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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현존하는 음악상 중 최고의 영예를 자랑하는 상 중의 하나다. 폴라음악상과 함께 음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음악을 비롯한 모든 음악 장르에 시상되는 폴라음악상과 달리,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은 순수 음악에 한정되어 수여된다는 차이가 있다.매해 작곡·지휘·기악·성악·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단 한 명의 거장에게만 수여한다. 만장일치로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며 음악가의 명성과 국적은 고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예술적 권위와 학문적 권위를 모두 아우르는 특별한 상이다. 수상자 중에는 음악가가 아닌 음악학자도 존재한다.
2. 역사
이 상은 1972년 12월 20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Ernst von Siemens)가 내놓은 출연금으로 스위스의 주그(Zug) 음악상 재단이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첫 상은 1973년도에 결정되어 1974년 6월 7일 영국의 저명한 작곡가이자 음악해석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업적을 쌓은 벤자민 브리튼에게 수여되었다. 설립자인 에른스트 폰 지멘스는 세계 굴지의 기업체인 지멘스 그룹의 운영자이기도 했지만, 이 상은 지멘스 그룹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그 개인의 출연금에 의해 설립되었고 운영 또한 전혀 독립적이다.
그가 이 재단을 설립하게 된 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기관이나 개인에 대한 기부를 통해 음악 분야에서의 후진양성을 도모한다. (따라서 이 기부금에는 전적으로 이 목적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둘째, 여러 나라의 음악가 또는 음악학자들 사이에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한 공적을 낸 창조적 혹은 재창조적 음악가나 음악학자에 대해 그들의 예술적 창조를 지원하고 이들의 가치있는 예술작품이 일반 대중에게도 공헌하였을 경우 이 음악상을 수상한다.’
이 같은 여러 가지의 설립 의도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설립 동기는 설립자 자신이 무척 음악을 사랑했고, 또한 음악을 실현하는 음악가들을 중요시 여겼다는 데에 있다. 이 상의 성격은 음악가의 공적에 대한 인정이지 지원이 아니다. 수상자는 자신의 경력을 쌓는 일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음악 문화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이어야 되나, 국적은 전혀 문제시되지 않는다.
3. 역대 수상자와 수상 기준
최초 수상자인 벤저민 브리튼에서부터 2018년까지 모두 4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작곡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상자가 나왔고 그 다음으로는 지휘 분야의 수상자가 많다. 반면 기악과 성악 분야의 연주자들은 모든 악기와 음역을 통틀어 12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수상자 선정의 기준이 “인류 문화에 얼마나 많이 공헌하였는가?” 이기 때문이다. 지멘스 음악상은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문화적 기여도’ 라는 일관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단 1명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엄격성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수상하기 어려운 상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연주자 입장에서는 작품을 해석하는 재창조적 음악 행위로 작곡가의 창조적 음악 행위보다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수많은 성악가들 중에서도 수상자는 단 2명에 불과한데, 최고의 테너로 알려진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이 상을 수상할 수는 없었다. 많은 오페라에서 명연주를 남겼으며 누구보다도 높은 대중적 명성과 인기를 누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멘스 음악상을 수상한 테너는 페터 슈라이어가 유일한데, 그는 오페라 뿐 아니라 가곡과 종교 음악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압도적인 명연과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세계 최고의 음악상이지만 막상 수상자 명단을 확인하면 낯선 이름들이 꽤 보인다. 연주자보다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월등히 많이 수상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자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대단한 거장들이다. 연주자로서 지멘스 음악상을 수상한 이들은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전범을 세우거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 후배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대가들이다.
2024년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이 아시아인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