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9 19:57:32

성즉군왕 패즉역적

역사는 승자의 기록에서 넘어옴
고사성어
이룰 임금 임금 패할 거스릴 도둑
이룰 임금 패할 도적
성공하면 군왕이 되고 패배하면 역적으로 몰린다.
1. 개요2. 원인3. 주의점4. 가상의 사례5. 인용구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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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Il fine giustifica i mezzi.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서《군주론》中
이 정도 각오도 안 했습니까?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전두광[1], 영화《서울의 봄》中
4자로 줄이면 성왕패구(成王敗寇)다. 중국에서 주로 쓰이는 성자위왕 패자위구(成者爲王 敗者爲寇)라는 고사성어의 약자로 여기서는 (역적 적) 대신 (도적 구)가 쓰였다. 서양에서는 유사한 표현으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The end justifies the means.)는 말이 있다.

찬탈이나 역성혁명에 성공하면 지배자가 되기 때문에 반역이었던 것도 혁명으로 포장되고, 실패하면 죽음이기 때문에 들고 일어난 이유야 어쨌든 반란으로 매도된다는 표현이다. 즉, 역적이 대범죄자인 것은 단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과주의자들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2. 원인

이는 내란 행위의 특성에 기인한다.

전근대 통치 체계의 정통성이란 것이 군주혈통 외에는 별로 없었다. 즉, 지금의 왕이 왕인 것은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통이란 정해진 것이고 바꿀 수가 없다. 때문에 이 질서 속에서는 왕은 평생 왕이고, 피지배자는 평생 피지배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고 있었기에[2] 명분이 충분하다면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도 생겨났다. 그것이 이른바 '천명'이다. 즉, 지도자가 정해진 방식이 애초에 불공평했으므로 누가 힘으로 바꾸려고 해도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이 '성즉군왕'이다.

한편 '패즉역적' 역시 당연하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국가 기득권 층으로서는 반역이 성공하면 자기들의 목숨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으므로[3] 법적/역사적 질서의 지배자로서 반역 행위를 대범죄로 규정하기 마련이다.[4] 이는 순전히 지도층의 논리이기는 하지만 피지배층 역시 반역을 대범죄로 규정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납득을 하는데, 허구한 날 반역이 일어나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좋은 뜻이 있다면 모를까, 상당수 반역은 기존 국가 체계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의 자리싸움이기에 대다수 피지배층으로서는 별 차이도 없다. 앞선 단락과 합쳐보면 '별 명분 없이 틀을 뒤엎지 말라'라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법적 질서의 주체는 국가이므로 이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 권력을 차지한 승자뿐이다. 때문에 내란 행위는 성공/실패에 따라 처우는 매우 극명하게 갈리게 되었다. 승리하면 이해받을 수 있는 혁명이지만 패배하면 기존 질서의 법에 의해서 대범죄자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3. 주의점

이런 말을 사용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패자가 깎아내려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대로 패자라고 해서 무조건 올려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령 나치 독일이 역사의 패자라고 해서 "이겼으면 다 괜찮았는데 단지 졌기 때문에 비난받았을 뿐이다"라고 단언할 순 없다.[5]실제로는 승자여도 미화되지 못하고 당대에 비판받거나 나중에 재평가된 이들이 존재하고, 패자여도 참작받은 이들이 존재한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서 민주주의적 절차와 정통성이 새로이 생겨나면서 위의 상황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과거 혈통적 지배는 애초부터 불공평한 것이었고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유혈사태 외에는 없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존 지도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성을 얻은 것이고 불만이 있는 사람도 민주적 절차 속에서 정권교체를 시도해볼 여지가 생겼다. 가령 군주제 국가에서 왕이 아닌 자는 왕이 되려는 마음을 품기만 해도 역심이라면서 불경시되었지만[6] 민주사회에서는 (가능성은 별개로) 지도자를 꿈꾸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으며 오히려 권장되는 일이다. 물론 민주주의 제도란 것도 기득권에 어느 정도 유리하게 판이 짜여진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새로운 지배권을 노리는 이로서도 폭력 사태는 피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7] 일단은 체제 내에서 지배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또한 역사는 계속 변천하는 것이고 특히나 오늘날에는 다방면에서의 역사 해석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승자든 패자이든 끊임없이 재평가받을 수 있다. 일례로 박정희가 일으킨 5.16 군사정변은 군사 정권 당시에는 '5.16 군사혁명'으로 불렸지만, 민주화 이후 쿠데타나 군사반란의 면모로 재평가되어 '5.16 쿠데타'라고도 불린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군사정변은 쿠데타의 번역어로, 어감만 좀 약해진거지 같은뜻이다.

4. 가상의 사례

5. 인용구

일본에서는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이기면 관군이요, 지면 역적이라(勝てば官軍、負ければ賊軍)" 라는 말이 있다. 대략 에도 시대 ~ 무진전쟁 시기부터 내려온 속담이다.

에리히 프롬도 "혁명에 성공하면 정치가가 되고, 실패하면 범죄자가 된다(The successful revolutionary is a statesman, the unsuccessful one a criminal)"는 비슷한 말을 남긴 바 있다.

6. 관련 문서


[1] 실제 역사의 전두환을 따온 캐릭터[2] 이를 무마하고자 "왕은 지배할 만한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 식의 사상이 생겨났다. 왕권신수설이 대표적이다. 왕 외에도 각종 신분제도는 이처럼 혈통 자체가 지배권의 합당한 근거라는 식의 논리로 합리화되었다.[3] 유혈 정권교체에서 전대 지도자의 생존이란 전적으로 후대 권력자의 자비에 달려있다. 기존 권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양이라는 평화적 권력 양도가 나타났지만, 문서에서도 보듯 이 역시 겉치레로 끝나고 전임자를 결국 죽일 때가 많았다.[4] 그러나 법적 질서와 달리 역사의 주도권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재평가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정치범의 처리는 이후 뒤바뀔 여지를 주지 않도록 바로 사형을 시켜버리는 때가 많다.[5] 나치가 비난받는 이유는 '세계의 주도국들에 '감히' 도전해서'가 아니라, 당대인들의 제국주의적 관점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악행들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열강의 수탈은, 먼 고대부터 반복된 '정복자의 피정복민 수탈, 핍박'과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나치는 국익을 깎아먹을지언정 한 인종을 절멸시키기를 원했으며 그 인종을 절멸 직전에 이르게 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학살 공장'을 돌린 나라는 나치 이전에 없었으며, 그렇기에 나치의 행위를 제국주의자들의 행위에 의거해 물타기할수 없는 것이다.[6] 위에서 보듯 왕의 혈통이 아닌 자가 왕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전의 왕을 죽이거나 협박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왕이 질서의 중심인 군주제에서 이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7] 사실 현대에는 국가가 첨단 군사 기술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 대 폭력으로 가면 기존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사회 운동이 괜히 평화 시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괜히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가 국가 측에서 무기를 꺼내들면 저항하는 쪽에서 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 권력층도 국내외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에 무작정 무기를 들이댈 순 없으므로 완전히 주도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고 서로 힘조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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