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語感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른 느낌과 맛. 의미를 어감이라고 하거나 어감을 억양이라고 하는 등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1]
언어학계에서는 독일어에서 유래한 Sprachgefühl[2]이라는 단어를 쓴다. 다만 이쪽의 정확한 뜻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쓰는 것이 (형태론적이나 화용론적으로도) 자연스러운지'에 대한 감각이라 어감과 살짝 다르다.
2. 원인
언어, 문화, 의미에 따라 어감의 기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한국 및 일본에서 '유리'는 "아름답고 깨지기 쉬움(←瑠璃)" 내지는 "순결(←百合)"을 의미하여 여성적인 어감을 띠므로 여성 이름에 주로 쓰이는데, 러시아에서 '유리'는 그리스어로 농부를 의미하는 Γεωργιος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남성적인 어감을 띠므로 남성 이름에 주로 쓰인다.부정적인 의미이지만 어감이 좋아 인명으로 간혹 쓰이는 단어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린이나 아린.
그런가 하면 전세계 보편적인 것도 없지 않은데 부바키키 효과가 그 예이다. 대개의 경우 모음이나 비음 계열의 울림소리가 어감이 좋다고 여겨지고 파열음 계열([k], [t], [p] 등)은 어감이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가 부드럽다고 여겨지는 것도 개음절이 많아 파열음 말음이 적기 때문일 수 있다. 마찰음, 파찰음 계열이 지니고 있는 자질은 [strident]인데 이 단어는 단어 뜻부터 이미 '소음'(騷音)을 뜻할 정도이니 안 좋은 의미가 들어있다. 그밖에 생소한 음성, 인두음이나 흡착음 같은 것들은 해당 음이 없는 언어권 화자로서는 크게 당혹스럽기 때문에 좋은 어감을 가지기가 어렵다.
사용되는 음성이 다른 경우, 아예 사람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깔볼 수도 있다. 바바리안과 같은 단어는 야만인들이 "바르바르"하고 말을 더듬는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을 정도. 한국에서는 영어의 [r] 계열을 꽤 생소해하는 편이며 영어 발음에 대해서 "혀 굴리는 소리"라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언어 내 다른 어휘들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어에서는 'ㅆ'로 시작하는 비속어가 많기 때문에 'ㅅ', 'ㅆ' 발음의 단어들의 인상이 한꺼번에 다 나빠졌다. 아예 '쌍시옷 단어', '쌍욕'[3]같은 말도 있을 정도.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형태론적 감염(contamination)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 현상 역시 한국어 특유의 경향으로, 영어 같은 언어에서는 아예 모든 /s/는 /ㅆ/와 유사하지 /ㅅ/로 발음되는 것은 거의 없어서 적용이 불가능하다.
3. 경향
주로 외국어를 한국어로 쓸 때 어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 예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원제는 'Assassin's Creed'로 어쌔신의 뒤에 's 가 있으므로 '어쌔신즈 크리드'로 불러야 되나, 어감이 좋지 않아 '어쌔신' 크리드로 많이 불렸으며 정발명에서도 '어쌔신'크리드가 되었다. 한국어에서는 복합명사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 's가 굳이 필요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단수/복수도 크게 따지지 않아서 배틀렐름과 같이 복수형의 '-(e)s'가 빠지는 일도 많다.つ를 서브컬처 쪽에서 공식 표기법인 '쓰'가 아닌 '츠'로 적는 것도 어감의 문제일 수 있다. 'ㅆ' 발음에서 우러나오는 부정적인 측면(욕설 연상)이 느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 다만 이 경우 /ㅊ/의 변이음 가운데 つ의 어두음으로 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나름의 음성학적 근거도 있기는 하다.
일본 창작물의 改도 한국에서 번역하기 난감한 용어로 꼽히는데, 이는 해당 한자의 한국 한자음인 ‘개’가 역시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4. 뉘앙스
어감은 주로 단어에 대해서 쓰는 일이 많은데, 말투나 어투와 같은 것의 느낌은 '뉘앙스'라고 말할 때도 많다. 어감은 말의 느낌을 뜻하므로 사실 의미나 뉘앙스를 뜻할 때 어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잘못된 표현이다.한국어에서는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소로 뉘앙스를 표현할 때가 많다. 예컨대 똑같이 의문형으로 말하더라도 "그렇지?"하고 물으면 [동의]의 의향을 묻는 표현이 되고 "그런가?"라고 하면 [의문]의 뜻이, "그래..." 하면 그냥 흘려넘기는 뜻이 된다. '-지/-ㄴ가/-어'에 각각 그런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어미가 발달하지 않아 여러가지 특정한 단어들을 붇여서 뉘앙스를 표현한다. Please, Would, Could, Thank you 뒤의 very much 등을 붙이면 조금 더 격식있게 말할 수 있다. '영어 표현의 결정적 뉘앙스들'이라는 도서도 존재한다.
4.1. 존중어에서
이러한 뉘앙스는 존중어에서 사용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어의 존비어에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같은 해요체여도 교수님 말씀에 "그렇죠?"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요?"하고 반문하기는 어렵다. 해요체나 하십시오체와 같은 형식적인 존경어는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높은 사람에게 [의문]이나 [흘려넘김]의 뉘앙스로 말하면 곤란할 수 있다'라는 사실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외국어 학습자로서는 숙지하기 쉽지 않다.'고작', '그딴', '따위', '-(이)나'[4] 등의 단어나 '뒈지다'와 같은 비속어 등 대상을 낮추는 뜻을 가진 어휘들도 있다. 자신을 낮추는 낮춤말이나 남을 높이는 존칭에 비해 이들 표현은 문법 표현으로 굳어져있지는 않다.
[1] 단, 의미에 따라 어감이 좋고 나쁨이 약간은 다르게 느껴지는 등 영향을 주긴 한다.[2] 재미있게도 조어 방식이 '어감'과 완전히 동일하다.[3] 영어의 F-word에 대응된다.[4] '따위', '-(이)나'가 대상을 낮추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보인다. 사전에서는 "무엇무엇 따위가 있다" 등의 표현이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