 전신, 무전 등.
  • 보급
    보급체계, 전투식량의 발전.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시대적, 기술적, 사회적, 금전적 상황이 받쳐줘야 가능한 것들이다. 맨 마지막의 보급 체계만 해도 군사적 문제라기보단 국가적 경제력 문제이고, 인구나 사회적 문제로 징집이 효율적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비군은 봉건세력 일부로 최소화하고 용병을 도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당대의 군사전문가들이 어리석어서 신기술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못 받쳐줘 못 쓰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에는, 현실에는 없는 강력한 변수인 대마법사소드마스터 등의 비대칭 전력[5]이 포진해 있다. 만약 메테오나 헬파이어 등의 마법이 존재한다면, 귀찮게 화포 따위 만들지 말고 대신 저들을 체계적으로 운용할 새로운 진법이나 고안하자. 물론 존재한다고 해도 널린게 아니라면 어느정도 현실의 군사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당신의 상황에서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 없이 그들과 싸워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떻게든 잘 막아보자. 다굴이 완전히 소용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방법이 있긴 할것이다.

2. 어떻게 무관이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판타지 세계의 사람들이 단체로 맛이 가질 않는 이상은 생판 처음 보는 당신에게 군사를 맡길 가능성은 없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군사력은 반란 쿠데타 등의 위험으로 인해 낯선 이에게 맡길 것이 못 된다.

연줄이 없을 당신은 뭐가 어쨌건 병사부터 시작해야한다. 병사로써 당신의 스펙은 어떨까? 일단 덩치로 보면, 당신이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평균적인 신체만 되더라도 전근대의 환경에서는 꽤 한다. 프랑스 혁명기 남부에서 징집된 농민 병사의 평균 키는 164cm 였다. 영양실조로 인한 성장부진이니, 현대인과 키가 비슷하더라도 전근대인들의 몸무게가 더 낮은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현대 한국인은 전근대의 어지간한 귀족이나 양반 이상으로 풍족한 영양 공급을 받으며 자라왔으니, 일반인에 비해서는 육체적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또 '완전히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라는 점이다. 전근대 문명에서는 어디서든 전쟁은 귀족이나 준귀족 수준의 계층들의 일이었다. 독일 지역으로 따졌을 때, 중세 전성기인 13세기에는 왕족들의 평균키는 190cm 에 달했고 귀족들은 180cm 에 달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당신은 중간이나 그 이하의 체격이라면 별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또 14세기에는 전 유럽적인 대기근으로 저 평균키가 10cm 나 줄어들었고, 동아시아의 경우 일본을 예시로 들면 사무라이나 다이묘 계급도 평민들에 비해 별로 키가 특별히 크지 않고 150cm 중반 대 수준이었다. 일본이 유전적으로도 식생활적으로도 키가 작은 조건만 겹쳐져 있긴한데, 하여간 덩치로 인한 메리트는 완벽하게 복불복.

체력면에서는 어떨까? 위에서 언급한 프랑스 혁명기 남부의 병사들은, 그 프랑스 혁명 전쟁기 동안에 하루에 20km~30km 를 진군하는 속도를 수백일을 유지했다. 군장 메고 비포장도로를 오직 발로 걸으며 숙영지도 안 만들고 이슬 맞고 자가면서 저렇게[6] 했다. 이렇게 전근대인들은 체격은 작아도 현대인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매우 다부진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대인 중에서는 구르카족이 실제로 이렇다. 당신이 현대 기준으로 어지간하게 운동을 하지 않은 이상, 전근대인들과 비교하면 체력부족한 샌님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전근대는 일반적으로 무기를 포함한 장구류를 병사가 직접 사야했다. 때문에 통일된 군복이나 장비나 무기가 없는 것이 기본이었고, 무기나 갑옷은 무척 비쌌기 때문에 가보로 대대로 물려주곤 했다.[7] 그나마 통일된 군복이 나온 것은 전열보병의 시대다. 사실 판타지 작품들에서도 대장간 가면 무기랑 방어구를 파는게 기본이니, 판타지 세계도 비슷하게 돌아간다 가정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매우 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물론 게임에서야 처음부터 무기를 들고 있거나 튜토리얼에서 줍지만, 본 문서의 상위 문서에서 가정한, 끈떨어진 연처럼 홀랑 떨어진 당신에게는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단 이세계가 중세 유럽과 흡사하다고 가정해보자. 대표적인 무관이라 할 수 있는 기사의 경우, 영지가 없는 당신이 기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기사수도회 밖에 없다. 즉 수도회에 입회해 수도자가 되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고 하느님과 이웃만을 섬기며 사는 것이다. 물론 수도회이니 만큼 신앙적으로 신실한(적어도 신실하게 보일 수라도 있는) 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관심이 있다면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신학을 참조해보자.

당신이 운이 좋아서, 기사수도회 외의 어떤 방법이건간에 무기를 얻었다고 가정하면, 사실 그 다음도 문제다. 이쪽으로 투신하기로 했다면, 성공하거나 생존하려면 어떤 형태건 사람을 죽여야하기 때문이다. 연줄이 없는 당신이 군사쪽에서 인정을 받는 방법은 이것 뿐이다. 생존하고 싸워 이겨나가서 무재를 보이지 않는한 무관이 될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근세 동아시아 비슷한 세계이거나, 중세 후기 이후의 유럽과 비슷한 세계라면 차라리 빙돌아서 가는게 나을 수도 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벌고 안정적으로 정착한 다음에 무관이 되는 것이다. 명나라나 조선이라면 과거 시험으로 무관이 될 수 있으며[8], 유럽스러운 세계라면 매관매직으로 자리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한 세상에서 굳이 무관이 되는 것은 다소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 무에 투신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자리건 총이나 칼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신에게 야망이 있고 그걸 실현할 능력이 있지 않다면 좀 더 고민해볼 일이다.

3. 군사학

이하의 내용들은 놀랍게도 전부 손자병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고, 전쟁론에도 또 빼다박은 내용이 나올 정도로 원론적이고 당연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전근대 군대들이 이런 원론들을 다 지켰으면 왜 승패가 갈렸겠는가. 이런 당연한 내용들도 지키지 못한 군대가 역사적으로 수두룩했고, 이런 당연한 내용들을 철저히 지킨 군대는 이겼다. 사실 현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대화 된 군대조차 이런 원론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많다.

3.1. 제식훈련

보는 순간 "뭐야 이게?"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관총과 화포의 발달 이전의 모든 전쟁은 병사가 대열을 유지하는데 승패가 달려있다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전근대 냉병기 시대의 전투, 심지어 총과 대포의 도입 이후에도 수백년간은 진법이 곧 전투의 기본이었다.

전쟁사를 보면 전투 중에 죽는 병사보다 퇴각이나 패주 때 죽는 병사가 더 많았다. 고대 전투의 전사자 교환비가 큰 전투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직관적으로 따지면, 현대 군대인 대한민국 국군에서 병역 의무를 거친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개개인이 겪는 전투 훈련의 강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혹한기 같이 진군에 대한 훈련이 존나 힘들뿐 하지만 수백, 수천의 사람이 일률적으로 같은 훈련을 통해 단련된 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들 생각 이상으로 전근대의 군대는 그다지 규율이 잡히지 못했다. 막말로 오와 열 맞추는 것도 미숙했고 좌향좌 우향우 시키는 것도 버거운 수준이었다.[9] 중국의 경우 난세에는 밭농사 짓던 필부를 납치해서 갑옷도 없이 창 쥐어주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들이 대강대강 진을 짜고 있다가, 전의와 규율이 충만한 적과 격돌하고선 전의를 상실해서 흩어진다면? 그때부턴 일방적인 대학살이 시작된다.

때문에 일단 진형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격력을 발휘한다. 팔랑크스, 테르시오, 전열보병 등을 현대인이 보면 "뭐야, 그냥 서있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법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그런 대열에 진 군대는 대체 뭐가 되겠는가. 저 대열들도 나름대로 축적된 경험과 밥 먹고 전쟁만 생각하는 자들이 연구 끝에 만들어낸 것이다. 비단 서양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진법 훈련은 매우 중시했으며, 저런 대열이나 진법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제식 훈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근대의 진형은 대략 대대 정도 규모의 부대가 하나가 되어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당연히 군기를 든 기수와 신호를 보내는 나팔수와 북이었다. 영상화 된 예시. 이런 지휘체계에서는 당연히 기수와 나팔과 북의 신호에 따라서 일제히 정확하게 움직이는 부대가 곧 강한 부대였다. 서로 똑같이 대대 단위로 움직이는데, 한쪽은 기민하게 움직여서 한 대대를 상대하는데에 세 대대가 달려들고, 다른 한쪽은 좌향좌 우향우도 제대로 못하고 멀뚱히 서 있는데 어디가 이길지 뻔하지 않은가? 때문에 병사들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곧 강한 군대였다.

만약 제식 훈련 같은 것이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은 세계에 떨어졌을 때 당신이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된다면 얼른 제식 훈련을 도입해 보자. 적들은 마치 하나의 개체가 된 것처럼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당신의 병사들을 보며 위축감을 느끼고, 높으신 분들은 일단 군기가 엄정하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것이다.

물론 당신은 진법에 대해 문외한일 터이니 일단 병사들을 당신의 지휘하에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된 다음에 그 시대의 진법이나 대열을 열심히 배워서 적용해보자. 아, 당연히 제식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선 병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얼차려는 물론이고, 정 못해 먹겠으면 구타가 필요하다. 당연히 구타는 야만적 발상이라 질색할 사람이 있겠지만 명장이라 칭송 받는 이순신만 해도 말 안 듣는 병사는 엄하게 처벌했다. 사실 구타는 차라리 온건한 것이고, 극단적으로는 처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당장에 손자병법손무의 사례가 있다. 손무는 일개 궁녀들을 한나절만에 군대로 훈련시켜버렸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수련회, 하다못해 군대 훈련소만 다녀왔다면 대충 눈치로 알겠지만, 이런 훈련의 표본은 지휘관이 직접 보여주면 안되고 조교를 통해서 보여줘야한다. 지휘관이 직접 움직이는 시범을 보여주면 병사들에게 위엄이 떨어져서 안된다. 병사들 중에서 조교를 선발해서 훈련시킨 다음, 그 훈련을 조교를 통해서 병사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지휘관으로써 명령해서 움직이게 하자. 병사들이 지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조교들이 명령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조교들을 처벌하자. 그리고 다음에 다시 조교들을 병사들 중에 선발하자. 새 조교들에게 병사 훈련의 과업을 다시 맡기자. 이제 병사들은 엄중한 군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국가의 통제가 확고해져서 국민개병제가 이루어진 상황이 아닌 이상,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면 내일은 저 나라 오늘은 이 나라 백성이 되는 병사들을 구타E, 독전대 같은 행위가 없이 통제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민족주의, 민주주의 같은 사상을 널리 퍼뜨려 병사들 하나하나가 철두철미한 애국자가 되지 않는 이상 무리다.

예를 들어 프랑스군프랑스 혁명 때 군내 구타가 금지되었지만, 원래 역량이 있는 국가였던지라 하급병사에게도 대략적인 작전 상황을 알려줘서 어설프게나마[10] 임무형 전술을 구현할 수 있었고,[11] 충만한 애국심에 높은 군기와 조직력을 유지했고, 나폴레옹 시기에는 당대 최고 수준의 정예병들이였다.

물론 채찍만 주면 하극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니 최소한 자작농 수준 이상의 높은 보수 같은 확고한 당근이 필요하다. 또 얼차려나 구타를 쓰더라도 군형법이나 규정으로 어디서 누가 뭘로 몇 대를 때릴지를 명확하게 정해놓고, 장교 같은 지휘자들이 공개적으로 무슨 죄로 무슨 벌을 내리노라 하고 선고하고 집행하게 하는 게 좋다. 실제로 30년 전쟁 당시 스웨덴군이 이런 식으로 군법에 의한 처벌은 매우 엄했지만, 처벌 시 반드시 재판을 거치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서 당시 듣보잡이었던 스웨덴군이 어떤 활약을 보였을지에 대해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고참병이나 장교들이 꼴리는 대로 때리게 한다면 그냥 똥별들이 되는 것이다. 또 이렇게 구타를 군법의 테두리 안에 가둬 둔다면, 나중에 없앨 때도 비교적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얼차려를 줄 때 가급적 신체를 단련할 여지가 있는 얼차려를 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오리걸음 같은 얼차려는 전혀 육체 단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무릎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현재 금지된 얼차려이다.

이를 제대로 한다면 만약 당신에게 군재가 없다고 해도 제식훈련을 제대로 숙지한 병사들이 일단 자기 몫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통제하는 당신이 전투 중에 공황상태에 빠져 지휘를 못하면 당신은 원균이 되고 병사들은 그냥 시체가 된다.

다만 당신이 떨어진 곳이 마치 20세기 초의 전장상황처럼 각종 대량살상병기나 광역마법, 검강 같은 이능력이 판치는 곳이라면, 애초에 당신이 중용될 가능성도 없고 이미 제식훈련이 정립된지도 한참 되었을 게 분명한데다, 어설픈 제식을 도입했다가 쓸데없는 똥군기나 잡는다고 까이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차라리 광역 공격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참호 파는 법부터 가르치는게 나을 것이다.

3.2. 참모제도

군대에서의 참모제도는 전투 계획 수립, 인사관리, 군대의 유지 또는 보수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 기업에 비유하자면 경영자를 돕기 위해 꾸려진 비서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관료제와 분업이 이미 공기처럼 당연한 현대인들에게는 무엇이 대단한가 싶겠지만, 근대에 프로이센이 이런 참모제를 발명하기 전에는 동네 귀족이 적당히 동네 청년들 끌고와서 부대를 만들면, 그 동네 귀족을 관할하는 고위 귀족 휘하에서 지휘를 받고, 그 부대의 보급이나 인사 관리 등은 그 동네 귀족이 동네 청년들이랑 '알아서' 하는 주먹구구인 방식이었다. 그리고 병사가 된 동네 청년들도 남의 동네 귀족 말 따위 안 듣고, 병사들을 지휘하는 동네 귀족도 다른 동네 귀족이 자기랑 정치적으로 안 맞으면 상위 귀족이어도 협조 안 하는 식의 개판 오분 전의 지휘체계가 흔했다.

주먹구구네 개판이네 라고 해서 우스워보이지만, 사실 이게 중세 판타지에서 그렇게 자주 써먹는 봉건제의 핵심 구조다! 사실 봉건제 자체가 이런 구조를 말하는 단어니, 봉건제인데 참모부나 일원화된 지휘체계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판타지물에서 군대의 지휘체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영주가 영지에서 자기 군대 데리고 오는 식의 이야기는 흔하니 비슷한 체제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러니 참모 체계를 설립한다면 명령권을 일원화하고, 보급, 인사, 작전 등 핵심 기능을 부대별로 하지 말고 통일하여 참모부가 결정한 사항을 전 부대가 일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관료제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참모제도화 자체가 봉건제의 핵심 구조 자체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영주가 자기 영지에서 자기 영지민들을 병사로 데려오는 체제인데 그 영주들에게 죄다 작전권이나 인사권, 보급권 등을 싹 다 뺏고 일원화 하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반발이 없을 수가 없다. 이걸 이룩한 사람들은 실제로 세계사, 혹은 적어도 군사사에는 이름이 남았을 정도로 엄청난 위업이다. 중국사의 오기의 경우 이런 개혁을 초나라에서 했다가 왕이 죽자마자 귀족들의 반발로 왕궁에서 칼부림이 일어나 끔살 당했다. 당신이 주인공 보정을 받지 않았다는 가정이 있는 본 항목에서 이런 개혁이 가능성이 있는지는 좀 생각해볼 일이다.

3.3. 정의로운 전쟁 이론, 외교

군사학을 논할 때 정치의 영향을 얼마나 논할지는 그 때 그 때에 따라 다르다. 보통 사소한 국지전 수준이라면 정치의 영향을 논할 필요는 없지만, 못해도 한 지방 이상의 점령전 혹은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대규모 전쟁이라면 절대 군사에서 정치를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쟁을 할 때는 어떤 상대와 싸울지, 상대와 싸운다 할지라도 어떤 수준으로 싸울지, 어떤 상대를 동맹군으로 끌어들일지를 논하는 것이 요구된다. 즉, 정의로운 전쟁 이론을 좀 섭렵해 둘 필요가 있는데, 세속 학문 체계는 물론이고 신학 쪽에서도 의외로 많이 건드리는 부분이다.

먼저, \'정의로운, 정당화된 전쟁은 무엇인가?' 방어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아군이 침공을 나가는 상황이라면 이 명분을 그럴듯하게 뽑아내는 데에 나름 기발한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또, ' '정의로운' 전쟁은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해당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 전쟁을 하기 전 철저히 명분을 따질 것.
    물론, 반드시 도덕적으로 절대 선일 필요는 없고, 국제정치에서 다수의 국가 혹은 세력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적대국을 분열시킬 수 있을 정도의 명분[12], 못해도 제3국 상당수를 적으로 돌리지 않을 정도, 하다 못해 자국 국민들만큼은 수긍할 정도의 명분[13]이 요구된다.
  • 정복전을 수행할 경우 가급적 철저히 민심을 얻어라.
    방어전을 수행하는 경우라도 아국의 주요 지역의 민심은 얻어두는 것이 권장된다. 만일 전투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정복전을 수행할 경우, 현지 군사력이 우세하더라도 게릴라가 준동하여 그 지역에 상시 병력을 배치해야만 한다. 반대로 우리가 군사적으로 약하더라도 현지 민심이 우리를 따르면 최소한의 승산이 있다. 공자도 이런 언급을 한다. 군사력<경제력<민심 이라고.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평소 국민들이나 현지 주민들에게 식량, 의료, 의복을 평소에 혹은 점령지 위무 과정에서 잘 지원하거나, 좀 더 사회적으로 발전된 동네인 경우,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교적 발전 정도가 떨어졌다 할지라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내지는 종교 등의 측면에서 충동적인 차원으로 선동을 하는 것도 좋다. 민심을 얻지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지역 유력자[14]들을 포섭한다면 대충 비슷한 효과는 낼 수 있다.

    다만, 민심을 활용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의 정규군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정규군적 기반이 없다면 공자 측 입장에서는 그냥 밀어버리고 상황을 종료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때로 전쟁을 벌이는 양국간 병사들의 증오심이 극에 달해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는 수준에 이른 경우, 이 때 타국에 쳐들어갔으면 반드시 적국의 현지 민심을 얻을 필요는 떨어진다. 총력전은 어떤 의미로 정치싸움과 비슷한데 정치싸움에서는 중간에 선 사람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전쟁에서 이기기 전에 아군에 의해 지휘관 목이 달아날 수 있다.
  • 약탈은 군기 문란 및 자국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자제함이 타당하다.
    약탈이란 본디 남의 것을 무력으로 빼앗는 것인 만큼 자제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약탈은 참전 병사들의 가장 큰 전쟁 보상이며, 전쟁에 나가서 한몫 단단히 벌어올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은 군기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수 양제는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약탈 금지령을 내렸지만, 막상 결정적인 때에 평양에서 먼저 도착한 수군이 약탈을 하다가 결사대 500명에게 각개격파를 당해 육군의 보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살수대첩으로 이어지는 큰 실패를 겪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몽골같은 유목 부족에 소속되어 있다면 경제적 이익 획득을 위해 약탈이 권장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적 관습에 따라 승자의 약탈이 어느 정도는 용인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사회적 관습 하에서 약탈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약탈의 기간을 제한하거나, 몇몇 소수 집단이나 유력자, 문화인, 신전, 주요 건물 등의 약탈은 금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을 회유할 여지를 부여하도록 하자. 특히 종교적인 동네의 경우 신전은 절대 건들면 안 된다. 종교를 건드리는 것만큼 어그로 끄는 소재는 드물다.

    그리고 약탈에 따른 군기 문란을 막기 위해 약탈 방식 자체도 역시 어느 정도는 체계화할 필요가 있는데, 가령 몽골족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전에 특정 가옥에 화살을 꽂아 그 집만 약탈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 좋다. 그리고 약탈품을 분배할 때, 계급 등에 따라 분배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고, 제3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물질적 포섭을 위해 아즈텍 정복 당시 코르테스가 써먹은 것처럼 특정 지역의 약탈권을 보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작전을 실행할 때 군주의 신임을 확보하고, 권력자들에게 작전에 대해 간섭받지 말아야 한다.[15]
    특정 작전을 실행하고자 할 때 군주의 신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전장에 있지도 않은 권력자들에게 작전에 대해 간섭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방어인데, 적의 기세가 강할 때 섵불리 공격해 피해를 보는 것을 피하고 방어하면서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일격에 몰아치는 방식은 확실히 이상적이지만, 언제 적의 기세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리다보니 군주의 의심을 사고 다른 권력자들의 모함을 받게 된 사례가 역사속에 비일비재했다. 왕전이 최대한 몸을 굽히고 보신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꾸며 진시황의 의심을 피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또한 점령지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바로 점령할 수 있음에도 시간을 끌어 스스로 항복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도 군주의 신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악양이 그토록 시간을 끌면서 온갖 탄핵을 받으면서도 국왕의 신임 덕에 적국들을 무사히 흡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군주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며 왕전은 진시황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노후를 위한 땅만을 요구하기까지 하였다. 특히 왕전의 경우는 사실상 진나라 군대의 거의 대부분을 지휘하기에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런 보신적인 행보덕에 우주방어로 일관하는 와중에도 의심 한번 받지 않고 한번의 전투로 승리하였다.

3.4. 보급

어떻게 보면 여러 군사기술적인 면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이걸 등한시 하다가는 2차대전 당시의 추축군(특히 일본군)이나 현대의 북한군 꼴 나기가 쉽다. 굳이 이놈들 뿐만 아니더라도 보급이 충분치 못해 사기가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중세 시대에 대군을 이끌 경우 보급은 현지 약탈이 되기 쉬웠는데, 이러한 약탈은 당연히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기 쉽다. 때문에 보급라인을 확보하여 현지인들의 약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적국의 시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는 먹고 살기 위해 군에 가는 시민들도 있었기 때문에, 보급이 잘 되는 군대라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군사 세력들을 자기 밑으로 들어오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육포, 병조림과 같은 전투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군장의 부피를 감소시킬수 있으므로 기동성의 향상을 노릴 수 있다.[16] 또한 오래 둬도 상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투 역시 가능해진다. 단, 보존식품의 가격은 같은 양의 식재료보다 비싸며 장기적으로 보존식품을 먹을 경우 사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 지금도 군대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사기와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배식을 가능한 한 많이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만약 군사적 재능이 없는 대신 회계와 같은 물자 관리와 HR 계열 인력 관리에 관련된 기술이 있다면 보급 쪽으로 실력을 발휘해도 군주만 개념있는 자로 만난다면 큰 총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고제 유방이 1등 공신으로 소하를 꼽은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소속된 곳이 해군이고, 당장 급한 전쟁이 없으며 특정 시점에 엄청나게 어획량이 증가하는 어류가 있는 세계라면 군선의 일부를 풀어 어업을 돕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청어를 이런 식으로 대량으로 얻어 식량으로 쓰거나 말려서 곡식과 바꾸는 식으로 군량을 늘렸다.

시대에 따라서는 둔전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농민 출신 병사가 많은 시대에는 남는 병력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살릴 수 있고 체력 훈련까지 겸할 수 있으며 식량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특히 이렇게 둔전으로 가꾼 땅의 일부를 병사들이 개인 소유로 얻을 수 있게 한다면 병사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 둔전제를 운영한 자들은 이런 의도를 노렸었다. 동로마 제국테마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단, 이 방식은 개인 소유를 '지키는' 것에 강하지만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데에는 힘이 부치는 경향이 있으며 통치가 잘못되면 애써 얻은 땅을 다시 권력자들에게 빼앗긴 자들이 반란 세력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개인 소유의 땅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비율을 알아보고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술이나 군 장비, 병과 등의 체제가 복잡해져 군 정예화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둔전제는 오히려 군사 교육에 방해가 될 뿐이므로 다른 인력을 식량 생산에 전념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참고로 보급을 하면서 그 뒷처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밥을 먹고 남은 흔적을 최소화 하거나 더 늘려서 적이 우리쪽의 군세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것도 엄연히 하나의 전략이다. 실제로 전국시대의 중국에선 손빈이 밥솥을 같이 쓰게 하는 방법으로 그 흔적을 줄여 적장에게 '병력이 줄어들었다'고 착각시켜 함정에 끌어들여 적군의 장수를 혼란시켰으며, 역으로 흔적을 늘려 적장이 '분산한 병력이 합류해서 부대가 커졌다'고 판단하게 해서 추격을 막은 사례 역시 있다. 근대에도 소련군이 먹다 남은 통조림 캔을 함부로 버리는 바람에[17] 적군에게 병력의 규모가 들통난 사례도 있다.

아군의 보급을 신경쓰는 것 못지 않게 적군의 보급을 교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적의 수가 아군보다 많을 때, 유지하기 위한 군량이 많은 것을 노려 청야전으로 소모시키거나 군량을 집중적으로 노리거나, 중세 유럽이 배경인 경우, 수성 중인 성의 공용 화로를 망가트리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당시엔 주식인 빵을 굽는 노심은 마을 공용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

그리고 열량 못지 않게 비타민과 같은 필수 영양소를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웰빙 인식이 퍼지지 않은 시대 사람들에게 힘들게 부려먹고 풀떼기만 먹으라는거냐는 반발을 듣는건 피할 수 없겠지만[18][19] 괴혈병, 각기병등의 질병으로부터 쓰러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3.5. 심리전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전쟁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전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는 심리적인 기폭이 상당하며, 미신 같은 것에도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만약 그 세계에서 통하는 미신이 있는 경우, 그것에 맞추어 아군의 사기를 늘리고 적군의 사기를 떨구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미신이나 점술을 부정하고 계몽시키는 것보다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쉽다.

만약 타지에서 멀리 떨어진 자들을 상대할 경우, 사면초가의 일화처럼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를 쓰는 것도 방법이며, 김유신처럼 불길한 징조를 역으로 이용하는 책략도 있다.[20] 만약 적군이 출신 지역에 따라 편제가 다르거나 학연, 혈연, 정치적 대립 같은 갈등 요소가 있는 경우, 이를 이용해 팀웍을 무너뜨리는 방법도 있다.

조선인민군 악습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군의 경우는 아예 본 위키에서 일본군의 육해군 대립이라 하여 별도의 항목까지 있을 정도로 사이가 안좋았지만 이정도로 개판인 군대를 만나는 행운(...)은 기대하긴 무리다. 하지만 대부분 왕정 체제를 유지하는 판타지 세계라면 왕의 귀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전장에 안맞는 졸장이 인맥, 혈연등으로 출세해 적군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왕의 이러한 독단을 경계했을 정도. 춘추전국시대에는 백기가 염파를 상대하기 껄끄럽자 조괄이 더 무섭다는 헛소문을 퍼뜨려[21] 조괄이 지휘하게 만들어 장평대전이라는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또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좋겠지만 이건 자칫 극단적 민족주의로 퍼지기 쉽고, 중세시대 같은 곳에선 일부 귀족들을 제외한 농민 출신들에게는 제대로 된 애국심을 일깨워주기 어려우니 시대 배경에 따른 조절이 필요하다. 일단 나라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아군이 우리나라의 정치가 옳고 적국의 정치가 잘못되었다고 믿게 만들 수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자신들을 이끄는 장수가 단순한 상관이 아닌, 가족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도 사기를 올릴 수도 있다. 전국시대의 유명한 전략가인 오기가 이러한 방식으로 병사들을 이끌었다.

만약 상대 적장이 우주방어로 아군을 말려 죽이려 한다면 이 심리전으로 그걸 깰 수 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많은 병력을 이끌고도 돌진하지 않고 짱박힌 장수는 군주의 의심을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헛소문을 퍼트리는 방식으로 의심을 사게 하면 장수가 교체되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22] 특히 이런 일로 교체된 장수들은 대부분 닥돌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쪽에서 함정을 파고 역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3.6. 정보전

위와 같은 지식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적의 상황이 어떤지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적의 상황이 어떤지, 싸우게 될 전장은 어떤 지역인지 등의 정보를 철저히 파악해둬야 자신이 알고 있는 전략, 전술이 제대로 먹히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정찰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면 안된다. 이건 비단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인 지금도 미국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적을 정찰하고 있으며,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스파이를 보내 언제 적이 될지 모를 나라들의 상황을 염탐하는게 현실이다. 당장 전쟁 안난다고 정보 얻는데 써야 할 돈을 엉뚱한 데 빼돌리거나 하는 순간 그 나라는 망조가 드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한 순간에만 첩자를 보내 그 순간의 정보만 알아내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꾸준한 정보전을 통해 적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정보의 양이 방대하면 방대할수록 선택 가능한 전략 전술 또한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 쪽의 정보가 적에게 새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호 체계를 만들어 적이 듣는다 해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 이세계물이라면 자기 나라 말이나 글을 알아듣는 사람도 거의 없을테니 이것을 암호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언어를 암호로 이용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있었다.[23]

4. 무기 개량

4.1. 총검

총검은 그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간단한 아이디어에 비해 의외로 총의 등장 이후에도 한참 뒤에야 전장에 데뷔한 무기이다. 1525년 파비아 전투에서 총 그 자체는 전장의 주역으로 부상했는데도, 총검이 전 유럽 보병들의 제식무기로 채택된 것은 한 세기가 넘게 지난 1660년대였다.

또한 총검은 그 간단함에 비해서 대단히 획기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초기 머스킷은 연사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에 총검의 등장 전에는 머스킷 사수라도 도검 등을 소지하고 백병전에 대비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총을 버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검이 등장하면서 굳이 총을 버릴 필요도 없고, 칼 같은 근접무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게 되었기 때문에 총검은 아주 효과적인 장비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게다가 총의 길이를 활용해 총검을 장착하면 총을 창처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평범한 창은 군용 무기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따라서 만약 매치락(화승총)의 시대에 떨어진 당신이 총검을 전장에 도입한다면, 전쟁사에 당신의 이름이 남으리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이건 그 세계에 이미 총이 전장에서 대량으로 운용될 만큼 보급되어 있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 "총? 그거 맛있는거임?" 상태거나, 이제 겨우 핸드캐논이 등장한 수준이라면 말짱 꽝이다.

총이 이제 막 전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매치락의 시대의 화승총은 크게 머스킷(Musket)과 아르퀘부스(Arquebus)로 나뉜다. 이 중 머스킷은 초기에는 무게가 무려 7~10kg에 달해 사수들이 받침대를 가지고 다녀야 할 지경이었기에, 여기다 총검을 달겠다는 건 K3 경기관총이나 M60 기관총에 총검을 달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 뻘짓이다. 하지만 아르퀘부스는 평균적으로 길이가 1m, 무게 5kg 정도였는데, K2 소총의 길이가 약 1m,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의 소총이었던 브라운 베스의 무게가 약 5kg 정도였다는 걸 감안해 볼 때 총검을 착검하면 충분히 실전성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리고 아르퀘부스가 도태될 시점에서는 머스킷이 아르퀘부스급으로 작고 가벼워져서 착검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실제로 총검을 제작할 때 최대의 난관은, 역시 총에 총검을 어떻게 결속시킬 것인가이다. 당신이 공학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총검 자루를 쇠로 만들고 이음고리를 달아서 총신에 끼워 고정시키는 소켓식 총검을 개발하면 전투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해선 가늠쇠(?) 역할을 하는 총신 위의 돌출부를 고정용으로 사용했던 브라운베스용 총검도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켓식 총검의 개발이 너무 어렵다면, 총검 자루를 나무로 만들어서 총구에 직접 꽂아버리는 플러그식 총검부터 시작해도 된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총을 쏠 수가 없게 되고, 나무 총검자루가 뚝 부러지거나, 총구에서 총검이 빠지질 않거나 반대로 어이없이 쑥 빠져버리는 등 단점이 많지만, 처음에는 이런 플러그식 총검으로도 충분히 획기적이다. 어차피 빨라 봤자 1분에 한 발을 발사하는 수준이었던 당시의 총기로는 적이 가까이 있을 때 저렇게 총구를 막는 총검을 착검해 다가오는 적을 찌르는 것이 그리 비효율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플러그식 총검은 근접전이 벌어졌을 때 따로 무거운 무기를 휴대하지 않아도 되었고, 또 사용법도 간단하다는 점 때문에(그냥 총구에 꽂고 냅다 찔러버리면 되니까)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총병들에게 각광받았다.

또다른 난관은 제강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총검을 쓰다가 총열이 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기를 '가져간' 상황이라서 수리와 재보급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이상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총신 제작은 당대 최고의 야금기술을 밑바탕으로 했는데, 실제 역사에서의 사례를 보면 총신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히 두껍게, 혹은 공을 들여 만들며, 단순 주물이 아니라 얇게 편 철판을 때려가며 돌돌 말아 만들거나 두꺼운 철판을 말은 것을 두세겹 겹치고 용접, 보링 가공 마무리를 하는 식이었다. 둘 다 상당한 강도를 자랑하니 쉽게 휘지 않았고, 이런 총열이 휠 정도면 어차피 창을 들었든 검을 들었든 결과는 마찬가지. 비교적 저퀄리티인 롤러 압착 방식도 있지만, 이쪽은 대량양산기법이니만큼 조금 고장나도 새거 사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총검술은 전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소이므로 약간의 전투손실은 당연한 일이다. 제강기술을 최대한 뒷받침하면서, 총검을 결합할 때 총열과 대좌(라이플 스톡 전방부)를 길게 빼내 총신만이 아닌 총몸 목제부가 총신을 지지하도록 설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전술적인 면에서 주의할 점은, 총검이 도입되었다고 절대로 '우왕ㅋ굳ㅋ'하면서 곧바로 창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파이크의 도태에는 총검의 보급 외에도, 휠락플린트락 머스킷의 보급으로 보병의 화력 자체가 전체적으로 향상되어 최대의 적이었던 기병의 위협 자체가 약해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화승총 수준의 총에 총검 달았다고 바로 창을 버렸다간 적군의 구식 기병의 닥돌에 오히려 짓밟히기 십상이다.

또 총검은 개발했지만 총검술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할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초기 총검술 자체가 창술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그립이 애매한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단창술에 가깝다. 아예 총검만 개발해서 던져줘도 다루는 법은 그 시대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해결할 것이다.

4.2. 탄약포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탄약포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머스킷의 탄알 한 발과 1회 발사 정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탄약을 종이 등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걸 듣고 "대체 이게 뭐야?"라고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화승총의 시대에는 이 정도로도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초기 화승총의 시대에는 화약 플라스크를 따로 들고 다니면서 총알 한 발을 쏠 때마다 일일이 화약을 넣어 주어야 했는데, 이 방식은 무지 귀찮고 짜증나고 시간 걸리는 건 다 제쳐놓더라도 화약의 양을 까딱 잘못 쟀다간 총열이 폭발했기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간 죽기 딱 좋았다.

이 때문에 16~17세기 유럽의 머스킷 총병들은 보통 그 숫자가 12개였기 때문에 '12사도'라 불렸던 나무 탄통들을 어깨에 주렁주렁 걸고 다녔다. 12사도를 이용한 장전법은 화약을 일일이 재서 넣어 주던 시절보다 훨씬 빨랐으며 총열이 폭발하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우선 12사도를 사용하려면 먼저 탄띠에서 탄통 하나를 풀거나 단검으로 끊어낸 다음에 뚜껑을 열고 그 속의 화약을 총구에 부어넣은 다음, 총알가방에서 총알을 또 따로 꺼내 장전봉으로 총구에 밀어넣는 여전히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탄통을 매단 끈들이 걸핏하면 서로 엉켜서 총병들을 열 받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화약뭉치를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 자칫 불똥이라도 잘못 튀었다간 그대로 인간폭죽이 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탄약포가 보급된다면 이런 총병들의 고생거리를 크게 덜어 줄 것이다. 탄약포를 사용한 장전법은 그저 탄약가방에서 탄약포 하나를 꺼내 입으로 물어뜯은 다음, 총과 화약을 동시에 총구에 부어넣기만 하면 되기에 훨씬 빠르고 편리하며, 상대적으로 부피와 무게가 작은 탄약포를 탄약가방에 보관하면 되니까 운반과 안전 면에서도 12사도보다 훨씬 낫다.

다만 사실 탄약포를 발명하는 것 자체는 별 것도 아니다. 화승총 시절 사람들이라고 이런 단순한 걸 생각해 내지 못했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실제로 기록상 최초의 종이 탄약포의 등장은 무려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때문에 발명보다는 보급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실제 역사에서처럼 밀랍이나 왁스, 동물성 기름 같은 재료로 탄약포를 코팅해 평소에는 쉽게 젖거나 찢어지지 않으면서도 전투 중에는 간단히 찢을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종이가 너무 귀하다면, 실제 역사에서처럼 리넨 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탄약포를 보급하기 전에는 해당 세계의 입에 대서는 안 되는 종교, 문화적 금기에 대해 꼼꼼히 조사하도록 하자. 이걸 게을리했다가 성난 총병들의 폭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세포이 항쟁의 직접적 계기가 힌두교도/이슬람교도들에게 절대금기인 소기름/돼지기름으로 코팅한 탄약포의 지급 때문이었다.

4.2.1. 장약

화승총에서 좀 더 발전해 대포가 나왔다면, 포와 포탄의 규격화와 정량으로 포장된 장약의 개념을 퍼뜨리고 계산과 실험을 통해 사표(射表)를 만들 수 있다.

근대 이전까진 포병들은 대포 사격을 할 때 장약을 마구잡이로 넣고 포를 쐈다. 게다가 포와 포탄의 규격이 없었기 때문에 조준과 사격은 순전히 한 포를 계속 다룬 숙련된 포수의 감에 의존했고, 장약량에 따라 포의 위력이 오락가락해서 포탄이 적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거나 장약을 너무 많이 넣어 포가 터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규격화된 포와 장약 조절 등의 포병 운영에 필요한 것들은 나폴레옹 시대 이전 즈음에서야 나왔다.

당신이 이런 세계에서 포와 포탄의 규격화와 포장 장약을 사용해 포의 위력과 사거리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장약의 낭비를 막기만 해도 포병 운영에 있어서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사표를 만들면 빠른 계산을 통한 신속한 사격이 가능해진다.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한 포 사격을 할 수만 있어도 당대의 포병의 천재, 포병의 신 소리를 들을 수 있다.[24] 물론 규격화는 기술 발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장약량을 계산해 미리 포장해 사용하는 것만 해도 포병 운영에 있어 한 수 앞서 나갈 수 있는 기술이다.

4.3. 격발장치 개량

격발장치 개량은 총기 개량 역사의 핵심을 차지하며,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장식 총의 격발장치는 매치락휠락플린트락퍼커션 캡 순으로 개발되었는데,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최종 테크이자 요구 지식수준은 높으면서 제작에 필요한 기술력은 낮은, 한 마디로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알면 만들기는 쉬운, 그럼에도 효과는 매우 뛰어난 퍼커션 캡이다.

퍼커션 캡을 활용한 총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플린트락 소총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뇌홍처럼 뇌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감한' 화약이다.[25] 이제 이것을 점화약 부분에 끼울 수 있게 만든 얇고 작은 구리통에 조금 넣어서, 발사장치가 때릴 수 있도록 하면 퍼커션 캡을 만들 수 있다. 만일 매치락 소총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 밖에 없을 경우엔 '때리는' 기구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총기를 만들 정도의 세계라면 스프링을 만드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테니 노력해보자. 이 발사기구 하나만으로 총기의 성능은 혁명적으로 강해진다.

4.4. 탄두개량

만약 당신이 사는 곳에 초기형 라이플이 있다면, 미니에 탄은 높으신 분들이 당신을 아끼게 해 줄 물건이다.

초기형 라이플을 쓰려면 탄을 헝겊에 싼 뒤 전용 도구로 두들겨서 장전을 해야 하지만, 미니에 탄을 쓰면 그런 거 없다. 미니에탄의 구조는 '탄을 유선형으로 한다', '탄의 뒤쪽을 파서 홈을 만들어 둔다' 정도 뿐이지만, 이 사소한 개량만으로 탄이 '안쪽에서 커져서 강선에 맞물리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동시에 라이플의 장전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미니에 탄을 쓰다 보면 '녹은 납이 강선에 낀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건 탄두 표면에 구리를 씌우는 풀 메탈 재킷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대체품을 찾지 못해서이긴 하지만) 현대에도 계속 써 먹고 있는 방식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아직 흑색화약을 쓰고 있다면 저 납매 문제가 전투 중에 불거질 정도로 심해지지는 않는다. 납매 끼는 문제가 구리 피막을 씌우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전투불능 상태로 몰아갈 정도로 심해지는 것은, 무연화약을 사용하면서 탄속이 매우 커졌을 때부터다. 그래도 정 신경쓰인다면 납에 안티몬 등을 조금 섞어 하드캐스트 납을 만들어 주어서 잘 뭉개지지 않도록 만들면 해결된다.

그리고 라이플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공작기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강선을 파는 작업은 어려웠고, 숙련된 장인들의 영역이었다. 최소 나폴레옹 전쟁 시기 영국군 소총수들처럼 정예 부대에 라이플을 지급할 수 있거나, 못해도 일반 보병부대 내 숙련된 사수 몇몇에게라도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성을 가져야 한다. 이게 안되면 군용 제식화기가 아니라 신형 엽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4.5. 지연신관

만약 당신이 초기형 화약병기가 사용되고 있던 시기에 떨어졌다면 지연신관을 만들어보자. 비격진천뢰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것만 있으면 벽이나 문을 좀 부수고, 사람 몇 때려잡는 게 고작인 대포가 광범위 살상병기로 변하게 된다. 구조도 의외로 간단...하긴 한데, 그 간단한 구조를 만드는 데 의외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건 감안하자. 실제 지연시간이 불안정해서 잘못하다 자폭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 두고. 그리고 심지 쪽을 안으로 넣는 실수라도 하면 그자리에서 대포와 함께 폭사할 수도 있으니 심지 넣는 부분은 반드시 손에 잡힐 만큼 돌출시켜야 한다.

4.6. 컴파운드 보우

활에 도르래를 연결해서 그 힘의 작용과정을 변화시킨 활. 아이디어 자체는 간단하지만, 활이라는 형태의 무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도저히 화약을 만들어낼 수 없겠다 싶으면 이걸 개발해 보는 것도 방법.

하지만, 컴파운드 보우는 힘의 작용 과정을 바꿀 뿐 위력을 뿅 올려주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두자. 컴파운드 보우도 그냥 활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위력은 활대에 저장되는 탄성 에너지에서 나온다. 컴파운드 보우의 위력을 올리려면 결국 강력한 활대를 만들 재료 공학이 필요하다. 제노바 석궁병이 쓰던 강철 석궁 같이 이미 그런 기술이 있는 것이라면 바로 적용하기 적절하나, 그냥 나무로 활을 만드는 정도의 흔한 기술력의 동네라면 당신이 재료 공학부터 발전 시켜야한다.

또 이걸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정말 정말 정말 짧을 거란 건 각오해 두자. 이 활을 보급해 당신의 적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면, 바로 다음날에 상대 진영에 이 활을 카피한 물건이 나올 수도 있다.

게다가 연사가 중요한 군용 활의 입장에서, 발사 속도가 느린 컴파운드 보우의 단점은 꽤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컴파운드 보우가 일정 이상 탄속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나무 화살은 쪼개지기 쉽다는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5. 클리셰 부수기

이하의 내용은 판타지에서 이미 클리셰화 되어서 별다른 핍진성이 없어도 지켜지는 내용들 중에서 매우 비현실적, 비합리적인 부분들을 다룬다. 이런 클리셰가 그대로 지켜지는 세계라면,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5.1. 한 번에 여러 놈 씩

당신이 판타지 세계에 던져져서, 그 세계에 소드마스터나 치트급 마법사 같은 비대칭 전력이 있다해도, 당신과 그들에게 똑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면 결국 그들도 란체스터 법칙이 성립하여 대응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소설이라면 투명 소드마스터가 울부짖으면 적 수백명이 쓸려나가고 칼을 휘두르면 피바다가 된다는 서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소설에서만 가능하다. 허망된 이야기니까 더 이야기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심지어 같은 작품이어도, 소설이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다른 미디어믹스만 해도 이런 연출이 어려워져서 한 번에 한 놈 법칙이 발동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이건 인간이 결국 시간이 똑같이 흐르고 같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행동은 비슷하다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적들이 주인공을 둘러 싼 상태에서, 적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이며 동시에 협공하면 팔다리가 똑같이 넷 달린 인간은 대응할 수단이 한정된다. 특히 영상 같은 동적인 매체는 그게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 내에서 표현되어야 하니 제작자 입장에선 어려워지고, 결국 한 번에 한 놈이 덤비는, 현실적으로 보자면 너무나도 비합리적인 클리셰가 나타나는 것.

사실 주인공과 몹이 비교적 유사한 법칙 아래에서 움직이는 게임 같은 경우는 이 란체스터의 법칙이 자비 없이 발동하여 플레이어 캐릭터가 끔살 당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주인공도 맞으면 평등하게 경직이 생기는 게임들의 경우나, 적 몬스터가 주인공과 똑같은 조작형태로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경우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런 기믹이 있지만 플레이어를 하드코어한 난이도로 괴롭히고 싶지 않은 게임의 경우, AI 를 의도적으로 너무 여럿이 주인공을 적대 타겟팅하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당신이 이런 비대칭 전력과 상대해야할 일이 있다면, 과도하게 많은 수의 군대를 동원할 필요는 없고 딜, 탱, 서폿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맞서는게 효율적이다. 용사가 1대 1로 칼질만 하는지, 바람의 상처 마냥 광역기와 스플댐을 쓰는지도 패턴을 잘 분석해서 다구리를 놓아보자.

용사에게 중간보스를 한번에 한명씩 보내서 용사의 경험치만 쌓게해주는 멍청한 마왕이 있다면 한 번 참모로써 입사지원을 해서 이 간단한 해결책을 내보자.

5.2. 가죽 갑옷 말고

판타지 장르에서는 가죽 갑옷이 하급 경갑의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클리셰라는 점에 대해서 태클을 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가죽 갑옷은 성능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매우 좋지 못한 것이며, 차라리 누비 갑옷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클리셰의 근원은 던전 앤 드래곤으로 보인다. 던드가 출시된 시절에는 고증을 위한 자료가 부족했고, 장르 문학으로써 판타지들의 요소를 이것저것 끌어왔을 뿐 고증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던 던드에서는 가죽 갑옷을 갑옷의 최하급 티어이자 경갑의 기본 재료로 채택했다. 던드에서 가죽 갑옷은 사실 상 로그 클래스의 전용 갑옷으로, 함정을 돌파하거나 잠입하는 클래스인 로그의 전투력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인 밸런스 패치였다.

던드에서 계보가 이어진 수 많은 장르 문학 판타지들은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 대부분 가죽 갑옷이 등장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서구권의 작품들도 비슷한 사정이니 이미 장르 문법에 포함되는 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이러한 클리셰에 대한 고증을 통한 비판이 튀어 나왔는데, 실제 중세에서는 가죽 갑옷보다 누비 갑옷이 더 많이 쓰였을 뿐더러, 실제 실험에서도 가죽 갑옷보다도 누비 갑옷이 더 방호력이 좋았던 것이다. 심지어 가격도 누비 갑옷이 더 낮았다. 가죽 갑옷은 찰갑의 찰이나, 버프 코트처럼 이미 총 때문에 갑옷이 쓸모가 없어진 시대에 제한적으로 쓰였을 뿐이다.

또 가죽 갑옷 항목에서도 이야기 하지만, 흔히 나오는 징을 박아 강화한 가죽갑옷(studed leather armor)은 실재하지 않았고, 사실 옷 안감에 철판을 대어 징을 박은, 즉 두정갑을 보고 오인해서 게임에 등장하게 된 고증 오류의 산물이다. 두정갑을 사극에서 보고 그냥 천 옷에 징 좀 박힌 갑옷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만일 당신이 간 판타지 세계에서, 가죽 갑옷에 징을 듬성듬성 박은 것 가지고 보강했다고 말하는 대장장이가 있다면 그 속에 철판을 덧댄 다음 징을 박아 보강하는게 훨씬 강하지 않냐고 알려줘보자. 당연하지만 이렇게 철판을 덧댄 갑옷은 플레이트 아머와 비했을 때 거의 방어력이 같다. 판타지물에 종종 나오는 길드간 분쟁 문제로 인해서 가죽 갑옷 장인이 철편을 다룰 수 없는 경우 가죽편을 기름에 삶거나 옻칠을 하는 식으로 경화시켜 징으로 박기만 해도 한겹짜리 가죽갑옷에 징만 박은 것보단 방어력이 훨씬 올라간다. 실제 두정갑 유물중에도 가죽편을 사용한 예가 많다.

다만 독자들이 판타지 장르 문학에서 은근히 고증을 따지는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닌지라(...) 장르 문학들에서도 일부 로우 파워 계열 작품들에서는 가죽 갑옷이 안 나오고 갬비슨이 등장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이긴 한다. 또 하이 파워 계열에서도 드래곤의 가죽 같은 것을 등장시켜서 가죽 방어구의 희소성과 성능을 높게 부여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이 가는 곳이 이렇게 현실성이 은근히 높은 세계가 아니라면, 가죽 방어구는 누비 갑옷보다 가성비가 엄청 떨어진다는 것과 두정갑의 존재를 알려준다면 무구 개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5.3. 갑옷을 입어라

판타지 작품 속에서는 마법사들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서도 갑옷을 입지 않고 로브만 달랑 걸치고 있는 것이 클리셰고, 설명 마법사가 아니라해도 주인공들은 투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둘에게 투구를 포함한 갑옷을 든든히 입게 하자.

물론 주인공이 투구를 쓰지 않는 것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시각화된 매체에서 관객과 독자들이 주인공을 잘 알아보라고(...)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플롯 아머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소설에서는 투구를 쓰고 있다는 묘사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기도 하며, 심지어 시각화 된 작품에서는 같은 장면에서 투구를 안 썼는데 원작 소설은 투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경우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한편 마법사가 갑옷을 입지 않는 클리셰는 이 역시 던전 앤 드래곤에서 유래한 것이다. 던드에서 마법사가 갑옷을 입지 못하게 된 것은 오직 게임적 밸런스 때문이다. 갑옷 착용에 힘 제한을 넣던가 갑옷 착용 시 마법 실패율이 생기는 등의 패널티를 넣어서 마법사를 의도적으로 물몸으로 만든 것. 설정 상으로는 갑옷의 재질이 마법을 방해한다고 하며, 상위 재질의 갑옷이라면 이러한 패널티가 없어서 중후반에는 마법사도 갑옷으로 무장할 수 있다. 또한 던전 앤 드래곤은 이전 반지의 제왕이나 펄프 픽션에서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데, 이 던드 직전의 판타지들에서만 해도 마법사란 직접 나서서 싸우는 전투원보다는 어딘가 틀어박혀 음모를 꾸미거나 통찰을 하여 지휘를 하는, 말 그대로 비전투원이었기 때문에 무장할 일이 없는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던드의 마법사도 대놓고 핵 앤 슬래시 컨셉을 위해 키운게 아니라면 스토리 상에서의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유틸리티성 기능을 가지되 전투력은 파이터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후 던드의 영향을 받은 판타지에서는 던드의 게임적, 핵 앤 슬래시적 요소만 따온 바람에 결국 마법사는 다양한 속성의 원딜을 하는 직업에 불과하게 되었다. 결국 마법사가 왜 갑옷을 안 입는지 이렇다할만한 설정도 없으면서 마법사가 그냥 갑옷을 안 입는 작품이 많아졌다. 다만 이러한 경향은 게임을 통해서 판타지를 많이 받아들인 한국, 일본의 경향이고 심상이 좀 다른 서구 쪽은 유틸리티성이 강한 마법사 캐릭터가 여전히 많이 보이는 편. 라고는 하지만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간달프는 칼을 휘두르며 기마 돌격을 할지언정 갑옷은 안 입는다

물론 이런 부분은 작가가 설정을 하기 나름이라서 갑옷을 입으면 마법이 약해진다던가 같은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도 없는데 마법사들이 전장에서 갑옷을 안 입고 있다면 그 점을 지적해보자. 혹시 '어차피 실드 마법이 있으니 괜찮다' 식의 이유를 댈 수 있는데, 이건 제대로 된 이유라기보다는 단순한 방심이다. 이런 경우라면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볍고 싼 누비갑옷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공격을 굳이 실드 마법으로 막아서 귀한 마법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으니까.

덧붙이자면 갑옷 뿐 아니라 가벼운 도검류, 혹은 (화약무기가 있는 세계라면) 피스톨 같은 호신 무기도 하나 정도는 패용시키는 편이 낫다. 그래야 마법을 못쓰는 돌발상황에서도 완전히 무력해지지 않고 어느 정도 저항을 해볼 수 있게 된다.

5.4. 제식 도검의 채용

글라디우스레이피어, 그레이트소드투핸디드 소드 같이 동시대에 사용된 적이 없는 도검류가 다같이 등장해서 대장간이나 무기상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고 검객들은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쓰는 판타지 설정이 많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전장 상황이나 사회상에 따라 한두가지 이상은 쓰인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판타지 세계에서도 그 세계에서 실제로 유용한 도검은 저 많은 분류 중에 극히 일부일 것이다. 군대에 속하지 않은 모험가들이야 취향껏 골라 쓰거나 자기 취향에 맞게 주문제작을 하겠지만 용병단을 포함해 군대의 표준 장비로 도검을 고른다면 적이 주로 쓰는 방어구 등을 고려해서 저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는 것이 보급도 편해지고 훈련과정도 단촐해진다.

5.5. 항공 전역

비행 마법이라든가, 비공정이라든가, 인류가 사역 가능한 비행생물이 나오는 판타지는 굉장히 많지만 많은 작품에서 그 사용법은 그저 좀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예로 300명이 비행 가능한 병력이 포함된 5000명을 포위섬멸한다는 그 유명한 포위섬멸진이 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이세계의 기술 수준이 하늘을 전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항공 전역에 필요한 대전략과 전략, 전술을 별도로 입안하고 적용해야 한다.

항공 전역에서 유념할 점은 지상전이나 해전과 달리 특정 공역을 점령하거나 통행을 제약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3차원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고 동력이 무엇이든 항공 전력은 공중에 있는 것만으로도 끊임없이 소모되므로 결코 적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되며 적을 찾아 나서서 제압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하늘에 뜬 적을 먼저 제압하고, 그 적이 사용할 수 있는 비행장을 제압하고, 항공 전력을 생산하는 공장(또는 훈련장, 학교 등)을 제압할때 비로소 제공권이 완성된다. 즉 전략 폭격이 가능한 전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 없는 거대한 비공정이니 드래곤이니 공중전함 등의 위용에 반해서 폭격기 무적론에 심취해 있다간 몇차례 두들겨 맞으며 요격 전술을 발전시킨 적군에 의해 언젠가 아군이 떼로 손실될 수 있으니 이쪽만 매진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근접 공중전을 치를 수 있는 호위를 붙여 보호해야 하며, 이들이 효과적으로 호위를 할 수 있도록 현실에 있던 도그파이트 기술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26]

무엇보다 '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모든 항공 작전의 입안 이전에는 정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거리를 탐색할 수 있는 마법사나 시력이 높은 생물 등을 따로 빼서 정찰 자산으로 굴리며 최우선으로 보호하자.

요약하면 정찰/공중전/폭격 셋이 골고루 중요하며 역할을 나누어 맡아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27] 판타지의 시대상은 보통 직업 분화가 덜 된 중세풍인 만큼 그저 날 수만 있다면 이 셋을 한 명이 다 도맡는 경우가 많을 텐데 능력에 따라서 적재적소에 분류하는 운영을 한다면 같은 수의 항공 전력으로도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 단, 이 말은 누가 만들었든 좋은 아이디어나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수입한다는 뜻이지, 군사 분야에는 실제 법적인 표절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제도는 원래부터 저작권이나 특허제도의 보호 영역이 아니며, 군사분야 공학기술은 당연히 특허로 보호될 수 있다.[2] 기병을 안정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었던 기술이 바로 이 등자와 안장이다.[3] 테르시오 운용법을 보면 시대에 따라 즉, 중기병의 감소로 기병돌격력의 변화에 따라 방어력을 가감하는 등의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검, 장창, 총만 준다고 테르시오라는게 아니라는 것.[4] 후방행진이라 불리는 것으로 네델란드의 마우리츠가 개발. 내용은 별 거 없고 전열이 쏘고 사격 후 맨 뒤로 간 다음 그 다음열이 나와서 쏘고 맨 뒤로 가는 것을 무한반복하는 것. 일제사격에서 끊임없이 공격할 수 있게 개량된 것이다.전국시대 일본의 3열2포와 다른건 전장 내 최대횡진의 확보를 통한 화력의 최대확보, 발사통제를 통한 화망유지, 최대사거리부터 차례로 사격하며 발사마다 전진하여 창검돌격하는 거리를 확보하는 부분이 있다.[5] 다만 이들 상대로 란체스터의 법칙이 효과가 없다고 보기는 좀 뭐하다.[6] 이 짓을 한 나폴레옹의 진군 속도는 당대 기준으로 유난히 빠른 것이었는데, 그 비결이 숙영지를 안 만들고 비박하는 것, 군장에 보급품을 가볍게 채우고 현지에서 약탈로 조달하는 것 두가지였다. 빠른 진군 속도는 전술적으로 매우 훌륭했으나 보급의 문제와 병사 손실률이 높기 때문에, 결국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7] 실제로 1361년 비스뷔 전투의 전사자들은 바이킹 시절부터 수백년 동안 대물림받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8] 참고로 명과 청나라는 병사의 경우 병호라고 하는 세습직으로 때웠으며, 문관이 임시로 무관직에 앉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9] 이러한 개념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람에게는 저런 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겠지만, 사실 한국의 미성년 일반인들까지 이런 개념을 익히고 있는 상황은 매우 특수한 것이다. 2020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 1980년대까지 이어진 군사 독재의 영향으로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는 것.[10] 단 현대군처럼 '유사시 주둔지를 떠나 진격하여 적군을 격파하고 적국의 핵심 부대 및 수도를 타격하고 점령하는 것이 우리 부대의 임무다' 하고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목표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너가 있는 부대가 앞으로 나아가 적군들과 직접 대결할 것이다.'라는 수준이었다.[11] 당시 타국은 그냥 눈앞의 적을 처리하라는 것만 알려주는 수준이다.[12] 가령 상대국 군주가 찬탈자 또는 악의 축이라는 식.[13] 가령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과 그에 참여한 한국 같은 나라는 욕을 먹었지만, 적어도 한국 국민들은 반공주의라는 명분 하에 베트남전 수행에 적극 참여했다.[14] 특히 조선시대 의병장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유력자들은 벼슬 등의 형태로 유혹하기도 쉽고, 명분 등의 측면에서 설득할 경우 넘어오기도 쉽다.[15]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역시 '장수가 군대를 이끌 때에는 아무리 군주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게 있는 법입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며 왕이 아끼던 애첩 두 명을 처형한 바 있다.[16] 군장엔 식량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의류, 침구 등등 1인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이 대부분 들어있기 때문에 전투식량을 확보한다고 해도 군장을 아예 안 매는 경우는 많지 않다.[17] 산과 바위가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통조림을 묻을 곳이 없어 그냥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18] 실제로 해군들에게 라임이나 자우어크라우트를 보급할 당시에도 선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제임스 쿡 선장은 자우어크라우트를 일부러 장교에게 더 많이 배급하여 차별대우를 하는 척 함으로써 일반 선원들도 자발적으로 자우어크라우트를 먹도록 유도했다.[19] 마찬가지로 백미를 먹을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모병을 했던 일본군도 반찬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각기병에 시달렸고, 결국 혼분식 장려나 카레라이스를 주는 방식 등으로 해결했다.[20] 별이 떨어져서 아군이 동요하자 연에 등불을 매달아 띄워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문을 퍼뜨려 사기를 오히려 올렸다.[21]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조괄은 부모조차도 장수감이 아니라고 인정할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었다.[22] 한니발은 우주방어하는 적장의 재산만 약탈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모두의 의심을 사게 만들었다.[23] 미군의 경우 나바호 원주민들을 통신병으로 기용하여 나바호어 기반 암호체계로 통신하게 했다. 영화 윈드토커가 이 일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적국인 일본 역시 웬만한 일본인도 못알아듣는 가고시마 사투리를 활용했으나, 당시 미군에 있던 일본계 병사 중에 하필 가고시마 출신이 있어서 털렸다(...)[24] 다만 여기에 추가로 수학적 지식과 포병 운영에 대한 군사적 지식이 필요하다. 나폴레옹은 포병출신으로 상당한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특히 수학의 경우 수학학자들의 책에 주석을 달 수 있었을 정도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나폴레옹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당대 최고의 포병장교로서 초기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나폴레옹만큼은 아니더라도 포사격과 관련된 수학적 지식과 이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를 알고만 있어도 당신은 다른 경쟁자들 보다 몇걸음 더 앞서나갈 수 있다.[25] 화약의 핵심물질인 뇌홍은 수은질산으로 녹인 질산수은에다 에탄올을 반응시키면 얻을 수 있다.[26] 다만 비행생물이 주력이라면 현실의 맹금류들도 누구한테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도그파이트를 하는 만큼 굳이 긴 시간을 들여 기초부터 훈련시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27] 인류가 처음 항공전역을 열게 된 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이 셋은 분명히 구분해서 운용했다. 기본중의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