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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核酸 / nucleic acid생물 세포에 존재하는 고분자 물질. 생명의 유전 정보를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생물의 설계도다. 대표적인 핵산으로는 DNA와 RNA가 있다.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로 지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지니고 있다. 뉴클레오타이드의 중합체로 구성된다. 또한 세포에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기 위해 작용하는 물질이다. 단위체는 인산, 당, 염기가 각각 1:1:1의 비율로 결합한 뉴클레오타이드이며, 뉴클레오타이드의 인산이 다른 뉴클레오타이드의 당과 결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폴리뉴클레오타이드라는 긴 사슬 모양의 물질이 나온다. 여기서 DNA와 RNA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DNA는 이중나선구조, RNA는 단일 가닥구조이며, 뉴클레오타이드의 당은 각각 디옥시리보스와 리보스이다. 담당하는 기능으로는 DNA의 디옥시리보스는 뉴클레오타이드의 결합 순서 및 염기 서열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 정보를 저장하며, RNA의 리보스는 단백질을 합성하는걸 돕는데 관여한다.
참고로 이 물질을 한글로 표기할 때 맞춤법에 특히 유의하여야 한다. ㅏ+ㅣ를 써서 핵산이라고 써야지, 실수로 ㅓ+ㅣ를 써서 헥산이라고 쓰면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1] 핵산은 생명체를 이루는 핵심적인 물질인 데 비해, 헥산은 유독 화합물이므로 아예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글은 구별된다 치는데 문제는 말이다. 현대 한국어 화자들은 대부분이 ㅐ와 ㅔ를 같은 방식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말로만 핵산/헥산이라고 할 때 두 물질 중 어떤 것을 지칭하는지는 맥락을 통해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핵산은 한자어이고, 헥산은 외래어인데다가 대한화학회 공식 명칭으로는 '헥세인'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난다.
2. 구조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타이민, 유라실[2]의 다섯 종류 염기와 리보스[3], 디옥시리보스[4] 등의 당(sugar) 그리고 인산(phosphate)로 구성된다. 일단 기본적으로 인산-당-인산-당... 식으로 길게 체인처럼 연결된 기본 골조에 염기가 돌출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DNA의 경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제는 분자생물학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고, RNA의 경우는 조금 비틀어진 이중나선을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조가 없거나 복잡한 구조로 접혀서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여기서 아데닌과 구아닌은 퓨린 계열, 타이민과 유라실과 사이토신은 피리미딘 계열이다. 즉 염기가 상보결합할 때 퓨린과 피리미딘끼리 결합한다는 것. 또한 아데닌-타이민 결합은 2개, 구아닌-사이토신 결합은 3개의 수소 결합을 가진다. 따라서 구아닌-사이토신 결합이 결합력이 더 높다.
기본적으로 핵산을 구성하는 물질은 뉴클레오타이드(핵염)인데, 이건 당과 염기로 구성된 핵당(Nucleoside)에 인산기가 세 개 붙은 모습이다. 이 인산기 중에 두 개는 핵산 합성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핵산에 포함되는 건 당하고 염기 하나[5]마다 인산기 하나가 포함되므로, 아까 말했던 인산-당-인산-당...의 골조가 구성되는 것이다. RNA는 뉴클레오타이드 ATP(Adenosine Triphosphate)[6], GTP[7](Guanosine Triphosphate), CTP(Cytidine Triphosphate), UTP(Uridine Triphosphate)로 구성되고 DNA는 여기서 당 부분만 라이보오스에서 디옥시라이보오스로 교체한 dATP(Deoxyadenosine Triphosphate), dGTP(Deoxyguanosine Triphosphate), dCTP(Deoxycytidine Triphosphate), dTTP(Deoxythymidine Triphosphate)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RNA에서는 우라실이, DNA에서는 타이민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핵산의 구조적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슬 외부로 돌출된 염기들이 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메이저한 것은 역시 DNA의 아데닌-타이민, 구아닌-시토신의 염기쌍 형성이겠지만, RNA의 경우엔 구아닌-시토신-구아닌 이렇게 3개가 짝짓는 경우도 있고 메틸화된 아데닌과 구아닌이 짝짓는 경우도 있다. 이는 RNA의 독특한 구조 형성에 큰 기여를 한다.
사슬 형태의 산이기에 초강산[8]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산성을 띠는 부분은 그냥 인산이기에 순수 인산보다 강하지도 않다.
3. 기능
핵산이 생명체의 유전 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짝짓는 능력과 이중나선 구조에 있다. 어떤 물질이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그 정보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전 물질로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는 멋대로 반응하거나 변질되지 않는 안정성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똑같이 복제하여 물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제성이다. 유전물질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긴다. 유전 정보가 바뀌어서 갑자기 몸에서 종양 덩어리가 생기거나 하면(물론 과장을 좀 하긴 했지만) 큰일 날 것이다. 암은 이런 식으로 유전 물질이 발암물질이라고도 부르는 고반응성 물질과 반응해서 변질되어 생기는 것으로, 발암물질은 다른 게 아니라 DNA를 변질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들이 죄다 발암물질이다. 태어나자마자 암 걸려서(...) 죽지 않으려면 당연히 반응성이 낮고 안정한 물질을 유전물질로 사용해야 한다. 이 능력은 핵산의 이중나선 구조가 보장해 준다. 이중나선이 한 번 형성되면 중요한 염기쌍 부분은 나선의 중앙으로 들어가 단단하게 보호되고, 염기쌍 부분의 작용기 몇 개와 인산-당 골격만 밖의 환경에 노출되어 안전하게 중앙의 염기쌍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변질될 염려 없이 염기쌍의 서열에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돌연변이 참조. 대표적인 돌연변이의 증상이 암이다.또 다른 중요한 요건은 복제 능력이다. 이건 핵산의 짝짓는 능력이 보장해 준다. 염기쌍 형성(Base-pairing)이라고도 하는 짝 짓는 능력은, 말 그대로 아데닌(A)-티민(T) 또는 우라실(U) 그리고 구아닌(G)-시토신(C)[9]의 염기들은 서로서로 짝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특이성(specificity)인데, 그 뜻은 DNA에서라면 항상 아데닌은 티민과, 구아닌은 시토신과 짝을 이룬다는 것이며, 아데닌과 구아닌이나 아데닌과 시토신이 결합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RNA에서는 염기쌍 형성이 유연한 감이 있지만, 일단 유전물질로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DNA이니 넘어가자. 이 특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DNA는 이중나선 구조다. 즉, 언제나 두 가닥이 서로에 대해 상보적으로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DNA를 복제하는 것은 간단하다. 먼저 단단히 꼬여 있는 두 가닥을 풀어내서 가닥 하나씩으로 만든다. 그러면 서로 짝짓는 서열을 가지는 두 가닥의 DNA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각각의 가닥에다 상보적인 염기를 가지는 뉴클레오타이드를 하나씩 붙인다. 만약 아데닌이 보이면 티민을 가져다붙이고, 티민이 보이면 아데닌을, 구아닌이 보이면 시토신을, 시토신이 보이면 구아닌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이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한 가닥짜리 DNA가 어느새 두 가닥짜리 DNA가 되었다. 대신 이 과정이 완전하지 않아서 끝 부분이 조금씩 소실된다.[10]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게 된다.
이렇게 짝짓는 능력이 특이성이 있기 때문에(specific 하기 때문에) 이 새로운 두 가닥 DNA는 원래 있던 DNA와 일치한다! 그리고 아까 DNA를 풀어서 두 개의 한 가닥 DNA를 만들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나머지 하나도 새로운, 그리고 원래의 DNA와 일치하는 두 가닥 DNA가 되었다! 즉, DNA를 이루는 두 개의 가닥을 풀어내서 두 개의 한 가닥 DNA를 만든 뒤, 그 서열을 바탕으로 각각의 한 가닥 DNA에 염기를 하나씩 붙이다 보면 원래의 DNA와 동일한[11] DNA가 두 개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각각 새로운 핵에 들어가서 두 개의 딸세포를 형성하거나 한 개는 자기가 가지고, 다른 한 개는 자식을 만들어서 주면 된다! 이게 바로 생명 활동의 정의 중 하나인 생식인 것이다.
4. 핵산 식품 유사과학
1976년에 벤저민 S. 프랭크가 <늙지 않는 식단(No-Aging Diet)>이라는 책을 내면서 "핵산을 먹으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80년대 중반 즈음[12]부터 이 책의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핵산이 풍부한 음식" "생명의 기원 핵산" "핵산 합성, 20세 전후로 감소하니 음식섭취 해야..." "불로장생" "피부미용" "만병(암)통치" 따위의 해괴한 주장과 함께 핵산건강식품이 나돌기 시작했다. "핵산 음식"으로 검색해봐도 많이 뜬다.이들은 보통 아래와 같은 순서로 주장하는데, 상술한 <늙지 않는 식단>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 DNA와 RNA는 우리의 몸을 구성하며…(보통 여기까지만 사실이다)
- 모든 병은 DNA 손상 때문에 일어난다.(물론 DNA가 손상되면 신체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암. 하지만 DNA와 하등 관계 없는 외부 병원체로 인해 발생하는 병 또한 수두룩하며, 이런 주장을 설파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용어부터 형형색색의 그림까지 동원하여 '과학적인 척을 하며' 밑작업을 한다.
이 주장을 하는 시점부터 거르면 된다.) 덤으로 노화도 핵산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 - 핵산 합성은 20세부터 감소하므로 그 이후부터는 필수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어린이는 성장발달, 학생의 두뇌 활동, 여성은 피부미용…도 들먹인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고혈압도 고친다. 담배로 인한 질병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거기다 늙지도 않고 장수한다.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 '핵산 음식' 그리고 '핵산 액기스'를 광고한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핵산은 당신이 먹는 거의 모든 것에 이미 들어 있다! 미생물도 안 붙은 멸균처리된 광물이나 설탕 같은 걸 씹어먹고 산다면 또 모를까. 일단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절대 핵산이 모자랄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소화구조라는 건 물질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요소로 전부 분해한 뒤 재구성하는 것이다. 핵산을 소화계통으로 섭취한다고 그 핵산이 그대로 우리 몸의 핵산에 끼어든다 치면... 소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은 소가 되고, 돼지고기 많이 먹은 사람들은 돼지가 되나?
관련 영상
엄지의 제왕에서도 이 유사과학을 방송한 적이 있다.#
KBS 뉴스에서도 이 유사과학을 주장한 적 있다.#
유사과학 탐구영역 59화에서 이 유사과학을 비판한 적이 있다. #(해당 회차 유료화)
이 항목에서 서술하는 유사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는 하지만, 캐나다의 화학 실험 유튜버 NileRed가 딸기에서 대표적인 핵산인 DNA를 추출해서 먹는 실험을 진행했다.[14]
5. 핵산 조미료
핵산계 조미료라는 것이 존재한다. 멸치, 가쓰오부시처럼 감칠맛을 내는 데 쓰인다. 1980년대에는 제일제당에서 아예 다시다의 친척으로 "핵산 조미료 2.5"라는 것도 발매했었다.(핵산이 2.5% 들어있다는 의미의 네이밍) 꽤 인기있었기에 YS는 못말려에 이를 이용한 콩트가 실려있기도 했다.[15]대표적으로 이노신산,구아닐산등의 성분이 있다. 이노신산은 멸치·가쓰오부시·쇠고기에, 구아닐산은 표고버섯에 많이 들어있다. 현재의 대량 생산 공장에서는 대체로, MSG와 마찬가지로 사탕수수 당밀 같은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다.
아미노산계 조미료와 혼합해서 사용하면 효과가 강력해진다. MSG의 감칠맛 증폭 효과 때문인데, 그래서 대표적인 핵산계 조미료인 다시다나 맛나에도 MSG가 복합되어 있어서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MSG가 주된 미원에도 기본적으로 1.5% 가량 넣는다. 또한 라면 스프의 맛을 내는 데도 핵산계 조미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MSG나 MSG가 함유된 성분(다시마 농축액 등...)을 첨가하여 맛을 증폭시킨다.
[1] 다행히도 현재 대한화학회에서는 헥산을 헥세인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서 학교에서 현재 배울 때는 혼동할 여지가 없어졌으나, 사회에서는 여전히 혼동할 수 있다.[2] DNA의 경우 아데닌에 타이민이, RNA의 경우 타이민 대신 유라실이 결합되어 있다.[3] RNA의 경우[4] DNA의 경우[5] 둘이 합쳐 핵염이라 한다[6] 세포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그 ATP 맞는다[7] 일부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ATP생성 전에 이 GTP가 먼저만들어지고 ATP로 변환되는 경우가 있다.[8] 알보칠이 이런 형태이다.[9] 사이토신으로 표기되기도 한다[10] 정확히는 DNA 복제를 시작하기 위한 프라이머 때문인데, 우리 몸 속의 프라이머는 RNA로 구성되어 있고(PCR에서는 DNA프라이머를 사용한다.), 이 부분은 복제가 끝난 후 효소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에 최소한 프라이머 길이 만큼 짧아지는 것이다.[11] 사실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다. 진핵생물(Eukaryote)의 경우 대략 108 염기마다 한 개씩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게 바로 돌연변이가 생기는 원인이자 여러분이 암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아직까지 인간이 만든 어떠한 기작도 이 10-8 만큼의 오차율을 따라잡지 못했을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한 것은 맞다.[12] 1985년 이전의 검색 결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정확한 년도는 1985년으로 추정된다. 1985년의 중앙일보 기사[13] 실제로 세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가능하나, 세포막 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등 여러 밑작업이 필요하다.[14] 상기했듯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에는 DNA 등의 핵산이 있기 때문에 꼭 딸기를 이용해서 DNA를 추출할 필요는 없다. 해당 유튜버가 말하길, 딸기를 이용한 이유는 딸기의 구조 상 세포벽을 부수기가 쉬워서 DNA 추출에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사실 추출한 DNA를 먹지만 않을 뿐이지, 많은 학교에서 생명과학 시간에 DNA 추출 실험 자체는 진행한다. 추출 대상은 학교마다 다른데 NileRed처럼 세포벽을 부수기 쉬운 무른 과일로 실험하는 것이 더 간단하기는 하다.[15] 대충 내용이 김영삼 대통령이 신문을 보다가 "핵사찰? 왜 핵을 절에서 갖고 있겠다는 거지?" "핵산 2.5%라고? 우리나라 산의 2.5%에 핵이 있다는 애긴가?"라며 근심에 잠긴다는 내용이다(....) 이 당시 북한의 핵 도발이 막 시작되었기에 나온 시사 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