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전파망원경(電波望遠鏡, radio telescope)은 지향성 전파 안테나를 이용하여 천체로부터 오는 전파를 수집하는 장치다. 접시안테나는 종종 그물 형태로 되어 있는데, 망의 크기는 관측하려는 전파의 파장보다 작다. 가시광선이었다면 전혀 상이 형성되지 않았겠지만, 전파이기 때문에 그물망으로도 충분히 집광이 가능한 것이다. 전파망원경의 접시가 광학망원경의 생명인 거울과 비슷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호 장비나 정밀 공정이 필요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파의 파장이 길기 때문에 망원경에 있는 작은 요철이나 굴곡은 전부 무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미있는 물리여행의 저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은 '전파를 반사하기 위해서는 닭튀김 하는 철망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현재 가장 큰 단일 전파망원경은 중국의 FAST 전파망원경인데, 지름이 500m에 다다를 정도로 크다. 이보다 더 상세한 관측을 위해서는 다른 가시광선 영역을 관측하는 망원경처럼 사이즈를 키워야 하는데, 단일 사이즈의 전파 망원경의 사이즈를 아레시보의 전파 망원경보다 크게 짓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다. 일단 전파망원경도 천문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위치와 지형이 중요하다. 전파망원경은 전파공해를 피할 목적 및 전파의 특성상 계곡지형에 지어지는데, 이런 곳에서는 아무래도 크기에 제한이 가해진다. 또한 환경파괴라는 문제도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재는 여러 대의 전파 망원경이 동시에 관측하는 방식의 간섭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때 전파 망원경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전파인 일명 '페리톤'이 수집돼서 천문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다. 분석 결과가 참으로 황당한데, 바로 전자레인지. 망원경 근처에서 연구원들이 전자레인지를 다루다가 전자레인지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열었고, 꺼지기 직전에 새어나온 전파를 망원경이 수신해서 이 일이 터진 것. 상세한 내용은 페리톤 문서에 나와 있다.
2. 간섭계
전파천문학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다름아닌 망원경의 성능, 즉 분해능이다. 사실 아무리 큰 전파망원경을 지어봤자, 망원경 하나만으로는 크게 의미있는 데이터를 얻어내기가 힘들다. 광학적으로 망원경의 최소 분해각은 사용하는 빛의 파장에 비례한다. 예를 들면 300m짜리 아레시보 망원경으로 21cm 선을 관측하려고 한다면 회절 한계가 인간 눈과 비슷한 수준인 0.05도로 나온다. 즉, 망원경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인간의 눈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는 것. 현대에 와서 지름 100m 이상의 거대 전파 망원경이 잘 세워지지 않는 이유이다.최근의 전파망원경들은 이런 접시 안테나 여러 개를 합쳐서 하나의 큰 안테나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주류이다. 이를 초장기선 간섭 관측법 (VLBI)라고 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망원경의 분해능을 기선의 거리만큼 향상시킬 수 있다. 즉, 1000km 거리에 있는 두 전파망원경을 합치면 제한적으로나마 지름 1000km짜리 망원경 수준의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방법을 제대로 활용하면 허블 우주 망원경도 씹어먹는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전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난이도가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세대학교, 울산대학교, 제주국제대학교,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2]에 각각 21m 전파 망원경을 세워 KVN(Korean VLBI Network)이라는 이름의 간섭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 세워진 전파망원경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 첫 5채널 기술을 적용한 우리나라 네 번째 전파망원경이다. 한편 KVN은 일본, 중국 등의 전파 망원경들과의 협력을 위해 2012년 9월부터 동아시아VLBI연구센터(EAVN)가 운영중이다.[3][4]
현재 이러한 전파망원경 집합체중 가장 큰 규모는 ALMA(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가 운영되고 있고, 이 분야의 끝판왕인 SKA(Square Kilometer Array)가 계획 중이다. SKA는 말 그대로 안테나의 총 면적이 1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가장 유명한 망원경 배열로 장기선 간섭계(VLA[5])라는 이름의 실존하는 간섭계로 27개의 전파 망원경이 Y자 형태로 배치된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콘택트에서 등장한 바 있다.
이외에도 SETI 프로젝트에 이용되는 Allen Telescope Array 가 있다.
광학 망원경에도 간섭계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간섭계라는 기술 자체가 전자기파 신호를 파장 단위로 다루어야 하는 것인 만큼 파장이 너무 짧은 가시광선에선 아직까지 성공한 예는 없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미래에는 광학 간섭계를 이용한 이미지도 곧 나올 전망이다. 4개의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VLT가 이걸 염두에 두고 건설되었는데, 4개의 망원경에 한번에 동작할 경우 직경 130m급 망원경의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4월 10일, 전세계 200여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모여 지난 2012년부터 출범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2017년 4월 5일부터 4월 14일 사이에 6개 대륙에 위치한 8개 전파망원경 관측소[6]를 동원하여 1.3 mm 파장대역[7]에서 처녀자리 M87을 관측한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 은하 중앙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물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에 쓰인 기술도 기본적으로는 전파간섭계의 원리인데, 이를 통해 달성한 공간분해능은 비유하자면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의 신문기사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록한 관측신호 원본 데이터가 페타바이트 단위로 방대[8]하여,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독일 막스 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에 있는 슈퍼컴퓨터가 각각 동원되었다.[9]
3. 주요 전파 망원경
3.1. FAST (중국 구이저우성)
FAST 또는 관톈쥐옌 (觀天巨眼)[10] 또는 약칭 톈옌 (구경 500m). 중국이 2016년 7월 완공한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이다.FAST는 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의 약자로서 500미터 조리개 구경 망원경의 뜻이다. 서부 오지인 구이저우성의 산악지대에 건설했다고 한다. 이 망원경을 건설하기 위해 산악에 거주하던 주민 주민 9천 명을 이주시켰다. 건설비는 약 2천억 원. 세계 최대 구경에 걸맞은 세계적 대가를 모셔오려고 했으나, 구이저우성 같은 중국 오지에서 박봉을 받으며 근무하고 싶은 대가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 사양하는 바람에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소장 체제에서 본격 가동도 아니고 시험가동 1년만에 펄서 2개를 발견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 중국은 거대과학으로 국격을 높이기 위해 이런 전파망원경뿐만 아니라, LHC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도 건설하고 있다. #
단일경이기 때문에 간섭계 형태의 전파망원경처럼 높은 분해능을 얻을 수는 없으나, 감도가 우수하기 때문에 넓게 퍼진 희미한 구조를 관측하는 용도로 유리하다.
- 2022년 6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부 공식 신문인 과학기술일보 보고서에 베이징 사범대학 연구원들이 "지구 밖에서 기술의 흔적과 외계 문명의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신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중략)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호가 전자파 간섭일 수도 있다며 더 자세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구이저우성의 수도인 구이양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데, 전파간섭때문에 관광객들이 핸드폰을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사진촬영을 위해서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이 좋다.
3.2.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푸에르토리코)
구경 300m의 전파망원경으로 1963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되었다.푸에르토리코에 설치된 망원경으로서, 톈옌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이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 소속이며, 코넬 대학교에서 운용하고 있다. 2020년 8월 10일(현지 시각)에 허리케인으로 시설이 파손되는 일이 생겨서 운영 중단되었다.연합뉴스 기사 여러 과학자들이 아레시보 망원경을 현대화하자고 청원했으나, 예산 부족 및 노후화로 인해 해체를 결정했다. # #
여러번 지진과 허리케인으로 손상을 입었고, 수리계획이 잡혀있었으나, 수리비용이 너무 커지자 폐기로 결정나서 2020년 11월 19일 공식적으로 운용을 중단했다. 2020년 관리가 안되면서 12월 01일(현지 시각)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스스로 붕괴되고 패널에 손상을 입혔다. #
[1] 물론 이 같은 대구경의 단일경 전파망원경은 넓게 퍼진 희미한 구조를 관측하는 데 적합하여, 간섭계와는 상호보완적인 특성을 가지며 다른 측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2] 탐라전파천문대(한국천문연구원 KVN 탐라관측소). 중문에서 한라산1100고지 휴게소 방향으로 난 산간 도로를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옛 탐라대학교 부지 입구에 있다고 한다.[3] 한국천문연구원-동아시아 VLBI 연구센터 준공[4] East Asian VLBI Network (EAVN)[5] 척 보면 알겠지만 Very Large Array의 약자다. 미국 과학자들의 영 좋지 못한 작명 센스를 엿볼 수 있다.[6]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서브 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7] 주파수로 따지면 대략 231 GHz.[8] 전파 데이터는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기록해야 할 대역폭도 그만큼 같이 넓어지는데, 200 GHz가 넘는 초고주파대역이면 그만큼 기록해야 할 대역폭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으니 1초에 기록해야 하는 데이터만 해도 엄청난 양이 된다. 게다가 이를 모든 전파망원경에서 동시에 수행해야 하고, 또 차후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압축조차 함부로 하기 힘들다.[9] 이러한 성과가 지금에서야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빅 데이터 처리기술이 근래에 크게 발전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였다면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분석하기는커녕,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EHT에서는 하드디스크 32개를 묶어 1초에 2기가바이트(16기가비트)를 기록할 수 있는 저장장치를 다시 4개씩 묶어 초당 8기가바이트(64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끔 만들어, 이를 각 전파망원경 관측소마다 사용하였다.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은 온라인 회선이 아니라 하드디스크들을 그대로 항공 운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10]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관천거안'. 하늘을 보는 거대한 눈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