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24년에 미국 정부가 수미 테리를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2. 사건의 전개
미, CIA 출신 북 전문가 한국계 수미 테리 '한국 정부 대리 혐의' 기소 / SBS / #D리포트 |
2024년 7월 16일 미국 정부는 수미 테리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미 연방법원에 기소하였는데, 그녀가 대한민국 정부에 미국의 기밀 정보를 제공했으며 미국 내에서 미등록/미신고 상태로 대한민국을 대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
CIA출신 수미 테리 공소장…명품 사주는 국정원 요원들 사진들 / 연합뉴스 (Yonhapnews) |
NYT: U.S. Accuses Former C.I.A. Analyst of Working for South Korea
CNN: Former CIA analyst Sue Mi Terry indicted on charges of secretly working for South Korea
공소장 공개 전까지는 간첩죄 혐의로 보도되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로버트 김 간첩 사건이나 스티븐 진우 김 간첩 사건과는 달리 간첩죄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갔듯이 본 건도 한미동맹에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외교 참사, 정보 참사'로 본 사건을 규정하며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동선과 일정이 공소장에 그대로 노출된 것에 우려를 표했으며 외국대리인등록법위반 혐의가 간첩죄 자체는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죄책이라고도 평가했다. #
국정원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블랙 요원에 의한 비밀공작이나 첩보활동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사실 기소 내용들을 보면 기밀 빼돌리는 첩보활동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공공외교 로비활동에 가깝다. 블링컨과의 비공개회의를 유출한게 1건이 있다고 하고 그 외에는 로비활동을 하였는데 외국 대리인으로 신고를 안 해서 불법으로 기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측에서도 그동안 딱히 문제시되지 않았던 관행이기 때문에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대놓고 외교 차량을 사용하였고, 훤히 공개된 레스토랑에서 명품가방 등을 선물로 전달하였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도 블랙 요원이 아니라 신분이 공개된 화이트 요원이라고 한다.
수미 테리는 보석금으로 풀려났다.#
수미 테리를 기소한 데미안 윌리엄스 검사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해외 정부에 파는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담당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 기소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 법무부의 집행 정당성에 손을 들어줬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가 테리에게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경고한 것은 2014년 11월이다. 공소장에 등장하는 테리와 국정원 담당요원 간 이뤄진 첫 접촉은 2013년 8월 중순 e메일 교신이고, 테리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2016년 것부터 나온다. 이 때부터 증거를 모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 요원과 대화, 손에 든 명품백까지…"美, 숨 쉬듯이 감시"
공소장에 따르면 법무부가 2013년부터 감시했음을 알 수 있다.국정원 요원과 대화, 손에 든 명품백까지…"美, 숨 쉬듯이 감시"
2.1. 주요 활동 내역
수미 테리가 공직을 떠난 2013년부터 10년 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해 왔다고 보고 있는데 정확히 공소장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설명 8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설명 12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설명 28건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1. 문재인 정부 국정원과 미 고위급 인사들 간의 비공개 미팅 주선 혐의
수미 테리, 미북 정상회담 1달 전 서훈과 美 고위급 만남 주선수미 테리는 한국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역대 정권에서 활동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북미정상회담을 1달 앞둔 2019년 1월에 서훈 당시 국정원장 및 국정원 당국자들과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 및 전직 고위 정보관리들 간의 소규모 미팅을 주선했던 적도 있다. 당시 국정원에서는 서 원장의 방미를 1달 앞두고 테리에게 전화를 걸어 ‘비공개 라운드테이블(미팅)’을 요구하며 참석을 원하는 미 당국자 명단들도 작성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검찰은 수미 테리를 기소하면서 해당 건을 기소장에 위법 행위로 기재했다.
2.1.2. 윤석열 정부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찬양성 기고문 청탁작성 혐의
[단독] 외신에 실린 한일관계 개선 칼럼…수미 테리, 외교부 요청 받고 썼다‘수미 테리 기소’ 일파만파… 한국계 미 관리 사임 촉발? 尹정부 ‘칼럼 로비’도
미국 연방검찰은 수미 테리가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해 한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정책을 이끌려 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수미 테리가 2023년 3월 7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한국이 일본과 화해를 위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는다.》[2]는 제목의 칼럼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강제징용 문제를 제3자 변제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윤석열 대통령을 자주 언급한 기고문이었는데[3] 미국 연방 검찰의 기소로 인해 해당 칼럼이 한국 외교부의 요청에 의해 기획된 것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칼럼 작성을 요청한 시점은 외교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공식 발표한 날이었다.
수미 테리는 반일 여론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용감하게 결행하고 있음을 긍정적인 어조로 평가했는데 미국 연방 검찰은 "칼럼 자체는 수미 테리가 썼지만 칼럼 내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 정부가 수미 테리에게 제공한 내용들과 일치한다"고 파악했으며 실제 수미 테리를 기소하면서 기소장에 위법 행위로 기재했다.
수미 테리는 3월 7일 칼럼이 게재되자 한국 외교부 공무원에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Hope you liked the article)"고 문자를 보냈고, 이 공무원으로부터 감사의 피드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 반응
3.1. 대한민국 정부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며 전문 요원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워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며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과 문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연방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집권기인 2023년을 명확히 지적한 것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단순 접촉, 접대에 불과했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의 활동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부탁하고 이를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
3.2. 대한민국 정계
3.2.1. 더불어민주당
-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위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정부별 기소된 혐의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8개, 문재인 정부는 12개인 데 반해 윤석열 정부는 단 1년 동안 20개가 있다"고 반박하며 "또 전 정권 탓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국회의원은 "이번 사건은 한국 입장에서는 평범한 공공외교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연루된 국정원 요원들도 블랙 요원이 아니라 신분이 공개된 화이트 요원들이며, 국정원 요원들도 딱히 비밀공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정황상 미 정부가 줄곧 감시해 오다가 최근에 기소한 것인데, 이는 대선을 앞두고 외국의 개입 시도에 대한 경고용 본보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한국 대통령실 도청 사건 이후 1~2개월 만에 수미 테리를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 정부에 대한 억제수단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술한 노종면 원내대변인과 마찬가지로 기소장을 보면 박근혜 정부 때에 8개, 문재인 정부 시기 12개, 윤석열 정부 시기에 20개 항목이 기술되어 있는데도 전 정부 탓을 하는 윤석열 정부가 한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재인 국정원 감찰 및 문책'을 운운하며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며 "문재인의 국정원과 윤석열의 국정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정원을 갈라치기해 정보역량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정보당국과 정부는 10년 전인 박근혜 정부 때 이미 FBI가 수미 테리에게 경고한 활동을 왜 이제 와서 미 검찰이 기소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 측이 사전에 인지 및 대응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점검 대응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도청당하고도 '동맹이니까 문제없다'고 퉁치고 넘어갔던 것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민정 의원은 “정녕 윤석열 정부는 수미 테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수미 테리 연구원이 외교 전문지에 게재한 칼럼을 공개했다. 이어 “2022년 8월 윤석열 정권 출범 100일을 맞아 수미 테리는 포린 폴리시에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힘찬 출발’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고 대통령실은 이를 영문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브리핑했다”고 말했으며 “수미 테리는 칼럼으로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고, 대통령실은 그 내용을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 전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4. 여론
본 사건에 대해 한국 인터넷상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과 더불어 "미국도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도청하고 스파이를 심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 거냐."며 미국을 비판하는 여론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은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 한국 대통령실 도청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을 포함해 우방국을 대상으로 첩보 활동을 수도 없이 자행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일방적으로 덮고 넘어가려고 시도한 전적이 있다.[4]물론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은 기본적으로 우방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작전 지역이다. 일례로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 당시 미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의 전화 통화까지 감청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독일 정부가 CIA 지부장까지 내쫓아 가면서 강경하게 항의했으나 몇 년 뒤 독일 정부도 미국 대사관은 물론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같은 주요 인사의 통화를 똑같이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뻘쭘해지는 상황이 연출된 적도 있었다. 동서고금 막록하고 국제사회에서 정보기관들의 첩보활동은 다들 하는 거고 안 들키면 장땡이지만 들키면 외교적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것[5]이 원칙이다. 대한민국도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과 KF-21의 기밀 유출 논란에서 서로 한방씩 얻어맞은 사례가 있다.
한편 수미 테리 측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 근거가 없으며, 수년간 헌신해온 학자이자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하고 있다", "검찰이 테리가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했다고 주장하는 시절 테리는 되레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 정부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해 버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전례는 향후 국가정보원의 휴민트 구축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를 연구하는 한국 연구기관의 임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정됐던 일부 1.5트랙(정부+민간) 모임이 취소됐다"며 "브루킹스연구소도 FARA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이후 활동이 위축됐다. 당분간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 사건과는 별개로 VOA는 ”한미동맹은 불확실한 미국 대선 정국 속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직 고위 관리가 밝혔다“며 누가 당선되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확고하며 한미일 3국 협력은 더욱 강화, 진전될 것으로 전망했다.[워싱턴 톡] 분열된 미 정치권, 미한 동맹엔 일치…대선 결과 무관
[1] 수미 테리는 접촉한 인물들 중에 국정원 미 지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2] 원제: "South Korea takes a brave step toward reconciliation with Japan". 워싱턴포스트 고정 칼럼니스트인 남편 맥스 부트와 공동 명의로 기고했다.[3] 칼럼에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Yoon)을 14차례나 언급할 만큼 윤 대통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4] 더군다나 미국은 불과 얼마 전인 2024년 5월에 조지아 정부가 언론과 NGO 단체 등이 외국로부터 자금의 20% 이상을 지원 받으면 외국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고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외국대리인법을 제정하자 이를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 법이라고 주장하며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조지아 의회 ‘언론∙NGO 통제’ 외국대리인법 통과…미국 등 서방국, ‘철회’ 촉구, 조지아 ‘외국 대리인법’ 통과에 대규모 시위…미국 “관계 재고” 경고[5]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우방국의 첩보활동이 발각될 경우 어느정도 외교적 대가는 묻되 너무 심하게 문제삼지는 않고 적당한 선을 지킨다. 너무 심하게 난리를 치면 언젠가 자국의 첩보활동이 발각될 경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