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6-04 18:19:04

아비정전

아비정전 (1990)
Days of Being Wild, 阿飞正传(간체)/阿飛正傳(정체)[1]
파일:Days of Being Wild.jpg
감독 왕가위
각본 유진위, 왕가위
제작 등광영
기획 양봉영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두가풍), 유위강, 오지군
편집 담가명, 해걸위
미술 장숙평
음악 진명도, 루로나-롬바르도 오플린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장학우 등.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제작사 환아종예집단(미디어 아시아 디스터비션)
배급사 파일:영국령 홍콩 기.png 환아종예집단(미디어 아시아 디스터비션)
파일:대한민국 국기.png ㈜신라영화(1990년), 스폰지(2008년), ㈜케이알씨지(2011년)
수입사 파일:대한민국 국기.png 스폰지(2008년)
개봉일 파일:영국령 홍콩 기.png 1990년 12월 15일
파일:대한민국 국기.png 1990년 12월 22일, 2008년 4월 1일, 2009년 4월 1일, 2017년 3월 30일
상영 시간 94분
총 관객수 파일:대한민국 국기.png 16,715명
국내등급 파일:15세 관람가.png 15세 이상 관람가

1. 개요2. 시놉시스3. 등장 인물4. 줄거리5. 탐구및 해석
5.1. 제작 비화5.2. 주제와 시대적 배경5.3. 촬영 기법5.4. 엔딩 논란
6. 삽입곡7. 명대사8. 트리비아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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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작품상 • 감독상, 남우주연상(장국영) • 촬영상(크리스토퍼 도일) • 미술상(장숙평)
1991년 대만금상장영화제 감독상

왕가위 작품세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자 회귀점.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탓에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쓸쓸한 관계에 대해 묘사했다. 개봉 당시에는 대중의 기대에 어긋난 주제와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지금은 왕가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홍콩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2]홍콩 영화의 젊은 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이며, 그 스타들이 하나같이 정적이고 우울한 역할을 담당한 것도 포인트이다. 특히 주인공 격인 장국영은 배역과 혼연일체된 섬세한 연기와 포텐 터진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주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런닝셔츠 바람으로 혼자서 방 안에서 맘보춤을 추던 장면과, 혼자 필리핀의 숲길을 걸어가던 뒷모습이 유명하다.

2. 시놉시스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는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그녀와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한다. ‘루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그와의 1분을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3. 등장 인물

성우는 KBS판 성우진이다.
  • 아비/욱자 (배우: 장국영 扮/성우: 김승준)
    부유한 양어머니와 함께 사는 청년이다. 매번 짧은 만남을 가진 뒤 여자를 갈아치우는 바람둥이. 친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성을 사귈 때면 자신이 먼저 떠난다.
  • [ruby(소려진, ruby=蘇麗珍)] (배우: 장만옥 扮/성우: 송도영)
    도박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점원. 이성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오랫동안 간직하는 스타일이다.
  • 루루/미미 (배우: 유가령 扮/성우: 배정미)
    사랑에 적극적인 전문 댄서. 천진난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비가 구애하자 이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아비가 떠나지만 어떻게든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필리핀으로까지 가게 된다.
  • 경관 (배우: 유덕화 扮/성우: 홍시호)
    힘든 시간을 보내는 소려진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남자.
  • 아비의 친구 (배우: 장학우 扮/성우: 김일)
    아비를 만나러 갔다가 루루를 보고는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루루는 아비에게서 버림받고도 일편단심 아비만 바라보는 바람에 그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결국 아비를 찾겠다며 필리핀으로 떠나겠다는 루루를 위해 자신이 아끼던 차까지 팔아 경비를 마련해준다. 그 돈을 그녀에게 쥐어주며 "그래도 끝내 아비랑 이어지지 못하게 되면... 내게로 와."라고 말하는 순정남.

4. 줄거리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비는 늘 여자를 갈구하지만 깊은 사랑은 경계하는 바람둥이다. 도박장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소려진에게 먼저 접근해 그녀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해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이도 잠시, 아비는 소려진을 자신의 집에서 쫓아낸 뒤 댄서인 루루를 들여 또 다른 사랑을 나눈다. 루루는 소극적인 소려진과 달라서 아비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꼈다는 걸 눈치채고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럼에도 루루에게 매몰차게 이별 선언을 하는 아비에게는 길게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어려서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지금의 양어머니에게 입양된 것이다.[3] 게다가 양어머니 역시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까닭에 아비의 분노를 부른다. 루루와 헤어지고 양어머니에게서 기어이 친어머니의 정보를 받아낸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향한다.

한편 버림받은 소려진은 아비에게서 자신의 짐을 받으러 갔다가 그곳을 지나치던 경관을 만난다. 초췌한 소려진을 위로하던 경관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 역시 짧게 끝나고 만다. 소려진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경관 일을 그만 둔 남자는 선원이 되어 필리핀에 가게 된다.

루루는 아비에게서 버림받은 뒤 한동안 방황한다. 그리고 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해온 아비의 친구는 그녀를 쫓아다니지만 그녀는 아비만 찾는다. 결국 아비의 친구는 자기의 차까지 팔아 루루가 필리핀으로 갈 여비를 마련해준 뒤, 만약 아비랑 이어지지 못하거든 자기에게 와달라고 고백한다.

한편 아비는 필리핀에서 친어머니가 사는 저택을 찾아내어 방문하지만, 그녀가 집에 안 계신다는 가정부의 얘기를 듣고 그냥 돌아간다.[4] 한편 선원이 된 남자는 우연히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비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간다. 정신을 차린 아비는 남자에게 필리핀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런 뒤 어느 바로 데리고 갔다가 위장 여권을 거래하던 중 상대방을 칼로 찌르면서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아비와 남자는 역에서 격투를 펼치며 탈출한 이후 필리핀의 열차에 탑승한다. 이 둘은 발 없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나, 남자가 다음 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승무원에게 묻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사이 아비는 칼에 찔린 여권 위조업자의 동료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총을 맞는다. 아비는 돌아온 경관과 회한에 찬 듯한 마지막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 때 남자가 소려진이 이야기했던 영원히 기억될 1분에 대해 말을 꺼내게 되고, 아비는 그 1분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 잊었노라고 이야기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세 개의 씬(scene)이 조각조각 연결된 문제의 엔딩 시퀀스가 이어진다.

5. 탐구및 해석

5.1. 제작 비화

데뷔작 '열혈남아'(원제: 몽콕가문; '몽콕 카르멘')(1988)가 홍콩에서 흥행과 평단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으면서 왕가위 감독은 제작사 영지걸 제작유한공사로부터 차기작 '아비정전'에 대한 예술적 통제권을 100% 위임받았다.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 등 6명의 톱스타를 모두 캐스팅할 수 있었고 홍콩과 필리핀을 오가는 로케이션 촬영도 진행할 수 있었다. 심지어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최소한의 설정만 가지고 현장 당일 배우들과 함께 즉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을 정도다.

이는 '아비정전'을 애초 2부작으로 기획했던 왕가위의 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여기에는 제작사와 감독간에 목적하는 바가 달라 생긴 오해의 배경이 자리한다. 제작사가 왕가위에게 영화의 전권을 위임한 건 당시 홍콩 영화계가 전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홍콩 느와르 장르의 액션물을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왕가위가 기획한 영화의 성격은 제작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액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영화의 후반부 아비가 여권 암거래를 하던 중 상대방을 칼로 찌른 다음 도망칠 때 짧게 등장하는 것이 전부다. 대신 왕가위는 커플로 맺어지지 않은 채 상대방의 등만을 바라보며 사랑에 아파하고 고통받는 인물들의 감정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왕가위를 향한 오해는 비단 제작사뿐만이 아니었다. 열혈남아에서의 어둡고 폭력이 난무한 액션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은 아비정전을 철저히 외면했다.[5] 한국 개봉 당시 이 영화를 보던 관객이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극장에서 소동을 피운 일화는 유명하다. 제작사는 파산했고, 아비정전의 2부는 무산됐으며, 왕가위는 다음 작품 동사서독 (1994)을 만들 때까지 제작비를 구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파일:dobw.jpg
홍콩에서 황하까지 비행기로 3시간이라는 점은 일단 잊어버리자.

하긴 한국 수입배급 측에서 이런 식으로 영화홍보를 했으니,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들과 감독의 전작인 열혈남아만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오해를 살 만도 했다. 게다가 한자도 틀려서, 아비정전의 전을 傳이 아니라 戰으로 썼다. 어떻게든 홍콩 느와르처럼 광고해 보려고 했던 건지 아니면 무지의 산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 딱히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홍콩에서 개봉될 당시의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액션 반 치정극 반의 홍콩 느와르처럼 보이게끔 편집해 놨다.[6] 심지어 유덕화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고 밤길에 누군가의 뒤를 쫓는, 본편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장면조차 트레일러에 들어가 있다.[7]

당시 국내 영화 월간지 로드쇼는 아비정전 환불 항의 소동을 일으킨 한국 관객 수준이 낮다는 기사를 썼다가 욕을 먹은 바 있다. 홍콩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망했던 걸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이 영화를 실패작으로 본 것처럼 비하하냐며... 여하튼 한국에서 왕가위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중경삼림(1994)부터이다.

참고로 압권인 사실은 이 영화의 최종적인 완성본은 영화가 첫 상영 되기 5시간 전 에야 간신히 나왔다고 한다. 영화가 첫 상영 되기 전 까지 아무도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본 사람이 없었는데, 심지어는 완성본 프린트가 상영 시작 전 까지 극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을 걱정한 제작자 등광영은 무대에 올라가 "영화의 프린트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 할 수도 있으니 그 전 까지 가수들과 배우들의 공연으로 시간을 떼우겠습니다," 라는 말을 관객들에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프린트가 극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였고, 그렇게 간신히 시작한 첫 상영이 끝나고 난 후 관객들은 모두 벙쪄 있었고, 아무도 왕가위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매염방이 왕가위 에게 한 마디 말을 걸었고, 그 한 마디 말이 "제 노래가 너무 늦게 나오네요." 였다고 한다. 이후 오우삼이 "난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라는 말을 해줬고, 그렇게 첫 상영이 끝난 것이다.

5.2. 주제와 시대적 배경

왕가위의 첫 번째 작품은 열혈남아이나, 영화적 세계관이 최초로 구축된 건 아비정전부터였다. 열혈남아는 미장센이나 영상촬영 등의 방식에서는 왕가위다운 모습이 잘 드러나지만, 내러티브는 홍콩 느와르를 보다 사실적으로 다듬는 선에서 타협하여 흥행을 노린 작품이다. 반면 아비정전은 왕가위의 모든 작품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인물상, 인간관계, 이미지, 주제의식, 주제의 표현방식 등이 처음으로 구현된 작품이다. 대표적인 왕가위 영업왕인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이를 두고, 아비정전 이후 2046까지 왕가위의 모든 작품은 아비정전의 속편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아비정전에서 일대종사까지를 포괄하는 왕가위 영화세계의 주제는 떠난 자 혹은 떠난 것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른 허무함이다. 그리고 아비정전은 그 출발점이다. 아비정전에는 연애하는 이들도 있고 짝사랑하는 이도 등장하지만 온전히 맺어지는 커플은 없다. 아비(장국영)는 소려진(장만옥), 루루/미미(유가령)와 차례로 연애를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일방적으로 이별을 선언한다. 마음고생을 하는 소려진은 그녀를 동정하는 경관(유덕화)을 만나 호감을 표하지만 그 관계도 짧게 끝날 뿐이다. 소려진과 다르게 루루는 떠난 아비를 찾아 나서지만, 아비의 사망으로 둘이 어떻게든 이어질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되며, 공교롭게도 아비의 친구(장학우)[8]가 그녀를 짝사랑하며 뒤를 따른다.

이상을 굳이 정리하자면 5각 관계의 사연인데, 그 중 단 한 커플도 끝까지 맺어지지 않으니 허무한 이야기인 셈이다. 다만 이와 같은 허무함이 그리움의 정서로 치환되는 건 극중 시간적 배경인 1960년대를 회상하듯 사연 당사자들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재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이와 같은 설정은 '아비정전'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홍콩이라는 국가의 지정학이 깊이 반영된 결과다.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주민들의 심정이라는 것은 아비처럼 한 여자에게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불안감,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가 다른 것에서 오는 정체성의 문제 또는 소려진처럼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갖는 향수어린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왕가위는 발이 없어 지상에 닿지 못하고 계속해서 어딘가로 날아가야 하는 ‘발 없는 새’의 사연을 극중 아비의 입을 통해 수시로 노출하는 등 당시 홍콩 주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은유함으로써 주제를 드러냈다.

5.3. 촬영 기법

왕가위는 열혈남아에서 주인공이 거의 정지해 있는 가운데 주변 인물들이 빛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는 스텝프린팅 기법을 선보이며 스타일리스트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아비정전에는 왕가위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스텝프린팅을 활용한 장면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왕가위 감독은 좁은 방과 같은 구도를 통해 고립된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데 주력했다.

극중 인물들이 고립된 건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아 외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인물의 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방을 들어와 나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등에 주목한 건 떠나간 사랑을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겨진 자의 심리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들어왔다 나가는 행위의 경우, 어느 한명에 정착하지 못해 계속해서 사람을 바꿔가며 연애를 할 수밖에 없는 아비의 처지를 드러낸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기에 이들에게는 찰나의 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비정전에는 유독 시계를 비추는 장면이 많은데, 짧은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극중 인물들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현재의 고통을 순화하기 위해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아비는 바로 이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시간의 연애를 계속해서 가져간다.[스포일러] 그리고 홍콩의 좁은 방에서 생활하던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겠다며 필리핀에 가서야 울창한 열대 숲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아비정전'의 특징적인 기법과 스타일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추천으로 처음 작업하게 된 크리스토퍼 도일(두가풍)의 공이 컸다. 이후 왕가위와 크리스토퍼 도일의 협업은 2046 (2004)까지 이뤄졌다.

5.4. 엔딩 논란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정성일).

흥행 실패에 따라 아비정전은 많은 뒷말을 낳았는데, 그중 가장 큰 논란은 결말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죽은 아비를 뒤로 한 채, 카메라는 필리핀까지 아비를 찾아온 루루와 홍콩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소려진을 한 장면씩 할애해 묘사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관객들에게 의아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한데, 주인공인 아비의 죽음이 확정된 상황에서 아비의 과거 여자들을 굳이 묘사한 것부터가 일반적인 엔딩 시퀀 만드는 법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망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그 이전까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양조위가 갑자기 나온다. 그리고 영화는 양조위가 좁은 골방에서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을 약 2분 30초 동안 보여 주다가, 양조위가 외출 준비를 끝내고 방의 불을 끈 후 나가는 장면에서 그대로 끝을 맺는다.

당시 관객들은 누가 봐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 뜬금없는 결말에 대해 야유를 퍼부었지만, 왕가위 감독이 이런 식의 엔딩을 가져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 2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2부에서는 아비에게 버림받은 소려진과 루루, 그리고 양조위가 맡은 역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흥행 실패에 따른 제작사의 파산과 왕가위를 향한 비난으로 2부의 제작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왕가위의 신작이 나올 때면 아비정전의 2부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왕가위의 작품 대개가 아비정전의 변주인 까닭이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주제의식과 핵심이 되는 정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직업, 성격도 아비정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장만옥이 연기한 소려진이라는 이름은 화양연화2046[10],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2007)[11]에서, 루루는 2046에서 계속해서 등장하고, 유덕화가 연기한 경관의 경우 중경삼림에서는 양조위가 연기하지만 직업도 성격도 유사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아비정전' 2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왕가위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아비정전 2부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비정전 이후의 작품은 다 아비정전 속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

6. 삽입곡

  •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Los Indios Tabajaras) - Always in My Heart
    브라질 2인조 기타 그룹의 연주곡. 필리핀의 시원스런 열대 밀림을 비추는 오프닝에서 사용되었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Maria Elena

    ▲ 아비의 맘보춤 장면 中

    '아비정전'의 명장면인 아비가 맘보춤을 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음악. 영화개봉 뒤 한국에서는 이 음악은 물론 해당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가 유행하기도 했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Perfidia
    화양연화2046에도 삽입 되었는데, 하비에르 쿠가는 왕가위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그의 영화에서 그의 음악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 하비에르 쿠가(Xavier Cugat) - Jungle Drums
  • 매염방(梅艶芳) - 시저양적(是這樣的)
    영화의 엔딩곡으로 Jungle Drums 에 광동어 가사를 붙인 번안곡, 후에 장국영이 하거하종지아비정전(何去何從之阿飛正傳) 라는 제목으로 만다린으로 녹음하여 부르기도 했다.

7. 명대사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아비-
극중 아비의 독백.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뒤 어딘가에 안주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발 없는 새’에 빗대어 내레이션으로 전한다.[12] 아비를 연기한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처럼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13]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아비-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소려진-
극중 아비가 소려진을 꼬실때 쓴 대사 중 하나. 소려진에게 1분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에 이 대사를 날렸다. 아비정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다.

8. 트리비아

  • 모르는 사람이 봤을때 이 시절 장국영이 20대 초반 정도겠거니 하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장국영은 당시 이미 34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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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아래의 대사도 꽤나 유명해서 많은 남자들이 따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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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얼굴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저 대사에서 아비가 호언장담했듯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국영을 잊지 못하고 있다.


[1] 광둥어: aa3 fei1 zing3 zyun6, 아페이징쥰[2] 단, 이 가운데 양조위는 엔딩 2분 30초 전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다가, 영화의 마지막 2분 30초에 해당하는 한 장면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엔딩 논란 항목을 참조.[3]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친어머니는 갓난아기였던 아비를 지금의 양어머니에게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상당한 돈을 보내주는 조건으로 입양시켰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양어머니는 매우 기뻐하며 아비를 데려와 키웠지만, 성장한 아비가 친어머니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해도 오랫동안 가르쳐 주지 않는 바람에 사이가 나빠졌다고. 그러나 그 이유는 아비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돈 때문에 그를 키웠지만 어느 새 정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후반부에서는 아비의 고집에 못 이겨 친어머니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준다.[4] 사실 친어머니는 그 때 집에 있었지만, 친아들을 만날 용기가 없었던지 가정부에게 거짓말을 시킨 듯하다. 그리고 정원을 가로질러 돌아가던 아비도 누군가가 자신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음을 느끼지만, '어머니가 나를 거절했으니, 나도 어머니에게 내 모습 보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이 때 정원을 가로질러 단호하게 걸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이 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5] 사실 열혈남아도 홍콩 느와르이긴 하지만,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등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에 비교하면 리얼리즘적이라는 측면에서 이질감이 있다.[6] 사실 왕가위가 이름을 날리기 전에 찍은 영화들은 모두 이런 문제점이 있다. 데뷔작인 열혈남아는 홍콩판과 대만판의 두 가지 엔딩이 제작되었고, 동사서독 역시 오리지널의 엔딩 시퀀스는 왕가위가 바라지 않는 식으로 편집되었다고 한다(2008년의 동사서독 리덕스 버전에서는 왕가위가 최초에 의도한 식의 엔딩 시퀀스가 들어가 있다).[7] 촬영은 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쓰이지 않은 장면으로 보인다. 다른 감독들도 이런 식의 삭제하는 편집을 많이 하지만, 왕가위는 그런 경향이 유독 심해서 촬영분량 중 절반만 본편에 쓰인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8] 극중 경관과 친구에게는 따로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스포일러] 결국 죽음만이 시간과 공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10] 장만옥의 배역 이름인 동시에 공리의 배역 이름으로도 나온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이 하나의 이름을 공유한다.[11] 이름은 영어식인 수 린으로 살짝 바뀌었다. 레이첼 바이스가 맡은 배역의 이름이다.[12] 이 대사는 나중에 헐리웃의 욕망의 볼레로라는 에로틱 스릴러(...) 영화에서 오마쥬 된다.[13] 영화리뷰 유튜버발없는새의 이름도 이 대사에서 유래됐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