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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국의 전통 가택신 신앙에 등장하는 신 중 하나. 화장실을 관장하는 신이다. 측신, 측간각시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첩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가정의 주부이자 정실부인으로 상징되는 조왕신(부엌여신)과는 대립되는 신이다.옛 한옥에서 부엌과 화장실이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정실과 측실의 대립관계는 물론 음식을 만드는 곳과 불결한 화장실과의 대비관계와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경북 지방에선 변소각시, 정낭각시, 변소장군, 전남지방에선 변소각시, 칙간조신, 정낭각시, 제주지방에선 칙시부인, 칙도부인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1]
2. 특징과 묘사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첩의 모습이며,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세고 있다고 한다.성질이 사나워 화를 잘 내기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노크 등 기척을 내서 몸을 숨길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화장실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등의 행동으로 화를 돋우게 되면, 그 사람을 병들어 죽게 하는 해를 끼친다. 옛날 화장실 매너를 가르치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용 신일지도(...).
매월의 6자 돌림의 날짜에는 화장실 사용자들의 몸을 만지며 병에 걸리게 만들므로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옛날에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사용기간을 정해두도록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분석하는 편이다.
종종 사람이 똥통에 빠지는 일이 생기면 콩떡을 만들어 측신에게 바치고, 빠진 사람에게 먹이고, 이웃에 나누어주며 "똥~떡"이라고 소리를 쳐서 저주를 풀어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3. 전승: 노일자대 이야기
가택신이기 때문에 특정한 인명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주도의 가택설화 '문전본풀이'에 등장하는 노일제대귀일의 딸, 혹은 노일자대[2]이라는 악당이 대표적인 측각시로서 유명하다. 악당 역할이지만, 같은 제주도 가택신 설화에서 조왕신(여산부인)을 목욕탕으로 데려가서 익사시키는 기염을 토했기에 꽤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다.조왕신이 되는 여산부인을 목욕탕에서 익사시키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녀의 아들인 7형제들이 노일자대의 흉행을 알아내고, 마지막에는 갈가리 찢어져서 죽는다. 눈은 망원경이 되고 다리는 잘라서 화장실의 디딤돌이 된다. 뇌나 눈이 벌레떼가 되었다는 전승도 있다. 화장실에 들끓는 해충들을 표현한 듯.
참고로 노일자대를 찢어죽인 여산부인(조왕신)의 아들들은 나중에 동서남북 + 중앙 + 앞문 + 뒷문을 수호하는 집안의 수호신이 되었다. 여러모로 첩이자 악역이라는 측각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설화로서, 노일자대라는 이름은 가장 대표적인 측각시로서 잘 언급된다.
4. 중국 전승: 측신 자고
중국 신화의 원조 화장실 여신이다. 본명은 하미. 산동성의 내양현에서 태어났으며, 산서성 수양현의 지사가 그녀에게 반해서 첩으로 삼게 된다. 하지만 정실부인이 그녀를 질투하여 화장실에서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맡는다.첩실이라는 점에서 한국 신화와 전반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중국 신화의 자고(본명은 하미)여신은 대체로 선역으로 묘사된다.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제사를 바치고, 종종 힘을 빌려서 쌀을 바치거나 점술을 치기도 한다. 여러모로 한국 신화의 측각시들보다 대접이 좋다.
5. 기타
- 원전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은 첩의 모습이지만, 현대 미디어에서는 왠지 처녀귀신처럼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으로 묘사한다. 그나마 화장실 문을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무섭거나 소름끼치는 여신으로 묘사되는 점은 잘 지켜진다.
- 만화 도깨비신부에서도 등장한다. 구시대적인 화장실이 없어져서 심술을 부리는 처녀귀신처럼 등장한다.
- 웹툰 신과함께 - 이승편, 신화편에서 등장. 이승편은 까칠한 성격에 조왕신에게 까부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원래의 전승에 부합되는 성격이라 볼 수 있다. 신화편에서도 역시 재물을 위해 조왕신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고 가정을 파멸로 끌고 갈 뻔한 악인으로 나온다.
다만 이승편에서는 신화편이랑 다르게 갱생되었는지 김동현을 챙겨주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희생까지 각오하는 등 심성은 의외로 나쁘지 않게 묘사된다는 점이 특징.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를 주제로 내세운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 동화책 중 '똥떡' 편에 나오는 뒷간 귀신이 해당 정랑각시다. 일러스트를 보면 매우 무시무시한 비주얼이 압권. 뒷간에 빠진 아이의 가족들이 똥떡을 바치자 굉장히 무섭게 등장하긴 하지만 똥떡을 맛있게 먹고 칭찬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1] 출처 : 임동권, 한국민속문화론, 집문당, 1983[2] 아버지 이름이 노일제대귀일이고 이 사람은 딱히 이름이 나오지 않는 버전도 있고, 그냥 아예 이 사람의 이름이 노일자대 혹은 노일저대인 버전도 있다. 현대에 나온 책이나 각색물 등지에서는 아무래도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너무 길어서인지 '노일자대' 쪽을 많이 쓰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