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30 17:11:54

부바키키 효과


1. 개요2. 실험 내용3. 의의4. 기타

1. 개요

부바/키키 효과(Bouba/kiki effect)는 독일계 미국인 게슈탈트 심리학 학자 볼프강 쾰러(Wolfgang Köhler)가 1929년 제창한 심리학상의 효과로, 기표의 시각적 형상과 음성이 자의적이지 않은(non-arbitrary) 관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본래 그는 타케테/말루마 효과(Takete/maluma effect)를 사용하였으나, 훗날 라마찬드란과 허바드의 실험에서 사용된 명칭인 '부바키키 효과'로 더 유명해졌다.

2. 실험 내용

파일:attachment/500px-Booba-Kiki.svg.png
위 그림의 도형들 중 하나의 이름은 '부바(Bouba)'고 다른 하나는 '키키(Kiki)'다. 어느 쪽이 부바이고 어느 쪽이 키키일까?

실험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왼쪽의 뾰족뾰족한 꼭지점을 가지고 있는 물체의 이름이 '키키', 오른쪽의 둥글둥글한 모서리를 가진 물체의 이름이 '부바'일 것이라 응답하였다. 미국영어 화자들과 인도타밀어 화자들에게 실험한 결과, 화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와는 관계없이 95~98%의 압도적인 범위에서 같은 응답 비율이 관측되었다.

3. 의의

부바키키 실험의 결과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 이래 언어의 대전제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언어의 자의성, 곧 기의와 기표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라는 법칙과 대립한다.

언어의 자의성은 쉽게 말해서 하얀색의 느낌 그 자체와 '하얗다'라는 단어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얗다'라는 글자를 보고 하얗다는 색깔이 떠오르면 그것은 단어를 읽은 사람의 모어한국어이기 때문이다. 'Albus'[1], '白', 'White', 'blanc'[2] 등 이 모든 단어가 전부 같은 색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을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알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도형에 '키키', '부바'라는 이름이 써져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키키'라는 이름과 뾰족함을, '부바'라는 이름과 둥글둥글함을 연관한다. 즉 기표(이름)와 기의(대상)의 관계가 완전히 자의적이 아닐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부바는 입을 오므리고 부드럽게 발음하기 때문에 둥글둥글 부드럽고, 키키는 혀를 구부리며 센 소리가 나기 때문에 뾰족뾰족한 것이 비슷하다고 우리의 직관으로 인식하는 것. 의성어의태어도 그런 예로 보인다. 뇌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여기서 생각을 확장하여 인간이 최초로 사용하던 단어가 이렇게[3] 탄생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여러 단어의 발생을 짐작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4]

이 실험이 기의와 기표 간의 내재적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형성된 사회의 약속을 깰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뾰족한 걸 '부바'로 부르고 둥근 걸 '키키'로 부르는 언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이면 당연히 '부바'라는 단어를 뾰족함과 연관할 것이다. 즉 이 실험의 대상자는 자신의 모어에 '부바'나 '키키'라는 명칭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기의와 기표의 결합은 자의적이어도 그것이 사회에서 정해진 이상 대개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소쉬르의 명제가 함의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를 '언어의 사회성'이라 한다.

그러나 질문이 의태어와 관련되어 있기에 언어가 자의적이라는 것은 변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는 자연에서부터 듣고 보게 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자의성은 훼손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두 언어의 유사성을 비교할 때 의성의태어는 비교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언어의 기원과 무관하게 비슷한 말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4. 기타


[1] 라틴어로 '하얀색'을 뜻하는 단어다. 우리가 아는 그 '앨범'의 어원인데, 잘 생각해 보면 앨범은 내용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공책과 같은 백지수첩이기 때문이다.[2] 프랑스어로 '하얀색'을 뜻하는 단어. 빈칸 등을 뜻하는 영어 'blank'과 어원이 같다.[3] 대상의 형태와 비슷한 어휘를 단어로 하여 의사소통.[4] V. Ramachandran,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박방주 역, 알키, 2012, p268-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