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2 14:44:33

한국어의 키릴 문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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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종류
2.1. 홀로도비치 표기법2.2. 콘체비치 표기법(러시아어 실용 표기법)2.3. 북한의 키릴 문자 전사
3. 유성음화된 /ㅈ/ 표기 논란4. 기타 양상
4.1. 그 밖의 국가에서의 키릴 문자 전사4.2. 고려말
5. 여담

1. 개요

한국어의 키릴 문자 표기법은 한글로 쓴 한국어키릴 문자로 옮기는 방법이다. 정확히는 러시아어 키릴 문자이다. 러시아어에서 한글을 옮기는 방식과 우크라이나어 등 키릴 문자를 쓰는 다른 언어에서 한글을 옮기는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한국어의 러시아어 표기법이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키릴 문자는 러시아어, 불가리아어, 세르비아어, 우크라이나어슬라브어파 언어들을 비롯하여 루마니아어(트란스니스트리아 한정), 몽골어, 압하스어, 카자흐어, 축치어, 코미어 등의 다양한 개별언어에서 사용되는 알파벳 문자 체계이다. 그러기에 한국어를 키릴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 역시 고안되었으나 정식으로 채택되어 사용되는 것은 없다. 다만 지명 표기는 소련 정부에 따라 콘체비치 체계를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관용적으로 굳어진 Сеул(서울), Пхеньян(평양), Чемульпо(제물포)[1], Пак Чон Хи(박정희), Ро Дэ У(노태우), Ким Дэ Чжун(김대중), Ким Ки Дук(김기덕), Ким Ир Сен(김일성), Ким Чен Ир(김정일), Ким Чен Ын(김정은), Ким Чен Сук(김정숙), Цой Ен Ген(최용건), Хан Сер Я(한설야) 등은 표기법과 관계 없이 기존 방식대로 쓴다.

2. 종류

2.1. 홀로도비치 표기법

소련의 언어학자이자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동방학과 한국어, 일본어 교수였던 알렉산드르 홀로도비치(Александр Алексеевич Холодович, 1906년 5월 24일~1977년 3월 20일)가 고안하여 1950년대에 발표한 표기법이다. 1960년대에 나온 콘체비치 체계의 원형이 되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 한국학계가 주로 쓴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음 키릴 문자 모음 키릴 문자
г / к а
н я
д / т ɔ
р / л йɔ
м о
в / б / п йо[2]
с / ш у
ъ / ь ю
ч / ж / з ы / ь
чх / ц и
кх / к э
тх / т йэ
п / ф е
х йе
кк вое
тт ви
пп во
сс / тш вэ
чч / жж / зз ве
ый / уи
ва

이 체계는 'ㅓ'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한때 러시아어에 없는 글자 Ɔ/ɔ를 사용했었다. 가령 '청평'은 이 표기법에 따르면 'Чхɔнъпхйɔнъ'으로 표기되었다. 하지만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학계에서는 학술용 정밀 전사를 제외하면 ɔ를 эo로 쓴다.

2.2. 콘체비치 표기법(러시아어 실용 표기법)

레프 콘체비치(Лев Рафаилович Концевич, 1930년 9월 3일~)[3]는 홀로도비치 표기법을 실용적으로 개정하여 콘체비치 체계(Система Концевича)를 발표하였다. 러시아어 실용 표기법(Русская практическая транскрипция)으로도 불리는 이 체계는 학술용과 실용으로 구별되어 있으며 일부 철자를 한국어 음운에 맞게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학술 표기의 경우 '한자'라는 단어를 'ханчча'로 옮김으로써 'ㅈ'의 된소리되기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 표기에서는 긴장음화나 된소리 되기를 반영하지 않고 그냥 'ханча'로 적는다. 홀로도비치 체계에서 유성음화된 ㅈ은 중국어를 키릴 문자로 전사하는 팔라디 표기법에서 zh 소리를 적는 чж를 그대로 따와 적었고 받침 ㄹ 은 л로 적었지만, 콘체비치는 이를 한국어 소릿값에 맞는 дж와 ль로 바꾸었다.

실용 표기에는 키릴 문자에 새 문자를 더하거나 부호를 붙이지 않고 러시아어에서 사용되는 키릴 문자로만 한국어를 표기한다. 따라서 한국어의 'ㅓ' 모음과 'ㅗ' 모음을 같은 글자로 표기하게 되는 어려움도 있다.

한국어에서는 분별되지 않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을 반영한 한국어를 로마자로 옮기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비슷하다.

다음은 콘체비치 체계를 간단히 요약한 도표.
자음 어두, 무성 자음 뒤 모음 사이, 유성 자음 뒤 어말, 무성 자음 앞
к г к
н н н
т д т
р р ль[4]
м м м
п б п
с с т
н[5]
ч дж т
чх чх т
кх кх к
тх тх т
пх пх п
х х т
кк кк к
тт тт т
пп пп п
сс сс т
чч чч т
모음 키릴 문자모음 키릴 문자
а я
о ё[6]
о ё[7]
у ю
ы и
э йя[8]
е е[9]
ве[10] ви
во вэ
ве ый[11]
ва

2.3. 북한의 키릴 문자 전사

북한에서는 1955년에 작성된 '외국 자모에 의한 조선어의 표기법'의 제2장에 키릴 문자를 이용한 한국어 표기법을 명시했다. 이 표기법에서는 일반용 표기법과 과학용 표기법을 구분하였다. 전자는 일상의 언어 행위에 대한 한국어의 표기에 사용하는 것으로, 신문 등의 인명, 지명 표기에 주로 사용되었다. 후자는 한국어에 대한 과학적 표기에 사용하는 것으로, 언어학의 학술 논문 등에서의 전사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그 이후 한국어의 키릴 문자 표기법에 어떤 변화가 이루어졌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3. 유성음화된 /ㅈ/ 표기 논란

일반적으로는 콘체비치 체계가 쓰이고 러시아 정부가 정하여 정부 기관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지정된 한국 지명 표기에 관한 공식 지침에도 콘체비치식을 쓰지만, 인명 표기에서 유독 유성음화된 ㅈ을 дж가 아닌 чж로 쓰는 경우가 잦다. 이를테면 지난 광주유니버시아드, 경주 지진이나 성주 사드 배치 관련 러시아 언론 보도에서는 광주, 경주, 성주가 각각 'Кванджу, Кёнджу, Сонджу'로 표기되었지만, 러시아 외교부는 '문재인'을 'Мун Джэин'이 아니라 'Мун Чжэ Ин'으로 적는다. 이것은 예전 표기 방식인 홀로도비치 체계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홀로도비치 표기법에서 유성음화된 ㅈ은 중국어를 키릴 문자로 전사하는 팔라디 표기법에서 중국어의 zh 소리를 적는 чж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받침 ㄹ 은 л로 적었지만, 콘체비치는 이를 한국어 음성학에 따른 소릿값에 맞는 дж와 ль로 바꾸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학계는 홀로도비치식 'чж'를, 모스크바,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토크,[12] 이르쿠츠크 한국학계는 콘체비치식 'дж'를 쓰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단순한 철자 하나 차이를 넘어 러시아 한국학계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러시아 전국에서 모인 한국학자들이 토론회와 학술 대회도 자주 열어보았지만 매번 서로의 주장만 팽팽하고 격렬하게 부딪힐 뿐 어떠한 합의나 타협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학계는 'дж'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이지도 않겠다고 한다. 어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 학자는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라서 콘체비치 표기법에 반대한다'고도 하였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방식을 쓴다. 그런데 브로슈어와 책자에는 콘체비치식이 적용되어 있다.

한편 KBS가 운영하는 국제방송국 KBS 월드 러시아어 방송 및 홈페이지에서는 철저히 홀로도비치 체계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Кванчжу, Кёнчжу, Чхончжу와 같이 지명은 물론, Мун Чжэ Ин, Ли Чжон Чжэ와 같이 인명 역시 чж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받침 ㄹ의 경우에는 콘체비치 체계를 따라 ль로 적고 있다. (예: Сон Ён Гиль)

4. 기타 양상

4.1. 그 밖의 국가에서의 키릴 문자 전사

몽골어는 러시아어보다 많은 모음을 가지고 있고, к, т, п 등이 러시아어와 달리 거센소리로 소리나기 때문에 х가 잔뜩 붙고 모음이 혼동되는 러시아어보단 비교적 깔끔하게[13] 표기한다. 가령 위 체계에서 송산과 성산은 둘 다 Сонсан으로 구분이 곤란하나 몽골에선 Сунсанъ, Сонсанъ[14][15]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Тэгү처럼 외국어를 통해 들어온 경우 멀쩡히 대구(Дэгү)라고 쓰면 될 게 테구가 되는 등의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어의 ''에 가까운 [ɤ] 음소가 있는 불가리아어에서는 'ㅓ', 'ㅡ' 발음을 ъ로 적기도 한다. 대전(Теджън), 청주(Чхънджу) 등이 그 예. 다만 서울은 그냥 세울(Сеул)로 쓴다.

4.2. 고려말

중앙아시아의 한인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중앙아시아 한국어, 소위 '고려말(Корё мар)'은 키릴 문자로 표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한글을 쓰도록 되어있어서 고려인 대상 매체나 고려인 학교에서는 한글을 썼지만 고려인들이 따로 민족자치구역을 배정받지 못했고, 또한 타지에 있는 고려인들의 경우에는 고려말을 주로 구어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글에 익숙지 않은 고려인들이 늘어난 이유가 컸다. 1937년, 소련에 따른 강제 이주로 형성된 고려말은 육진 방언을 기초로 동북 방언과 러시아어 등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는 고려말보다는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하여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고 알려져 있다.

곽충구,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자료와 연구, 인문논총, 제58집, pp.231~272

5. 여담

  • 러시아어에는 기식이 없지만 한국어는 ㄱ-ㅋ, ㄷ-ㅌ, ㅈ-ㅊ처럼 무성음의 기식 여부를 구분하는 언어이다. 이에 거의 대부분의 표기법에서는 보통 х로 기식 여부를 구분한다. ㄱ(к)-ㅋ(кх) 식으로. 헌데 이게 러시아인들 입장에서 낯선 표기법이다 보니 엉뚱하게 읽는 일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주체'는 보통 Чучхе로 쓰는데, 러시아인들은 이를 Чу-чхе가 아닌 Чуч-хе로 받아들여 '추치-헤'로 읽는 일도 있다.


[1] 제물포 해전 당시 러시아인이 제물포를 'Чемульпо'로 표기했다. 물론 현대 지명인 인천은 'Инчхон'으로 표기한다.[2] 러시아어를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왜 글자 ё를 사용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jo/ 발음은 원래 독립된 음운이 아닌 러시아어 모음 강세의 변화에서 비롯된 음운을 표기하는 글자라 외래어 표기에는 /jo/ 발음이 나도 йо로 전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Майор(마요르), Йогурт(요구르트) 등이 있다. 다만 튀르크어족에 해당하는 언어 중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런 거 무시하고 그냥 '요' 비슷한 소리가 나면 ё로 표기하기도 한다. 또한 후술할 콘체비치 표기법에서는 ㅛ를 ё로 표기하며, 일본어의 よ도 ё로 전사한다. 예: 요시히토(Ёсихито)[3] 소련·러시아의 동양학자로 1973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아들인 막심 콘체비치(Максим Львович Концевич, 1964년 8월 25일~)는 수학자이며 푸아송 다양체에서의 변형 양자화에 대한 수학 정리로 1998년 필즈상을 수상했다.[4] 단 'ㄹㄹ' 은 그냥 лл으로 적는다.[5] 모음 앞에서는 нъ로 표기한다. 예: 양양 Янъян[6] 지명의 첫소리에 올 때에는 Йо로 표기한다.[7] 지명의 첫소리에 올 때에는 Йо로 표기한다.[8] 'ㅐ' 가 'э'이므로 'ㅒ' 는 'й'에 'э'가 붙은 'йэ'여야 하지만 왜 'йя'인지는 불명. yya?[9] 지명의 첫 소리에 올 때에는 Йе로 적는다.[10] 키릴 문자에서 ㅚ 발음에 해당하는 글자가 없어 비슷한 발음인 ве로 대체.[11] '의'가 '이'로 소리 나면 'и'로 적는다.[12] 이고리 톨스토쿨라코프(Игорь Толстокулаков), 타마라 카플란(Тамара Каплан), 바딤 아쿨렌코(Вадим Акуленко) 등 해당 학교 한국학과 교수진들의 논문이나 저서 모두 콘체비치 표기법을 따르고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상트페테르부르크와 구분되는 극동 한국학의 중심지이다.[13] 충청도를 러시아식으론 Чхунчхондо라고 써야 하나 몽골식으론 Чүнчонду라 쓰면 된다.[14] 몽골어 у는 ㅗ 에 가까운 발음이 난다. ㅜ 발음은 ү.[15] 몽골어에서는 종성 'ㄴ' 은 нъ에, 'ㅇ' 은 н으로 엄격하게 대응한다. 몽골어의 н는 종성에서 발음이 달라지기 때문. 구분해 주는 것이 언중이 덜 어색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