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7 09:17:38

게임 불감증

1. 개요2. 용어의 유래3. 증세4. 배경5. 원인과 해결책
5.1. 너무 많은 게임5.2. 너무 적은 게임5.3. 자연스러운 변화5.4. 플레이 스타일 문제5.5. 주변 인물들과 생기는 문제5.6. 게임 외적 원인
6. 관련 기사7. 관련 문서

1. 개요

파일:external/artsimg.mk.co.kr/2801_L_1333013824.jpg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도 중반도 넘어가기 전에 흥미를 잃어서 도중에 그만두거나 봉인해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2. 용어의 유래

홍성보 기자가 게임라인 1998년 9월호에 발기부전패러디한 〈게임불능 - 고개 숙인 손가락〉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올린 것에서 시작했다. 아주 적절한 비유와 심도있는 분석이 많은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바람에 일회성 코너에서 등장하였지만 사장되지 않고 그 뒤로 국내의 비디오 게임 팬들에게 많이 퍼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3. 증세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일이 사라진다. 어떤 게임이든지 흥미가 곧잘 사라지고 어떤 게임을 하든지 다 그저 그렇게 느껴지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증상을 보인다면 백이면 백 누구나 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할 게임이 없다." 혹은 "막상 하려고 맘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플레이 의욕이 사그라든다." 같은 생각이 든다.

보통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증언으로는 '게임에 흥미를 잃거나 나이가 들어서 게임할 시간도 기력도 없어진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인방이나 유튜브 시청, 커뮤니티 눈팅으로 바뀐다.' '진짜 취향맞는 게임 한두 개만 직접 하게 되고, 게임 구매빈도도 줄어든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반박도 안하고 대응하기 피곤하니까 아예 댓글도 안달게 된다.' 이상적인 게임 따위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 속에 미련은 남아서 과거에 재밌게 했던 게임에 집착하게 된다.' 같은 것들이 있다.#

막장제조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게임 중독이라면, 게임 불감증은 막장제조 게임을 해탈하여 내성이 생겼거나, 일반 게임에 질려서 내성이 생긴 사례다. 일반적으로 막장제조 게임은 엔딩이 없거나 무한패턴이고 장기간 파고들 요소가 무궁무진하여 중독 요소가 강하다. 그래도 콘텐츠엔 한계가 있어 장기간 계속 하면 질릴 수 있고, 또 그만큼 복잡하고 진입 장벽이 높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반면 엔딩이 있고 직관적인 게임은 오래 붙들고 할 게임이 아니고 비슷한 게임들의 비슷한 엔딩을 여러 번 보고 나면 내성이 생겨서 점차 물리게 된다. 현재 수준의 게임으로는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아 흥미를 크게 못 느끼므로 금방 질려서 오래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또한 게임 불감증은 미연시에서 로그라이크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인 '역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면 1회에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듯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색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해야만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타난다. 물론 약물에 내성이 생겼다면 1회에 더 많은 양을 투여해야 반응이 오지, 내성이 생긴 양만큼'만' 계속 넣으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내성이 생긴 게임을 장기간 해봐야 의미가 없다. 물론 재미 없어서 안 했던 게임을 자주 해봤더니 숨겨진 재미를 느껴 빠져드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것은 그 '재미'를 느낀 부분은 내성이 없던 것인데 미처 발견하지 못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콘솔 게임의 경우, 회의감을 느끼고 현자타임을 맞아 그동안 모아왔던 콘솔 기기와 타이틀을 같이 매각하는 등의 극단적인 증상을 보인다. 다른 기기를 구매하는 건 별개인데다, 그렇게 컬렉션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마음먹어도 어차피 며칠 뒤면 반드시 후회가 찾아오게 되는 증후군이다. 한마디로 욕구와 흥미 사이의 괴리감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해이다. 글로 써놔서 보면 웃기는 것 뿐이지 이 병의 무서움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ESD가 많이 보급되고 ESD에 대한 인식도 많이 늘어난 요즘에 와서는, PC 게이머들의 거듭된 논의 끝에 게임을 구매(혹은 불법으로)구해서 중반을 넘기지 않은 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여 플레이하지만, 그 또한 클리어하지 않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클리어하지 않은 게임을 쌓아가는 증상이라는 새로운 정의도 추가 할 수 있게 되었다.스팀이 게임모으는 게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이 정의에 따르면 게임불감증은 특히 시간과 게임이 모두 남아도는 사람에게 몹시 잘 걸린다. 흔치는 않지만 반대로 일상에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져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막상 집에 오면 게임을 할 힘도 의욕도 다 잃는 사람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억지로 게임을 시작해도 별다른 흥을 느끼지 못한다.

단순히 게임을 그만두는 것과 게임불감증의 차이점은, 수집해왔던 것들을 팔아치우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끝이라면, 그냥 단순히 게임이란 취미에 싫증나서 발을 뺀 것이다.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다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손절하고 다른 취미로 갈아타는 사례는 흔하다. 하지만 게임 불감증은 일부를 처분했다가 갑자기 후회해서 차마 버리진 못하면서도 흥미를 못 느껴서 마치 계륵인 상황이기 때문에 고민거리가 된다. 게임에 대한 흥미는 있는데 흥미를 느낄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가 남아있다면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것이지만, 심한 경우는 게임이 족쇄처럼 느껴지며 이젠 손절하고 벗어나고 싶다, 해방되고 싶다는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마치 전 애인에 대한 '집착'처럼 얽매여 새로운 취미를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위 내용에서 볼수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에 가깝다. 번아웃 증후군의 기본 골좌는 스트레스>성취감인데 게임 불감증과 같은 증세라 볼 수 있는 것.[1]

'식욕없는 식사'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질렸더라도 아예 손절하기보다는, 과거에 비해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도 조금씩은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열정적인 감정은 많이 식은 채로 안 하면 왠지 허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뜨겁게 불타오르며 밤을 새워가며 하던 때에 비해선 의욕과 감흥이 확실히 많이 식은 채로 무의미하게 습관적으로 하곤 한다. 이것은 사실 '영화 마니아'나 '소설 마니아'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사안이다. 결국 게임도 하나의 취미인지라 많이 하다보면 점차 흥미가 떨어지고 질리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기묘한 이야기도 처음에는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반전 등으로 화제였으나, 점차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반전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차츰 소재 고갈이 되며 거품이 빠졌듯이, 게임도 기존 장르란 틀에서 대개 비슷비슷한 소재와 구성,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보니 점차 물리는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처럼 원래 완전 쥐어짜듯 모든 걸 내던져 하다보면, 성취 후에는 물려버려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90년대 오락실 게임처럼 직관적으로 한두판 해보면 쉽게 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고전게임과는 달리, 현대의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백수라도 이전 게임에 번아웃했던 경험이 있다면, 왠지 새로운 게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습관적으로 한두판 해보지만 과거처럼 번아웃할 엄두가 나지 않아 왠지 꺼려지고 흥미도 떨어져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다. 하물며 직장이나 애인 등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난다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고전게임이나 간단한 캐쥬얼 게임 한두 판 하는 수준으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도 한다.

게임 불감증의 증세는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기에 게임 중독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과거 오락실 게임에서는 '엔딩'이란게 존재하여, 아무리 불태웠던 게임도 결국 엔딩을 보게 되면 '번아웃 증후군'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시대가 되면서 본격적인 게임 중독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온라인 게임은 일종의 '가상의 커뮤니티'에 가깝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하루종일 들여다보며 댓글 달고 글 쓰고 상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이런 사람들은 그곳의 '터줏대감'처럼 네임드가 되고 추종자가 생기는데, 이 맛에 중독되면 수시로 들여다보게 되고 잠시라도 안보면 불안해진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가상의 캐릭터'로서 존재하여 네임드가 되면 영웅 수준의 용사로 추앙받는 것에 몰두하거나 혹은 그 안의 다른 유저들과의 관계 때문에 더욱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반면, 게임 컨텐츠 자체의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재미를 어느 정도 다 체험해봤다고 생각하면 흥미가 떨어져 그만두게 되고, 많은 게임을 접할수록 흥미가 더 빨리 떨어지게 된다.

게임불감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게임 마니아'들이란 특징을 보인다. 일반 사람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으면 아예 쳐다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몇 번 보다가, 흥미를 잃으면 또 한동안 미련없이 외면해버리듯 말이다. 반면 '영화 마니아'들은 '요새 영화들 다 비슷비슷하다'고 한탄하면서도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빠짐없이 다 훑어본다. 개봉된 영화들이 내키진 않아도 또 안보면 궁금하고 허전하기 때문에 마치 '중독'처럼 한탄하면서도 본다. 본인이 게임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아무리 흥미를 잃어도 '재미없다'고 한탄하면서까지도 계속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증세를 보인다. 지금은 흥미가 없지만 과거 나에게 큰 행복을 주었던 기억 때문에 관성의 법칙처럼 경로의존성을 보이는 것이다.

4. 배경

이런 게임 불감증은 플레이스테이션 1/세가 새턴 세대에 처음 그 증상이 나타났다. 그 원인은 소위 말하는 '고퀄리티 게임'이 늘어나고, 사서든 복사해서든 그걸 해본 플레이어들의 눈은 높아지는데, 정품보다 훨씬 싼 복제판 소프트웨어/CD가 범람해서 게임 구하기까지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시기의 국내 PC 게임계는 시장 같은 게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노미 상태였다.

그 이전 시절에는 게임 자체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메가드라이브 게임팩은 90년대 초기 주로 번들용으로 시판되었던 것들을 제외하고 삼성 홈 게임기 로고를 달고부터는 대략 5~7만원 슈퍼패미콤 게임팩은 10만원, 네오지오 게임팩은 30만원 수준이었다. 이 가격은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살인적인 수준이었는데, 이 시절 4세대 콘솔과 5세대 콘솔 초기의 90년대 중후반 한국 물가는 짜장면이 3000원~4000원 선, 맥도날드 치즈버거의 가격이 1500원이던 시절이었다. 또한 지금도 30만원이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당시 아케이드와 콘솔 게임시장의 절대 주력 인구였던 연소자와 미성년자들이 구매하기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게임팩 사려고 아침 일찍 신문 배달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던 게 아니며, 게임팩 자체가 명품이나 보물 수준으로 게임 하나하나가 상당히 희귀하고 값진 시절이었다. 한판 해보고 재미없다고 팽개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사실 게임팩 값이 어마무시하던 시절에도 금수저 아이들은 저런 기종의 팩을 쌓아두고 재미없다고 한탄하기도 했었는데, '배부른 투정'처럼 소수의 한탄에 불과하여 당시 콘솔의 절대다수가 패밀리로 대표되는 저가형 게임기인 패미컴이나 합본팩 게임기였음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극소수의 한탄이었다. 게임팩은 특성상 복제팩도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게임팩이 복제가 쉬운 게임 CD로 바뀌면서 플레이스테이션/세가새턴 불법복제 CD가 테크노마트 등지에서 새 제품이 5천 원이었고, 게이머들 간의 중고거래는 훨씬 더 쌌기에 드디어 서민 게이머들도 '배부른 투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엔 플레이스테이션이 정발되기 전이라서 정식 게임 매장에서 대놓고 복제로 팔아 불법이라는 인식도 희박했기에 10만원에서 5천원으로 대폭 낮아진 가치만큼 게임의 희소성이 대폭 떨어졌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났다 볼 수 있다.

즉, 과거의 게임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면, 현대의 게임은 편의점의 생수처럼 감흥이 떨어진 것이다.

한편 과거 게임은 난도가 무척 높았기에 설렁설렁해서는 깰 수가 없었고 완전연소해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들이 많았다.

당시 게임제작자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 볼륨이 적다보니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당시 무지막지한 난이도의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완전연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더욱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게임은 캐쥬얼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다보니 과거처럼 게임 엔딩을 보기 위해 열심히 불태우지 않아도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졌다. 오락실에서도 아이들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되니까 순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 딥 스위치 설정에서 난이도를 거의 최고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래서 겉보기엔 아무리 아기자기해보이고 쉬워보이는 게임도 막상 해보면 어느새 금방 '게임 오버'가 뜨기 마련이었다. 별 생각없이 하면 순식간에 'GAME OVER'란 글자를 볼 수 있었으므로, 절대 대충 설렁설렁할 수 없었고 완전연소를 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오기가 생기게 만드는 난이도였기에 근성 플레이만이 엔딩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UFC 챔피언 인터뷰에서는 패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과거 오락실에서는 엄청 게임오버 당해보며 왜 졌는지 분석하고 연구하며 다시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하고 깨면서 점차 약점을 보완해가며 '성장'하는 재미가 있었다.(학습효과를 통한 발전) 당시 오락실 게임들의 기본 난이도 설정이었던 '하드(HARD) 모드'에 익숙해진 오락실 키즈들에겐 대중성을 위해 난이도를 낮춘 게임들은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치트키나 공략법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게임 불감증을 불러왔다.
예를들어 패미콤의 명작RPG 드래곤볼Z3 열전 인조인간의 베지터 미션에서는 초반에 보스 네이즈를 절대 단번에 못 깨게 했다. 바로 앞에 있어서 초반에 바로 도전이 가능하나, 쳐들어가면 베지터는 한 방만 맞아도 에너지가 쭉쭉 다는 반면, 보스에게 필살기를 먹여도 데미지가 미미해서 패배하고 만다. 그렇게 게임 오버 당하면 보스가 어렵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는데, 레벨 노가다 후 다시 도전하면 이번엔 반대로 각성한 베지터가 차원이 다른 전투력으로 압도적으로 보스를 가지고 놀거나 가까스로 이기면서 감동이 느껴진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치트키는커녕, 공략법도 모든 채 그냥 우직하게 부딪히면서 근성 하나로 엔딩을 봤으니 감흥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반면 치트키나 공략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막히면 귀차니즘 발동으로 그냥 바로 공략 찾아보거나 치트키를 쓰니 '불감증'이란 단어대로 깨봐야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다. 과거엔 게임 한개도 귀했기에 우직하게 파고들 여유가 있었으나, 게임이 넘쳐나는 현대엔 시간부족으로 게임 한개를 우직하게 파고들기도 힘들어서 대충 공략보며 빠르게 깨버리고, 그렇게 많은 게임을 접하다보니 점점 불감증이 생기는 것이다.

'도박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설채현 수의사는 세바시 강연에서 '도박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매번 따면 도박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잃다가 예상하지 않는 순간에 따게 되면 그 희열에 빠진다고 한다. 실패하다가 한번 딱 성공하는 순간에 힘들었던 것이 훨씬 더 보상이 되면서 거기에 빠져든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 오락실 아이들이 원코인으로 매번 지다가 조금씩 극복해가면서 희열을 느낄만 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게임이 된다. 하지만 그 추억의 게임도 에뮬을 통해 코인 러시로 엔딩을 보면 절대 과거에 느꼈던 희열을 느낄 수 없으며 심지어 '내가 왜 옛날에 이걸 재밌게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실망할 수도 있다.

90년대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시대였다. 당시 많은 서민 아이들이 패미콤 괴작인 마스터 파이터 2나 하며 아쉬움을 달래던 시절이었으니, 게임 불감증이고 나발이고 걸릴 수가 없었다. 슈퍼패미콤 버전은 비록 다운 이식이긴 해도 오락실과 얼추 비슷한 느낌으로 어느 정도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다소나마 위안이 됐으나, 오락실과 괴리감이 큰 패미콤 버전은 오히려 간절한 욕구를 부채질하여 오락실 버전에 대한 환상이 더 커졌다. 당시 '오락실 버전' 네오지오의 광고문구는 '아케이드의 흥분을 그대로 가정에!!'였으니 오락실 키즈들의 꿈이자 선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아이들은 장기간 게임에 대한 욕구를 억눌러오다가 게임 CD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불법 복제가 서민 CD로 불리며 정당화되었을 만큼, 서민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불감증이 생길 수 없었다. 욕구 충족 다음 단계가 불감증이니 말이다.



과거 어마무시한 게임팩 값에 차마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며 '그림의 떡'처럼 손가락만 빨며 게임에 대한 욕구를 억눌러왔던 게이머들은 드디어 '서민CD'의 등장으로 리미터가 해제되자 '보상 심리'로 본인의 욕구보다 더 오버해서 하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샌다'고 미친 듯이 마구 게임을 접하다보니 슬슬 '배부른 투정'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게임이 귀했던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로, 1990년작 머털도사와 또매 43분 30초에 나오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오락실에서 벽돌깨기를 하며 재밌다고 즐거워한다. 요괴가 또매에게 허름한 누덕산 제일봉을 최신식 건물로 리모델링 시켜주는데, 한층은 호화 목욕탕, 한층이 오락실이다. 자신만의 오락실을 갖게 된 또매가 만족해하는데, 당시 '오락실 키즈'들의 마음이 그리하였기에 '가정용 게임기'가 등장하였으며, 특히 오락실 기판을 그대로 옮긴 수준의 네오지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임이 희귀하던 그 시절엔 오락실이 지상락원처럼 느껴졌기에 지금도 아재들 중에는 당시 오락기통을 갖고 싶었던 간절한 욕구로 인해 거추장스러운 문방구 게임기를 사다 놓을 정도다. 그 시절 안방에서 수많은 오락실 게임을 공짜로 즐긴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게임 수백 개 굴리며 그 '꿈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시대니, 또매와 같은 감흥을 보이진 않는다.

또매의 오락실에 '갤러그' 기판도 보이는데 현대의 아이들이 저 오락실에 가면 웬 박물관이냐고 실망할 수도 있다. 실제 이런 소재를 2000년경 MBC에서 방영된 외화 '애들이 줄었어요'의 에피소드에서 다뤘다. 1997년 미국의 여고생이 선생님을 짝사랑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가서 사귀던 어느날, 선생님이 충격적인 게임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며 놀라지 말라면서 그 게임의 이름을 말하는데, 바로 갤러그다.(...) 여주인공이 잔뜩 기대를 했다가 썩은 표정으로 바뀌는데, 당시엔 KOF 98은 물론 전설의 게임 GTA 3가 아직 등장하지도 않던 시기인데도, 이미 여주인공은 갤러그 따위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정도로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물론 4년 뒤인 2001년에 GTA 3가 등장하여 컬쳐쇼크를 안기고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니 그 여고생에게 GTA 3를 보여주면 큰 충격을 받겠지만, 어느덧 오픈월드 게임에 내성이 생긴 2020년대 아이들에게는 GTA 3조차 별다른 자극을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5. 원인과 해결책

기본적인 원인은 게임에 대한 흥미와 쾌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흥미와 쾌감의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5.1. 너무 많은 게임

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게임 불감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한 게임 불감증은 주로 할 일 없는 백수나 시간이 널널한 대학생들이 걸리기 쉽다. 학업, 취업 준비, 직장 생활 등 현생으로 바쁜 사람들은 게임을 하더라도 시간이 없어 한두개만 집중해서 하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게임 불감증에 걸리긴 어렵다.

Steam으로 대표되는 ESD가 활성화된 후 게임을 구하기는 언제보다도 쉬워졌다.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스팀 세일 기간에 평이 좋거나 재밌어보이는 게임을 '언젠가 하겠지'라는 생각에 몇개씩이나 구입해놓고 이후 하나씩 맛보듯 플레이해본다. 문제는 게임을 처음 켠 순간부터 엔딩을 볼 때까지 계속 재밌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갓겜은 많지 않다.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많은 게임들도 시스템을 제대로 익히고 익숙해지기 전까지 초반 구간은 제대로 재미를 느끼기 어렵거나, 혹은 도중에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지는 노잼 구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게임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노잼 구간을 마주한 플레이어들은 재미없는 게임을 계속 잡고있기보다는 더 재밌을지도 모를 다른 게임에 손을 댄다. 그러나 그 게임 또한 초반 진입장벽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결국 여러 게임들에 문어발처럼 손을 댔다가 죄다 초반 구간을 못 넘기고 접으면서 "할 게임이 없어!"라고 외치게 된다.

반면 실물 CD를 구입해서 패키지 게임을 하던 00년대 이전에는 시장에 게임의 수가 적었고 게임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당시 어린이들은 게임 CD 하나를 생일선물로 1개 받는다면 어린이날 등 다음 선물을 받을만한 날까지 몇달동안 그 게임 하나만 마르고 닳도록 해야했다. 때문에 중간에 막히거나 비교적 재미없는 구간이 나타나도 다른 게임이나 해볼까라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게 되어 계속 그 게임을 몇날 며칠동안 하게 되며, 결국 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골수까지 뽑아먹게 되었다.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너무 여러 게임을 하면 질리게 된다. 현대의 온라인 게임들은 소위 숙제라고 불리는 일일 퀘스트가 존재한다. 이런 숙제 컨텐츠는 대부분 별 재미가 없으나 효율적인 캐릭터 육성을 위해 하루 몇 분~몇십 분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 반복 컨텐츠들이다.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이 한 개라면 문제가 없지만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이 여러 종류라면 숙제만 다 하는데에 한두시간 이상이 흐르게 되며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를 하기도 전에 지치게 되고 결국 게임 불감증이 오게 된다.

즉 이런 이유로 게임 불감증이 오는 것을 막고 싶다면 스팀 세일 기간에 할지 안 할지도 모를 게임을 대여섯개씩 구입해두는 행위를 지양하거나, 그렇게 하더라도 가능한 한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을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게임에 손을 안 대는 것이 좋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효율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숙제까지 꼬박꼬박 할 메인 게임 1개와 이벤트 기간 등 가끔 복귀해서 플레이할 서브 게임을 나누는 것이 좋다.

5.2. 너무 적은 게임

반대로 게임 하나만을 너무 잡고 있다가 질리기도 한다.

아무리 본인의 취향에 딱 맞고, 파고들기 요소가 많고 깊이있는 게임이라도 게임 하나만 수백, 수천 시간을 즐기다보면 결국은 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다 느끼고 질리는 순간이 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즉 어떤 게임을 매일 20시간씩 하면서 그 게임이 재밌기를 바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하는 게임을 충분히 즐겼다 싶으면 그만 놔주고 다른 게임을 하거나, 추가 업데이트나 후속작이 나오기 전까지는 잠시 떠나있는 것이 좋다.

꼭 동일한 게임이 아니라도 유사 장르를 고집하기 때문에 게임 불감증이 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엘든 링을 플레이하고 소울라이크 장르에 빠진 게이머가 비슷한 재미를 느끼고 싶어 소울라이크 장르를 죄다 섭렵하기로 결심했다. 엘든 링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들 중 가장 흥행하고 호평받은 게임들 중 하나이지만, 이 외에도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의 명작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장르가 같은 게임이라면 여러 면에서 유사한 컨텐츠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유사성 탓에 또다른 명작 소울라이크를 플레이하더라도 처음 장르를 접했을 때의 신선함은 느낄 수 없어 흥미가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떨어져가던 흥미는 엘든 링과 비견할만한 명작 소울라이크를 대부분 섭렵하고 더 할 게임이 떨어져 평작, 졸작 평가를 받는 동 장르 게임에 손을 대는 순간 완전히 폭락해버리고 게이머는 '나는 더이상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착각하게 된다. 특정 장르 게임 매니아로 같은 장르의 게임들만 수십개씩 파고드는 플레이어들일수록 그러기 쉽다. 이런 경우는 고집하던 장르를 잠시 내려놓고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AAA 게임들에 심각한 불흥을 느끼는 유저들이 한 둘이 아니며, 아예 AAA 게임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AA게임들은 실패의 리스크를 질 수 없기에 과감한 시도를 포기하고 기존의 성공작들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결국 다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디 게임들이 아직도 시장을 유지하고 흥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AA 게임들에 비해 새로운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이용하여 독특한 컨텐츠를 창출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이미 재미가 검증된 컨텐츠만 집어넣어 수많은 아류작들이 만들어지는 AAA게임과는 반대되는 양상을 띄기 때문이다.

5.3. 자연스러운 변화

시간이 지나며 인간의 취미나 취향이 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살 때 보던 뽀뽀뽀, 텔레토비를 성인이 되어 더이상 보지 않듯이, 10~20대에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겼어도 중장년이 되며 게임에서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나는 80대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게임을 할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직업이나 가정 문제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며 게임을 할 시간도 줄어들고, 나이가 들어 신체의 노쇠화로 인해 체력이 감소하면 게임을 즐길 열정도 자연히 줄어든다. 특히 게임은 의외로 체력 소모가 극심한 취미 중 하나로 꼽히며, 경쟁 요소가 크거나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피지컬 게임인 경우 특히 심하다. 가령 20대 시절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다이아 티어를 찍던 게이머가 30대가 되어 직장 생활로 바빠지며 게임을 연습할 시간도 줄어들고 노화로 반사 신경 등 신체 능력이 저하되어 실버 티어로 떨어졌다면, 이런 티어 하락에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게임을 접을 것이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른 장르의 게임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 게임 불감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손과 눈이 느려졌더라도 플레이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싱글플레이 게임, 턴제 게임, 경쟁 요소가 없거나 적은 게임 등으로 전향한다면 여전히 게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2]

취미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다 보면 '권태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 불감증'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때의 권태기를 잘 극복하거나 권태기를 겪지 않은 게이머들이 진정한 '게임 마니아'로 평가된다.

혹은 애초에 게임이 취향에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게임이라는 문화가 대중화되어가고 있으며 친구들끼리 편하게 즐길 놀거리가 게임 외에 많지 않은 한국의 특성상 애초에 게임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인데도 친구들을 따라 게임을 접하고 게이머가 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친구 관계가 멀어지고 현생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게 된다.

5.4. 플레이 스타일 문제

게이머의 플레이 스타일이 게임 불감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치트키, 에디터 등은 적절한 정도로 사용하면 게임의 흥미를 더해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남발할 경우 게임 불감증을 유발한다. 게임의 장르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문제 상황을 던져주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어의 판단력이나 피지컬을 사용하여 이 문제 상황을 해결하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문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치트키나 에디터를 남발한다면 플레이어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지 복잡한 판단을 내릴 필요도, 진땀을 흘려가며 보스의 패턴을 익혀나갈 필요도 없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결국 초반에 잠깐은 강력한 적들을 손쉽게 때려부수며 우월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원초적인 우월감은 금방 식게 되고 게임 불감증이 오게 된다.

이런 현상을 경험해본 게이머들은 치트와 에디팅을 완전 봉인하거나, 특정한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수십 시간을 노력해도 클리어할 수 없는 고난도 구간을 마주쳤을 때에만 딱 한 번 쓴다던가, 컨셉 플레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게임 시작 시에만 써서 상황을 만들어놓고 봉인한다던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클리어한 후에 게임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목적을 정해두고 쓴다면 치트가 반드시 게임 불감증을 유발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게임 불감증을 앞당길 수 있다. 인터넷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2000년대 이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게임 공략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정도를 제외하면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게임에 대해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공략만 알면 바로 클리어할 수 있는 단순한 스테이지에서 막혀서 수십 시간을 낭비하다가 게임 초반부에 게임 자체를 포기하는 등 문제가 있었으나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고 개발사가 계획한 흥미 곡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스토리의 반전에 놀라고, 의외의 장소에서 히든 아이템을 발견하며 탐험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새롭게 얻은 아이템을 어떻게 써먹을지 여러가지로 실험해보다가 좋은 활용법을 발견해 그것이 그대로 자신만의 정석 조합이 되는 등 모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재미들이 있었다.

반면 유튜브, 게임 커뮤니티, 나무위키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쉬운 2020년대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오히려 지나치게 넘쳐나서 문제가 된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컨텐츠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즐기겠다!"라며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부터 유튜브, 나무위키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섭렵한 후 플레이하려고 한다. 이렇게 할 경우 히든 컨텐츠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게임의 모든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상술한 스토리 반전의 놀라움, 히든 아이템을 찾아 탐색하고 자신만의 공략을 연구해가는 즐거움 등은 느끼지 못한다. 즉 개발자가 의도한, 처음 한 번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상당 부분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며 초회차에서 모든 컨텐츠를 겪었기에 다회차의 재미도 느끼기 어렵다. 이는 게임 불감증을 앞당긴다.

때문에 적어도 초회차 플레이를 할 동안은 유튜브, 나무위키, 게임 커뮤니티 등을 가급적 봉인하고, 자신의 힘만으로 초회차 클리어를 하거나 막히는 곳까지 진행한 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히든 컨텐츠들을 찾아나서기 위해 공략을 참조하는 것이 게임 불감증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와 정반대로 오히려 고난이도, 완벽한 플레이에 집착하는 것도 게임 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스피드런, 원코인 클리어, 노미스 클리어 등의 고난이도 꿈의 플레이를 집착하는 것은 도전 욕구를 자극하지만 동시에 매우 피로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게이머는 대체로 상당한 헤비 게이머들이지만 그런 헤비 게이머들조차 피로감을 느끼다가 번아웃이 올 수 있다. 지나친 고난이도 플레이에서 피로감을 느낀다면 종종 느긋하게 저난이도 플레이를 하거나 힐링 감성 게임을 하며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게임의 높은 모딩 자유도는 대체로 다회차 플레이 동기부여를 하며 플레이타임을 늘려주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종종 게임 불감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심즈, 스카이림, 림월드같은 모딩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게임이라면 재밌어보이는 모드를 추가하다보니 수십, 수백 개의 모드를 적용하고 플레이하는 일도 흔하다. 문제는 한 회차의 플레이타임이 긴 편이고 플레이 도중 적용한 모드 목록을 변경하기가 어려우니 플레이어들은 쉽사리 게임을 시작하기 어렵고 수십 개의 모드를 추가했다가 제거하며 '가장 재밌게 플레이하기 위한' 모드 리스트만 바꾸면서 게임은 시작하지도 못하는 일이 흔하다. 막상 그렇게 모드들을 적용하고 게임을 켜면 생각보다 재미가 없거나, 다른 모드들이 더 재밌어 보이거나, 모드 충돌이 생기거나, 그냥 모드를 너무 많이 써서 틱 문제가 생기거나 해서 별로 플레이하지 못하고 다시 다음 회차를 위해 모드 리스트를 수정하게 되며 이것이 반복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거나 이번 회차에 꼭 해보고 싶은 모드들만 넣고 그 외의 모드들은 제외하는 등 일명 '모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다.

5.5. 주변 인물들과 생기는 문제

또한, 멀티플레이 게임중 팀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에서는 혼자하면 재미없고 같이해야만 재밌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같이하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게임을 하기가 싫어지고 재미가 감소되어서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팀합이나 공략, 상성을 무시하고 내가 하고싶은 대로만 하는 팀원들한테 지치거나. 이런 경우는 적의 취약점을 내가 노릴 수 없고 팀원이 노려줘야 하는데 안 되어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다 싶어서 좌절하는 케이스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주변 인물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잠깐만 해도 부모님이 잔소리를 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게임을 전혀 못 하게 해서 게임을 오직 몰컴으로만 하는 경우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잔소리 혹은 경계심 때문에 재미가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러면 게임이 재미있어서 몰컴을 하거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하려고 하다가도 이내 스트레스 때문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으로 남게 되고 게임을 할 마음이 점점 들지 않게 된다. 혹은 부모님에게 계정삭제를 당한다거나, 컴퓨터나 게임기가 부숴진다거나 하는 트라우마가 될만한 경험을 했다면 그 사건이 계속 기억에 남아 다시 게임을 할 마음이 들지 않게 될 수도 있다.

5.6. 게임 외적 원인

모든 취미가 마찬가지지만 게임과 무관한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면 게임을 하는동안에도 온전히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연히 게임에서 얻는 재미도 줄어들게 된다. 가령 군 입대를 2주 남겨서 심란한 상황이라면, 입대하면 지금처럼 게임을 하기 어려울테니 최대한 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종일 게임을 잡고는 있지만 정작 즐거움은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게임 불감증에 걸리기 된다.

정신질환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우울장애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모든 일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이기에 우울증에 걸린다면 다른 모든 활동은 물론 게임에서도 제대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즉 외부 활동을 전혀 안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던 자녀가 게임조차 안 하게 된다면 '드디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나 보다'하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정신병이 더 심해진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이런 게임 외적인 사건이나 질병 등으로 게임 불감증이 걸린 경우 게임 플레이 방식을 어떻게 바꿔봐도 그 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게임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드물게 외부적인 정치적 이유 때문에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반일씹덕이었으나 어느새 반일감정이 너무 심해서 일본산 게임을 더이상 재밌게 즐길 수 없게 된다거나, 반중 정서를 가진 사람이 즐기던 게임에 차이나 머니가 묻으면서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는다거나, 림버스 컴퍼니 원화가 트위터 남성혐오 논란, 러브앤프로듀서 성우 교체 논란 등 젠더 갈등 관련 이슈가 터지고 게임사가 자신의 성향에 반대되는 대응을 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게임 불감증보다는 해당 게임에 대한 실망으로 그치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6. 관련 기사

본 문단의 작성에는 다음과 같은 자료들이 참고되었음을 알립니다.

7. 관련 문서



[1] 최근 IT업계에서 발생하는 번아웃은 강도높은 노동환경 대비 낮은 성취때문이지만 꼭 이런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강도에서 일하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성취감이 현저히 떨어져서 탈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2] 소위 린저씨라 불리는 중장년 게이머들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욕하면서도 계속 플레이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지만, 나이가 들어 고도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최신 게임은 적응할 수 없고, 경제력만은 젊은 게이머들보다 뛰어나니 현질이 곧 캐릭터의 강함으로 이어지는 리니지라이크를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