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세차운동(歲差運動, precession)은 강체의 회전운동에서 회전축이 외부 돌림힘으로 인해 비틀어지는 운동이다.각운동량의 변화에 따라 회전축이 돌아간다. 이 돌림힘은 회전하는 강체를 '쓰러뜨리는' 경우와 '똑바로 세우는' 경우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운동의 기술은 장동운동 참고.
2. 자이로스코프와 팽이의 세차운동
이미지 출처
회전하지 않는 상태로는 팽이나 자이로스코프는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각운동량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위 그림과 같이 바닥 위에서 팽이가 돌 때 쓰러지는 방향으로 돌림힘을 받고 있다. 만약 바로 아래로 쓰러진다고 하면 각운동량 벡터도 따라서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운동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돌림힘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팽이를 쓰러뜨리려는 중력은 돌림힘의 방향을 위 그림 기준으로 나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결국 각운동량 벡터는 아래로 쓰러지는 대신 옆으로 뒤틀리고, 그에 따라 팽이도 방향을 틀게 된다.
다음과 같이 식이 세워진다.
[math( \dot{\vec{L}}= \vec{\tau} = \vec{r}\times m\vec{g} = r\hat{r} \times mg (-\hat{k}) )]
[math( \dot{\vec{L}}= \vec{\omega_{p}} \times \vec{L} = \omega_{p}\hat{k} \times I\omega \hat{r} )]
위아래를 견주면 세차운동의 각속도를 알 수 있다.
[math( \omega_{p}= \frac{mgr}{I\omega}, \omega_{p}= \frac{mgr}{I\omega}\hat{k} )]
여기서 [math(\hat{k}, \hat{r})]은 각각 수직한 방향과 팽이의 방향을 나타내는 단위벡터이다.
이 상황에서 팽이의 회전 방향과 세차운동 방향은 같다. 엄밀히는 두 벡터 [math( \vec{\omega_{p}}, \vec{L})]이 이루는 각은 예각이다.
3. 지구의 세차운동
이미지 출처
세차운동으로 인한 천구의 북극과 북극성의 변화
이미지 출처
지구의 세차운동
지구는 자전을 하므로 자전축의 방향이 변하고, 천구의 북극[1]도 이동하게 된다. 이것이 북극성과 남십자자리가 변화하는 원인이 된다.[2]
여기서 지구의 세차운동은 자이로스코프나 팽이의 세차운동과 양상이 다르다.
자이로스코프나 팽이의 경우 중력으로 인한 돌림힘이 '자전축을 쓰러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지구는 반대다. 지구는 엄밀하게는 넓적한 타원체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위 그림과 같이 태양과 달 간의 인력을 받는다. 지구 기준으로 볼 때 나타나는 관성력인 원심력을 감안할 때, 힘의 크기는 (가까운 쪽의 인력)>원심력>(먼 쪽의 인력) 순으로 나타나 그림의 오른쪽과 같이 합력이 나타난다. 결국 알짜 돌림힘은 자전축을 똑바로 세우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술한 수식에서 [math( \vec{\tau} )] 의 방향이 반대로 나타남을 뜻한다.
참고로 위 그림은 외부 천체가 하지점에 왔을 때의 영향이다. 춘분점이나 추분점에서는 돌림힘이 상쇄되지만 하지점이나 동지점에서는 자전축을 세우는 작용이 최대로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볼 때, 태양과 달의 영향은 지구의 자전축을 세우려 한다.
이런 이유로 지구는 자전 방향과 세차운동 방향이 반대이다. 지구의 세차운동 주기는 약 25,800년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12000년이 지나면 천구 상에서 별들은 직녀성(베가)을 중심으로 돌고, 거기서 14000년 정도 지나면 다시 현재의 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는 뜻이다.[3] 황도의 북극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자전 방향은 반시계, 세차운동은 시계방향이다. 지구의 세차운동 항목의 맨 위의 그림을 보면 반시계방향으로 그려져 있는데, 올바른 표시이다. 이는 황도의 남극에서 황도의 북극을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
지구는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에 태양에 가장 가까운 근일점과 가장 먼 원일점이 생긴다. 이때 세차운동으로 자전축 경사 방향이 변하면 근일점과 원일점에서의 계절도 바뀌게 된다.[4] 북반구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2000년대)에는 근일점(1월 4일경)에서 겨울, 원일점(7월 6일경)에서 여름이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약 13000년 후에는 근일점에서 여름, 원일점에서 겨울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월은 계절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에 북반구의 여름은 언제나 6월경에 찾아온다. 단, 지구 공전궤도상의 분점의 위치는 달라진다. 남반구는 당연히 반대이다. 그러므로 13000년 후인 서기 15000년 경에도 여름은 6월에 찾아오고 근일점이 7월 초로, 원일점이 1월 초로 바뀔 뿐이다. 이는 그레고리력 상 1년의 정의 365.2422일을, 항성년으로서 이 지구가 태양 주변을 정확하게 한 바퀴 공전한 시간이 아니라, 회귀년으로서 하지점에서 다음 하지점에 이르는 시간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5]