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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브라운 베스(Brown Bess) 플린트락 카빈 |
총기의 분류 중 하나. 가볍고 총신이 짧은 소총을 일컫는다. 원래는 기병이 말을 타고 운반하거나 사격하기 편하도록 총신을 짧게 만든 소총을 의미했고, 어원을 살려 '기병총'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용기병이 쓰던 보병용보다 짧은 머스킷도 일종의 카빈으로 볼 수 있다.[1]
서양에서 나온 총기 분류이지만 동양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총기는 존재했다. 말 위에서 사용한다는 뜻의 '마상총(馬上銃)'이 있는데, 청나라에서 사용되었으며 조선에서도 도입했다. 기존의 조총에 비해 길이가 짧았다고 한다.
어원은 프랑스어의 Carabine(카라빈). 카라빈은 경기병(carabin, 카라빈)이 사용하는 총열이 짧은 소총을 가리킨다. 정작 당시 카빈으로 구분된 소총들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밀 저격총이나 대구경 전투소총 만큼 길고 무거웠다는 게 아이러니.[2]
발음은 카빈 혹은 카바인(kɑrbaɪn) 둘 다 맞지만, 실제 영어권, 특히 미국에선 음역 표기와 흡사한 전자보단 후자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하다. 발음 편의상 이쪽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
2. 상세
제1차 세계 대전 때까지만 해도 볼트액션 소총의 변형으로 기병용의 카빈이 존재했으나,[3] 영국의 리-엔필드 SMLE를 필두로 보병용 소총도 길이가 길 필요가 딱히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보병용 소총은 거의 1차대전 때의 카빈을 기초로 개량된 모델을 사용했다.[4] 일례로 2차대전 독일군의 Kar98k는 1차대전 때의 Gew98의 카빈 모델에서 출발한 것이다. 게다가 1차대전 이후 각국이 기병을 현대화 개편하면서 카빈의 의의는 거의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M1 카빈 |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 직전 미군은, 후방요원이나 운전병, 전차병, 조종사 등의 '주력 소총과 동급의 총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나 일단 총은 줘야 할 것 같은 병과'를 위해[5] 저위력탄을 쓰며 짧고 가벼운 M1 카빈을 개발, 600만 정 이상 생산하여(M1 개런드보다 생산량이 더 많았다) 자국군 및 연합군에 뿌려댄 덕에 카빈이라는 이름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후 여러 가지 특수한 목적으로 일반적인 소총보다 짧게 줄인 총기를 카빈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어른들이나 예비군에서 말하는 카빈, 칼빈은 일반적으로 M1 카빈을 가리킨다.
FN 에르스탈사의 M4A1 카빈 |
현재 여러 나라의 육군이 기계화되면서, 기계화보병을 위해 좁은 차량내부에서나 실내나 시가전에서 걸리지 않는 짧은 총이 각광받고 있으며, 교전거리도 점차 짧아지는 추세여서 기존의 돌격소총을 줄인 단축형 돌격소총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군은 기존의 제식 돌격소총인 M16A2에서 M4A1으로 전면 교체하였고,[6] 특수부대들도 기존의 기관단총으로 화력의 부족을 느꼈는지 최근엔 SMG에서 카빈으로 대체되는 추세다.[7]
K1 기관단총처럼 소총탄을 쓰면서 기관단총으로 불리는 총과 카빈의 차이는 단순히 이름뿐이다. 소총탄을 쓰면서도 주력총기보다 짦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카빈'의 정의와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총기잡지에서는 K1 기관단총을 카빈으로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8]
미국 민간 총기시장에서는 권총에 개머리판 달아놓고 '피스톨 카빈'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피스톨 카빈의 원조는 마우저 C96이고, 루거 P08이나 스테츠킨 기관권총 등 작은 소총급 화기라는 카빈 개념에 꽤 충실한 시도였다. 이게 좀 더 발전하면 Cx4 Storm이나 Kel-Tec SUB-2000 같은 물건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쪽은 '피스톨 칼리버 카빈', 혹은 줄여서 PCC라고 부르고 수요도 꽤 있는 편이다.
H&K HK53 |
현재 세계적으로는 제식 소총을 줄인 총기류로가 카빈으로 통용되며, 총 전체의 크기가 많이 줄어드는 만큼 종래의 돌격소총보다 가볍고, 좁은 곳에서 다루기 쉬운 경우가 많다. #[9] 개발의도도 기계화보병에게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총열이 길면 실내 소탕전과 건물 사이 좁은 골목 등에서 총열이 드러나거나 문턱이나 가구 등의 장애물에 걸리는 등 적잖이 불리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전까지 써오던 소총들보다는 총열 길이나 반동문제 등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총검술 사용 등 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 때문에 5.56mm 기준 총열길이를 평균 14.5인치(308 mm)나 짧으면 10인치(260 mm), 11.5인치(290 mm), 많이 길어도 16인치(420 mm)로 유지중이다. AR 계열에서 한때 10인치보다 짧은 총열(7인치, 8.7인치)을 시험해보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그보다 총열이 짧아지면 사거리, 탄속, 명중율이 낮아지기 시작해서, 전투용으로는 10.5보다 짧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었다. 14.5인치와 10.5인치는 XM177 시절부터 내려오던 규격이라 완벽하게 최적화 되지는 않았다. 총열 길이별 탄속 실험 결과로는 16인치 총열이 20인치 풀사이즈 총열에 최적화 된 5.56mm 탄환을 거의 탄속 손실없이 쓸수있는 마지노선이고 11.5 인치의 경우 소음기를 사용했을때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받은 최적의 총열 규격들로 인정받았다.
카빈(기병총)에 대한 고찰
3. MAR?
단축형 돌격소총을 MAR, Micro Assault Rifle라고 부르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MAR은 보편적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돌격소총을 줄인 단축형 돌격소총을 MAR라고 부르는 것은 이스라엘만 사용하는 분류로, 이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IWI 갈릴소총에서 기인한다. IWI 갈릴은 원래 ARM(경기관총 버전)과 AR(표준형)이 기본으로 쓰였으며, 명칭은 Galil AR이었다.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편이었기 때문에 기계화가 많이 되어가던 이스라엘군 내에서 단축형의 요구가 높아져서 총신길이를 줄인 Galil SAR(Short-AR), 더더욱 줄여서 만든 Galil MAR(Micro-AR)까지 개발하기에 이른다.즉 MAR이란 갈릴의 변형 모델을 가리키는 이름이며, 보편적인 분류 명칭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데다가 그 이후에 제식소총으로 만들어진 TAR-21을 보면 IWI가 MAR 혹은 Mirco라는 것을 붙이는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일단 TAR-21의 카빈형은 CTAR-21(Carbine TAR-21)이라 하여 총열 길이만 줄였지만 MTAR-21(Micro TAR-21)은 아예 길이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해 장전레버의 위치도 바꿀 정도로 총기구조까지 대폭 변형시켜버렸다. 카빈이 총열만 줄여버리는 수준에 그치는 데 반해 MAR라고 붙은 건 이런 큰 차이를 보인다.[10]
그 MAR라는 용어가 입에 착 감겼는지 총기잡지 등등에서 슬슬 쓰이던 게 어느새 한국의 일부 아마추어 총덕후들에게는 정식(?) 총기 분류의 하나로 자리잡아 버렸는데, 이스라엘 외에는 MAR라는 구분을 쓰는 경우는 없고 그냥 카빈이라고만 하거나, 필요에 따라 별도 번호를 붙여 모델을 구분한다. 또는 코만도 모델이니 컴팩트 모델이니 서브카빈이니 하는 식으로 별칭을 붙이는 편이다. 예를 들어 M16 소총(20인치 총신)의 단축형은 M4(14.5인치급)나 CAR-15으로 부르는데, 11.5인치의 총열을 가진 XM177은 콜트 코만도라 불린 적이 있다. 시그 SG550의 8,9인치 모델은 SG552라고 별도 넘버링을 하고, 코만도라고 별칭을 붙여 부르고 있다. H&K에서 제작한 H&K G36의 카빈형인 G36K(Kurz, 짧다는 뜻)를 또 줄인 모델은 G36C(C는 컴팩트의 약자)라고 한다. 총신 길이로만 따지면 기관단총이나 카빈으로 취급되는 AKS-74U나 K1 기관단총 역시 극단적으로 짧은 총신을 가지고 있으나 K1을 기관단총이라고 부르는 건 대한민국 국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치더라도 딱히 MAR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때문에 외국의 어떤 군사전문가나 매니아들도 총기분류로는 MAR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갈릴과 TAR-21을 설명할 때나 쓰임). 한국의 카빈과 MAR을 구분하려는 사람들은 카빈이 돌격소총의 단축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단축형 돌격소총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세계적인 실효성과 보편성은 없는 상태이다.
4. 관련 문서
[1] 머스킷의 단축형인 머스킷툰(Musketoon)이라는 단어도 따로 있는데, 주로 카빈과 머스킷의 중간이었다. 흑색화약 시대가 저물며 같이 사라졌다.[2] 당시 보병용 머스킷은 길이가 140~150 cm 정도였기에 카빈은 여기서 총열을 40~50 cm 정도 잘라낸 것이므로 보병용에 비하면 비교적 가볍고 짧다.[3] 물론 꼭 기병용으로만 사용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나온 M1카빈처럼, 총 들고 싸우지는 않지만 자기방어용의 소총은 필요한 포병, 공병 같은 병과에게도 지급되었다. 국가나 시기에 따라 이런 총기들은 아틸러리 타입, 새퍼 타입 등의 별칭이 붙었고, 세세한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긴 하나 큰 의미는 없다.[4] 정작 영국은 덩케르크 철수 이후 대다수 손실한 SMLE를 대체한 리엔필드 No.4에서 도로 총열이 약 30인치(767mm)로, SMLE의 약 25인치(640mm) 대비 길어졌다. 소련군도 700mm 넘는 총열 길이의 M1891/30 모신나강을 대전 기간 중 개발된 카빈인 M1944 등과 혼용한 것 등을 감안하면 케바케는 있다.[5] 어쩌면 현대의 PDW와도 비슷한 개념으로, 주요 전투 병력이 아니고 주력소총을 소지하기 힘든 병과를 위한 방어용 총기다.[6] 총열이 무려 5.5인치나 줄어들었다. 이설로는 M16A2의 3점사 하나 때문에 의도치 않게 카빈이 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세한 건 M16A2 문서 참조.[7] 미 해병대는 제외. 여기는 “모든 해병은 소총수다(Every marines are rifleman)“라는 모토에 걸맞게 병사 개개인의 명중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총열이 길어 정확도가 유리한 M16 소총을 A4 버전까지 제식채용해서 써왔다. 이후 ‘기존의 총알을 흩뿌려 제압하는 방식을 버리고 한발한발 정확히 맞춰 제압한다‘ 라는 새로운 교리와 함께 지정사수소총, 공용화기를 모조리 통합해 M27 IAR를 새로 도입했는데, 얘도 16.5인치 총열 사양이라 카빈급은 아니다. 그나마 수색대가 단축형 모델을 사용하기는 한다.[8] 다만 K1/K1A가 K2 소총의 카빈형은 아니다. 애초에 K2의 카빈은 K2C로 따로 개발되었으며, K1은 어디까지나 M3 그리스건을 대체할 기관단총으로 만들었을 뿐이며, 오히려 K1이 K2보다 먼저 개발되었다.[9] 영상의 상황은 훈련 상황으로, 배터링 램으로 도어 브리칭을 한 후 진입하려다 H&K G36이 문틀에 끼인 것이다.[10] K1 기관단총이나 AKS-74U는 처음부터 카빈으로 설계된 독자적인 총이니 MAR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