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25 22:29:22

레무어

파일:external/www.wizards.com/MM35_PG51.jpg
오른쪽 아래에 있는 슬라임형의 괴물, 중앙은 겔루곤
땅 위에 녹은 살 덩어리와 다름없는 존재가 앞으로 꿈틀댄다. 인간 형상의 머리와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지만 허리 아래는 형태가 없는 덩어리다. 얼굴은 끝없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다.

Lemure.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몬스터. 영원한 고통을 형상화한 듯한 혐오감을 주는 끈적한 피부를 지닌 인간형의 바테주로, 사고능력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도 없지만 다른 데블들의 명령을 받아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레무어는 사고불능이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지만 타 데빌들의 텔레파시 메시지, 주로 복종하고 있는 데빌의 정신 명령은 느낄 수 있다

레무어는 데빌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존재로 주로 보다 강력한 바테주의 노예나 징집병으로 종사하는 애처로운 존재다.

전쟁에서 가장 하급의 소모품으로 대표되는 레무어는 가장 약한것은 물론이고, 지능 또한 좀비보다 못하다. 레무어가 되기 전 전생의 죽음을 무색하게 만드는 고문으로 이들의 본능속엔 상급자에 대한 공포가 뿌리깊게 박혀있어서 전쟁에 있어서는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존재밖에 안된다. 엄청난 업적을 세워 상급 데빌로 승급, 최종적으로 핏 핀드가 될 수도 있지만 허나 그 정도까지 승급한 것은 베이아터 1층의 군주였던 아크데블 벨이 유일하고 대부분은 그저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겨우 하급악마로 진급할뿐이다.

비슷한 포지션의 데몬으로 메인이 있다. 다만 레무어에 비하면 존재감은 없는지 D&D 3.5 당시에는 레무어는 몬스터 매뉴얼 3.5에 기본 수록되어있었는데 비해 메인은 서플리먼트에서야 나왔다.

D&D 3rd 기준의 능력을 보면 아예 있지도 않은 지능과 낮은 카리스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능력치가 10, 11로 의외로 인간 일반인과 비슷하며, 사고능력이 없어졌으므로 모든 정신영향효과에 면역을 가진다. 그래도 일개 고블린 보다 CR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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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체는 바로 필멸자의 타락한 영혼.

물질계에서 죄를 지어 업을 쌓은 인간이 죽어 그 혼백이 지옥, 나인헬로 떨어지면, 일종의 공장같은 곳으로 그 혼백이 보내지게 되어 거기서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 매우 잔인하고 혹독한 고문을 끊임없이 가하기 때문에 그 공장에서는 죽은 존재들이 괴로움에 몸부림쳐 내는 비명과 괴성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해서 혼백은 고문으로 인해 점점 영혼 안에 있던 일종의 에너지(에너지가 어디에 쓰이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악마들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를 계속 뽑혀 더이상 빨아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말라버려 최하급 악마로 변한 것이 바로 레무어다. 우주에서 가장 비참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죽은 후 로워 플레인(지옥)으로 왔다는 것은 그만큼 생전에 많은 죄를 지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레무어로 영락한 것은 그 존재의 생전의 업보로 인한 인과응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낙관적(?)으로만 보기도 힘든 것이, D&D의 악마들은 무고한 영혼을 빼돌려서 악마로 만드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물론 죽은 이들의 영혼을 관장하는 죽음의 신들이나 선한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선신들도 악마들이 무고한 영혼을 채어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악마들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선한 사람도 얼마든지 레무어 같은 꼴이 될 수 있는 셈. 다만, 켈렘보르가 관장하는 뼈의 성에서 악신들의 신도의 영혼을 그 신의 차원으로 보내주기도 하는지라 이렇게 해당 신의 차원으로 간 악한 영혼들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악인의 영혼이라고 이런 곳에 가는 건 아닌 듯하다. 켈렘보르도 그렇게 까탈스러운 기준으로 영혼을 심판하는 건 아니라 NWN2에 등장하는 그의 사제인 멀센티르의 다로빅의 말에 따르면 '우리 켈렘버 교단은 믿음을 요구할 뿐 어느 신을 믿냐는 중요치 않고 악신을 섬기는 자들도 동등하게 대합니다. 켈렘보르께서도 죽은 이들의 영혼을 믿음으로만 심판하실 겁니다'고 한다. 믿음도 중요하지만 평소 행실도 중요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긴 하지만 믿음이 더 중요하죠'라고 대답했다. 다크엘프 트릴로지에서 롤쓰가 가문 사이의 싸움에서 패하고 죽은 데버 가문 가주의 영혼에게 고통을 주는 묘사가 나온 걸 보면 악신답게 좋은 대우는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인간이나 그와 대등한 지적 존재가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고문 끝에 지능도 퇴화된 젤라틴 비슷한 상태가 되어 계속 고통받고 있다는 점은 SF 소설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마침 D&D의 아버지인 게리 가이각스는 SF 덕후이기도 했으니 영향이 있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