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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왕고래가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 – 피토 역설[1] |
개체의 몸집이 클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적어지는 현상. 이 연관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전염병학자 리처드 페토의 이름에서 따왔다.
인간을 포함한 개체는 나이가 많을수록, 체중이 클수록 암 발병률이 높다. 암은 세포 분화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세포 돌연변이의 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기에 세포 분화를 오래, 많이할수록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종끼리 비교하면 그 반대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위의 보편적인 원칙대로라면 오래 살지 않고 체중이 낮은 쥐와 같은 동물은 암 발병률이 낮고,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비교적 오래 살고 체중이 높은 동물은 암 발병률이 높아야 할 것이라고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막상 인간은 쥐보다 50배는 더 오래 살며, 세포 수도 약 1000배 가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암 발병률이 비슷하며, 코끼리와 고래의 암 발병률은 오히려 매우 낮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페토의 역설이라고 한다.
2. 가설
아래의 가설들은 모두 맞을 수도 있고 모두 아닐 수도 있다. 이는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억제유전자의 개수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큰 동물들의 경우 다른 동물들에 비해 종양억제유전자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빈도는 많으나, 이에 대한 회복력이 더 뛰어난 것이다.
- 중복종양
기본 종양에 기생해서 나오는 종양을 바로 중복종양이라고 한다. 암세포는 태생이 돌연변이인 만큼 선천적으로 불안정하며, 이에 따라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마치 기생충에 기생하는 중복포식기생충처럼, 기존 종양에 적대적인 새로운 암세포가 등장하여 새로운 종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중복종양이라고 한다. 중복종양은 기존 종양을 향하는 혈액 공급원을 잘라내고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식으로 기존 종양을 굶겨죽인다. 이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양의 크기가 무한정 커지지 않고 일정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러니까 암이 암에 걸려 죽는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 종양의 개체 내 점유율
2그램의 종양은 쥐 몸무게의 약 10%에 해당하지만, 인간에게는 0.002% 수준에 불과하며 고래에겐 0.000002% 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세포 1개의 크기는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세 경우 모두 2그램의 종양을 형성하기 위해 같은 수의 암세포를 요구하고 곧 난이도 역시 똑같다. 하지만 이것이 쥐와 같은 작은 개체에게는 치명적일지 몰라도 고래와 같이 크기가 매우 큰 개체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